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백인 부부가 흑인 아이들을 다수 입양해 창고에 가두고 자신들의 농장에서 노예처럼 부리는 등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다. 10대 남자아이들 창고에 가두고 노동 강요한 부부 28일 미국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아동 학대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도널드 레이 랜츠(63)와 진 케이 화이트페더(62) 부부는 지난 11일 웨스트버지니아주(州) 카나와카운티 순회법원에 출두해 무죄를 주장했다. 이들 부부는 입양한 5명의 흑인 자녀들을 창고에 가두고 노동을 강요해 아동 인신매매, 아동 방치 등 총 12개 혐의로 기소됐다. 자녀들은 각각 6, 9, 11, 14, 16세로 모두 미성년자였다. 지난해 10월 경찰은 "창고에 10대 아이 두 명이 갇혀 있다"는 이웃의 신고 전화를 받고 이들 부부의 집 근처 창고로 출동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14세와 11세 자녀가 창고에 갇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아이들은 씻지도 못해, 몸에서 심한 냄새가 났으며 맨발에 상처가 벌어져 있는 등 건강 상태도 심각했다. 창고 내부에는 작은 휴대용 변기만 있었을 뿐 전기나 급수가 모두 끊겨 있었고, 아이들은 매트리스도 없이 콘크리트 바닥에서 잠을 자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창고에 갇힌 두 명 외에 9세 여자아이는 본가에서 경찰에 발견됐고, 나머지 자녀 둘은 당시 각각 아버지인 랜츠, 교회 지인과 함께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동학대 혐의 부인 "애들이 창고 좋아했다" 부부는 아동학대 혐의를 부인했다. 화이트페더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아이들이 창고에 있는 걸 '클럽하우스'라고 부르며 좋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웃들은 경찰 등에 "부부의 자녀들이 평소 농장 노동을 강요당했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이들 부부가 워싱턴에 거주하다 아동 학대 및 방치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자 이사한 증거도 있다고 밝혔다. 당초 이들 부부에게는 각 20만 달러(약 2억7700만원)의 보석금이 책정됐다. 부부는 집과 목장 등을 팔아 보석금을 마련했으나, 검찰은 "이 자금은 (자녀들의) 강제노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보석금을 1인당 50만 달러(약 6억9349만원)로 두 배 이상 올렸다. 재판부는 "아이들은 인종을 이유 삼아 노예로 부려졌다"며 "판사로 재직하는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소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에 대한 재판은 9월 9일 진행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6-28 10:23:07한국계 미국인 우일연 작가가 '언론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미국 최고 권위의 퓰리처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제108회 시상식에서 우 작가의 책 '노예 주인 남편 아내(Master Slave Husband Wife)'를 전기 부문 공동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1917년 창설된 퓰리처상은 뉴스와 보도사진 등 언론 부문과 문학·드라마 등 예술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이번 전기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우 작가는 부모의 이민으로 미국에서 성장한 한국계 미국인으로 예일대에서 인문학 학사학위를, 컬럼비아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우 작가가 쓴 '노예 주인 남편 아내'는 1848년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서 농장주와 노예로 변장해 북쪽으로 탈출한 노예 크래프트 부부의 여정을 전기로 다룬 논픽션이다. 책 속 주인공인 아내 엘렌은 밝은 피부색을 활용해 장애를 가진 병약한 백인 농장주로 위장한다. 남편인 윌리엄은 엘렌의 노예로 변장해 증기선과 마차, 기차를 갈아타며 노예제가 폐지된 북부로 탈출한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노예제에서 자유로 가는 서사적 여정'이라고 이 책을 소개했다. 크래프트 부부가 인종과 계급, 장애에 대한 편견을 이용한 점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 부부는 탈출에 성공한 뒤 영국으로 건너가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연설을 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해 유명해졌다. 우 작가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크래프트 부부의 이야기는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 중 하나"라며 "이 책에는 부부의 사랑 이야기뿐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등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이날 우 작가의 저서와 함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어워디드 투 킹'을 함께 전기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5-07 18:39:00한국계 미국인 우일연 작가(사진)가 '언론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미국 최고 권위의 퓰리처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제108회 시상식에서 우 작가의 책 '주인 노예 남편 아내(Master Slave Husband Wife)'를 전기 부문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1917년에 창설된 퓰리처상은 뉴스와 보도사진 등 언론 부문과 문학·드라마 등 예술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이번 전기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우 작가는 부모의 이민으로 미국에서 성장한 한국계 미국인으로 예일대에서 인문학 학사학위를, 컬럼비아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우 작가가 쓴 '주인 노예 남편 아내'는 1848년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서 농장주와 노예로 변장해 북쪽으로 탈출한 노예 크래프트 부부의 여정을 전기로 다룬 논픽션이다. 책 속 주인공인 아내 엘렌은 밝은 피부색을 활용해 장애를 가진 병약한 백인 농장주로 위장한다. 남편인 윌리엄은 엘렌의 노예로 변장해 증기선과 마차, 기차를 갈아타며 노예제가 폐지된 북부로 탈출한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노예제에서 자유로 가는 서사적 여정'이라고 이 책을 소개했다. 크래프트 부부가 인종과 계급, 장애에 대한 편견을 이용한 점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 부부는 탈출에 성공한 뒤 영국으로 건너가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연설을 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해 유명세를 탔다. 우 작가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크래프트 부부의 이야기는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 중 하나"라며 "이 책에는 부부의 사랑 이야기 뿐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등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이날 우 작가의 저서와 함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어워디드 투 킹'을 함께 전기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또 공공보도 부문 수상자로는 미국 연방대법관의 도덕성 문제를 파헤친 탐사보도 전문매체 '프로퍼블리카'의 조슈아 캐플런 등 기자 5명이 이름을 올렸다. 프로퍼블리카는 지난해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이 출장·여행 때 억만장자로부터 공짜로 자가용 비행기를 제공받은 사실을 취재해 보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5-07 11:22:56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내가 알던 러시아는 북한을 도와 우리나라를 갈라놓은 나쁜 나라, 덩치 큰 불곰국형님들이 보드카를 마셔대는 나라, 차갑고 무뚝뚝한 사람들의 나라였다. 두달 가까이의 여행 후 러시아는 백인, 황인 등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이루어진 나라, 어마어마하게 큰 광활하고 비옥한 땅을 가진 나라, 우리와 다르지 않은 희노애락을 느끼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로 보였다. 우리가 여행을 시작할 때는 러-우크 전쟁이 막 발발하던 때였다. 러시아에 대한 감정이 안좋아 같이 출발한 혹자는 러시아는 그냥 지나가는 곳으로 빠르게 패스할거라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하지만 우리는 전쟁의 책임과 상관없는 평범한 러시아 사람들과 문화가 궁금했다. 그래서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전쟁의 책임과 상관없는 평범한 러시아인들의 문화가 궁금했다 러시아의 도로가 안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다녀보니 과연 비포장도 많고 아스팔트도 누더기처럼 덧대거나 깊은 구멍이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서쪽으로 갈수록 도로사정은 조금씩 좋아진다. 아무래도 수도인 모스크바의 재정과 관리가 멀리 시베리아 동쪽까지 닿기가 힘든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 서울과 춘천 2시간거리를 달리려면 십여개의 터널을 지나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의 그 넓고 광활한 땅을 한달간 달리며(약 7000km) 단 한개의 터널도 만나지 않았다. 큰 다리도 건넌적이 없다. 험한 산지가 없이 대부분이 평지였다. 도로는 거의 편도 1차로가 대부분이었다. 주유소는 100~150km마다 자주 있는 편으로 너무 바닥나지 않도록 잘 관리하면 낭패볼 일은 없을것 같았다. 우리는 계기판의 남은 디젤이 4분의1이 되기전 주유소를 들어갔었다. 우리가 흔히 보았던 러시아의 사람들은 무표정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차갑거나 화가나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도 20여년 전까지만해도 잘 웃지 않는 사람들로 여겨졌었다. 내 가족이나 친구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웃으며 이야기해도 모르는 사람에게 굳이 처음부터 웃어줄 필요를 못 느끼는 문화인 것일 뿐이었다. 한국에서 접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기사는 매우 자극적이고 러시아를 나쁘게 묘사하는 것들 위주로 되어있다. 러시아군인에게 그 아내가 우크라이나 여자는 강간해도 된다는 전화통화 내용을 보도한 기사 등 러시아 사람들을 싸잡아 파렴치한 나쁜 인간들처럼 여기도록 하는 내용이 많다. 하지만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러시아 사람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고 오히려 친절하고 정이 많았다. 몇몇은 작은 나라를 침략한 사실을 매우 마음 아파했고 푸틴 정부가 "군사적 특별작전"정도로 이 전쟁을 왜곡해 축소하려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탄압으로 반대의견을 낼 수 없는 사회 시스템에 안타까워했다. 평화롭게 공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었다. 또한 언론에서는 러시아는 전쟁의 피해를 전혀 못느끼고 잘만 지내는 듯 그렸지만 경제제재의 피해는 고스란히 물자의 부족과 급등한 가격으로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었다. 물론 폭격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우크라이나인들에 비하면 큰 피해도 아니겠지만... 억압과 가부장적 분위기에 무겁고 심각해 보이는 러시아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러시아의 자동차들은 나라의 크기에 비해 작은 차들이 주를 이루었다. 동쪽에는 거의 폐차해야할 수준의 차들이 금가고 깨진 유리창을 달고 범퍼도 없이 시꺼먼 매연을 뿜으며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역시 서쪽으로 갈수록 점점 차의 상태도 좋아지고 제법 큰차도 볼 수 있었다. 특이했던 점은 운전대가 우측에 있는 일본차가 전역에 많다는 점. 금지법이 없어 일본의 중고차가 저렴하게 많이 들어오는것 같았다. 스페인어권인 중남미의 사람들과 경제수준은 비슷해보였지만 중남미사람들은 낙천적이고 즐거워보이는 반면 러시아어권 사람들은 억압과 가부장적 분위기에 무겁고 심각해보였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나는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듯한 나라에 가게되면 어리석게도 '아, 이나라는 몇년이나 지나야 우리처럼 잘살게 될까?'하는 오만한 생각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러시아를 다니며 한국과는 달리 길에서 많은 어린이들을 볼 수 있음을 깨닫고는 한국이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아 아이를 낳아 키우고싶지 않은 나라이고, 자살률이 가장 높으며, 사회 각계각층의 갈등이 극도로 치닫고 있음이 떠올라 과연 한국처럼 되는 것이 바람직한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인프라가 한국보다 덜 되있건 GDP가 한국보다 낮건 각 나라 사람들은 그 나라에 맞게 적응하며 나름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결코 멱살잡고 "한국처럼 발전해"라고 끌어당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지나며 보아온 풍경은 거의가 장대한 나무들이 울창한 푸른 숲과 풍부한 강과 비옥해보이는 검은 흙등이었다. 이 넓고 좋은 땅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옆나라 작은 땅마저 빼앗지 못해 안달인가 이해되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우리가 시베리아의 겨울을 만나지 못해서였을 지도 모르겠다. 나쁜나라 좋은나라는 없다. 탐욕스런 사람이 정치를 하는 나라가 있을 뿐. 어느 나라건 대부분의 서민들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그냥 사람들일 뿐이다. 내가 만난 러시아친구들을 떠올려보니 이탈리아와 멕시코친구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나그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조금이라도 돕고자하는 선한 마음을 가진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된 것에 너무너무 감사드린다. 러시아에 대해 가졌던 나의 편견을 보기좋게 깨준 것에 더 깊은 감사를 드린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08MiC7LKf0Y?si=K9Pkju7LlUlNPGKv>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5-05 10:57:17[편집자주] 허위사실과 왜곡된 정보가 ‘가짜뉴스’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사회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가짜뉴스'에 대한 이해관계가 첨예한 학계·언론·정치권은 '가짜뉴스'의 범위과 본질 규정을 놓고 수년째 논쟁만 지속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뉴스는 빠르게 발전하는 허위·왜곡정보 기술에 비해 턱없이 더딘 가짜뉴스 대책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짚어내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담아 4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파이낸셜뉴스] "유튜브를 통해 사실과 다른 통계 수치를 언급하는 등 확인되지 않는 루머를 유포하는 시장 불안 조성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1월 15일 공매도 전면 금지 이후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퍼지는 시장 불안 조성행위에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내용 중 일부다.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유튜브, SNS 등을 통해 확산하는 가짜정보에 대해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을 정도로, 현재 SNS발 가짜뉴스, 왜곡정보 등은 그 폐해가 심각한 상태다. 일례로 지난 2월,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와 포레스텔라 멤버 고우림 부부는 이혼설, 출산설이 담긴 유튜브 가짜뉴스 확산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즉각 김연아 소속사 올댓스포츠는 "허무맹랑하고 황당한 가짜뉴스로 인한 김연아 부부의 명예훼손과 유튜버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김연아 소속사로서 가짜뉴스 유튜버와 유포자에 대해 엄중한 법적대응을 하겠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해당 루머는 또 다른 SNS 플랫폼으로 공유·확산한 뒤였다. 언론사 뉴스보다 더 확산하는 가짜뉴스 가짜뉴스가 진짜뉴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퍼져나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 MIT 연구팀이 분석, '사이언스'(2018)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짜뉴스는 언론사의 뉴스 보도와 비교해, 더 많이 멀리 확산했다. 연구진은 'X'(옛 트위터)에서 약 300만명이 총 450만회 이상 트윗한 12만6000건가량의 뉴스 (2016~2017년)를 분석했다. 산업, 테러리즘, 과학, 연예, 자연재해, 도시건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들 뉴스의 진위 여부는 6곳의 독립적인 ‘팩트 체크’ 단체들이 가렸다. 연구진 분석 결과 가짜뉴스는 언론사의 뉴스보다 재공유 비율이 70%가량 높았다. 또 가짜뉴스의 전파 속도는 진짜보다 최대 20배가량 빨랐다. 진짜뉴스는 1000명 이상의 'X'이용자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흔하지 않았지만 가짜뉴스 중 상위 1%는 적게는 1000명에서 많게는 10만명에게까지 전달됐다. 1500명에게 전달되는 속도를 비교한 결과 진짜뉴스는 가짜뉴스보다 6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여기에 SNS 알고리즘으로 가짜뉴스를 한번 시청하면, 또 다른 비슷한 콘텐츠가 사용자에게 노출, 확증편향이 생길 수 있는 우려도 있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견해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하고,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외면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확증편향이 생기는 배경에는 SNS 알고리즘과도 연관이 있다. SNS에서의 알고리즘은 사용자들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친구 추천, 트렌드 분석, 광고 타게팅 등의 기능을 한다. 그 과정에서 '필터 버블(Filter Bubble) 현상'이 나타난다. 필터버블이란 정보 제공자가 이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필터링된 정보만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똑같은 단어를 검색해도 사용자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강아지 구충제는 어떻게 암 치료제로 알려졌나 SNS 알고리즘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례는 2019년에 발생한 일명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 사건이다. 강아지 약이 인간의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이 가짜뉴스는 당시 수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 재생산됐다. 심지어 의료진들도 이 뉴스를 공유하는 등 폐해가 극심했다. 해당 가짜뉴스의 확산 과정을 분석한 연구팀은 SNS 알고리즘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종충남대학교병원 권정혜 교수 연구팀은 유튜브에서 펜벤다졸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은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단일 채널이 아닌 여러 채널에서 펜벤다졸 사용 후기를 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의사들이 유튜브 콘텐츠에서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며 가짜뉴스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다양한 채널의 영상은 시청자의 잘못된 믿음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권정혜 교수 연구팀은 “유튜브의 추천 시스템은 신뢰할 만한 의학 정보와 연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인종차별, 증오…사악한 SNS 알고리즘 해외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21년 10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 내부 고발자 프란시스 하우건(Frances Haugen)은 영국 하원 의회 특별 위원회에 출석해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세계 곳곳에서 증오를 부추긴다"고 증언했다. 그는 "페이스북은 알고리즘 편향이 만드는 부정적 현상보다 광고로 이익 창출하는 데만 급급하다"고도 말했다. 하우건은 "관련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하우건의 제보를 토대로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이 10대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특히 10대 소녀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불만과 비참함을 느끼도록 만든다는 조사결과를 알면서도 이를 조장하는 알고리즘을 방치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극단적 선택 충동을 느낀 10대중 영국 사용자의 13%, 미국 사용자의 6%가 해당 충동 원인으로 인스타그램을 지목했다는 연구결과를 비롯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반사회적 영향이 202년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 등 페이스북 경영진에게 보고됐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X'는 이미지 크롭 알고리즘의 인종 편향성 논란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2020년 9월 'X'는 자사 자동 이미지 크롭 알고리즘이 흑인보다 백인 사진을 더 선호해 인종 차별을 조장한다는 사용자 지적이 나오자 사과 입장을 표명했다. 백인과 흑인 두 장의 사진이 한 게시물에 있을 때 트위터 알고리즘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자동으로 백인 얼굴만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알고리즘 편향성은 실제 인물뿐 아니라 흑인 만화 캐릭터와 백인 만화 캐릭터 간에서도 나타났다. 가짜뉴스 막는 알고리즘 가이드라인 있어야 결국 누군가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만들어내고, SNS 플랫폼에서 확산할 때 가짜뉴스의 파급력과 폐해는 더 강력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한 알고리즘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원은 2022년 '미디어정책리포트' 보고서에서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은 이용자 확보 및 상업적 이윤의 극대화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어 바람직하지 않은 정보에 대한 필터팅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현재 최선의 방안으로는 검증된 매체서 보도되는 뉴스를 소비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유튜브 등 SNS 이용자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본인에게 익숙하고, 보고 싶은 내용들만 소비하려고 하므로 편향적인 유형의 기사를 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뉴스 이용자들이 가짜뉴스를 SNS 등에서 보더라도 소비하지 않는 자세를 갖추게끔 유도하고, SNS를 이용하더라도 검증된 매체 위주로 뉴스를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 기사를 비판적으로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2023-11-03 22:36:37[파이낸셜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 쇼핑몰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한인교포 일가족 3명 포함한 8명이 희생된 가운데, 총격범인 마우리시오 가르시아(33)가 범행 전 범행 장소인 쇼핑몰과 주변 지역을 사전 답사해 가장 붐비는 시간대를 조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가르시아는 또 사진의 소셜미디어에 나치에 관련된 언급을 여러 차례 하고, 총기와 탄약의 사진을 다수 게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나치와 백인우월주의 게시글 넘쳐" 외신 보도 8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가르시아가 범행 수주전부터 총격이 일어난 쇼핑몰과 주변 지역 사진 20개 이상을 러시아 소셜미디어인 OK.RU 계정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구글 위치 정보 스크린샷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메일은 “가르시아가 가장 붐비는 시간을 알아내기 위해 답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데일리메일은 또 가르시아가 해당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범행에서 사용한 총기와 탄약을 2020년에 구매했을 당시 받은 영수증의 사진을 올려놓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해당 계정에는 네오 나치 관련 자료와 백인우월주의를 옹호하는 게시글 등 수많은 극단적, 폭력적 성격의 게시글들이 올라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과 흑인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찬 게시글도 다수 발견됐다. 텍사스주 총기난사 올해만 3번째 '미국의 비극' 한편 이번 사건은 올해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중 2번째로 큰 규모로, 텍사스주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것은 올해만 벌써 3번째다. 주휴스턴총영사관에 따르면 이번 총격으로 인해 30대 한국계 부부 조모씨와 강모씨, 그리고 이들의 3세 아이가 총격에 맞아 숨졌다. 총격범은 현장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사살됐다. 경찰은 현재까지 해당 총격 사건을 가르시아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으며, 아직까지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수사에 정통한 고위 경찰 소식통은 그의 옷에 ‘RWDS’라고 적힌 휘장이 달려 있었다고 전했다. 당국은 이 문구가 ‘Right Wing Death Squad(우익암살단)’의 약칭인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격용 무기로 무장한 자가 쇼핑몰에서 무고한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한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면서 “공격용 소총 판매 금지 등 총기 규제 강화를 의회에 재차 요구한다”고 밝혔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3-05-09 08:58:38[파이낸셜뉴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의 야외 쇼핑몰에서 총기 난사로 최소 9명이 숨진 가운데, 사망자 중 한인 가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7일(현지시간) 주휴스턴총영사관 댈러스출장소에 따르면 전날 댈러스 교외 '앨런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현장에서 30대 한국계 부부와 이들의 3세 아이가 총격에 맞아 숨졌다. 부부의 다른 자녀인 5세 아이는 크게 다쳐 당일 병원으로 옮겨진 뒤 현재까지 치료 중이지만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 일가족은 모두 미국 국적이다. 남편은 변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아내는 치과의사로 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가족은 사건 당일 교회 모임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이들이 나타나지 않자 지인들이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다 참변을 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한편 이번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는 해당 쇼핑몰에 다른 신고로 출동해 있던 경찰관이 현장으로 즉시 달려가 교전을 벌인 끝에 사살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 당국이 총격범의 신원을 38세 남성 마우리시오 가르시아로 밝혔으며, 현재까지는 그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당국은 백인 우월주의 이데올로기와 관련 있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3-05-08 12:49:25[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백신 일반 접종이 임박했지만, 영국과 미국인의 상당수가 백신을 맞지 않을 생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개발된 백신에 대한 불신 탓이다. 미국인 10명 중 4명꼴로 백신을 맞지 않을 생각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6일(현지시간) 나왔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18~29일 미국 성인 1만26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다. 응답자의 60%는 코로나19를 맞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39%는 백신을 맞을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포함되는 21%는 '백신을 확실히 맞지 않겠다'고 답하며 백신을 완강히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다. 백신을 거부한 응답자에게 '다른 사람이 백신을 맞기 시작하고 정보가 더 생기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다시 물었을 땐 46%는 "아마도 백신을 맞을 것"이라고 답했지만 53%는 "그래도 백신을 맞지 않을 것이 꽤 확실하다"고 밝혔다. 인종별로 백신을 맞겠다고 응답한 이들의 비율은 △아시아계 83% △히스패닉 63% △백인 61% △흑인 42%로 흑인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세계 최초 대규모 접종을 앞둔 영국에서도 3분의 1 정도가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결과가 나왔다. 영국에선 8일부터 접종이 시작된다. 6일 가디언은 시장조사업체 오피니엄 여론조사를 인용해 국민 3분의 1 이상이 백신 접종 의향이 없다고 보도했다. 더 나아가 정부가 적극 권장하고 마음만 먹으면 접종이 가능한 상황이 돼도 접종하지 않겠다는 답변자가 20%나 됐다. 이번 조사에서 48%는 백신의 안전성을 걱정하고 있었으며 47%는 효과를 우려했다. 백신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공개 접종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의구심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미국에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도 몇 주 내에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국민들에게 접종 사실을 공개할 예정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0-12-07 15:09:171984년생 제이디 밴스는 미국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전도유망한 변호사다. 이 반듯한 백인 청년은 오하이오 출신으로 그곳에서 평범한 공립학교를 나와 해병대를 거쳐 이라크 파병부대 전투원 생활까지 했다. 예일대 교수들은 이 이력에 입을 쩍 벌렸다. 해병대에서 번 돈을 밑천으로 입학한 오하이오주립대 시절 구직 면접을 위해 그가 고른 복장은 해병대 전투화와 군복 바지였다. 기겁한 면접관의 표정을 보고 나서야 자신의 의상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밴스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의 엄마 배브를 알아야 한다. 아들 밴스가 익숙해질 만하면 같이 살던 남자를 전남편으로 만드는 사람이었다. 간호사로 있으면서 마약을 상습복용하다 어느 날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중환자실을 휘젓고 다닌 뒤 병원에서 잘리고 만다. 배브의 부모, 그러니까 밴스의 외조부모는 애팔래치아 남부 산골 켄터키 잭슨 출신이다. 장전된 총을 끼고 살았다. 먼저 싸움을 걸진 않으나 모욕을 당했을 땐 전쟁이 시작되는 건 물론이다. 부부 사이도 예외가 아니다. 외할머니는 술주정을 부리다 쓰러져 자던 할아버지 몸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붙였다. 할아버지는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밴스의 외조부모는 1940~195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찾아 23번 국도를 따라 북동부 공업지대로 터전을 옮긴 첫 세대다. 이들 백인노동자 계층을 빗대어 부르는 명칭이 힐빌리(Hillbilly)다. 밴스는 강인한 정신력의 외할머니 손을 부여잡고 극적으로 엄마의 덫에서 빠져나온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힐빌리의 노래(2016년)'를 펴냈다. 힐빌리의 슬픔과 분노가 핵심 기반인 트럼피즘은 이번 대선에서 예상을 뒤집고 더 강고한 생명력을 보여줬다. 곳곳에서 펼쳐진 박빙의 접전은 미국의 심각한 분열상을 다시 각인시켰다. 23일(현지시간) 비로소 공식 확정된 조 바이든 당선인이 치유와 통합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은 운명이다. 지독한 말더듬이 7세 소년이 수녀 선생님에게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말한 이후 7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자서전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에서 그는 이 나라의 놀라운 약속을 의심하게 만든 경험은 한번도 없었다고 고백한다. 연민, 정직, 생각의 진실성, 관대함이 그의 정치적 신념이었다. 문제는 그 신념, 약속과 분열의 선두에 선 힐빌리 같은 존재들과의 간극이다. 밴스는 힐빌리 가정에 치명적인 것은 마약, 다툼, 가난 그 자체보다 정서적 빈곤의 되물림이라고 책에 썼다. 과감한 복지로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이다. 스트레스, 슬픔, 두려움, 불안, 분노가 대를 이어 끝도 없이 되풀이된다. 힐빌리의 정체성은 애국심, 유대감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수도 없이 들었던 음악이 애국찬가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다. 다들 목이 멨다. 이 구역의 경계를 에워싼 정서적 장벽을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믿는다.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완벽히 그들에게 타인이었다. 음모론이 판칠 때 사실 여부는 중요치 않았다.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요했다. 이 극한의 거리감이 좁혀져야 통합의 단초가 마련될 것인데, 이를 끝까지 방해할 트럼피즘과 바이든은 또 4년을 싸워야 하는 운명이다. 바이든은 다시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히니의 '트로이의 해법'을 읊을 것이다. "그러나 일생에 한번은 그렇게 바라던 정의라는 밀물의 파도가 솟구칠 수 있고, 희망과 역사는 운율을 맞춘다." 시험에 든 미국 민주주의가 제 길을 찾을 수 있기를. 우리 역시 다르지 않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2020-11-25 18:23:46"이 아이는 내 딸이고, 나는 이 아이의 엄마야." 딸의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추천해준 유전학자의 대기실에 앉아서 혼잣말을 했다. 팔에 안은 작은 갓난아기를 내려다보았다. 겨우 생후 한 달 된, 최근에 입양한 메러디스였다. 딸의 유전력을 알려고 이곳에 왔다. 아이의 생모이자 백인인 미스티가 온전히 얘기해 주지 않은 것을 말이다. 메러디스가 유색인종임은 알았다. 하지만 히스패닉일까? 아프리카계 미국인일까? 아시안일까? 메러디스의 내력이 내것이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을 밀쳐 내려고 애썼다. 내 몸에서 태어나지 않았을지는 몰라도, 딸아이는 수많은 기도 후에 내 가슴에서 태어났다. 유산과 여러차례 실패했던 입양을 떠올렸다. 메러디스가 태어나기 고작 한 달 전, 아기를 데려올 가능성이 우리 삶에 나타났을 때는 남편도 나도 둘째 아이에 대한 희망을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이 아이가 기도에 대한 응답이었을까? 몇 주 후 비행기를 타고 오하이오주까지 가서 미스티가 우리에게 작은 아기를 맡겼을 때, 우리 부부는 전율과 감동을 느꼈다. 하지만 내가 낳은 딸 프렌티스처럼 이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 유전학자의 대기실에서 메러디스를 꼭 끌어안자 아이가 작은 입으로 하품했다. 육체적이고 정서적인 고통에서 딸을 간절히 지켜주고 싶었다. 그게 여기 온 이유였다. 나중에라도 메러디스에게 의미 있는 장소와 뿌리를 아는 일이 필요하게 된다면 이번 방문이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메러디스는 조산아였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의 간호사들은 프렌티스를 돌봤던 방식으로 메러디스를 보살필 수 없다는 내 가슴앓이를 알아챘는지 아기가 튜브를 통해 먹는 동안 어떻게 안아야 하는지 가르쳐주었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와 보내는 듯한 간호사 한 명을 특히 좋아했다. 아마도 그 간호사가 내가 진행하는 텔레비전 쇼의 팬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날 아침 그 간호사가 말했다. "아기가 흑인인 건 알죠?" 꼼짝할 수 없었다. 잘못 들었는지도 모른다. 몸을 똑바로 세우고 앉아서 새끼를 지키는 암사자처럼 메러디스를 더 꼭 끌어안았다. "네. 알아요. 하지만 그런 걸 왜 묻죠?" "글쎄요. 그저 당신 같은 사람이라면 완벽한 가족을 원하겠거니 생각했거든요." 턱이 굳어지면서 뼛속까지 차오르는 뜨거운 분노를 느꼈다. 분노 속에서 깊은 슬픔도 함께 느꼈다. 남편과 나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일주일을 보낸 후 메러디스를 뉴욕 집으로 데려왔다. 우리가 함께하는 삶의 새로운 장을 시작할 수 있게 되어서 매우 기뻤다. 하지만 오자마자 메러디스가 아팠다. 아기는 기운이 없었고 밝은 갈색 피부는 평소보다 창백했다. 다음날 몸무게를 재고 검진을 받는 진료 예약에 딸을 데려가서 소아청소년과 의사에게 걱정거리를 털어놓았다. "그저 코가 많이 막힌 거예요." 의사가 장담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내 직감은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다. "놀랍네요. 여기 도착하면 선생님이 우리를 곧장 병원으로 보낼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의사는 이마를 찌푸리더니 메러디스의 등에 다시 청진기를 댔다. 몇 초 후, 의사가 재빨리 움직이면서 전화를 걸더니 몇 분 만에 우리를 위한 구급차를 밖에 대기시켰다. 우리는 사이렌을 울리며 뉴욕 거리를 질주했다. "부디 아기를 살려 주세요." 애원했다. '내가 메러디스에게 되어 줄 수 있는 최고의 엄마일까'라는 생각 같은 건 이제 없었다. 그저 '제발, 하나님, 제발'뿐이었다. 병원에서는 메러디스에게 삽관술을 하고 '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RSV)'라는 진단을 내렸다. 대개 RSV는 감기 이상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지만, 조산아는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을 일으킬 위험이 컸다. 머리를 감싼 채로 기계의 도움을 받아 호흡하는 메러디스는 다른 환자의 감염을 막기 위해 1인실로 실려갔다. 목사님과 테리 사모님이 우리 가족과 함께했다. 테리가 내 손을 잡았다. "내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메러디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할 수 있고 그럴 거예요. 이런 일에 대비할 만큼 충분히 강해져야 해요. 당신 딸에게는 당신이 필요해요." 테리가 내 손을 한층 더 꼭 쥐었다. 몹시 힘든 며칠을 보내고 나서야 마침내 메러디스를 다시 집에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이 모든 시련을 겪으니 메러디스에게 응급의료 상황이 또 닥쳤을 때를 대비해서 준비를 좀 더 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메러디스의 가족력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걸 알아 두라고 조언했다. "우리가 '바로' 메러디스의 가족이에요!"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진정 딸을 사랑하고 안전하게 지키고 싶다면 도울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어느날 딸아이가 자신이 누군지 알아야 할 때 그걸 일러주는 일도 포함돼 있었다. 아이의 생모 미스티는 우리에게 더할 나위없이 소중한 선물을 주었다. 내 이기심으로 메러디스를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었다. 깊이 숨을 들이쉬고 유전학자와 만날 약속을 정했다. 그래서 지금 여기 대기실에 있다. 접수원이 내 이름을 불렀다. 메러디스와 함께 일어섰다. 의사가 들어왔다. 최고의 유전학자 역할을 캐스팅하는 데 공감을 잘하고 현명해 보이는 사람이 필요하다면 바로 이 여의사를 택할 것이다. 의사는 젊은 제인 구달처럼 보였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내 불안을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날 돕는다고? 방에서 달아나고 싶었다. 내 딸을 데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싶었다. 하지만 내 자존심과 수치심을 헤치고 사랑이 가득한 곳으로 나아갔다. "메러디스는 입양됐어요. 선생님이 딸의 인종 구성을 얘기해 주길 바랐어요. 아기가 아프리카계인지 히스패닉인지 모르거든요. 아이의 건강 기록을 채워넣을 수 있게끔 알고 싶어요. 그러면 아이가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유전학자에게 얘기하는데 목에 목소리가 걸렸다. "몰라서 겪을 수도 있는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거죠." 심호흡을 했다. 옳은 일을 하기를, 메러디스에게 마땅한 엄마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충분히 사랑 넘치고 이타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젊은 제인 구달이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가 올바른 질문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의사는 자기 손을 내 손 위에 얹고 얘기하기 시작했다. "메러디스는 어머니와 다른 점보다는 같은 점이 더 많아요. 유전 구성의 99%가 어머니랑 일치하니까요. 우리는 모든 인간이 서로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는 걸 배웠죠." 의사는 오늘날 전세계에 있는 모든 인간의 유전적 조상은 아프리카에서 찾을 수 있으며, 피부색의 차이는 태양과의 근접성에 달려 있다고 계속 설명했다. "할 수 있는 건 메러디스의 가족이 어느 지역 출신인지 알려드리는 정도예요. 하지만 메러디스의 인종이나 어머니의 인종이 다를 바 없다는 걸 알아 두세요. 어머니의 유전 구성과 아기의 유전 구성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단순하고 굉장히 사소해요." 평온함이 밀려들었다. 가능한 일이었을까? 메러디스와 내가, 우리가 똑같았다!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딸은 날 믿는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메러디스는 우리의 일부이며, 오늘보다 한참 전부터 우리는 메러디스의 일부였다. 생물학적으로도, 영적으로도 이어져 있다. 갈라디아서 구절이 마음에서 퍼뜩 떠올랐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 진료실에서 나와 햇빛 속으로 걸어갔다. 빙그레 웃음이 나면서 딸을 꼭 안았다. 나는 메러디스와 나를 다르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밝혀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 대신 우리 모녀를 똑같이 만드는 게 무엇인지 배웠다. 오직 하나님께서 가장 필요할 때 날 안심시키는 방법을 기획하실 수 있었다. 그분께서는 내게 공감해줄 전문가와 날 이어주셨다. 나는 이미 딸의 진짜 엄마가 되는 데 필요한 모든 걸 갖추고 있었다. 글·사진=가이드포스트
2020-06-30 16:2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