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라벨을 공부하면서 그가 천재임을 다시 한번 느꼈어요. 이번 앨범을 통해 많은 관객들이 라벨의 음악 세계를 이해할 수 있길 바랍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30)은 라벨 음반 발매를 기념해 지난 2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갖고 라벨의 음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조성진은 올해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1875~1937)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 라벨의 피아노 독주 전곡(12곡)과 협주곡 2곡을 녹음했다. 클래식음반 제작사인 도이치 그라모폰(DG)은 2종의 앨범 중 첫번째 앨범인 '라벨: 피아노 독주 전곡집'을 유니버설뮤직을 통해 지난 17일 디지털과 2장의 CD로 발매했다. 또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BSO)와 협연한 피아노 협주곡 2곡이 수록된 두번째 앨범을 오는 2월 21일, 전체 트랙이 담긴 디럭스 에디션은 4월 11일에 차례로 발매할 예정이다. 이번 앨범 작업은 조성진이 3년 전 DG에 먼저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그가 한 작곡가의 전곡을 녹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성진은 "라벨 피아노 전곡을 녹음하면 작곡가의 탄생을 잘 기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DG가 받아준 덕분에 좋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성진은 지난 2017년 프랑스의 또 다른 인상주의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1862~1918)의 음악을 담은 앨범을 발매한 바 있다. 그는 "인상주의 음악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드뷔시와 라벨을 혼동하기 쉽다"며 "이번 앨범을 통해 두 작곡가의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드뷔시가 자유롭고 로맨틱하다면 라벨은 지적이고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파리에서 음악을 공부한 조성진에게 프랑스 작곡가인 라벨의 음악은 매우 친숙하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라벨의 '거울' 중 '어릿광대의 아침 노래'를 처음 접했고, 이 곡을 지난 2006년 8월 금호아트홀 리사이틀에서 선보였다. 또 예원학교 재학 시절에는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중 '스카르보'를 즐겨 연주했다. 이후 2012~2017년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서 공부하면서 라벨의 음악에 한층 더 빠져들었다고 했다. 라벨 음악의 가장 중요한 특징에 대해 조성진은 관현악적 사운드와 완벽에 가까운 세밀함을 꼽았다. 그는 "라벨은 언제나 악보에 충실한 연주를 원했기 때문에 피아니스트 입장에서는 해석의 폭이 넓지 않다"며 "그가 남긴 구체적인 지시를 따르면서 소리의 색채나 질감, 분위기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진은 오는 25일 빈 콘체르트하우스 독주회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라벨 피아노 독주곡 전곡 리사이틀 투어를 한다. 연주 시간(인터미션 2회 포함)만 3시간이 걸리는 만큼 연주자와 관객 모두 상당한 몰입이 요구되는 공연이다. 2월과 3월에는 카네기홀,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연주가 포함된 미국 순회 연주를 진행한다. 이어 4~5월에는 런던 바비칸 센터,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등 유럽 및 독일 유수의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베를린 필하모니에서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주음악가로서 연주를 이어간다. 한국 리사이틀은 오는 6월 14일과 17일 2차례 예정돼 있고, 12월에는 김선욱이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과도 협연 무대를 갖는다. 조성진이 지난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지나온 시간에 대해 조성진은 "다양한 사람과 만나 많이 배우며 영감을 얻는 기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피아니스트는 작곡가들이 쓴 위대한 곡을 연주하면서 천재들의 음악 세계를 엮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행복한 직업"이라며 "앞으로도 많은 레퍼토리를 배우며 음악인으로서 더 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5-01-21 15:54:29런던 심포니와 빈 필하모닉 등 유럽을 주 무대로 활약하는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가 가을을 맞아 잇따라 내한한다. 23일 공연계에 따르면 오는 10월부터 12월까지 국내 대형 공연장에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이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중 오페라 명장 안토니오 파파노가 이끄는 영국의 대표 오케스트라 런던 심포니가 가장 먼저 관객들을 만난다. 안토니오 파파노가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이후 선보이는 첫 한국 공연이자 런던 심포니와 함께하는 첫 아시아 투어다. 1일 세종문화회관, 3일 롯데콘서트홀, 4일 경기 광주 남한산성아트홀, 5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며, 4회 모두 중국의 피아니스트 유자왕이 협연자로 나선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 말러 교향곡 1번, 베를리오즈의 '로마의 사육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 등을 연주한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연주 단체인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는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함께 첫 내한공연에 나선다. 4일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콘서트 버전 무대를 꾸민 뒤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8일 인천아트센터, 9일 세종예술의전당, 10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클래식 공연을 펼친다.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을 시작으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과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2번' 등을 연주한다. 정명훈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한다. 4년 연속 내한하는 빈 필하모닉은 10월 23일과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6일엔 롯데콘서트홀에서 각각 공연한다. 지휘봉은 라트비아 출신 안드리스 넬손스가 잡는다. 거장 마리스 얀손스의 직계 제자로, 현재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23일에는 일본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와 함께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25일과 26일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과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를 들려준다. 클래식 스타로 우뚝 선 조성진은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도 함께한다.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은 11월 20~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하며, 조성진이 악단의 아시아 투어 단독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첫날은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이튿날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고 브루크너 교향곡 9번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지휘자 파보 예르비와 함께 오는 12월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년 만에 내한공연을 갖는다. 특히 반 클라이번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협연자로 나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임윤찬이 공식적으로 국내 무대에 서는 건 6개월 만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모차르트 '돈 조반니 서곡'으로 시작해 임윤찬이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함께 선보인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09-23 18:15:36[파이낸셜뉴스] 2025년 개관 예정인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을 앞두고 부산의 클래식 저변 확대와 잠재된 클래식 관객을 이끌어내기 위한 시민초청 음악회가 열린다. 부산시는 오는 26~28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미리 만나는 부산국제아트센터, 실내악 시리즈’를 진행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공연은 지역 클래식 연주자들의 활동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부산의 음악대학 교수 등과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부산을 기반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거나 부산 출신 연주자들이 주축인 실내악 팀을 추천받아 이들의 다채로운 실내악 프로그램으로 선정, 구성했다. 먼저 26일 오후 7시 30분에는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부산출신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이 협연하는 부산 비르투오조 쳄버오케스트라의 ‘부산 8계(季)’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를 챔발로와 함께 바로크적 장중함과 화려함으로, 아르헨티나의 ‘누에보 탱고(Nuevo Tango)’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작곡한 사계를 피아노와 함께 라틴 음악의 화려한 리듬감과 애수로 표현한다. 이어 27일 오후 5시에는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현재 시립교향악단 연주자들과 부산체임버뮤직소사이어티의 무대가 펼쳐진다.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2중주로 풍부한 현의 색채와 현악기 주법인 비브라토와 피치카토 등을 통한 한 음 한 음의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이어 브람스 현악 6중주와 드보르작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가 펼쳐진다. 마지막 날인 28일 오후 5시에 연주되는 마지막 실내악 공연은 부산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프랑스 툴루즈 카피톨 국립오케스트라 제1악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원과 미국커티스 음악원 최연소 합격과 줄리어드 음대 전액 장학생으로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미국 보스턴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뮤직 샤펠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첼리스트 크리스틴 정현 리, 비올리스트 신경식, 호르니스트 김홍박, 성신여자대학교 초빙교수로 있는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무대를 꾸민다. 이들은 클래식 비르투오지의 슈만 피아노 4중주 제1번 작품47과 도흐나니 6중주 작품37을 연주하며 이번 공연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예정이다. 이번 음악회 관람료는 전석 무료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
2023-05-16 08:00:35【파이낸셜뉴스 고양=강근주 기자】 고양문화재단은 국내외 정상급 아티스트 연주를 들을 수 있는 프리미엄 클래식 시리즈 ‘2022 아람 로열 클래식’ 세 번째 무대로 <피아니스트 유자 왕 리사이틀>을 오는 16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국내 첫 내한 리사이틀인 만큼 국내 클래식 팬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로 꼽히며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 중인 유자 왕은 협연이 아닌 리사이틀 무대가 처음인데도 국내 인지도와 인기는 상당하다. 아쉽게도 취소됐던 2020년 리사이틀 공연이 발표되자마자 국내 클래식 팬의 뜨거운 반응과 문의전화가 쇄도하기도 했다. 더 이상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이미 클래식계 스타 그 자체인 유지 왕은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첫 리사이틀 무대로 한국 관객을 찾아온다. 20세기에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있었다면, 21세기에는 유자 왕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2007년 컨디션 난조로 무대에 오르지 못한 건반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대신해 샤를 뒤투아가 지휘하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에 올랐고, 그 계기로 단번에 스타덤에 오르게 된 유자 왕은 오늘날 아르헤리치를 이을 여류 피아니스트로 언급되고 있다. 유럽 아티스트가 대부분이던 클래식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아시안 피아니스트로, 그 무대 이후 2년 만에 도이치 그라모폰과 독점 계약을 맺었으며 이후 모든 음반과 무대에서 평론가 극찬을 이끌어내며 클라우디오 아바도, 다니엘 바렌보임, 발레리 게르기예프 등 세계적인 지휘자에게 협연자로, 또 세계 저명한 공연장 솔리스트로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유자 왕은 파격적인 무대 의상만이 아니라 무용가인 어머니와 타악기 연주자인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아서인지 그의 무대는 음악성과 퍼포먼스 모두 놓치지 않는 종합예술과도 같다. 테크닉이 주된 곡에선 엄청난 기교와 속주를 선보이는가 하면 어떤 곡에선 30대 초반밖에 되지 않은 피아니스트에게 느끼기 힘든 아우라와 해석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특히 2019년 3월에는 LA필하모닉 100주년 페스티벌로 내한해, 세계적인 작곡가 존 애덤스가 그를 염두에 두고 쓴 곡 'Must the Devil Have All the Good Tunes?'을 협연하며 과감하고 거침없는 무대를 선보였다. 티켓은 좌석별로 4만원부터 11만원까지 구매할 수 있으며 청소년 할인, 회원 할인 등과 함께 최대 30% 패키지 할인을 제공한다. 세부사항은 고양문화재단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국내 손꼽히는 풍부한 음향을 자랑하는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기획공연인 ‘2022 아람 로열 클래식’은 앞서 <소프라노 박혜상 리사이틀>(3월26일)과 <김다미 with 콜레기움 무지쿰 서울>(5월14일)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2022-06-14 10:29:15[파이낸셜뉴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메트)의 최고 황금기를 이끈 세계적인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이 77세를 일기로 지난주 사망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레바인은 40년간 메트를 이끌며 클래식계의 거장으로 추앙받았지만 다수 남성들의 '미투' 폭로로 불명예스러운 말년을 보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레바인은 지난 9일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에서 사망했다. 그의 주치의는 이날 아침 그의 사망을 확인했다. 하지만 사인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1972년 메트의 수석지휘자가 된 후 1976년부터 음악감독을 맡아온 레바인은 메트의 2500회가 넘는 공연을 지휘했다. 메트는 세계 최고의 오페라단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는 보스턴과 뮌헨에서도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하지만 수년전 다양한 분야에서 미투 바람이 불면서 그에 대해서도 수십년에 걸쳐 젊은 남성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체 조사 결과 사실인 것이 확인되어 메트는 2018년 그를 해고했다. 스캔들 말고 건강 문제도 그의 말년을 괴롭혔다. 그는 신장암으로 고통받았고 2006년 보스턴의 심포니 홀에서 무대에서 발을 헛디딘 후 회전근개 수술을 받기도 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1-03-18 00:25:26[파이낸셜뉴스] “팬들을 실망시키게 된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다. 단원들의 건강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현 상황에 대해 넓은 이해 부탁한다.” 보스턴 심포니의 음악감독 안드리스 넬손스가 31일 기획사 빈체로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넬손스는 “단원들과 저는 투어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특히 이번 공연은 보스턴 심포니와 제가 처음으로 함께 아시아를 방문하는 투어였고, 아시아 관객들께 보스턴 심포니의 음악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하고 있었다. 빠른 시일 내에 아시아 투어를 재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공연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무엇보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을 받고 계신 많은 분께 우리의 따듯한 마음과 기도를 함께 보낸다”고 부연했다. 보스턴 심포니는 아시아 투어가 취소됨에 따라 투어가 예정된 2주간 미국 보스턴에서 공연 및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보스턴 지역을 위한 무료 공연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주 초 공지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2020년 아시아 투어는 오케스트라가 창단된 1881년 이후 29번째 국제 투어였다. 그 동안 외부 요인으로 인해 투어 날짜를 변경하거나 취소해야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1960년에는 아시아-오스트랄라시아 투어의 목적지 중 한 곳이었던 서울에서의 공연이 국내 정치 상황이 급변하면서 취소됐다. 1999년에는 당시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 대사관을 향한 오폭으로 인해 베이징 공연이 취소된 바 있다. 한편 빈체로 측은 "예매 티켓은 전액 환불되며, 예매자가 직접 취소할 경우 취소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으니 기획사 전화안내를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0-01-31 09:54:09[파이낸셜뉴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유난히 한국과 인연이 없어 창단 139년 만에 역사적 첫 내한을 앞뒀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이 또 불발됐다. 오는 2월 6~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예정됐던 ‘보스턴 심포니’ 공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전격 취소됐다고 31일 기획사 빈체로가 밝혔다. 안드리스 넬손스 음악감독이 이끄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다음달 6일부터 서울, 타이베이, 홍콩, 상하이를 도는 동아시아 투어를 예정했다. 앞서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 아트센터 관계자는 보스턴 심포니에게 공연 취소를 통보했고 이에 따라 서울, 타이베이, 홍콩 공연 주최자들과 논의를 거쳐 "투어에 관련된 아티스트와 관객들의 안전"을 위해 부득이하게 아시아 투어 자체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1960년 대만과 일본, 한국을 아우르는 아시아투어의 일환으로 첫 내한공연이 추진됐으나 4.19 의거로 인해 공연 일주일 전 급히 취소된 바 있다. 이후 60년간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없었던 악단이며 그만큼 이번 내한공연은 큰 기대를 받았다. 보스턴 심포니의 마크 볼프 대표는 “보스턴 심포니의 모든 관계자를 대표해 서울, 타이베이, 홍콩, 상하이 관객들을 위한 공연을 할 수 없게 돼 굉장한 아쉽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한 우려가 극적으로 증가해 오케스트라의 투어 진행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며 “무엇보다 협연자 예핌 브론프만을 비롯해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관계자들의 건강을 위해 모든 공연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바이러스의 영향을 훨씬 덜 받는 서울, 타이베이, 홍콩 또한 앞으로 몇 주 동안 어떤 영향을 받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아시아 투어 전체를 취소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모든 분들이 속히 회복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빈체로 측은 "예매 티켓은 전액 환불되며, 예매자가 직접 취소할 경우 취소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으니 기획사 전화안내를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0-01-31 09:29:00"한국의 클래식 공연 현장 분위기는 매우 활기차다고 들었습니다. 수년간 한국의 훌륭한 뮤지션과 함께 일하면서 그들의 뛰어난 실력에 감탄했는데, 드디어 한국을 방문하게 됐네요."139년 역사의 미국 명문 교향악단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BSO)를 이끄는 '젊은 거장' 안드리스 넬손스가 오는 2월 6~7일 첫 내한을 앞두고 기대감을 표했다. 어릴 적 태권도를 배웠다고 밝힌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보스턴 음악의 역사를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면서 "한국 관객을 만날 그날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BSO에 대해서는 "풍부하고 유연하며 투명한 소리로 유명하다"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데 유럽의 전통, 특히 프랑스·독일·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소개했다.그는 이번 연주회를 위해 두 개의 프로그램을 짰다. 첫날 바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4번',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2번'을 연주하며, 둘째날 바버의 '메데아의 영상과 복수의 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에 이어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들려준다. 라벨과 바르토크의 곡은 BSO의 대표작이다.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오리지널 발레 버전은 피에르 몽퇴의 지휘로 초연됐는데, 몽퇴는 이후 BSO의 상임 지휘자가 됐고, 여러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며 BSO에 많은 자산을 남긴 인물이다. 또 바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은 작곡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망명 중이었던 시기에 세르게이 쿠세비츠키(1924~1949 보스턴 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의 신뢰에 힘입어 탄생된 곡이다. "바르토크의 곡은 1944년 쿠세비츠키의 지휘 아래 BSO가 초연한, 자랑스러운 우리 작품"이라고 밝힌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 관객들이 BSO의 다양한 음악성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진아 기자
2020-01-27 18:28:44"1954년 가을부터 그 이듬해 봄까지에 걸친 연주 시즌에 나는 금요일마다 보스턴심포니를 들으러 갔었다. 3층 꼭대기 특별석에서 듣는 60센트짜리 입장권을 사느라고 장시간 기다렸다. 그런데 이때마다 만나게 되는 하버드대학 현대시 세미나에 나오는 학생이 있었다. 그녀의 용모는 아름다웠다." 수필 '인연'으로 유명한 피천득 선생이 쓴 '보스턴심포니'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피 선생이 클래식에 유난히 애정이 많았던 건 그의 다른 많은 글에서도 드러난다. 안네 소피 무터의 바이올린 연주를 좋아했고,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레너드 번스타인의 광팬으로 볼 만한 흔적이 곳곳에 있다. 그의 외손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는 어릴 적 외할아버지가 들려준 브람스, 베토벤 이야기가 그의 연주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창단 139년 역사의 명문악단 보스턴심포니는 한국인 스타 여성지휘자를 세상에 알렸다는 점에서도 우리와 인연이 있다. 보스턴심포니 역사상 첫 여성 부지휘자가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를 지낸 성시연이다. 미·유럽권 오케스트라 마에스트로 자리를 동양 여성이 꿰차는 일은 지금도 쉽지 않다. 성시연은 2007년 메트로폴리탄 음악감독 출신 제임스 레바인 초청으로 이 콧대 높은 악단의 포디엄을 차지했다. 이 보스턴심포니가 내달 6일과 7일 국내에서 첫 연주를 갖는다. 명성으로 따지면 베를린필하모닉 등 세계에서 가장 센 오케스트라급에 속하는 악단인데, 이제서야 첫 내한 공연이라니. 과거를 찾아보니 1960년대 한 차례 국내 공연 추진 사례가 있었다. 그런데 아뿔싸, 공연 일주일을 앞두고 4·19 혁명이 터졌다. 투어는 급히 취소됐다.보스턴심포니 음색은 가장 미국적인 동시에 가장 유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 전통이 강한 도시 특유의 색깔과 미국의 자부심이 동시에 느껴지는 사운드라는 것이다. 2014년부터 악단 수장을 맡고 있는 안드리스 넬손스가 국내 무대에서도 지휘를 맡는다. 그는 국내 애호가들의 열렬한 찬사를 받았던 고(故) 마리스 얀손스의 유일한 제자로 불리고 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2020-01-27 17:07:162020년 클래식계의 화두는 단연 베토벤이다.'음악의 성인' 베토벤(1770~1827) 탄생 250주년을 맞아 올 한 해 그의 불멸의 음악이 울러 퍼진다. 베토벤 음악을 중심으로 2020년 주목할 만한 클래식 공연을 노승림·류태형·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에게 들어봤다.■'파격의 아이콘' 쿠렌치스, 보스턴 심포니 첫 내한특히 주목받는 무대는 '테오도르 쿠렌치스&무지카 에테르나'의 첫 내한 공연(4월 7일·8일, 롯데콘서트홀)이다. 40대 마에스트로 쿠렌치스는 "21세기 클래식 음악의 메시아를 자처한 파격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그가 러시아 유학 후 변방 도시 페름에서 창단한 '무지카 에테르나'가 동행하며, 범상치 않은 개성의 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가 협연자로 나선다. 황장원씨는 "개성적·극단적 스타일로 인기몰이 중인 쿠렌치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며 "연주곡도 전부 베토벤으로 구성했다"고 짚었다. 류태형씨는 "차이콥스키 협주곡에서 과도할 정도의 개성을 보여줬던 코파친스카야을 통해 강렬하며 허를 찌르는 반전 있는 베토벤 해석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노승림씨는 "베토벤이 아니더라도 '쿠렌치스'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꼭 가야 할 공연"이라고 했다. 젊은 거장 안드리스 넬손스가 이끄는 138년 역사의 보스턴 심포니(2월 6일·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도 첫 내한한다. 이번에 다양한 레퍼토리로 전통과 관록의 보스턴 심포니의 사운드를 들려줄 예정이다. 협연자는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 2015년 런던 심포니와 협연 당시, 손가락을 베이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올라 건반에 붉은 핏자국을 남기면서도 연주를 완벽히 마무리한 주인공이다. 류태형씨는 "고(故) 마리스 얀손스를 잇는 라트비아의 거장과 빅파이브 악단의 첫 내한"이라며 "다양한 레퍼토리의 성찬에 예핌 브론프만이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만으로도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이보 포고렐리치 독주회노승림씨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의 '루돌프 부흐빈더 & 베토벤' 공연은 우리시대 최고의 베토벤 해석가로 인정받는 피아니스트의 정통 연주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했다. 2019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국 투어'로 호평 받은 부흐빈더는 2020년에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9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에 나선다. 황장원씨는 "해외 유명 실내악단인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와 협연하는 만큼 공연의 완성도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흐빈더-디아벨리'(9월 27일, 롯데콘서트홀) 공연은 도이치 그라모폰(DG)과 협업·발매한 '디아벨리 변주곡'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다. 부흐빈더가 직접 선정한 11명의 현대 작곡가들과 '뉴 디아벨리'를 창조했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15년 만에 내한하는 피아니스트 이보 포고렐리치의 독주회(2월 19일, 롯데콘서트홀)도 주목된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1번'이 연주곡에 포함됐다. 노승림씨는 "그의 베토벤은 늘 상상을 초월한 루바토(자유로운 템포로)와 독창적 해석으로 작품에 남다른 자유를 부여해왔다"고 평했다. ■베토벤 아리아·발레곡을 접할 기회2014년 로열 노던신포니아의 새 음악감독이 된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라르스 포그트는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을 첫 무대에 올린 이래 꾸준히 베토벤의 음악을 탐구해왔다. '라르스 포그트와 로열 노던 신포니아'(5월 10·11일, 롯데콘서트홀)'가 3년 만에 다시 온다. 류태형씨는 "베토벤을 위해서라면"이라며 이 공연을 꼽았다. 노승림씨는 "소프라노 임선혜 등의 협연으로 '피델리오' 아리아와 코리올란 서곡, 에그몬트 전곡 등 한국에서 듣기 힘든 베토벤 아리아 레퍼토리들을 감상할 수 있다"고 짚었다. 노승림씨는 또 "서울시향의 '하이든과 베토벤'(3월 28일, 롯데콘서트홀) 중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은 한국에서 듣기 힘든 베토벤 발레곡의 원형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했다. 도이치캄퍼필하모닉의 '베토벤 합창'(12월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게반트하우스 콰르텟의 '베토벤 현악4중주'(12월 9일, 롯데콘서트홀) 공연도 눈여겨봐야 한다. 황장원씨 "2004년부터 도이치 캄퍼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파보 예르비는 21세기 베토벤 연주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는 인물 중 한명"이라고 짚었다. ■베토벤이 아니라도 "주목, 이 공연"황장원씨는 2020년 주목할 만한 독주자로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다닐 트리포노트(10월 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와 '리스트의 환생'으로 평가받는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알렉상드르 칸토포르(11월 14일 롯데콘서트홀)를 꼽았다. 류태형씨도 다닐 트리포노트의 독주회를 언급하며 "피아노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듯했던 트리포노프의 첫 내한 리사이틀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류태형씨는 또 '유자 왕 리사이틀'(12월)을 꼽으며, "음악의 깊이와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누구에게든 선물하고 싶은 공연"이라고 말했다. 서울시향의 새 음악감독인 오스모 벤스케가 지휘하는 '미네소타 오케스트라'(6월 24일, 롯데콘서트홀) 공연도 빼놓을 수 없다. 신진아 기자
2019-12-30 18:5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