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만 소장, 서울 외곽 '생존매수' 꼬집어
"전월세, 특단의 대책 없이는 안정 어려워"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전세 매물 부족과 고액 월세 부담을 견디지 못한 신혼부부들이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이른바 '생존 매수'가 서울 외곽과 강북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는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급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반면, 서민 주거지역은 극심한 전세난이 매매가격을 떠받치면서 서울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김 소장 "강북 집값 상승 원인, 전세 실종과 월세 폭등 때문"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서울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과 주택 수급 불균형 문제를 짚었다.
김 소장은 강북을 비롯해 동대문·서대문·성북구와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의 집값 상승 원인으로 '전세 실종'과 '월세 폭등'을 꼽았다.
그는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포모(FOMO·소외 불안감) 심리로 '너 아직도 안 샀어? 벼락거지 된다'는 식의 투자 수요가 시장을 이끌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 같은 불안 심리나 투자 수요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혼부부들 월세 감당 안돼 차라리 '생존 매수'
이어 "신혼부부들이 전세를 구하려 해도 매물이 없자 월세를 알아보는데, 보증금 2억~3억원에 월세 250만~350만원을 부르는 실정"이라며 "월세를 감당하느니 차라리 대출을 받아 집을 사자는 '생존 매수'가 대거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월세 시장이 안정됐더라면 강북 지역이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오를 이유는 없었다"고 짚었다.
향후 전월세 시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 소장은 "전월세 시장이 안정되려면 충분한 입주 물량이 공급돼야 하지만,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은 6만가구 안팎에 그치는 반면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는 18만가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 공급보다 이주 수요가 3배나 많은 상황에서 실거주 규제 등의 영향으로 집주인들이 월세까지 올리고 있다"며 "정부의 특단의 대책 없이는 단기간에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남 집값 하락 요인은 '세금'... 장기 보유자들 급매 나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주요 지역 집값이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는 강남권 일부 초고가 아파트에서 나타나는 국지적 현상으로 해석했다.
김 소장은 "압구정 61평형 아파트가 지난해 12월 128억원에서 최근 92억~93억원에 거래되면서 1년 만에 약 35억원(25%) 하락했으니 급락이라는 표현이 맞다"며 "다만 3년 전 60억원대였던 가격이 2배 가까이 올랐다가 조정을 받은 만큼, 비교 시점에 따라 폭락으로 볼 수도 있고 여전히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남권 집값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금리보다 '세금 부담'을 지목했다. 김 소장은 "집값이 더 오르지 않을 것 같아서 매물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세제 개편에 따른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보유세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2029년부터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80%)의 공제 한도가 10억원으로 축소된다는 전망까지 나오자 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장기 보유자들이 급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2027년까지 유예 기간을 뒀지만 매도 희망자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정리를 끝낼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 때도 1년 반짝 안정된 뒤 다시 올랐던 전례가 있다. 단기 효과만으로 안정을 속단하기는 이르며 최소 3~5년은 이어져야 진정한 '안정'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출 규제, 수도권 외곽·지방 실수요자들이 더 타격" 지적
대출 규제에 따른 역설적인 상황도 짚었다. 김 소장은 "강남권은 대출 한도가 2억원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자기자본이나 증여를 통해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가 많아 고금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며 "오히려 15억원 이하 주택을 6억원의 대출을 받아 매입한 신혼부부나 집값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자 부담까지 커진 수도권 외곽·지방의 실수요자들이 훨씬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토지 보상이나 인허가 단계는 국민이 체감하기 어렵다"며 "과거 2기 신도시 때처럼 공공분양 물량을 모아 대규모 '청약 페스티벌' 같은 합동 분양을 열어줘야 신혼부부들이 무리한 매수를 멈추고 청약을 기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안가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