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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면 손해, 닫으면 더 손해" 설특수마저 실종...자영업자들의 피눈물 [오늘도 개점휴점①]

① 설 연휴 앞둔 자영업자들의 한숨
"다 해외여행 갔나봐요" 명절엔 활기 띠던 시장골목도 썰렁
코로나보다 가혹한 불황... 인건비 아끼려 가족까지 총동원

"열면 손해, 닫으면 더 손해" 설특수마저 실종...자영업자들의 피눈물 [오늘도 개점휴점①]
설 연휴를 앞둔 12일 서울 강북구 먹자골목의 모습이 한산하다. /사진=김희선 기자

영업 마감 후 적막한 주방을 메우는 사장님의 한숨소리는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역대 최대를 기록한 자영업 폐업 수치는 단순한 통계 그 이상입니다. 그 숫자 안에는 평생을 바친 퇴직금이, 자녀의 꿈을 담았던 학원비가, 그리고 한 가족의 마지막 보루였던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실려 있습니다. 그들의 소리 없는 사투를 들여다봤습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2026년 병오년 설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자영업자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어둡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하나같이 "경기가 바닥"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물가와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문을 열자니 치솟은 재료비와 인건비가 무섭고 문을 닫자니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임대료와 대출 이자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매년 자영업자들은 설 연휴 영업 여부를 두고 장고에 들어간다. 지난 5일,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설 연휴 기간 영업 여부’ 설문에는 1425명이 참여해 전체의 53.1%인 756명이 ‘장사한다’, 46.9%인 669명이 ‘쉰다’를 선택했다. 상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그래도 장사를 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자영업자들이 조금 더 많은 셈이다.

‘쉬느냐 마느냐’ 고민도 사치…인건비 부담에 가족 동원

서울 도봉구 신창시장에서 50년 넘게 떡집을 운영해 온 A씨는 “손님도 많이 줄었고 다들 돈을 안 쓴다. 쌀값이고 뭐고 재료비가 다 올랐지만 떡값은 올릴 수가 없다.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아예 안 사가기 때문”이라며 “설이 대목이니만큼 준비는 넉넉히 해놨는데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탄했다.

강북구 먹자골목에서 40년 가까이 해물탕집을 운영해 온 B씨도 한숨부터 내쉬었다. “물가는 물가대로 상승하고, 고환율 시대에 재료값 등이 엄청나게 올랐다”며 “지금 가격을 10년째 유지 중인데 더 이상 올릴 수도 없어서 지금 자영업자들은 진짜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한 B씨는 “대출 받아서 직원들 월급 주고 있는데 이제 그마저도 막혔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A씨와 B씨 모두 이번 설 연휴에 가게 문을 열 계획이지만 걱정이 앞선다. A씨는 “가게 세가 있으니 되든 안 되든 연휴 때도 가게를 열어야 한다. 사람을 6~7명은 써야 할 텐데 아들, 며느리까지 같이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전까지는 명절마다 꼬박꼬박 쉬었다는 B씨도 “명절 때 혹시라도 손님이 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여는데, 올해는 어떨지 확신이 안 선다. 쉰다는 직원은 쉬게 해주고, 가족들과 같이 할 예정”이라고 했다.

설 연휴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이 문을 여는 이유는 두 가지다. 어떻게든 매출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숨만 쉬어도 나가는 고정비 때문에 쉬어도 쉬는 게 아니라는 조바심이다. 광장시장에서 만난 상인 C씨는 “연휴라고 쉬면 임대료에 관리비, 그리고 이자는 누가 내주겠나, 쉬고 싶다는 마음도 사치”라면서도 “인건비 나가는 게 무서우니 기댈 곳은 가족밖에 없다”고 했다.

"열면 손해, 닫으면 더 손해" 설특수마저 실종...자영업자들의 피눈물 [오늘도 개점휴점①]
설 연휴를 앞둔 서울 도봉구 신창시장의 모습. / 사진=김희선 기자
떡집도 고깃집도 입 모아 “코로나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

이들은 하나같이 “코로나 때보다 지금이 훨씬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B씨는 “코로나 때가 더 낫다고 할 정도로 요즘 경기가 그야말로 최악”이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28년째 고깃집을 운영 중인 D씨도 마찬가지다. D씨는 “손님 숫자가 줄었다기보다 다들 주머니에 돈이 없는 것 같다”며 “이 불황에 유지하는 것도 힘든데 창업하겠다고 나서는 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D씨는 "부추, 호박 등 모든 물가가 오르다 보니 예년과 똑같이 팔아도 마진은 점점 줄어든다. 그렇다고 직원을 줄일 수도 없으니 인건비는 계속 나가고, 임대료도 계속 올라서 자영업자들이 그걸 맞출 수가 없는 것“이라며 ”(물가가) 계속 올라가기만 하고 내려가진 않으니 밸런스가 안 맞고, 자영업자들이 죄다 문 닫고 나가떨어지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D씨는 설 연휴에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며 번화가에도 ‘명절 대목’이 사라진 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예전에는 명절 때 가족끼리, 친구끼리 놀러 나와서 밥도 사먹고 그러다 보니 장사들이 잘 됐다”고 기억을 더듬은 D씨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명절 되면 다 해외여행 가지 않나“라며 씁쓸해했다.

"열면 손해, 닫으면 더 손해" 설특수마저 실종...자영업자들의 피눈물 [오늘도 개점휴점①]
2026 설 연휴 자영업자 보고서: "쉬는것도 사치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인포그래픽

물론 강제로 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인 서울 광화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E씨는 “장사를 하고 싶어도 이 동네는 명절 연휴나 공휴일이 되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아야 하는데 쉬면서도 마음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설 연휴를 앞두고 그나마 온기를 기대하며 취재에 나섰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참담했다. 이 땅에서 자영업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지, 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정부의 정교한 지원 정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