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기 폭발 추정 속 2차 진입 대원 고립
두 번째 대원 구조 3분 뒤에야 불길 잡혀
[파이낸셜뉴스]
12일 낮 12시30분께 전남 완도군 군외면의 한 수산물 냉동창고(3693㎡) 화재 현장에서 소방 당국과 전남경찰청 과학수사대가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 불로 진화 작업에 투입된 40대 남성 A소방위와 30대 남성 B소방사가 숨졌다. 2026.04.12. 뉴시스
전남 완도의 한 수산물 가공 공장 냉동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대원 2명이 순직하면서 올해 순직한 소방관이 3명으로 늘었다.
12일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5분께 전남 완도군 군외면 원동리의 한 수산물 가공·제조 업체 냉동창고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 2명이 진압 과정에서 고립돼 숨졌다. 순직한 대원은 완도소방서 소속 A소방위(44)와 해남소방서 지역대 소속 B소방사(31)다.
이들은 오전 8시 31분께 현장에 도착한 뒤 인명 피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창고 내부로 진입했다. 이후 오전 9시 2분께 내부에 고립된 것으로 파악됐다.
오전 9시 31분께 현장에 있던 공장 직원 2명 가운데 1명이 먼저 구조됐지만 위치 정보 조회 결과 실종된 A소방위와 B소방사는 여전히 화재 현장 내부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즉시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115명, 장비 39대를 투입해 구조 작업에 나섰다. 오전 10시께에는 동료 소방관 구조를 전담하는 신속 동료 구조팀(RIT)도 현장에 도착해 집중 수색을 벌였다.
실종 약 1시간 만인 오전 10시 2분께 A소방위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진화 장비와 소방 인력이 추가 투입되면서 진화 작업에도 속도가 붙었지만, 창고 내부에 짙은 연기가 가득 차 일부 장비와 구조 인력은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어 오전 11시 23분께 B소방사가 현장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구조됐으나 결국 순직했다. 불은 두 번째 소방관이 구조된 지 불과 3분 뒤인 오전 11시 26분에야 완전히 꺼졌다.
이민석 전남 완도소방서장은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2차 화재 진압 과정에서 유증기가 폭발했다"며 "현장에 있던 소방대원 7명 가운데 2명이 대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출동한 대원 7명은 1차로 내부에 진입해 화재를 진압한 뒤 한 차례 빠져나왔다. 그러나 공장 내부에서 다시 연기가 확인되자 재진입해 2차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천장 부근에 머물러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불길이 급속히 확산한 것으로 보고있다.
이 서장은 "검은 연기와 불꽃이 보여 지휘팀장이 3~4차례 무전으로 대피를 지시했지만, 2명이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샌드위치 패널 사이로 연기가 가득 차 한 치 앞도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길이 갑자기 치솟으며 두 대원이 고립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립된 대원들은 여러 구획으로 나뉜 냉동창고 내부 한 구역에서 발견됐다.
불이 난 건물은 일부가 샌드위치 패널로 시공돼 화재에 취약했던 데다 밀폐된 구조여서 연기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해 수색과 구조에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는 공장 관계자가 에폭시 페인트 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관계자는 토치를 이용해 페인트 제거 작업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청은 숨진 소방관들의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해 이날 오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사고로 올해 순직한 소방관은 3명으로 늘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24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자동차 공업사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고양소방서 행신119안전센터 진압1팀장 성치인 소방경이 지난달 3일 순직했다.
최근 10년(2015~2024년)간 화재 진압 등 위험직무 수행 중 순직한 소방관은 모두 35명으로, 연평균 3.5명 수준이다. 근무 유형별로는 화재 진압 중 순직이 14명으로 가장 많았고, 구조 6명, 생활안전·항공 각 5명, 교육훈련·자살 각 2명, 구급 1명으로 집계됐다. 위험 직무 수행 중 순직한 소방관에게는 1계급 특별승진과 훈장 추서, 장례 절차 지원 등이 이뤄진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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