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내 최악의 여객기 사고로 기록될 12·29 제주항공 참사 100일을 맞아, 광주·전남 변호사들이 사고 조사 당국을 상대로 교신기록 정보공개 등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변호사회 제주항공참사 법률지원단·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는 광주 동구 광주지방변호사회 대회의실에서 참사 100일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유족들과 함께 싸워갈 것"이라며 "교신기록 등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할 것이고, 민사상 증거보전 절차 신청과 더불어 유족들이 원하면 형사고소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2·29 제주항공 참사는 10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다. 피해자들의 배상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이들은 "전남경찰청이 수사 중이지만 아직 사고 책임자 한 명도 입건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교신기록 등 자료는 추가 증거 발견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공익을 위해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신 기록은 사고 원인에 다가갈 수 있는 핵심 정보이기 떄문에 공개 필요성이 높다. 진상규명과 유족의 알 권리라는 공익적 요청에 비춰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사고 조사 당국이 일부 유족들에게 사고 전 4분 7초 동안의 교신기록을 공유한 사실을 공개하며, 방식과 내용 모두 적절치 않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교신기록) 공개 하루 전에 공지해 유족들의 참여권을 보장되지 않았다. 모든 유족들이 알 수 있도록 교신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조류충돌 의혹을 해소하려면 착륙을 시도한 시점인 10분 전부터 공개해야 하고, 음성도 변조 등 절차를 거쳐 공개되는 것이 의혹 해소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사고 경위를 두고 △조류충돌 직후 복행 시도 이유 △복행 직후 기수를 180도 꺾어 긴급 동체착륙한 이유 △조류 충돌 시점 △랜딩 기어를 다시 내리지 않은 배경 △블랙박스 기록이 멈춘 뒤 사고기가 동력이 필요한 복행한 점 등도 의혹으로 제기했다. 이들은 "사고 조사 당국이 유족들에게 누설 및 논평 금지 서약을 받아 사실상 공론화를 가로막았다"며 "피해자와 유족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는 길은 진상규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진상규명 없이는 제대로 된 배상도 될 수 없고, 사고 재발방지책도 나올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경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는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밖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며 폭발했다. 12시간 여에 걸친 구조 작업에도 불구,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진 채 수습됐다. 생존자는 사고 직후 기체 후미에서 구조됐던 승무원 2명에 불과했다. 이는 1993년 7월 26일 아시아나 항공기 해남 추락 사고(66명 사망·44명 부상)보다 사상자 수를 크게 웃돌며 국내 최악의 항공 참사로 기록됐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5-04-07 13:36:28[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과 정부는 21일 전국 곳곳에서 연달아 발생한 안전사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안전사고 대응 콘트롤타워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공석인 점을 지적하며 임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 안전 점검 당정협의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정협의회 논의사항을 브리핑했다. 최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공사장 화재, 제주 및 전남지역 어선 사고 등으로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것에 따른 조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먼저 기상악화, 구명조끼 미착용 등 어선 사고의 주된 원인을 지목하며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사고 방지를 위해 기상특보시 선단 구성 및 출입항 관리, 사고 인근 해역 함정 전진 배치 등 긴급 조치를 우선 시행하고 지난해 5월 수립한 어선안전관리대책을 보완해 적극 이행하기로 했다"며 "해양수산부는 인명사고저감TF를 가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당정은 구명조끼 착용을 독려하기 위해 선원들이 불편해 하는 고체식 구명조끼 대신 팽창식 구명조끼를 보급하기로 했다. 이들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선원들에게 팽창식 구명조끼를 무상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어선원 안전 감독관을 확충하는 한편 어선 위치 발신 작동 의무 위반시 제재를 강화하고 무리한 조업 방지 등을 위한 지속가능한 연근해 어업발전법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공사장 화재에 대한 대책도 논의했다. 당정은 오는 28일까지 냉동·냉장창고 신축, 마감공정 건설현장 등 1147개소에 대해 화재 안전 조치 이행여부를 긴급 점검하기로 했다. 또 3월 17일까지 대형공사장 2000여개소에 대해 임시 소방시설 화재안전 기준 준수 여부, 가용물 취급 장소 용적제한 등 화재 안전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건설현장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안전 취약 건설현장 1700개를 선정해 해빙기 대비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추락사고 예방, 지하안전 개선 등 건설안전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공사장 3000개소에 대해 감독 점검을 실시하고 소규모 건설현장에는 안전시설 및 스마트 안전장비(에어백, AI CCTV 등)를 지원하기로 했다. 제주항공 참사와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등 잇따른 항공 관련 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했다. 전국 7개 공항에 방위각 시설을 개선하고, 조류충돌예방 활동을 강화하며 기내 보조배터리 관리 방안 등 항공안전대책을 지속 추진하기로 했다. 봄철 대형 산불에 예방하기 위한 대책도 내놨다. 당정은 산불 위험 지역 입산을 통제하고 영농 부산물을 미리 파쇄할 계획이다. 또 고성능 산불 진화 차량을 확충하고, 야간 산불 진화를 위해 241개 기관으로 구성된 신속 대응반도 운영하기로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내 주변 위험 요소를 안전신문고를 신청하는 주민점검신청제를 적극 활용하고 해빙기 국민 행동 요령을 집중 홍보하기로 했다"며 "당정은 분야별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보다 강화된 대응 태세를 확립하고 위험 현장에 대해 신속하고 면밀히 점검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난안전 주무부처가 현재 공석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행안부 장관 임명을 야당에 촉구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행안부 장관 공석인) 상황 자체가 안전 대응을 저해하는 요소"라며 "다시 한 번 행안부 장관 임명의 시급성을 강조한다"고 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당정협의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행안부 장관이 없다는 것은 총괄 책임자가 없는 것"이라며 "안전관리 업무가 느슨해지고 허점이 생긴다. 체계가 신속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많은 지장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
2025-02-21 12:31:10[파이낸셜뉴스] 무안국제공항에서 추락해 179명의 희생자를 낸 제주항공 기체 양쪽 엔진 모두에서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다. 국내전문기관 유전자 분석 결과 '가창오리'의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보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엔진분해 검사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참사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둔덕과 조류 영향에 대해 별도 용역을 통해 연구한다는 계획이다. 조류 충돌로 블랙박스 멈췄나사조위는 25일 무안공항에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을 대상으로 이같은 내용의 사고조사 진행 현황과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사조위 관계자는 "항공기 복행 중 조류와 접촉하는 장면을 공항 감시 카메라(CCTV) 영상에서 확인했다"며 "엔진조사 중 양쪽 엔진에서 깃털과 혈흔을 발견했고, 국내전문기관에 유전자 분석을 의뢰한 결과 가창오리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양쪽 엔진에서 발견된 시료로는 조류 개체 수나 다른 종류의 조류 포함 여부를 알 수 없다"며 "엔진상태 확인 및 추가 시료 채취를 위한 엔진분해 검사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설명했다. 양쪽 엔진 모두에서 깃털과 혈흔이 발견되며 조류 충돌로 양쪽 엔진이 멈추며 전력 공급이 끊겼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블랙박스의 '마지막 4분' 기록이 사라진 이유로 양쪽 엔진 손상에 따른 전력 차단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항공기 위치 탐지 시스템(ADS-B)도 작동하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라는 설명이다. 사조위는 항공기가 방위각 시설에 충돌하기 4분 7초 전부터 블랙박스 자료 기록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사조위에 따르면 항공기는 지난해 12월 29일 8시 54분 43초 무안관제탑과 착륙 접근을 위한 최초 교신을 했다. 이후 시간대별로 살펴보면 △(08:57:50) 관제탑의 조류 활동 주의 정보 항공기에 발부 △(08:58:11)조종사들이 항공기 아래 방향에 조류가 있다고 대화 △(08:58:50) 비행자료기록장치(FDR0 및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기록 동시 중단 △(08:58:56·CVR 기록으로 계산한 시간) 항공기 복행 중 조종사가 관제탑에 조류 충돌로 인한 비상선언(Mayday) 실시 △(이후 약 4분간) 활주로 19로 착륙하기 위해 우측 선회 후 활주로에 접근→랜딩기어 내려오지 않은 상태로 동체 착륙 후 활주 △(09:02:57) 활주로를 초과해 방위각 시설물과 충돌 등이 발생했다. 참사 키운 둔덕, 별도 용역 연구사조위는 △잔해 정밀 조사 △블랙박스 분석 △비행기록문서 확인 △증인 인터뷰 등 항공기 운항 전반에 대해 분석을 수행할 예정이다. 조사 과정에서 긴급 안전 조치가 필요하면 항공사 등에 안전권고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추락 당시 충돌로 참사 규모를 키웠다고 지적받고 있는 로컬라이저 둔덕과 조류 영향에 대해서는 별도 용역을 통해 연구할 계획이라고 사조위는 설명했다. 사조위는 지난 20일부로 초기 현장조사를 종료했고, 사고기의 잔해를 시험분석센터(김포공항)으로 운송했다. 블랙박스와 관제교신 기록 등 자료를 시간대별로 동기화해 분석 중으로, 이는 수개월의 세부 분석과 검증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사조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유가족에게 사고조사 진행 상황을 가장 먼저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을 지속 하겠다"라며 "긴박한 초동조치와 조사를 마친 만큼, 운항·정비 등 그룹별로 수립된 정보를 바탕으로 세부 사항을 면밀히 분석해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모든 과정을 공정하게 진행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조위는 국제민간항공협약 부속서 13에 따라 예비보고서를 오는 27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관계국(미국·프랑스·태국)에 송부하고, 사조위 홈페이지에도 공개할 예정이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5-01-25 15:58:08[파이낸셜뉴스] 국토부가 무안국제공항 추락 사고가 난 제주항공 여객기와 동일한 기종에 블랙박스용 보조전력장치(RIPS)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기종은 추락 4분 전부터 블랙박스 기록이 저장되지 않았다. 보조배터리 장착이 2018년도부터 의무화됐는데, 이 기종은 2017년도에 도입됐기 때문이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14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12·29 여객기 참사 관련 현안보고'에서 동일 기체에 RIPS 장착을 할 것이냐는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전문가들과 기술적 검토에 곧 착수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국토부는 사고 항공기인 보잉 737-800 기종을 운영하는 6개 국적사 101대에 대한 특별 점검을 벌여 이 중 45대만 RIPS가 설치됐고 56대는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RIPS는 가동력이 정지되거나 동력 손실 시에도 음성기록장치(CVR)에 10분(±1분) 간의 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장치다. 국제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 및 국토부 고시인 '고정익항공기를 위한 운항기술 기준'에 따르면 2018년 1월 1일 이후 최초로 개별감항증명을 발급받은 항공기는 모두 설치 대상이다. 구형 기종에 RIPS를 설치하려면 기체 개량 등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기체는 2009년 제작돼 해당 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예를 들어 항공기 회로 같은 게 복잡해서 처음부터 설계가 돼 나오면 별문제 없지만 뒤에 보조배터리를 다는 게 오히려 기계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를 기술적으로 검토해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토부 입장은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확실히 고치자는 각오"라며 "그 시발점은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누구나 동의하는 사고 조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고의 각 단계마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할 생각"이라며 "그러면 그 정보를 (조종사노조 등) 그런 분을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이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당사자인 유가족도 전문가의 직·간접적 조력을 받아 의견을 조정할 수 있도록 그 장치를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국제 기준과 절차에 어긋나지 않게 잘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5-01-14 13:54:55[파이낸셜뉴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유가족과 협의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공식 명칭으로 사용해달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신광호 국토부 국장은 10일 오후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를 두고 일각에서는 '무안공항 참사'라고 잘못 표현하고 있다"라며 "그릇되게 불리는 것에 대한 지역의 우려가 있다. 공식 명칭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라고 거듭 강조했다. 브리핑에 참석한 박한신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가족협의회 대표 역시 "사람마다 불리는 명칭이 다른 것 같다"라며 "국토부에서 이야기한 명칭대로 표현해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사고 발생 13일째인 이날 기준 현장에서 추가 수습된 시신 편은 총 38편으로, 이 중 23편이 유가족에게 인도됐고, 3편이 다음날 인도될 예정이다. 나머지 12편은 '위임하겠다'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합동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장례 절차를 마친 유가족을 위한 쉘터(텐트)는 대합실 2층에 110동이 설치돼 있는데, 공항으로 돌아온 유가족들이 27동을 사용 중이다. 국토부는 오는 11일 공항에서 열릴 예정인 유가족 총회와 관련해 유가족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신 국장은 "비공개로 열리는 총회고, 촬영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유가족이 있으니 언론 등의 협조를 바란다"며 "국토부도 장례를 마친 유가족을 위해 안내 책자·상담 등으로 지원을 이어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연합(UN)이 설립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통상 항공사와 항공편을 넣어 여객기 사고를 분류해왔다. 이에 이번 사고 또한 원칙적으로는 '제주항공 2216편 사고'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실제로 2002년 김해공항 인근 돗대산에서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자 129명이 숨진 사고 또한 '중국국제항공(Air China) 129편 추락사고'라고 불린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5-01-11 08:18:59을사년 새해 건설사 CEO(최고경영자)들은 일제히 안전과 위기극복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로 국가적 화두가 된 안전을 핵심 경영 키워드로 담았고, 장기화되고 있는 건설업 불황속에 리스크를 줄이고 혁신을 이루는 위기 극복 전략이 주된 경영 방향으로 제시됐다. ■내실경영으로 안전 최우선 2일 새해 업무가 본격 시작되면서 주요 건설사 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 전략을 발표했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는 "안전을 최우선 하자"며 "내 가족을 지킨다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현장관리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실경영에 집중하자"면서 "전사적 역량을 결집해 리스크를 해소하고, 철저한 수행관리를 통해 재무안전성을 확보해 나가자"고 했다. 불필요하거나 긴급하지 않은 비용은 최대한 줄이면서 위기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GS건설도 안전과 함께 지속성장 기반을 언급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이날 충남 서산시에서 수행중인 '대산임해공업용수도 건설공사' 플랜트 현장에서 진행된 시무식에서 "안전과 품질에 기반해 건설업의 기본을 강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장기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데 초첨을 맞추겠다"며 "지속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혁신을 통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도 안전과 품질 최우선 문화 정착을 강조하며 미래 신사업 육성을 다짐했다. 정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다섯가지 경영전략을 공개하고 "안전과 품질 최우선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플랜트사업에서는 사업구조를 혁신하고 미래 신사업을 육성하고 교통인프라와 환경시장을 선도하되 해상풍력사업을 본격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집중 공략으로 브랜드파워를 강화해야 한다"며 "핵심 인재와 우량 재무구조를 확보하고 디지털화로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객기 참사로 조용한 신년 분위기도 감지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대표이사의 신년사 대신 사내방송을 통한 사업부서 메시지로 신년사를 갈음했고, 현대건설도 이날 예정됐던 신년회를 다음주로 미루면서 대표이사의 별도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건설업 리스크 줄이고 혁신 강조 건설업의 장기적인 불황과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도 강조됐다. 박상신 DL이앤씨 대표는 "불요불급한 투자는 과감히 중단하고 고정비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올해 사업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현금흐름 중심의 경영'을 꼽았다. 그러면서 "리스크가 적고 수익성이 충분히 보장된 사업을 추구하며, DL이앤씨만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에코플랜트 장동현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형근 대표이사 사장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진정한 성과를 이뤄내는 한 해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장 부회장과 김 사장은 이날 공동으로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SK에코플랜트의 더 큰 도약을 실현하기 위해 구성원 여러분과 함께 고객의 핵심영역과 연결된 본질적 가치를 제공하는 사업모델로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사업을 미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에너지사업은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인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DC) 사업모델을 통해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솔루션사업의 경우 환경 및 에너지 사업 확장 등을 통해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2025-01-02 18:26:09[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서 탑승자 181명 중 극적으로 생존한 승무원 2명이 꼬리부분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생존 요인으로 좌석 위치와 승무원 전용 의자, 안전벨트 등이 거론되고 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편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이 탑승했다. 이 중 비행기 후미에서 발견된 승무원 2명만 생존했으며, 179명은 사망했다. 사고 기종인 보잉737-800은 일반적으로 착륙 시 승무원 2명이 앞쪽 비상구 점프싯(Jump Seat·간이 의자)에 앉고 다른 2명은 뒤쪽 비상구 점프싯에 착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점프싯은 주로 비행기 문 옆이나 갤리(여객기 내 간이 주방) 공간에 접이식으로 설치돼 있으며 주변에는 비상시 안전 장비가 비치돼 있다. 비행기 기종과 구조에 따라 승무원이 갤리 점프싯에 착석해 착륙을 준비하기도 한다. 승무원들은 또 승객이 매는 허리용 가로 벨트가 아닌 가슴까지 두르는 안전띠를 착용한다. 생존 승무원들은 당시 기체 맨 뒤가 아닌 후미 쪽 비상구 점프싯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소방대원들이 두 승무원을 구조한 위치도 후미 비상구 문 입구와 가까운 곳이었다. 소방대원들은 “살려 달라”는 소리를 듣고 후미 동체 안으로 들어갔으며 남성 승무원은 서 있는 형태로 발견됐고 여성 승무원은 쓰러진 캐비닛에 깔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약하게 의식이 있었지만 여성 승무원만 말이 가능했는데, 당시 소방 관계자에게 “연기가 심하게 났고 펑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과거 35년 간 기내 좌석별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행기 앞쪽 좌석은 38%, 중간 좌석은 39%로 나타났다. 반면 항공기 뒤쪽은 32%로 가장 낮았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통계가 절대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고 유형에 따라 좌석별 위험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처럼 항공기가 구조물과 정면충돌하거나 추락할 경우 먼저 부딪히는 기체 앞부분에 충격이 집중되지만 엔진이나 동체에 화재가 나면 꼬리 칸을 향해 불이 번질 수 있다. 폭발 사고의 경우 연료탱크가 있는 날개 부분 피해가 가장 클 수도 있다. 앞서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착륙 사고 당시에는 동체 후미가 지상을 치면서 꼬리 칸에 있던 승객들만 사망한 바 있다. 이번 사고는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채 동체 착륙을 시도한 항공기가 활주로 정면 구조물에 충돌하는 과정에서 꼬리 부분이 절단되면서 폭발에서 벗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1-02 05:27:13[파이낸셜뉴스]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 유가족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붙잡고 어린 조카가 희생자 명단에조차 없다고 호소했다. 1일 뉴스1에 따르면 전날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을 찾아 자원봉사자와 관계자를 격려하고 유가족과 만난 이 대표에게 한 남성이 다가왔다. 남성은 "유가족 삼촌 되는 사람이다. 1분만…바쁘신데 (얘기 좀 할 수 있냐)"라며 이 대표를 붙잡았다. 유족은 "혹시 브리핑 안 듣고 지금 가시는 거냐? 다른 게 아니라 좀 부탁드리고 싶어서 가시는 길에 잠깐 잡았다. 바쁘실까 봐 1분만 시간 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가는 거 아니다. 돌아올 거다"라며 유족의 요청 사항을 적기 위해 메모지를 꺼내 들었다. 이에 남성은 "우리 가족은 3명이 비행기에 탑승해서 참사를 겪었는데 그중 한 명이 이제 9살 조카다. 엄청 저를 따르는 조카고, 자식 3명 있지만 친자식 같은 조카"라며 울먹였다. 그는 "조카는 어제까지도 신원 확인이 안 됐다. 3명 중 매형과 매형 어머니는 확인했고 9살 조카만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조카가 탑승자 명단에 있는 건 직원들도 다 알고 있는데 희생자 명단에는 없다. 신원 파악이 안 된 32명 명단에 조카가 없는 것"이라며 "유가족으로서 단순히 이름 석 자가 아니다. 자료에 없으면 우리 애는 없어진 애같이 느껴진다. 아직 저기 누워있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남성은 "비단 우리 조카뿐 아니라 이런 취합 과정에서 경찰청이나 국토부나 뭔가 딱 키를 잡고 하는 키맨 역할의 부재가 느껴진다"며 "실무진분들 고생하는 거 안다. 신원 확인을 빨리해달라는 게 아니다. 정확한 자료나 말씀 주면 기다리겠다. 조금만 더 알뜰하게 챙겨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5-01-01 07:52:54【파이낸셜뉴스 무안=황태종·최승한 기자】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179명의 유가족들이 2024년 갑진년(甲辰年) 마지막 날인 31일 무안국제공항 합동분향소에서 먼저 가버린 가족을 애도하며 너무나 슬프고도 가혹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지난 29일 발생한 여객기 추락 사고 이후 하도 많이 울어서 이젠 더 이상 흘릴 눈물조차 없는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7시 공항 대합실 1층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사랑하는 가족의 영정사진과 위패로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고 또 통곡했다. 유족 대표단은 분향소 참배에 앞서 "이렇게 늦어져서 첫 제사를 올리게 됐다. 정말 미안하고 죄송하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가족들은 순서대로 합동분향소에 입장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넋을 기렸다. 한 유가족은 "내 새끼 놔두고 못 가"라고 흐느끼며 영정 앞에 못다 한 말을 전했다. 또 다른 한 유가족은 참배를 마치고 나오다가 "왜 거기 가 있어"라고 울부짖으며 다시 분향소로 몸을 돌려 가슴을 주먹으로 때려 장내를 숙연케 했다. 대합실 1층과 2층에 마련된 유가족 거주 임시 텐트 곳곳에서도 통곡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슬픔이 두 어깨를 짓누르는 듯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는 유가족들의 모습도 보였다. 사랑하는 가족을 졸지에 잃은 유가족들은 그동안 차디찬 공항 대합실에 머물며 가족의 시신이 온전히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사고 3일째인 이날 현재 참사 희생자 179명 중 174명은 신원이 확인됐지만, 아직도 5명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사고 당시 충격과 폭발로 희생자들의 시신이 크게 훼손되면서 온전한 상태로 수습된 시신은 소수에 불과해 유가족을 더욱 애달프게 하고 있다. 구조 수습 당국은 지난 30일 4명의 시신을 유가족에게 인도한 데 이어 이날도 28명의 시신이 추가 인도할 계획으로, 이날 오후 7시 20분 현재 희생자 10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희생자들은 여전히 격납고 내 냉동 컨테이너에 임시 안치돼 있다. 한편 무안국제공항 합동분향소는 전남도가 공항에 피해자들의 영정사진과 위패를 안치할 수 있는 합동분향소를 마련해야 한다는 유가족들의 의견을 즉각 반영해 마련했다. 기존에 무안공항과 가장 가까운 정부합동분향소는 약 10㎞ 떨어진 무안스포츠파크에 마련돼 있었다. 무안공항 합동분향소는 다른 합동분향소들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참사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한 오는 1월 4일까지 운영된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4-12-31 20:42:25[파이낸셜뉴스] 전 세계에서 이번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에 주목하는 가운데 3가지 사고 원인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외신들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조류 충돌 사례, 보잉의 품질 관리, 공항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에 주목하면서 이번 사건이 올해 세계 항공업계에서 최악의 참사이자 6년 만에 가장 심각한 인명피해라고 지적했다. 6년 만에 최악 참사, 美는 조류 충돌 증가미국 AP통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이번 사건이 올해 최악의 항공 참사라며 역대 가장 많은 희생자(583명)를 냈던 1977년 스페인 테네리페 섬 항공기 충돌 사고를 언급했다. 같은날 워싱턴포스트(WP)는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규모가 179명으로 2018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라이언에어 추락 사고(189명)에 이어 6년 만에 최대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전날 전라남도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접근하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 2216편은 오전 8시 59분 관제탑에 '메이데이(조난)'이라고 3번 외친 뒤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이라고 알렸다. CNN은 지난달 30일 미국 연방항공청(FAA)을 인용해 1988~2023년 사이 야생동물과 충돌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최소 350대의 민항기 및 군용기가 파괴되고, 49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미국 항공교육기관 어드밴스드에어크루아카데미의 에리카 암스트롱 부사장은 조류 충돌로 엔진 및 유압장치가 고장 날 수 있다며 "우리는 항상 엔진 고장에 대해 교육한다.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조류 충돌만으로는 착륙장치 가동 불능을 설명할 수 없다며 수동으로 바퀴를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FAA가 지난해 6월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23년에 1만9603건의 항공기 조류 충돌이 보고되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14% 늘어난 숫자였다. FAA는 2023년 증가율이 2022년에 비해 2배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2023년 3월에는 쿠바 호세 마르티 공항에서 이륙한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 '보잉(B)-737 맥스 8' 여객기가 조류 충돌로 2번 엔진이 멈춰 같은 공항에 긴급 착륙하기도 했다. 당시 인명 피해는 없었다. 무안 공항에 추락한 기종은 'B-737 800'으로 맥스의 이전 모델이며 이미 단종 되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달 30일 여러 전문가들을 인용해 조류 충돌로 각종 안전장치가 모두 멈출 가능성이 낮다며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추정했다. 보잉 품질 문제 다시 도마 위로지난해 창립 108주년을 맞은 보잉은 2012~2018년에 걸쳐 세계 항공기 시장 1위를 지켰으나 2018년 라이언에어, 2019년 에티오피아항공 추락사고 이후 안전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두 사고기 모두 B-737 맥스 8이었다. 미국 항공 당국은 현재 보잉의 737 맥스의 월간 생산량을 38대 이하로 제한하고, 안전 및 품질 검사 절차를 강화했다. 보잉은 생산 제한으로 무더기 계약 취소를 겪어 경영난에 빠졌으며, 계속되는 품질 문제로 생산이 지연되면서 당국의 제한량을 채우지도 못했다. 보잉은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파업을 겪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발표에서 국내에 등록된 101대의 B-737 800을 대상으로 전수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같은날 뉴욕 증시의 보잉 주가는 전일 대비 2.31% 내린 주당 176.55달러로 장을 마쳤다. 보잉 주가는 지난해 이미 약 31% 급락했다. 야후파이낸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보잉의 항공기가 지난해 1월 알래스카항공 동체 파손 사건에 이어 또 문제를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다국적 항공 정보 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B-737 800를 사용하는 항공사는 전 세계 180곳에 달한다. 운항중인 기체는 약 4400대로 세계 상업용 항공기 중 17%에 해당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B-737 800 기종이 1997년 출시되어 세계 곳곳에 5000대 이상 팔린 모델이라며 오히려 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안국제공항 사고기는 2009년 9월에 생산되었다. 미국 항공 컨설팅 업체 에어로다이나믹어드바이저리의 리처드 아불라피아 상무이사는 지난달 30일 미국 경제매체 CNBC를 통해 "이제 와서 B-737 800의 설계 결함을 발견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잉은 이번 참사 직후 성명을 내고 애도를 표했으며 4명의 관계자를 파견해 사건 감식을 돕기로 했다. 그러나 B-737 800은 지난 2022년 추락(중국 동방항공)으로 132명의 사망자를 초래했고 지난해 3~5월에도 크고 작은 사고에 휘말렸다. 네덜란드 KLM항공의 B-737 800은 이번 사고 전날인 지난달 28일, 유압 장치 고장으로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에 비상착륙했다. 한 목소리로 콘크리트 구조물 지적...'왜?'해외 전문가들은 사고기의 고장 원인에 여러 의견을 내놓았지만 활주로 끝에서 사고기를 가로막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의문을 제기했다.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비행장 설계 지침을 통해 활주로 인근 구조물을 "부서지기 쉽게" 만들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설치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는 2m 높이의 콘크리트 토대 위에 설치되었다. 로컬라이저는 조종사의 착륙을 돕는 계기착륙장치(ILS)를 구성하는 장비 중 하나다. 무안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는 비록 주변에 흙이 덮여 있었지만 사고기의 충돌 당시 충격을 흡수하지 못했고 결국 기체 폭발을 유발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발표에서 규정에 따라 방위각 시설을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같은 날 보도에서 이번 사건이 지난 1999년 미국 아칸소주 리틀록 공항에서 발생한 아메리칸항공 1420편 사건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강한 폭풍으로 착륙이 지연됐던 1420편은 착륙 도중에 활주로를 벗어나 철제 조명 지지대를 들이받았다. 기체는 지지대를 뚫고 지나갔으며 불도 붙었다. 해당 사건으로 탑승원 145명 가운데 9명이 즉사했고 2명은 입원 중 사망했다. 나머지는 110명이 다쳤지만 목숨을 건졌다. 제주항공 2216편은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가지 못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나즈메딘 메슈카티 공학 교수는 NYT를 통해 "딱딱한 구조물은 항공기가 미끄러져 충돌할 때 재앙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활주로 이탈은 자주 일어난다"며 세계 각지의 공항들이 이탈 사고에 대비해 부드러운 방어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NYT는 세계 다른 공항에서도 콘크리트로 안테나를 고정한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에 대해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 같은 곳에는 '활주로 이탈 방지시스템(EMAS·이마스)'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시설은 활주로 끝을 잘 부서지는 재질로 포장해 항공기 속도를 늦추는 장치다. 국내 한국공항공사 관할 공항에는 해당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곳이 없다. 미국 항공 컨설팅 업체 구제티항공의 제프 구제티 창업자는 "이마스 같은 것이 없다면 활주로에는 명확한 안전 지대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주장과 달리 콘크리트 안테나 지지대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12-31 10: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