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은 22일(현지시간) 2·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알파벳은 이날 자본 지출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빅테크들의 재무구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알파벳과 테슬라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수준의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AI 인프라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그 대가로 두 기업 모두 이번 분기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AI 경쟁이 기존의 '자산 경량(asset-light)' 사업 모델을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자본집약형(capital-intensive)' 구조로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투자 늘수록 현금은 줄어
알파벳은 22일(현지시간) 2·4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자본지출(CapEx) 전망치를 기존 1800억~1900억달러에서 1950억~2050억달러로 다시 상향 조정했다. 올해 들어 두 번째 투자 확대 발표다.
아나트 아슈케나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증가하는 AI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 공급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현재도 컴퓨팅 인프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수익성이 유지되는 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며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갈 방침을 밝혔다.
알파벳은 이번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1198억달러, 클라우드 매출은 82% 증가한 248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냈다. 검색 광고 매출도 633억달러로 17% 증가했다.
하지만 막대한 AI 투자 부담은 현금흐름에 그대로 반영됐다. 알파벳의 잉여현금흐름은 59억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데이터센터와 AI 하드웨어 투자 확대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혔다.
아슈케나지 CFO는 "기술 인프라 투자로 인해 잉여현금흐름은 앞으로도 계속 압박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이 같은 투자가 AI 기회를 선점하고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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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경량'에서 '자본집약'으로
테슬라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테슬라는 AI와 로보틱스 사업 확대를 위해 2·4분기 58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잉여현금흐름이 11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2년 만의 마이너스 전환이다.
매출은 282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6% 증가했고 자동차 부문 매출도 23% 늘었지만, 공격적인 투자로 현금창출력은 악화됐다. 순이익은 5% 감소했고 주당순이익(EPS)도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하락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는 대규모 자본지출이 이뤄지는 해"라며 "우리가 투자하는 모든 것이 엄청난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올해 250억달러 규모의 자본지출 계획을 유지했다. 회사는 AI 컴퓨팅, 반도체 생산시설 '테라팹(Terafab)', 배터리 소재, 태양광 설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자율주행 '사이버캡' 생산라인 구축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바입하브 타네자 CFO도 운영비용이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며 AI 인프라 투자가 향후 수년간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알파벳과 테슬라가 단기 수익성보다 AI 주도권 확보를 우선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알파벳은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해 최근 850억달러 규모의 증자를 실시했고, 약 1000억달러의 부채도 활용하고 있다.
테슬라 역시 공장 재설계와 반도체 생산시설 구축, 로봇과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AI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잉여현금흐름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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