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유세중 피격돼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이 되살아 난다. 15일(현지시간)부터 4일간 열리는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될 예정인 가운데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모회사 메타플랫폼은 12일 블로그를 통해 조만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이 부활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 제한 조치도 해제시킨다고 밝혔다. 메타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 간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메타의 글로벌 업무 담당 사장인 닉 클레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 폐쇄는 극단적이고 비상한 상황에 대한 대응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국민이 대통령 후보들의 의견을 동등하게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메타 대변인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 복구는 바이든 대통령과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가 허가 없이 특정인의 주소를 게시하는 등 메타의 정책을 위반하게 되면 최대 2년 동안 계정이 정지돼 대선까지 자신의 계정을 또 다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은 지난 2021년 1월 6일 워싱턴 DC에서 폭동이 발생한 직후 정지됐다. 메타는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폐쇄시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자신의 지지자들의 과격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메타는 2년 동안 그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정지시켰다. 지난 2023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이 복구됐지만 다른 사용자보다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됐다.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SNS 트루스 소셜을 론칭했다. 그는 대선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대중에게 의견을 개진하는 주요 수단으로 트루스 소셜을 사용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4-07-13 08:30:20'1·6 의사당 폭동(Capitol Riot).' 2021년 1월 6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미국 의회 난입사건은 미국인들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민주주의의 꽃인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무장폭도들이 민주주의의 상징적 장소를 유린하는 광경은 '끔찍한 악몽'이었다. 이후 구성된 의회 특별조사위원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장폭동 가능성을 알면서도 이를 막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년여 동안 조사를 하고, 수차례 청문회를 개최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특히 캐시디 허친슨 전 백악관 보좌관은 지난해 6월 28일 청문회에 출석하여 중요한 증언을 했다. 허친슨은 마지막 순간 트럼프의 필사적인 행동을 묘사하며 한 사람의 미국인으로서 이는 '비(非)미국적이고 비(非)애국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내란선동 등의 혐의로 기소할 것을 권고하고 활동을 마감했다. 공화당 일부의 반발이 여전하지만 충격적 사건에 대해 의회 차원의 할 일을 일단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진의 당일 행적에 대한 정보도 청문회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국민 각자의 판단 근거를 제공한 점도 의미가 있다. 지난 9일 여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조사와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을 위한 청문회 실시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곧바로 이견이 노출됐다. 여당이 "선관위 국정조사는 감사원 감사 이후 실시하고, 오염수 문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결과가 나오면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선관위 국정조사 문제는 일단 제쳐놓자.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 청문회는 당장 여야가 특위 구성 등 협상에 나서야 할 사안이다. 일부이지만 소금 사재기가 횡행하고, 어민과 수산물 판매상 등에 대한 구체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IAEA 보고서와 추가 시료 분석 결과만 기다리며 세월을 보낼 때가 아니다. 이게 시급한 민생현안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야당은 부산, 인천, 강릉 등지를 돌며 연달아 장외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핵폐수'라는 말로 국민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여당은 야당에 대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을 가리기 위한 괴담 유포 선동세력이라고 비난한다. 광우병, 사드 전자파에 이은 제3의 괴담이라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처리된 오염수를 마실지 말지를 놓고 말싸움만 거듭한다. 야당의 장외집회와 여당의 횟집회식, 참외 먹방이 평행선을 긋고 있다. 우리 국회와 정치의 유치한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모습이다. 여당은 야당을 장내로 끌어들여 과학적 논쟁을 벌여야 한다. 청문회가 개최되는 동안 야당이 어떤 명분으로 장외집회를 벌일 수 있겠는가. 야당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의 만남으로 사대주의 논란을 자초하는 등 탈국회 행보를 접어야 한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도 얼마든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논란과 진실'(백원필 등 공저)에서 저자들은 원전 사고에 관한 한 '안전과 안심'을 모두 잡아야 한다고 한다. '개인의 합리성'을 넘어 '사회적 합리성' 추구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도 중요한 대목이다. 개인이 듣고 싶은 것, 믿고 싶은 것만 취사선택하는 시대에 한자리에서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청문회는 그만큼 중요하다. dinoh7869@fnnews.com 주필
2023-06-26 17:57:35도널드 트럼프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정확한 여론조사로 정평이 난 퀴니피액대의 지난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대선이 당장 치러진다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응답자 44%가 트럼프를, 48%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는 불과 4%p. 하버드대 미국정치학센터와 해리스폴이 6월 1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놀랍다. 응답자의 45%가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고 했고, 바이든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자는 39%에 불과했다. 아직은 이르지만 내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더 놀라운 사실은 연이은 트럼프 기소가 트럼프의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초만 하더라도 트럼프는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평가가 대세였다. 트럼프가 무리하게 옹립한 국회의원과 주지사 후보들이 중간선거에서 줄줄이 낙선했고, "젊은 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거의 20%p 표차로 재선에 성공하자 디샌티스 대안론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 3월 4일 뉴욕 맨해튼지검이 트럼프를 기소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된다. 트럼프의 기소 혐의가 무려 34가지에 이르는데 트럼프가 포르노 배우와의 성관계를 입막음하기 위해 돈을 지불했고, 이 돈을 숨기기 위해 자기 회사의 문서를 조작해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혐의의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탄압론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호각지세를 보이던 트럼프와 디샌티스의 지지율은 트럼프의 뚜렷한 상승세로 이어지기 시작했다.이달 8일 트럼프는 또 기소를 당했다. 이번에는 뉴욕의 맨해튼지검이 아니라 미국 연방정부가 기소했으니 사안이 훨씬 심각하다. 혐의도 국가기밀문서 무단 반출과 간첩법 위반 등 무려 7개의 연방법 위반이니 매우 위중하다. 트럼프의 사법리스크는 사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법에 의하면 기소를 당하거나 심지어 유죄확정을 받아 실형을 살아도 공직자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박탈당하지는 않는다. 트럼프가 "옥중출마"도 불사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내란죄가 확정되면 얘기가 달라진다.트럼프는 2021년 1월 미국 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폭도를 배후에서 선동한 혐의로 지금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트럼프는 내란죄로 대선 출마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내년 대선 경선 중에도 혐의가 확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 트럼프는 정말 엄청난 사법리스크를 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사법리스크가 커지면 커질수록 트럼프에 대한 지지는 더 견고해지는 양상이다. 공화당의 모든 대선후보 지지율을 합해도 트럼프 지지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고, 한때 트럼프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디샌티스의 지지율은 겨우 두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야당의 대선후보 지지율도 사법리스크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양상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커지면 커질수록 "대안부재론"이 탄력을 받고 지지율이 더 견고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유력 대선후보가 사법적으로 출마가 원천봉쇄될 상황인데도 다른 대안이 부재하다는 정당은 문을 닫아야 하는 정당 아닌가.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3-06-20 18:21:55[파이낸셜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미 의회 난입사태 1주년 연설에서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사태의 책임자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그는 다만 트럼프의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바이든은 이날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연설에서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단지 선거에서 졌을 뿐만 아니라 폭력적인 군중이 의회에 도달하게 함으로써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막으려 했다"라며 "하지만 그들은 실패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트럼프를 암시하고 "폭도를 결집시켜 공격하도록 하고, 백악관 전용 식당에 앉아 모든 일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면서, 경찰이 폭행을 당하고 목숨이 위험에 처하고 국가의 의회가 포위되는 동안 몇 시간이나 아무 일도 안 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6일 미 의회에서는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인증하는 절차가 진행됐으며 이에 반발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해 경찰 1명과 시위대 4명이 숨졌다. 바이든은 2020년 자신의 대선 승리에 대해 "이 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민주주의의 증명이었다"라며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그 선거에서 투표했다. 1억50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그날 투표소에 가 투표했다"라고 평가했다. 바이든은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16번이나 ‘전직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썼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이 트럼프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반란을 조장해 의회를 장악하도록 유도한 사람은 우리 역사상 단 한 명의 대통령이 있었다"며 "누군지 모두가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사태의 책임 논란에 대해 "대통령은 법무부와 법무장관이 독립적으로 행동하길 원한다"며 트럼프를 법무부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트럼프도 성명을 내고 바이든을 비난했다. 그는 "바이든이 완전히, 전적으로 실패했다는 사실에서 눈을 돌리게 하려는 것"이라면서 "미국을 더 분열시키려 내 이름을 이용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동시에 미 의회의 1월 6일 조사위원회를 향해 "조작된 2020년 대통령 선거를 논하지 않는다"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당시 대선이 거짓말이라며 민주당과 바이든이 "(대선에서) 일어난 일에 관한 어떤 답변이나 타당한 이유도 보유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2-01-07 08:20:28[파이낸셜뉴스]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GC와의 법적 분쟁을 합의로 종결했다고 29일(한국시간) 밝혔다. 미국프로골프협회는 2022년 PGA 챔피언십 개최지로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소재한 트럼프 내셔널GC를 선정했다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미국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 직후 이를 전격 취소했다. 그러자 트럼프 내셔널GC는 즉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사건으로 경찰관 1명이 숨지고 100명이 넘는 경비 경찰관이 부상을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건을 부추겼다는 의혹을 받았다. 의사당 난입 사건 직후 PGA는 긴급 이사회를 열어 "트럼프 내셔널GC에서 PGA 챔피언십을 개최하는 것은 PGA의 명성과 PGA가 추구하는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내셔널GC는 PGA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깼다며 고소를 했고 그동안 법정 공방이 이어져왔다. 구체적 합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내셔널GC 경영 책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는 "우리는 골프 산업 발전에 최선을 다하는 PGA와 소속 프로들의 노력을 계속 지원하겠다"는 짤막한 성명을 내놨다.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GC는 박성현(28·솔레어)이 우승한 지난 2017년 US여자오픈이 개최지다. 당시 대회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경기장을 찾기도 했다. 한편 내년 PGA챔피언십은 메이저대회를 7차례나 개최한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서던힐스CC에서 열린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2021-12-29 11:50:019·11테러 20주년을 맞은 미국에서 11일(현지시간) 전현직 대통령이 동참하는 전국적인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미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있었던 기념 공원에서는 첫 번째 여객기가 빌딩에 충돌한 시각부터 추모식이 진행됐다. 2001년 9월 11일 당시 20명의 알카에다 조직원들은 민항기 4대를 납치해 쌍둥이 빌딩과 버지니아주 국방부 청사에 충돌했고 이 가운데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던 1대는 펜실베이니아주 생크스빌에 추락했다. 테러로 2977명이 사망했다. 사건 당시 민주당 상원의원이었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3곳 모두를 방문해 추모 행사를 치렀다. 특히 WTC 붕괴 현장에는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포함한 민주당 전직 대통령들도 참석했으며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과 낸시 팰로시 하원 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도 참석했다. 바이든은 행사 내내 공식 연설을 하지 않았다. 그는 전날 공개된 영상 메시지에서 미국이 테러 이후 "단결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는 점을 배웠다"면서 "우리를 우리답게 만들고 미국이 최고에 있게 하는 것이 단결"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테러 현장 방문 대신 뉴욕시 경찰서와 소방서를 방문해 바이든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비난했다. 지난해 탈레반에게 철군을 약속했던 트럼프는 바이든이 자신의 철군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며 "최대한의 무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왜 다른 9.11 추모 연설들에서는 그 문제가 거론되지 않는지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테러 당시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는 생크스빌 추모 행사에 참석해 극단적으로 갈라진 미국을 우려했다. 지난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 난입사태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던 부시는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테러 위협은 국경 너머 외국에서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결집된 폭력으로부터도 나올 수 있다는 징조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내와 극단주의 폭력 테러가 "미국의 상징을 훼손하려는 목적이며 둘 다 테러리즘이라는 악령의 자식들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CNN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바이든의 지시에 따라 9·11테러 당시 조사 보고서를 기밀 해제했다.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인 오마르 알 바유미라는 인물이 사건 당시 테러범 중 최소 2명에게 이동 및 숙박,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파악됐다.FBI는 알 바유미가 사우디 정보 요원이나 사우디 영사관 관료일 수 있다고 의심했다. 사우디는 알카에다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의 고국인 동시에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자들이 모금 활동을 벌이는 주 무대이기도 하다. 테러 직후부터 사우디 정부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1-09-12 18:10:12[파이낸셜뉴스] 9·11테러 20주년을 맞은 미국에서 11일(현지시간) 전현직 대통령이 동참하는 전국적인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미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있었던 기념 공원에서는 첫 번째 여객기가 빌딩에 충돌한 시각부터 추모식이 진행됐다. 2001년 9월 11일 당시 20명의 알카에다 조직원들은 민항기 4대를 납치해 쌍둥이 빌딩과 버지니아주 국방부 청사에 충돌했고 이 가운데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던 1대는 펜실베이니아주 생크스빌에 추락했다. 테러로 2977명이 사망했다. 사건 당시 민주당 상원의원이었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3곳 모두를 방문해 추모 행사를 치렀다. 특히 WTC 붕괴 현장에는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포함한 민주당 전직 대통령들도 참석했으며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과 낸시 팰로시 하원 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도 참석했다. 바이든은 행사 내내 공식 연설을 하지 않았다. 그는 전날 공개된 영상 메시지에서 미국이 테러 이후 "단결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는 점을 배웠다"면서 "우리를 우리답게 만들고 미국이 최고에 있게 하는 것이 단결"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테러 현장 방문 대신 뉴욕시 경찰서와 소방서를 방문해 바이든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비난했다. 지난해 탈레반에게 철군을 약속했던 트럼프는 바이든이 자신의 철군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며 "최대한의 무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왜 다른 9.11 추모 연설들에서는 그 문제가 거론되지 않는지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테러 당시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는 생크스빌 추모 행사에 참석해 극단적으로 갈라진 미국을 우려했다. 지난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 난입사태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던 부시는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테러 위협은 국경 너머 외국에서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결집된 폭력으로부터도 나올 수 있다는 징조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내와 극단주의 폭력 테러가 "미국의 상징을 훼손하려는 목적이며 둘 다 테러리즘이라는 악령의 자식들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CNN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바이든의 지시에 따라 9·11테러 당시 조사 보고서를 기밀 해제했다.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인 오마르 알 바유미라는 인물이 사건 당시 테러범 중 최소 2명에게 이동 및 숙박,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FBI는 알 바유미가 사우디 정보 요원이나 사우디 영사관 관료일 수 있다고 의심했다. 사우디는 알카에다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의 고국인 동시에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자들이 모금 활동을 벌이는 주 무대이기도 하다. 테러 직후부터 사우디 정부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1-09-12 14:51:19[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지난 1월 6일 국회의사당에서 발생한 난동 사건에 대해 ‘완전한 면책특권’을 주장하며 트럼프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2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제시 빈넬을 비롯한 트럼프 변호인단은 이번주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트럼프를 상대로 제기된 민사 소송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월 에릭 스월웰 하원의원(캘리포니아주)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은 트럼프가 사건 당일 자신의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하도록 연설을 통해 선동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서면 입장문은 민사 소송 제기 이후 트럼프 진영에서 내놓은 첫 공식 입장이다. 빈넬은 서면을 통해 "트럼프는 대통령 재직 기간 동안 헌법 개정을 승인, 거부하거나 비토권을 통해 의회 활동을 재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선거인 임명과 확정을 자유롭게 지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권력 분립의 핵심 원칙으로서 헌법에 따라 대통령에게 부여된 완전 면책에 직접 위배된다"라고 지적했다. 빈넬을 아울러 지난 2017년 6월 공화당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의원(루이지애나주)이 야구 연습중에 트럼프에 반대하는 괴한의 총격에 다친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민주당의 논리라면 스컬리스 사건도 민주당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빈넬은 "스월웰이나 그 동료들을 상대로 유사한 소송이 제기됐다면, 그들도 분명 비슷한 주장을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라며 "법의 측면에서 정치적 발언자들은 그들의 적을 돌볼 법적 의무를 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1-05-26 11:29:30[파이낸셜뉴스]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소유 골프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2년 PGA챔피언십은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CC에서 개최된다. PGA챔피언십을 주관하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는 그동안 후보지를 물색한 끝에 서던힐스CC를 2022년 PGA 챔피언십 개최지로 결정했다고 26일(한국시간) 밝혔다. 지금까지 7차례나 메이저대회를 유치한 서던힐스CC는 2030년 PGA챔피언십 개최지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2022년 PGA챔피언십 개최지는 당초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GC였다. 그러나 지난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충격적 사건이 벌어지자 미국프로골프협회는 긴급 이사회를 소집, 개최지를 변경하기로 의결했다. 1936년에 개장한 서던힐스CC는 작년에 골프다이제스트에 의해 미국 100대 코스 중 34위에 오른 명문 골프장이다. US오픈과 PGA챔피언십을 각각 3차례와 4차례씩 개최했다. 2001년 US오픈 때는 레티프 구센(남아공)이 마지막 72번째 홀에서 60㎝ 우승 퍼트를 놓쳐 18홀 연장전에서 천신만고 끝에 우승해 화제가 됐다. 당시 그린 잔디를 이상하게 깎았다는 선수들의 불만이 팽배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13번째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2007년 PGA챔피언십은 낮 기온이 최고 섭씨 42도까지 올라가는 폭염 속에 치러져 1000여명이 더위를 먹고 쓰러지기도 했다. 안병훈(31·CJ대한통운)은 2009년 이곳에서 열린 US아마추어 챔피언십서 캐디로 나선 아버지 안재형씨의 도움으로 우승한 인연이 있다. 이곳에서는 오는 5월에 시니어 PGA챔피언십이 개최된다. 미국프로골프협회는 이미 관련 직원들이 현장에 파견돼 코스 세팅을 하고 있어 내년 PGA 챔피언십 개최를 위한 코스 준비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2021-01-26 09:32:47[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지자들이 워싱턴 의사당을 난입(1월6일)한 배후인물로 찍힌 탓이다. 조 바이든 당선인은 이를 반란으로 규정했다. 하원은 13일(현지시간) 내란 선동을 이유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찬성 232표, 반대 197표. 공화당 의원 10명이 동조했다. 이제 공은 상원으로 넘어갔다. 한가지 의문이 든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민주당은 왜 기를 쓰고 트럼프를 쫓아내려 하나. 어차피 트럼프는 이달 19일이면 임기 만료다. 사실상 죽은 권력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20일 정식 취임한다. 트럼프 통치를 4년 견뎠다. 며칠만 지나면 자동해결인데 그걸 참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탄핵하면 다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못하는 줄 알았는데 그도 아닌 모양이다. 얼마전 CNN은 팩트체크 기사에서 "탄핵 자체만으론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출마를 막을 수 없다"고 보도했다. 그럼 그저 트럼프가 미워서? 그렇다면 문제다. 탄핵은 갈가리 쪼개진 미국의 또다른 단면이다. 역사를 보면 탄핵은 감정에 치우쳐 처리할 일이 아니다. 샴페인을 터뜨릴 일은 더더욱 아니다. 미국과 한국의 탄핵 정치학을 살펴보자. 탄핵 1호는 17대 앤드류 존슨 남북전쟁(1861~1865)이 끝나고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16대)이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두번째 임기를 시작하고 겨우 40일이 지났을 때 워싱턴DC에 있는 포드극장에서 총성이 울렸다. 링컨이 죽고 부통령 앤드류 존슨(1808~1875)이 17대 대통령에 올랐다. 존슨은 남부 테네시 출신으로 내전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데 힘을 쏟았다. 노예해방보다는 남북을 다시 하나로 묶는 게 급하다고 봤다.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생각이 달랐다. 그 바람에 사사건건 대통령과 의회가 으르렁댔다. 1866년 의회는 민권법을 통과시켰다. 피부색에 상관없이 모든 미국 시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존슨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자 의회는 3분의 2 찬성으로 민권법을 확정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의회가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한 사례다. 에드윈 스탠턴 해임을 둘러싼 공방은 오기 대 오기의 충돌이었다. 스탠턴은 전쟁장관으로 북군의 승리를 이끈 주역이다. 그는 공화당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유화적인 자세를 마뜩찮게 여겼다. 1867년 의회는 스탠턴의 해임을 막을 목적으로 공직자임기법(Tenure of Office Act)을 만들었다. 상원의 인준을 거쳐 임명한 공직자를 대통령이 제멋대로 경질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자 존슨 대통령은 법의 빈틈을 노렸다. 곧 의회가 휴회 중일 때는 대통령이 장관을 직무정지시킬 수 있었다. 이어 남북전쟁의 영웅인 율리시즈 그랜트 장군을 스탠턴의 자리에 앉혔다. 의회에선 난리가 났다. 강직한 그랜트 장군은 자진 사퇴했다. 장관 자리는 다시 스탠턴에게 돌아갔다. 이게 끝이 아니다. 존슨 대통령은 재차 스탠턴을 해임하고 로젠조 토마스 장군을 임명하는 강수를 뒀다. 스탠턴은 사퇴를 거부했다. 한 지붕 두 장관이라는 기묘한 상황이 빚어졌다. 잔뜩 열 받은 의회는 11가지 죄목을 들어 대통령 탄핵안을 냈다. 하원을 무난히 통과한 탄핵안은 상원으로 갔다. 상원은 탄핵 재판부, 우리로 치면 헌법재판소 역할을 한다. 재판장은 대법원장이 맡는다. 의결 정족수는 3분의 2 찬성이다. 탄핵심판 1차 표결은 찬성 35표, 반대 19표로 딱 1표가 모자랐다. 열흘 뒤 탄핵 사유를 추가해 2차 표결에 부쳤다. 결과는 35 대 19로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존슨 대통령은 임기를 꽉 채우고 물러났다. 존슨 대통령 시절은 백악관과 의회의 강대강 충돌이 일상화했다는 점에서 21세기 트럼프 시대의 예고편을 보는 듯하다. 탄핵 대신 사임 택한 닉슨 존슨은 탄핵 1호라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상원 덕에 쫓겨나진 않았다. 37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재임 1969~1974)은 탄핵 열차가 출발하자 차라리 사임하는 쪽을 택했다. 1972년 11월 재선에 도전한 닉슨은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 조지 맥거번 후보는 맥을 못췄다. 선거인단 확보수는 520명 대 49명, 일반 득표율은 61% 대 38%로 역대급 격차를 보였다. 닉슨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대선 전 워싱턴DC 워터게이트호텔에 있던 민주당 선거본부에 괴한이 침입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닉슨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워싱턴포스트지의 민완기자 둘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사건은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비화했다. 버티는 데 한계를 느낀 닉슨은 특별검사 임명에 동의했다. 사건은 닉슨의 거짓말 논란으로 번졌다. 1974년 7월 하원 법사위는 닉슨 탄핵을 권고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죄목은 셋. 사법방해, 직권남용, 의회 모독이었다. 법안은 즉시 하원 본회의로 넘겨졌다. 코너에 몰린 닉슨은 8월8일 TV 생중계를 통해 사임을 발표했다. 탄핵열차는 거기서 멈췄다. 닉슨은 탄핵 불명예를 피한 대가로 사임 1호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역시 상원이 살린 클린턴 빌 클린턴은 젊고 유능한 민주당 대통령(재임 1992~2000)으로 1996년 재선에 성공했다. 2년 뒤 이른바 르윈스키 스캔들이 미국은 물론 지구촌을 달궜다. 세계 최강 미국의 대통령이 백악관 인턴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식에 세계는 경악했다. '부적절한 관계'는 세계의 유행어가 됐다. 속이야 어떻든 미국은 겉으론 청교도 정신에 충실한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1998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하원 장악력을 높였다. 보수색이 짙은 뉴트 깅그리치가 의장이었다. 탄핵 강경파인 깅그리치의 주도 아래 하원은 12월에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상원은 대통령 탄핵에 소극적이다. 1999년 2월 상원은 탄핵심판에서 위증, 사법방해 혐의를 모두 부결시켰다. 위증은 찬성 45표 대 반대 55표, 사법방해는 50표 대 50표로 둘 다 3분의 2 요건(67표)을 채우지 못했다. 클린턴은 존슨에 이어 하원에서 탄핵안이 처리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하지만 존슨과 마찬가지로 상원에서 기사회생했다. 탄핵 두 번, 트럼프의 기구한 팔자 하원은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죄목은 내란 선동, 무시무시하다. 지지자들이 의사당을 난입한 책임을 물었다. 이로써 트럼프는 하원에서 두 번 탄핵 당하는 첫번째 대통령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앞서 2019년 12월에도 하원은 탄핵안을 처리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발단이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바이든 부자에 대한 수사를 종용하고, 이를 군사 원조와 연계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하원은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이때 트럼프는 존슨·클린턴에 이어 하원에서 탄핵 당한 세번째 대통령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트럼프에겐 상원이란 버팀목이 있었다. 2020년 2월 상원은 탄핵안을 기각했다.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었다. 100석 중 53석을 차지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미트 롬니만 빼고 다 트럼프 편에 섰다. 찬성 요건(67표)에 턱없이 모자랐다. 트럼프는 유유히 권좌에 복귀했다. 이번에 어떨까. 곧 개회할 상원 의석은 50대 50으로 바뀌었다.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상원 의장을 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에 유리한 구도다. 하지만 여전히 탄핵 요건, 곧 찬성표 67표엔 한참 모자란다. 공화당 상원의원 가운데 17명이 끈떨어진 트럼프를 버리는 사태가 올까. 글쎄, 그럴 것 같진 않다. 한국 탄핵 사례가 주는 교훈 해방 이후 한국에선 두 번 대통령을 탄핵했다. 2004년 3월 국회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엄청난 후폭풍을 불렀다. 한달여 뒤 4월 총선에서 노 대통령이 이끌던 열린우리당이 압승했다.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새천년민주당, 자유민주연합은 참패했다. 이어 5월에 헌재는 탄핵심판을 기각했고, 노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했다. 적어도 한나라당에 대통령 탄핵은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 됐다. 2016년 12월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했다. 이어 이듬해 3월 헌재는 대통령을 파면했다. 노무현 기각과 정반대다. 박근혜는 탄핵으로 쫓겨난 첫 대통령이 됐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2020년 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과반을 훌쩍 넘어 거대여당으로 올라섰다. 아직은 탄핵이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게 작동하는 듯하다. 하지만 최종 판단은 2022년 봄 대선을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휴브리스 기승 부리는 미국 정치 서양엔 휴브리스(Hubris)를 경계하는 전통이 있다. 우리말로 풀면 오만방자 정도일 듯 싶다. 시신을 훼손하는 것도 휴브리스다. 브래드 피트가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우스 역으로 나온 '트로이'(2004년)란 영화가 있다.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왕의 아들 헥토르를 무찌른 뒤 시신을 질질 끌고 간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프리아모스왕은 절망한다. 그날 밤 왕은 몰래 그리스 진영을 찾아 아킬레우스에게 아들의 시신을 내어달라고 부탁한다. 아킬레우스는 청을 흔쾌히 들어준다. 미국 정치에서 휴브리스가 기승을 부린다. 끈떨어졌다고 봐주지 않는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지배권을 되찾았다. 이때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공화당과 민주당의 격돌이 불을 뿜었다. 작년 2월 트럼프는 국정연설을 위해 의회를 찾았다. 펠로시가 관례상 내민 손을 트럼프가 뿌리쳤다. 성깔 있는 펠로시 의장은 보란듯이 트럼프 연설문을 찢어버렸다.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미국 정치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 누구 탓이냐를 놓고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아는 미국 정치, 싸우다가 타협하고 국익 앞에서 하나로 뭉치는 전통은 '아, 옛날이여'가 됐다는 점이다. 지난 11월 대선에서 내가 제일 놀란 것은 바이든 당선이 아니라 여전히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인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4년 전보다 1000만표 넘게 많은 7422만표를 얻었다. 득표율은 46.8%로 바이든(51.3%)에 완패라고 보긴 어렵다. 트럼프는 떠나도 트럼피즘은 살아있을 것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바이든은 줄곧 통합을 강조한다. 취임식 연설도 하나가 된 미국(America United)을 주제로 잡았다. 트럼프 탄핵은 통합 기조와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돋보인다. 그는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의 직무를 박탈하라는 의회 압력을 거부했다. 펜스는 12일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의 임기가 8일 남았음을 상기하면서 "국가의 명운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치적 게임을 벌이려는 하원의 노력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펜스 부통령은 6일 의회 난입 사태에도 불구하고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바이든의 당선을 확정짓는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그 바람에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당하는 형편이다. 너덜너덜해진 트럼프가 두들겨 맞고 있다. 4년 내내 독선 정치를 편 결과다. 어쩌다 미국이 이렇게 됐을까. 미국도 한국도 통합이 문제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위원
2021-01-14 11:2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