美 국방부, 지난달 이란 핵시설 폭격으로 이란 핵개발 1~2년 늦어졌다고 평가
앞서 나온 '6개월 지연설' 보다는 기간 늘어나
IAEA, 폭격에도 불구하고 수 개월 안에 이란 핵개발 가능하다고 판단
이란은 IAEA 사찰 거부. 미국과 협상 창구는 열어놔
美, 이란 완전 비핵화와 조건부 감시 체제 가운데 결단해야
지난 1일(현지시간) 촬영된 이란 콤주(州) 포르도의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 시설 복구 및 수색 작업으로 보이는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이란의 핵시설 3곳을 폭격한 미국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1~2년 지연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지연 기간이 앞서 제기된 '6개월'보다는 늘어났지만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이란 핵개발 1~2년 늦어져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의 션 파넬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국방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란 폭격에 대해 언급했다. 파넬은 "우리는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1~2년 퇴보시켰다"면서 "이는 최소치로 국방부 내부 정보 평가에 따른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도 2년에 가까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달 21일 ‘B-2’ 전략폭격기와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이용해 이란의 3대 핵시설(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을 폭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달 23일 소셜미디어에 이란의 핵시설들이 "완전히 파괴됐고, 모두가 그것을 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현재 이란은 그들이 보유한 장비로 핵무기를 만들 능력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것을 파괴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CNN과 뉴욕타임스(NYT)를 포함한 미국 매체들은 밴스의 발언 다음 날 미국 국방부 산하 정보 조직인 국방정보국(DIA)의 초기 평가 보고서와 관계자들을 인용, 이란의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관계자들은 핵시설의 지상 구조물이 파괴되었지만 우라늄 농축에 쓰이는 원심분리기가 상당수 보존되었으며, 이란이 폭격 전에 핵무기 재료로 쓰이는 농축 우라늄 재고를 다른 소규모 시설로 빼돌렸다고 추정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정보 부서들은 이번 폭격 전 분석에서 이란이 당장 핵무기 제조를 서두른다면 3개월 안에 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DIA는 보고서에서 폭격으로 이란의 핵무기 제작 기간이 지연되긴 했지만 길어야 6개월 더 걸린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CNN 보도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지난 2021년 4월 17일 공개된 이란 이스파한주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용 원심 분리기 사진.AP뉴시스
개발 능력 건재, 완전 비핵화 vs 조건부 감시 체제
그러나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달 27일 미국 CBS를 통해 이란의 핵시설 중 "일부는 여전히 건재하다"면서 "내가 보기에는 이란이 몇 달이라는 기간에, 또는 그보다 짧은 기간에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다단계 원심분리기 설비를 몇 개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기존에 생산했던 농축 우라늄 400kg에 대해 "이 물질이 어디에 있을지 모른다"고 답했다. 그로시는 "일부는 공격으로 파괴됐을 수 있지만, 일부는 이동됐을 수 있다"면서 "따라서 언젠가는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NYT는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에 아직 핵무기 10개 분량의 고농축 우라늄과 관련 과학자들을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일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IAEA와 협력을 잠정 중단하는 법률을 공포했다. 지난달 25일 이란 의회를 통과한 해당 법률에 따르면 IAEA 사찰단은 이란의 핵시설과 평화적 핵활동에 대한 안전이 보장될 때 까지 이란에 입국할 수 없다. 미국 국무부의 태미 브루스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이란의 조치에 "이란이 평화와 번영의 길을 선택하고 방향을 전환할 기회를 가진 시점에 IAEA와의 협력을 중단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폭격 전에 미국과 5차 비핵화 협상을 진행했던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인터뷰에서 미국과 비핵화 협상 재개 가능성에 대해 "협상이 그렇게 빨리 재개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의 문은 결코 닫히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협상 재개를 결정하려면 미국은 협상 기간 우리를 군사 공격의 표적으로 삼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것들을 감안하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올해 비핵화 협상에서 국제적으로 허용된 민간용 우라늄 농축 권리를 주장했으나 트럼프 정부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전임 조 바이든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았던 제이크 설리번은 NYT를 통해 폭격으로 이란 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은 폭격 이후에도 농축 우라늄과 원심 분리기를 가지고 있지만 감시할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이란이 지금 동의하지 않을 완전 비핵화를 고집할 지, 아니면 우라늄 농축을 일정량 허용하고 이를 감시할 지 골라야 한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3일 이란 테헤란의 한 가판데에 비치된 주간지 '테자라트 파르다'의 표지에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왼쪽)이 권투 글러브를 낀 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안고 있는 이미지가 실린 가운데 '평화의 이익'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EPA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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