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10명중 9명이 초·중·고교 시절 사교육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다 ‘사교육 공화국’이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7일 교육전문 취업포털 에듀잡(www.edujob.com)이 캠퍼스몬(www.campusmon.com)과 전국 남녀 대학생 1129명을 대상으로 ‘사교육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90.1%(1017명)가 ‘초·중·고교시절 사교육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사교육 경험이 없다는 대학생은 9.9%에 불과했다. 성별로는 여학생들의 사교육 경험 여부가 92.5%로 남학생 86.4%보다 6.1%포인트 높았다. 지역별로는 서울·수도권 지역(고등학교 졸업지역 기준) 학생들의 사교육 비율이 94.4%로 지방 86.1%에 비해 8.3%포인트나 높았다. 학교 소재지별로는 서울·수도권 소재 대학 학생들(92.1%)의 사교육 경험이 지방대에 비해 3.6%포인트 높았다. 사교육 경험이 있다고 답한 대학생(1017명)들은 중학교 시절이 80.0%로 가장 많았다. 유치원(취학전)때 사교육을 받은 학생도 26.2%나 됐다. 사교육의 종류로는(복수응답) 학원이 97.0%로 가장 많았으며, 과외 61.7%, 방문학습지 46.8%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사교육과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생활지도’나 ‘진로상담’ 부문에서는 공교육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고, ‘학습정보 제공’이나 ‘대입준비’, ‘학습교재’ 등에 대한 신뢰도는 사교육기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의 실력에 대해서는 ‘비슷하다’는 응답이 40.3%로 가장 많았다. 학원이 우월하다는 응답도 38.4%나 됐다. 대학생들에게 ‘다시 수험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떤 교육 기관을 선택해서 입시 준비를 하겠냐’고 질문한 결과, ‘공교육과 사교육’을 병행하겠다는 응답이 44.6%로 가장 많았으며, 사교육기관 28.7%, 공교육 기관 15.2%, 독학한다 11.4% 순으로 조사됐다. /kmh@fnnews.com김문호기자
2007-05-07 08:03:0710·<끝> '사교육 경감' 교육전문가 4인에 듣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초고난도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교육 경감에 대한 전망은 아직 낙관적이지 않다. 뿌리 깊은 사교육 카르텔이 그 요인 중에 하나다. 교육부가 지난 8월 1~14일 사교육 업체와 연계된 교사 영리행위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한 결과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판매하고 수능·모의평가 출제에도 참여한 현직 교사가 다수 적발됐다. 교육부는 총 24명의 현직 교사에 대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공동으로 고소 및 수사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학원에 문항을 팔아 약 5억원의 이득을 취한 현직 교사가 있을 정도로 사교육 카르텔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역대 정부들이 각종 사교육 억제정책을 펼쳤지만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사교육비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와 인터뷰를 했다. ―사교육비 증가의 근본 원인은. ▲정성국=학벌주의 영향이 크다. 학벌에 따라 직장이 선택되는 시스템이 문제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사교육에 돈을 많이 쓰나 하는데, 결국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기업에 취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들이는 게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인식하는 것. ▲정제영=학년이 올라갈수록 입시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학생 성적을 높이기 위해선 돈을 쓸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수준별 차이가 있는데 학교에선 동일한 교육을 동일한 속도로 진행한다.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교육을 받는 학생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수준에 맞는 학습을 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학생이 나오게 된다. ▲임성호=초등학교, 중학교 단계에서 학교 시험이 없고 공교육 현장이 아이를 너무 자율적으로 내버려두는 측면이 있다. 학부모 입장에선 내 아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하고 불안할 수 있다. 학교에서 평가와 처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는 것 같다. ―공교육이 부실한 것일까. ▲신소영=공교육이 부실하다는 근거가 무엇일까. 공교육이 현행 입시제도에 최적화된다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학교 교육은 상급학교에 진학시키는 목적만 있는 게 아니다. 공교육을 입시제도에 맞춰 바라봐선 안 된다. 적절한 평가제도와 입시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정성국=선생님이 제대로 역할을 못해서 사교육이 증가했다는 주장이 있는데 동의할 수 없다. 수능체계에서 킬러문항이 등장하는 것을 공교육에선 감당할 수 없다. 학교는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교육이 있다. 선생님이 킬러문항에 접근하는 방식을 가르친다면 공교육이 무너지는 것이다. ―국내 사교육의 문제점은. ▲신소영=사교육이 공교육을 보완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재적 기능을 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공교육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교육을 소비하는데, 우리나라는 공부를 잘할수록 사교육을 더 많이 받는다. 또한 사교육비를 지출할 수 있는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 간의 양극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임성호=몇몇 성공사례를 일반화하고 부풀려 만드는 착시효과가 있다. 사교육도 공교육과 비슷한 선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데 지나치게 고액화된 수강료도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정성국=사실 사교육 자체를 나쁘게 볼 수는 없다. 학교가 개별 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깊이 있게 하긴 어렵다. 부족한 학생들은 사교육이 필요할 수 있다. 자기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을 보완하는 게 무엇이 나쁘겠나. 다만 교육시스템이 입시에 치중돼 사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만 혜택을 받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교육을 시키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학부모가 봤을 때는 교육마저도 불공평해야 하나 싶을 수밖에 없다. ―사교육 증가가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정제영=가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현재 부모들이 소득의 상당 부분을 자녀교육에 투자하는데, 이것이 향후 노후준비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아이들이 겪는 고통도 너무 크다. 아이들이 소화할 수 없는 수준의 너무 많은 지식에 노출돼 있다. 과도한 경쟁 탓에 교육이 선행학습으로 변질되고 있다. ▲정성국=사교육이 증가한다는 건 교육격차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 과거에는 개천에서 용 나는 경우가 많고, 공부해서 계층이동하는 사례도 많았는데 지금은 안 그렇지 않나.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은 결국 저출산 문제로까지 이어진다고 본다. ―킬러문항 배제 등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정부 대책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임성호=시험이 쉽게 출제되든, 어렵게 출제되든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경쟁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상위 5~10% 학생들에게는 한두 문제가 결정적 역할을 하지만 일반 학생들은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수능은 대입의 한 부분일 뿐이고 수시가 전체의 80%를 차지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정성국=킬러문항 배제나 사교육 카르텔 근절의 방향에는 동의한다. 다만 일정 부분 효과는 있겠지만 큰 영향을 끼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교육 시장의 대응이 빠르다 보니 풍선효과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단기 대책보다 중장기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이나 고교학점제 같은 교육부 '맞춤형 교육'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임성호=인터넷 강의가 나온다고 해서 사교육이 없어졌나. 학습 도구와 방법이 바뀌는 것일 뿐이다. 지금이라고 해서 AI가 없고, 기자재가 없어서 사교육을 받는 게 아니다. ▲신소영=부정적으로 본다. 기술이나 매체를 동원했을 때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없는 학생들이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코로나 유행 당시 원격수업할 때도 사교육 경감 효과는 없었다. 기술 자체로 기존 사교육을 경감할 수 있다고 보는 건 굉장히 나이브한 시선이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나. ▲신소영=대학 간 격차가 너무 크고 학생과 학부모가 선호하는 대학이 너무 소수에 한정돼 있다. 임금격차나 사회양극화가 심하기 때문에 노동과 임금을 포함한 사회 구조개선이 수반돼야 한다. 범정부 차원에서 이를 개선할 청사진을 내놓아야 사교육비를 경감할 수 있다. ―대입제도 개편 목소리도 적지 않은데. ▲정성국=수능이 1994년부터 시작됐는데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뀌었나. 시험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교에 큰 변화가 올 텐데 수능도 이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다만 수능체계를 바꿨을 때 나타나는 변수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긴 하다. ▲신소영=절대평가가 도입돼야 한다. 지금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1등을 하는 학생도 따라잡힐 것이 두려워 사교육을 더 받는 구조다. 출혈적이고 낭비적인 경쟁이 이어지는 것. 절대평가는 일정 수준 이상만 도달하면 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목표치가 명료해진다. 학부모에게는 공교육 안에서 수능 대비가 가능하다는 사인이 될 수 있다. ▲정제영=학교교육 과정에서 정상적 교육을 받은 학생이 잘 선발될 수 있다면 사교육보다는 학교 교육에 무게가 맞춰질 것이다. 수능을 중심으로 하는 정시 선발은 과도해선 안 된다. 정시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결국 학교 교육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의대 쏠림현상, 이과 강세가 이슈다. 사교육 증가에 미치는 악영향은. ▲임성호=사교육 시장이 이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과거 문과 최고 전성기였을 때 문과생 비중이 67%까지 간 적이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이과 비중도 60~70%까지 확대될 수 있다. 학부모들은 초·중학교 단계부터 아이를 이과 중심으로 키우려고 할 거고, 사교육 시장은 이에 대응하는 모델을 만들 것이다. 현재 정부도 반도체 등 이과중심 정책을 내놓지 않나. 향후 10년간은 이과에 대한 사교육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학령인구가 줄고 있다. 사교육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정제영=전체 사교육비는 줄겠지만 일인당 사교육비까지 줄기는 어려워 보인다. 치열한 경쟁체제가 유지되고 지금과 같은 평가방식이 지속된다면 사교육은 되레 증가할 수도 있다. 학생 수가 줄면서 대학의 학생 선발권한보다 학생의 대학 선택권이 늘어날 것이다. 다만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학은 앞으로도 갈 수 있는 학생만 가지 않겠나. ―내년에는 사교육비가 줄어들까. ▲임성호=앞으로 대입제도 개편안이 나올 텐데 이로 인한 불안감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상황을 종합해 본다면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요인은 많지 않아 보인다. 학원에선 재수생과 삼수생이 늘고 있다. 수능을 치르는 고3 학생 수는 줄고 있으나, 현 고1이 수능을 치를 때면 응시자가 다시 47만명까지 늘어난다. 입시경쟁은 현재보다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에 1~2년 사이에 사교육비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하긴 어렵다. ▲신소영=사교육 비용 경감이 정책의 목표인지, 사교육 자체 경감이 목표인지를 따져봐야 하는데 현 정부는 전자다. 예컨대 방과후프로그램이나 EBS 수능 연계출제 강화 같은 것은 사교육을 통해 소비하던 것을 공공의 비용을 써서 들여오는 것이다. 이 방식의 사교육 수요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상위권 학교를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계속해서 사교육에 돈을 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학생을 줄 세우는 선발체계를 변화해야만 사교육식 학습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 ▲정제영=우리나라는 이미 2012년에 사교육비를 줄인 사례가 있다. 당시는 특목고 입시에 대한 문제가 완화된 해였다. 입시제도를 얼마나 바로잡을 수 있느냐가 사교육비 경감에 열쇠가 될 것이다. 방과후활동을 내실화하고 돌봄을 강화하는 방안도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이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3-09-19 18:44:01【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은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교육 시장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겠다며 2021년 7월 '솽젠(雙減·이중경감)' 정책을 시행했다. 솽젠은 말 그대로 두 가지를 덜어준다는 뜻을 담고 있다. 초·중학교 의무교육 단계에 있는 학생들의 '숙제'와 '과외 부담'이다. 숙제는 너무 많고 질이 낮으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규제에 포함됐다. 과외는 자격미달, 난잡한 경영, 단순히 '돈 벌기' 위한 악용, 학교와 영리 목적의 결탁 등이 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방학과 주말, 공휴일에는 학과류(체육과 문화예술, 과학기술을 제외한 다른 학과목) 관련 모든 사교육을 할 수 없으며 사교육 기관이 기업공개(IPO)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막았다. 외국인이 사교육 분야에 투자하는 것 역시 차단했다. 또 당국은 각 지방정부에 사교육 업체의 기준수업료를 정하도록 하고, 해당 과목 수업료를 여기서 10%를 넘지 못하도록 제재했다. 이후 중국 사교육계에는 사정의 폭풍이 몰아쳤다. 광고는 사라지고, 투자자들은 자금회수에 나섰으며, 사교육 기업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수학과 영어 등의 오프라인 사교육 업체는 정책 시작 전인 7월 12만8000개에서 3개월 만에 절반에 가까운 40% 이상 감소했다. 2022년 2월에는 남아 있는 사교육 업체가 9700여곳에 불과했다. 당초와 비교해 92% 줄어든 수치이다. 중국 당국은 이마저도 '비영리화' 완료율이 100%라고 자랑했다. 1200억달러(약 138조원) 규모로 추산됐던 중국 사교육 시장은 최소한 표명한 소멸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주요 외신은 대대적 사교육 시장 단속 2년에도 목적과 달리 가정의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하는 등 암시장만 커지는 역효과를 냈다고 진단했다. 연간 1000만명이 응시하는 대학 입학시험 '가오카오'가 존재하는 한 중국의 사교육 시장은 없어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오카오는 신분상승의 사다리이자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대부분 좋은 직장에 취직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대입 경쟁이 치열한 이상 사교육 시장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국이 일부 대규모 온라인 강의는 허용했다. 그러나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도 학부모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많은 중산층이 이런 유형의 강의의 경우 자녀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신은 "상하이 같은 도시에서 (가정당) 연간 사교육비는 10만위안(약 1790만원)을 쉽게 넘어선다"며 "이는 저출산과 빈부격차 등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중국 당국이 직면한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또 "경기둔화 속에서 늘어나는 자녀 양육비, 치솟는 집값에 중국 젊은이들이 갈수록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며 "가난한 가정은 사교육을 감당할 수 없고, 이는 잠재적으로 자녀를 학교에서 불리하게 만들어 결국은 직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한다"고 설명했다. 당국의 눈을 피한 고액 과외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른바 '고급 가사돌보미' '고급 보모' 등 형식으로 월 2만∼3만위안(약 370만∼550만원)의 고액을 받는 입주 가정교사나 일대일 과외가 유행하고 있다고 중국 매체는 지적했다. 중국 매체 시대주보는 지난달 중국 내 사교육 비용을 고민하는 학부모 이야기를 전하며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를 힘들게 할 수는 없고, 아무리 가난해도 교육에 돈을 안 쓸 수는 없다는 생각은 여전히 세대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jjw@fnnews.com
2023-09-12 18:16:18미국·중국·일본에서도 자녀 인생이 걸린 사교육에 관한 관심은 뜨겁다. 미국에서는 명문대 합격률이 높은 사립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애쓰고, 대치동 같은 입시학원도 갈수록 증가하는 등 입시 경쟁은 한국만큼 치열하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계 학부모들이 미국 사교육 시장의 덩치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교육 통제에 진심이던 중국도 자녀 사랑을 표방한 사교육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정부 주도의 초강력 규제로 중국의 사교육 시장은 한때 소멸하는가 싶었으나 결국 암시장만 키웠다는 진단이 나온다. 엘리트 교육 역사가 오래된 일본에서는 사교육이 명문대 진학을 노리는 일부 층에 집중된 경향을 보인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대입 경쟁이 비교적 덜한 가운데 유치원과 초등·중학교부터 공립과 사립으로 나뉘어 명문대 진학코스를 밟는다. 명문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자동 환승하는 '에스컬레이터'식 진학루트도 일본만의 특징이다.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미국에 대치동만 없을 뿐 미국에도 사교육은 존재한다. 하버드나 MIT 등 명문대 입학을 잘 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연 학비 4만~5만달러(약 5300만~6629만원)의 사립고등학교 엑시터 입학을 위한 사교육 아카데미가 뉴욕이나 뉴저지 미국 동부에서는 활성화돼 있다." 미국에서 하버드대 등 동부 아이비리그와 스탠퍼드 등 서부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은 한국의 대학입시 못지않게 치열하다. 미국 명문대가 요구하는 교육수준을 미국 공립학교에서 모두 맞출 수 없기 때문에 명문대 진학률을 보장하는 유명 사립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사교육 시장 규모도 상당하다. 미국 역시 우리나라처럼 과학고·외고 등 특목고 입학을 위한 사교육 시장도 활성화되어 있다. 美서부 저학년 사교육비 평균 월 2000달러 안팎 미국에서 한국인 부모들만 사교육을 열심히 시킬 것 같지만 미국 서부의 샌프란시스코 사우스베이(실리콘밸리)의 경우 인도계나 중국계의 교육열이 한국인이나 한국계 부모들을 능가한다. 미국 백인이나 유대계는 고급 가정교사를 집으로 불러 사교육을 시킨다고 미국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미국에서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서 SAT로 불리는 대학능력시험뿐 아니라 봉사점수, 스포츠 등에서도 고루 성적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저학년 때부터 스포츠를 집중적으로 교육받는 아카데미에 다니는 것이 필수다. 실리콘밸리 지역에 거주하는 한 한국계 부모는 "미국에서 대학에 진학하려면 공부는 기본이고 그 외의 특기가 있어야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자신의 자녀를 스포츠 아카데미에 보내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학교 정규교육 학습량이 적으니까 부모들이 직접 나서 사교육을 시킨다"고 말했다. 이들은 2학년이나 3학년 등 저학년들의 경우 대학 진학을 위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다양한 사교육을 타진한다고 입을 모았다. 저학년 자녀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는 가구마다, 월마다 다르지만 평균 2000달러(약 260만원) 안팎이라는 설명이다. 명문대 진학 위한 유명 학원도 존재 대학 진학을 코앞에 둔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돈으로 말하는 본격적인 미국의 자본주의 향연이 펼쳐진다. 경제력이 있는 부모들은 과외교사를 집으로 불러 교육한다. 명문대 진학을 위한 SAT 고득점을 위한 일대일 수업이다. 시간당 400달러(약 52만원)부터 시작되는 사교육인데 이를 통해 SAT 점수가 크게 올라 예일대에 입학한 사례가 미국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자녀를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에 보낸 한 부모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미국 상위 30대 사립학교에 진학시키는 것 자체가 미국에서는 큰 사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에는 대치동은 없지만 유명한 사교육기관이 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프린스턴 리뷰'가 대표적이다. 이 사교육 기관은 지난 1981년 설립됐다. SAT·ACT 등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교육기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사교육기관이 미국에서도 존재하는 것은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 일부 주에서 수학을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의 격차가 눈에 띄지 않는 교육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미국 부모들도 한국 부모들처럼 조금 더 좋은 공립학교,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교육을 시킨다는 것이 이곳 학부모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실리콘밸리에 거주하는 한 한국인 부모는 "한국 부모 위에 중국 부모, 중국 부모 위에 인도 부모라는 우스갯소리를 실제로 경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3-09-12 18:16:16【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사교육 문제는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은 한번의 입시로 인생이 결정되는 '원샷 게임의 원조국'이었다. 한국도 이런 일본의 교육시스템을 대체로 차용했기 때문에 비슷한 사교육 문제가 계속됐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학벌사회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만큼 대입 스트레스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해 일본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57% 정도였다. 60%가 훨씬 넘는 한국을 밑도는 수준이다. 일본의 고등학생들은 대체로 '고3' 때부터 본격적인 입시를 시작한다. 이전까지는 동아리나 클럽활동에 집중하며 학창시절을 즐기는 게 보통 일본 고등학생의 삶이다. 일본은 사립중학교 입시가 있어서 비교적 이른 초등·중학교 때부터 대학 진학을 결정한다. 도쿄의 경우 초등학생 5명 중 1명은 중학교 입시를 치른다. 여기서부터 나머지 4명은 이미 대입과 멀어지는 것이다. 일단 대입을 하기로 마음먹으면 무한경쟁 체제인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진다. 도쿄 미나노구, 시부야구 등 이른바 부촌 지역에서는 아예 유치원 때부터 대입에 대비한 교육을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초등학교 졸업생의 90% 이상이 사립학교에 진학하고, 초등 3~4학년부터는 대부분이 입시학원에 다닌다. 여전히 공립중학교에 보내면 일본 정부의 '유토리(여유) 교육' 정책으로 인해 고입은 물론 대입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인식이 학부모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부유층 학부모들은 자녀가 일단 유명 사립 중·고교에 들어가면 대학 입학이 보장되는 만큼 막대한 수업료를 지불하면서도 사립학교를 택한다. 일본의 명문 사립대학이 대부분 부속 초·중·고교를 갖고 있어 이들 학교에 진학하면 에스컬레이터 식으로 대학까지 진학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게이오초등학교는 6년간 들어가는 학비가 총 1000만엔이나 되지만 매년 경쟁률이 10대 1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일본 내 국제학교로 학생들을 보낸다. 연간 학비가 300만엔이 넘어도 국제학교는 일본인 학생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국내 학생들의 국제학교 진학에 별도의 규제를 두지 않는다. 학비를 감당할 능력과 학습능력이 있으면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일본에서 자녀 1명을 대학에 보내려면 유치원~대학 기준 국공립은 1078만엔, 사립은 2533만엔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처럼 사교육을 통한 대입 경쟁을 치르는 것은 일부 학생들 이야기일 뿐이다. 일본의 대입 경쟁이 덜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단 가업승계가 일반적인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일본은 업력이 100년 넘는 장수기업이 3만3000곳이나 된다. 일본에서는 출생과 동시에 진로가 결정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대입에 목을 맬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갈 만한' 대학도 많다. 한국은 성적을 기준으로 '스카이'(서울대·고려대·연세대)부터 줄 세우기를 하는 반면 일본은 진로에 따라 선호되는 대학이 다양하다. 예를 들어 수재들이 입학한다는 도쿄대는 공무원과 전문관료를 육성하는 대학이라는 이미지가 있고, 교토대는 학문과 연구 성과에서 더욱 인정받는 분위기다. 라이벌인 와세다대는 문과 계열에서, 게이오대는 이과 계열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지방 대학의 진학률은 44.8%에 이를 정도였다. 또 사실상 '완전고용'인 경제 상황도 대입 경쟁을 줄이는 요소다.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에서는 '모두가 대학을 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보편화됐고, 아르바이트만으로 먹고살기에 충분하다는 '프리터족'까지 만연한 사회가 됐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3-09-12 18:16:13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사교육비 상승의 주범으로 이른바 '킬러문항'과 학원가 카르텔을 지목하고 있으나 이는 부분적인 요소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사회에 팽배해 있는 학벌주의와 학력에 따른 임금차별을 없애 사교육 전반에 대한 수요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교육비 거품 빼겠다는 정부29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킬러문항 출제로 수능의 공정성이 저하되고 사교육이 유발되고 있다는 정부 내부 지적에 따른 조치다. 정부는 앞서 학원가가 킬러문항을 이용해 학생·학부모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학원가에서 횡행하는 카르텔과 부조리를 단속해 사교육비 거품을 빼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조치는 사교육 증가의 근본적 원인과 동떨어져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킬러문항 배제로 인한 사교육 경감 효과는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 킬러문항 배제의 영향은 정시에서 의대 등을 목표로 하는 최상위권 학생에게 쏠려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능 난이도가 쉬워지면서 재수생이 늘고 사교육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원가 카르텔·부조리 단속도 입시업계에 부정행위를 근절한다는 데 의의가 있으나 사교육 경감의 효과는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 사교육 카르텔·부조리를 도려낸다고 해도 그것은 학원가의 일부에 불과하다. 단속이 강화되면서 고액과외 등 제도권 밖 사교육이 증가할 거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실 사회적으로 지목되는 사교육비 증가 원인은 새로울 게 없다. 과도한 입시경쟁과 학벌주의, 학력에 따른 임금차별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학생들을 사교육에 몰아넣는 주범으로 불려 왔다. 자녀의 사교육비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학부모들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심정인 경우가 많다.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지 않으면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되지 않을 거라는 통념 탓이다. 올해 고3 자녀 사교육비에 월 150만원을 쓰고 있다는 학부모 박모씨(47)는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해야 잘사는 사회"라며 "결국 명문대 입시를 위한 경쟁은 필수적이고 부모가 어떻게 도와주느냐가 핵심이다. 지금 당장 빠듯하더라도 사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심각한 양극화…대학 간 격차 커"국내에서 어느 대학을 졸업하느냐는 향후 수입과 큰 연관성을 갖는다. 한국경제학회 학술지 경제학연구 2023년 2호에 게재된 논문 '대학서열과 생애임금격차'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이 포함된 최상위권 대학 졸업자들은 최하위권 대학 졸업자들보다 평생 24.6%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킬러문항 몇개를 덜어낸다고 해서 사교육 증가가 해결될 순 없다"며 "임금격차나 사회 양극화가 심하기 때문에 노동과 임금을 포함한 사회 구조 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팀장은 "대학 간 격차가 너무 크고 학생·학부모가 선호하는 대학은 소수 대학에 한정돼 있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이를 개선할 청사진을 내놓아야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해 노동 시장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대학 간판보다 능력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과거보다는 많아졌지만 아직은 더 큰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송 위원은 "우리나라는 좋은 일자리와 그렇지 않은 일자리의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며 "현재 교육계에서 문제되고 있는 의대 쏠림현상도 다른 직업들의 처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하거나 사회적인 안전장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3-08-29 18:12:18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 시안 발표를 앞두고 수능 체계가 대폭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수능이 30년간 지속되면서 입시 경쟁 과열, 사교육 유발 등 부작용을 초래해왔다는 이유에서다. 객관식 위주 출제에 소수점 넷째자리까지 학생을 줄 세우는 현 체제로는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교육계에선 대입 개편안이 미세 조정에 그친다면 여태껏 강조해온 교육개혁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 시안 발표를 위한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이다. 당초에는 6월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킬러문항 배제 등 교육 현안이 얽히면서 늦어지는 분위기다.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은 고등교육법상 4년 예고제에 따라 내년 2월까지는 확정지어야 한다. 그동안 교육부는 대입 제도를 크게 손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 수능' 발언 이후 개편 폭이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선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이 미세조정에 그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1994년 실시돼 올해로 30년째가 되는 수능 체계가 수명을 다해 바람직한 입시제도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생을 소수점 넷째자리까지 구분하는 극심한 변별은 사교육 유발에 일조하고 있다는 평이다. 대입을 위해 학생을 변별하는 건 당연하지만 문제풀이 방식의 반복적인 훈련을 요구하는 상대평가 수능이 과연 적절한 평가도구냐는 의문은 여전하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이 훈련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하고, 재학생보다 내신 대비에서 자유로운 'N수생'이 수능에 유리하다는 부작용까지 나타나는 상황이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수능은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기본학력을 평가하는 기능보다 학생을 단순히 줄 세우는 기능으로만 작동하고 있다"며 "학령기를 지난 학생들까지 재수·삼수를 하면서 한 문제라도 더 맞히기 위해 출혈적인 경쟁과 지출에 몰두하고 있다"고 현실을 짚었다. 이 같은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수능 절대평가화와 자격고사제 도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지난 7월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52%는 '수능이 자격고사화돼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수능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 총장은 24.1%에 불과했다. 2028 대입 개편이 미세조정된다면 고교학점제 등 교육개혁은 파행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내년 2월까지 2028 대입 개편안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시간이 넉넉지 않아 큰 폭의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라면서 "다만 현 입시체제를 그대로 두고 고교학점제를 도입한다면 학생들이 수능에 유리한 과목만 선택해 파행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3-08-29 18:12:15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정책을 두고 현장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소득 불균형으로 초래되는 교육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지만, 지나친 개입으로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또한 '킬러문항'을 출제한 것은 교육당국인데 근본적인 책임을 사교육계에 돌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2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시대인재와 대성학원 등 대형 입시학원은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방침에 맞춰 운영 방식을 개선하고 있다. 정부가 대형 입시학원을 대상으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실시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자, 교재비와 수강료를 인하하는 등 학원비를 낮추고 나선 것이다. 사교육 시장의 거품을 제거해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정부 기조에 공감하는 반응은 적지 않다. 그동안 사교육 과열 현상이 심화되면서 소득 수준이 높을 수록 전문화된 입시 교육을 많이 받는 '부인부 빈인빅' 현상도 강해졌기 때문이다. 중학교 2학년 남자아이를 둔 최모씨(43)는 "다섯살짜리가 한달에 100만원이 넘는 영어학원에 다니고, 초등학생이 의대 입시반을 가는게 상식이라고 할 수 있나"라며 "지금의 사교육 풍토는 과열을 넘어서 불공정한 상태. 정부가 나서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사교육에 소모되는 과도한 비용이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사교육 격차가 부를 대물림하고 사회양극화를 앞당기는 효과를 낳고 있다"라며 "부모들이 훗날 노후를 위해 비축해야 하는 자금까지 자녀들 사교육에 투자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신 팀장은 "현재의 교육 환경이 건강한 경쟁을 불러일으켜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를 신장시킨다고 할 수 있나"라며 "학교에서 1등을 하는 아이도도 불안해서 학원에 다닐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기적했다. 하지만 정부가 학원가를 카르텔과 부조리 집단으로 규정하며 범죄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부조리 사례가 드러나긴 했지만 학원가는 제도권 내에서 학부모·학생의 자유의지 하에 선택돼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이유에서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킬러문항은 평가원에서 출제했고 업계는 이에 대비한 강의를 제공한 것 아닌가"라며 "인과관계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책임을 학원에 떠넘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대형 입시학원을 탈탈 털었지만 '사교육 카르텔'로 경찰 수사의뢰가 된 것은 4건에 불과하다. 학원가를 집중단속 대상인냥 취급할 정도는 아니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윤홍집 기자
2023-08-22 18:16:05국내 사교육의 출발선이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후로 간단한 학습지를 푸는 수준은 이미 넘어선 지 오래다. 학부모가 거액을 들여 영유아는 유아 영어학원(영어 유치원), 초등학생은 의대 입시반에 다니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사교육비 경감 의지를 표명하고 나선 가운데 사교육의 출발점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초등 입학 전 4~5시간씩 영어공부2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유아 영어학원이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한다고 보고 편·불법 운영에 대응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소재 유아 영어학원을 대상으로 서울시교육청과 합동점검을 실시하기도 했다. 강남 대치동 등에서는 한달 등록비가 100만원을 훌쩍 넘는 영어 유치원이 성행해왔다. 이들 학원에선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5~7세를 대상으로 하루 4~5시간씩 영어, 예체능, 한글 등을 교습한다. 이르면 4세부터 영어 유치원에 다니기도 하고, 3세부터 영어 유치원에 대비해 과외를 받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3세부터 과외를 받는 이유는 월 100만원을 넘게 지불한다고 해도 아무나 영어 유치원에 등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치동에서 이름 난 영어 유치원은 입학 전 '레벨 테스트'가 필수다. 레벨 테스트에선 영어 발음에 대한 유아의 이해도 등을 따진다. 학부모 입장에선 초등학교 선행학습을 위한 선행학습을 준비해야 하는 셈이다. 현행법상 유아 영어학원은 공교육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영어 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선 안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교육부는 지난 3~5월 전국 유아학원 847곳을 전수조사해 영어 유치원 등 명칭 위반을 한 사례 66건, 교습비를 초과징수한 사례 62건을 적발했다. 전수조사에 따르면 영어 유치원의 월평균 학원비는 176만원에 달했다. 이는 사립유치원 한달 평균비용인 약 55만원보다 3배 이상 비싼 금액이다. 학부모들은 영어 유치원에 대한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감수할 가치가 있다는 입장이다. 6세 자녀를 유아 영어학원에 보내고 있다는 이모씨는 "시작 단계부터 앞서 나가야 초중등까지 기세를 이어갈 수 있다"며 "영어 유치원과 일반 유치원은 교육의 질이 다르다. 공교육 수준이 사교육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미적분 배우는 초등학생초등학교에서는 때이른 입시준비로 의대 입시반 광풍이 불고 있다. 의대·치대·한의대 등 의학계열 학과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초등학교 입학부터 준비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학부모 사이에서 '영어 유치원-초등 의대반-자사고'는 의대 입학에 가장 가까워지는 '로열로드'로 꼽힌다. 이들 학원가에선 초등학교 때 수학을 다져놓지 않으면 의대는 꿈도 못꾼다는 말까지 나온다. 의대 입학을 위한 학생·학부모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져 수능 수학영역 미적분·기하에서 초고득점을 받아야만 승산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의대에 준비하는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라며 "학부모가 나서서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의대 입시를 위한 로드맵을 그리고 이에 맞춰 움직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출발선이 점점 앞당겨지기 때문에 중학교 때 시작하면 늦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유아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한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연계하는 이음학기를 신설해 초등학교 적응을 돕겠다는 방안도 최근 발표됐다. 하지만 교육계 안팎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정부가 나서 초등학교 입학 전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이 선행학습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사인이 될 수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학부모에게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대비해야 한다는 시그널로 전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조기 선행교육만 강화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팀장은 공교육을 보완하기에 앞서 입시제도부터 고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공교육이 사교육을 흡수하기 위해 현행 입시에 최적화돼 수업을 한다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라며 "공교육은 상급학교에 아이를 진학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불안감을 심어주는 대입제도를 바꾸고, 대학의 서열화를 개선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3-08-22 18:15:58서열화된 고교 체제가 사교육비 경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 고교 체제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와 일반고로 구분되는 엄연한 '서열'이 존재한다. 정부가 현 체제를 유지키로 하면서 이들 고교에 자녀를 보내려 하는 학부모의 사교육비 지출은 감소하지 않을 전망이다. 입시 경쟁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요인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사교육비 경감 정책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고·외고 존치에 학원가 '성황'15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등에는 자사고·외고 대비반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본격적인 대입 준비가 시작되기 전인 초등학교·중학교 때부터 자사고·외고 입시에 열을 올리는 사교육 수요가 흡수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치동 학원가에서 열리는 자사고·특목고 관련 입학설명회는 조기에 마감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한 주에 많게는 4~5차례씩 열려도 자리가 없어서 참석하지 못하는 학부모가 줄을 선다는 후문이다. 이 탓에 입시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한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입시설명회까지 있을 정도다. 일종의 '패자부활전'이 열리는 셈이다. 특히 자사고와 과학고 입시를 앞둔 7~8월은 고교 입시 학원가의 성수기로 꼽힌다. 올해 서울 지역 과학고는 8월 말부터 원서접수가 시작돼 9~11월께 전형을 치른다. 외고·국제고·자사고는 12월 초부터 원서접수를 받는다. 자녀의 자사고 입학을 노리는 학부모 사이에선 여름방학까지 겹친 이 시기 동안 더 좋은 학원에 보내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특목고 입시반에 들어가기 위해선 고난도 시험은 물론, 한달에 수십만원에 달하는 학원비도 불사하는 분위기다.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자사고·외고 입학을 명문대 입학의 선결 조건이라고 보는 학부모가 많다"라며 "실제로 자사고와 일반고는 분위기 등 주변 환경의 차이가 있다. 자사고·외고 입학이라는 성취가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동기부여가 돼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라고 전했다.■"자사고 갈래요" 사교육비 유발 증가입시업계는 현 정부의 자사고·외고 존치 결정이 고교입시 학원가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보고 있다. 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대로 이들 고교의 지위를 박탈했다면, 가뜩이나 적지 않은 내신 부담에 학부모가 발길을 돌렸을 거라는 설명이다. 자사고·외고의 증가한 인기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앞서 정부가 자사고 존치 기조를 드러내면서 '폐지 리스크'가 사라진 자사고·외고의 입학 경쟁률은 일제히 상승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 주요 10개 자사고 경쟁률은 1.82대1로 최근 5년 새 가장 높았다. 총 2591명의 신입생을 모집하는 10개 자사고에 4720명이 지원한 것이다. 이 가운데 외대부고의 경쟁률은 2.99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자사고는 입학이 치열한 만큼 상당 수준의 사교육을 유발하고 있다. 자사고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월평균 사교육비가 일반고를 희망하는 학생보다 1.7배가량 많다는 조사 결과가 있기도 하다. 지난해 일반고를 지망하는 초·중학생의 월평균 1인당 사교육비는 36만1000원이었으나, 자사고를 희망하는 학생의 사교육비는 61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자사고와 일반고 희망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격차는 더 커지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두 학생의 사교육비 격차는 2021년 21만2000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5만3000원으로 벌여졌다. 일반고와 외고·국제고의 경우에도 2021년 17만1000원에서 2022년 19만7000원으로 격차가 커졌다. ■자사고 존치하며 사교육비 줄인다는 '모순'자사고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재임할 당시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도입됐다. 이로 인해 자사고와 특목고, 일반고 사이의 서열이 굳어지면서 입시 경쟁 과열이 야기됐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 부총리조차도 인사청문회에서 "고교다양화 정책이 서열화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자사고 폐지 방침은 손쉽게 뒤집혔다. 공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확보해 학생·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논리에서다. 이 부총리는 지난달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하면서 자사고·외고 존치 방침이 사교육 경감 기조와 상충된다는 지적에 "사교육 유발 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것들은 제거한다는 대책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유발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자사고와 외고를 지위를 유지한 채 사교육비를 경감하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자사고·외고 입학을 위해 학생들이 길게는 6~7년을 준비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사교육이 유발된다"라며 "진학 이후에도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들 사이에서 내신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사교육을 받는 사례가 다수"라고 말했다. 구 소장은 "자사고의 부작용을 인정한 바 있는 이 부총리가 자사고 존치를 추진하는 것은 결국 자기 부정"이라며 "정부가 사교육 경감에 진정성이 있다면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모순적이거나 효과가 미미한 정책뿐"이라고 지적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3-08-15 18:2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