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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70만원, 학교 앞 원룸은 직장인이 장악했어요"…고시원 밀려나는 '인서울' 지방출신들 [낮은 곳의 기록자]

[전세 사라진 대학가 원룸, 월셋값도 저세상]
직장인·사회초년생도 저렴한 방 찾아 대학가로
대학생들 "부모님께 부담 드리기 죄송해 알바해요"

"월세 70만원, 학교 앞 원룸은 직장인이 장악했어요"…고시원 밀려나는 '인서울' 지방출신들 [낮은 곳의 기록자]
8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대학가 인근 주택가에 원룸과 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서울 대학가에서 전세 매물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월세와 관리비까지 오르면서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룸을 찾는 직장인들도 대학가에 방을 알아보러 오는 가운데, 일부 학생들은 고시원이나 셰어하우스까지 찾고 있다. 서울 대학가 인근 휘경동과 회기역 일대 대학생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을 만나 자취방을 구하는 청년들의 사정을 살펴봤다.<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학교 근처에서 방을 구하고 싶은데 월세가 너무 비싸요. 관리비까지 더하면 부담이 더 커져요."

지난 8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회기역 일대에서 만난 대학생 A씨(23)는 자취방을 알아보면서 월세 부담이 컸다고 토로했다. 그는 "부모님께 보증금까지 부탁드리기 부담스러운데 매달 월세까지 지원해 달라고 하기는 어렵다"며 "학기 중에는 아르바이트와 수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가에서 전세 매물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월세 계약이 늘면서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룸을 찾는 직장인과 사회초년생도 대학가에서 방을 알아보고 있다. 월세와 관리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일부 학생들은 고시원이나 셰어하우스도 알아보고 있다.

회기역과 휘경동 일대에는 경희대와 삼육보건대 등이 가깝다. 역 주변과 골목 곳곳에서는 원룸과 오피스텔을 중개하는 부동산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날 방문한 중개업소 서너 곳에서는 학생들이 원하는 가격대의 전세방을 구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공인중개사 B씨는 "전세를 원하는 학생이나 부모님들도 있지만 소개할 만한 매물이 많지 않다"며 "요즘은 전세보다 월세를 알아보는 손님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 정도 하는 방을 많이 찾는다"며 "학교에서 가깝고 월세까지 저렴한 방은 조건을 맞추기 어려워 다른 동네까지 알아보는 경우도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전세 줄고 직장인도 원룸 찾아

"월세 70만원, 학교 앞 원룸은 직장인이 장악했어요"…고시원 밀려나는 '인서울' 지방출신들 [낮은 곳의 기록자]
8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대학가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출입문에 원룸과 오피스텔 등의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사진=한승곤 기자

대학가 원룸을 찾는 사람은 학생뿐만이 아니다. 회기역은 지하철 1호선과 경의중앙선, 경춘선 등을 이용할 수 있어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도 방을 알아본다.

휘경동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C씨는 "학교 근처라고 학생들만 방을 구하러 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직장인들도 출퇴근이 편하고 월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룸을 알아보러 온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학교까지 걸리는 시간을 따지고 직장인들은 역에서 얼마나 가까운지 먼저 묻는다"며 "역 주변의 저렴한 원룸은 학생과 직장인 모두 문의한다"고 했다.

전세보다 월세 계약이 늘어나는 현상은 서울 전체 임대차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6년 7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69.7%로, 지난해 같은 기간 63.8%보다 5.9%포인트 상승했다.

아파트를 제외한 서울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는 월세 비중이 78.0%에 달했다.

월세·관리비 합쳐 평균 70만9000원

월세 계약 비중이 높아진 가운데 대학가 원룸의 임대료와 관리비도 올랐다. 특히 월세뿐 아니라 관리비까지 상승하면서 학생들이 매달 부담해야 하는 주거비가 늘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지난 8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7월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전용면적 33㎡ 이하 원룸의 평균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62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 58만1000원보다 7.7% 상승했다.

평균 관리비도 지난해 7만5000원에서 올해 8만4000원으로 증가했다. 월세와 관리비를 합한 금액은 65만6000원에서 70만9000원으로 5만3000원(약 8%) 늘었다. 매달 같은 금액을 낸다고 가정하면 연간 850만8000원이다. 보증금과 개별 전기·가스요금 등은 제외한 금액이다.

대학별로는 이화여대 인근의 월세와 관리비 합계가 87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월세 76만7000원에 관리비 10만3000원이다. 이어 연세대 인근이 75만8000원, 한국외대 인근이 75만5000원으로 조사됐다.

월세 상승폭은 서울대 인근이 가장 컸다. 지난해 42만3000원에서 올해 53만3000원으로 26.0% 올랐다. 한국외대 인근도 58만2000원에서 67만원으로 15.1%, 연세대 인근은 61만4000원에서 67만8000원으로 10.4% 상승했다.

중앙대 인근 월세는 47만7000원에서 52만2000원으로 9.4%, 한양대는 57만5000원에서 62만8000원으로 9.2% 올랐다. 반면 성균관대 인근은 57만6000원에서 55만원으로 하락했다.

관리비 상승폭도 컸다. 중앙대 인근 원룸의 평균 관리비는 지난해 7만6000원에서 올해 10만2000원으로 34.2% 상승했다. 서울대 인근은 7만8000원에서 9만1000원으로 16.7%, 한양대는 7만원에서 8만1000원으로 15.7% 올랐다. 연세대와 한국외대 인근도 각각 14.3%, 10.4% 상승했다.

관리비도 올라…월세 외 공과금 부담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리비 부담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회기역에서 만난 대학생 E씨(24)는 "처음에는 학교 가까운 원룸을 알아봤는데 원하는 가격대의 방을 찾기 어려웠다"며 "월세가 저렴한 곳을 찾으면 관리비가 높거나 학교에서 멀어 다른 지역까지 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관리비에 포함되는 항목은 건물마다 다르다. 공용 전기료와 청소비, 인터넷 이용료 등이 포함되기도 하지만 개별 전기 가스요금은 별도로 내야 하는 곳도 있다. 그는 " 월세가 50만원이어도 관리비가 8만~10만원이면 실제로 내야 하는 돈은 더 많다"며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까지 별도라면 부담이 커진다"고 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도 학생들이 관리비를 포함한 월 지출액을 확인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휘경동의 공인중개사 F씨는 "관리비까지 합쳐 한 달에 얼마를 내야 하는지 묻는 학생들이 많다"며 "월세가 저렴해도 관리비가 높으면 다른 방을 알아본다"고 말했다.

월세를 줄이기 위해 학교에서 먼 지역까지 알아보는 학생들도 있다. 다만 통학 시간이 길어지고 교통비가 추가될 수 있어 방을 구할 때 고려해야 할 비용도 늘어난다. 대학생 E씨는 "월세가 싸다고 가보면 학교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때가 있다"며 "관리비에 교통비까지 더해서 비교한다"고 말했다.

원룸 대신 고시원·셰어하우스 알아봐

원룸 월세가 부담스러운 학생들은 고시원이나 셰어하우스, 하숙집 등도 알아보고 있다. 고시원은 원룸보다 개인 공간이 좁지만 보증금 부담이 적거나 월세가 저렴한 곳도 있다. 셰어하우스는 주방과 거실 등 공용 공간을 함께 사용하고, 하숙집은 계약 조건에 따라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도 비용 문제로 다른 주거시설을 문의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했다. 공인중개사 F씨는 "학생들이 학교 가까운 원룸을 찾다가 월세가 부담되면 조금 먼 지역이나 고시원도 알아본다"며 "부모님이 지원할 수 있는 월세가 정해져 있으면 그 금액에 맞춰 방을 찾는다"고 말했다.

회기역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G씨(22)도 원룸을 알아보다 고시원과 셰어하우스까지 알아보고 있었다. 그는 "학교에서 가까운 원룸에 혼자 살고 싶지만 월세가 너무 비싸면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한다"며 "고시원이나 셰어하우스라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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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protected]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