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최대 석유 메이저 엑손모빌이 탈 석유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엑손은 여전히 전 세계 석유 수요는 강력하다면서 공급 충격이 유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급속하게 이동하면서 석유 수요가 둔화돼 국제 유가가 내년에 배럴당 68달러로 떨어질 것이라는 골드만삭스 전망과 크게 엇갈린다. 리비아 석유 생산이 중단되고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엑손의 경고가 나왔다. 2050년까지 수요 변화 없어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각국이 탄소 배출을 억제하면서 탈 석유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엑손은 다른 전망을 내놨다. 엑손은 26일(현지시간) 전 세계 석유 수요가 2050년까지는 사실상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수요 감소 예상은 오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같은 수요 감소 전망을 토대로 석유·가스 투자를 게을리하면 급격한 유가 상승을 자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엑손은 이날 공개한 석유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전 세계 석유 수요가 앞으로 25년 동안 하루 1억배럴이 넘는 지금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해 전 세계 석유 수요를 줄이려는 노력이 실패할 것이라는 의미다. 오일 쇼크 엑손은 이어 각 기업이 이런 수요를 충족하려면 계속해서 투자해야 하지만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판단으로 그렇게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새로운 글로벌 오일 쇼크가 발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다른 전망과 크게 다른 예상이다. 같은 석유 메이저이지만 영국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석유 수요가 2050년에는 하루 7500만배럴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보다 더 급격한 감소세를 예상하고 있다. 각국의 기후 약속이 제시간에 실현될 경우 2050년 전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5480만배럴로 급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하이브리드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의 석유 수입이 줄어들 것이어서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역시 세계 석유 시장 성장의 기둥 역할을 했던 중국에서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면서 석유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기차 전환, 산업 수요가 보충 엑손은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차량용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2050년이 되면 승용차용 휘발유에 필요한 석유가 지금보다 25%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엑손은 여전히 석유 수요 최대 구성 요소인 산업 부문이 수요를 확대할 것이라면서 승용차 석유 수요 감소분은 산업의 석유 수요 증가로 상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8-27 02:35:29이스라엘·하마스 간 충돌이 격화되고 있어 2차 물가파동이 우려되고 있다. 중동 사태는 아직은 국지전적 양상을 띠고 있지만 문제는 이란의 개입 여부다. 만약 이란이 전쟁에 개입해 세계 원유의 20%가 이동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 원유가가 급등, 1970년대의 '오일쇼크'와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중동 사태가 이란의 개입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시아파 헤즈볼라와 연대하고 있고, 헤즈볼라는 이란 혁명수비대와 밀접한 관계여서 이란의 개입 가능성이 낮은 것은 아니다. 현재 90달러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 급등할 경우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크게 오른 물가에 엎친 데 덮친 격의 직격탄을 날릴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7일 발표한 9월 수입물가지수는 전달보다 2.9% 상승했다. 7월 이후 석 달 연속 오름세인데 여기에는 중동 사태가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였지만 체감물가는 몇 배나 된다. 144개 품목의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그보다 높은 4.4%나 올랐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값이 한 달 전보다 20% 넘게 뛰고 있고 여러 채소와 과일, 설탕, 소금 등 생필품과 식료품 값도 크게 오르고 있다. 외식물가도 마찬가지이며 지하철요금 등 공공요금도 이미 올랐거나 들썩이고 있다. 월급 외에 다 올랐다는 게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됐다. 물가, 특히 외부요인에 따른 물가는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어렵다. 기준금리도 올릴 만큼 올려 물가당국도 구사할 수단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을 수는 없다. 오일쇼크 발생에 대비해 정부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대비책을 미리 세워놓고 있어야 한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과 무방비로 맞는 것의 차이는 크다. 전기와 가스 요금은 올리지 않을 수 없는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물가지수 상승에 영향을 주더라도 올릴 만큼 올릴 도리밖에 없다. 당장 겨울이 닥쳐오는데 서민과 취약계층이 문제다. 에너지 바우처를 확대해 월동을 도와야 한다. 정부가 두 달 연장을 발표한 유류세 인하는 중동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는 세수가 감소하더라도 당분간 유지하는 것이 맞다. 어려울 때는 정부나 기업이나 수입이 감소하는 만큼 지출도 줄이며 웅크리고 인내해야 한다. 에너지와 식료품 기업 등 기업들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원가 상승의 일정 부분은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말고 감내하기를 당부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강압적으로 물가를 억누르는 것은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 기업의 자발적인 판단과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 어려울 때는 정부와 국회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현장을 뛰면서 문제점을 살피고 즉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장관들이 경영과 민생 현장으로 나가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데 열성적이라는 소식은 반갑다. 정치권은 국가와 국민이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중차대한 시기만이라도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에 집중하기 바란다. 입이 아플 정도로 당부하고 요구해도 정치인들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이니 한심한 노릇이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주의에 빠져 파업을 일삼는 노조 또한 따끔한 국민의 질책을 받아들여야 한다.
2023-10-18 18:10:07국내 정유사들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면서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다시 높아졌다. 이는 그동안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해왔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로, 향후 중동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거나 중동산 원유 가격이 인상될 경우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의 올해 1~5월 중동산 원유 수입량은 2억7272만3000배럴로 전체 원유 수입량의 63.8%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원유 수입량 가운데 중동산 비중이 59.3%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5%p 증가한 셈이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량 가운데 중동산 비중은 꾸준히 감소 추세였다. 지난 2017년 81.7%에 달했던 중동산 비중은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59.8%를 기록했다. 정부가 국내 정유사에 비중동 지역에서 수입한 원유에 대해 원유수입비용 중 일부를 환급해주는 '원유 도입선 다변화 지원제도'를 운영하며 수입처 다변화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크게 줄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크게 줄이지 않은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올해 5월 러시아 원유 수입량이 70만3000배럴로 전년동기(444만4000배럴) 대비 15.8% 수준으로 급감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확 줄이면서 그 대안으로 중동산 원유를 선호하는 추세다. 중동산 원유는 품질이 우수한 데다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운송비용이 타 지역 원유보다 저렴한 편이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 국가들과 장기계약을 맺고 중동산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 올해 1~5월 원유 평균가격을 보면 중동산은 배럴당 99.14달러로 유럽(108.75달러), 아프리카(102.13달러)보다 저렴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정유시설들이 중동산 원유에 맞춰져 있는 데다 중동산 원유가 유럽, 아프리카 원유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며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를 수입할 때 60%를 장기계약으로 들여오고 나머지 40%는 현물시장에서 조달하는데, 미국산 원유는 스폿성으로 들여오다 보니 가격변동성이 커 당장 싸다는 이유로 수입량을 확 늘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중동산 원유는 지정학적 불안요소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1970년대 발발한 오일쇼크와 같이 중동산 원유 수입이 막히거나 가격이 상승하면 수급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최근 중동산 원유 비중이 높아지긴 했어도 과거처럼 70~80%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중동산 원유 가격이 오르면 현물시장에서 다른 원유를 구하려 하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원유 공급이 여유롭지 않아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윤 기자
2022-07-04 18:32:54[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 수장들이 한목소리로 고환율, 고물가, 저성장의 복합위기 대응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미증유의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밀려올 수 있다"며 선제 대응을 강조했고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비상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구기관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현 상황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했던 오일쇼크 때와 유사하다고 보기도 하는데 전 세계 가치사슬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훨씬 큰 위험이 닥쳐올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이 금융감독원장은 "금감원은 세찬 비바람속에 장거리 비행에 나서는 심경으로 최선의 준비를 다하고자 한다"며 "갑작스러운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선 관제사 지시를 따르는 '계기 비행'에만 의존하지 않고 조종사가 직접 지형을 살펴 가는 '시계 비행'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감독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금융사의 취약 부분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별 금융회사의 유동성 위기와 부실이 다른 업권으로 전이되고 전체 금융시스템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언급, 금융시장 이상징후 조기 포착을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시스템리스크 예방 및 확산 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단기 자금 시장 및 회사채 시장의 경색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회사들의 유동성 관리 실태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고 유동성 부족 가능성이 높은 금융사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충을 지도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건전성 비율 규제 등 다양한 감독 수단을 적극 활용해 금융사의 취약 부분을 집중 관리하겠다"며 "금리 인상 충격으로 금융사의 신용손실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해 손실흡수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소영 부위원장도 이날 '금융리스크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경기 침체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며 "복합적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면밀하고 폭넓게 리스크를 점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한 조찬 세미나에서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이 확산되거나 장기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통화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에 한은이 다음 달 13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2-06-24 07:41:59[파이낸셜뉴스] SH에너지화학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러시아 원유 공급감소 대체 불가능에 따른 최악의 오일쇼크 가능성을 경고하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오전 10시 40분 현재 SH에너지화학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전날보다 2.96% 오른 1045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외신에 따르면 OPEC은 러시아 제재로 역대 최악 수준의 석유 공급 쇼크가 올 수 있으며 러시아 원유 공급 감소분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럽연합(EU)에 전달했다. OPEC은 이날 오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추가 증산을 요구하는 EU 측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현재 세계 원유시장의 위기는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전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자발적인 보이콧 등으로 하루 700만배럴이 넘는 원유가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수요 전망을 고려하면 OPEC이 이런 규모의 공급손실을 대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U는 지난주 러시아산 석탄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결정한 데 이어 원유에 대한 제재도 고려하고 있지만,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에 따라 회원국 간 입장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SH에너지화학은 자원개발과 관련해 미국 내 천연가스 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2008년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2019년 기준 총 2004.58넷 에이커(net acres)에 달하는 광권의 갱신을 완료했으며 188.17넷 에이커의 생산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2022-04-12 10:42:42미국 경제가 연내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세계 경제가 1970년대 오일쇼크를 연상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로런스 린지 전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는 4일(현지시간) 경제전문방송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에 대해 “다음 분기(7~9월)에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력이 잠식 당하고 있다며 미국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여야 할 처지라고 밝혔다. 린지는 지난 1991~97년 연준 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미 워싱턴DC 소재 경제 자문기관 린지그룹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린지는 미국 인플레이션률이 앞으로 더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며 전월 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1%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전월 대비 CPI 상승률이 2개월 연속 1%를 마지막으로 넘은 것은 1980년 여름이다. 지난 2월 미국의 전월 대비 CPI 상승률은 0.8%였다. 린지는 물가상승세가 구매력을 2%p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이 같은 충격이라면 경기침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 노동부의 통계에서 미국 근로자들의 실질 소득은 지난 2월까지 12개월동안 인플레이션 반영을 포함해 2.6% 떨어졌다. 린지는 또 앞으로 현재 8%에 가까운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통제되려면 멀었다며 "기준금리를 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인상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이날 경고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재계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인 다이먼은 이제 회복세로 접어든 지 2년도 채 안 된 세계경제가 다시 심각한 침체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다이먼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에 대한 러시아 제재는 최소한 세계 경제 둔화를 유발할 것"이라면서 "아마도 상황은 (이보다도 더) 쉽사리 악화할 것"이라고 비관했다. 지난주 단기 금리 기준물인 미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장기 금리 기준물인 10년물 수익률보다 높아지는 이른바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지속되면서 시장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다이먼의 경고가 나왔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은행들이 지금의 장단기 금리역전과 치솟는 유가, 인플레이션 등은 오일쇼크 당시인 1973년을 연상시킨다고 우려한 것과 마찬가지로 다이먼도 지금과 당시가 닮았다고 경고했다. 전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함께 빚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공급충격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금보다 더) 많은 제재들이 더해질 것"이라면서 "이는 극적으로, 그리고 예상 불가능할 정도로 (경제적) 충격을 확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송경재 기자
2022-04-05 10:13:42【 서울·도쿄=강규민 최두선 기자 조은효 특파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세가 전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극대화했다. 출렁거리는 변동성으로 인해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는 금값은 장중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2000달러 선을 돌파했다. 반면 글로벌 증시는 대폭락 조짐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돌파할 수도 있다는 전망에 전 세계 증시는 추락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유럽 에너지위기 등이 거론되면서 1970년대 '오일쇼크' 재현 우려까지 나왔다. 지난해 연말 거론되던 스태그플레이션(경기불황 속 물가상승) 공포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8일 우크라이나발 충격으로 전 세계 자산시장이 출렁거리면서 국내외 증시가 줄줄이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금값 장중 사상 최고치 기록 이날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5.07% 상승한 1.77%대로 마감하면서 다시 1.7%대로 올라섰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년10개월 만에 최고치인 1230원을 돌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공포에 국제 금값이 장중 한때 온스당 2000달러를 넘는 등 최고치로 치솟았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에 급락했다. 이날 증시에서 코스피는 전일 대비 1.09% 하락한 2622.40에 마감됐다. 외국인이 4766억원, 기관이 2928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지난 7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2조1153억원 순매수를 기록한 개인은 이날도 7321억원 매수우위를 기록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11.40p(1.29%) 하락한 870.14에 거래됐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각각 737억원, 205억원어치를 팔았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90원(0.81%) 상승한 1237.00원으로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이 123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약세장에 들어섰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이어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도 이날 조정장에 진입했다. 이전 고점에 비해 10% 이상 하락하면 조정장,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으로 분류한다. 추가 하락을 예고하는 좋지 않은 징후다. CNBC에 따르면 다우지수는 지난 주말에 비해 2.37% 하락한 3만2817.38, S&P500 지수는 2.95% 급락한 4201.09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3만3000 선이 무너졌고, S&P500지수는 4200 선 붕괴를 눈앞에 뒀다. 두 지수 모두 조정장에 진입했다. ■월가 공포지수 폭등세 나스닥지수는 아예 약세장으로 들어섰다. 3.62% 폭락한 1만2830.96으로 주저앉았다. 중소기업 2000개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도 폭락했다. 2.48% 급락한 1951.33으로 떨어졌다. '월가 공포지수'는 폭등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3.98% 폭등한 36.45로 껑충 뛰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2일째를 맞은 이날 투자심리는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산업과 소재 업종은 각각 2.69%, 3.43% 급락했고 부실대출 증가 우려로 금융업종도 3.66% 떨어졌다. 기술업종은 3.7%, 통신서비스업종은 3.74% 하락했다. 중국과 일본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는 전일 대비 2%대 하락세를 보였다. 창업판지수도 1.55% 하락했다. 일본의 닛케이225지수는 전일 대비 1.71% 하락했다. 1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유가 고공행진 충격에 2만5000엔(도쿄증시 단위는 엔) 선이 붕괴됐다. 노무라증권은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160달러가 1년간 지속될 경우,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0.6% 하락하고, 닛케이 평균주가가 2만2000엔대로 낙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amila@fnnews.com
2022-03-08 18:24:16에쓰오일이 올해 1·4분기에만 영업손실 1조73억원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국내 정유업체중 영업실적을 처음으로 발표한 에쓰오일이 큰 폭의 적자를 내면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실적 발표를 앞둔 다른 정유사도 대규모 적자 행진이 우려되고 있다. 에쓰오일은 27일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1·4분기 매출 5조1900억원, 영업손실 1조7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기 순손실은 8800억원이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4.2% 줄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이 에쓰오일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요인이 됐다. 에쓰오일의 재고평가 손실은 7210억원이나 됐다. 국제유가는 지난 1월 배럴당 60달러선에서 최근 20달러 선까지 급락했다. 매출은 유가 하락과 판매량 감소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분기 평균 판매 단가도 13.4% 줄었으면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7.3% 감소했다. 정유부문은 항공유, 휘발유 등 운송용 제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정유제품 수요가 급격하게 줄면서 정제마진이 낮은 수준을 유지됐으며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 등의 영향으로 1조 19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석유화학 부문은 수요 약세에도 불구하고 유가 하락에 따른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전분기 보다 상승한 66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에쓰오일이 시장의 전망치보다 낮은 실적을 거두면서 정유사들의 경영 위기가 현실화 됐다는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에쓰오일의 영업손실은 4000억원대 후반으로 예상했다. SK이노베이션은 7500억원, 현대오일뱅크과 GS칼텍스는 각각 4000억원, 50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에쓰오일이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1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정유사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 4개의 영업손실을 3조원 예상했는데 이날 에쓰오일의 실적을 보면 4조원도 넘을 가능성이 있다"며 "2014년 원유가 하락시에도 에쓰오일이 2500억원대 분기 적자를 봤지만 이번 실적을 보면 그때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정유업계는 정부의 과감하고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의 기간 산업인 정유산업이 무너지면 화학 산업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산업은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주역으로 지금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를 위해서도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유업계는 세제 지원 확대 외에 투자 인센티브 확대, 규제 완화 등도 요청했다. 앞서 정부는 석유 수입·판매부과금과 관세를 유예하고 석유공사의 여유 비축시설을 임대하는 등의 지원 정책을 발표했고 국세청은 정유업계 4월분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납부 기한을 7월까지 3개월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정도 지원으로는 정유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2020-04-27 18:39:12[파이낸셜뉴스] 석유값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내륙 깊숙한 곳에서 생산돼 말 그대로 더 이상 석유를 보관할 곳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는게 이유다. 반면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남는 석유를 유조선에 보관할 수 있어 배럴당 20달러 유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극적으로 다시 감산에 합의한다 해도 이같은 상황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유가 폭락으로 석유업체들이 유정을 잇따라 닫을 경우 세계 경제는 석유공급 부족에 시달려 '오일쇼크' 상황을 맞을 것으로 우려됐다. 닫았던 유정 재가동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석유공급 확대가 한동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이같은 판단을 근거로 내년 유가 급등을 예상하고 있다. 1일(이하 현지시간) CNN비즈니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이 속속 마이너스 유가 전망을 내놓고 있다. ■ '홈리스 석유' 하루 600만배럴 코로나19로 항공유 수요부터 일반 휘발유 수요, 공장들의 석유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반면 이날부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EC 산유국 간에 맺었던 3년에 걸친 감산합의가 종료되면서 석유공급은 급격히 늘어나게 됐다. 특히 사우디와 러시아가 석유전쟁에 나서면서 시장에는 석유가 흘러넘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가가 급락해도 미 셰일석유 업체들 역시 버틸때까지 버틸 것이고, 설령 공급 감소에 들어간다 해도 유정 폐쇄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때까지 쏟아지는 석유를 보관하지 못하면 대란이 불가피하다. 해상에 비해 육상 석유저장시설은 여유가 훨씬 적어 조만간 생산되는 석유를 보관할 곳이 사라질 전망이다. 뉴버거 버먼의 선임 에너지 애널리스트 제프 윌은 "시장에서는 더이상 수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생산된 석유가 갈 곳이 없어지게 될 것이라는 신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석유 저장시설, 정유사, 해상 석유터미널, 유조선, 송유관 등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조만간 한계에 이르게 된다. JBC 에너지는 지난달 31일 보고서에서 "석유수요 감소세가 너무 가파르다"면서 "아주 가까운 장래에 대다수 석유생산 업체들의 고민은 어떻게 생산비를 맞추느냐가 아니라 생산된 석유를 출하할 곳이 있느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유가 있는 저장시설은 유조선이다. JBC에 따르면 가장 큰 유조선인 VLCC급 유조선들의 약 20%는 해상 석유저장시설이 되겠지만 그래도 남아도는 석유를 모두 저장할 수가 없다. JBC는 말 그대로 갈 곳이 없는 '집 없는 석유'가 4월에는 하루 600만배럴, 5월에는 하루 700만배럴씩 쏟아지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리스크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 그룹도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전세계 석유재고가 수주일 안에 최대에 도달할 것이라면서 '전통적인 육상 석유저장 시설'을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라시아 그룹은 "OPCE과 러시아 등이 조만간 감산에 다시 합의한다 해도 그동안 시장에 쏟아져 나온 석유재고가 너무 많아 올 중반이면 석유저장능력이 한계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이미 각 항구와 정유사들은 유조선들을 돌려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 현실성 높아지는 마이너스 유가 마이너스 유가는 이상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주 블룸버그에 최근 미 와이오밍주에서 생산된 석유가 배럴당 -19센트에 거래됐다. 가격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지는 것은 유정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방식과 관계가 있다. 유가가 계속해서 생산비를 밑돌아 차라리 유정을 폐쇄했다가 뒷날 재가동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때까지 석유업체들은 일단 석유를 생산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석유 구매자들에게 돈을 주고라도 게속해서 뿜어져 나오는 석유를 처리해야 한다. 생산 중단을 결정해도 유정 폐쇄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 생산되는 석유를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는 특히 브렌트유처럼 유조선을 이용할 수 있는 해상 유전보다는 WTI처럼 내륙 깊숙히 자리잡은 석유에 치명적이다. 골드만삭스 상품 부문 책임자 제프리 커리는 WTI, 특히 WTI 미들랜드와 캐나다의 서부캐나다실렉트(WCS)가 '마이너스'로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석유저장 시설 포화로 미 석유생산 가운데 최소 하루 90만배럴이 유정폐쇄로 생산중단될 것이라면서 오래되고 생산성이 낮은 유정부터 폐쇄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결국에는 미 석유 공급 능력이 최대 하루 500만배럴 사라지게 될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전망했다. ■ 오일쇼크의 씨앗 되나 불가피한 유정폐쇄로 석유공급이 줄어들게 되면 이는 공급이 달리는 오일쇼크의 씨앗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코로나19 확산이 언제까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고 경제가 다시 재가동되기 시작하면 석유수요가 급격히 늘겠지만 공급확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의 커리는 수요초과가 현실이 되면 유가가 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제가 회복하는 내년이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55달러를 크게 웃돌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0-04-02 06:57:51향년 70세로 8일 별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일생을 '수송보국'에 바친 항공업계의 큰 별이었다"고 평가했다. 변변한 항공기 하나 제대로 없이 출발한 대한민국 항공산업을 오는 6월 '항공업계의 유엔 회의'로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할 수준까지 끌어올린 주인공이 바로 조양호 회장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고인은 국내외에서 모두 인정받는 항공·운송 분야 전문가로 평가된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지난 1974년 12월 대한항공에 입사했지만 정비·자재·기획·정보통신·영업 등 항공 관련 전 실무부서들을 두루 거친 덕분이다. 그룹 내부에선 "이런 경험은 조 회장이 유일무이한 대한민국 항공산업 경영자이자, 세계 항공업계의 리더들이 존경하는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원천"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그는 항공·운송 관련 모든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하는 엔지니어이기도 했다. ■위기는 곧 기회… 역발상의 경영자 고인은 특히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탁월한 경영감각을 갖춘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에 입사했던 1974년 당시엔 1차 오일쇼크로 전 세계 항공사들이 타격을 받던 시기였다. 1978~1980년에는 2차 오일쇼크까지 겹쳤다. 미국 최대 항공사였던 팬암과 유나이티드항공조차 연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수천명을 감원하던 시기다. 그러나 조 회장은 원가는 줄이면서 시설과 장비가동률을 높이는 과감성을 보여줬다. 조 회장의 이런 경영감각은 대한항공이 오일쇼크 이후 거대 시장으로 부상한 중동 여객수요를 확보하고 신규 중동노선에 진출하는 발판이 됐다.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한 일화는 지금까지 회자된다. 대한항공은 예나 지금이나 빌려서 쓰는 항공기가 적다. 당시에도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항공기 112대 가운데 임차기는 14대뿐이었다. 조 회장은 항공기를 매각 후 재임차(세일 앤드 리스백)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해 대한민국을 옥죄던 외환위기 파고를 극복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고인의 경영감각의 절정은 1998년 보잉 737NG 주력 모델(보잉 737-800·보잉737-900) 27대 구매로 평가된다. 이 항공기는 대한항공이 글로벌 항공사로 우뚝 서는 기폭제가 됐다. 2003년 이라크전쟁과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9·11테러로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졌던 때조차 조 회장에겐 도약의 기회인 시기였다. 그는 차세대 항공기 A380 구매계약을 했다. 불과 3년 후 세계 항공시장이 항로를 되찾자 여타 글로벌 항공사들은 뒤늦게 차세대 항공기를 주문했지만 항공기 제작사는 갑자기 몰린 주문을 감당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미 3년 전 사들인 차세대 항공기를 적기에 투입할 수 있었다. ■평창올림픽 이어 IATA 총회까지 고인을 평가할 때 '평창'은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대한체육회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 추천을 수락한 조 회장은 1년10개월 동안 유치위원장 자격으로 무려 50회 가까이 해외출장을 다녔다. 그 이동거리만 지구 16바퀴(약 64만㎞)에 달한다. IOC 위원 110명 가운데 조 회장이 만나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다. 그의 평창 지지 호소는 IOC를 흔들었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으로 이어졌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는 그 자체만으로도 국가적 경사였지만, 그해 인천국제공항은 여객 수에서 파리 드골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앞지르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조 회장은 글로벌 항공산업에서 변방국이던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옮겨놓은 인물이다. 고인은 전 세계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들이 회원인 국제협력기구인 IATA에서 최고 정책 심의·의결기구(집행위원회) 위원이자 11명의 전략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왔다. 그는 세계 항공업계가 동맹체로 재편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읽고 2000년 델타항공·에어프랑스·에어로멕시코와 함께 글로벌 항공동맹체 스카이팀을 주도적으로 창설하기도 했고, 올해 사상 최초로 IATA 연차총회를 서울로 유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생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4년 12월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항공기 회항을 지시한 '땅콩회항' 사건을 시작으로 한진그룹 오너가의 '갑질논란'이 불거졌고, 조 회장이 해당 사태에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이후 차녀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의 '물컵 갑질', 배우자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등의 폭행·폭언 등이 논란이 되면서 한진가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급기야 조 회장은 지난달 대한항공 정기주총 결과에 따라 20년 만에 대한항공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야 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은 평생 가장 사랑하고 동경했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하늘로 다시 돌아갔다"며 "하지만 조 회장이 만들어 놓은 대한항공의 유산들은 영원히 살아 숨쉬며 대한항공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2019-04-08 17:4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