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백남준아트센터 특별전을 3차원(3D)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로 구현해 디지털 트윈 공간에 오픈했다. 21일 KT에 따르면 이번에 구현한 전시는 백남준아트센터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다. 전시는 백남준의 기념비적인 위성 생방송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을 중심으로 기술과 예술이 결합해 서로 다른 시공간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전 지구적 소통'의 가치를 환기한다. KT는 생성형 비전 AI 기술을 활용해 현실 속 예술 작품을 형상·질감·재질이 표현된 초실감형 3D 모델로 제작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주요 소장품인 'TV 부처', '칭기즈 칸의 복권', '로봇 K-456', 'TV 첼로'가 순차 공개된다 전시는 약 1개월 간 백남준아트센터, 홍익대학교 서울캠퍼스 내 '홍익 AI 뮤지엄'과 KT 디지털 트윈 웹사이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백남준아트센터와 홍익 AI 뮤지엄에서는 확장현실(XR) 기기로 작품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XR 기기를 착용하면 실제 전시장에 방문한 것과 다름없는 경험을 제공한다. 작품 배치까지 백남준아트센터를 그대로 따랐으며 관람객이 작품에 가까이 다가갈 시 상세한 해설도 제공한다. KT 디지털 트윈 웹사이트에는 저사양 디바이스에서도 작품을 원활히 감상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스트리밍 기술이 적용됐다. 기존 실감형 콘텐츠는 성능이 좋은 컴퓨터로 접속하지 않으면 뚝뚝 끊기고 로딩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KT 디지털 트윈 웹사이트는 클라우드에서 연산 처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관람객이 접속한 디바이스에 GPU가 없어도 초실감형 콘텐츠를 원활하게 즐길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구현하는데 생성형 비전 AI를 활용한 초실감형 3D 기술을 사용했다. 기존에도 사진이나 영상에서 3D 모델을 구현할 수는 있으나 세부 정보가 부족해 생성물의 현실감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정확한 구현을 위해서는 비싼 특수 장비로 다량의 사진을 찍어야 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4-05-21 18:07:37KT가 백남준아트센터 특별전을 3차원(3D)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로 구현해 디지털 트윈 공간에 오픈했다. 21일 KT에 따르면 이번에 구현한 전시는 백남준아트센터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다. 전시는 백남준의 기념비적인 위성 생방송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을 중심으로 기술과 예술이 결합해 서로 다른 시공간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전 지구적 소통’의 가치를 환기한다. KT는 생성형 비전 AI 기술을 활용해 현실 속 예술 작품을 형상·질감·재질이 표현된 초실감형 3D 모델로 제작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주요 소장품인 'TV 부처', '칭기즈 칸의 복권', '로봇 K-456', 'TV 첼로'가 순차 공개된다 전시는 약 1개월 간 백남준아트센터, 홍익대학교 서울캠퍼스 내 ‘홍익 AI 뮤지엄’과 KT 디지털 트윈 웹사이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백남준아트센터와 홍익 AI 뮤지엄에서는 확장현실(XR) 기기로 작품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XR 기기를 착용하면 실제 전시장에 방문한 것과 다름없는 경험을 제공한다. 작품 배치까지 백남준아트센터를 그대로 따랐으며 관람객이 작품에 가까이 다가갈 시 상세한 해설도 제공한다. KT 디지털 트윈 웹사이트에는 저사양 디바이스에서도 작품을 원활히 감상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스트리밍 기술이 적용됐다. 기존 실감형 콘텐츠는 성능이 좋은 컴퓨터로 접속하지 않으면 뚝뚝 끊기고 로딩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KT 디지털 트윈 웹사이트는 클라우드에서 연산 처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관람객이 접속한 디바이스에 GPU가 없어도 초실감형 콘텐츠를 원활하게 즐길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구현하는데 생성형 비전 AI를 활용한 초실감형 3D 기술을 사용했다. 기존에도 사진이나 영상에서 3D 모델을 구현할 수는 있으나 세부 정보가 부족해 생성물의 현실감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정확한 구현을 위해서는 비싼 특수 장비로 다량의 사진을 찍어야 했다. 하지만 생성형 비전 AI 기술을 활용하면 보통 스마트폰 카메라로도 3D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면 학습된 AI가 모델의 세부적인 기하학적 구조를 재구성해준다. 특히 KT 기술은 기존 대비 반사광 등 재질감 표현에 뛰어나다. 생성된 3D 모델 표현의 텍스처를 추가 수정하지 않고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정도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4-05-21 09:10:57[파이낸셜뉴스] 국립현대미술관이 보존·복원 3개년 사업을 완료하고, '다다익선'이 재가동 1주년을 맞이한다. 지난 1989년 9월 15일 최초 제막한 백남준의 '다다익선'은 서울올림픽대회 등 국가적 행사와 맞물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건축 특성에 맞게 기획·제작된 상징적 작품이다. 총 1003대의 브라운관(CRT) 모니터가 활용돼 백남준 작품 중 최대 규모이며 지난 2003년 모니터를 전면 교체하는 등 약 30년간 수리를 반복해오다 2018년 2월 전면적인 보존·복원을 위해 가동을 중단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내외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2019년 9월 '다다익선 보존·복원 3개년 계획'을 마련하고 '작품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되 불가피한 경우 일부 대체 가능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3년의 기간을 거쳐 '다다익선' 보존·복원 사업을 완료했다. '다다익선'의 보존·복원은 1003대 CRT 모니터 및 전원부에 대한 정밀진단 후 중고 모니터 및 부품 등을 수급해 손상된 모니터 737대를 수리·교체했고 더 이상 사용이 어려운 작품의 상단 6인치 및 10인치 브라운관 모니터 266대는 기술 검토를 거쳐 모니터의 외형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평면 디스플레이(LCD)로 제작·교체했다. 전원·냉각설비를 교체해 작품의 보존환경을 개선하고 8개의 영상작품을 디지털로 변환·복원해 영구적인 보존을 도모했다. 보존 처리 완료 후 6개월간 '다다익선'의 시험 운전을 통해 가동 시간별 작품 노후화 정도 등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운영방안 및 수시 보존 방안을 마련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국립현대미술관은 백남준 작가의 대표작이자 과천관의 상징인 '다다익선'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수시 점검과 보존처리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3년간의 '다다익선' 보존·복원 과정을 담은 백서를 연내 발간해 보존·복원의 기술 공유와 백 작가의 가치 확산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09-15 11:39:53[파이낸셜뉴스] 서울시립미술관이 국제심포지엄 '백남준, 메가트론, 그리고 서울 랩소디'를 오는 2월 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세마홀에서 연다. 서울시립미술관에 따르면 이번 심포지엄은 백남준의 예술세계에서 ‘메가트론’이 가지는 가치와 그 의미를 탐구하고, '서울 랩소디'의 중장기 보존·복원, 운영 방안을 위한 연구 기반을 닦기 위해 마련됐다. 백남준의 '서울 랩소디'는 지난 2002년 지금의 서소문본관 자리로 이전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재개관을 기념해 제작·설치한 상설 소장품이다. 백남준이 메가트론 형식을 사용한 전 세계 3점 가운데 하나로서 새로운 밀레니엄 도래 직후의 시대감각을 표현하는 백남준의 비디오 월 중 대표작으로 꼽힌다. ‘메가트론’은 복수의 모니터를 하나의 캔버스로 사용해 형상이 화면을 가로지르고 형상 안팎에 걸쳐 영상이 교차하는 한편 각 모니터에도 개별적인 영상이 재생되는 형식이다. 심포지엄은 ‘백남준의 예술적 성취와 서울 랩소디’, ‘백남준 작품 보존·복원을 둘러싼 이슈’ 등 총 두 개 세션으로 구성된다. 온라인 생중계 서비스 없이 현장에서만 진행되며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심포지엄을 기해 서울시립미술관과 함께 해온 백남준의 '서울 랩소디'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시작되고 여러 분야의 지혜를 모아 '서울 랩소디'가 서울과 백남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1-20 15:21:06구겐하임, 모마, 휘트니 등 내로라하는 미국의 대표 미술관들은 물론, 독일의 ZKM, 암스테르담, 벨기에 등 유럽 및 아시아 전역의 주요 미술관에서 빠짐없이 소장한 한국 출신의 설치 및 입체작품 예술가를 꼽으라면, 단연 백남준을 들 수 있다. 예술은 혁신적, 민주적이고 재밌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기술과 예술을 접목, 미술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연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는 등장 이래, 전 세계 미술계를 사로잡아왔다. 1960년대 다양한 퍼포먼스와 전시로 명성을 쌓기 시작한 그는 1982년 뉴욕 휘트니미술관 회고전, 1991년 쿤스트할레 전시에 이어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96년의 뇌졸중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에도 불구하고 2000년 2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새천년을 여는 특별전으로 전 세계 미술계에 큰 감동을 주었다. 새로운 매체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의 결과이자 집대성이었던 이 전시는 살아 생전 마지막 회고전으로 백남준이 미학적으로 의미 있고, 역사적으로 선구적인 역할을 하면서 현대 미술사에서 완전히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것을 증명해줬다. 또한 비전통적 표현 매체를 수용하려는 차세대 예술가들에게 정신적 지주가 됐음을 보여줬다. 사후에도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그의 회고전이 이어지고 있는데 2019~2020년에 걸쳐 열린 런던 테이트 미술관의 대규모 회고전이 그 대표적인 예다. 백남준의 작품은 세계 유수 미술관만이 아니라 개인 소장가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일례로 '분당 78회전 수의 깨우침'(1990년작)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작품은 아시아 사상과 철학, 음악에 기반을 둔 그의 예술적 영감과 원천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홍콩에 기반을 둔 세계적인 소장가의 애장품이다. 명상을 하는 부처와 그를 실시간 관찰 카메라로 보여주는 영상 속 부처의 공존을 통해 기계 장치가 명상을 심화하는 도구로서 기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는 당대 기술이 인간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 그리고 기술의 잠재적 가능성에 주목하는 자신의 시선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참으로 고무적인 일은 2008년, 백남준아트센터가 개관하면서 작가가 기증한 주요작 60여점을 비롯한 그의 작품과 전시를 보다 쉽게 국내에서도 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울산시립미술관에서 백남준의 대표작 중 하나인 '거북'(1993년작)을 비롯한 3점의 수집에 성공, 국내 미술관에서도 그의 대형 비디오 조각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 '거북'은 166대의 텔레비전을 거북 형상으로 구현한 대형 비디오 조각 작품으로 당대 가장 앞선 기술을 활용하지만,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아시아의 '천지인' 사상에 그 철학적 뿌리를 두면서 기술이 세상과 우리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켜왔는가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 백남준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더불어 지난 3년여간 복원 작업을 하느라 볼 수 없었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다다익선'이 최근 새롭게 불을 밝혔다. 개천절을 상징하는 1003대의 텔레비전 모니터로 13층의 석탑 형태로 제작된 이 작품은 백남준 생애 최대 규모의 비디오 설치 조각 작품이다. 앞으로 국내 더 많은 미술관에서 그의 대표작을 소장, 일반 대중들이 보다 친근하게 백남준의 작품을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윤아 크리스티 홍콩 부사장
2022-12-01 18:55:49구겐하임, 모마, 휘트니 등 내로라하는 미국의 대표 미술관들은 물론, 독일의 ZKM, 암스테르담, 벨기에 등 유럽 및 아시아 전역의 주요 미술관에서 빠짐없이 소장한 한국 출신의 설치 및 입체작품 예술가를 꼽으라면, 단연 백남준을 들 수 있다. 예술은 혁신적, 민주적이고 재밌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기술과 예술을 접목, 미술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연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는 등장 이래, 전 세계 미술계를 사로잡아왔다. 1960년대 다양한 퍼포먼스와 전시로 명성을 쌓기 시작한 그는 1982년 뉴욕 휘트니미술관 회고전, 1991년 쿤스트할레 전시에 이어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96년의 뇌졸중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에도 불구하고 2000년 2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새천년을 여는 특별전으로 전 세계 미술계에 큰 감동을 주었다. 새로운 매체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의 결과이자 집대성이었던 이 전시는 살아 생전 마지막 회고전으로 백남준이 미학적으로 의미 있고, 역사적으로 선구적인 역할을 하면서 현대 미술사에서 완전히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것을 증명해줬다. 또한 비전통적 표현 매체를 수용하려는 차세대 예술가들에게 정신적 지주가 됐음을 보여줬다. 사후에도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그의 회고전이 이어지고 있는데 2019~2020년에 걸쳐 열린 런던 테이트 미술관의 대규모 회고전이 그 대표적인 예다. 백남준의 작품은 세계 유수 미술관만이 아니라 개인 소장가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일례로 ‘분당 78회전 수의 깨우침'(1990년작)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작품은 아시아 사상과 철학, 음악에 기반을 둔 그의 예술적 영감과 원천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홍콩에 기반을 둔 세계적인 소장가의 애장품이다. 명상을 하는 부처와 그를 실시간 관찰 카메라로 보여주는 영상 속 부처의 공존을 통해 기계 장치가 명상을 심화하는 도구로서 기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는 당대 기술이 인간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 그리고 기술의 잠재적 가능성에 주목하는 자신의 시선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참으로 고무적인 일은 2008년, 백남준아트센터가 개관하면서 작가가 기증한 주요작 60여점을 비롯한 그의 작품과 전시를 보다 쉽게 국내에서도 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울산시립미술관에서 백남준의 대표작 중 하나인 ‘거북'(1993년작)을 비롯한 3점의 수집에 성공, 국내 미술관에서도 그의 대형 비디오 조각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 ‘거북’은 166대의 텔레비전을 거북 형상으로 구현한 대형 비디오 조각 작품으로 당대 가장 앞선 기술을 활용하지만,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아시아의 ‘천지인’ 사상에 그 철학적 뿌리를 두면서 기술이 세상과 우리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켜왔는가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 백남준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더불어 지난 3년여간 복원 작업을 하느라 볼 수 없었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다다익선’이 최근 새롭게 불을 밝혔다. 개천절을 상징하는 1003대의 텔레비전 모니터로 13층의 석탑 형태로 제작된 이 작품은 백남준 생애 최대 규모의 비디오 설치 조각 작품이다. 앞으로 국내 더 많은 미술관에서 그의 대표작을 소장, 일반 대중들이 보다 친근하게 백남준의 작품을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윤아 크리스티 홍콩 부사장
2022-11-30 11:01:41큰 호황을 맞았던 국내 미술시장이 최근 들어 크게 위축됐다. 국제 금융시장의 연이은 금리 인상 등의 여러 악재가 원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일부 블루칩 작가군 위주로 아직은 건재한 편이다. 이것은 주로 '서양화' 중심의 회화 시장의 이야기다. 순수미술은 흔히 평면작품과 입체작품이 양축으로 불린다. 전통적으로 회화 중심의 평면작품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그렇다면 국내 미술시장에서 입체작품이 차지하는 규모는 얼마나 될까.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의 '2021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결산' 자료에 의하면, 낙찰총액 약 3300억원 중에 판화를 포함한 회화 장르가 76%, 입체 장르는 3%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 3% 중엔 백남준 작가처럼 혼합 미디어 작품까지 포함한 수치다. 국내 미술시장에서 현대조각이 차지하는 비중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지난 5년간(2018~2022년 9월) 입체작품을 포함한 현대조각의 경매 낙찰총액을 비교해봤다. 국내 경매시장에서 5년간 판매된 입체작품은 약 347억4000만원이었다. 연도별로는 2018년 181억여원, 2019년 28억여원, 2020년 25억여원, 2021년 80억여원, 2022년 9월 현재 26억여원 등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매매된 해외작가 작품까지 포함된 수치다. 지난 5년간 국내 경매에서 판매된 입체작품 낙찰가 상위 20순위를 비교해보면 더욱 실감 난다. 낙찰가격이 높은 20순위 중에 국내 작가는 8점이었고, 백남준(5점)과 권진규(3점) 단 2명만의 합산이었다. 여기에서 백남준의 미디어 작품을 제외한 순수 조각작품은 권진규 1명인 셈이다. 낙찰가 20순위 중 해외작가 1위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브론즈 작품 95억여원이었고, 국내작가 1위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작품 6억여원, 권진규의 최고가는 3억4000만원이었다. 해외작가 상위 3순위 낙찰총액은 133억여원, 국내작가 상위 3순위는 12억7000만여원이었다. 객관적으로 노출된 통계 자료인 국내 경매시장 현황만으로 볼 때, 현대조각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존재감이 없는 셈이다. 여러 채널로 K콘텐츠에 이어 K아트 바람도 일으키려고 많은 이들이 애쓰고 있다. 일명 K팝이 한류 바람을 견인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곳보다 든든한 국내 지지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팬덤이 시장을 만든다. 이런 측면에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한국 현대미술 시장에서 과연 현대조각의 존재감은 있는가를 냉철하게 되짚어볼 시점이다.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지속시키려면 무엇보다 '건강한 시장 생태계' 조성이 급선무다. 그 시장의 첫 번째 주인공은 당연히 창작자(생산자)인 작가일 것이다. 되짚어보면 한국 현대조각에 대한 시장이 형성되지 못한 것은 '작가 중심이 아닌 시장 중심의 정책'을 우선했기 때문은 아니었나 자성해 볼 문제다. 경제 논리를 앞세운 공공미술 시장이나, 프로젝트성 이벤트를 양산하는 것 못지않게 작가 개인의 지속적인 역량 강화에 주력해야만 한다. 이미 어려운 시절을 스스로 이겨낸 원로작가나 작고 작가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왕성하게 활동할 준비가 되어 있는 현역작가에 대한 관심과 지원책을 다방면으로 고려해본다면 한국 현대조각 시장성의 시야도 점차 밝아지지 않을까. 김윤섭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
2022-11-17 18:11:19[파이낸셜뉴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는 이달 13일부터 2023년 3월 26일까지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백남준의 보고서 1968-1979'를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제목 그대로 백남준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출발한다. 1968년에서 1979년 사이에 작성된 보고서 '종이 없는 사회를 위한 확장된 교육'(1968), '후기 산업사회를 위한 미디어 계획'(1974), 'PBS 공영 방송이 실험 비디오를 지속하는 방법'(1979) 과 같은 글과 작품을 함께 보면서 백남준을 새롭게 ‘발견’하기를 권한다. 또 정부의 제도적 지원은 물론, 민간 재단, 메세나 기금, 학교, 연구소, 미술관, 방송국의 지원과 협업이 그의 사회적 역할 실천에 도움이 되었음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포착한 작가의 구상을 바탕으로, 정책가 백남준을 조명한다. 백남준은 편지, 악보, 에세이, 기획안, 보고서 등 다양한 형식의 글을 여러 언어로 남겼다. 그 중 1974년 작성한 '후기 산업사회를 위한 미디어 계획: 21세기까지는 고작 26년 밖에 남지 않았다'라는 비장한 제목의 보고서는 아티스트의 것이라기 보다는 정책 연구서에 가깝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당찬 포부에 그치지 않고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낱낱이 담고 있다. 1930년대 미국이 고속도로 건설로 물자 이동과 경제 부흥을 이루었듯, 이제는 '전자초고속도로' 구축으로 아이디어를 실시간 전송해야 한다는 시급성을 강조하며 오늘날 실현된 인터넷의 비전을 제시한다. 또 “정신 오염은 대기 오염만큼이나 심각하다”는 우려와 함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에 기술 전문가, 권력 복합체가 독점하지 못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한다. 백남준은 실제로 컨설턴트라는 직함을 가졌다. 그는 뉴욕 활동 시기에 미국 록펠러재단 '텔레비전·비디오·필름' 부문 지원금으로 작업을 진척시키는 한편, 공식·비공식 자문역으로서 1960년대 중반부터 약 20년에 걸쳐 비디오 아트에 대한 지원 당위성과 발전 방향성을 주도적으로 제안했다. 이 시기에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와 그 네트워크는 방송국 텔레비전 채널에서 송출되거나, 학술적으로 논의되고, 미술관에서 전시, 소장되며 확산되기에 이른다. 백남준의 제안은 예술을 매개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대담한 포부이자, 매우 구체적인 당장의 실행 방안이었다는 설명이다. 주요 전시작으로는 통신매체의 변화사를 함축한 백남준아트센터 소장품 '코끼리 수레'(2001)를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롯데칠성, 그리고 개인소장가로부터 대여한 작품을 선보인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2-10-12 14:06:29[파이낸셜뉴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백남준 출생 9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세계와 손잡고' 영상 시리즈 총 5편을 오는 9일부터 KF가 새로 개설한 유튜브 채널 ‘7707’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한다고 6일 밝혔다. 재단은 미디어 아티스트를 넘어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고자 했던 문화예술가로서의 백남준을 새롭게 조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시리즈는 백남준의 위성 프로젝트 중 1988년 전 세계 인류에게 평화와 소통의 메시지를 보냈던 '세계와 손잡고'를 모티브로 한 동명의 유튜브 영상 콘텐츠이다. 당시 세계 문화예술가들이 모여 벌인 지구촌 축제에 2022년 한국 예술가들이 동참하여, 시공간을 초월하는 평화와 안녕의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쏘아 올린다. 이 영상 시리즈는 ‘세계와 손잡고’, ‘서울 소나타’, ‘고요를 위한 선’, ‘VR정원’, ‘동쪽에서 온 편지’의 총 5개 영상으로 구성된다. 이날치, DJ진욱, 사운드 아티스트 정진화, 엘트라바이 박소희, 해파리 박민희가 각각 참여했다. 영상은 재외공관 및 해외 문화예술 관련 기관 등을 통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국의 문화 예술을 널리 알리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제 1편 ‘세계와 손잡고’는 이 시리즈의 문을 여는 첫 번째 영상으로, 백남준의 위성프로젝트와 같은 제목으로 기획했다. 1988년 생방송된 백남준의 작품 속 인물들이 시공간을 초월한 통신으로 2022년 서울의 이날치와 교류한다. 제 2편 ‘서울 소나타’는 1970년대 턴테이블 여러 대로 오늘날의 디제잉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준 백남준의 작업을 모티브로 삼았다. 1980년대 백남준은 비디오아트가 계속해서 방영되는 TV채널을 구상하기도 했다. ‘서울 소나타’는 음악 플레이리스트 콘텐츠로, DJ진욱이 직접 디제잉한 음원과 백남준의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이후 제 3편 ‘고요를 위한 선’, 제 4편 ‘VR정원’, 제 5편 ‘동쪽에서 온 편지’ 등이 순차 공개된다. 이달 9일부터 매주 화, 금요일에 연이어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될 예정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2-09-06 09:55:57"앞으로 우리 모두는 아마추어 텔레비전 방송을 하게 될 것이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이 1967년에 한 말이다. 아마도 지금의 유튜브 시대를 예견한 듯하다. 2005년 구글이 내놓은 '사용자가 동영상을 자유롭게 올리거나 시청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비디오 플랫폼'이다. 'YouTube'는 사용자를 가리키는 'You(당신)'와 미국 영어에서 텔레비전의 별칭인 'Tube'를 더한 것이니, 말 그대로 '아마추어 텔레비전 방송의 전성시대'를 열어준 셈이다. 텔레비전(TV)만큼 사람들을 웃고 울게 만든 발명품이 또 있을까. 최초로 '기계식 TV'를 선보인 사람은 영국 기술자인 존로지 베어드(John L. Baird)였고, '전자식 TV'는 1년 후인 1927년 감자밭에서 고랑과 이랑을 보고 전자회로 구조에 대한 영감을 얻은 미국 발명가 필로 판즈워스(Philo Taylor Farnsworth)가 만들었다. 한국의 첫 텔레비전 개국은 1956년이었으니, TV 발명 30년 만이다. 이후 1966년 국내제작의 최초 흑백TV 탄생, 1981년 컬러TV, 2013년 디지털방송을 시작했다. 지금은 명실공이 'N스크린' 다채널 시대를 선도하는 디지털TV 강국의 선두에 섰다. 그렇다면 텔레비전의 영상신호를 다루는 장치나 회로인 비디오(video)가 한국미술의 조각 장르와 연계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한국 비디오아트는 1970년대 전위적 실험미술의 맥락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물론 1963년 휴대용 비디오카메라를 사용해 최초의 비디오 작품을 제작 상영했던 백남준의 영향으로 출발했다. 조각이나 설치와 결합한 작품의 본격적인 출현은 1980년대 중반이고, 1990년대 이후는 서구로부터 유입된 포스트모더니즘 담론과 맞물려 뉴미디어 혹은 미디어 기술에 의해 예술의 새로운 표현범주가 확장됐다. "외세를 받아들이고 동시에 이기기 위해서는 씹고 소화시켜야 한다"는 백남준 말의 실현이다. 비디오 매체를 조각형식에 접목한 대표적인 작가로는 박현기(1942~2000)가 있다. 1970년대 한국에 살던 박현기에겐 백남준의 첨단기술 영역은 '넘사벽'이었다. 결국 TV 영상을 하나의 오브제로 재해석한 '비물질적 구조'로써의 작품들을 선보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1980~1990년대 조각과 설치에 영상을 접목한 비디오 설치 작업, 여러 TV 수상기를 오브제처럼 쌓거나 중첩하는 '비디오조각', 조각의 물리적 움직임과 영상을 결합한 '키네틱 비디오조각' 등 보다 다양해진다. 가령 외눈(目) 영상설치 작업으로 1992년 독일 카셀도큐멘타를 흔들어 놨던 육근병, 성적 정체성이나 여성주의 담론을 기반으로 '전자정원' 시리즈를 선보인 심영철 등을 꼽을 만하다. 현재는 '비디오조각'이라 부르기가 무색할 만큼 일상적인 표현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 초에 독일에 유학한 이용백의 '엔젤솔저(Angel Solider)' 시리즈는 미술적 담론과 대중적 흥미를 동시에 충족시킨 성공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더 나아가 2006년부터 동서양 명화를 이용한 미디어아트 작업을 선보인 이이남은 TV나 컴퓨터 본체에 의존했던 미디어아트를 기성 액자 형식으로 전환시켰다. 또한 LED 기술을 아트 소재로 접목해 영상설치와 회화의 경계를 오묘하게 넘나든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이어 건축물 내부 공간 구조와 빛을 추적하는 영상물의 만남을 선보인 정정주의 작품 역시 비디오조각의 또 다른 변주로 해석될 만하다. 영상과 미니어처 공간설치가 어우러진 그의 작품은 '안'과 '밖'의 공간적 질서를 시각적으로 경험시켜주고, 익숙함과 낯섦의 경계를 만들어내는 수단을 보여준다. 이처럼 한국의 비디오조각은 아날로그 시대의 영화로움과 디지털 시대의 변곡점에서 새로운 미술형식의 일상화를 견인해왔다. "미술에서는 다름이 중요하지 누가 더 나은가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것을 맛보는 것이 예술이지 일등을 매기는 것이 예술이 아니다."라는 백남준의 멋진 명언을 또 한 번 증명해보였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2-08-18 18:4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