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중국에서 단 5분간의 수술로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치료법이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연구팀은 알코올을 요구하는 욕망과 싸울 수 있는 칩을 뇌에 심는 방법의 치료법을 개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는 류모씨는 지난 12일 중국 중부 후난성 뇌병원에서 5분간 수술을 받았다. 류씨의 수술은 국제마약통제국 전 부회장이었던 웨이하오가 이끄는 연구팀이 진행했으며, 웨이하오는 약물 남용 및 중독 메커니즘 전문가다. 칩이 이식되면 중독 치료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물질인 날트렉손을 방출하는데, 이 물질은 신체에 흡수돼 알코올에 대한 갈망을 없애준다. 날트렉손은 20세기 후반까지 알코올 중독 치료에 사용됐던 디설피람을 대체한 신물질로 디설피람은 어지러움, 메스꺼움, 구토 등의 부작용이 있는데 비해 날트렉손은 부작용이 덜하며 효과도 더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칩은 최대 5개월 동안 성능이 지속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류씨는 "처음에 임플란트를 받는 것에 대해 걱정했지만 정말 5분밖에 안 걸렸다"며 "수술이 얼마나 빠르고 간단한지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술과 작별을 고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누리꾼들은 "놀라운 혁신이다", "담배 중독을 없애는데 응용하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치료법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다른 중독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어 각종 중독 치료에 새 지평을 열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3-04-27 07:32:40"한국형 마약류 중독 치료법 개발에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사용되는 마약류의 종류와 중독자의 연령, 약물대사의 유전적 특성 등이 국가별로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국형 마약류 중독증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근황을 이같이 소개했다. 그러면서 "마약류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지금, 이것의 치료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곧 국가경쟁력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약류 중독증은 하나의 건강문제 이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중독증 치료·연구 분야의 대가다. 지난해 3월까지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제15대 이사장까지 지낸 그는 현재 정신건강연구개발사업단 마약류 오남용 및 중독분야 연구협의체장을 맡고 있다. '마약류 오남용 및 중독분야 연구'는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연구개발사업단이 지난해부터 6년 동안 진행하는 연구개발(R&D) 사업이다. 한국형 마약류 중독증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이 사업을 위해 마약류 중독자들을 추적 관찰해 기록하는 연구를 한다. 그는 "중독증도 사람이 경험하는 질환이기에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 질병에 걸리고 어떻게 악화되며 어떻게 치료되고 어떻게 회복이 되고 어떻게 재발하는지 등을 관찰해 데이터화할 필요가 있다"며 "중독증이 급성기 질환이면 몇 차례의 검사만 하면 되지만, 이건은 만성질환이므로 최소 3~4년을 관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마약류 중독증에 대한 접근법이 더 이상 사법모델에 머무르기보다는 공중보건모델으로 전환돼 마약류 중독증을 보편적 건강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0년대 중반까지 한 해 검거 인원수가 1만명 이하였던 마약류 사범 수는 근 10년 사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을 보면 마약류 중독증을 사법모델로 바라보는 접근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마약류 중독증을 공중보건모델로 접근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호주는 2010년대 초반 마약류 중독증을 불법으로 규정했던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중독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닌 지원하는 방법을 선택했다"며 "구체적으로 공공에서 약물검사를 지원하거나 중독자를 감옥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치료할 수 있는 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등이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마약류 중독증과 같은 정신행동질환은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설파했다. "정신행동질환은 개인 의지와 결부시켜 치료에 있어서 개인의 의지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적 편견이 강하다. 쉽게 말해 중독자가 좋아서 한 것 아니냐는 말"이라고 그는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어 마약류 중독증 치료의 핵심은 편견을 없애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마약중독자는 사회적으로 범죄자로 인식되며, 이로 인해 치료와 재활의 기회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그는 "중독증의 경우 보건, 심리, 간호, 사회복지, 교육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질병이자 사회적 산물"이라고 밝혔다. ■치료 중심 체계 위한 기본법 절실 그는 마약류 중독증에 대한 접근이 공중보건모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중독치료회복지원법과 같은 중독성 질환자의 문제를 건강의 문제로서 지원할 수 있는 기본법이 마련돼야 한다. 그는 "기본법 설정되어야 한다. 치료정책, 아니 하다 못해 예방정책을 세우기 위해서도 취약계층, 단계별 전개 과정, 연령별 반응 등 질병에 대한 연구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현 시스템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힘들다"며 "문제가 심각하고 비판이 거셀수록 원칙에 맞춰 일을 진행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법률제도와 같은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보건복지부 주도하에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를 확충하고, 의료기관에서의 치료 지원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새로운 치료체계를 만들 것이 아니라 기존 치료체계를 이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예컨대 알코올 중독자를 치료하는 시스템에서 마약류 중독자도 치료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이와 함께 치료시스템에 지역촉진접근적 요소를 만들어 가족과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다양한 복지휴먼시스템을 환자에게 서비스로 제공해야 중독증 치료에 효과적이다"라고 부연했다. ■예방교육도 같이 이뤄져야 그는 마약류 중독증 예방을 위해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현재의 예방교육은 "마약류를 하지 말라"라는 금지 중심의 메시지가 주를 이루지만, 이는 오히려 중독자들을 사회에서 소외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에 연령별·상황별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청소년 대상 예방교육에서는 마약의 위험성뿐 아니라 중독에 빠졌을 때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편 이 교수는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문제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마약류 중독증에 대한 교육이 부족해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을 선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그는 "의료용 마약류를 오남용하는 것은 상당 부분 건강보험수가와 관련 있다"며 "의료용 마약류 상담에도 건강보험수가를 적용해 의료진이 더욱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5-03-04 18:15:08[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옛날 어느 마을에 떡을 좋아하는 사내가 한 명 있었다. 사내는 떡을 좋아해서 항상 설과 같은 명절만 기다렸다. 당시에는 먹을 것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과 같은 명절이 아니고서는 떡을 먹을 기회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사내의 집에서는 그해 설에도 가래떡을 만들었다. 사내도 집에서 가래떡 만드는 과정을 열심히 도왔다. 먼저 멥쌀을 물에 불려서 물기를 뺀 후에 맷돌에 곱게 갈라서 쌀가루를 만들었다. 곱게 빻은 쌀가루는 시루에 담아 쪘다. 시루에 찐 떡을 떡메치기로 반복적으로 쳐내서 찰지게 만든 다음 이것을 다시 길게 늘여서 가래떡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 가래떡들은 말려 두었다가 떡국을 끓이거나 겨울철 좋은 간식으로 활용되었다. 아침부터 만들기 시작한 가래떡은 저녁이 돼서야 완성이 되었다. 사내는 가래떡을 많이 먹으려고 아침부터 일부러 굶기까지 했기 때문에 배가 많이 고팠다. 사내는 뜨거운 가래떡이 완성되자마자 한줄을 집어 들고 먹었다. 1년 만에 먹는 가래떡 맛은 기가 막혔다. 길이가 거의 1척(尺)이나 되는 가래떡을 물도 없이 순식간에 몇 개를 집어삼켰다. 그런데 갑자기 명치끝이 달리고 아프기 시작했다. 위장이 꽉 찬 듯 답답하고 아파졌다. 트림을 시원하게 하고 싶었지만 트림도 잘 나지 않으면서 구역감이 생겼다. 한번 토한 후에도 배는 불러오고 가스가 차고 더부룩했다. 눈을 감으면 어질거리는 느낌이 있었고 이마와 양쪽골에 두통도 생겼다. 마치 감기에 걸린 듯 몸은 으슬으슬하면서 손끝이 차가워졌다. 사내는 “어머니, 배가 뭉치고 계속 아프면서 불편합니다.”라고 울 듯이 말했다. 사내의 어머니는 “이거 동치미 국물인데, 마셔보도록 하거라. 원래 옛날부터 떡을 먹고 체하면 동치미 국물이 최고였다.”라고 했다. 실제로 생무에는 곡물의 탄수화물을 소화하는 효소가 풍부했다. 그래서 밥이나 떡을 먹고 체했을 때는 생무를 먹는 것이 응급처치였다. 동치미나 깍두기 또한 생무와 비슷한 효과가 있었다. 사내는 어머니가 건네준 동치미 국물 한 사발을 쭈욱하고 들이켰다. 식도부터 위장까지 시원한 느낌이 있었고 먹자마자 트림이 꺼억하고 났다. 좀 시원해지는 듯했지만 다시 명치가 답답하고 어지럽고 두통이 있는 것은 여전했다. 이때 사내의 아버지가 사내에게 등을 약간 앞으로 숙이게 하고서는 “체했을 때 등을 두드리면 내려갈 것이다.”라고 하면서 사내의 등을 두드렸다. 등의 척추 옆에는 많은 혈자리가 있는데, 명치부위 뒤편에는 비수혈(脾兪穴)과 위수혈(胃兪穴)이 있다. 비수혈은 11번 흉추 바로 옆으로 손가락 한마디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고, 위수혈은 12번 흉추 바로 옆에 있다. 옛날부터 체하면 등을 두드리는 민간요법이 있었는데, 실제로 아무 곳이나 두드리기보다는 바로 비수혈과 위수혈 부위를 두드리면 효과적이다. 사내의 아버지가 주먹을 쥐고 사내의 등을 툭툭 툭하고 두드리자 사내는 다시 한번 트림을 꺽 꺼억하면서 “이제 속이 좀 풀립니다.”라고 했다. 밤이 되었다. 그런데 사내는 배가 다시 뭉치듯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명치가 달리는 느낌 때문에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이제는 동치미 국물을 마셔봐도 효과가 없었고, 등을 때려 봐도 내려가지 않았다. 사내는 뒤척이며 잠을 한숨도 자지 못하고 누웠다가 앉기를 반복하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사내의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동네 약방을 찾았다. 사내의 아버지는 “의원양반, 이놈이 어제 저녁에 가래떡을 먹고 체해서 동치미 국물도 먹여보고 등도 두들겨 봤지만 아침까지 이 모양이요. 어떻게 좀 해 주시오.”라고 사정을 했다. 의원이 진찰해 보더니 “이 아들만 이런 것이요? 다른 가족은 문제가 없는 것이요? 설사는 없었소?”라고 물었다. 아버지는 “다른 가족도 가래떡을 모두 먹었지만 유독 아들놈 배가 아프오.”라고 했다. 의원이 보기에 설사는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모두 함께 먹었지만 혼자만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면 체기가 분명했다. 만약 동일한 음식을 먹은 모든 사람이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것은 곽란(癨亂), 즉 식중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직 특정한 한 사람에게만 나타난다면 이것은 개인의 기능성 위장장애로 인한 소화불량이거나 알레르기 반응일 수 있으니 구별해야 한다. 의원은 삼릉침을 꺼냈다. 그러자 사내가 화들짝 놀라면서 “아니 의원님, 뭘 하시려고 이렇게 굵은 침을 꺼내신단 말입니까. 그냥 약을 좀 주시면 안되겠소?”하고 두려움이 떨며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체기에는 소체환 같은 약도 좋지만, 이렇게 급성으로 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소상혈에 출혈을 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네. 조금만 참으면 바로 끝날 것이니 걱정하지 말게나.”라고 안심을 시켰다. 소상혈(少商穴)은 엄지손가락 손톱 뿌리부위 안쪽 각진 곳에서 세로와 가로 선을 연결했을 때 만나는 부분에 해당하는 혈자리다. 의원이 사내의 양쪽 손가락 소상혈을 찔러 사혈(瀉血)을 시키자 사내는 명치를 막고 있는 큰 바윗덩이가 치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눈은 밝아지고 계속되었던 구역감이 사라졌다. 숨도 편하게 쉴 수 있었으며 손끝에 온기가 돌았고 두통도 사라졌다. 눈을 감아도 느글거리거나 어지러운 증상도 없었다. 집에서 소상혈을 사혈하고자 할 때는 알코올 솜으로 소상혈 부위를 소독한 후 일회용 사혈침을 이용해서 피를 한 방울 정도만 내면 된다. 가벼운 경우는 한쪽만 사혈을 해도 바로 효과가 나타난다. 증상이 심하면 양쪽 엄지손가락 모두 사혈하고,엄지발가락 안쪽에 있는 은백혈 또한 동일한 방법으로 사혈을 시키면 더욱 효과적이다. 옛날 어머니들이 하던 방식으로 굳이 손가락에 고무줄을 묶고서 사혈을 시키지 않아도 된다. 피는 많이 낼 필요가 없이 단지 메주콩 양만큼 한 방울 정도 나면 다시 소독솜으로 눌러 소독하고 눌러서 지혈한 후에 일회용 밴드를 붙여 주면 끝난다. 항간에 손따기는 플라시보 효과라든지 다른 곳에 통증을 느끼게 함으로써 원래 불편했던 통증을 잊게 한다는 등등의 말들이 있지만 손따기는 실제로 임상에서 효과적인 치료법이며, 그 근거도 충분하다. 손따기는 그냥 옛날 어머니들만의 민간요법만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 * 제목의 ○○○은 ‘손따기’입니다. 오늘이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태평성혜방> 少商二穴者, 木也, 在手大指端內側, 去爪甲角如韮葉, 白肉際, 宛宛中是也, 手太陰脈之所出爲井也, 針入一分, 主不能食, 腹中氣滿, 喫食無味, 留三呼, 瀉五吸, 宜針不宜灸, 以三棱針刺之, 令血出勝氣, 針所以勝氣者, 此脈脹腮之候, 腮中有氣, 人不能食, 故刺出血, 以宣諸臟腠也, 愼冷熱食. (소상 두혈은 오행으로 목에 해당한다. 엄지손가락 끝부분 안쪽에 있는데, 손톱 조갑각에서 부추잎만큼 거리가 떨어져 있고 적백육제 사이로 가볍게 움푹 팬 듯한 곳이다. 수태음맥이 시작되는 혈자리로 정혈이다. 침은 1푼을 놓는다. 능히 식사를 하지 못하거나 배가 가스가 많이 차거나 밥을 먹어도 맛을 느끼지 못하는 증상에 숨을 3번 쉴 동안 유침시키고 다섯 번 내 뱉을 때 발침해서 사한다. 침은 마땅하지만 뜸은 뜨지 못한다. 삼릉침을 이용해서 찌르면 피가 나게 해서 기를 이겨낸다. 침이 기를 이겨내는 자는 맥이 부풀어 올라 뺨이 붓고 기차 차오르면서 식사를 하지 못할 때도 찔러서 출혈을 시키는 이유가 되니 이로써 모두 장부의 주리를 펼치는 것이다. 너무 차거나 뜨거운 음식은 삼가야 한다.) <향약집성방> 少商以三稜鍼剌之, 微出血, 洩諸臟熱湊, 不宜灸. (소상혈은 삼릉침으로 자침하여 약간 출혈시키면 모든 장부의 열이 빠져나가게 되어 촉촉해진다. 뜸은 마땅하지 않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5-01-21 16:24:34[파이낸셜뉴스]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뱃속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알코올을 만들어내는 ‘자동양조증후군’(Auto-brewery syndrome)을 앓는 여성 사례가 캐나다에서 확인됐다. 캐나다 토론토대 라헬 제우드 박사팀은 4일 캐나다 의학협회저널(CMAJ)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자동양조증후군 진단을 받은 50대 여성 사례를 전했다. 이 여성은 종교적 이유로 수년간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여 2년간 7번이나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을 찾았을 때는 말이 어눌하고 알코올 냄새가 나며 혈중 에탄올 농도가 높아지는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그는 출근 또는 식사 준비 중 쏟아지는 졸음에 갑자기 잠을 자는 등 지속적인 무기력증과 졸음으로 1~2주간 휴가를 내야 했다. 식욕도 없어 음식을 거의 입에 대지 못했다. 이런 증상이 1~2개월마다 간헐적으로 반복됐다. 연구팀은 이 여성이 7번째 응급실을 찾았을 때 응급의학과, 소화기내과, 감염내과, 정신과 등 여러 의료진의 진단을 거쳐 자동양조증후군 진단을 내렸다. ‘자동양조증후군’은 장내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알코올로 발효하는 희귀질환이다. 맥주 발효에 쓰이는 출아형 효모, 칸디다균, 폐렴막대균 등이 그 과정에 관여한다. 다만 이런 질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확실한 치료법도 없다. 연구팀은 항진균제 처방, 저탄수화물 식단 등 제한적인 치료법만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해당 증후군은 1948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한 소년의 파열된 장 내용물에서 알코올 냄새가 났다는 보고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의학적 증상으로는 1952년 일본에서 처음 진단됐고 1980년대 미국에서 첫 사례가 나왔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례는 100건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연구팀은 증상이 나타난 캐나다 여성 환자를 관찰 중이다. 장내 미생물 보충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하고, 항생제 사용을 제한해 장내 미생물 이상 증식을 줄이는 식으로 처방하고 있다. 연구팀 제우드 박사는 “자동양조증후군은 환자와 그 가족에게 상당한 사회적, 법적, 의학적 문제들을 초래한다”며 “이 환자 사례는 이 증후군에 대한 인식이 임상 진단과 관리에 매우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6-05 07:32:00[파이낸셜뉴스] 인구 고령화가 심화되며 갱년기(폐경기) 증상에 시달리는 여성들 또한 늘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과 지난해 갱년기 환자 수는 각각 39만352명, 39만3839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약 40만 명의 환자가 갱년기 관련 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안전한 갱년기 치료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약재 추출물을 활용한 새로운 갱년기 치료전략이 제시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는 황정과 연자육을 혼합한 복합추출 조성물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특허권을 취득했다고 6일 밝혔다. 황정은 백합과 식물의 뿌리줄기를 말린 것으로 자생한방병원에서 갱년기 치료를 위해 처방하는 JS트로겐의 주요 한약재 중 하나다. 수련과의 연꽃 씨에 해당하는 연자육 또한 예로부터 귀한 한약재이며 조선시대 어의가 왕의 심신 안정을 위해 처방하기도 했다. 이번에 특허를 받은 황정, 연자육 복합추출물은 여성호르몬에 해당하는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효과를 발휘해 골다공증 및 질 건조증을 개선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지난해 특허를 받았던 황정 단독 추출물보다 에스트로겐 활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부작용 없이 갱년기 증상을 치료하는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갱년기가 시작된 여성들은 다양한 증상에 시달리는데 안면홍조, 열감, 신경과민 등이 대표적이다. 갱년기를 단순히 노화로 인한 신체 변화쯤으로 생각해 가볍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증상을 방치하면 골다공증이나 심혈관 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인 치료법으로는 합성에스트로겐(E2)을 투여하는 보충요법이 있다. 하지만 최근 E2가 자궁내막암이나 유방암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있어 많은 환자들이 치료법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숙취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을 주는 백리향 추출 조성물을 개발해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꿀풀과에 속하는 관목인 백리향은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 노화의 원인이 되는 산화 스트레스 환경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백리향의 주요 성분에 해당하는 티몰 또한 항균 작용을 통해 폐 건강 강화에 도움을 준다. 이처럼 백리향은 다양한 효능을 자랑하지만 그간 숙취 예방 및 치료 효과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특허를 받은 백리향 추출 조성물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인 알코올 탈수소효소의 활성을 농도 의존적으로 증가시켰으며 간 기능 개선 및 숙취 치료에도 효과를 발휘했다. 뿐만 아니라 급성 알코올 중독을 유발한 동물 모델에 백리향 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에탄올만 투여한 집단에 비해 혈중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물질로 숙취의 원인이 된다. 박두리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박사는 “특허를 통해 한약 추출물을 활용한 조성물 연구에 대한 기술력을 인정받게 됐다”며 “앞으로 이 특허들을 중심으로 질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약학 조성물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3-03-06 09:12:14"저녁에 자려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종아리에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과 불편감이 있어요" "밤마다 남편이 다리를 주물러 주고 심지어는 종아리를 가볍게 때려줘야 겨우 잠이 들어요" "딸 아이가 수업을 들으면서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해 주의가 산만하고, 공부를 하더라도 20분 이상 책상에 앉아있지 못해요" 이러한 증상들은 초기엔 야간에 자주 나타나다가 점차 낮 시간에도 발생하기 시작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움직이지 않는 정적인 상태에서는 사지에 불쾌한 감각으로 자꾸 움직이려는 충동이 일고, 움직이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되지만 증상이 낮 보다는 주로 밤에 더 심해지는 증상을 하지불안증후군(RLS)이라고 한다. 하지불안이 신경질환이라는 점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만성 수면장애를 동반한다는 점은 간과하기 쉽다. 잠들기 전 감각운동성 증세 뿐만 아니라 각성상태가 증가되기도 하고, 수면 중에도 주기적 사지 움직임(PLMS)이 나타나 불면증이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 '불면'이 문제 하지불안증후군은 너무 오래 기다릴 때나 앉아 있을 때 부수적으로 나타나는 가만히 있지 못함이나 조마조마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안절부절 불안한 모습과는 다르다. 최소 한쪽 다리의 일부가 포함된 신체의 특정 부위들을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이상한 감각으로 집중돼 느껴진다고 볼 수 있다. △양쪽 다리, 특히 종아리 부근의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한 느낌 △다리에 설명하기 힘든 불편한 감각 증상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스물거림, 안에서 터질 것 같은 느낌, 옥죄는 느낌, 전기가 흐르듯 저릿저릿한 증상이나 불편한 느낌) △휴식 중 또는 움직이지 않고 있을 때 △움직이거나 활동 또는 주물러주면 증상이 사라지거나 호전된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 외에도 팔이나 기타 신체부위에도 나타날 수 있고, 중증도 이상의 증세를 가진 환자의 약 50%는 팔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움직이고 싶은 충동으로 인해 잠들기가 힘들게 만들거나 수면 도중에도 자주 깨게 만든다. 이를 방치하면 수면부족이 동반돼 피로회복이 되지 않아 하루 종일 피곤함을 느끼게 되며,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유병율과 발생원인은?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의 80% 이상이 주기성 사지운동증 (수면 중 자면서 다리를 떤다거나, 갑작스레 움찔거리는 증상)이 동반돼 나타나고 나이와 상관없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심한 증상을 보이는 대부분의 환자는 중년 이후의 환자이고 남녀 모두 나타나지만 여성이 약간 더 많다. 대체로 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증상이 악화되는 경과를 보인다. 외국에서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유병율을 조사한 보고는 2.5%~15%까지 매우 다양하나, 의사나 환자모두 질환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초기 진단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력이 나타나는 경우는 20~60%로 알려져 있고, 가장 중요한 원인은 뇌 도파민 결핍이다. 뇌의 도파민 결핍은 여러 신경 전달물질들의 기능 이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차적 원인으로는 철분 결핍성 빈혈, 콩팥 기능저하, 알코올 중독 등이 꼽힌다. 이외에도 피로하거나, 카페인 음료 섭취, 온도가 높거나 추운 곳에 오래 노출될 때에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진단 진단에 필요한 기준은 임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운동장애로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하지불안증후군을 진단받는 환자에서 초기에 주로 오해 받는 질환은 허리 디스크, 말초혈액순환장애, 불면증 등이다. 이러한 경우 진단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 증상이 원래 그러려니 하면서 괴롭지만 수십년간 참고 지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하지불안증후군은 소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소아에서는 성장통이나 주의력결핍장애로 오인받을 수 있고, 실제로 예전에 성장통이라고 간단히 넘겼던 아이들의 상당수가 소아하지불안증후군으로 진단 받았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치료와 주의사항 치료는 먼저 증상의 경증을 파악해 이에 따라 치료 방침을 정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고 밤에 가끔 나타나는 경우는 약물 치료 보다는 비약물치료를 권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김하욤 교수(사진)는 "비약물치료로는 수면 전 발 및 다리 마사지, 족욕, 가벼운 운동 (걷기, 스트레칭, 체조) 등이 효과가 있다"면서 "좀 더 심한 경우는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하지불안증후군의 전문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특히 진단을 받은 환자는 수면 전 술, 담배, 커피등의 기호식품에 의해 증상이 악화 될 수 있어 이를 제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치료제로는 우선 철분 결핍이 확인되면 철분제제를 투여해 철분을 보충해 주어야 하고, 도파민 제제는 가장 기본적인 약물 치료법으로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 개선에 신속하고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데 대개 1~2 주 이내에 상당한 호전을 보인다. 약의 용량은 파킨슨병에 사용하는 용량의 4분의1~2분의1 정도 소량으로 조절된다. 하지만 장기간 도파민제제를 복용할 경우에는 약물에 의한 합병증이 발생하고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 하에 적절한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2-04-14 18:03:42"나는 도움이 필요해요(I need help)." 한 사람이 말할 수 있는 가장 힘 있는 세 단어다. 나도 안다.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마침내 나도 말하게 되었다. 그리고 분명 그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열세 살 무렵에 시작됐던 거 같다. 돌이켜 보면 그저 날 불안하게 하는 감정들이었다.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거나 앞으로도 정말 중요치 않을 거라는 일시적인 느낌, 한밤중에 침대에서 나와 이유없이 마루를 서성이게 한 불안, 정신적인 무감각, 사랑받고 있음에도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기분 등이었다. 얼마 안 있어 이것들이 우울증의 전조임을 알았다. 어떤 식으로든 그저 그걸 안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몇 년 후에 '데스티니스 차일드'로 활동할 때도 그런 기분이 올라왔다. 나는 '오, 우울증이네. 여태 여기 있었니? 난 공연하러 가야 해. 나중에 얘기하자'라는 식으로 반응했다.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무시하려고 애썼다. 3년 전, 빠져나올 수 없는 아주 어두컴컴한 구멍으로 곤두박질쳤다. 소파에서 거의 일어날 수 없었다. 목사님 부부와 약속한 행사에 가지 않았을 때 벌어질 일이 머리에 펼쳐졌다. 그래도 전화하거나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그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이건 너답지 않아, 미셸." 사람들이 말했다. 바로 그때, 가장 힘 있는 세 단어를 말해도 괜찮다고 나 자신에게 허락했다. '나는 도움이 필요해요.' 전에 면담했던 치료사에게 전화했더니, 입소할 시설을 추천해 주었다. 계획이 세워졌다. 혼자 운전해 거기까지 갔다. 가방이나 칫솔, 갈아입을 옷도 챙기지 않았다. 매해 미국 성인 1600만명 이상이 나와 같은 방식으로 주요 우울 장애를 겪는다. 범불안장애는 거의 700만명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중 절반 이하만 치료법을 찾거나 치료를 받는다. 특히 기독교인에게 그런 경향이 짙은데, '위대한 의사'를 실망시키려 들지 않고 우울증을 신앙의 실패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분에게 묻는다. 만약 암이나 다른 병에 걸려도 똑같이 그렇게 할 것인가.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우울증도 병이다. 우울증은 당신이 누구인지, 대외적인 삶이 어떤지 개의치 않고 내면을 파고든다. 내게는 빼어난 경력이 있었다. 내 음악은 기독 신앙에서 싹텄다. 만사가 잘 풀려 가는 것 같았고, 적어도 겉보기에는 그랬다. 하지만 내면의 나는 엉망진창이었다. 치료센터에 입소하는 행위가 힘을 되찾는 첫 단계였다. 여기에 내가 배운 바를 털어놓는다. 도움을 받아들이자. 도움을 청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 때문에 우울해야 하니? 잘 해내고 있어. 사람들은 네 커리어를 갖고 싶어 한다'라고 나는 스스로 꾸짖었다. 외면은 중요하지 않다. 목사님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을 때, 그제야 나는 굴복했다. 우울증은 여러분이 더 나은 기분을 느낄 자격이 없다고, 그 감정이 진실이라고 말한다. 나는 대양 한가운데서 개헤엄을 치는 기분이었다. 시설에서는 마침내 해안에 도착해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친절한 간호사 한 사람이 내가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은 걸 알고 대형 할인마트에 가서 잔뜩 옷을 사다 주었다. 정말 고마웠다. 믿을 수 없었다. 우울증은 감사의 마음을 묵살한다. 하지만 작은 감사가 수용과 치유의 시작이다. 진실을 받아들이자. 겪고 있는 일을 그저 이야기하는 것으로는 안된다.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우울증과의 싸움에서 숨김이 없었는데, 때로는 인터뷰 진행자 앞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하지만 솔직함과 받아들임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자신이 중독자라는 건 시인하지만 여전히 술을 마시는 알코올중독자는 병을 제대로 받아들인 게 아니다. 우울증도 마찬가지다. 우울증을 받아들이면 스스로 주변 사람들과 하나님의 도움을 받게끔 허용할 수 있다. 특히 하나님의 도움이다. 그분을 속일 순 없기 때문이다. 내 이름은 테니트라다. 미셸은 가운데 이름(middle name)이다. 일을 시작할 때 사람들이 물었다. "여자애들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할까? 테니트라? 아니면 미셸?" 나는 내 일부를 상실하면서그 의견을 따랐다. 나는 그저 묻어 둔 채 아무 말하지 않았지만 그건 상처가 되었다. 7학년인지 8학년 때였다. 내 목소리에 담긴 힘을 발견했고, 내가 자란 일리노이주 록퍼드에 있는 마케도니아 침례교회에서 노래하는 도중에 하나님의 임재를 정면으로 느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나 자신을 연예인으로 여기지 않았다. 내 커리어를 후회하지는 않지만, 너무 오랫동안 나 자신의 절반을 숨긴 채로 지냈다. 얼마전에 '복면가왕'에서 경연하며 짜릿함을 느꼈다. 가면을 쓴 채로 공연하면서 나는 격정적이고 자유로웠다. 나는 스스로 '낡고 피곤하며 끝장난'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미셸은 끝났다. 하지만 테니트라는 아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을 다시 발견했다. 다른 사람들이 얘기한 게 아니다. 내가 아는 것이고 진실이며 날 자유롭게 한다. 감정을 느끼되 그에 속지 말자. 내 감정이 너무 부끄러웠다. 산소가 불길을 키우듯이 수치심은 우울증을 키운다. 어떤 이는 우울증에 취약하다. 그걸 판단할 필요는 없다. 병처럼 치료하면 된다. "가끔 내가 입을 열면 엄마가 나와요"라고 쓰여 있는 장식용 자석이 있다. 내 어머니는 총명한 여성이다. 10분 만에 설득력 넘치는 편지를 10페이지나 써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윌리엄스 부인의 분노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을 거다. 분노는 내게서도 튀어나올 수 있었는데, 특히 거부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처럼 뿌리깊은 감정을 숨길 때 그랬다. 감정은 사실이 아니며, 실제적이지 않은데도 진짜처럼 느껴질 수 있다. 사랑받고 있는데도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다거나 충분히 괜찮은데도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 그것은 잘못된 평판을 근거로 판단하는 것과 비슷하다. 감정을 느끼되, 그에 직면하자. 비교하지 말자.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고 음반 판매량이나 소셜미디어 팔로워를 확인하는 건 음악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열면, 보여 주고 싶은 모습 그대로인 사람들이 보인다. 하지만 사진이 모든 이야기를 전해 주는가. 자기 자신을 누구와 견주는지 자문하자. 내 신앙은 예수님께서 사셨던 삶과 나 자신을 비교하고 그에 걸맞게 살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내 과오에도 불구하고, 심지어는 그 과오 때문에 날 더 사랑하신다는 걸 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비교는 특히나 해롭다.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는 수많은 아이가 분노와 우울로 고생하는 건 당연하다. 걱정거리를 던져 버리자. 삼촌은 언제나 우리를 낚시하러 갈 때 데려갔는데,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종종 몹시 추웠고 삼촌이 미끼로 쓰던 작은 핫도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물에 낚싯줄을 던져야 했고, 내게는 어려웠다. 낚싯줄을 던지는 일은 작고 여윈 10대 초반 소녀가 한 번에 해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두 번째도 그랬고 세 번째도 그랬다. 즉 연습이 필요했다. 나는 짜증을 내곤 했다. 하지만 여기에 중요한 게 있다. 그리스도의 제자이자 어부였던 베드로는 걱정과 불안을 이야기하면서 '던지다(cast)'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cast)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라고 베드로전서 5장 7절은 전한다. 다른 번역본에서는 "걱정을 다 주께 맡기라"거나 "온갖 근심 걱정을 주께 맡기라"고도 한다. 핵심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그래야 한다는 거다. 그러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는 인간이고 항상 제대로 해내는 게 아니기에 짜증스러울 수도 있다. 분명 나도 늘 올바르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괜찮다. 우울증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는 불완전하더라도 우울증을 주님과 함께 나누는 것임을 배웠다. 평생토록 내게는 완벽한 딸, 흠잡을 데 없는 직원, 오롯한 기독교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한 작은 목록이 있었다. 모든 항목을 지우면 괜찮았다. 하지만 모든 상자에 체크 표시를 하지 못하면 나는 나쁜 사람이었다. 하나님께 걱정을 맡기는 대신 그것들을 모아 두었다. 결국 하나님이 아니라 목록을 섬기고 말았다. 요즘에는 나만의 목록에 표시하는 대신, 하나님의 목록을 지워 나간다. '누가 내게 화를 내지? 커리어 측면에서 내가 무엇을 해냈지? 나는 왜 미혼이지?'라고 자문하는 대신, 하나님의 목록과 그분께서 날 위해 하신 일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글로 쓰려고 한다. 축복 목록이다. 행복으로 가는 문이다. 내 말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보다 더 큰 기쁨을 주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보다 더 감사할 일이 무엇이겠는가라는 것이다. 이번 한 해는 우리 모두 힘들었다. 코로나19 소식을 처음 들은 건 에미상과 그래미상 같은 시상식 공연 시즌을 맞아 LA에 있을 때였다. 5월 말에 시작하려던 성대한 순회공연을 준비하면서 상태도 훨씬 좋았다. 갑자기 모두 집에 머물라는 요청을 받았다. 순회공연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했지만 얼마 후에는 '오, 안돼. 우울증에 빠지겠어. 악순환에 빠지면 어쩌지. 누가 날 도와줄까'라는 기분이 들었다. 우울증은 무엇보다 고독 속에서 활개친다. 우울증은 여러분을 홀로 두고 싶어 한다. 애틀랜타에 있는 집으로 돌아와서 길게 산책하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나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고 확인했다. '암울한 감정을 피하고 있는가? 그것을 받아들이자. 정말 괜찮은가? 속이지 말자. 오늘은 주님께 어떤 걱정거리를 맡겨야 하는가? 해내자!' 여러분은 나와 같은 정도의 우울증으로 고통받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이가 때때로 우울해진다. 우울증은 사람됨의 일부다. 손 내밀어 도움을 청하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나는 도움이 필요해요'는 가장 힘 있는 말이다. 기쁨으로 가는 문을 열어 줄 열쇠다. 글·사진=가이드포스트'가이드포스트(Guideposts)'는 1945년 노먼 빈센트 필 박사에 의해 미국에서 창간된 교양잡지로, 한국판은 1965년 국내 최초 영한대역 잡지로 발간되어 현재까지 오랜 시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가이드포스트는 실패와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선 사람들, 어려움 속에서 꿈을 키워가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의 감동과 희망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감동의 이야기를 많은 분들의 후원을 통해 군부대, 경찰, 교정시설, 복지시설, 대안학교 등 각계의 소외된 계층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을 통해 더 많은 이웃에게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후원문의 (02)362-4000
2021-10-12 17:46:16[파이낸셜뉴스] 봄철 따뜻한 햇살과 함께 기온이 올라가면 하지정맥류도 증세가 악화되기 쉽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아무래도 피부 표면의 혈관이 확장되고 자연 다리에 머무는 혈액량이 증가하면서 정맥이 받는 압박이 커지며 하지정맥류의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종아리 정맥 혈액의 역류를 막는 판막 기능에 이상이 생겨 심장으로 가던 혈액이 다시 아래로 역류해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다리에 정맥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혈관이 돌출되는 질환이다. 하지정맥류는 증세가 서서히 나타나는 탓에 자각하기 쉽지 않다. 정맥혈관이 종아리에 돌출된 후에야 알아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오후로 갈수록 다리가 붓고 피곤하다 △밤에 다리가 저리거나 무겁다 △어떤 자세에도 다리에 불편함이 느껴진다 △종아리에 이유 없는 가려움이 반복된다 △밤에 종아리에 경련이 생긴다 등이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하지정맥류를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라면발처럼 꼬불꼬불한 정맥이 다리에 지렁이처럼 튀어 나와 있으면 하지정맥류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하지정맥류는 증상이 다양해 오진하기 쉽다. 이 때문에 엉뚱한 치료를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하지정맥류와 가장 혼동하기 쉬운 질환으로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이 있다. 잠들기 전 다리에 마치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불편한 감각이 나타나는데 불편감을 없애려 다리를 자꾸 움직이면서 수면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에 간질간질한 감각과 불편감은 비슷하지만 혈류 이상으로 나타나는 하지정맥류와 달리 뇌내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 부족이 주요 원인이다. 다리에 가느다란 혈관이 보기 싫게 퍼져 있는 거미상정맥(모세혈관확장증)도 하지정맥류와 착각하기 쉬운 질환이다. 그러나 거미상정맥은 판막 이상으로 혈액이 역류하는 하지정맥류와 달리 표재정맥의 혈관이 살이 트는 것처럼 혈관이 텄다고 표현한다. 실제 이런 경우는 혈류의 이상이라기보다 체질적 원인으로 혈관이 약한 유전성이 강하다. 발바닥 근육을 감싸는 근막에 염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plantar fasciitis) 및 하지근육통도 하지정맥류와 착각하기 쉽다. 오래 앉아 있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나 걸음을 내딛을 때 찌릿하게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오후로 갈수록 통증과 부종이 생기고 불편감이 커지는 것도 유사하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구분이 가능하다. 하지정맥류는 진행성 질환으로 자연치유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된다. 방치하면 피부색의 변화 및 습진·정맥궤양·지방진피궤양증·혈전정맥염 등으로 번질 수 있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하지정맥류로 진단 및 치료를 받았음에도 오히려 증상이 악화돼 내원하는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혈관초음파 검사를 하면 대부분 정상 소견이 나오지만 신경과 근육 통증을 진단하는 전기신경자극 기기로 검사해보면 좌골신경통·허리디스크·무릎관절염·근육통·아킬레스건염·족저근막염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하지정맥류는 정확한 진단과 발견 즉시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정맥류 탓에 생기는 보기 싫은 혈관을 없애는 방법으로는 혈관경화요법과 레이저치료 등이 주로 쓰인다. 혈관경화요법은 정맥 혈관 내에 경화제를 주입해 해당 정맥류에 혈전을 만들어 영구적으로 섬유화시키는 요법이다. 혈관내피세포 하부의 콜라겐 단백이 경화제에 노출되면 혈소판이 응집돼 혈전을 만들면서 피가 통하지 않게 돼 보기 싫은 혈관이 없어지는 원리다. 그러나 혈관경화요법은 임신부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 혈전성 정맥염과 심부정맥 혈전증의 기왕력이 있는 환자, 혈관경화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 알코올중독 치료제인 디설피람(Disulfiram)을 투여받는 환자 등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게 단점이다. 레이저치료인 정맥레이저폐쇄술(EVLT)은 혈관 내에 레이저 케이블을 넣고 580nm, 942nm 혹은 다른 다양한 파장대의 고출력 빛을 조사해 광열반응을 일으켜 혈관의 내피세포를 파괴하여 혈관을 압착시키는 방법이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방법 중 하나지만 분지된 혈관의 처리가 불가능하다. 비용 대비 효과면에서 주사요법인 혈관경화요법에 비해 단점이 많아 예전보다 덜 활용되거나 경화요법과 병행한다. 예전의 완전 외과적 정맥 발거수술은 전신마취가 필요하고, 과다출혈, 신경손상 문제로 요즈음 시행하는 병원이 드물다. 광투시 전동형 정맥발거술(Trivex)은 2000년대 초반 잠시 유행했던 치료다. 광섬유 케이블이 연결된 회전톱을 이용하여 돌출 정맥을 흡입하면서 제거하는 시술로 피하 연부조직 손상 및 출혈이 과다하고 돌출정맥 제거가 완벽하지 않은 게 한계다. 브이너스(VNUS)는 전기봉을 혈관 내에 삽입해 고주파 전기로 혈관을 태우는 시술로 2010년대 중반 이후 몇몇 병원이 시술하고 있다. 혈관과 인접한 신경이 손상될 위험이 높아 잘 사용되지 않고 있다. 클라리베인(Clarivein)은 2018년 신의료기술 인증을 받은 경피적 기계화학정맥폐쇄술(Percutaneous Mechano-chemical Ablation, MOCA) 방식의 기기다. 회전 브러시를 혈관에 삽입해 혈관내벽에 물리적 자극(진동)을 가하면서 혈관내피세포를 파괴해 혈전을 유도하고 동시에 혈관경화제를 주입한다. 시술 후 재발 가능성이 다소 높은 게 단점이다. 베나실(VENASEAL)은 접착력이 강한 시아노아크릴레이트(cyanoacrylate)를 혈관 안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외부에 흉터가 없는 장점이 있으나 이물질이 영구적으로 남고 이로 인해 혈전과 이물반응이 초래될 수 있는 게 단점이다. 정맥류 5기 이상인 굵은 혈관에는 적용하기 어렵고 분지된 정맥에는 영향이 미치기 어려우며 재발될 수 있는 게 약점이다. 심영기 원장은 "혈관경화요법을 기본으로 레이저치료나 호아타 전기자극요법을 상황에 따라 맞게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호아타요법은 800 마이크로 암페어(microA) 수준의 미세전류를 고전압으로 흘려보내 기존의 경피전기신경자극기가 미치지 못하는 혈관 깊숙한 부위까지 자극하는 치료법으로 하지정맥류를 유발 또는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인 림프슬러지를 녹여 하지정맥류로 인한 통증과 붓기를 감소시킨다. 세포 재생도 촉진시켜 탄탄한 혈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호아타 치료는 근막통증 주변에 전기자극을 가해 혈관의 확장과 변형을 예방 또는 저지하고 근육의 뭉침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2021-04-17 20:27:58맑은 정신으로 살아보겠다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시도한 뒤 몇 달이 흘렀다. 다 내던지려던 참이었다. 나는 미시시피주 조지타운에 있는 약물 및 알코올중독 기숙치료시설인 머시하우스의 기숙사 방에 서 있었다. 머시하우스는 신앙에 기반을 둔 곳으로, 종래의 약물남용 치료법과 더불어 영적 성장을 강조했다. 크랙 코카인 중독으로 거의 30년 동안 수많은 재활치료센터를 들락거렸다. 어떤 곳도 이렇지 않았다. 우리는 하나님, 예수님, 성경을 공부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시설 내 중고품매장, 자동차수리점, 공예공방에서 일했다. 하나님께 복종하고 예수님을 따르는 게 맑은 정신으로 지내는 핵심이라고 들었다. 내가 그 얘기를 믿는다고 확신하지는 않았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살던 10대 시절에 크랙을 시작했다. 중독자, 마약판매상, 도둑, 커다란 쓰레기통 뒤에 사는 마약쟁이가 되었다. 약에 취하려고 아이를 포기한 아빠, 법망을 피해 다니는 도망자를 거쳐 미시시피 교도소의 재소자가 되었다. 이제는 여기였다. 석방 후에 마약을 하다가 체포된 다음, 너그럽게 봐달라고 가석방 담당관을 설득했다. 그중에는 교도소에서 13년을 보내도 내 중독을 몰아낼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한 아내 주디도 있었다. 머시하우스에서는 마약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중독자의 버릇은 여전했다. 내 전부를 드러내지 않았다. 매일 주된 질문은 '어떻게 해야 여기서 나갈 방법을 교묘히 꾸며낼 수 있을까'였으니까. 오늘은 자제력을 놓아버렸다. 일자리 하나에서 제외되어 다른 일을 재배정받았다. 무시당한 기분이었다. "여기는 지긋지긋해. 나가고 싶다고." 결국 감옥 신세가 된다 한들 상관없었다. 그곳에서라면 최소한 존중받는 법은 알고 있으니까. 내 기숙사 방으로 몰래 들어갔다. 방에서라면 누구도 나를 볼 수 없다. 주간에는 방에 있으면 안됐다. 가방에 내 소지품을 던져 넣었다. 머시하우스는 감금시설이 아니었다. 누구도 내가 떠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약에 취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폼나게 죽는 편이 나았다. 잠시 멈췄다. 나간다면 다시 돌아올 수 없었다. 42세였다. 징역형은 이제 종신형이나 마찬가지였다. 주디는 벌써 이혼 서류를 세 번이나 제출했다가 마음을 바꿨다. 끈질기게 희망을 품는 아내였지만, 이번에는 그런 아내도 영영 떠나겠지. "하나님! 사람들의 말처럼 여기 계시는 분이라면 당장 모습을 드러내셔야 해요! 저는 다 끝나버렸거든요!" 큰소리로 외쳤다. 멈췄다. 귀를 기울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쩌다 크랙에 중독되었는지는 쉽사리 설명하기 어렵다. 그랬다. 내 입장에서 보자면 오클랜드는 범죄와 약물사용 비율이 높은 곳이다. 게다가 나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보이지도 않았고 계부도 좋은 아빠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우체국에서 근무했던 엄마는 한결같은 부양자였다. 엄마는 나를 사립학교에 보냈고 옳은 방향으로 이끌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나는 어쩌자고 10대에 처음 술을 마셨을까? 왜 학교에서 마약 거래를 시작했을까? 왜 크랙을 해봤을까? 내가 아는 건 마약이 악순환을 만든다는 점이었다. 일단 중독되자 약에 취할 돈이 필요했다. 도둑질하다가 마약거래상이 되었다. 버는 족족 크랙에 썼고 결국 거리에 나앉아 쓰레기통을 뒤져서 배를 채웠다. 한 여자를 임신시키고는 여자와 아들을 버렸다. 부끄러운 삶이었다. 마약으로 수치심이 무뎌졌다. 회복하겠다고 다짐하고 재활시설에 입소도 하고 여러 도시에서 인생을 새로 시작해보기도 했다.결국 미시시피에 흘러들었다. 친척들이 있는 곳이다. 백화점 체인 JC페니에서 임시 일자리를 구했고 거기서 비주얼 머천다이징을 하는 주디를 만났다. 마약에 찌든 과거에 솔직한 척하면서 아내를 유혹했다. "2년 동안 마약에 손대지 않았어요." 큰소리를 쳤다. 2시간이 더 정확한 표현이었겠지. 우리가 결혼하는 데 꼭 필요한 만큼만 멀쩡한 척했다. 주디는 경고 신호를 봤지만 자기가 날 올바른 궤도에 올릴 수 있다고 믿었다. 말했듯이 아내는 끈질기게 희망을 품는 사람이니까. 우리는 교회에 나갔지만 내 경우 시늉만 했을 뿐이다. 머시하우스는 사실상 교회였다. 우리는 오전 5시에 일어나서 성경을 읽으며 하루의 대부분을 보냈다. 일도 하고 신실한 사람의 49가지 성품을 자세히 쓴 책을 공부하기도 했다. 다 헛소리라고 혼잣말하려 했다. 하지만 예수라는 사내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용서? 새로운 삶? 나한테도? 용서받고 흠잡을 데 없는 경력으로 다시 시작한다면 근사하겠지. 아내가 의지하고 존경할 만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 달리기를 멈추고 신에게 순종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몹시 고민하면서 방에 서 있었다. 그러다 다시 외쳤다. "하나님!" 이번에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침대에서 일어나 앉더니 날 응시했다. 병가를 잠으로 보내던 룸메이트였다. 내가 악을 쓰며 불평하는 걸 얼마나 들었을까? 룸메이트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날 보고는 슬그머니 방을 빠져나갔다. 머리를 늘어뜨렸다. 누가 봐도 하나님께서 날 구하러 오시는 건 아니었다. 그러다가 그것을 느꼈다. 묵직한 것이 날 바닥에 거의 쓰러뜨렸다. 그간 저지른 온갖 못된 짓이 날 짓누르다가 잠시 후에 걷혔다. 높은 곳에서 우렁차게 울리는 목소리는 없었다. 찬란한 빛도 없었다. 하나님께서 내 울부짖음을 듣고 새로운 길로 나를 돌려세우셨다는 내면의 확신만 있을 뿐이었다. 독감에 걸린 것처럼 기진맥진했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다. 가방을 풀고 작업장으로 돌아갔다. 이후 며칠에 걸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해보려고 애썼다. 마음속으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다시는 마약을 하거나 범죄를 저지르거나 주디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나님께서 그저 내 머리에서 그런 결점을 없애주신다는 건 믿어지지 않는 얘기였다. 머시하우스 프로그램에 충실하면서 제대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한번은 기도하다가 손쓸 틈 없이 치유해주신 하나님께 화를 냈다. "그저 손가락을 까딱여서 해주실 수 있는 일이라면 어째서 제가 27년 동안 괴로워하면서 다른 이들에게 고통을 안기도록 내버려두셨어요?" 하나님은 내가 굴종했을 때 행동하셨노라고 말씀하셨다. 그때까지 내가 드린 기도는 하나같이 하나님도 내 뜻대로 움직이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었다. 마치 다른 모든 이를 교묘히 조종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나님께서는 도움을 청하는 내 간청이 마음에서 우러날 때까지 기다리셨다. 이후 나를 찾아온 주디는 방을 가로지르기도 전에 울기 시작했다. 내 얼굴에 나타난 변화를 보았기 때문이다. 머시하우스를 졸업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살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는 한 가지 직업을 6개월 이상 유지한 적도 없고, 투표한 적도, 세금을 납부한 적도 없다. 머시하우스에서 나온 이후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했고 그다음에는 서던미시시피 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학사 학위 공부를 하는 동안 내가 인턴십을 어디로 배정받았는지 맞힐 수 있겠는가? 바로 내가 마약거래와 절도죄로 재판받고 20년을 선고받은 바로 그 법정이었다. 내 사건을 기소했던 지방검사는 이제 그곳의 판사가 되었다. 판사는 나를 알아보고 법원 밖에서 포옹해도 되는지 물었다. 서던미시시피 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사회복지학 석사를 취득했다. 재향군인회에서 인턴으로 일한 후에는 빌록시에 있는 약물 및 알코올 외래집중치료센터의 카운슬러가 되었고 걸프포트 경찰서에서 자문역으로 활동했다. 중독 회복과 약물범죄자 재활에 있어서 종교적인 믿음의 역할을 전문기관에 설명하기도 한다. 내가 맡은 이들이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나는 정확히 안다. 최근에 한 사람이 감옥에서 출소하고 찾아왔다. 자기를 맡은 사회복지사도 한때 감옥에 있었다는 사실에 상담자는 깜짝 놀랐다. 우리는 교도소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락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얘기했다. 상담자와 그 남자친구는 한집에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면 친구들이 전화 두 대를 나란히 붙여놓고 스피커폰으로 돌려주었다. "선생님은 무슨 얘기인지 아시겠죠." 상담자가 말했다. 사무실 벽에 졸업장, 상장, 신문에서 오려내 액자에 끼운 기사를 걸었다. 기사 속 사진에는 나와 걸프포트 경찰서장이 같이 있으며 제목에는 '새로운 삶'이라고 쓰여 있다. 그 곁에는 나의 징역형 판결문 복사본이 액자에 담겨 있다. 찾아온 이들이 이 두 가지를 꼭 보게끔 한다. 중독자의 지배적인 감정은 절망이다. 언제나 희망이 있다는 걸 상담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새로운 삶을 그들도 제안받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를 기다리고 계신다.'가이드포스트(Guideposts)'는 1945년 노먼 빈센트 필 박사에 의해 미국에서 창간된 교양잡지로, 한국판은 1965년 국내 최초 영한대역 잡지로 발간되어 현재까지 오랜 시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가이드포스트는 실패와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선 사람들, 어려움 속에서 꿈을 키워가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의 감동과 희망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감동의 이야기를 많은 분들의 후원을 통해 군부대, 경찰, 교정시설, 복지시설, 대안학교 등 각계의 소외된 계층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을 통해 더 많은 이웃에게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글·사진=가이드포스트
2021-01-26 16:57:23[파이낸셜뉴스]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의 생명의과학융합연구소가 기존 생명노화연구소에서 명칭을 변경하고 지난 13일 현판식을 개최했다. 생명의과학융합연구소는 AI기반 항암대사 기능 타겟 발굴, 생명유해인자 극복기술 융합연구 등 2020년 신규사업을 개시한다. 또 항바이러스연구센터 개소 등 다양한 생명과학 및 의과학·의공학 분야를 포괄적으로 수용하고 이들의 융합연구를 적극 지원한다. 암, 치매 등 지속적으로 인류의 건강수명을 위협하는 질병들과 코로나19 사태 등 새롭게 발생하는 치명적 감염병 등을 생명과학과 의과학·의공학의 유기적인 공동연구를 통해 그 병인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날 행사는 생명의과학융합연구소 박철승 소장의 경과보고를 시작으로 김인수 연구부총장의 기념사 및 현판 제막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생명의과학융합연구소 운영위원인 박래길 의생명공학과장, 박지용 생명과학부장, 전장수 교수, 전창덕 교수, 권인찬 교수를 비롯해 각 사업의 연구책임자 등이 참석했다. 생명의과학융합연구소는 생명의과학 분야의 다학제적 융합연구를 통한 생명현상 본질 이해 및 인류 복지 증진, 질환 예방 및 진단, 극복 원천기술 개발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각 사업별로 공동 연구 과제를 수행 중이다. 현재 수행 중인 공동 연구 과제는 △생체 노화 제어기술 개발 △생명유해인자 극복기술 융합연구사업(알코올 중독 및 유해성 극복 바이오 융합 기술 개발, 환경유해인자 생체유해성 다중오믹스 분석 및 피해 저감 기술 개발) △AI기반 항암대사 기능 타겟 발굴사업(AI기반 암세포 특이 대사기전 타겟 발굴, 암세포 특이 에너지생성 대사경로 타겟 검증)이며, 총 30여 명의 지스트 교원이 과제에 참여 중이다. 김인수 연구부총장은 "지스트가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을 뛰어넘어 창의혁신적인 융복합 연구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생명의과학융합연구소의 연구역량을 키워 학교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을 전했다. 생명의과학융합연구소는 인공지능, 항암, 항바이러스, 감염, 미세먼지, 면역치료 등을 키워드로 향후 지스트의 미래 발전방안을 제시하고, 연구소 내에 해당 연구그룹을 조직·구성해 혁신적인 융합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0-10-14 10: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