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플랫폼 경제의 공정성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가 연일 언론을 통해 강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 아래 추진되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대중의 큰 호응을 얻으며 가장 유력한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을 지배하는 거대 플랫폼의 수수료를 법으로 제한하겠다는 이 단순명쾌한 구상은, 언뜻 보면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정의로운 해결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부작용을 낳으며 ‘고위험 전략’으로 평가받아 왔다. 과거 유사한 가격 통제 정책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분양가상한제, 단통법, 도서정가제, 신용카드 수수료 상한제 등 모든 사례에서 의도치 않은 결과의 교훈을 똑똑히 목격했다. 더 큰 문제는 과거의 다른 가격 규제 정책들에는 최소한의 법적·제도적 명분이라도 존재했지만, 유독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그 법적 근거마저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과연 이 정책은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규제일까, 아니면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위헌적인 ‘가격 통제’의 유령을 다시 불러내는 일일까? 우리는 같아 보이는 규제라도 그 법적 토대가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냉철하게 구별해야 한다. 주요 가격 통제 정책들의 법적 기반을 비교하면 다음 표와 같이 그 차이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OBJECT0# 표에서 보듯, 다른 규제들은 각자의 특수한 법적 명분을 가지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적용 대상이 주로 국가가 공공의 목적으로 조성한 ‘공공택지’에 한정되어 사업 자체에 이미 공공성이 내재돼 있다. 주택은 토지와 결합돼 그 공급이 본질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 재화의 특수성을 가진다. 바로 이 때문에 헌법 제122조는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국가가 특별한 제한을 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단통법이나 도서정가제는 서비스의 가격 자체를 규제하기보다는, 과도한 할인 경쟁이나 지원금 차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고객 유인’을 방지해 시장 질서를 유지하려는 경쟁법적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가장 자주 비교되는 신용카드 수수료 상한제 역시 국가가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 제1항에 따라 모든 가맹점에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보완적 조치다. 국가가 법으로 의무를 부과했기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가맹점의 협상력 약화를 보호할 정책적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배달앱의 경우는 이 모든 전제에서 벗어나 있다. 어떤 법도 음식점주에게 특정 배달앱 사용을 강제하지 않으며, 이용은 전적으로 ‘사적 자치’의 영역이다. 만약 플랫폼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다면, 이는 이미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 그런데도 유독 배달앱이라는 특정 산업만 콕 집어 ‘가격 상한’이라는 특별한 규제를 직접 가하려는 시도는 법적 형평성과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이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자, 사적 계약의 본질적 내용인 가격 결정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 위헌적 발상이다. 법적 정당성의 취약함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 정책이 불러올 명백한 경제적 부작용이다. 과거의 여러 사례에서 증명되었듯이,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경제적 압력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의 다른 약한 고리로 그 부담을 이전시키는 ‘풍선효과’를 반드시 유발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법으로 묶인 수수료 수입 감소분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수익원을 찾으려 할 것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다. ‘무료배달’과 같은 경쟁의 산물은 자취를 감추고, ‘플랫폼 이용료’나 ‘서비스 수수료’와 같은 새로운 비용이 신설될 수 있다. 또한, 음식점들을 상대로는 광고 상품 구매를 더욱 압박하거나, 배달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보수 체계를 개편하여 비용을 줄이려 할 것이다. 결국 수수료 인하의 혜택은 다른 비용의 증가로 상쇄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다른 입점업체, 그리고 라이더에게 전가된다. 이는 혁신의 샘물이 마르도록 우물에 소금을 뿌리는 셈이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 가격을 직접 결정하는 ‘계획자’가 아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공정한 규칙 안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도록 돕는 ‘유능한 정원사’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정원사는 정원의 꽃과 나무가 잘 자라도록 물을 주고 잡초를 제거할 뿐, 꽃의 색깔이나 나무의 모양을 강제로 정하지 않는다. 플랫폼이 모든 수수료 항목을 명확히 분리해 고지하도록 투명성을 강화하고,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소상공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명백한 불공정 행위를 엄단, 실효성 있는 분쟁 조정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단기적인 정치적 호응을 얻기 위해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가격 통제의 유령을 불러내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부작용이 명백한 수수료 상한제라는 ‘단기 처방의 유혹’ 대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의 역동성을 살리면서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선택하는 지혜를 새 정부에 기대한다.
2025-07-18 20:36:27[파이낸셜뉴스] 유령 상품권 업체를 만들어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세탁해 준 30대가 구속 상태에서 법정으로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은 A씨(37)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자신의 계좌로 받은 뒤, 이를 수표로 인출해 조직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상품권 업체를 세무서에 허위로 등록하고, 실제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가짜 거래명세표를 제출하는 등 위장 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 당시에도 준비한 서류를 제출하며 수사를 피했다. 그러나 합수단은 해당 업체가 상업지가 아닌 주택가 한복판에 위치하고, 간판이나 상호도 없으며, 보이스피싱 범죄 발생 직전에 설립된 점에 주목해 범행 전모를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상품권 업체 운영을 가장한 자금세탁 조직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라며 "범정부 및 유관 기관 역량을 총결집해 보이스피싱 범죄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2025-07-04 16:24:58[파이낸셜뉴스]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상계좌 4000여개를 공급하고 1조8000억원 상당의 불법 자금을 관리해준 결제대행사(PG사)가 처음으로 적발됐다. 해당 PG사는 유령법인을 '판매 대행사'로 위장했으며, 가상계좌로 피해 자금이 들어오는 것을 사실상 묵인·방조한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은 3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결제대행사 A업체의 실질대표 B씨를 구속기소하고, 영업전무와 직원을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B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유령법인 4곳을 가상계좌 판매 대행사로 내세워 보이스피싱 및 불법 도박 조직에 총 4565개의 가상계좌를 제공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가상계좌로 입금된 피해자 14명의 피해금 5억1200만원을 보이스피싱 조직의 계좌로 이체해준 혐의(사기방조 등)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B씨 등이 보이스피싱 등 범죄조직에 넘긴 가상계좌에는 1조8000억원의 불법자금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B씨 등은 이를 관리해준 대가로 32억5400만원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가상계좌를 직접 공급한 PG사에 대한 최초 수사 사례"라며 "가상계좌를 매수한 보이스피싱 운영 조직은 합수단에서 계속 수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2025-07-03 14:08:45[파이낸셜뉴스] 서울시극단을 이끄는 스타 연출가 고선웅 단장이 14년 만에 발표한 창작극 ‘유령’은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지난해 ‘퉁소소리’로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작품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다시금 입증했던 그다. 이번 작품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연극과 삶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독특한 형식으로 구현된 수작이다. 오랫동안 품었던 무연고자 이야기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주민등록이 없다는 이유로, 혹은 무연고자라는 이유로 존재 자체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어요."(고선웅 단장) 이 작품은 애초 사람에 대한 깊은 연민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는 7년 전 접한 무연고자 이야기를 다룬 신문 기사를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다가 “어느 날 빠르게 홀린 듯 글을 쓴” 대본을 직접 연출했다. '유령'은 눈물 나게 슬프면서도 웃기고, 씁쓸하면서도 따뜻하다. 흔히들 “세상은 무대고 인간은 배우”라고 한다. 고 단장은 "무대 위에서 그 말을 한번 증명해 보고 싶었다"며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지, 내가 그 역할을 스스로 선택한 건 아닌지, 등장 인물들을 통해 그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는 연출자의 의도를 무대서 증명해 보인다. ‘유령’은 매 맞는 아내 배명순(이지하 분)의 박복한 삶을 들려주면서 시작한다. 그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가출하고 새 인생을 위해 주민등록도 포기한 채 ‘정순임’이란 이름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며 떠돈다. 16년 뒤 원래의 이름을 찾지만 말기 암 진단을 받고 무연고자로 쓸쓸히 죽는다. 시신 안치실로 옮겨지고 그곳에서 화장도 못한 채 떠도는 유령을 만난다는 게 극중극의 주요 내용이다. ‘유령’에선 주요 배역을 빼곤 배우들이 1인 다역을 하는데, 극중극 배역과 무대 위 배우 역을 수시로 오간다. “10년 만에 연극하는데”(이지하), “168번째 맡은 역할”(신현종) 등 실제 배우의 상황이 대사에 투영돼 때로는 연극인지 실제인지 경계도 불분명하다. 극중극 속 삶과 죽음, 배우와 극중극 캐릭터, 우리네 인생과 인생의 축소판인 연극의 경계를 허문 독창적 형식이 무척 신선하다. 무대는 미니멀하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시체 안치실과 무대 위 묘비석처럼 보이는 네모난 직육면체 오브제 그리고 분장실, 이 세 공간이 맞물려 돌아간다. 배명순 역 이지하는 무대에 첫 등장해 관객을 향해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생에서 배씨, 정씨 그리고 다시 배씹니다”라며 자신의 배역을 소개한다. 그러다 누군가에게 맞는 연기를 하면서 배명순의 박복한 인생을 들려준다. 이어 분장사가 등장해 이지하의 얼굴에 멍 분장을 한다. 그는 배명순과 대사를 주고받으며 드라마 전개를 돕다가 또 다른 배역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그 대사 빼고 가자고 연출한테 몇 번을 말했다니까. 우리집 애들이 이 연극 보러 오겠어.” 배명순 삶의 빌런인 ‘오사장, 박사장, 형사’ 역의 강신구는 극중극 캐릭터 연기를 하다가 갑자기 악역만 맡는 자신의 현실을 한탄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번도 실제로 등장하지 않는 연출을 찾기도 한다. 마치 인간들이 신을 찾듯. 배우들은 자주 창작 진의 일원이 돼 방백을 통해 연출의 의도 등을 드러낸다. “분장사 시분 역할을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배우 전유경의 방백을 듣고 있노라면, 사람이 태어나 누군가의 아들이나 딸, 어머니나 아버지, 친구, 동료, 이웃 등 여러 역할을 수행하며 사는 우리네 인생이 떠오른다. 그 인생이란 게 사람에 따라 나쁘거나 좋거나 후지거나 빛나는 삶을 살다 죽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연극은 박복한 삶을 산 이들을 비춘다. “세상은 무대, 사람은 배우” “제아무리 후진 역할도” “제아무리 못난 역할도” “결국은 다 퇴장이구나”는 대사의 나열은 누구나 죽는다는 명제와 함께 무연고자의 삶을 신이 부여한 연극의 배역처럼 치환하며 그들의 삶을 가만히 위로한다. 고 연출은 무대감독 역을 맡은 배우 이승우를 통해 이 연극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자신의 간절한 속마음도 전한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사람으로 살다가 사람처럼 죽어야 마땅하다”는 연출의 변을 통해 무연고자가 처한 가혹한 현실에 대한 관심을 당부한다. 기발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소동극의 형태로 전개돼 웃음을 자아낸다는 점이다. 이는 무겁고 우울한 소재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전달할지 오랫동안 고심한 노력과 실험의 결과다. ‘유령’은 삶과 죽음, 실제 배우와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 우리네 인생과 인생의 축소판인 연극의 경계를 허물며 재미와 감동,생각할거리를 안긴다. 무엇보다 우리 시대, 진정 필요한 가치는 혐오가 아닌 사람에 대한 연민임을 다시금 일깨운다. 사람에 대한 연민이야말로 인간성 회복의 첫걸음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6-11 10:02:04【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자 친인척 등을 동원해 이른바 '유령 학생'을 등록시킨 혐의를 받는 한일장신대학교 전 총장과 보직교수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업무방해 혐의로 한일장신대 전 총장 A씨와 교수 등 1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 등은 신입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친인척 등을 동원해 가짜 학생을 입학시켜 한국대학평가원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0월 대학 교수노조가 의혹을 제기하며 불거졌다. 교수노조는 2024학년도 신입생 2차 추가 모집으로 입학한 학생 43명 중 절반가량이 수강 신청을 하지 않거나 수업에 불참하고 있다며 보직 교수들의 '유령 학생' 의혹을 제기했다. 대학 기관평가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여러 항목 중 하나인 충원율(3년간 평균 95%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대학이 '유령 학생'을 등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2025-05-27 14:49:11[파이낸셜뉴스] 일용직 노동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유령 월급'을 받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한적 없는 건설사에서 일당 45만원 지급한걸로 6일 MBC 보도에 따르면 원주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일했던 일용직 노동자 김 모 씨는 최근 실업 급여를 신청하려다 이상한 월급 기록을 발견했다. 자신이 일한 적 없는 건설사 10여 곳에 고용보험이 가입돼 있고 받은 적 없는 급여 1천여만 원이 지급된 것으로 나와 있었던 것. 김씨는 "들어보지도 않았던 그런 현장에서 일당이 하루에 45만원, 37만원... 제가 하루 일당을 16만원 받는다"라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건설사 일용직 유 모 씨도 서류상으론 대기업 못지않은 연봉을 받아 간 걸로 나와 있었다. 유씨는 "1년 치 올라온 게 오천몇백만 원 돼 있는 거다. 제가 한 달에 오백 이상 수입을 받는 사람이 돼 있더라"라고 황당해했다. 월급 준 것처럼 꾸며 공사비 부풀린 건설사들 알고 보니 인력사무소가 이들이 맡긴 신분증으로 당사자 몰래 엉뚱한 건설사 고용보험에 가입, 서류상에만 있는 노동자에게 이른바 '유령 월급'이 지급된 것이었다. 인력사무소는 건설사가 해달란 대로 한 거라며 떠넘기고, 건설사는 '관행'이라고 둘러댔다. 건설사들이 유령 월급을 주는 이유는 인부들에게 돈을 지급한 것처럼 꾸며 공사비를 부풀리기 위해서라는게 노동계의 설명이다. 또 실제 근무한 날짜를 조작해 건설사가 부담해야 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를 피하고, 내국인을 고용한 것처럼 꾸며서 미등록 외국인 불법 고용을 숨기려는 목적도 있다고 전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5-05-07 07:08:35[파이낸셜뉴스] 유령회사를 만들어 속칭 '카드깡' 수법으로 약 3억원을 챙긴 30대가 이해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사실상 '괘씸죄'까지 추가돼 중형을 선고받았다고 9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는 컴퓨터등사용사기 혐의로 기소된 A(30)씨가 낸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고 이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 유령회사를 만들어 B 회사와 전자결제서비스 가맹점 계약을 맺은 뒤 카드 결제 단말기를 배송받았다. A씨는 곧장 다른 사람의 카드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4시간 동안 약 3억8000만원을 결제한 뒤 수수료와 지급 보류 금액을 제외한 2억8000만원을 챙겼다. 가맹점의 허위 결제 등으로 인한 부도 거래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져야 하는 B 회사는 카드 소유자들에게 결제 대금을 모두 돌려주는 피해를 보고도 A씨로부터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A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카드깡을 하려다가 800만원 상당의 사기를 당해 어쩔 수 없이 성명 불상자가 시키는 대로 범행을 했을 뿐이라는 변명을 내놨다. 여기에 카드깡을 시도한 카드의 소유자가 자신, 친구, 어머니라고 번복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해달라는 수사기관 요구에도 "왜 협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아무런 자료도 내지 않았다. 또 "공범이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B 회사와의 가맹점 계약서에 쓰인 필체와 자신의 필체가 다른 점을 묻는 수사기관에 "왜 글씨를 다시 쓰느냐"며 협조하지 않았다. 1심은 "이 같은 사정에 비추어보면 엄벌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며 "피고인이 새로운 유형의 조직적 사기에 가담했고 공범 존재를 숨기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고 질타했다. 대법원 양형기준상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한 점을 가중 요소로 삼아 권고형(징역 2년 6개월∼6년)의 상한에 가까운 형량을 선고했다. A씨가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 이후 양형에 고려할 만한 현저한 사정변경이 없다"며 기각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2-09 09:54:49[파이낸셜뉴스] 출생 신고도 안된 '유령 아동'이 정부 관리 명단에서도 누락된 채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지난 15일 생후 18개월 된 아기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이 아기가 출생 신고조차 되지 않은 '유령 아동'인 데다 정부의 출생 미신고 아동 관리 명단에서도 누락됐던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출생 후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임시 신생아 번호'로만 남아 있는 이른바 '유령 아동'에 대해 전국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2010~2023년생들의 생존 여부와 범죄 혐의점 등을 확인했으며, 법적 분쟁으로 출생 신고되지 않은 아동은 지자체별로 별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숨진 아기는 부산시가 관리하는 출생 미신고 아동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부산시에서 관리하는 출생 미신고 아동은 2명으로,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 등 법적 이유로 신고되지 않고 있다. 아기의 친모인 20대 A씨는 지난 5월 부산시로 전입해왔지만, 이후에도 부산시 출생 미신고 아동 관리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부산시와 보건복지부는 현재 숨진 아기가 출생 미신고 명단에서 누락된 이유와 그동안 관리되지 않은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A씨는 부산에 오기 전 실거주지와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달랐는데, 자체적으로 알아본 결과 두 지자체 모두 출생 미신고 아동 관리 명단에 숨진 아기가 포함되지 않은 사실을 구두상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전수조사 이후에도 출생 미신고자로 남아있는 아동의 경우 여러 복지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방치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는데 이러한 일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자녀를 돌보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친모를 구속했다. 숨진 아기는 사망 당시 저체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2024-10-21 14:56:43실체가 없는 유령회사 명의로 계좌를 개설했다면, 은행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적용될까.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업무방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2년 5월 실체가 없는 회사를 설립한 뒤 법인 통장을 개설해 은행의 업무를 방해하고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계좌를 팔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세무서를 방문해 사업자등록을 한 뒤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7월 해당 계좌에 입금된 400만원을 임의로 사용해 횡령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실제 운영되지 않는 법인을 마치 정상적인 법인인 것처럼 속여 계좌를 개설하도록 함으로써 금융기관의 계좌개설 업무를 방해했다"며 "정상적인 금융거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범행에 따라 개설된 계좌가 범죄에 이용돼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엄한 처벌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2심은 원심을 수긍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2심과 달리 대법원은 유령 법인을 활용해 계좌를 개설한 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계좌개설 신청인의 허위 답변을 그대로 믿고 추가 확인조치 없이 계좌를 개설해준 경우, 금융기관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이므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계좌 개설을 신청하면서 제출한 서류들은 사업자등록증, 법인인감증명서, 법인등기사항 전부증명서 등 뿐이었다"며 "업무담당자가 금융거래 목적 등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거나, 이를 확인했다는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제출한 서류들은 법인 명의 계좌 개설 시 기본적으로 구비해야 할 서류"라며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거나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등 진실한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피고인이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한 것은 피해 금융기관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며 "피고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9-25 18:27:48[파이낸셜뉴스] 실체가 없는 유령회사 명의로 계좌를 개설했다면, 은행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적용될까.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업무방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2년 5월 실체가 없는 회사를 설립한 뒤 법인 통장을 개설해 은행의 업무를 방해하고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계좌를 팔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세무서를 방문해 사업자등록을 한 뒤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7월 해당 계좌에 입금된 400만원을 임의로 사용해 횡령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실제 운영되지 않는 법인을 마치 정상적인 법인인 것처럼 속여 계좌를 개설하도록 함으로써 금융기관의 계좌개설 업무를 방해했다"며 "정상적인 금융거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범행에 따라 개설된 계좌가 범죄에 이용돼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엄한 처벌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2심은 원심을 수긍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2심과 달리 대법원은 유령 법인을 활용해 계좌를 개설한 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계좌개설 신청인의 허위 답변을 그대로 믿고 추가 확인조치 없이 계좌를 개설해준 경우, 금융기관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이므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계좌 개설을 신청하면서 제출한 서류들은 사업자등록증, 법인인감증명서, 법인등기사항 전부증명서 등 뿐이었다"며 "업무담당자가 금융거래 목적 등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거나, 이를 확인했다는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제출한 서류들은 법인 명의 계좌 개설 시 기본적으로 구비해야 할 서류"라며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거나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등 진실한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피고인이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한 것은 피해 금융기관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며 "피고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9-25 08:4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