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좌절이 우리를 감싸며, 더 이상 삶을 이끌어 가는 힘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순간은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한계를 넘어, 찬란한 인생의 순간을 찾아가는 이들의 여정을 담았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역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때때로, 삶은 잔인하다. 행운이라 여겼던 일이 모습을 바꿔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들 때, 삶의 이면이 어둠 속에서 매서운 이빨을 드러낼 때,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감당할 수 없는 불운과 불행이 찾아올 때 우리는 어떤 자세로 고통을 맞아야 할까. 심연같던 산후 후유증, 몸도 마음도 아팠다 '다솔맘' 최보영 씨의 삶도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해 아이를 임신했지만 원인 모를 지독한 소양증으로 인한 전신 질병으로 가장 축복받아야 할 시기, 뜬 눈으로 통증과 싸워가며 길고 긴 밤을 고통 속에 견뎌야만 했다. “온 몸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간지러웠어요. 진물이 나고 피가 날 정도로 긁어야 하는 정도였는데 임신 상태이다 보니 어떤 약도 먹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간지럼증을 완화하기 위해 얼음을 몸에 문지르기까지 했는데, 임산부는 또 몸이 따뜻해야 하잖아요. 몸을 데우면 땀이 나고, 그러면 또 가려움이 심해지고,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인고의 시간이 지나 무사히 출산을 마쳤지만, 이후에는 지독한 산후 우울증이 찾아왔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 저주 받은 듯한 하루를 맞이하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또 시작이구나. 이 징글맞은 하루가 또 시작되는구나. 모든 것이 밉고, 또 모든 것이 싫었다. “제 자신을 둘러싼 상황과 사람들이 저를 괴롭히는 느낌이었어요. 남편도 싫고, 시댁도 싫고, 친정조차도 지긋지긋했습니다. 그냥 제가 다 피해자인 것 같았어요. 극한의 우울과 무기력함이 찾아오니, 그러면 안되지만, 나쁜 생각까지 할 정도. 일단 몸이 안 좋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렇다보니 사랑하는 아이한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더 우울해지고, 악순환인 거죠." 견딜 수 없는 우울에 최보영 씨는 결국 병원을 찾았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해 상담을 하고, 항우울제로 보이는 약도 처방받아 복용했다. 이대로라면 사랑하는 아이와의 매순간을 고통스럽게 지나쳐야 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런데 약을 먹었을 때 오히려 컨디션이 나빠졌어요. 몸이 축 쳐지고 기력이 빠지고 졸리고. 몇 번 먹지 않았지만 이 약들이 내 몸에 안 좋은 작용을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두운 감정을 잠시 잠재울 뿐, 결과적으로는 내 몸에 이롭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시가 떠오르는 듯 최보영 씨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 때 울고 있는 다솔이를 봤어요.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저 아이는 아무 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 저 아이는 무슨 죄지? 내가 다솔이를 보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기적처럼 들었어요. 이대로는 안 돼. 달라져야겠다. 그리고 약을 모두 버렸습니다." 육아와 함께 시작한 '틈새운동', 80만 인플루언서로 도약하다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하고 스포츠 심리학 석사를 받은 최 씨는 자신의 건강에 대해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고 한다. 트레이너 생활을 시작하며 수강생들을 가르치는 데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며 집중했다는 최 씨. 하지만 그는 정작 자신의 신체를 돌보지 못한 걸 깨닫게 됐다고 회상했다. "어떻게 건강해질까를 가르치는 법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제 몸은 병들어가고 있었어요. 아이를 낳고 산후풍이 심해 병원을 찾으니 뼈 나이가 70대라고 하더라고요. 근력을 키우지 않으면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는 말까지 들었어요. 트레이너 생활을 해왔는데, 근력을 키워야한다니… 그래서 그 날 이후, 수강생들에게 알려주던 것들을 차근차근 제 몸에 대입시켜 운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으로 내 신체를 아껴주고 챙겨주기 시작한 거에요." 이후 최 씨는 육아와 병행하며, 자신을 위해 '틈새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설거지를 하면서 하체의 근력을 기르는 동작, 아이를 안은 채로 간단한 스쿼트 동작들을 하면서 몸을 다져나갔다. 다솔이가 잠에 들었을 때는 플랭크를 하며 몸을 키웠다. 육아라는 제한적인 환경 속에서 자신을 가꾸기 시작한 것이다. 최 씨가 '홈트 여신'으로 떠오른 시작점이다. "인스타그램을 적극적으로 시작하게 된 건 육아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였어요. 아이를 키우는 많은 이용자들이 남긴 게시글을 보고, 또 DM(개인 메세지)를 보내 물어보기도 하면서 시작했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상을 공유하다 보니까 운동하는 모습이 노출이 된 거에요. 저에게 육아 조언을 주시던 분들이 반대로 운동에 대해 물어보시고, 저는 또 답변을 드리고. 그렇게 운동하는 모습을 영상으로까지 올리게 됐습니다." 평화로운 일상이 곧 기적…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다 인스타그램 80만 구독자를 보유한 최보영 씨의 '기적'이 하루 만에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홈트(홈 트레이닝)를 시작한 건 다솔이가 두세 살이 된 후에서의 일이다. "한 순간의 각성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기독교를 따르는 저의 경우, 정말 많은 기도의 시간이 있었고, 그 와중에 눈물도 많이 흘리고, 모든 것들이 쌓이고 쌓인 거에요. 육아 외 제 시간을 갖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고, 틈새운동을 하면서 몸이 점점 좋아지고, 그러기 위해 이른 시간에 잠들기 시작하니 불면증이 사라졌어요. 그리고 신체가 좋아지니 사람들에게 많이 웃고 상냥하게 대하게 되니까, 그러면서 또 주변인들이 저에게 좋은 영향을 주게 되더라구요. 모든 것이 천천히 차근차근 선순환을 이룬 거예요." 자신을 돌볼 시간적 심적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 전부가 의미있는 변화를 꿈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들 모두 시도와 도전을 하지만 번번히 실패하는 것이 부지기수다. 한 번의 실패는 경험이 되고 실패의 경험은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게 만든다. 최 씨는 이러한 이들에게 변화의 핵심은 '조바심 없는 꾸준함'이라고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살을 빼야겠어, 그러니 운동을 해야지'라고 마음 먹은 사람은 목표 체중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게 돼있어요. 그러다보면 하루 운동량을 30분이다 1시간이다 정하게 되고, 그 만큼을 채우지 못하면 스스로 자책하며 목표를 향한 걸음이 힘을 잃게 돼요. 좋지 않은 흐름입니다. 단 5분, 아니 1분이라도 좋아요. 내가 설정한 목표를 위한 행동을 하루에 1분이라도 실행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절대 효과가 없는 게 아니에요. 핵심은,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꾸준하게 이어나가는 거에요" 자신을 부정적으로 압박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최 씨는 설명한다. 스스로 도달하고 싶은 골(Goal)을 설정해 나아가는 것은, 실패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고 강박을 갖는 고통의 시간이 아닌, 더 나은 날들과 삶을 위해 정진하는 축복과도 같은 선물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 나 자신이 귀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가꾸고 지키는 거에요. 정성을 들여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나를 돌아보는 거죠. 종교가 있는 분들이라면 기도와 감사함의 순간을 가져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최 씨에 따르면, 무료하고 아무 일 없는 하루는 오히려 축복이다. 갖은 슬픈 일과 고통으로 얼룩졌던 과거를 생각하면, 괴로움 없는 하루는 평화이며 지속되는 평화는 기적이라는 것이다. 몸도 마음도 아프고 괴로웠던 나날들의 기억을 가진 다솔맘 최보영 씨.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고통스러웠던 그에게 물었다. "인생은 아름다운가요?" "그럼요, 너무나 아름답죠."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4-25 06:27:42[파이낸셜뉴스] 부산에서 명품계 '큰 손'으로 불렸던 여성이 지인들을 상대로 150억가량의 투자금을 가로챈 사기꾼인 것으로 드러났다. 1일 JTBC '사건반장'에는 제보자 A씨가 보내온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됐다. 10억 투자하자 3년 넘게 이자 '따박따박' A씨는 여성 B씨와 15년 전, 함께 수영을 배우다 친해졌다. 식사부터 여행까지 정기적으로 지인들과 모임을 가질 정도로 친분이 두터워졌다고 한다. A씨는 B씨를 '부산 해운대 쪽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부자'라고 설명했다. 친분을 이어가던 어느 날, B씨는 A씨에게 국내 유명 금융투자사 회장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사모펀드 가입을 제안했다. B씨는 A씨에 "어머니가 한 금융투자사에 투자금이 많은 투자자만 가입할 수 있는 펀드에 가입되어 있는데, 어머니를 통해서만 투자금을 입금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이 상품은 원금과 이자 114%가 보장되고 3개월 전에 미리 얘기하면 전액 반환도 되는 등 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10억을 투자했고 실제로 3년 넘게 이자가 들어왔다. A씨가 B씨를 더욱 믿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B씨가 들고 다니던 가방 때문이었다. B씨는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서 3억6000만원에 팔린 바 있는 가방을 들고 다녔던 것이다. 또 B씨와 남편 그리고 아들까지 한 백화점의 최상위 고객 등급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집 팔아 57억 더 투자했더니 잠적... 알고보니 사기꾼 B씨는 또 다른 투자도 권유했다. 지난 2020년 집값이 폭등하던 시기, B씨는 '집을 팔아서 투자하라'고 권유했고 A씨는 적금까지 깨 총 57억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지난해 집값이 내린 뒤 '집을 사야겠다'고 말하자 B씨는 당황하며 돈을 추석이 지나면 주겠다고 미루더니 아예 잠적해버렸다고 한다. 알고 보니 B씨의 어머니는 평범한 자영업자였으며 지인들에게 투자를 권유한 금융회사 계좌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검사에게 들으니 백화점에 쓴 돈만 70억 가까이였고, 사기꾼인 게 드러나자 해당 백화점도 한바탕 난리가 났다"라고 했다. 결국 B씨는 지난해 11월 구속돼 사기적 법정 최고형인 15년형을 구형받았다. A씨는 "피해자 모두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B씨의 가족은 아직도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는 자녀 등록금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4-02-01 09:09:46【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시민문화활동지원사업에 선정된 극단 ‘열정’은 인천에 거주 중인 외국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우리 모두 배우다’ 사업을 진행한다고 17일 밝혔다. 극단 ‘열정’은 다양한 국적의 인종이 만나 세계 공통된 주제인 환경문제에 대해 서로 소통하고 문화의 다름, 갈등, 차이에 대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다양한 국적의 인종이 쓰레기섬에 떨어졌다는 설정을 통해 서로 대화하고 토론해 환경문제의 해결책과 풀어야 할 숙제를 모색하고 이것을 대본으로 창작해 외국인 참여자 스스로가 연극배우로 참여하고 공연까지 진행하는 사업이다. 참여자격은 인천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면 누구나 가능하고 국적에 제약은 없다. 극단 ‘열정’ 관계자는 “환경문제로 인해 진행되는 소통의 과정을 통해 국적과 인종을 다르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문화 교류 현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2-05-17 15:04:51[파이낸셜뉴스] 가수 이승윤이 신곡 ‘들려주고 싶었던’을 선보인다. JTBC ‘싱어게인’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승윤이 22일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신곡 ‘들려주고 싶었던’을 발매한다. 신곡 ‘들려주고 싶었던’은 중독성 있는 기타 리프를 중심으로 청량한 밴드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는 곡으로, 이승윤 특유의 보컬이 돋보인다. 팬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 곡은 어디서 스며든 건지 종잡을 수 없으면서도 꾸물대고 꿈틀대는 마음들을 결국 피워내고 싶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인트로부터 시작되는 스트링이 곡의 또 다른 포인트라고 할 수 있으며, 밴드 알라리깡숑의 멤버들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승윤은 신곡 ‘들려주고 싶었던’을 통해 ‘솔로 뮤지션’으로 새 출발을 알리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싱어게인’ 이후 싱어송라이터로 돌아온 이승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관심이 높아진다. 다음은 이승윤과의 일문일답. -‘싱어게인’ 이후 첫 앨범이다. 소감이 어떤지? △사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삶은 잠시 휴업 중이었습니다. 유명 맛집을 돌아다니며 비법들을 어깨 너머로 배우다 이제 다시 개점하는 기분입니다. 신장개업은 아니지만 어쨌든 뭔가 그런 느낌적인 느낌. 개인적으로는 감회가 남다르지만 대중가수로서는 굉장히 차분한 상태입니다. ‘싱어게인’ 직후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이제 커버곡 가수가 아닌 싱어송라이터로 재등장하겠다고 했지만 커버를 하는 프로그램을 다시 하게 되었잖아요. 조금 미뤄졌지만 이제는 진짜 싱어송라이터로 재등장하려고 합니다. 이제서야 시작이니까 조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잘하자는 마음입니다. -신곡에 대해 소개한다면? 특별히 신경 쓴 점이나 킬링 파트가 있는지? △이번 신곡은 2016년 어설픈 상태로 음원을 냈었다가 작년 말 모든 음원 사이트에서 내렸던 곡 중 하나입니다. 매우 아끼는 곡이지만 그렇기에 새롭게 다시 내고 싶었습니다. 밴드 활동을 하며 2번째 업그레이드,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3번째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항상 머릿속으로는 거대한 곡이 그려지는데 그걸 구현하는 게 참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머릿속에 있는 원곡(?)과 최대한 비스무리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참 많은 분들의 손을 빌리기도 했습니다. 알라리깡숑 멤버들, 스트링 편곡을 도와준 이종한, 녹음을 해주신 융스트링 선생님들, 작업 시 불시에 끌려와 신스를 비롯해 이런 저런 도움을 줬던 최예근, 기타 톤을 메이킹 해준 밴드 허드 기타리스트 이정원, 녹음과 믹스를 곡의 방향성과 꼭 맞게 도와주신 김대성 엔지니어님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 태호도 보컬 녹음 시 놀러 와서 응원해줬습니다. ‘들려주고 싶었던’은 공연용, 떼창용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소요소 들어주시는 분들과 주고받아야 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소규모 공연장에서 부를 때면 항상 관객 분들과 함께 했던 곡입니다. 들려주고 싶었던 곡. 싶은이 아니라 싶었던에 방점이 찍혀 있는 곡입니다. 당최 어디서 스며든 건지 종잡을 수 없으면서도 꾸물대고 꿈틀대는 마음들을 결국 피워내고 ‘싶었다’는 곡. 결국 들려졌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뒤돌아보면 저의 음악인생 자체에 관한 이야기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이번 신곡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보여지는 음악이 아니라 들리는 음악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편곡을 잘한다, 파격적이다는 수식어가 아니라 좋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모습. 나이로는 젊음이라는 단어가 간당간당하기(?) 때문에 조각조각 남아있는 젊음을 있는 힘껏 터뜨려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알라리깡숑으로 함께 활동했던 멤버들 조희원, 지용희, 랑세 우리 각자의 음악인생을 함께 같은 점에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들려주고 싶었던’이라는 곡은 4명의 음악인들이 응축된 점입니다. 이제 이 점에서 4가지 혹은 더 많은 갈래의 음악이 피어날 것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신곡에 대한 정홍일, 이무진의 반응 또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무진이는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 직접 방문을 해줬습니다. 아직 미완성 된 버전을 듣고도 좋다고, ‘형이 좋아하는 거 다 넣었네요’라고 해줬습니다.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것만 다 넣었는데도 뛰어난 아티스트가 좋다고 해주니 매우 고마웠습니다. 홍일이 형은 뮤비 촬영장에 커피차와 닭꼬치를 보내주셨고(근데 저는 많이 못 먹고 밴드 멤버들만 많이 먹었어요) 음원을 듣고 대박이라고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런 곡 좀 달라고 하셨습니다. 형 저도 이런 곡 몇 개 없어요.. 밴드 멤버들은 마지막 믹싱 버전을 듣고 말을 잠시 잃었습니다. 음악을 시작할 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 들려주고 싶었던 음악을 ‘잘’ 들려주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 그 사실을 점점 깨달아가며 좌절했던 서로의 긴 시절들이 떠올라 다들 작업 중간중간 자주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 앨범 ‘영웅 수집가’ 이후로 10개월 만이다. 10개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10개월 전의 자신과 달라진 점은? 변화를 실감할 때는 언제인지? △달라졌습니다. 분명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소위 말하는 가짜 악기로 음악을 만들던 사람이었습니다. 미디 사운드가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있지만, 저는 리얼 사운드가 더 효과적인 음악에도 미디 사운드를 써야만 했었습니다. 무려 10년이 넘는 시간을. 그래서 인생 첫 8인조 스트링 녹음을 하며 많이 울었습니다.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지만 제게는 무척 상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방구석에서 원하기만 했던 좋은 퀄리티의 음원을 욕심내볼 수 있겠다는 점이 가장 큰 달라진 점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애초에 모두에게 닿는 음악은 없고 제 노래 또한 그렇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제 노래가 특히 더 그런 쪽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저 어떤 고민 어떤 마음 어떤 사람 어떤 시기 어떤 상황에 닿는 음악을 하고 싶은 음악인이었고 그 마음은 여전합니다. 다만 그 누군가를 가늠하는 자의 길이가 조금 길어졌다 정도. -본인만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본인이 생각하는 인기의 비결은? △댄스 실력, 농담입니다. 의외로 콘셉트가 아니라는 것 아닐까요. 모르긴 몰라도 저를 소위 말하는 콘셉트에 심취한 사람으로 이해하는 분들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노력하고 있는 부분은, 함구할지언정 작위적이진 말자입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못마땅해하시는 분도 있는 것 같고 그 부분을 좋아해 주시는 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생각해도 아직 대중가수로서의 완벽한 태도를 장착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무튼 의외로 콘셉트에 심취한 것은 아닙니다. -평소 좋아하는 노래나 뮤지션, 롤모델이 있다면? △롤모델은 의식적으로 만들지 않으려 합니다. 그저 먼저 선, 먼저 길을 걸어간 선배 가수가 있다는 걸 떠올리며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참고만 하려고 노력합니다. 좋아하고 존경하는 음악인은 너무 많이 말했던 이적 형. 그리고 이번에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윤도현 선배님, YB. 그리고 전유동 조희원 숨비 허드 이븐이프 등 너무 많아요. -코로나19로 인해 팬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팬들을 만났을 때 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2021 썸데이 씨어터’에서 팬들을 만났을 때 어땠는지? △저를 포함하여 지금 시점에 처음 화제를 얻거나 처음 매체에 등장한 음악인분들은 거의 유일무이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시작점에서부터 팬과 분리된 최초의 공백이 있다는 것. 분명 팬과 음악인이라는 새로운 관계가 생겼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일방향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시간과 물리와 유대의 공백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묘한 느낌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무튼 추상적인 팬분들을 수 개월간 액정 너머로만 접하다가 ‘썸데이 씨어터’에서 실제로 만나 뵈었고 매우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팬분들을 만나면 뭐 당연히 노래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뭐 춤이라도 같이 추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만나고 만나고 만나다가 먼 훗날에는 국토대장정을 하겠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디테일한 계획은 세우지 않고 큼직한 포부 정도만 세워 놓는 타입입니다. 게다가 저 혼자만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아직도 이 시스템 속에서의 내 운폭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조급하지 않고 천천히 해보고 싶었던 걸 다 해보도록 하려 합니다. 그런데 뭐 결국은 노래를 만들고 부르지 않을까요. ‘들려주고 싶었던’은 먼 훗날에 있을 국토대장정의 첫 출발지라 할 수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머니 체력 비축해 두시고 수분 충분히 섭취하시면서 노래 들어주시면 되겠습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1-06-22 09:15:45한결같이 밝고 귀여웠으며 미처 몰랐던 진지함이 드러났다. 두 번째 활동의 막바지에 이르러 만난 빅톤의 모습이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콘셉트와 비슷한 이들이었다. 빅톤은 최근 타이틀곡 ‘아이즈 아이즈(EYEZ EYEZ)’와 후속곡 ‘얼타’ 활동을 마쳤다. 두 무대는 현실 남자친구의 모습을 표방하면서도 상반된 분위기로 팬들을 설레게 했다. ‘아이즈 아이즈’는 비트감과 퓨처 계열 신스가 두드러지는 댄스곡이다. ‘얼타’는 제목처럼 귀여운 퍼포먼스가 인상적이다. 이날 최병찬은 “‘얼타’ 무대를 더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일주일 반 정도 활동을 했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팬들이 ‘아이즈 아이즈’ 못지않게 ‘얼타’를 좋아해줬다는 멤버들의 말이다. 약 6주간의 활동을 마친 빅톤은 데뷔 때보다 한층 여유가 생긴 듯 했다. 강승식은 “1집 때보다는 대기실에서 더 잘 놀지 않았나 싶다. 데뷔 당시에는 왠지 대기실에서도 조용히 있어야 할 것 같았다”고 달라진 점을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병찬 역시 “서로 캠으로 찍어주며 놀기도 하고 한결 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래도 아직 데뷔한지 6개월이 갓 지난 신인그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톤은 빠른 속도로 팬덤을 형성해나가며 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늘어나는 인기가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포털 사이트에는 ‘빅톤이 누구냐’ ‘빅톤 정보 좀 알려달라’는 둥의 질문 글이 올라왔다. 2월은 빅톤이 그 달 1일 ‘주간아이돌’에 출연한 직후였다. 그만큼 이들이 방송에서 자신들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고, 넘치는 끼에 시청자들이 매료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멤버들의 말에 따르면 이 시기에 지금 팬카페 회원수의 절반 정도가 유입됐다. 음악방송을 찾아와 응원하는 팬들도 대략 100명을 웃돌며 200명까지 녹화에 들어온 적도 있다. 방송이 끝난 후 갖는 미니 팬미팅에서도 많은 팬들이 몰렸다. 멤버들은 궂은 날씨에도 자신들을 보러 와준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임세준은 “한창 활동했을 땐 아직 추울 때라 팬들로부터 춥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죄송했다. 감기 걸리신 분들도 많고...”라고 말했다. 최병찬은 “비오는데도 우산 쓰고 저희를 기다려주시고, 마지막에 퇴근하는데 끝까지 남아주신다”면서 감동을 드러냈다. 빅톤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팬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팬카페와 SNS에서 수시로 교감한다. 멤버들은 “팬들이 팬카페에 써준 편지를 자주 읽는다”고 지친 하루를 위로하는 법을 밝혔다. 또한 본인들 얼굴을 새긴 만쥬나 소주잔 등 독특한 선물도 받아본 적이 있다며 자랑했다. 두 번의 활동을 지난 만큼, 어느 정도 입덕멤버가 굳혀졌을 법 하다. 최병찬은 “팬 분들이 도한세가 입덕멤버라고 하더라. 차갑게 생긴 모습과 다른 면이 있다. 한 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다”고 밝혔다. 이를 들은 멤버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도한세는 임세준을 지목했다. 도한세는 “이번 활동에서 엔딩 요정이다. 다들 ‘빅톤의 검은 머리 누구냐’고 찾는다”고 말했다. 정수빈은 “모두 다 입덕요정이다. 각자 자닌 색깔이 다르다”고 모두를 아울렀다. 각자 생각하는 입덕 포인트도 밝혔다. 모두 쑥스러워하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런 와중 허찬은 “팬 분들이 ‘찬이의 밝은 에너지가 좋다’고 해주시더라”고 먼저 입을 열어 웃음을 자아냈다. 최병찬은 “댓글을 봤는데 찬이는 존재 자체가 입덕계기라더라”고 거들었다. 임세준은 “일상에서는 무대와 다르게 애교도 많아서 온도차이가 많이 난다고 해주신다. 어쩔 땐 빙구 같다고도 해주신다”며 웃었다. 멤버들이 입 모아 “귀여움”을 강조한 멤버는 막내 정수빈이었다. 도한세는 “아무래도 우리보다 어려서 그런지, 굉장히 귀엽다. 과묵하게 있는데 보여지는 것 자체가 귀엽다. 아기 같은 면이 있다”고 거듭 말했다. 강승식 역시 “수빈이는 뭘 해도 귀엽다”고 칭찬했다. 이를 들은 정수빈은 “내가 팀에서 막내의 역할을 맡은 것 같다. 의상도 귀여움을 어필할 수 있는 옷들이다”라면서 “이번 ‘아이즈 아이즈’ 활동 때 멋있는 모습도 보여주려고 머리도 깠다”고 말했다. 수다를 떨 듯 장난도 치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빅톤에게 데뷔 때보다 한층 여유 있어진 모습이 느껴졌다. 음악방송 무대 엔딩 때 자세를 홀딩하지 않고 내려오는 등 조그만 실수 정도는 웃어넘길 수 있는 정도였다. 물론, 무대의 완성도 면이나 실력에 있어서는 더욱 엄격해졌다. 한승우는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공백기가 좀 길어질 수도 있는데, 그만큼 완벽하고 좋은 무대를 준비해서 나오겠다. 다음 활동 때도 ‘얼타’ 같이 즐길 수 있는 곡으로 무대에서 놀다가 내려오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강승식은 “쉬는 것보다 활동을 더 하고 싶다. 공백기 동안 어떻게 해야 팬들이 지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최병찬은 “팬들도 공백기를 힘들어 하실 테니 V앱 등으로 모습을 비춰드리고 싶다”고 여전한 팬 사랑을 뽐냈다. 허찬은 “우리만 좋은 추억을 받는 것 같아서 역으로 우리가 팬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깊은 속내를 드러냈다. 실제로 한승우는 사진으로 남겨온 팬들의 모습으로 영상을 제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영상 편집을 배워본 적은 없지만 이번 선물을 위해 배워본다고. 이는 소속사 홍보팀뿐만 아니라 멤버들도 모르고 있던 깜짝 선물로 모두를 놀래게 만들었다. 도한세 역시 “팬들이 이번 앨범 수록곡 ‘선라이즈’를 듣고 힘난다고 해줬다”면서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노래를 더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써놓았던 곡이 있는데 생각했던 내용이 맞는 것 같아 공백기 동안 작업을 해 무료 배포를 해보고 싶다”고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이 외에도 빅톤은 공백기 동안 많은 것을 하고 싶은 욕심이 많다. 임세준은 “마샬아츠를 배우다 말았다. 시간이 생기면 다시 제대로 배우고 다른 스포츠 종목도 배워서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최병찬은 “휴가가 주어진다면 걷고 싶다. 경치를 보며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작은 소망도 전했다. 강승식은 “날이 좋아서 벚꽃도 보러 가고 싶다”고, 도한세는 “우리끼리만 있는 곳으로 놀러가고도 싶다”고 말했다. 특히 임세준은 “프랑스에서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강승식은 “아직 해외에 가본 적이 없어서 어디든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 소망은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빅톤은 곧 일본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정식 프로모션을 갖는다. 한 발짝 더 성장할 빅톤의 앞날이 빛난다. /fnstar@fnnews.com 이소희 기자 사진=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2017-04-11 17:09:43\r \r "그때그때 살아왔을뿐, 아무것도 담아두지 않는다"국악의 세계화를 물어도, 행복에 대해 물어도 전혀 다른 답이 돌아왔다. 그는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었다.명인(名人)은 기인(奇人)인 듯했다. 답변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고 대화는 겉돌았다. 그는 정성을 다했지만 공감할 수는 없었다. 그 말을 이해하기엔 살아온 세월이 너무 부족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인이 도인(道人)인 듯도 보였다. 난감한 표정을 지었을 때, 그는 빙긋이 웃었다. "그때그때를 살아왔을 뿐, 아무 것도 담아두지 않았다"고 했다. \r \r \r \r \r \r \r \r \r \r \r 가야금 명인 황병기는 인터뷰 도중 '논어'나 '채근담', 한용운의 시 등 고전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채근담'의 글귀를 인용하면서 "사람도 어떤 일에 마음이 생겨나지만, 그 일이 지나가고 나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r \r \r \r \r \r ―가야금은 어떻게 만났나.▲1951년에 부산으로 피란을 갔다. 천막으로 만들어 놓은 경기중학교 3학년에 다닐 때였다. 천막 근처에 가야금을 하는 노인이 한 분 살았다. 그 노인을 우연히 만나 처음 가야금 소리를 들었을 때, 홀린 것처럼 가야금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분에게 가야금을 배우다 부산에 국립국악원이 세워진 후부터 국악원으로 옮겨 전문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왜 법학과를 선택했나.▲서울대 음악과가 1959년에 생겼다. 내가 졸업하던 해다. 하지만 당시 국악과가 있었어도 법대에 갔을 것이다. 법대 3학년때 KBS에서 주최하는 전국대회에 나가 1등을 했다. 음악계에 내 이름이 알려졌지만 그때도 음악 전공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국악은 천시받던 시절이었다. 국악을 해서는 먹고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국악과 교수가 됐다.▲대학을 졸업하던 해, 서울대 음악과 강사 제의를 받고 시작했다. 여전히 국악과가 곧 폐과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때였다. 1960년대에는 극장 지배인, 출판사, 화학공장 기획관리 등 여러가지 일을 했다. 1970년대에 접어들며 한양대에 이어 세번째로 이화여대에 국악과가 생겼을 때 처음으로 국악으로 먹고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74년 이화여대 교수로 부임하며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하고 음악을 전업으로 삼겠다 마음 먹었다.―가야금은 운명이었나.▲내 의지라기보다 사회가 만든 것이다. 1950년대 전국에 가야금 만드는 공장은 전국에 하나, 1년에 고작 10여대를 만들었다. 지금은 1만대를 만드니까 1000배나 늘어났다. 그만큼 국악이 커진 것이다. 사람이 다 이룬 것 같지만 사실 모든 음악가는 사회가 만든다. 베토벤이 제주도에서 태어났으면 피아노 소나타, 교향곡을 만들 수 있었겠나. 제주도 민요나 부르다 말았지. 베토벤은 위대해서 악성이 된 게 아니라 19세기 유럽 시민계급이 만들어낸 영웅일 뿐이다. 명인은 지난 1964년 국내 최초의 가야금 창작곡 '숲'을 작곡한 이후 '침향무' '미궁' '비단길' '밤의 소리' '춘설' 등 굵직한 작품을 남겼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 전통의 소리를 그대로 담으면서도 새롭고 현대적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발레, 비보이, 재즈 등과 협연을 통해 대중과 가까이 호흡하고 현대와, 그리고 세계와 소통한다. ―많은 장르와 협연했다.▲내가 작곡한 것을 발레, 비보잉이 좋아서 쓴 것이지, 내가 발레나 비보잉을 위해 작곡한 것은 아니다. 최근 국악계의 주류는 퓨전이다. 나는 퓨전을 반대하진 않지만 관심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요리도 정통 요리가 좋고 세계음악도 순수한 전통음악을 찾아다닌다. 여러 개가 뒤섞이는 건, 재미가 없고 깊이도 없다. ―그래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그건 퓨전과 다르다. 나는 전통 국악을 좋아하는 동시에 현대음악을 좋아한다. 현대음악 중에서도 골치아픈 곡들을 아주 좋아한다. 나는 완전히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 내 음악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자기 모방도 하지 않는다. 내 음악은 하나하나가 전부 다른 세계를 지니고 있다. ―국악의 대중화 의지는 있나.▲국악 대중화에도 아무 관심이 없다. 나는 '황병기만이 만들 수 있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생각밖에 안한다. 아무도 안 들어도 좋다. 베토벤이 언제 대중화를 위해 했나. 순수한 자기 예술을 만들기 위해, 예술적 완성도만을 생각해 작품을 썼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베토벤 음악처럼 많은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도 없다. 내 음반도 그동안 45만장이 넘게 나갔다. 국악 음반 중 가장 많다. 그래서 대중을 우습게 보면 안된다. 대중은 비대중적인 음악을 듣고 싶어한다. 대중의 수준이 작곡가보다 높을 수도 있다. 그의 음악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지독한 마니아를 만들어냈다. 프랑스 안무가 니콜라 폴은 3년 전 그의 작품 '비단길'로 국립발레단의 창단 50주년 기념작 '아름다운 조우'를 무대에 올렸고, 독일 출신 미술 작가 에버하르트 로스는 지난해 황병기에 헌정하는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국악의 세계화는 가능한가.▲'비단길'로 춤을 춘 프랑스 안무가는 처음부터 조금의 거부감도, 어려움도 없었다고 했다. 파리에서 공연하면 벨기에에서 비행기 타고오는 지독한 마니아들이 있다. 미국 산타크루즈에 있는 한 무용가는 지난 35년간 매년 10~11월 첫 비가 내리는 날, 나의 '가을'이라는 곡을 듣는다고 한다. 국악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여러가지가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작품이다. 일단 작품이 좋으면 된다.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만해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그는 만해 한용운의 말을 인용해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후세대 사람들이 나의 시를 읽으면 봄에 꽃수풀에 앉아서 작년에 핀 국화 꽃잎을 코에 비비는 것 같을 것이다." 시집 '님의 침묵' 말미에 '독자에게'라는 제목으로 쓰여진 짧은 후기다. 명인은 "만해는 자신의 시가 후대 사람들에게 안 읽혔으면 좋겠다는 말을 그렇게 표현했다.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후기지만 나는 그 말을 가장 좋아한다"며 "나도 죽으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사라지고 싶다"고 했다. \r \r \r \r \r \r \r \r \r \r \r \r \r \r ―좋아하는 일을 하며 평생을 살았다. 행복했나. ▲행복한 삶인지 아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때그때 산다. 그러다 죽게되면 그냥 죽는거다. 젊을 때 제일 듣기 싫은 말은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uos)"였다. 나는 평범한 시민으로 살고 싶다. 평범한지 아닌지는 생각하기에 달렸다.―명인의 꿈은 뭔가.▲많은 사람들이 '나중에 어떻게 기억되고 싶냐'고 묻는데, 나는 기억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죽으면 깨끗이 사라지고 싶다. 내가 사라진 후 사람들이 내 작품을 듣거나 안듣거나 무슨 의미가 있나. 내 친구 백남준이 말했다. "인생은 길고 예술은 짧다"고. 예술이 꼭 길게 남아야 할 이유는 없다.―왜 그렇게 생각하나.▲'채근담'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있다. "대나무 숲에 바람이 불어오면 대나무가 운다.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바람은 아무 소리도 남기지 않는다. 달밤에 기러기가 호수에 지나가면 그림자가 호수 위를 지나간다. 하지만 기러기가 지나가고 나면 호수는 그림자를 담아내지 않는다." 멋지지 않나. 사람도 어떤 일에 마음이 생겨나지만, 그 일이 지나가고 나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 한우물을 파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일이 지나고 나면 그냥 비워내는거다.―최근 세례를 받았다.▲종교로 가톨릭을 선택했지만 사실 '논어'에 가장 공감한다. 공자는 종교를 얘기하지 않는다. 공자에게 신에 대해 물어보니 '나는 아직 사람을 섬길 줄도 모른다'고 답했다. 죽은 이후에 대해서는 '나는 살아서도 내가 뭘 해야할지 모른다'고 했다. 공자에게 기도는 매일 옳게 사는 것이었다. 죄를 짓고 나서 감히 어떻게 하늘에 빌겠나. 그게 맞는 말이다.인터뷰를 마친 후, 녹음기를 끄며 솔직하게 고백했다. "사실, 잘 모르겠다. 예상한 답변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그러자 그는 지그시 웃으며 말했다. 녹음된 상태가 아니라 기억 속에서 복원해낸 그의 말은 이랬다."공자가 말했어요.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모두 거짓이 된다고. 하늘은 세상 만물을 만들어내고 움직이지만 하늘은 말을 하지 않잖아요. 말은 인간이 만들어낸 거예요. 그래서 중국어, 영어, 일본어 모두 다르지. 서로 소통도 되지 않아요. 하지만 원초적인 언어는 어때, 울고 웃고, 다 통하죠. 그래서 말은 아무 의미가 없어."명인과의 만남은 후유증을 남겼다. 그의 말들이 시도때도 없이 되살아났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찾아 들었다. 조금 이해가 가는 듯도 했다. 채우고 다시 비워내는 과정이 늘 새로운 세계를, 남다른 깊이를 만들어내는 건 아닐까. 명인이 된다는 건 남보다 많은 것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남보다 잘 비워내는 것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물던 생각은 그의 대답에서 멈췄다. 그는 분명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나는 몰라,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피식 웃음이 터졌다. 마음이 텅빈 듯 가벼워졌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황병기 프로필△79세 △서울 가회동 출생 △경기중·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강사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교 강사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한국음악과 교수로 재직 △미국 하버드대학교 객원교수 △유니세프 문화예술인클럽 회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문화원 겸임교수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ARKO한국창작음악제 추진위원장 △현재 백남준문화재단 명예이사장 \r
2015-07-12 17:46:55국립극장에 엉덩이를 들이밀며 뒷모습으로 등장했던 배우가 있었다. '로맨스 파파' '마부'라는 영화로 상징되는 김승호 선생의 연극배우 때 이야기다. 당시의 관객들에겐 큰 엉덩이를 들이대며 거꾸로 걸어 나오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선생은 이미 등장부터 한국영화의 전설이 될 자질을 품고 있었던 모양이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인생은 연극이고 인간은 모두 배우다. 한평생 우리는 배역을 바꿔가며 이런저런 무대로 옮겨 다니고 등장과 퇴장을 거듭한다. 데이트 때 첫인상이 중요하듯 첫 등장이 좋아야 주위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일도 잘 풀린다. 등장과 퇴장은 세상살이에 깊은 의미를 품는다. 드라마 '첫사랑'을 만들 때 인기 정상의 청춘스타 최수종의 친구 역에 완전 무명인 신인을 캐스팅했다. 감독으로선 부담이 컸다. 궁리 끝에 사내를 인상적으로 등장시키려 그가 잘한다는 탁구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탁구실력이 이에리사 선수와도 시범경기를 할 정도라고 했다. 드라마가 시작되면 잘 생기지도 못한 '듣보잡' 사내가 최수종과 탁구시합을 한다. 사내는 멋진 스매싱으로 스타 최수종을 박살내며 놀려댄다. "인마, 넌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는데 왜 운동은 꽝이냐!" 시청자들은 이름 없는 탤런트가 운동신경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최수종을 난타하자 당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내의 등장은 성공적이었다. 그가 바로 손가락으로 코를 튕기던 탤런트 배도환이다. 배우들은 드라마에서 멋지게 등장하고 멋지게 퇴장하고 싶어 한다. 어떤 배우는 특히 죽을 때 멋지게 죽게 해달라고 제작진에 안달을 한다. 러브스토리에선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기 위해 중인환시 속에 천길 낭떠러지로 뛰어내리길 원한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일까. 우리는 살면서 직장과 일터에서 자리를 옮기거나 승진을 하고 새로운 무대에 오른다. 등장은 한 번 실수를 하더라도 만회할 기회가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퇴장은 다르다. 움켜쥐고 있던 힘과 권력, 명예를 놓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세상의 삶 속에서 만나는 퇴장무대의 모습은 멋진 풍경이 드물고 추한 경우가 더 많다. 퇴장하는 모습이야말로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일 것 같다. 어떤 모습으로 퇴장할까를 고민하는 삶이라면 그 과정도 반쯤은 성공적이 될 것이다. 세인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것은 등장보다는 퇴장할 때의 모습이다. 칸트는 세상을 떠나며 'Es ist gut(좋았다)'라는 말을 남겼다. 교황 바오로 2세가 마지막 남긴 말씀은 'totus tuus ego sum(저는 전부 당신의 것입니다)'이다. 멋진 말 한 마디 남기고 퇴장한 이들은 그 삶도 아름답게 살아온 사람들이다. 이응진 문화칼럼니스트
2014-09-11 16:33:2412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선 매일 6t의 물이 흐른다. 3t은 천장에서, 3t은 바닥에서. 그야말로 줄줄 흐른다. 천장에서 내리는 물줄기는 배우들을 흠뻑 적시고 바닥을 흐르는 물줄기 사이엔 아기자기한 징검다리가 놓인다. 소박한 사랑 이야기답지 않은 장관을 뽐낼 뮤지컬 ‘소나기’의 한 장면이다. 황순원의 유명 소설 ‘소나기’를 각색한 이 작품은 인기가수 빅뱅의 멤버 승리가 주연을 맡은 것으로도 화제가 됐다. 매 공연마다 엄청난 양의 물을 끌어오기 위해 고군분투한 연출자 유희성(서울시 뮤지컬단 단장)은 개막을 앞두고 의기양양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다. ‘앞으로 관객의 평가를 들어봐야 알겠지만…’이란 머릿말을 살짝 달고서 말이다. ■배우부터 서울시뮤지컬 단장까지 지금은 서울시 뮤지컬단을 이끌며 행정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는 사실 배우다. 20여년간 무대에 섰고 연출자로도 이 이름을 알렸다. 연극과 연을 맺게 한 것은 교회다. 모태신앙이었던 그에게 선교는 운명처럼 느껴졌다. 다소 엉뚱하다 싶은 그의 장래 희망도 여기서 출발한다. ‘인기 절정의 연예인이 된 다음에 내 팬들을 모두 교회에 다니도록 해야지’ 고등학생 때인 1978년 전국 학생연극제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받으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고향인 광주에서 시립극단원으로 활동하다 서울예술단 뮤지컬 연기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는 동안 원래의 꿈은 모습을 바꿨고 교회에 나가는 일도 뜸하게 됐다. 지금의 자리를 탐낸 건 아니지만 막상 서너명이 경합을 벌이는 선발전 막판에 이르자 ‘염치없는 욕심이 생겼다’고 털어놓는다. 배우와 연출자의 인생을 두루 살았기에 잘 할 수 있단 확신도 강했다. 그는 2년 임기의 업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올해 연임됐다. “제가 처음 왔을 때 재정이 너무 적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와서는 3배쯤 늘렸지만 여전히 부족하죠. 매년 양질의 창작물을 한편씩 올리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외유내강 지향…연습 땐 호랑이로 그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보통 두가지를 기억한다. 어른 엄지손가락만큼 짙고 굵은 눈썹, 그리고 누구에게나 온화한 태도. 분명히 그는 보통 이상으로 깍듯하다. ‘항상 그렇게 친절하시냐’는 질문이 어리석게 들리지만 유단장은 종종 듣는 이야기다. “그냥 그런 척을 하는거에요.(웃음) 일할 땐 정말 독하게 변하거든요. 배우나 스태프들에겐 강한 면도 많이 보이는데 무대 밖에서 만나는 분들한테까지 카리스마를 과시할 필요가 있나요.” 하지만 그 ‘예의바름’은 후배 연기자들을 바라볼 때도 중요한 잣대다. “저는 ‘끼’와 ‘됨됨이’를 봅니다. 이 둘만 있으면 훌륭한 배우로 키워낼 수 있거든요. 제가 뮤지컬 ‘명성황후’ 고종역일때 대역 배우였던 조승우가 꼭 그랬어요.” 그는 뮤지컬이란 서구 장르 예술에 한국적 색채를 입혀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한복을 입고 타령조의 노래를 하라는 게 아니다. 한국 뮤지컬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양식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번 작품 ‘소나기’에 그림자극을 도입했다. “새가 알에서 깨어나 지저귀며 날아가는 모습을 모두 그림자로 표현합니다. ‘굉장하다’고 느끼는 관객분들도 계실 것이고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런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우리만의 특색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소나기’로 동북아에 진출한 뒤 유럽 무대에도 설 계획이다. “지금 영어, 일어, 중국어 번역작업이 한창입니다. 소박한 사랑이야기 ‘소나기’가 일본인과 중국인의 마음을 어떻게 매혹시키는지 한번 지켜보세요. 자신있습니다.”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2008-04-10 16:46:49오는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교보문고가 '2023 올해의 직장인 필독서'를 선정, 발표했다. 11회째를 맞는 올해의 직장인 필독서 선정은 교보문고의 회원제 지식서비스 '북모닝' 정회원 1만여명이 2022년 5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일년간 열독한 도서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번 선정도서의 특징은 인간 사고의 자유로운 전환, 발상의 특이점을 가져다줄 도서들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AI의 등장으로 오랫동안 인간 고유의 가치, 역할로 여겨졌던 노동, 창의, 판단력 등이란 무엇인지 되묻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일독을 권할 만하다. 마치 전등을 켜고 끄듯이, 좌뇌와 우뇌를 번갈아 사용하듯이 우리 생각의 모드를 여러 가지로 스위치(전환)해볼 수 있도록 단초를 제공한다. 꽉 막힌 난제의 해결책을 찾는 직장인, 신규 사업 구상에 골몰하는 경영자는 물론 일과 삶의 균형적인 발전과 양립을 모색하는 모든 근로자들에게 추천하는 도서다. 올해의 직장인 필독서 선정도서들은 교보문고 e-Book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은 기계를 분해하고 연구해서 그것과 똑같거나, 혹은 그것에서 발전한 기계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IT나 공학 쪽에서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흔한 적용은 비즈니스다. 비즈니스 모델, 마케팅 방법 등의 수립은 대부분 역설계로 이루어진다. MBA에서도 흔한 것이 성공 사례 분석이다. 이 책은 흔할 수 있는 내용을, 역설계라는 키워드로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새로움과 친숙함이 공존한다. 역설계라는 키워드로 봤을 때 새롭게 얻어지는 인사이트가 있다.(이시한 북멘토) 자본주의 경제에서 기업이 수익을 내기 시작하는 지점은 바로 '스케일이 확장되는 순간'부터이다. 이 스케일 확장은 단지 생산을 늘리고 판매를 확장하는 것에만 성패가 달린 것이 아니다. 핵심은 '스케일을 확장할 수 있도록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프레임이 애초에 설정되어 있는가'이다. 의사결정자의 전략적 방향성이 어떻게 스케일 확장으로 연결되는지 행동경제학적 관점으로 해설한 저자의 시각이 대단히 새롭다.(전미영 북멘토)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공간과 건축의 숨어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개인적으로 무엇 너머, 혹은 무엇의 깊이에 관해 말하는 책에 매력을 느낀다. 건축이라면, 건축 자체에 관한 설명보다는 너머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 그 사이와 틈새에 있는 시간과 역사, 그 인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더 좋다. 이 책이 그런 책이다. 게다가 흥미롭고 읽기 좋아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공간을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하고 음미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김윤나 북멘토) 진화의 산물인 인류를 정확히 이해하고 행동심리학을 기반으로 UX를 디자인하는 것은 서비스 플랫폼 디자인의 기본 전략이 되었다. 그런데 너무 많은 기업이 선을 넘어 우리를 중독에 빠트리고, 눈속임하는가 하면, 알아야 할 중요한 것들은 절대 못 찾도록 배치하기도 한다. 디자인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양심을 버리고 악마의 편에 서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디자인 트랩이다. 이 책은 부지불식간에 덫에 걸린 줄도 모르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는 우리에게 바로 보고 길을 찾으라는 현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울러 기업의 ESG 경영관점에서 디자인의 도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짚어 보기 딱 좋은 책이다. (최재붕 북멘토) 브랜드는 정체성이다. 브랜드는 자기다움이다. 브랜드가 노려야 할 궁극의 타깃은 모든 사람이 아닌 의식 있는 소수다. 사람들은 이들을 선망하는데 이런 선망의 대상을 뮤즈(Muse)라고 한다. 영감을 주는 여신이란 말이다. 저자 홍성태 교수는 책에서, 모두를 쫓기보다 특정 대상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한근태 북멘토) '모두 거짓말을 한다'의 작가 세스 다비도위츠의 신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이 가는 책. 데이터는 사람들의 말보다 진실하다. 게다가 그 데이터를 통해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여러 인사이트들을 얻을 수 있기도 한다. 이 책은 데이터를 통해서 인간의 인생을 분석하고 있다. 결혼, 육아, 스포츠, 재테크, 기업경영, 행운, 외모, 행복과 같은 분야에서 데이터가 말해주는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다비도위츠의 책이 늘 그렇듯이 재미있고 유익하다. (이시한 북멘토)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04-27 18:41:55[파이낸셜뉴스] '좋은 죽음(Well-Dying)'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환자 스스로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도 공론화되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안락사와 달리 '조력 존엄사'는 말기 환자가 의사로부터 약물을 받아 스스로 주입해 삶을 마무리하는 형태의 죽음을 말한다. 다만 의료계는 해당 제도를 도입한 국가가 극히 일부인 데다 우리 사회가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만큼 서둘러 도입을 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민은 80%가 "찬성".. 의료계는 "시기상조" 2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조력 존엄사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6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조력 존엄사법)'을 발의하면서 불을 지폈다. 법안은 고통을 겪는 말기환자 중 스스로의 의사로 조력 존엄사를 희망하고 있을 경우 결정기구를 거쳐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력 존엄사를 도운 의사는 형법상 자살방조죄의 적용이 배제된다. 일단 대중들은 조력 존엄사에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보다 높다. 개정안 발의 후 한국리서치가 국내 성인 1000명에게 조력존엄사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 7월 진행된 이 여론조사에서 조력존엄사 입법화를 '매우 찬성한다'는 의견이 20%, '찬성한다'는 의견이 61%였다. 조력 존엄사 입법화에 대해 찬성하는 이유로는 '자기 결정권 보장'(25%),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권리'(23%), '가족 고통과 부담'(20%) 등이 꼽혔다. 가망이 없는 말기 환자에게도 ‘좋은 죽음’을 위한 선택권을 제공하자는 법안의 취지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보내고 있지만, 의료계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호스피스·완화의료 학회는 법안이 발의되자 지난 6월 입장문을 내고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 이전에 존엄한 돌봄의 유지에 필수적인 호스피스 시설과 인력의 확충,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기회 확대, 임종실 설치 의무화, 촘촘한 사회복지제도의 뒷받침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양준석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연구원도 조력 존엄사 도입이 너무 이르다고 보는 입장이다. 양 연구원은 "괴롭고 아픈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조력을 통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과연 '존엄한 죽음'이라고 볼 수 있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자살률 1위의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한 사회에서 조력 존엄사를 통해 쉽게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 5년... 윤리위 있는 병원만 선택권 현장에서 많은 임종 환자를 지켜본 유신혜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는 ‘존엄한 죽음’에 대한 선택권 확대를 위해 지난 2018년 제정된 연명의료결정제도를 현장에서 유의미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도입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도 지난달 기준 누적 140만명을 넘어서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현실과 제도는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먼저 현행법상 윤리위원회를 설치한 의료기관에서만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과 이행이 이뤄질 수 있는데 전체 병원의 10.5%에만 설치돼 있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 경우 본인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어도 병원에 윤리위가 구성돼 있지 않으면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내릴 수 없다. 28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3226개 병원 중 상급 종합 병원을 위주로 338개 병원에만 윤리위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령의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의 약 5%에만 윤리위가 설치된 상태다. 유 교수는 "요양병원 등에서 행하고 있는 연명 의료현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무작정 윤리위 설치를 확대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 임종 상황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현행법이 '임종 상태'를 너무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유 교수는 "현장의 의료진은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며 “의료진도 제도에 숙달된 것이 아니라 '임종 상태인지 아닌지' 등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을 살펴보면 연명의료결정제도에서 임종 상태 환자를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에 의해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여,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은 자'라고 명시돼 있다. 유 교수는 "좋은 죽음은 모두에게 다르지만 피하고 싶은 죽음의 형태는 대부분 비슷하다"며 "내가 어떤 죽음을 피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는 것도 웰다잉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임종을 앞둔 환자들에게 의료적·사회적 측면에서 '좋은 죽음'을 위한 '좋은 돌봄'을 제공하고 있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2-09-28 09:4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