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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닛산, 미국 EV 생산 1년 연기 "트럼프 감세법 여파"

닛산, 미시시피 공장 EV 2종 생산 시점 1년 연기
트럼프 행정부, 9월 말로 EV 세액공제 전면 폐지 결정
도요타·혼다 등도 미국 EV 생산 축소 및 전략 수정

日닛산, 미국 EV 생산 1년 연기 "트럼프 감세법 여파"
닛산 로고. 연합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닛산자동차가 미국에서 생산할 예정이던 전기차(EV) 2종의 출시 시기를 최대 1년 연기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감세·지출법을 통과시키며 EV 구매 시 제공하던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하기로 하면서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닛산은 당초 2028년부터 미국 미시시피주 공장에서 EV 스포츠유틸리티차(SUV) 2종을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2028년 말~2029년 초로 늦추기로 했다. 출시 시점이 최대 1년가량 늦어지는 셈이다. 대상 차량은 닛산 브랜드와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에서 각각 1종씩 출시 예정이었다. 미국 시장에서 EV 수요가 둔화된 점이 결정 배경으로 풀이된다.

도요타와 혼다도 잇따라 EV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도요타는 미국 인디애나주 공장에서 EV 생산 계획을 중단하는 대신 대형 SUV '그랜드하이랜더' 하이브리드 및 가솔린 모델 생산을 확대할 예정이다. 혼다도 EV 전략 차종으로 개발하던 대형 SUV 프로젝트를 철회했다.

EV 시장 위축은 미국 감세·지출법의 영향이 크다. 지난 4일 통과된 이 법안으로 인해 조 바이든 정부 시절 도입된 EV 구매 지원책이 9월 말 종료된다. 당초보다 3개월 조기 종료되는 것이다. 이 지원은 북미산 EV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차량당 최대 7500달러(약 1030만원)의 세액공제가 가능했다.

바이든 정부는 2023년 1월부터 리스 구매에 한해 북미산 외 차량에도 세제 혜택을 적용했으나 이번 법 개정으로 리스를 포함한 모든 지원이 폐지된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업체들은 북미 생산이 적은 만큼 리스를 통한 세제 혜택에 크게 의존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을 전환하기 전부터 미국 내 EV 수요는 기대에 못 미쳤다. 바이든 전 행정부는 2030년까지 EV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는 7%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업체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섰지만 수요는 늘지 않고 있다. 4월 기준 미국 EV의 평균 할인율은 신차 가격 대비 14.2%로 가솔린차의 2배 수준이다.

EV 완성차 생산 위축은 배터리 등 부품 산업 전반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공장 투자의 세제 혜택은 유지될 예정이다. 그러나 완성차 수요가 줄면 부품업계는 투자 회수를 위한 실적 확보가 어려워진다.

닛산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일본 'AESC'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계획 중이던 공장 건설을 중단한 상태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