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대상을 초등학교 2학년에서 6학년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법(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새 국회에서 다시 추진된다. 고용노동부는 25일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 국민평생직업능력개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이 법안들은 육아지원제도를 확대하고 이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 있는 자녀의 나이를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에서 '12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인 경우로 확대하는 내용이 있다. 육아휴직 기간 중 미사용 기간에 대해 그 기간의 두 배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으로 가산하는 규정도 담겼다. 또 배우자 출산휴가의 분할사용 횟수를 1회에서 3회로 늘리고 배우자 출산 휴가 급여 지원기간을 5일에서 휴가 전체 기간(현행 10일)으로 확대한다. 임산부와 태아를 위한 법률안도 있다. 조산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1일 2시간 근로시간 단축 기간을 현행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서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2주 이후'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또 난임치료휴가 기간을 연간 3일에서 6일로, 그 기간 중 유급휴가일을 1일에서 2일로 확대한다. 2일에 대한 급여를 우선지원 대상기업 소속 근로자에게 지원하는 제도도 신설한다. 이밖에도 법인의 대표자가 직장 내 성희롱을 한 경우 사업주와 동일하게 과태료 부과대상에 포함하는 등 현행 제도의 미비점도 개선된다. 정부는 국민평생직업능력개발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재추진한다. 우선 기업이 다양한 훈련과정을 포함하는 직업능력개발계획서를 사전에 승인 받은 경우 일정 범위 내에서 개별 훈련과정에 기업의 재량권을 부여하고 훈련비도 지원받을 수 있게 한다. 고용부 장관의 권한 중 학교법인의 기능대학 설립 추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이양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역 여건 및 특성에 맞는 직업능력개발훈련과 인력양성 등을 위해서다. 또 기능대학을 설립·경영하는 자가 기능대학의 명칭 등 중요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 교육부 장관의 변경 인가를 받도록 하되 그 권한은 고용부 장관에게 위탁하도록 하고 기능대학의 분교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아울러 기능대학의 학위전공심화과정 입학 자격요건으로 학력과 경력 요건의 선후 관계와 상관없이 두 요건을 모두 갖추면 입학이 가능해진다. 해당 법률안들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나면 시행된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2024-06-25 17:14:04[파이낸셜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야당이 '노란봉투법' 입법을 재추진 하는 것에 대해 "왜 하려는지 모르겠다"며 "이전에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보다 독소조항이 더 많다"고 날을 세웠다. 오는 27일 예정된 입법청문회에는 출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21대 국회에서 최종 부결된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논란의 소지가 큰 새 조항이 추가돼 다시 발의됐다"며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법안으로 세상에 이런 법은 없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지난 17일 사용자를 노동조건 등에 대해 사실상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보유한 자로 규정하고, 쟁의행위 등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등 불법행위로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개정안을 재발의했다. 특히 개정안은 21대 국회 문턱을 넘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입법이 불발된 법안과 비교해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하면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특수고용노동자(특고)와 플랫폼 종사 노동자 단결권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장관은 "노사관계가 좋은 곳은 회사도 노조도 합리적인데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악순환이 일어날 것"이라며 "기업이 불안해하면서 청년 일자리가 사라지고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하면서 국민경제 어려움이 지속해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7일 예정된 노조법 개정안 입법청문회에 출석하겠느냐는 질문에 "국회법에 따르겠다"고 말해 출석을 시사했다.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지에 대해서는 "(통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정부가 지난주 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1200명을 목표로 고용허가제를 통해 고용허가(E-9) 비자를 가진 외국인 돌봄인력을 도입하고, 5000명 규모 시범사업을 통해 유학생이나 외국인노동자 배우자가 '가사사용인'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은 점도 화두에 올랐다. 애초 정부는 서울시의 100명 규모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사업' 결과를 보고 사업을 확대할지 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사업을 시작도 안한 상태에서 확대를 결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장관은 서울시 시범사업이 늦어진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하면서 "시범사업과 평가를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유학생과 외국인 노동자 배우자를 가사사용인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 밖 노동자'를 정부가 나서서 양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사사용인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민생토론회 점검 회의 당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이민자 가족분들이 가사·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그러면 가정 내 고용으로 최저임금 제한도 받지 않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유연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돌봄인력)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라며 "내국인 돌봄인력이 매년 1만2000명씩 줄고 50대 이상이 92%가 넘을 정도로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이미 국내에 들어온 인력을 활용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사사용인에 대해서는 "가정에서 1대 1로 이뤄지는 일을 어떻게 감독하겠느냐"며 이들이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대책을 밝히지 못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 가사사용인들은 가사관리사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다"며 "외국인 유학생이나 외국인노동자 배우자를 가사사용인으로 해도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2024-06-24 15:07:32내년 최저임금 심의가 조만간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올해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어설지도 주목된다. 다만 윤석열 정부 이후 노정 관계가 계속해서 불편한 길을 걷고 있어 최저임금 논의 과정 역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법에 따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통상 최저임금위는 4월 초 제1차 전원회의를 열어 안건을 보고·상정한다.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심의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고용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국가가 노사 간의 임금결정 과정에 개입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한다. 저임금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후 매년 회의가 열렸지만 법정 기한 내 심의를 마친 것은 8차례에 그친다. 고용부 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해 고시해야 한다. 올해는 외국인 가사관리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발표한 '돌봄 서비스 보고서'에서 국내 돌봄서비스 인력 부족과 비용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외국인 돌봄인력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안을 제시하면서다. 다만 최저임금위는 이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국적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모두 국적에 따른 임금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외국인 가사관리자의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위 논의가 아니라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임금차별을 허용하는 방향의 법 개정은 전례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이 고용·직업상 차별을 금지한 국제노동기구(ILO) 111호 협약 비준국이라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외국인 돌봄인력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위해 ILO 협약 비준을 철회할 경우 국제통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특히 현재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업종별로만 가능하다. 만약 최저임금위에서 돌봄업종에 대해 차등적용을 결정한다면 내국인 가사관리자 임금도 같이 삭감하거나 올려야 해 논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내년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1만원대에 올라설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9620원)보다 2.5%(240원) 오른 시간당 9860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인상 폭이 작았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노동계는 올해도 최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사용자 측은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설 전망이다. 최저임금 심의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새 공익위원의 성향도 주목된다. 최저임금 수준은 노사가 늘 팽팽하게 맞서기 때문에 찬반 표결로 결정돼 왔다. 이 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은 늘 키를 쥐고 있다. 위원 임기는 3년이며, 고용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올해 처음 윤석열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위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된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동계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익위원이 나선다면 분위기가 역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공익위원이 나서야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불안한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매년 나오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최저임금 논의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사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2024-03-17 18:18:01[파이낸셜뉴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가 내리고 있는 사직서수리 금지 명령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15일 주장했다. 의협 비대위는 "전공의들의 계약은 병원별로 다르게 되어 있어 3년 또는 4년의 다년 계약으로 돼 있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의 병원들은 1년 단위로 재계약하며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며 "다수의 전공의들은 민법 제660조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민법에 따라 사직서 제출 후에 한 달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직처리가 되느냐는 질문에 "전공의들은 약정이 있는 근로계약을 했기 때문에 민법의 관련 조항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사직서를 제출하면 한 달 후 효력을 발휘한다'는 주장은 민법 제660조를 근거로 하고 있는데 전공의들은 4년 등 다년으로 약정이 있는 근로계약을 한 만큼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의협 비대위는 "이것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면, 정부는 사법부의 권위와 삼권분립의 원칙도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95다5783)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16조는 '근로계약은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것과 일정한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 외에는 그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1년을 초과하는 근로계약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16조를 근거로 근로자는 1년이 경과한 후에는 언제든지 당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다년 계약을 맺은 전공의라 하더라도 근무한지 1년이 지나면, 사직서 제출을 통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설명이다. 또한 대법원은 지난 2021년 황운하 의원의 당선 무효 소송에서 사직서를 낸 시점에 퇴직이 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판결하며, 사직서 제출 자체가 효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정부가 전일 브리핑을 통해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2000명 의대 정원 확대를 재차 강조한 것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의협 비대위는 "불과 한 달여 전인 2월2일 대한의사협회와 간담회를 가진 일본의사회의 회장과 집행이사는 분명히 최근 일본 정부는 의대정원 감축을 시작했고, 의사회 역시 후생노동성 회의체 위원으로 참여하며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일본이 의사 감축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전체 인구가 줄어 의료종사자 확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문제는 의대정원 확대보다도 지원을 늘리고 지역 편재를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도 짚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협 비대위는 정부의 탄압이 6만명 이상의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봉직 회원들이 자발적인 사퇴를 하게끔 종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오전에 발표된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봉직 회원들의 96%는 정부의 정책 강행 추진은 부당하며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응답했다. 봉직 회원들의 90%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협 회원들이 실제 사법적인 조치를 당한다면, 사직서 제출 등 자발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중대본 브리핑에 대해 "조규홍 장관은 '의대 교수'를 '의새 교수'로 발음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지난번 박 차관과 마찬가지로 '의새'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나왔다는 것은 평소에 의사를 비하하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4-03-15 14:28:38[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쿠팡의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근로감독에 착수할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는 감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초조사를 진행 중이다. '근로기준법 40조' 위반 여부가 감독 여부를 판가름 지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위법소지 판단시 특별근로감독 전환 고용부 관계자는 20일 쿠팡의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만약 문건이 실존한다면 왜 만들었는지 등을 알아보는 단계"라고 밝혔다. 쿠팡 블랙리스트는 지난 13일 MBC가 "쿠팡이 1만6000여명의 실명과 연락처, 취업 배제 사유 등 개인정보가 담긴 'PNG리스트(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운영해 왔다"고 보도하며 알려졌다. 블랙리스트를 통해 노동자의 재취업을 방해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게 보도의 골자다. 현재 고용부의 기초조사는 제기된 의혹의 사실 여부를 파악하는 통상적인 절차다. 만약 이 조사에서 위법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특별근로감독으로 전환된다. 특별근로감독 여부는 실제 문건의 존재 여부와 근로기준법 40조에 대한 위법소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근로기준법 40조는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 또는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을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와 '쿠팡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는 쿠팡의 물류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근로기준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근로자의 개인정보를 담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취업을 방해했다는 주장이다. 마켓컬리·CJ대한통운 의혹은 모두 무혐의 기업의 블랙리스트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마켓컬리는 지난 2021년 일용직 노동자의 성명·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담은 문건을 작성하고 채용대행업체에 이를 전달해 일감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 및 운영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마켓컬리는 당시 이 리스트의 존재를 시인했지만 근로기준법 40조와 관련해 '자사의 직원 채용시'에는 취업을 제한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용부는 2022년 1월 마켓컬리 직원과 회사를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2018년 CJ대한통운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택배기사의 재취업을 방해한다는 고발도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자사만 활용 했을 때 위반인가하는 부분은 명확히 봐야할 필요가 있다"며 "법문에 '누구든지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라고 되어 있는데 자사의 채용 기준을 세운 것도 포함이 되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며 설명했다. "블랙리스트 엄연한 범죄…회사 고유권한 아냐"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퇴직 뒤에도 취업을 방해 받는 경우가 많지만 많은 노동자가 블랙리스트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프리랜서·특수고용 노동자는 블랙리스트로 불이익을 받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이외의 대응을 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회사는 퇴사를 방해·종용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단으로 취업 방해를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 자동차회사의 대리점 소속 영업사원 A씨는 소장의 갑질에 항의하며 동료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건의 사항을 작성해 제출했다가 퇴사했다. 이후 일자리를 구하려 했으나 '블랙리스트에 걸려 있어 입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제보했다. B씨는 고용부에 임금체불 진정을 넣었다가 고용주에게 "이 업종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소문을 내겠다"고 협박 받았다. 이후 B씨는 이직했으나 고용주는 새 회사 대표에게 전화해 "B씨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B씨는 상담에서 "무섭고 두려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직장갑질119는 "블랙리스트는 근로기준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현행법을 위반한 엄연한 범죄"라며 "블랙리스트 작성과 운영을 결코 회사의 고유 권한이라는 이름으로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2024-02-19 15:19:11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한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1일 근로시간(8시간) 초과분을 합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1주일간 총근무시간(40시간)을 기준으로 초과분을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기존에는 1주 총근로시간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더라도 1일 연장 근로시간의 합이 12시간을 넘어서면 근로기준법 위반이었다. 앞으로 주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주중 크런치 모드로 일해도 위법하지 않다는 얘기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25일 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업주 A씨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 한도의 위반 여부를 따질 새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그동안 1·2심은 1일 단위로 근로시간이 8시간을 넘길 경우 무조건 연장근로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주 12시간을 넘기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주 12시간 연장 근로시간의 해석을 기존보다 좁힌 것이다. 그동안 법원과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40시간 초과 근로시간이 12시간 연장 근로시간을 넘을 경우 또는 하루 8시간 초과 근로시간이 12시간을 넘을 경우 등 두 가지로 주 52시간제 위반을 해석했다. 대법원은 두 가지 기준 중 주 40시간 초과 근로시간 기준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은 연장 근로시간의 한도를 1주간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을 뿐이고 1일을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는 1주간의 기준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확정판결이 나왔으니 고용부는 행정해석을 신속하게 변경해야 한다. 고용부의 행정해석과 대법원 판단이 혼재돼 주 52시간제에 대한 위반 여부가 뒤엉키는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앞으로 근로자의 근로시간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만 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제한(휴게시간 제외)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계에서 우려해온 근로시간 제도의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일제히 반대의 기치를 높게 들어 올렸다. 반면 학계는 70년 묵은 낡은 근로기준법을 일제 정비해야 할 때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경영계는 현재와 같은 경직된 근로시간 제도는 근로시간을 늘리면서 생산성은 떨어뜨리는 백해무익한 제도라고 지적해왔다. 하루 근로시간 상한, 최소 휴식시간 도입 등 선진국의 근로자 건강권 보호조치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근로시간 유연성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도 이번 대법원 판결을 유연근무시간제·자율근무시간제와 같은 노동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모티브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현행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되 바쁠 때 더 일하고 한가할 때 쉴 수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2023-12-26 18:24:11정부 주요 부처가 술렁이고 있다.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지난 5일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등 주요 경제부처의 1차 개각이 단행됐고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장관을 교체하는 2차 개각설도 기정사실화되고 있어서다. 정부 부처 현직 차관들의 내년 총선 출마 소문도 잇따르고 있다.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차관)은 이미 지난 7일 사의를 표명했다. 10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 국회 통과 전에 경제부총리 인사가 단행되면서 정부의 대국회 예산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 정책의 실행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2차 개각 대상인 산업부는 겨울철 에너지 수급, 천문학적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 문제 해법 마련 등 시급함을 다투는 현안이 많다. ■곳곳서 "근무기강 강화" 메시지내년 총선을 앞둔 잇단 개각 발표로 정부 부처가 술렁이면서 공개적인 근무기강 강화 메시지가 나왔다. 기재부는 최근 확대간부회의 논의 내용을 공개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개각 발표 등 과도기 상황에서 근무기강 해이가 없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다. 추 부총리는 1·2차관과 실·국장, 총괄과장에게 "2023년 세법개정안과 2024년 예산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하고, 민생경제 현안에 필요한 대책을 적시성 있게 추진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상목 전 경제수석이 차기 부총리로 지명되는 과도기 상황에서 직접 메시지를 낸 것이다. 기재부가 확대간부회의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추 부총리 본인도 차기 부총리 지명 후 지난 7일 "정부는 (예산안의) 증액에 관해 일체 동의를 할 수 없다"고 말하며 예산안 국회 통과까지는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농식품부, 국토교통부 등도 근무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농수산물 가격 고공행진, '슈링크플레이션' 해법 마련, 개 식용 문제 등 현안이 많다. ■업무차질 우려, 인사에 촉각1차 개각에선 제외됐지만 2차 개각에 사실상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산업부는 장관 교체설로 부처와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9월 20일 임명 후 3개월도 안 된 상황에서 교체되는 것이어서 업무 추진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산업부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부처 예산안과 겨울철 에너지 수급, 부채가 쌓이고 있는 한전 문제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 후폭풍도 수습해야 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부산엑스포 이슈가 마무리되면서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우리나라 수출 및 산업현장 관련 현안을 챙기고 에너지 정책 개편 등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됐다"며 "하지만 2차 개각 대상에 포함되게 되면 당분간 산업부는 산업정책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도 3대 개혁 중 노동부문 개혁이 본격화할 시기에 장관이 교체된다고 하면 현안은 밀릴 수 있다. 노란봉투법(근로기준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이후 냉각된 노정관계 복원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장관급뿐만 아니라 총선에 뛰어드는 고위관료들의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도 대구·경북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도 부산 지역 출마가 유력하다. 장관이 바뀌는 부처가 많아지면서 후속 인사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장관이 바뀌게 되면 새 정책방향을 잡게 되고 당연히 방향에 맞춰 인사도 단행된다"며 "관가 관심은 인사에 쏠릴 수밖에 없고 (인사 때까지) 주요 정책결정이 미뤄지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많고 현안 우선순위가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2023-12-10 18:55:45[파이낸셜뉴스] 정부 주요 부처가 술렁이고 있다.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지난 5일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등 주요 경제부처의 1차 개각이 단행됐고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장관을 교체하는 2차 개각설도 기정사실화되고 있어서다. 정부 부처 현직 차관들의 내년 총선 출마 소문도 잇따르고 있다.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차관)은 이미 지난 7일 사의를 표명했다. 10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 국회 통과 전에 경제부총리 인사가 단행되면서 정부의 대 국회 예산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 정책의 실행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2차 개각 대상인 산업부는 겨울철 에너지 수급, 천문학적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 문제 해법 마련 등 시급함을 다투는 현안이 많다. 곳곳서 "근무기강 강화" 메시지 내년 총선을 앞둔 잇단 개각 발표로 정부 부처가 술렁이면서 공개적인 근무기강 강화 메시지가 나왔다. 기재부는 최근 확대간부회의 논의 내용을 공개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개각 발표 등 과도기 상황에서 근무기강 해이가 없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다. 추 부총리는 1, 2차관과 실·국장, 총괄과장에게 "2023년 세법개정안과 2024년 예산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하고, 민생 경제 현안에 필요한 대책을 적시성 있게 추진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상목 전 경제수석이 차기 부총리로 지명되는 과도기 상황에서 직접 메시지를 낸 것이다. 기재부가 확대간부회의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추 부총리 본인도 차기 부총리 지명 후 지난 7일 "정부는 (예산안의) 증액에 관해 일체 동의를 할 수 없다"고 말하며 예산안 국회 통과까지는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농식품부, 국토교통부 등도 근무기강 다잡기에 나선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농수산물 가격 고공행진, '슈링크플레이션' 해법 마련, 개 식용 문제 등 현안이 많다. 업무 차질 우려, 인사에 촉각 1차 개각에선 제외됐지만 2차 개각에 사실상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산업부는 장관 교체설로 부처와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9월 20일 임명 후 3개월도 안된 상황에서 교체되는 것이어서 업무 추진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산업부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부처 예산안과 겨울철 에너지 수급, 부채가 쌓이고 있는 한전 문제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 후폭풍도 수습해야 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부산엑스포 이슈가 마무리되면서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우리나라 수출 및 산업현장 관련 현안을 챙기고 에너지 정책 개편 등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됐다"며 "하지만 2차 개각 대상에 포함되게 되면 당분간 산업부는 산업정책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도 3대 개혁 중 노동 부문 개혁이 본격화할 시기에 장관이 교체된다고 하면 현안은 밀릴 수 있다. 노란봉투법(근로기준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이후 냉각된 노정관계 복원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장관급 뿐만 아니라 총선에 뛰어드는 고위관료들의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도 대구·경북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도 부산 지역 출마가 유력하다. 장관이 바뀌는 부처가 많아지면서 후속 인사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장관이 바뀌게 되면 새 정책방향을 잡게 되고 당연히 방향에 맞춰 인사도 단행된다"며 "관가 관심은 인사에 쏠릴 수 밖에 없고 (인사 때까지) 주요 정책 결정이 미뤄지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많고 현안 우선순위가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2023-12-08 16:20:34법정에 서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아동학대 등으로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생 훈육이나 지도 과정에서 법정싸움까지 휘말린 교사들의 사례도 드물지 않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교사 A씨는 지난해 4월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친구와 싸우던 B군을 말리고 훈육하다 보호자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A씨는 B군이 급우의 얼굴 등을 때리는 것을 보고 싸움을 말리기 위해 교실 맨 뒤에 있는 책상을 복도 방향으로 밀어 넘어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군이 제출한 반성문을 찢기도 했는데, 반성문에는 "반성할 이유가 없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밉고 싫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B군의 보호자는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또 정신적 고통에 대해 3000여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광주지방법원은 지난달 학부모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수업시간에 떠드는 초등학생을 야단쳤다가 법원에 넘겨진 사례도 있다. 아동학대범죄특례법 위반 혐의다. 울산의 모 초동학교 담임교사 C씨는 2021년 수업시간에 학생인 D군이 떠들자 앞으로 불러 세운 뒤 다른 학생들에게 "얘가 잘못한 점을 말해봐라"라고 말하며 야단쳤다. 또 D군이 "공부방 수업시간에 늦을 것 같다"며 정규 수업보다 5분 일찍 하교할 수 있는지 묻자 D군 혼자 교실 청소를 하도록 지시했다. 울산지법 재판부는 "C씨와 학부모 사이 대화 내용, 문자 내용 등을 보면 학부모들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열성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C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소송 결과와 별개로 교사들의 훈육이 수년간 법적 분쟁의 발단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호자와 교사 간의 신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교직을 떠난 한 교사(28)는 "보호자와 교사는 아이를 한 사람의 어른으로 만들겠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진 운명공동체이므로, 서로 신뢰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에도 교사들에 대한 제도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직장 내 사용자나 근로자 등이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에 대해 조처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처럼 교육환경에서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 변호사 모임(새변)은 "교사와 학교, 학부모의 관계는 근로기준법으로 직접 의율할 수 없으므로, 학교폭력예방법 하위법령에 학교폭력 책임교사 및 담임교사를 보호하는 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3-07-24 18:17:24[파이낸셜뉴스] 법정에 서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아동학대 등으로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생 훈육이나 지도 과정에서 법정싸움까지 휘말린 교사들의 사례도 드물지 않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교사 A씨는 지난해 4월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친구와 싸우던 B군을 말리고 훈육하다 보호자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A씨는 B군이 급우의 얼굴 등을 때리는 것을 보고 싸움을 말리기 위해 교실 맨 뒤에 있는 책상을 복도 방향으로 밀어 넘어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군이 제출한 반성문을 찢기도 했는데, 반성문에는 "반성할 이유가 없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밉고 싫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B군의 보호자는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또 정신적 고통에 대해 3000여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광주지방법원은 지난달 학부모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수업 시간에 떠드는 초등학생을 야단쳤다가 법원에 넘겨진 사례도 있다. 아동학대범죄특례법 위반 혐의다. 울산의 모 초동학교 담임교사 C씨는 2021년 수업 시간에 학생인 D군이 떠들자, 앞으로 불러 세운 뒤 다른 학생들에게 "얘가 잘못한 점을 말해봐라."고 말하며 야단쳤다. 또 D군이 "공부방 수업 시간에 늦을 것 같다"라며 정규 수업보다 5분 일찍 하교할 수 있는지 묻자, D군 혼자 교실 청소를 하도록 지시했다. 울산지법 재판부는 "C씨와 학부모 사이 대화 내용, 문자 내용 등을 보면 학부모들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열성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C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소송결과와 별개로 교사들의 훈육이 수년간 법적 분쟁의 발단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호자와 교사 간의 신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교직을 떠난 한 교사(28)는 "보호자와 교사는 아이를 한 사람의 어른으로 만들겠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진 운명공동체이므로, 서로 신뢰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 환경은 보호자가 알지 못하는 변수가 많다"며 교사의 행동에 대해 나름의 상황과 이유가 있음을 이해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도 교사들에 대한 제도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직장 내 사용자나 근로자 등이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에 대해 조처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처럼, 교육환경에서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 변호사 모임(새변)은 "교사와 학교, 학부모의 관계는 근로기준법으로 직접 의율할 수 없으므로, 학교폭력예방법 하위법령에 학교폭력 책임교사 및 담임교사를 보호하는 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3-07-24 14:3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