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새해 건설사 CEO(최고경영자)들은 일제히 안전과 위기극복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로 국가적 화두가 된 안전을 핵심 경영 키워드로 담았고, 장기화되고 있는 건설업 불황속에 리스크를 줄이고 혁신을 이루는 위기 극복 전략이 주된 경영 방향으로 제시됐다. ■내실경영으로 안전 최우선 2일 새해 업무가 본격 시작되면서 주요 건설사 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 전략을 발표했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는 "안전을 최우선 하자"며 "내 가족을 지킨다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현장관리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실경영에 집중하자"면서 "전사적 역량을 결집해 리스크를 해소하고, 철저한 수행관리를 통해 재무안전성을 확보해 나가자"고 했다. 불필요하거나 긴급하지 않은 비용은 최대한 줄이면서 위기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GS건설도 안전과 함께 지속성장 기반을 언급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이날 충남 서산시에서 수행중인 '대산임해공업용수도 건설공사' 플랜트 현장에서 진행된 시무식에서 "안전과 품질에 기반해 건설업의 기본을 강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장기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데 초첨을 맞추겠다"며 "지속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혁신을 통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도 안전과 품질 최우선 문화 정착을 강조하며 미래 신사업 육성을 다짐했다. 정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다섯가지 경영전략을 공개하고 "안전과 품질 최우선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플랜트사업에서는 사업구조를 혁신하고 미래 신사업을 육성하고 교통인프라와 환경시장을 선도하되 해상풍력사업을 본격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집중 공략으로 브랜드파워를 강화해야 한다"며 "핵심 인재와 우량 재무구조를 확보하고 디지털화로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객기 참사로 조용한 신년 분위기도 감지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대표이사의 신년사 대신 사내방송을 통한 사업부서 메시지로 신년사를 갈음했고, 현대건설도 이날 예정됐던 신년회를 다음주로 미루면서 대표이사의 별도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건설업 리스크 줄이고 혁신 강조 건설업의 장기적인 불황과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도 강조됐다. 박상신 DL이앤씨 대표는 "불요불급한 투자는 과감히 중단하고 고정비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올해 사업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현금흐름 중심의 경영'을 꼽았다. 그러면서 "리스크가 적고 수익성이 충분히 보장된 사업을 추구하며, DL이앤씨만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에코플랜트 장동현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형근 대표이사 사장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진정한 성과를 이뤄내는 한 해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장 부회장과 김 사장은 이날 공동으로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SK에코플랜트의 더 큰 도약을 실현하기 위해 구성원 여러분과 함께 고객의 핵심영역과 연결된 본질적 가치를 제공하는 사업모델로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사업을 미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에너지사업은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인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DC) 사업모델을 통해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솔루션사업의 경우 환경 및 에너지 사업 확장 등을 통해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2025-01-02 18:26:09[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서 탑승자 181명 중 극적으로 생존한 승무원 2명이 꼬리부분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생존 요인으로 좌석 위치와 승무원 전용 의자, 안전벨트 등이 거론되고 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편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이 탑승했다. 이 중 비행기 후미에서 발견된 승무원 2명만 생존했으며, 179명은 사망했다. 사고 기종인 보잉737-800은 일반적으로 착륙 시 승무원 2명이 앞쪽 비상구 점프싯(Jump Seat·간이 의자)에 앉고 다른 2명은 뒤쪽 비상구 점프싯에 착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점프싯은 주로 비행기 문 옆이나 갤리(여객기 내 간이 주방) 공간에 접이식으로 설치돼 있으며 주변에는 비상시 안전 장비가 비치돼 있다. 비행기 기종과 구조에 따라 승무원이 갤리 점프싯에 착석해 착륙을 준비하기도 한다. 승무원들은 또 승객이 매는 허리용 가로 벨트가 아닌 가슴까지 두르는 안전띠를 착용한다. 생존 승무원들은 당시 기체 맨 뒤가 아닌 후미 쪽 비상구 점프싯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소방대원들이 두 승무원을 구조한 위치도 후미 비상구 문 입구와 가까운 곳이었다. 소방대원들은 “살려 달라”는 소리를 듣고 후미 동체 안으로 들어갔으며 남성 승무원은 서 있는 형태로 발견됐고 여성 승무원은 쓰러진 캐비닛에 깔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약하게 의식이 있었지만 여성 승무원만 말이 가능했는데, 당시 소방 관계자에게 “연기가 심하게 났고 펑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과거 35년 간 기내 좌석별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행기 앞쪽 좌석은 38%, 중간 좌석은 39%로 나타났다. 반면 항공기 뒤쪽은 32%로 가장 낮았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통계가 절대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고 유형에 따라 좌석별 위험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처럼 항공기가 구조물과 정면충돌하거나 추락할 경우 먼저 부딪히는 기체 앞부분에 충격이 집중되지만 엔진이나 동체에 화재가 나면 꼬리 칸을 향해 불이 번질 수 있다. 폭발 사고의 경우 연료탱크가 있는 날개 부분 피해가 가장 클 수도 있다. 앞서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착륙 사고 당시에는 동체 후미가 지상을 치면서 꼬리 칸에 있던 승객들만 사망한 바 있다. 이번 사고는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채 동체 착륙을 시도한 항공기가 활주로 정면 구조물에 충돌하는 과정에서 꼬리 부분이 절단되면서 폭발에서 벗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1-02 05:27:13[파이낸셜뉴스]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 유가족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붙잡고 어린 조카가 희생자 명단에조차 없다고 호소했다. 1일 뉴스1에 따르면 전날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을 찾아 자원봉사자와 관계자를 격려하고 유가족과 만난 이 대표에게 한 남성이 다가왔다. 남성은 "유가족 삼촌 되는 사람이다. 1분만…바쁘신데 (얘기 좀 할 수 있냐)"라며 이 대표를 붙잡았다. 유족은 "혹시 브리핑 안 듣고 지금 가시는 거냐? 다른 게 아니라 좀 부탁드리고 싶어서 가시는 길에 잠깐 잡았다. 바쁘실까 봐 1분만 시간 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가는 거 아니다. 돌아올 거다"라며 유족의 요청 사항을 적기 위해 메모지를 꺼내 들었다. 이에 남성은 "우리 가족은 3명이 비행기에 탑승해서 참사를 겪었는데 그중 한 명이 이제 9살 조카다. 엄청 저를 따르는 조카고, 자식 3명 있지만 친자식 같은 조카"라며 울먹였다. 그는 "조카는 어제까지도 신원 확인이 안 됐다. 3명 중 매형과 매형 어머니는 확인했고 9살 조카만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조카가 탑승자 명단에 있는 건 직원들도 다 알고 있는데 희생자 명단에는 없다. 신원 파악이 안 된 32명 명단에 조카가 없는 것"이라며 "유가족으로서 단순히 이름 석 자가 아니다. 자료에 없으면 우리 애는 없어진 애같이 느껴진다. 아직 저기 누워있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남성은 "비단 우리 조카뿐 아니라 이런 취합 과정에서 경찰청이나 국토부나 뭔가 딱 키를 잡고 하는 키맨 역할의 부재가 느껴진다"며 "실무진분들 고생하는 거 안다. 신원 확인을 빨리해달라는 게 아니다. 정확한 자료나 말씀 주면 기다리겠다. 조금만 더 알뜰하게 챙겨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5-01-01 07:52:54【파이낸셜뉴스 무안=황태종·최승한 기자】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179명의 유가족들이 2024년 갑진년(甲辰年) 마지막 날인 31일 무안국제공항 합동분향소에서 먼저 가버린 가족을 애도하며 너무나 슬프고도 가혹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지난 29일 발생한 여객기 추락 사고 이후 하도 많이 울어서 이젠 더 이상 흘릴 눈물조차 없는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7시 공항 대합실 1층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사랑하는 가족의 영정사진과 위패로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고 또 통곡했다. 유족 대표단은 분향소 참배에 앞서 "이렇게 늦어져서 첫 제사를 올리게 됐다. 정말 미안하고 죄송하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가족들은 순서대로 합동분향소에 입장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넋을 기렸다. 한 유가족은 "내 새끼 놔두고 못 가"라고 흐느끼며 영정 앞에 못다 한 말을 전했다. 또 다른 한 유가족은 참배를 마치고 나오다가 "왜 거기 가 있어"라고 울부짖으며 다시 분향소로 몸을 돌려 가슴을 주먹으로 때려 장내를 숙연케 했다. 대합실 1층과 2층에 마련된 유가족 거주 임시 텐트 곳곳에서도 통곡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슬픔이 두 어깨를 짓누르는 듯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는 유가족들의 모습도 보였다. 사랑하는 가족을 졸지에 잃은 유가족들은 그동안 차디찬 공항 대합실에 머물며 가족의 시신이 온전히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사고 3일째인 이날 현재 참사 희생자 179명 중 174명은 신원이 확인됐지만, 아직도 5명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사고 당시 충격과 폭발로 희생자들의 시신이 크게 훼손되면서 온전한 상태로 수습된 시신은 소수에 불과해 유가족을 더욱 애달프게 하고 있다. 구조 수습 당국은 지난 30일 4명의 시신을 유가족에게 인도한 데 이어 이날도 28명의 시신이 추가 인도할 계획으로, 이날 오후 7시 20분 현재 희생자 10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희생자들은 여전히 격납고 내 냉동 컨테이너에 임시 안치돼 있다. 한편 무안국제공항 합동분향소는 전남도가 공항에 피해자들의 영정사진과 위패를 안치할 수 있는 합동분향소를 마련해야 한다는 유가족들의 의견을 즉각 반영해 마련했다. 기존에 무안공항과 가장 가까운 정부합동분향소는 약 10㎞ 떨어진 무안스포츠파크에 마련돼 있었다. 무안공항 합동분향소는 다른 합동분향소들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참사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한 오는 1월 4일까지 운영된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4-12-31 20:42:25[파이낸셜뉴스] 전 세계에서 이번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에 주목하는 가운데 3가지 사고 원인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외신들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조류 충돌 사례, 보잉의 품질 관리, 공항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에 주목하면서 이번 사건이 올해 세계 항공업계에서 최악의 참사이자 6년 만에 가장 심각한 인명피해라고 지적했다. 6년 만에 최악 참사, 美는 조류 충돌 증가미국 AP통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이번 사건이 올해 최악의 항공 참사라며 역대 가장 많은 희생자(583명)를 냈던 1977년 스페인 테네리페 섬 항공기 충돌 사고를 언급했다. 같은날 워싱턴포스트(WP)는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규모가 179명으로 2018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라이언에어 추락 사고(189명)에 이어 6년 만에 최대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전날 전라남도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접근하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 2216편은 오전 8시 59분 관제탑에 '메이데이(조난)'이라고 3번 외친 뒤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이라고 알렸다. CNN은 지난달 30일 미국 연방항공청(FAA)을 인용해 1988~2023년 사이 야생동물과 충돌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최소 350대의 민항기 및 군용기가 파괴되고, 49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미국 항공교육기관 어드밴스드에어크루아카데미의 에리카 암스트롱 부사장은 조류 충돌로 엔진 및 유압장치가 고장 날 수 있다며 "우리는 항상 엔진 고장에 대해 교육한다.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조류 충돌만으로는 착륙장치 가동 불능을 설명할 수 없다며 수동으로 바퀴를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FAA가 지난해 6월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23년에 1만9603건의 항공기 조류 충돌이 보고되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14% 늘어난 숫자였다. FAA는 2023년 증가율이 2022년에 비해 2배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2023년 3월에는 쿠바 호세 마르티 공항에서 이륙한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 '보잉(B)-737 맥스 8' 여객기가 조류 충돌로 2번 엔진이 멈춰 같은 공항에 긴급 착륙하기도 했다. 당시 인명 피해는 없었다. 무안 공항에 추락한 기종은 'B-737 800'으로 맥스의 이전 모델이며 이미 단종 되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달 30일 여러 전문가들을 인용해 조류 충돌로 각종 안전장치가 모두 멈출 가능성이 낮다며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추정했다. 보잉 품질 문제 다시 도마 위로지난해 창립 108주년을 맞은 보잉은 2012~2018년에 걸쳐 세계 항공기 시장 1위를 지켰으나 2018년 라이언에어, 2019년 에티오피아항공 추락사고 이후 안전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두 사고기 모두 B-737 맥스 8이었다. 미국 항공 당국은 현재 보잉의 737 맥스의 월간 생산량을 38대 이하로 제한하고, 안전 및 품질 검사 절차를 강화했다. 보잉은 생산 제한으로 무더기 계약 취소를 겪어 경영난에 빠졌으며, 계속되는 품질 문제로 생산이 지연되면서 당국의 제한량을 채우지도 못했다. 보잉은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파업을 겪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발표에서 국내에 등록된 101대의 B-737 800을 대상으로 전수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같은날 뉴욕 증시의 보잉 주가는 전일 대비 2.31% 내린 주당 176.55달러로 장을 마쳤다. 보잉 주가는 지난해 이미 약 31% 급락했다. 야후파이낸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보잉의 항공기가 지난해 1월 알래스카항공 동체 파손 사건에 이어 또 문제를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다국적 항공 정보 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B-737 800를 사용하는 항공사는 전 세계 180곳에 달한다. 운항중인 기체는 약 4400대로 세계 상업용 항공기 중 17%에 해당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B-737 800 기종이 1997년 출시되어 세계 곳곳에 5000대 이상 팔린 모델이라며 오히려 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안국제공항 사고기는 2009년 9월에 생산되었다. 미국 항공 컨설팅 업체 에어로다이나믹어드바이저리의 리처드 아불라피아 상무이사는 지난달 30일 미국 경제매체 CNBC를 통해 "이제 와서 B-737 800의 설계 결함을 발견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잉은 이번 참사 직후 성명을 내고 애도를 표했으며 4명의 관계자를 파견해 사건 감식을 돕기로 했다. 그러나 B-737 800은 지난 2022년 추락(중국 동방항공)으로 132명의 사망자를 초래했고 지난해 3~5월에도 크고 작은 사고에 휘말렸다. 네덜란드 KLM항공의 B-737 800은 이번 사고 전날인 지난달 28일, 유압 장치 고장으로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에 비상착륙했다. 한 목소리로 콘크리트 구조물 지적...'왜?'해외 전문가들은 사고기의 고장 원인에 여러 의견을 내놓았지만 활주로 끝에서 사고기를 가로막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의문을 제기했다.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비행장 설계 지침을 통해 활주로 인근 구조물을 "부서지기 쉽게" 만들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설치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는 2m 높이의 콘크리트 토대 위에 설치되었다. 로컬라이저는 조종사의 착륙을 돕는 계기착륙장치(ILS)를 구성하는 장비 중 하나다. 무안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는 비록 주변에 흙이 덮여 있었지만 사고기의 충돌 당시 충격을 흡수하지 못했고 결국 기체 폭발을 유발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발표에서 규정에 따라 방위각 시설을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같은 날 보도에서 이번 사건이 지난 1999년 미국 아칸소주 리틀록 공항에서 발생한 아메리칸항공 1420편 사건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강한 폭풍으로 착륙이 지연됐던 1420편은 착륙 도중에 활주로를 벗어나 철제 조명 지지대를 들이받았다. 기체는 지지대를 뚫고 지나갔으며 불도 붙었다. 해당 사건으로 탑승원 145명 가운데 9명이 즉사했고 2명은 입원 중 사망했다. 나머지는 110명이 다쳤지만 목숨을 건졌다. 제주항공 2216편은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가지 못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나즈메딘 메슈카티 공학 교수는 NYT를 통해 "딱딱한 구조물은 항공기가 미끄러져 충돌할 때 재앙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활주로 이탈은 자주 일어난다"며 세계 각지의 공항들이 이탈 사고에 대비해 부드러운 방어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NYT는 세계 다른 공항에서도 콘크리트로 안테나를 고정한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에 대해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 같은 곳에는 '활주로 이탈 방지시스템(EMAS·이마스)'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시설은 활주로 끝을 잘 부서지는 재질로 포장해 항공기 속도를 늦추는 장치다. 국내 한국공항공사 관할 공항에는 해당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곳이 없다. 미국 항공 컨설팅 업체 구제티항공의 제프 구제티 창업자는 "이마스 같은 것이 없다면 활주로에는 명확한 안전 지대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주장과 달리 콘크리트 안테나 지지대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12-31 10:11:29[파이낸셜뉴스]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사고 여객기가 3년 전 공항 활주로에서 충돌 사고로 2억원 넘는 벌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앞서 제주항공은 사고 여객기에 대해 사고 이력이 전혀 없고 정비 문제도 없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30일 JTBC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통계 시스템을 확인해 본 결과 동일 기체가 3년 전에 사고가 있었다”라고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국토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발생한 시기는 2021년 2월 17일로,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을 향해 이륙 도중 동체 꼬리가 활주로에 닿아 기체 일부가 손상됐다. 당시 사고 항공기의 등록부호는 ‘HL8088’로 전날 전남 무안공항에서 179명 사망자를 낸 항공기로, 국토부는 안전규정 위반으로 제주항공에 과징금 2억20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3년 전 사고는 너무 경미해서 항공법상 사고가 아닌 사건으로 분류해 사고 이력이 없다고 했던 것”이라며 “현재 과징금을 전액 납부하고 점검과 정비를 모두 완료한 후 정상 운행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제주항공은 참사 다음날인 30일에도 같은 기종이 추락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등 이착륙에 필요한 장치)'에 문제가 생겨 회항하는 사태가 벌어져 안전성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12-31 06:47:23[파이낸셜뉴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해 “현재는 사고 수습과 유가족에 대한 위로가 제일 먼저”라며 “섣부른 예단과 진단 그리고 정쟁의 도구로 이번 사건을 언급하지 말아 주시라”라고 밝혔다. 박 전 사무장은 해당 사건 이후 정계에 진출, 현재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직을 맡고 있다. 박 부대변인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항공기 사고와 관련해 너무 과도한 말들이 오고 간다”며 “항공사에서 24년간 재직했던 저로서 깊은 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게 비행 관련한 두 번의 큰 트라우마가 있다”며 “하나는 익히 알려진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1997년 괌 대한항공 사고”라고 언급했다. 지난 1997년 8월 6일 발생한 괌 대한항공 사고는 김포공항을 출발해 미국령 괌으로 향하던 여객기가 인근 밀림 지대에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254명 중 229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다. 박 부대변인 “1996년에 입사하고 그다음 해 항공기 사고가 있었다”며 “사고 다음 날 바로 현장에서 수습된 시신 및 가족들 수송 업무를 맡고 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죽음에는 삼개월간 입사 교육을 받으며 정들었던 동기 승무원 한명과 친하게 지내던 선배 한명도 있었다”며 “같은 항공기 화물칸에 정들었던 이들이 주검으로 실려서 함께 귀국하는 과정은 모든 순간순간이 칼로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 후유증은 아주 긴 시간 지속되었고, 그 아픔이 아직도 여전히 각인되어 남아 있다”며 “현재 이 상황에 가장 고통받고 있을 분들의 아픔을 먼저 생각해 주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사고 수습과 유가족에 대한 위로가 제일 먼저"라며 "선한 공동체의 힘을 발휘해 주시라. 간절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박 전 사무장은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에 발탁됐다는 근황을 알렸다. 박 전 사무장은 과거 정의당에 입당해 부대표까지 지냈다가 탈당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12-30 23:28:12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둔덕' 설계를 국토교통부가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둔덕이 해당 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조사한다고 밝힌 바 있어 조사의 공정성 여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30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내용을 종합한 결과 무안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여객기 착륙을 돕는 안테나)를 지탱하고 있던 둔덕은 지난 2005년 국토부가 설계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5년 무안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며 서울지방항공청에서 설계를 담당했다"고 밝혔다. 서울지방항공청은 국토부 산하 기관으로 공항 시설 건설·운영 및 관리부터 조정·통제업무 등을 담당한다. 이번 여객기 추락사고를 두고 전문가와 업계에서는 로컬라이저를 지탱하고 있는 둔덕이 피해를 키웠다고 지목하고 있다. 로컬라이저를 지탱하기 위해 설치한 둔덕 속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충돌 당시 충격을 키워 폭발을 일으켰다는 주장이다. 다만 국토부는 해당 둔덕이 사고를 키웠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구조물이 사고의 규모를 키운 것인지에 대한 결론은 블랙박스와 비행기록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도출될 것"이라며 "이 시설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사고와의 연관성이 있는지는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수공항과 청주공항 등 다른 국내 공항에도 유사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해당 시설을 설계했던 국토부가 '해당 시설이 사고 규모를 키웠는가'에 대한 조사를 직접 맡는다는 점이다. 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는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고 조사는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맡는다지만, 설계를 맡은 국토부 조사를 국토부가 중심이 된 중앙사고수습본부가 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며 "제주항공 사고 기체 조사를 제주항공이 맡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hoya0222@fnnews.com 김동호 성석우 기자
2024-12-30 18:27:5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사고 기종인 737-800을 제조한 보잉이 신뢰도에 또 한 번의 타격을 입게 됐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9일(현지시간) 이번 참사가 보잉의 신뢰 문제를 드러냈던 올해 1월 5일 알래스카항공 여객기의 동체 일부 이탈 사고 이후 약 12개월 만에 다시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737 맥스 기종에 속하는 기체에서 또 결함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보잉이 제조상의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확산시켰다고 강조했다. 올 1월 5일 당시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보잉 737 맥스 여객기는 약 5000m 상공에서 창문과 벽체 일부가 뜯겨 나가 비상 착륙했다. 179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참사가 된 이번 사고와 달리 당시에는 기적적으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서 189명의 사망자를 낸 2018년 인도네시아 라이온 에어 여객기 추락사고, 157명이 사망한 2019년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에 이어 다시 737 맥스 기종에서 결함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보잉의 역량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됐다. 비용 절감에 치중하다가 안전 관리를 간소화하는 보잉의 사내 문화가 드러나기도 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2018년과 2019년 잇단 사고를 계기로 각국에서 보잉의 737 맥스 항공기의 운항이 정지되고 해당 기종의 생산이 제한됐다. 보잉의 주가는 올해 3분의 1 가까이 하락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2024-12-30 18:10:30【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조류 충돌과 짧은 활주로가 논란이 되자 울산공항의 안전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울산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국내에서 가장 짧은 2km에 불과하다. 겨울철에는 하루에도 수만 마리가 떼까마귀가 공항 주변을 날아다닌다. 활주로 확장마저 불가능한 울산공항에서 비상시 동체착륙은 가능한 지도 관심이 되고 있다. ■ 공항 주변 오가는 까마귀.. 철새 천국 울산 30일 울산시에 따르면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와 갈까마귀는 지난 2003년부터 울산에 날아들고 있다. 그 수는 해마다 13~15만 마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일부는 동 틀 무렵 울산공항 주변 농경지와 인근 경주지역 들녘으로 날아가 먹이 활동을 한 뒤 울산철새공원인 삼호대숲으로 돌아온다. 이처럼은 울산지역은 까마귀를 비롯해 해마다 97종 14만 2165마리의 철새가 날아오는 새들의 천국이다. 현재는 조류 사파리까지 추진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공항 '버드 스트라이크' 즉 조류 충돌 발생도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 13건 발생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건, 2023년 1건인 울산공항 발생한 조류 충돌 사고는 지난 2022년에는 2건, 2021년에는 5건, 2019년 4건 발생했다. 다행히 조류 충돌 관련해서 피해 사항은 없었다는 게 한국공항공사의 설명이다. 현재 울산공항에서는 조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방재활동 인력 4명을 투입하고 있다. 일근 1명, 교대 2~3명으로 운영 중이며 새를 쫓아내기 위해 폭음 경보기, 엽총, 전용 방재 차량 등을 활용하고 있다. ■ 울산공항 활주로 2km, 국내 최단, 확장도 불가 2km에 불과한 울산공항의 활주로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 왔다. 안전성과 아울러 국제선 취항의 걸림돌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울산시가 최대 500m의 공항 활주로 연장과 폭 확장을 통해 중형기 이착륙이 가능한 국제선 공항을 모색했지만 연구 용역 결과 최종적으로 불가 판정이 내려졌다. 활주로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 두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데, 북쪽은 대규모 고층 아파트 단지와 해발 444m의 동대산, 629m의 삼태봉에 가로막혀 있다. 남쪽으로도 이미 조성된 주택과 아파트, 물류단지, 자동차매매단지 등이 들어서 있다. 확장을 하려면 민간토지 수용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도심 소음 문제 등이 걸림돌이다. 짧은 활주로는 이번 제주항공 사고를 통해 동체 착륙 가능한 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울산공항을 취항하는 항공기는 이번 사고 비행기와 비슷한 180석 규모의 중소형 항공기들이다. 이에 대해 한국공항공사 울산지사 관계자는 "활주로는 관련 규정에 따라 만들어지지만 동체 착륙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변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기상 상황과 비행기의 종류, 사고 상태 등 경우에 따라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 경비행기 추락으로 조종사 사망 울산공항에서도 지난 2022년 10월 13일 비행 훈련용 경비행기 한 대가 추락해 20대 조종사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비행기는 이날 오전 10시 44분께 울진공항에서 출발해 울산공항으로 향했고, 착륙을 한 후 다시 이륙하는 과정에서 추락했다. 기체는 이륙 활주로 방향에서 경로를 벗어나 잔디밭에 떨어졌고 크게 부서졌다. 당시 비행기를 조종했던 당시 28세의 여성은 의식 없는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이날 오후 숨졌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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