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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결혼에 5000만원쯤이야"··· 퇴직금 깨려던 아빠가 '멈칫' [머니설계사무소]

⑧ 50대: 퇴직연금은 목돈 아닌 노후 월급 대출 상환·자녀 지원에 1억4000만원 지출 계획 퇴직연금 2억원, 남은 노후 월급은 월 28만원 자녀 지원금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조정 주택연금·종신보험으로 후기 노후 대비

"딸 결혼에 5000만원쯤이야"··· 퇴직금 깨려던 아빠가 '멈칫' [머니설계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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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퇴직을 앞둔 직장인에게 퇴직연금은 오랫동안 기다린 '목돈'이다. 주택담보대출을 털어내고 결혼을 앞둔 자녀에게 돈을 보태준 뒤 낡은 자동차까지 바꾸면 홀가분하게 '제2의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도중에 퇴직연금을 꺼내 쓰다 보면 정작 월급이 끊긴 뒤 매달 받아야 할 '노후 월급'은 쪼그라들고, 질병이나 간병 등 갑작스러운 지출에 대비할 비상자금마저 부족해질 수 있다.

퇴직 앞둔 부부의 고민은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57세 김성호씨(가명)는 중견기업 영업관리 부장이다. 3년 뒤 퇴직을 앞두고 있다. 중소기업 경리직으로 근무하는 아내 이정은씨(55세·가명)는 남편보다 2년 늦게 일을 그만둘 계획이다.

"딸 결혼에 5000만원쯤이야"··· 퇴직금 깨려던 아빠가 '멈칫' [머니설계사무소]
부부는 시세 7억8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000만원으로 매달 원리금으로 88만원이 나간다. 퇴직연금과 연금저축, 연금보험, 예금 등을 합친 부부의 연금·금융자산은 약 3억7600만원이다. 성호씨의 퇴직연금은 현재 1억7000만원으로 퇴직 시점에는 약 2억원이 될 전망이다.

부부의 가장 큰 고민은 '자식'이었다. 1년 내에 결혼할 예정인 첫째 딸이 수도권 전셋집 마련을 위해 5000만원을 보태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딸에게 5000만원을 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지만, 둘째인 아들이 마음에 걸렸다. 당장 지원을 얘기하진 않았지만 부부는 아들에게도 결혼이나 내 집 마련 때 같은 금액을 줘야 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사실상 부부의 노후 '자녀 지원금'은 1억원인 셈이다.

"딸 결혼에 5000만원쯤이야"··· 퇴직금 깨려던 아빠가 '멈칫' [머니설계사무소]
성호씨는 우선 퇴직연금 2억원으로 주택담보대출 7000만원을 모두 갚고 딸에게 50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을 세웠다. 자동차 교체와 주택 수리에 2000만원을 써도 노후자금으로 6000만원이 남는다는 계산이었다.

노후 월급 시간표가 필요한 이유
문제는 남은 퇴직연금 6000만원이 만들어낼 수 있는 노후소득이다. 이 돈을 은퇴 후 실질수익률 연 3%로 운용하면서 25년간 나눠 받으면 한 달에 쓸 수 있는 돈은 약 28만원에 그친다. 반면 퇴직연금 2억원으로 똑같이 운용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돈은 95만원 수준이다.

대출 상환과 자녀 지원은 한 번으로 끝나지만 노후생활비는 매달 필요하다. 부부는 은퇴 후 최소생활비로 월 330만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은 성호씨가 월 170만원, 아내가 월 90만원이지만 두 사람 모두 65세가 돼야 받을 수 있다.
"딸 결혼에 5000만원쯤이야"··· 퇴직금 깨려던 아빠가 '멈칫' [머니설계사무소]
조형근 재무설계사(AFPK)는 퇴직연금 2억원을 예금에만 넣거나 고배당 상품에 집중하는 대신 현금성 자산과 채권, 배당주, 리츠, 글로벌 주가지수 상장지수펀드(ETF)로 나눠 운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퇴직연금에서 매달 약 80만원을 받는 구조다.

아내의 연금보험도 65세까지 기다리지 않고 60세부터 월 25만원씩 받기로 했다. 수령액은 다소 줄지만 국민연금이 나오기 전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성호씨가 퇴직한 뒤 아내가 계속 일하는 2년 동안에는 퇴직연금 80만원과 연금저축 35만원, 아내의 월급 220만원을 합쳐 월 335만원을 마련할 수 있다.

문제는 아내까지 퇴직한 뒤다. 연금보험을 더해도 부부의 월소득은 140만원에 그친다. 최소생활비보다 월 190만원 부족해 성호씨의 국민연금이 나오기 전까지 3년간 6840만원이 필요하다.

그가 퇴직연금에서 돈을 더 빼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다. 현재 보유한 유동자금 5000만원과 앞으로 3년간 모을 저축액, 아내의 퇴직연금으로 부족분을 충당할 수 있어서다.

"딸 결혼에 5000만원쯤이야"··· 퇴직금 깨려던 아빠가 '멈칫' [머니설계사무소]
조 설계사는 보유자산의 총액보다 각 자산에서 언제부터 얼마가 나오는지 '노후 월급의 시간표'를 먼저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자산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여러 곳에 흩어진 자산 가운데 무엇이 언제부터 얼마의 생활비를 담당할지 정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대출 상환은 절반만, 딸 지원금도 3000만원으로
조 설계사는 부부의 노후 월급을 지키기 위해 대출 상환과 자녀 지원 계획도 손봤다.

"딸 결혼에 5000만원쯤이야"··· 퇴직금 깨려던 아빠가 '멈칫' [머니설계사무소]
부부는 주택담보대출 7000만원 가운데 3000만원만 우선 갚기로 했다. 대출을 전액 상환하면 현금이 집 안에 묶이고, 퇴직 후 다시 돈을 빌리려 해도 줄어든 소득 탓에 조건이 불리해질 수 있어서다.

딸에게 줄 결혼·주거지원금도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췄다. 노후자금까지 당겨 자녀에게 목돈을 주면 부담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훗날 생활비와 간병비라는 더 큰 압박을 자녀의 몫으로 전가시킬 수 있다.

금융자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줄면 국민연금 조기수령을 '비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성호씨가 3년 앞당겨 62세부터 받으면 월 수령액은 170만원에서 139만원으로 줄어든다. 당장의 소득 공백은 채울 수 있지만 줄어든 금액을 평생 받아야 하는 만큼 예비안으로 남겨뒀다.

70대 이후에는 주택연금과 종신보험을 활용할 예정이다. 주택연금은 부부 중 한 명이 55세 이상이고 부부 합산 공시가격 12억원 이하인 주택을 보유한 경우 가입할 수 있다. 현재 집에 계속 살면서 본인과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 매달 연금을 받는 구조다.

올해 3월 기준 종신지급 정액형을 선택하고 부부 중 연소자가 70세, 일반주택 가격이 8억원이라면 월 지급액은 약 246만2000원이다. 실제 수령액은 가입 당시 연령과 인정 주택가격, 지급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조 설계사는 집을 자녀에게 온전히 남기는 것만이 좋은 상속은 아니라고 짚었다. 부모가 노후생활비와 간병비를 스스로 마련해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한 자산 이전이라는 설명이다.

조 설계사는 "대출을 갚고 자녀를 도운 뒤 남는 돈으로 노후를 준비해서는 안 된다"며 "퇴직연금은 퇴직할 때 받는 마지막 목돈이 아니라 월급이 사라진 뒤 가장 먼저 받아야 할 노후 월급"이라고 말했다.

돈을 벌고, 쓰고, 모으는 일은 평생 반복되지만 재무설계는 늘 뒷전입니다. 하지만 돈에도 나이가 있어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때마다 선택하지 않으면 방치되고, 방향을 잡지 않으면 빠져나갑니다. 우리가 생애 전체를 관통하는 돈의 흐름을 짜야 하는 이유입니다. [머니설계사무소]는 AFPK 자격인증기관인 한국재무설계협회(IFPK)와 함께 삶의 설계를 지원합니다.
[email protected] 이현정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