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도시공사(iH)는 근대건축문화자산 재생 1호사업인 건축가 김수근씨가 설계한 인천 중구 개항장에 위치한 주택(개항장 이음 1977)을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재단장해 본격적으로 개관한다고 13일 밝혔다. 근대건축문화자산 재생사업은 근대 역사문화도시인 인천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인천시만의 특색을 발굴하기 위해 역사・지역・건축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을 리모델링, 시민에게 돌려주는 도시재생사업이다. 개항장 이음 1977은 현대건축의 1세대로 꼽히는 건축가 김수근의 건축 철학이 담긴 단독주택으로 거친 질감의 파벽돌, 동양적인 아치 구조, 자연채광을 최대로 살린 다양한 형태의 창들이 건축적인 특징이다. 이 건축물은 사저로 사용되다가 역사적・지역적・건축적 가치를 지닌 건축자산을 미래 세대에게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 2020년에 iH가 매입했다. iH는 2020년에 참여소통・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개항장 이음 1977의 향후 용도 및 활용 방안에 대해 지역주민, 민간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2021년에 지역 건축가 자문을 토대로 공간 리모델링을 완료하는 등 2년 5개월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개항장 이음 1977을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개항장 이음 1977의 개관일은 오는 14일이며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이다. 이승우 iH 사장은 “시민의 품으로 돌아간 개항장 이음 1977이 개항장 지역 문화생태계 조성을 위한 문화전진기지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2-06-13 15:26:22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은 젊은 시절 잡지사 '샘터'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샘터 출판부에 입사, 교열 업무를 보고 필자들과 연락하는 일을 했다. 대학 선배인 소설가 최인호를 '필자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만난 적이 있다고 한다. 최인호는 1975년부터 장장 35년 동안 소설 '가족'을 샘터에 연재했다. 한 작가도 샘터에 수필 등 여러 편의 글을 썼다. 퇴근하면 빨리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집까지 가파른 골목길을 뛰어올라가기도 했다고 한다. 1970년 4월 창간된 샘터는 국내 최장수 월간 교양지로 54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일을 찾아 무작정 상경을 하던 시대에 "헤어져 사는 사람들이 한곳에서 만나 목을 축이며 삶을 나눌 수 있는 샘터가 되겠다"는 게 설립자인 고 우암 김재순(1923~2016)의 포부였다. 우암은 1965년 국제기능올림픽대회 당시 기능공들을 만나 형편이 어려워 진학을 못했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북돋워주자는 뜻에서 창간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책값은 누구나 사서 볼 수 있게 "담배 한 갑보다 싸야 한다"고 했다. 최초 가격은 100원이었다(동아일보 1973년 10월 10일자·사진). 지금도 담뱃값과 비슷한 4800원이다. 우암은 외무부·재무부 차관을 거쳐 국회의원에 7차례나 당선됐고 13대 국회의장을 지냈다. 샘터사의 현 대표 김성구씨는 그의 넷째 아들이다. 최인호 외에도 여러 작가와 유명 인사들이 샘터와 인연을 맺었다. 법정 스님은 1979년부터 1996년까지 '고사순례(古寺巡禮)'와 '산방한담(山房閑談)'을 장기 연재했다. 이해인 수녀는 '시인의 숲속' '꽃삽' 등 다양한 칼럼을, 고 장영희 교수는 '새벽 창가에서'를 연재했고, 샘터 편집장·주간으로 일했던 고 정채봉 작가는 '생각하는 동화'와 '이솝의 생각' 등의 글을 써 어른 동화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책을 잘 읽지 않는 풍조와 출판업 부진으로 잘나가던 샘터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한때 50만부에 이르렀던 발행부수가 2만부까지 떨어졌다. 적자가 누적되자 김성구 대표는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대학로의 랜드마크 샘터 사옥을 매각하며 버텼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2019년 사실상의 폐간과도 같은 무기한 휴간 소식을 독자들에게 전하게 됐다. 그러자 샘터를 사랑하는 오랜 독자들과 기업들이 샘터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영어(囹圄)의 몸인 재소자도 '비록 갇혀있는 처지이지만 사회에 남아 있는 돈을 익명으로 기부하겠습니다'라는 편지를 보내왔다. 십시일반의 힘으로 샘터는 폐간 위기를 넘기고 계속 발행되고 있다. 종이 잡지의 위기는 비단 샘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자기기로 활자를 보고 자극적인 동영상이 범람하는 시대를 맞아 종이로 된 인쇄물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책, 신문과 더불어 잡지도 20여년 전부터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현재 1만부 넘게 발행하는 잡지는 10개 안팎이라고 한다. 여성 잡지, 시사 주간지, 미술 전문지 등도 거의 사라졌다. 이상문학상 주관사로서 오랜 역사를 가진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도 일찌감치 경영난을 겪어왔다. 결국 최근 기약도 없는 휴간에 들어갔다. 창간 52년 만이다. 국내 종합 문예잡지는 이제 '현대문학'만 남았다. 노벨 문학상을 받아들고도 마음껏 웃을 수 없는 한국 문학계의 슬픈 현실이다. 소식을 들은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문학사상 복간에 나서겠다고 했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뜻을 거뒀다. 그 배경에 정치적 이유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맞는지 알 길이 없다. 9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종이판이 폐간될 뻔하다 살아난 게 10년 전이다. 잡지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종이의 향기가 인간의 감성을 다시 자극할 때까지 견뎌내야 한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2024-11-14 18:02:18【 인천=한갑수 기자】 "우리의 소중한 역사문화 유산이 시민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 활용되고 그 가치가 자연스럽게 미래세대로 전승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용방안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최정은 인천시 문화유산과장(사진)은 16일 역사문화 유산 활용방안으로 지역 내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큰 근대 건축물을 복합역사문화공간이나 박물관 등으로 조성, 시민이 향유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중구 개항장을 중심으로 2017년 제물포구락부, 2021년 시민애(愛)집(송학동 옛 시장관사), 2023년 긴담모퉁이집(신흥동 옛 시장관사)을 복합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제공했다. 내년에는 시민애집 옆 옛 소금창고 부지에 있는 일본식 가옥과 부대 창고를 문화공간으로 , 2027년에는 옛 인천우체국을 우정통신박물관으로 개방할 예정이다. 또 공간을 개방한 것에 그치지 않고 미술작품을 전시하거나 역사 관련 인문 강좌,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우현 고유섭 미술전이라든가 김상유 판화 전시, 유희강 서예전 등 인천 출신 미술가·예술가의 작품을 기획전시해 호응을 얻었다. 최 과장은 "문화유산의 특색에 맞춰 프로그램을 기획·제공하고 있는데 참여하는 시민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역사문화 유산 활용 사업은 인천도시공사에서도 근대건축문화자산 도시재생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개항장에 위치한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주택과 옛 해안성당 교육관을 매입·단장해 열린공간으로 개방했다. 최 과장은 인천도시공사와 협업해 시민이 개항장과 문화역사 유산을 효율적으로 체험·관광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인천시의 문화재 정책은 고대∼개항기까지 자산을 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존하고, 개항기∼1974년까지 50년 이상 된 자산은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외형을 보존하는 범위 내에서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는 제도적으로 문화유산 지정이나 별도의 보존을 하지 않는 50년 미만 문화역사 자산에 대해서도 자원화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 인천형 지역유산 제도를 도입해 이들 자산을 활용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자원 발굴·조사를 실시해 미래에 유산이 될 만한 자원을 인천형 지역유산이라는 이름으로 목록화하고 자원화하는 작업을 추진한다. 인천형 지역유산에는 건축물뿐 아니라 시민이 기억하고 있는 사건과 인물에 이르기까지 지역 유산의 개념을 확대해 포괄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그는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활용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화유산은 시민과 가까이 있어야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소신이다. kapsoo@fnnews.com
2024-10-16 18:13:13압구정동 70층, 성수동 70층, 잠원동 49층 등 최근 한강변 재건축 단지에서는 마천루를 세우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김기호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72·사진)는 "한남대교와 반포대교 사이 경관 등 강과 산, 그리고 시가지가 조화롭게 한눈에 들어오는 한강변 경관은 도시 서울의 경쟁력이다"라며 마천루 경쟁을 경계했다.그는 한강변에 밀도 높은 초고층 아파트가 마구 들어서 서울시민들이 한강 둔치에서 아파트만 보게 될 것을 우려했다. 김 교수는 "도시계획학계가 1990년대부터 다수의 용역보고서와 연구논문을 통해 강과 산, 시가지가 조화를 이룬 한강변 경관을 보존하자고 강조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김 교수는 도시 서울의 매력을 한강변 경관에서 찾았다. 도시 서울의 600년 역사를 한강변 경관으로 꿰뚫어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름다운 산이란 경관 요소가 1394년 도시 서울을 탄생시켰고, '경교명승첩' '엄마의 말뚝' 등에서 알 수 있듯 서울시민들은 산과 강이 어우러진 경관을 벗 삼아 삶을 꾸려 왔다"고 설명했다.도쿄와 런던, 파리 등 세계적인 도시들은 그들마다 누적된 역사경관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 정체성을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된 자신들의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대표적으로 도시 도쿄의 정체성을 근세로까지 소급하는 '에도도쿄(江戶東京)' 담론이 있다. 김 교수는 "세계 도시들의 경제수준이 상향 평준화된 지금 시대에 각 도시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이 살아온 생활양식, 즉 역사"라며 "600년 이상 한 나라의 수도로 발전해 온 도시 서울의 역사를 시민들이 일상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 교수가 역사경관을 주목하는 배경에는 1980년대 초반 독일 유학의 경험에 있다. 아헨공과대 박사과정생이었던 그는 강의를 통해 '역사경관'이란 개념을 배우며 관련 연구자들과 답사를 다녔다. 옛 건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관리하고 옛 건물이 세워진 사회경제적 맥락을 지역의 정체성으로 설명하는 독일의 도시계획을 체험했다. 옛 건물들을 그저 철거해야 할 것으로 치부하던 한국의 도시계획과 다른 조류였다. 그는 "유럽인들에게 역사경관은 당연히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도시의 가용자원"이라며 "시간이 쌓이며 자연스럽게 형성되지만 그렇다고 현대인이 일부러 만들 수 없는 역사경관의 속성을 40년 전부터 이들은 이해하고 있었던 셈"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도시계획 분야의 원로다. 학부생 시절 건축가 김수근의 '공간건축연구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그는 2015년 '역사도심기본계획'의 제작을 책임졌다. 2014년엔 '서울플랜 2030' 수립을 진두지휘했다. 지난 4월까지는 국토교통부가 위촉하는 행복도시(세종시) 총괄기획가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수많은 약력 중 으뜸은 1990년대 중·후반 인사동길 계획의 변화를 이끌어내 한국 도시계획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도로와 필지를 무조건 인위적으로 크게 만들던 도시계획이 아닌, 기존 도시조직을 활용해 가로변을 활성화하는 도시계획이다. 그는 "독일 유학 시절부터 가져왔던 역사경관의 활용이란 문제의식을 실제 정책에 구현해 개인적으로 뿌듯하다"고 회상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10-02 19:12:47[파이낸셜뉴스] 장충동은 묘한 동네다.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대감 부잣집 같은 저택들과 실향민들이 모여살던 좁디 좁은 벌집촌이 혼재되어 있다. 근대사를 따져 설명하자면 일제시대였던 1930년대에 조성된 신흥 고급 주택단지 지역에 한국전쟁 후 실향민들이 정착하면서 자연스레 '소셜 믹스(Social Mix)'가 이뤄진 동네라 할 수 있다. 1960년대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자택이 들어섰고,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 역시 월남 후 이곳의 적산 가옥에 본적을 등록했다. 이 서울의 전통 부촌 한복판에 스타벅스가 10번째 스페셜 스토어 '장충라운지R점'을 열었다. 12일 개점을 앞두고 지난 11일 언론에 먼저 매장을 공개했다. '장충라운지R점'은 스타벅스가 리저브 매장 국내 도입 1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10번째 매장으로 서울 도심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리저브 전용 매장이다. 스타벅스는 특별한 장소에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더해 이색적이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매장인 스페셜 스토어를 꾸준히 선보여왔다. 1세대 토종 건축가 나상진이 지은 기업가의 저택, 서울 도심 첫 리저브 전용 매장으로 재탄생서울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 역에서 장충교회를 끼고 고급 주택가가 있는 언덕 길을 올랐다. 막다른 길에서 왼쪽으로 돌아 이윽고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을 끼고 다시 오른쪽 내리막길로 슬슬 내려오다 보니 왼편에 큰 저택 한 채가 보였다. 설마하며 대문 기둥 옆 나무 문패를 살피니 영문으로 '스타벅스 리저브'라고 적혀있었다. 대문으로 들어서자 세월의 흔적이 묻은 돌계단 앞에 다시금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로고와 함께 '당신의 커피 여행이 이곳에서 시작된다(Your Coffee Journey Starts Here)'는 문구가 적힌 표지석이 있었다. 방문객들을 새로운 커피 여행으로 인도해 줄 이 건물은 대선제분의 창업주 고 박세정 회장 일가가 4대에 걸쳐 살았던 집이다. 우리나라 1세대 토종 건축가로 불리는 나상진에게 의뢰해 1963년 설계하고 1965년 착공해, 1966년 6월 1일 완공됐다. 나상진은 우리나라 대표 건축가로 꼽히는 김중업, 김수근보다 한 세대 앞선 건축가로 1950~1970년대에 왕성한 활동을 했다. 한국 최초의 골프 클럽하우스였던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꿈마루를 설계했고, 광장동 워커힐호텔 본관과 후암동 성당, 과거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캠퍼스로도 쓰였던 석관동의 중앙정보부 본청사 등을 지었다. '장충라운지R점' 건물은 당대에 보기 힘든 대형 주택으로 워커힐호텔 공사 직후 나상진은 이 건물을 짓는 일에 착수했다. 공공 건물을 주로 지어왔던 나상진의 커리어 그래프에 있어서도 희귀한 포트폴리오가 더해졌다. '장충라운지R점'의 지붕은 마치 너른 들판에 산이 솟은듯한 모양새다. 하지만 대문에서 집을 우러러 보면 백색 유람선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가로 선이 강조된 디자인이다. 2019년까지 대선제분 박선정 대표의 집으로 사용됐던 이 집은 한 일가의 둥지에서 이제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서로를 마주하고 네트워킹을 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리저브 커피를 마주하기 전, 예술적 영감을 마주하는 대기 공간'장충라운지R점'은 지하 1층 및 지상 1, 2층과 테라스 등 전체 좌석 수 180석 규모로 구성됐다. 입구의 표지석이 안내하는 화살표 방향을 따라 과거 차고지로 사용되었던 지하 공간으로 들어섰다. 본격 매장으로 들어서기 전 대기하는 공간으로 김민경, 장진화 작가의 일러스트레이터 그룹 오르빗 스튜디오(Orbit Studio)의 증강현실(AR) 작품 '한 잔의 오디세이(A Cup of Odyssey)'를 만날 수 있다. 벽화 상단의 QR코드를 휴대폰에 인식시킨 후 벽화를 다시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면 커피 원두의 재배부터 수확, 로스팅을 거쳐 한 잔의 커피가 고객에게 제공되기까지의 여정이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장충라운지R점'의 지상 1, 2층에 조성된 총 7개의 고객 공간은 라운지, 뮤직룸 등 컨셉트를 달리해 마치 각각의 독립된 방처럼 분위기를 연출했다. 1층과 연결된 야외 정원에는 좌석 40석을 설치해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조성했다. 스타벅스는 공간의 혼잡함을 덜기 위해 국내 매장 최초로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의 '나우웨이팅' 시스템을 도입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모바일 기반의 현장 줄서기 시스템으로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지하에서 대기를 하면 순번에 따라 매장 이용을 도와드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960년대 스타일 응접실과 정원에서 사색하며 즐기는 특별한 음료와 먹거리지하 1층 대기 공간에서 계단을 타고 한 층 위로 올라오면 모던한 미드센추리 컨셉트의 공간이 펼쳐진다. 건물의 내부는 리모델링을 거쳐 스타벅스의 헤리티지가 담긴 감각적인 공간으로 재해석되었지만 과거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있다. 지하부터 2층까지 연결된 각진 나선형의 계단과 난간 손잡이, 샹들리에, 1층 계단 앞 응접실의 석벽과 옆방의 벽난로는 최대한 원형을 보존했다. 매장을 향해 올라가며 고개를 들어 화려한 샹들리에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재작년 방영됐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과거 60~70년대 대한민국의 경제 개발을 이끌었던 재벌가의 비밀 이야기가 흘러 나올 것 같다.1층 안쪽에서는 커피와 디저트를 주문할 수 있는 공간과 더불어 '믹솔로지 바'가 자리잡았다. 믹솔로지는 'Mix(섞다)'와 'Technology(기술)'가 더해진 말로 주류에 다른 음료나 과일,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새로운 맛으로 즐기는 것을 뜻한다. 해외 스타벅스 로스터리에서는 이미 도입됐지만 국내에는 최초로 이 곳에 도입됐다. '믹솔로지 바'에서는 스타벅스의 대표 커피 메뉴인 에스프레소, 라떼, 콜드브루를 칵테일 음료로 개발한 '에스프레소 마티니', '라떼 위스키 마티니', '시트러스 콜드브루 마티니', '버번위스키 크림 콜드브루' 등 4종을 포함해 총 11종의 다양한 칵테일 음료를 만날 수 있다. 이날 '버번위스키 크림 콜드브루'를 시음했다. 미국 버번 위스키 시장에서 짐 빔과 '원톱'을 다투는 '에반 윌리엄스'를 활용했는데 스모키 향이 감도는 부드러운 거품이 콜드브루의 씁쓸함과 잘 어우러졌다. 고급스러운 '아이리쉬 커피'를 맛보는 느낌이었다. '화이트 모스카토 상그리아', '딸기 레몬 보드카 블렌디드' 등 믹솔로지 음료의 경우 알코올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옵션 선택이 가능하다. 아울러 스타벅스 리저브 에스프레소 샷에 초콜릿 파우더와 프렌치 바닐라 크림, 제주팔삭 셔벗을 곁들인 음료 3종을 한데 모은 특화 음료 '에스프레소 플라이트'도 이 곳에서 즐길 수 있다. 스타벅스는 리저브 커피 및 믹솔로지 음료와 함께 곁들이기 좋은 디저트, 브레드, 샌드위치, 믹솔로지 푸드 등 12종도 새롭게 출시했다. 또한 믹솔로지 바 컨셉트의 신규 상품으로 'SS 스웰 라운지 아이스버킷 2L', 'SS 스웰 라운지 쉐이커 텀블러 세트 530ml' 및 바 웨어 전문 브랜드 리델과 협업한 크리스탈 글라스 2종 등 7종의 MD를 선보였다. 눈독 들였던 미드센추리 스타일 소파, 여기서 앉아볼까유서깊은 공간과 맛있는 커피, 지하의 현대 미술 작품 외에도 '장충라운지R점'을 찾은 방문객들이 즐길 요소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매장 곳곳에 비치된 다양한 디자인의 의자와 테이블, 조명이다. 매장 곳곳에 놓인 가구와 조명은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일종의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 비코 마지스트레티가 1973년 디자인 한 '마라룽가 소파'가 1층 계단 앞 응접실 공간에 놓여있고 마리오 벨리니가 1960년대 선보인 '아만타 소파', 지안카를로 피레티가 1980년에 디자인한 '알키 사이드 체어'등 가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한 눈에 알아볼 소파들이 곳곳에 있다. 엔니오 키지오가 1970년에 디자인 한 '블랙 시오트 램프'와 와 루이지 마소니가 1970년대에 디자인한 '구찌니 모아나 램프'는 빈티지 오리지널 버전이 1층과 2층에 각각 놓여있다. 스타벅스 스토어컨셉기획팀 신용아 팀장은 "'장충라운지R점'에 놓여진 가구 하나 하나에도 스토리텔링을 담고 싶었다"며 "실제 1960년대에서 1980년대 사이에 제작되고 사용된 오리지널 피스와 오마주 피스를 통해 방문객들에게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해외 디자이너의 유명작품으로만 매장이 채워진 것은 아니다. 테이블들은 이예찬, 부재현 등 국내 가구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의 소반과 조약돌의 선이 가미됐다. 스타벅스 홍성욱 점포개발담당은 "'장충라운지R점'은 국내 리저브 도입 10주년을 맞이해 준비한 매장으로 고객분들께서 스타벅스의 커피 헤리티지를 즐기실 수 있기를 바라며 기획했다"라며 "스타벅스는 앞으로도 다양한 콘셉트를 담은 매장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4-09-12 02:49:14한강의 가장 큰 하중도인 여의도에는 조선시대 전부터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살았다. 조선시대에는 잉화도·나의주·나의도 등으로 불렸다고 한다. 지금의 국회의사당 자리에는 양과 말을 방목하던 나지막한 산이 있었는데, 양말산(羊馬山)이라고 불렸다. 방죽이 없던 여의도는 큰비가 오면 어김없이 한강물이 넘쳐 흘렀다. 강이 범람하면 양말산은 머리를 살짝 내밀어 '나의 섬' '너의 섬' 하고 부르던 게 한자로 여의도가 됐다고 한다. 양말산 아래에는 500여가구 20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 일제가 여의도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활주로를 만든 것은 1916년이었다. 비행기가 발명된 직후이고 초창기 전투기들이 하늘을 날던 때의 군용 비행장이었다. 1922년 안창남이 비행기를 몰고 여의도에 나타났을 땐 서울시민 5만여명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고개를 들고 신기한 비행기를 쳐다보았다. 광복 후 여의도 비행장은 1960년 김포국제공항이 개항하기 전까지 국제공항 역할을 했다. 외국을 순방하는 대통령이나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유학생들도 이곳에서 비행기 트랩을 밟았다. 한강철교에서 바라다보이는 여의도는 그리 먼 곳은 아니었다. "영등포도 지났는지 창밖으로는 불빛이 드물게 흘러갔다. 멀리 비행장 있는 쪽에서 서치라이트의 비단결 같은 빛살이 밤하늘을 스쳐가고 또 스쳐가고 있었다." 1962년 김승옥의 소설 '환상수첩'은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주인공의 눈에 비친 여의도를 이렇게 적었다. 공항의 소임을 다한 여의도 개발에 착수한 이는 제24대 서울시장 김현옥이었다. 연인원 52만명을 동원해 7.6㎞의 윤중제를 완공, 2.9㎢의 물이 범람하지 않는 여의도를 만들었다. 그것도 단 100일 만이었다. 1968년 6월 1일 열린 준공식엔 박정희 대통령 등 3부 요인이 참석했고 박정희는 승용차를 타고 윤중제 도로를 달렸다. 윤중제를 건설하면서 김현옥은 여의도 개발 계획을 구상했다. 설계를 건축가 김수근에게 맡겼다. 김수근은 허허벌판 여의도에 개발계획도를 그렸다. 광고(조선일보 1968년 4월 7일자·사진)는 윤중제가 완공되기 전 건설 도중에 실린 조감도다. 그만큼 빨리 밀어붙였다. 광고를 보면 애초 김수근의 계획에는 국회의사당, 시청, 고층아파트, 민족광장, 박물관과 수족관, 공설운동장, 외국 공관 등이 들어설 것으로 돼 있다. 김수근은 공중 보행데크와 자동차 도로를 분리한 입체도시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다른 작품인 세운상가처럼 여의도를 입체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김현옥이 물러나고 양택식 시장이 부임하면서 계획은 여러 차례 수정된다. 처음에는 대법원도 여의도로 옮길 계획이었다. 재설계를 맡은 박병주 교수는 김수근과 다르게 평면적으로 구성했다. 현재의 여의도 모습과 유사하다. 대법원을 신축하기로 했던 곳에는 시범아파트를, 동쪽 끝에는 종합병원을 그려 넣었다. 종합병원은 다시 바뀌어 63빌딩이 들어섰다. 박 교수는 처음에 공원형 광장을 중앙에 배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본 박정희가 열병식과 비행장으로 사용할 수 있게 커다란 콘크리트 광장으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박정희는 박 교수의 설계도를 들고 보고하러 온 양 시장에게 "양 시장 이마만큼 넓은 콘크리트 광장을 조성하시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5·16광장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광장이 만들어졌다. 국군의 날 행사가 열리기도 한 이 광장은 김대중 정부 때 여의도공원으로 변모했다. 박 교수의 설계도에 따르면 서울시청은 국회 바로 앞으로 옮겨질 계획이었다. 그러나 강남을 포함해 여러 곳의 다른 후보지가 물색되다가 결국에는 현 위치를 고수했다. 국회 앞 서울시청 이전 계획지에는 한국산업은행이 대신 들어왔다. 당시 서울시의 관심은 여의도보다 강남 개발에 쏠려 있었다. 여의도를 통과할 계획이었던 지하철 2호선은 더 큰 원을 그리며 여의도를 비켜가 강남을 지나가는 순환선으로 변경됐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2024-06-06 18:36:30서울 종묘광장공원에서 남쪽으로 1㎞ 구간에 오래된 상가들이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다. 세운상가에서 시작해 삼풍상가, PJ호텔, 신성상가, 진양상가로 이어지는 곳이다. 서울시가 최근 이 지역을 녹지로 만들어 남산과 잇닿게 하고 주변을 재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상가가 있는 1만1000㎡ 터에는 푸른 숲이 조성되고, 좌우에 고층빌딩들이 들어설 것이다. 세운상가를 비롯한 상가들은 1967년부터 1971년까지 잇달아 준공됐다. 이 지역은 원래 '종삼'으로 불리던 사창가였다. 문인들의 글을 보면 명동에서 취한 주당들이 비틀거리며 걸어서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은 '나비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윤락녀들을 몰아내고 이곳을 건축가 김수근에게 설계를 맡겨 '스트리트몰'로 탈바꿈시켰다. 공사가 시작될 즈음 광고면에 조감도가 실렸다(조선일보 1967년 8월 20일자·사진).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개관식에 참석할 만큼 완공된 상가는 장안의 화제였다.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로서 서울 중심의 랜드마크 대접을 받았고, 아파트에는 부유층이 입주했다. 서울시는 "하와이 호놀룰루 알라모아나 쇼핑센터보다 더 크니 세계 제일"이라고 자랑했다. 그런데 막 완공된 세운상가 6~10층을 국회가 임차해 의원 전원이 입주하는 의원회관으로 쓰려다 호화 사무실이라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때는 국회가 현재의 태평로 서울시의회 자리에 있을 때였다. 이런 비난과 국회와의 거리 때문에 4년 만에 의원회관은 태평로 국회 옆 코리아나호텔로 옮겼다. 10월 유신으로 국회가 해산되는 바람에 짧은 기간에 그쳤지만 호텔 방을 의원 사무실로 쓴 것이다. 1975년 국회가 여의도로 옮겨간 뒤 의사당 앞 아파트를 매입, 설계를 바꿔 의원회관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현재의 의원회관이 준공된 것은 1989년 12월이다. 광고를 보면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가 시공 주체로 나오고 사장 박창원, 부사장 김수근이라고 씌어 있다. 세운상가를 설계하고 시공한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는 정부가 운영하던 엔지니어링 공기업이었다. 1963년 국제산업기술단으로 설립돼 1966년 8월 이 이름으로 바꿔 중요한 사업들을 시행했다. 올해 출범 61주년이 된다. 소양강댐도 이 업체가 설계했다. 1994년 민영화되어 한진건설이 되었다가 현재는 ㈜한국종합기술로 다시 바꾼 종업원 지주회사다. 세운상가를 설계했고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2대 사장을 지냈던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은 김중업과 함께 한국의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세계 현대 건축가 101인에 선정됐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한국의 로렌조'라고 칭했다. 로렌조는 미켈란젤로 등 예술가를 후원해 예술을 꽃피운 사람이다. 서울대 공대에 입학했다가 전쟁이 터져 일본으로 밀항, 도쿄대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김수근은 홍익대와 건국대, 국민대에서 교수로 일하기도 했다. 김수근의 자취는 전국 곳곳에 남아 있다. 세운상가 외에도 서울 불광동성당, 자유센터, 타워호텔, 잠실 올림픽경기장, 샘터 사옥, 공간 사옥, 동숭동 아르코 예술극장, KIST 본관, 문화방송 사옥, 인천상륙작전 기념관, 서울지하철 경복궁역, 한계령 휴게소, 국립 부여·청주·진주박물관, 주미 한국대사관저, 경찰청 청사, 서울지법 청사, 워커힐 더글라스 호텔,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 등 주요 작품만 해도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다. 현재 조선팰리스서울 강남 호텔로 재건축된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은 김수근이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985년 병상에서 얼개를 그린 마지막 작품으로, 그의 유작인 셈이다. 김수근은 남영동 대공분실을 설계했다고 해서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사장으로 공직을 맡기도 했고, 공공건축물을 많이 설계한 김수근으로서는 당국의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2024-05-16 18:12:49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자유센터에서 '남산공연예술벨트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자유센터 건물을 활용해 남산공연예술벨트의 한 축이 될 국립공연예술창작센터(가칭)을 조성하고자 한국자유총연맹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은 자유센터를 문화예술공간으로 사용하도록 장기 임차(20년)하고, 자유센터 시설 활용성 증대를 위해 상호 협력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문체부는 이번 협약을 바탕으로 지난해 건립 50주년을 맞이한 국립극장과 공연예술의 종합 창작 기지인 국립공연예술창작센터를 중심으로 '남산공연예술벨트'를 조성한다. 한국자유총연맹이 소유한 자유센터 건물은 현재 민간에서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현대건축 1세대로 평가받는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의 초기작으로도 유명하다. 문체부는 이를 국립공연예술창작센터로 조성하기 위해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임차할 계획이다. 나아가 자유센터 건물(총면적 8654㎡)과 대지(5685㎡)에 연습실과 공연장, 무대장치 분류센터를 만들고 이를 다양한 분야의 공연단체에 제공해 공연 작품 기획부터 창·제작, 유통, 소비까지 이어지는 공연예술산업의 거점으로 활용한다. 아울러 지난 2010년 독립법인화해 국립극장과 분리됐던 국립극단을 다시 국립극장으로 이전해 '남산공연예술벨트'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강화한다. 국립극단은 앞으로 국립극장의 대표 선수로 활동하며 민간 제작이 어려운 실험적이고 예술적이며, 규모가 큰 다양한 연극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문체부는 남산공연예술벨트 외에도 서울의 중심인 명동과 정동, 서계동 등 도심을 잇는 복합문화공간을 조성 또는 개선해 공연예술산업 전반을 성장시킬 계획이다. 2028년 완공을 목표로 공연장과 편의시설을 늘리기 위한 재건축을 준비 중인 국립정동극장, 명동 한가운데 있는 명동예술극장 등은 더 많은 내외국인이 찾을 수 있는 공연장으로 활성화한다. 유인촌 장관은 "서계동 복합문화공간과 국립정동극장 재건축에 이어 남산공연예술벨트 조성 계획을 마련해 공연예술산업 성장을 위한 튼튼한 기초를 닦았다"면서 "K공연을 전 세계로 확산할 혁신과 재도약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03-19 06:21:17[파이낸셜뉴스] 국립현대미술관은 16일 과천관에서 개막하는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전에 윤형근의 1960년대 기하학적 추상작 '69-E8'(1969)을 최초로 공개한다. 15일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이 작품은 유족이 재작년 윤형근 작업실을 정리하면서 발견했다. 1969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 출품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작품이다. 유족은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사진은 있었으나 그간 소재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기하추상 전시를 계기로 이를 발굴해 수집 제안하고 심의를 거쳐 소장품 목록에 올렸다. 밝은 색감의 윤형근의 1960년대 기하학적 추상작 '69-E8'은 1969년 제10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출품한 작품이다. 당대에 이뤄진 급격한 도시화 및 건축과 미술 분야의 밀접한 관계성은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등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윤형근은 김중업이나 김수근 등 당대의 대표적인 건축가들과 교류하며 미술과 건축의 관계성에 주목했다. 박람회의 건축물과 디자인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기하학적인 조형과 옵티컬한 원색의 색조다. 전시장 외벽을 각각 색이 다른 다이아몬드 형태의 띠로 장식했고, 박람회 정문에도 이와 같은 형태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이런 사례들은 당대에 미술가, 건축가, 디자이너가 연대해 활동하는 데 있어 기하학적 추상이 조형적 접점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윤형근은 1970년대 이후 청다색의 어두운 색조에 기반한 표현적인 추상 작품을 주로 제작했다. 윤형근의 1960년대 말 기하학적 추상 작품은 1970년대 이후 그의 대표작이 등장하는 데 중요한 밑바탕이 됐다. 한편 박서보, 하종현 등 한국 추상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기하학적 추상 시기의 작품을 선보이는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전은 1920~70년대까지 한국 대표 추상미술가 47인의 기하학적 추상 작품 150여점, 아카이브 100여점을 출품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가 한국 기하학적 추상미술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더욱 활발한 연구와 논의를 끌어내어 한국 미술의 줄기를 더 풍성하게 키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5월19일까지.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11-15 12:08:24MZ 세대의 새로운 문화를 선도할 크리에이티브 라이프스타일 페스티벌 ‘2023 EVERYTHING LOCAL with BC’가 8월 대학로에서 개최된다. ‘2023 EVERYTHING LOCAL with BC’(이하 ‘에브리씽 로컬’)은 로컬 거점을 활용한 콘텐츠로 ‘나’만의 진정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페스티벌이다. 주최사인 (주)아떼오드가 BC 카드와 손을 맞잡고 대학로 상권 활성화와 창작 뮤지컬 지원을 위해 기획했다. 이를 시작으로 양사는 국내 창작 뮤지컬 제휴뿐만 아니라 오픈 런 공연 지원, 창작 뮤지컬 리딩 개발까지 파트너십을 맺고 협업할 예정이다. ‘에브리씽 로컬’은 6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며, 각 프로그램에는 분야별 저명한 호스트들이 함께한다. 대학로 일대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래머블 대학로’에는 취미여가 플랫폼 ‘프립’의 리더 소담이 ‘골목길 예술 여행’의 호스트로 나선다. 참가자와 함께 조선시대 성균관부터 붉은 벽돌이 상징적인 건축가 김수근의 건축물은 물론 연극과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만날 수 있는 대학로에 흠뻑 젖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트래블 브런치’는 현재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을 역임 중인 곽민수가 호스트로 참여해 참가자와 함께 특별한 브런치를 즐기며 고대 문명으로의 비밀 여행을 떠난다. 곽민수 소장이 경험한 다양한 여행지에 대한 에피소드 등 풍성하게 진행될 예정으로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바 있어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대학로 사운드 얼라이언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에서 펼쳐지는 ‘크리에이티브 살롱’에는 밴드 못(Mot)의 멤버이자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송인섭 트리오의 리더인 송인섭과 킹스턴루디스카 멤버이자 스카재즈유닛의 리더인 피아니스트 임채선이 호스트로 참여한다. ‘노르웨이 숲’, ‘1Q84’의 저자이자 재즈 애호가로도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와 빌 에반스, 제인 피츠제럴드의 재즈 히어로를 만나는 시간으로 재즈의 역사와 하루키의 소설 속 등장하는 재즈를 알아볼 수 있다. ‘바(BAR) 기슭’의 오너 바텐더 이동환과 함께하는 ‘스피크이지 클럽’은 대학로 어느 골목길에서 비밀스럽게 진행된다고 밝혔다. ‘취향(醉鄕) X 취향(趣向)’ 콘셉트로, 월드 클래스 바텐더와 함께 전 세계의 다양한 주류를 맛보고 자신의 취향을 찾아갈 수 있는 커뮤니티 클래스다. 다양한 위스키와 글로벌 트렌드의 바 컬처, 브랜드 스토리를 통해 취향을 넓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할 예정이다. ‘루프탑 샴페인 포차 Let’s Digging Party’는 샴페인과 하이볼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시간으로 탄산바, 최원우 바텐더가 호스트로 나선다. 참가자와 함께 사운드 얼라이언스 루프탑에서 진행될 이 프로그램은 로컬 스트리트 푸드와 샴페인, 하이볼의 오묘한 페어링을 제공한다. 특히, 음식과 술이 있다면 빠질 수 없는 음악으로는 Queen J, Oerets, DZ FRDY 등 로컬 라인업의 디제잉 퍼포먼스가 준비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개최지의 로컬 문화를 살린 ‘Musical Gala with Bccard’이다. 뮤지컬 인플루언서인 ‘뮤지컬천재 황조교’가 MC로 나서며 대학로 대표 창작 뮤지컬의 주요 넘버가 마로니에 공원을 가득 채울 예정이다. 마니아층의 탄탄한 지지를 받는 재공연과 새로운 매력의 창작 초연 작품의 조화로운 라인업의 출연진은 추후 공개된다. ‘에브리씽 로컬’의 첫 번째 개최 소식을 전하며 주최사 (주)아떼오드(대표 송은도,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는 “첫 시즌을 여는 ‘에브리씽 로컬’은 이름 그대로 지역 사회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프로그램에 녹이고자 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편안하게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느슨한 연대’,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유머와 위트’를 표방한다. 회수를 거듭할수록 같은 듯 다른 각 지역의 문화를 경험하며 페스티벌 참가자들이 ‘문화초연결’을 경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페스티벌을 계획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또한, “첫 개최지가 창작 공연 문화의 메카 대학로인 만큼 공연을 사랑하는 많은 분이 관심을 두시길 바라며,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끔 준비하겠다. 또한 BC카드와 문화 멀티 제휴 파트너가 되어 기쁘며 장기적으로 창작 문화 발전을 위해 협업할 방안을 모색해 보겠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경험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현대사회에 가장 핫하고 트렌디한 문화 경험을 제공하는 ‘에브리씽 로컬’은 2023년 8월, 대표적인 공연 문화 콘텐츠의 거점인 대학로를 시작으로 성수, 연남, 홍대를 지나 양양, 해운대, 제주 등 전국의 다양한 지역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대표 지역 문화 페스티벌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무료로 진행되는 ‘Musical Gala with Bccard’를 제외한 5개 프로그램의 신청은 8월 11일(금) 오전 11시까지 ㈜라이브애비뉴 공식 인스타그램, 트위터 내 url로 접속 가능한 구글 폼을 통해서 신청할 수 있다. 구글 폼 제출 후 추첨을 통해 선정된 참석자에게 별도의 안내 문자가 발송될 예정이다. 한편, ‘에브리씽 로컬’은 ㈜아떼오드가 주최, (주)라이브애비뉴가 주관하며, NHN링크, NHN벅스, NHN여행박사, (주) 사운드얼라이언스, MLD엔터테인먼트, BC카드가 후원한다. slee_star@fnnews.com 이설 기자 사진=(주)아떼오드
2023-08-08 10:4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