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교도소와 구치소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심부름을 대신해 주는 이른바 옥바라지 업체가 전국에 100곳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SBS '8뉴스'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심부름이라는 명목으로 교도소 반입이 금지된 물건을 보내주거나, 스포츠 도박까지 도와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한 구치소에서 재소자들에게 온 도서를 검열하자, 소포 상자 곳곳에서 성인 잡지가 발견됐다. 여성 신체를 적나라하게 노출한 화보 집은 물론 가학적인 성폭력 이미지를 담은 잡지들도 적지 않다. 강원도의 한 업체는 재소자들에게 보낼 성인 잡지를 직접 프린터로 인쇄해 만들고 있었다. 경기도의 또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 유해 간행물로 지정돼 있다면 반입이 제한된다. 그러나 수위가 높아도 유해 간행물로 지정되기 전이라면 반입을 막을 근거가 없는 게 현실이다. 한 출소자는 SBS 측에 "채찍, 수갑을 가지고. 변태적인, 자극할 수 있는 부분들을 그런 거 보고 소장하고 있다. 얘들이 성범죄자들이다"라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한 변호사는 "(재소자들이) 새로 학습한 방법으로 더 교묘하게 재범을 저지르고 그런 경우들이 비일비재하다"며 "그래서 재범의 가능성을 훨씬 높일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불법을 넘나드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부산의 한 업체는 마약 등 각종 범죄로 수감 중이거나 만기 출소한 여성들과 펜팔을 주선하기도 했다. 화상이나 방문 접견도 가능하다고. 뿐만 아니라 재소자들의 스포츠 도박을 대행해주는 곳도 있었다. 특히 성범죄 등으로 전자발찌를 착용한 사람들에게 성매매까지 알선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대다수 옥바라지 업체가 다른 상호로 위장, 사무실 없이 SNS로만 접촉하는 방식으로 적발을 피하고 있었다. 업체들 불법행위 규제 방안과 관련해 교정본부는 재소자들과 우편물 송수신이 많은 곳을 위주로 모니터링을 강화, 또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3-22 06:32:32[파이낸셜뉴스] 마약 투약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작곡가 겸 가수 돈스파이크(46)가 과거 여자친구와의 이별 때문에 마약에 손을 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일 돈스파이크의 항소심 변호를 맡은 변호인 A씨는 "돈스파이크가 마약을 투약한 이유가 전 여자친구와의 이별로 실의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뉴데일리 보도를 통해 알렸다. A씨는 "돈스파이크가 결혼 전에 사귄 여성을 굉장히 좋아했었던 모양"이라며 "당시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깊은 관계였는데, 이 여성이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걸 알면서 관계가 깨졌다"라고 말했다. 상대 남성 또한 돈스파이크가 잘 아는 사람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돈스파이크는 지하실에 있는 작업실에서 마치 동굴에 들어간 곰처럼 살았던 것 같다"라고 했다. A씨는 이어 "돈스파이크가 거기에서 나오지도 않고 그냥 죽어버리겠다고 자책하면서 폐인처럼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자 한 친구가 '그렇게 괴로우면 이거라도 해보라'며 마약을 권했다고 한다"라며 "이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마약을 했다는 게 돈스파이크의 주장"이라고 전했다. A씨는 돈스파이크의 아내도 남편의 마약 투약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돈스파이크가 아내와 교제를 시작하고 딱 한 번 마약 하는 걸 들킨 적 있다. 그때 아내가 떠나려고 했는데, 돈스파이크가 붙잡았다"라며 "'이 사람 아니면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박한 느낌에 빌다시피 해서 결혼 승낙을 받았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돈스파이크가 마약하다가 결혼 3개월 만에 구속된 것"이라며 "돈스파이크가 떠나도 좋다고 했는데 아내는 고민 끝에 남기로 하고 지금까지 옥바라지를 하고 있다"라고 했다. A씨는 또 "돈스파이크 아내가 1심 선고 전에 실형이 나와도 절대 삶을 포기하지 말고, 체념하지 말라고 용기를 북돋아 줬다고 한다"라며 "만약 아내가 곁에 없었다면 돈스파이크는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을 거다. 아내가 돈스파이크를 살렸다"라고 했다. 이어 "돈스파이크가 단약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 것도 순전히 아내 덕분"이라며 "자신을 용서하고 감싸준 아내에 대한 은혜를 갚는다는 심정으로 죽기 살기로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돈스파이크는 2021년 1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9차례에 걸쳐 4560만원 상당의 필로폰을 구매하고, 14차례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좋지 않다"라고 지적하면서도 돈스파이크가 수사에 협조한 점과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등을 이유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양형이 가볍다고 판단한 검찰은 항소했고, 돈스파이크가 수용 중에도 재산을 은닉한 정황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추가로 증거 신청했다. 돈스파이크의 항소심 2차 공판은 오는 5월 18일 열린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3-04-07 13:42:08서울시가 뉴타운·재개발 정비사업의 불법 강제퇴거 근절에 나선다. 과거 용산참사를 비롯해 최근 옥바라지골목(무악2구역) 갈등 등 '충분한 사전협의 업는 강제퇴거'와 '강제퇴거 과정의 불법행위' 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9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시는 앞으로 정비사업의 주민협의과정을 강화해 법제화하고, 사업을 진행중인 지역의 감시활동도 보다 철저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정비사업단계를 △사업계획(건축물 처분 결정) △협의조정(사전협의체 시행) △집행단계(이주·철거 집행) 등 3단계로 세분화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우선 사업계획단계는 정비사업 지정요건을 사람·인권 중심으로 강화해 향후 발생 가능한 갈등요인 최소하에 초점을 맞춘다. 그동안 건물 노후도·세대밀도 등 물리적, 정략적 평가 위주의 정비구역 지정에서 벗어나 앞으로 거주자의 의향, 주거약자 문제, 역사생활문화자원 존재 여부를 종합적·정성적으로 판단한다. 협의조정단계는 지난 2013년 도입한 사전협의체 제도를 기존 '관리처분인가 이후'에서 보상금액 확정 전인 '분양신청 완료' 시점으로 앞당긴다. 그동안 협의없이 보상금액이 결정돼 사업당사자간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사전협의체의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와 함께 구청장에게 '도시분정조정위원회' 직권상정 권한을 부여해 협의체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적극적으로 분쟁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또 법령 및 운영기준 없이 행정지침으로 운영된 사전협의체 제도를 올해 안에 조례개정을 통해 법제화하고, 세부 운영기준도 마련한다. 시는 이번 조치를 통해 조합과 세입자 간 충분한 협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이주와 철거가 진행되는 집행단계는 공공의 사전 모니터링과 현장 관리감동을 강화해 강지철거를 방지한다. 현재 서울시내 45개 이주단계 사업장도 엄격하게 관리하고, 갈등조정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미이주 세대를 중심으로 이주·철거 절차 안내와 사정조정활동을 실시한다. 특히 불가피하게 인도집행을 할 경우 감독 공무원이 현장에 입회하고, 재판부 명령에 따라 현장사무를 대리하는 집행관이 아닌 조합측 고용인력의 폭력 등 불법행위를 단속해 고발조치할 계획이다. 이날 박원순 시장은 "강제퇴거는 편의가 아니라 최종수단이 돼야 한다"면서 "2009년 용산참사의 가슴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법과 행정적 권한을 동원해 강제철거를 원칙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lionking@fnnews.com 박지훈 기자
2016-09-29 10:35:06옥바라지 골목 보존을 둘러싼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종로구 무악2구역 재개발 사업 공사가 재개된다. 서울시는 재개발사업조합과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로 구성된 옥바라지골목 보존대책위원회 간 합의 결과, 옥바라지골목과 관련된 역사를 기념하는 공간을 조성키로 합의했다고 26일 밝혔다. 역사 기념공간은 구역 내 남은 건물의 일부를 재활용하거나 보관중인 한옥 자재를 활용해 구역 내에 조성될 예정이다. 무악2구역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종로구 무악동 46번지 일대는 일제강점기 인근 서대문형무소에 갖힌 독립운동가의 가족들이 옥바라지를 하기 위해 머물렀던 여관 골목으로 알렸다. 그러나 지난 5월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강제집행을 진행하면서 주만간 갈등이 불거졌다. 당시 골목 보존을 요구하며 대책위가 점거중인 구본장 여관에 대해 강제집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현장을 방문해 공사를 중지시킨 바 있다. 서울시는 이후 조합 측은 시장과 면담하며 폭력적인 강제집행에 대해 사과하는 한편 조속히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조합 측의 경제적 손실에 대해 행정지원으로 최대한 보전하겠다는 원칙도 전했다. 한편 정비사업 과정에서 역사·생활문화유산 멸실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추진중인 정비사업구역 240여곳을 전수조사하고, 정비사업 시행인가 전 유산보존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무악2구역 진행과정에 대한 기록은 백서로 남겨 유사한 갈등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강제철거 과정에서 불거지는 마찰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내외 사례를 분석해 다음달 중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마련한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늦었지만 원만하게 합의를 완료한 조합과 대책위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며 "그간 양측이 어려운 협의과정을 거쳤지만, 합의가 완료된 만큼 조속히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lionking@fnnews.com 박지훈 기자
2016-08-26 15:46:05구치소에 수감된 회사의 최대주주에게 재판에 필요한 자료를 모아주고 변호사와 연락을 도와준 이른바 ‘옥바라지’ 대가로 받은 소득은 사례금으로, 면세가 인정되는 인적용역의 대가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강석규 부장판사)는 대우정보시스템 전 직원 A씨가 "종합소득세 26억9000만원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대우정보시스템 팀장급 직원이던 A씨는 2008년∼2009년 이 회사 실질적인 최대주주였던 고(故) 조풍언씨가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자 옥바라지에 나섰다. A씨는 조씨와 가족 및 변호사들 사이의 연락과 재판에 필요한 자료 수집, 구치소·병원생활을 지원하는 일 등을 수행했다. 도움을 받은 조씨는 2009년 6월 A씨에게 '변호사 조력 등 역할의 대가'라며 회사 주식 215만7922주를 양도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써줬다. 그러나 이후 주식을 둘러싸고 두 사람 간 분쟁이 생겼고 민사소송까지 가는 다툼 끝에 조씨가 A씨에게 주식 대신 75억원을 주는 내용의 화해권고 결정이 내려져 A씨는 2013년 2차례에 걸쳐 돈을 받았다. 반포세무서는 A씨가 받은 돈이 종합소득세 부과 대상인 '사례금'이라고 보고 2013년 9월 소득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A씨는 인적용역을 제공하고 받은 대가라며 소송을 냈다. 소득세법 시행령은 인적용역을 제공하고 받는 금액 중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주고 있다. '인적용역'은 강연료와 해설료·심사료, 변호사나 회계사, 측량사 등이 전문지식을 활용해 용역을 제공하고 받은 보수 등이다. 재판부는 "A씨가 맡은 일은 조씨와의 친분에 의해 옥바라지나 변호인 사이에서 재판에 필요한 자료 등을 전해주는 것에 불과해 전문성이나 특수성을 갖춘 인적용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옥바라지 과정에서도 급여를 받았고, 옥바라지에 많은 돈을 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A씨가 받은 돈은 객관적으로 지나칠 정도로 거액이라서 조씨와의 친분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며, 쟁점 금액은 사례금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씨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서 '구명 로비'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2010년 12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2016-05-02 08:41:49옥바라지를 해준 내연녀가 자신의 이별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춘천지법 형사2부(강성수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42)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자 B씨(65·여)의 월세 방에 불을 질러 현주건조물방화죄로 수형생활을 했다"며 "이 기간 피해자는 30여 차례 피고인을 면회하고 음식과 영치금을 넣어주는 등 거의 유일하게 호의를 베푼 사람이었음에도 출소 후 B씨가 자주 전화해 짜증 난다는 이유로 살해한 점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현주건조물방화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출소한 지 불과 12일 만에 피해자를 상대로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점으로 미뤄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A씨는 지난 1월 춘천시 소양로 B씨의 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B씨에게 이별을 요구했으나 B씨가 이를 거부하자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2014-05-03 08:46:09교도소 민원대행 서비스기업 옥바라지는 설을 맞아 무료연하장을 보내주는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21일 밝혔다. 오는 2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이벤트는 구치소나 교도소에 있는 수용자 가족에게 설날을 맞이해 새해 연하장을 무료로 보내준다. 구치소나 교도소에 가족이나 동료를 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옥바라지 홈페이지(www.okbaraji.co.kr)에 접속해 자유게시판에 사연을 남기거나 전화(1600-5847)로 신청하면 된다. 옥바라지는 개그맨 권영찬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why@fnnews.com이재설기자
2009-01-21 11:50:58[파이낸셜뉴스] 노숙인 급식과 장기복역수·가족을 후원하기 위한 자선바자회(사진)가 오는 28~30일 부산 동래구 명륜로 106 늘빛메디칼 1층 스페이스움에서 개최된다. 행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이 자선바자회는 가족관계가 끊어진 장기 수형제들과 그 가족을 후원하기 위해 올해로 12회째 열린다. 판매 상품은 서울 동대문 상가, 남대문 상가 의류제작업체에서 기부받은 것으로 준비한다. 행사 수익금은 장기수들의 옥바라지를 하고 있는 극빈 가족들을 지원하게 된다. 아울러 노숙인 급식을 위한 후원금으로도 판매 수익 중 일부분 사용될 예정이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2024-10-23 16:25:34어느 날 톨스토이는 법률가이자 작가인 코니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석한 귀족 남성이 절도죄로 피고석에 선 매춘부가 예전에 자신이 유혹하고 버린 여인임을 알아보았다는 것이다. 그는 여인의 불행에 책임을 느껴 그녀와 결혼할 결심을 하고 정성껏 옥바라지하지만 그녀가 티푸스에 걸려 감옥에서 죽었다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코니에게 그 소재로 소설을 써보라고 권하지만 2년이 넘어도 별 진척이 없자 그의 허락을 받아 1889년부터 직접 창작을 시도했다. 그의 나이, 61세였다. 10년 전, '안나 카레니나'라는 대작을 막 마친 톨스토이는 자살 충동에 시달릴 만큼 깊은 우울을 겪으며 더는 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강압적이고 무능한 전제 정치, 땅을 잃고 기아로 내몰린 절대다수의 농민, 비참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도시 노동자와 빈민들… 그런 러시아에서 귀족이자 작가로 산다는 사실이 그를 헤어날 길 없는 무력감과 죄책감으로 몰고 간 듯하다. 그 후 그는 좀 더 선명한 호소력을 지닌 에세이와 민중 교육을 위한 민담을 쓰고 실질적인 구제 활동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광인 취급을 받을 만큼 예술과 소설을 폄하하며 실천적인 삶을 추구하던 그는 5년도 못 돼 보르헤스가 최고의 단편소설이라고 일컬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쓰기 시작했고, 10년 후에는 새 장편소설을 위한 구상에 빠져들었다. 장차 '부활'이라고 이름 붙여질 이 소설은 11년에 걸쳐 쓰였으며, 그가 쓴 원고의 양은 '전쟁과 평화'를 위한 원고보다 더 많았다고 한다. 그가 이 소설의 완결과 출간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그리스도교 분파인 두호보르교도들의 캐나다 이주를 위한 비용을 대기 위해서였다. 채식을 주장하고 국가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정교회를 비판하고 납세와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던 신자들이 정부의 학살과 투옥과 고문으로 끔찍한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는 1881년 이후의 저술에 대해 인세를 받지 않기로 한 결정을 깨고 이 책의 인세로 그들의 이주를 도왔다. 그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장편소설인 '부활'은 결국 소설에서 도망치지 못한 채 미(美)와 선(善) 사이에서 몸부림치던 말년의 작가가 끝없는 고쳐 쓰기를 통해 찾아낸 '소설의 길'이자 '예술적 유언'일지도 모른다. 소설의 얼개는 코니의 이야기와 같다. 배심원이 된 지주 귀족 네흘류도프는 무신경한 법조인들과 모순투성이의 재판 제도로 억울하게 살인죄 판결을 받은 매춘부 카츄샤를 보며 죄책감을 느낀다. 그 사랑스럽던 시골 아가씨가 매춘부로 전락하고 시베리아 유형을 떠나게 된 것이 자신의 무책임한 동물적 욕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카츄샤와 결혼해 그녀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는 것으로 속죄하리라 결심한다.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나오는 지옥문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나를 지나 슬픔의 도시로, 나를 지나 영원한 비탄으로, 나를 지나 멸망당할 족속으로." 카츄샤를 통과하면서, 즉 카츄샤를 면회하고 그녀의 석방을 위해 애쓰고 시베리아 유형 길에 동행하게 되면서 네흘류도프는 신이 아닌 인간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지옥을 목격하게 된다. "그 모든 사람들이 가장 소박한 연민의 감정조차 스며들지 않을 만큼 둔감했던 것은 단지 그들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이야. 직무를 수행하는 이들이었기 때문에 인간애가 스며들지 않았던 거지. 포장된 땅에 비가 스며들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야." 이제 그의 앞에는 카츄샤와의 결혼보다 근본적인 문제, 즉 이런 지옥에서 '어떤 인간으로 살 것인가'의 문제가 놓여 있다. 러시아 문학자 에이헨바움은 톨스토이가 모든 것을 '낯설게 하기'를 통해 바꾸어버린다고 말한다. 모든 기성 체계에 대해 '아니야, 진실은 따로 있어'라고 집요하게 외치며 모든 수준에서 '낯설게 하기'를 밀어붙이기에 그가 구사하는 모든 기법에는 폭로하고 파괴하는 힘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연진희 번역가
2024-10-17 18:08:30'톺아보다'는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내책 톺아보기'는 신간 도서의 역·저자가 자신의 책을 직접 소개하는 코너다. 어느 날 톨스토이는 법률가이자 작가인 코니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석한 귀족 남성이 절도죄로 피고석에 선 매춘부가 예전에 자신이 유혹하고 버린 여인임을 알아보았다는 것이다. 그는 여인의 불행에 책임을 느껴 그녀와 결혼할 결심을 하고 정성껏 옥바라지하지만 그녀가 티푸스에 걸려 감옥에서 죽었다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코니에게 그 소재로 소설을 써보라고 권하지만 2년이 넘어도 별 진척이 없자 그의 허락을 받아 1889년부터 직접 창작을 시도했다. 그의 나이, 61세였다. 10년 전, '안나 카레니나'라는 대작을 막 마친 톨스토이는 자살 충동에 시달릴 만큼 깊은 우울을 겪으며 더는 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강압적이고 무능한 전제 정치, 땅을 잃고 기아로 내몰린 절대다수의 농민, 비참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도시 노동자와 빈민들… 그런 러시아에서 귀족이자 작가로 산다는 사실이 그를 헤어날 길 없는 무력감과 죄책감으로 몰고 간 듯하다. 그 후 그는 좀 더 선명한 호소력을 지닌 에세이와 민중 교육을 위한 민담을 쓰고 실질적인 구제 활동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광인 취급을 받을 만큼 예술과 소설을 폄하하며 실천적인 삶을 추구하던 그는 5년도 못 돼 보르헤스가 최고의 단편소설이라고 일컬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쓰기 시작했고, 10년 후에는 새 장편소설을 위한 구상에 빠져들었다. 장차 '부활'이라고 이름 붙여질 이 소설은 11년에 걸쳐 쓰였으며, 그가 쓴 원고의 양은 '전쟁과 평화'를 위한 원고보다 더 많았다고 한다. 그가 이 소설의 완결과 출간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그리스도교 분파인 두호보르교도들의 캐나다 이주를 위한 비용을 대기 위해서였다. 채식을 주장하고 국가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정교회를 비판하고 납세와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던 신자들이 정부의 학살과 투옥과 고문으로 끔찍한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는 1881년 이후의 저술에 대해 인세를 받지 않기로 한 결정을 깨고 이 책의 인세로 그들의 이주를 도왔다. 그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장편소설인 '부활'은 결국 소설에서 도망치지 못한 채 미(美)와 선(善) 사이에서 몸부림치던 말년의 작가가 끝없는 고쳐 쓰기를 통해 찾아낸 ‘소설의 길’이자 ‘예술적 유언’일지도 모른다. 소설의 얼개는 코니의 이야기와 같다. 배심원이 된 지주 귀족 네흘류도프는 무신경한 법조인들과 모순투성이의 재판 제도로 억울하게 살인죄 판결을 받은 매춘부 카츄샤를 보며 죄책감을 느낀다. 그 사랑스럽던 시골 아가씨가 매춘부로 전락하고 시베리아 유형을 떠나게 된 것이 자신의 무책임한 동물적 욕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카츄샤와 결혼해 그녀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는 것으로 속죄하리라 결심한다.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나오는 지옥문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나를 지나 슬픔의 도시로, 나를 지나 영원한 비탄으로, 나를 지나 멸망당할 족속으로.” 카츄샤를 통과하면서, 즉 카츄샤를 면회하고 그녀의 석방을 위해 애쓰고 시베리아 유형 길에 동행하게 되면서 네흘류도프는 신이 아닌 인간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지옥을 목격하게 된다. “그 모든 사람들이 가장 소박한 연민의 감정조차 스며들지 않을 만큼 둔감했던 것은 단지 그들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이야. 직무를 수행하는 이들이었기 때문에 인간애가 스며들지 않았던 거지. 포장된 땅에 비가 스며들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야.” 이제 그의 앞에는 카츄샤와의 결혼보다 근본적인 문제, 즉 이런 지옥에서 ‘어떤 인간으로 살 것인가’의 문제가 놓여 있다. 러시아 문학자 에이헨바움은 톨스토이가 모든 것을 ‘낯설게 하기’를 통해 바꾸어버린다고 말한다. 모든 기성 체계에 대해 ‘아니야, 진실은 따로 있어’라고 집요하게 외치며 모든 수준에서 ‘낯설게 하기’를 밀어붙이기에 그가 구사하는 모든 기법에는 폭로하고 파괴하는 힘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부활'은 그 어느 작품보다 이 ‘낯설게 하기’의 파괴력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안타깝지만 필자가 독자를 안내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소설을 소설이 아닌 말로 계속 전하기가 두렵다. 네흘류도프는 카츄샤와 결혼하고 참된 인간으로 거듭났을까. 카츄샤는 무죄 판결을 받아내고 새로운 인생을 찾았을까. 톨스토이는 자신의 마지막 장편소설을 통해 어떤 예술적 성취를 이루어냈을까. 이제는 독자의 시간이다. 연진희 번역가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9-30 09:4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