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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가 본 빗썸 사고, 한국 가상자산의 신뢰 시험대

WSJ가 본 빗썸 사고, 한국 가상자산의 신뢰 시험대
10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국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초대형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를 집중 조명했다. 단순한 입력 오류 하나가 수백억 달러 규모의 시장 혼란으로 번지면서, 한국 디지털 자산 산업의 내부 통제와 규제 체계가 국제 무대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는 평가다.

10일(현지시간) WSJ에 따르면 사고는 빗썸이 진행한 소규모 판촉 이벤트에서 시작됐다. 당초 수백 명에게 지급될 예정이었던 경품은 대부분 몇 달러 수준의 소액이었고, 전체 지급액도 62만 원(약 425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내부 직원의 입력 실수로 '원화'가 아닌 '비트코인' 단위가 적용되면서, 62만 비트코인이 한꺼번에 계좌로 풀렸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400억 달러가 넘는 규모다.

이로 인해 원래 2000원, 값싼 커피 한 잔 정도를 받을 예정이었던 일부 이용자는 순간적으로 1억2000만 달러가 넘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게 됐다. 사고 직후 상당수 수령자가 매도나 인출에 나서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약 30분 만에 17% 급락했고, 빗썸은 급히 거래를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비트코인 보유자들도 손실을 입었으며, 회사 측은 피해 규모가 약 68만5000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빗썸은 이후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의 99% 이상을 거래 취소나 자발적 반환 방식으로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거래 중단 전 짧은 시간 동안 100비트코인 이상, 약 900만 달러어치를 매도한 일부 이용자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환을 설득 중이다.

WSJ는 이번 사태가 "세계에서 개인 투자자 거래가 가장 활발한 시장 중 하나로 평가받아온 한국 가상자산 산업이 스스로 자초한 위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WSJ는 '유령 코인(phantom coin)' 논란에 주목했다.
현행법상 가상자산 거래소는 실제 보유한 물량을 초과해 거래를 허용할 수 없는데, 빗썸의 비트코인 보유량이 약 5만 개 수준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62만 비트코인이 시스템상 배포될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 역시 이번 사고에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WSJ는 이번 사고를 두고 "가상자산 시장에서 우발적 손실이나 오지급 사례는 드물지만, 이 정도 규모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