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통일은 성사될 수 없다. 평화통일은 환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내놓은 발언이다. 수십 년 동안 지켜오던 ‘우리 민족끼리’라는 민족 기반 대남접근법을 뒤집은 것이다. 그만큼 현재 남북경색은 최고조다. 북한은 핵 선제공격을 헌법에 명시하고 군사정찰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핵전력 고도화에 완전히 골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남북경색 상황이 사실상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이를 감안하며 통일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나간다는 입장이다. 담대한 구상을 계속 추진함은 물론 ‘통일준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30년 묵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도 새로 고친다는 계획을 세울 만큼 남북경색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수위 높은 비난을 두고 “우리 국민들에게 대북정책에 대한 판단·인식의 혼돈을 불러오려는 의도”라며 “우리민족끼리를 대체할 대남 선전 구호를 준비하며 그에 맞춰 조직을 개편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그러면서 현재 남북경색에 대해 “북측이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이 파국을 맞은 뒤 더 이상 대화와 교류에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조건을 물려받은 정부가 그 여건을 무시할 수 없다”며 “이런 여건을 현실적으로 인정하면서 그 바탕에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비핵화 ‘빅딜’을 시도했지만, 끝내 결렬됐다. 그 전까지 수차례 열었던 남북·미북·남미북 회담 결과가 무색해진 순간이었다. 이후 북한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부터 시작해 잦은 군사 도발과 핵 선제공격 개헌 등 지금까지 적대 수위를 높여왔다. 다른 통일부 당국자는 3일 본지에 “하노이 결렬 이후 북한이 미련 없이 우리나라를 적대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로서는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전임 문재인 정부보다 윤석열 정부가 대화에 적극적이었다는 해명도 나왔다. 대화의 전제 문제에서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대화는 비핵화 전격 합의가 전제인 빅딜 방식이었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은 대화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지원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현 정부는 남북대화를 트기 위해 애초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담대한 구상의 전제조건을 이단 대화를 하자는 쪽으로 틀었다”고 말했다. 통일부가 지난 2022년 11월 발간한 ‘비핵 평화 번영의 한반도 윤석열 정부 통일·대북정책’에 따르면 담대한 구상은 비핵화 로드맵의 첫 단계로서 한반도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과 북한 민생개선 시범사업 등 초기조치와 ‘포괄적 합의’ 도출 단계를 둔다. 관련해 통일부는 당시 출입기자들에게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면 포괄적 합의에 이르기 전이라도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과 민생 개선 시범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선(先) 비핵화 요구와는 다르다”며 “(또) 열린 구상이라 북한이 구체적인 요구를 제시하면 협의해나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남북경색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정부가 담대한 구상 추진을 견지하는 이유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2일 시무식에서 “새해에도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담대한 구상을 일관되게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북한이 결국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미 핵전력을 공동운용하는 한미 확장억제 압박이 지속되면 북한이 결국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김 장관은 “봉쇄전략을 입안해 평화적으로 자유세계의 냉전 승리를 이끈 미국 전략가 조지 케넌은 ‘태엽 감은 장난감 자동차’ 비유를 제시한 바 있다”며 “북한은 태엽 감은 장난감 자동차처럼 강력한 한미 억제체제의 벽에 막혀 태엽이 풀려 멈춰 서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1-03 16:29:04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인하에 반대하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26일 열린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은 내년 세제 개편안 중 법인세율 인하를 '부자 감세'라고 주장하며 집중 공세를 펼쳤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5년 전까지 22%였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 25%로 3%p 올렸다. 민간 주도의 역동적 경제를 표방하는 새 정부가 이를 원래대로 되돌리겠고 하자 야당이 총력 저지에 나선 것이다. 우리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의 평균인 21.5%보다 크게 높다. 법인세 인하는 기업의 세 부담을 덜어주어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최고세율을 1%P 내리면 설비 투자는 3.6% 늘어난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일본 등 20개국이 법인세율을 내린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했다고 구체적 숫자를 제시했다. 대기업, 재벌만을 위한 감세는 아니며 부자감세는 더욱 더 아니라는 것이다. 야당은 이런 설명에는 귀를 막고 반기업 정서에 빠져 덮어놓고 반대만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법인세 인하는 외국 기업 유치나 외국에 나간 기업들의 복귀(리쇼어링)에도 유인책이 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혜택은 파격적이다. 미국 조지아주가 그곳에 전기차(EV) 공장을 건설하는 현대자동차그룹에 세금 감면 등으로 지원하는 인센티브는 2조4000억원에 이른다. 약 2780억원의 소득공제 혜택도 준다. 공장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도로 건설 등도 주정부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고 한다. 8100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데 대한 화답이다. 미국에 21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삼성도 9조원의 세액공제를 받고 재산세도 90%나 감면받는다고 한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대 시장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은 수출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투자가 국내에서 이뤄졌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는가. 삼성이나 현대로서는 공장 설립 비용도 적고 노사분규도 없으며 임금도 우리보다 낮은 미국을 정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공동화된 제조업을 복원해 고용을 늘리자면 우리도 파격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그래야 있는 기업은 붙잡고 나간 기업은 되끌어들일 수 있다. 이런 판에 세율 인하는 기를 쓰고 반대하고 생떼를 쓰는 노조편만 드는 야당은 어느 나라 정당인가. 정치놀음에 실망한 기업들은 지금도 짐 쌀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정부도 리쇼어링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복귀를 지원하는 법률도 시행 중이다. 그러나 2014년부터 6년간 돌아온 기업은 단 88개뿐이다. 같은 기간 미국은 2411개, 일본은 3339개였다. 이유는 기업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가 약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구미를 당길만한 혜택을 새로 내놓아야 한다.
2022-07-26 18:21:27[파이낸셜뉴스] 대동그룹이 스마트 농업으로 사업을 확대하고자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대동은 8일 조직을 기존 '5부문 13본부'에서 '7부문 14본부'로 개편하고 투자·해외 전략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먼저 농업·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담당하는 DT추진실을 본부에서 부문으로 승격했다. 정밀농업 솔루션 개발을 전담할 스마트파밍팀도 꾸렸다. 프로덕트 개발부문에는 ICT 개발본부와 모빌리티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전동화·자율화·무인화 관련 기술을 확보해 e-바이크, 스마트 로봇체어 등 모빌리티 사업분야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전략투자실(부문)은 신설했다. 해당 부서는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 유치를 담당한다. 실장으로 이진혁(56) 전 하나금융투자 S&T부문 대표를 영입했다. 이 실장은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MBA)과정을 마친 후 조흥증권, 스미토모, BNP파리바은행 등을 거쳐 2009년 프랑스 1위 금융기업 크레디아그리콜그룹 한국 내 계열사 총괄대표에 올랐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하나금융투자 S&T에서 일한 인재다. 기획조정실 산하에 GBD본부를 만들었다. 해당 부서는 신규 시장에서 고객과의 파트너십을 확대 강화해 북미와 같은 핵심 거점 시장을 만드는 것을 담당한다. 본부장으로 글로벌 사업 전략 전문가인 박준식(54) 전무를 영입했다. 박 전무는 영국 브리티시 텔레콤 동아시아 총괄이사, KT G&E부문 글로벌사업본부장을 거쳐 지난 2017년부터 다산네트웍스의 자회사인 다산존솔루션즈의 영업·사업 부사장을 지낸 바 있다. 공장 부문도 수출을 위한 트랙터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 공장 부문에 있던 구매본부를 기획조정실 산하로 옳기고 GBD본부와 함께 해외 현지 생산까지도 고려할 글로벌 전략구매팀을 만들었다. 공장 부문 노재억 공장장(전무) 직속의 공장혁신팀을 신설해 ‘스마트 팩토리’ 등 생산 시스템 혁신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종순 대동 기획조정실장은 “미래사업의 추진 속도를 더 높여 이를 빠르게 실체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며 “앞으로도 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유능한 외부인사를 적극 영입해 대동의 비즈니스에 혁신과 변화를 주도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수습기자
2021-12-08 12:30:34[파이낸셜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처음으로 미국 출장길에 오르면서 20조원 규모의 미국내 파운드리 공장 후보지 선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미국·캐나다 출장에서 코로나 백신 파트너인 모더나와 바이오분야 협력 강화도 논의 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 이후 공식적인 대외 경영활동에서 나서면서 연말 인사·조지개편과 맞물려 '뉴 삼성' 행보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백신, 현지 회동 주목 이 부회장은 14일 오전 김포공항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전세기편을 통해 캐나다 토론토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캐나다 삼성전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찾은 후 미국으로 이동한다. 미국 방문에서는 현지 정부 관계자, 기업인 등을 만나 파운드리 공장 부지 선정을 마무리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항에서 이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신규 투자 결정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여러 미국 파트너들을 보기로 돼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오스틴에 이미 생산라인을 운영중이다.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삼성은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미국내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간 텍사스주 오스틴·테일러, 애리조나주 퀸크릭·굿이어, 뉴욕주 제네시 등을 후보지로 놓고 현지 정부와 혜택을 협상해 왔다. 이번 출장에서 반도체 기업 정보 공개와 관련해 현지 유력 인사들과 접촉해 삼성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와 관련한 질문에 이 부회장은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또 모더나와도 만날 예정이냐는 질문에 "보스턴에도 갈 것 같다"고 답했다. 모더나 본사는 보스턴과 인접한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다. 한편 출장 시기를 이때로 잡은 것은 오는 18일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이번 주에는 재판 일정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 된다. 이 부회장은 다음 재판 예정일인 25일 이전에만 한국에 돌아오면 된다. 이 부회장의 해외 방문은 지난 2020년 베트남 이후 13개월 만이며, 미국 출장은 2016년 이후 5년만에 처음이다. ■'뉴 삼성' 본격적 행보 전망 이번 출장을 계기로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달 고 이건희 회장의 1주기 때 이 부회장은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내놔 본격적인 경영 확대를 예고한 바 있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경쟁 구도는 점점 치열해지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기업들의 운신에 폭이 한껏 좁아진 상태다. 삼성은 세계 D램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선 대만의 TSMC에 비해 뒤처져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기준 TSMC의 매출액은 133억달러(한화 약 15조8000억원) 수준이며 세계 시장 점유율은 52.9%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파운드리 부문 매출액이 43억3400달러 (약 5조1000억원), 점유율은 17.3%로 뒤져 있다. 세계 시장 순위로는 2위지만 TSMC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나왔다. 지난달 17일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가 TSMC와 대적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 대표기업이 되려면 이 부회장이 이른 시일 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2021-11-14 10:04:59'한남동 르네상스'가 다시 시작됐다. 국내 최대 사립미술관인 삼성미술관 리움이 1년7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열었고 유럽 주요 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세계적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이 한남동에 서울점을 오픈했다. 또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영국 런던과 스위스 제네바, 홍콩 등 전세계 8개 지점 중 하나인 페이스갤러리 서울점은 '모빌'로 널리 알려진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을 뉴욕 전시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 소개하는 전시를 열었다.■돌아온 대표 사립미술관 '리움' 4년 전 '국정 농단' 사태 여파로 홍라희 관장과 홍라영 부관장이 사임하면서 '고미술'과 '현대미술' 상설전만 3년 가까이 지속해오던 리움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휴관에 돌입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물밑에서는 근본적 변화를 위해 몸부림쳤다. 1년7개월만인 지난 8일 리움은 전시 공간 리뉴얼을 비롯해 7년만에 새롭게 개편한 2개의 상설전과 4년만의 기획전을 열고 관람객들을 다시 맞이하기 시작했다. 재개관을 기념해 열린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을 통해 리움은 현대미술뿐 아니라 모든 예술의 근원인 '인간'을 재조명하고자 했다. 전시를 계속해 왔다면 꺼내들 수 없는 주제다. 기획전이 없었던 사이에 세상은 팬데믹 속에서도 진화했다. 그 가운데 당연시 해온 인간적 가치들을 바라보는 관점마저 변화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거울보기', '펼쳐진 몸', '일그러진 몸', '다치기 쉬운 우리', '모두의 방', '초월 열망', '낯선 공생' 등 7개의 주제 하에서 인간에 대한 예술적 성찰을 되돌아보고 문명의 분기점 마다 인간이 맞이한 다양한 곤경들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담아내고자 했다. 본 섹션을 앞두고 전시장을 향해 내려가는 길, 관람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작품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Ⅲ'와 안토니 곰리의 '표현', 조지 시걸의 '러시 아워' 등 인간의 서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이어 론 뮤익의 '마스크Ⅱ'를 시작으로 피에르 위그의 '이상(理想)의'까지 국내외 51명의 작가와 13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비엔날레 주제관 못지않은 대량의 컬렉션을 선보인다. 기획전은 내년 1월 2일까지 진행되며 연말까지 무료로 운영된다. ■韓미술시장 진출한 '타데우스 로팍' 1983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시작돼 런던과 프랑스 파리 등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며 70여명의 세계적인 미술가를 매니지먼트하고 있는 타데우스 로팍이 지난 6일 서울 한남동에 상륙했다. 2007년 이불 작가와 협업하고 2009년 파리 지점에서 이우환 전시를 열기도 했던 타데우스 로팍은 유럽시장을 넘어 요즘 부쩍 뜨거워진 한국의 미술시장을 공략하고 아시아 지역까지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지점 개관을 기념해 6일 방한한 타데우스 로팍 대표는 "유럽 아티스트 작품을 소개하는 것과 더불어 가능성 있는 아시아 작가를 찾기 위해 서울 지점을 열게 됐다"며 "특히 한국의 경우 1950~60년대 국제적 흐름에 영향을 받은 작가들을 발굴할 수 있고 유럽의 갤러리에도 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타데우스 로팍이 개관을 기념해 선보이는 첫 전시는 독일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개인전 '가르니 호텔'이다. 바젤리츠는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을 통해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작가로 거꾸로 서 있거나 누워있는 듯한 인물의 형상 회화로 유명하다. 지난해 열린 '아트부산'에서는 바젤리츠의 작품이 페어 최고가 13억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바젤리츠가 타데우스 로팍의 서울점 개관을 기념해 그린 회화 12점과 드로잉 12점을 선보이는데 바젤리츠의 평생의 뮤즈였던 아네 엘케와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을 비롯해 사슴과 말을 뒤집어 그린 작품이 두드러진다. 전시는 11월 27일까지. ■칼더의 '모빌' 한국에 소개하는 '페이스 갤러리' 2017년 이태원에 진출해 뉴욕 현지의 전시 트렌드를 발빠르게 소개해온 페이스갤러리 서울은 지난 6월 리움 인근 르베이지 빌딩 2층과 3층으로 확장 이전했다. 확장 이전 후 샘 길리엄과 조엘 샤피로의 개인전을 진행한 페이스갤러리 서울은 지난 5일부터 미술 교과서에도 나오는 알렉산더 칼더의 개인전을 진행 중이다. '모빌'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진 칼더는 초현실주의 화가인 호안 미로와 피에트 몬드리안의 영향을 받아 1930년부터 유화로 추상화를 그리기 시작하고, 이후 "몬드리안의 점과 선, 면들이 모두 움직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점, 선, 면을 철사로 이은 형태의 움직이는 조각을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인다. 프랑스어로 '움직임'과 '동기'를 뜻하는 '모빌'이라는 명칭은 1931년 마르셀 뒤샹이 이후 붙여준 이름이다. 이후 칼더는 기계적 장치가 아닌 기류와 빛,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반응해 움직이는 모빌을 만드는 일에 20년 넘게 몰두해왔는데 이번 전시에선 그 이후 1950~70년대 모빌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장시킨 칼더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다. 모빌 작품 외에도 잉크와 과슈를 사용해 그린 강렬한 색감의 회화와 전세계 곳곳에 설치했던 대형 공공 조각물의 미니어쳐격인 추상 조각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1월 20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1-10-11 17:21:34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이 4년 만에 다시 문을 연다. 리움은 지난 2017년 3월 홍라희 관장과 홍라영 총괄부관장이 사임한 후 4년여 동안 기획전 없이 상설전만 진행해 왔다. 이후 지난해 2월 코로나19로 문을 닫고 1년 7개월간 휴관해왔다. 삼성문화재단은 27일 리움과 호암미술관의 운영을 내달 8일부터 재개하고 이를 기념해 리움에서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을, 호암미술관에서는 '야금(冶金): 위대한 지혜'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삼성문화재단은 "리움미술관은 지난해 2월 25일 이후 약 1년 7개월간의 휴관 기간 동안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미술관으로 도약하고, 관람객과 소통하며, 새로운 문화경험을 제공하고자 전시와 공간 리뉴얼을 마치고 새롭게 출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리뉴얼을 통해 한국 전통미술과 국내외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리움의 '상설전'은 새로운 주제로 전면 개편해 지금까지 전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재개관 기념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은 예술의 근원인 인간을 돌아보고 위기와 재난의 시기에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는 인문학적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스위스 출신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미국 조각가 조지 시걸, 국내 설치미술가 이불,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 등의 작품이 출품될 예정이다. 한편 호암미술관의 재개관 기념 기획전 '야금: 위대한 지혜'는 금속공예를 통해 전통뿐 아니라 현대까지 한국미술의 역사를 짚어보는 융합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1-09-27 14:25:18어젠다 설정 능력은 탁월 라이벌이 흉내 못낼 특기 걸림돌 ①유권자가 증세 수용할까 ②소주성 닮은꼴 아닌가 ③기존 복지는 어떻게 되나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파워, 대단하다. 한국 정치가 이재명 1인한테 끌려간다. 미국 버클리대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틀을 잡는 자가 선거에서 이긴다고 말한다('코끼리는 생각하지 마'·2004). 틀(프레임)은 어젠다를 설정하는 능력이다. 이를테면 미국 공화당(코끼리)은 한동안 '감세'(Tax Cut)라는 단순한 용어로 유권자를 사로잡았다. 상대방이 감세 반대론을 펼쳐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결국 감세를 줄창 말해야 한다. 지금 한국 정치가 꼭 그렇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으로 논의의 중심에 섰다. 기본소득에 반대해도 이재명을 말해야 하고, 이재명을 반대해도 기본소득을 말해야 한다. 이런 꽃놀이패가 또 있을까. 이재명표 기본소득을 제대로 뜯어보자 ◇기본소득 구상 언제 나왔나 굳이 따지자면 2017년 대선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생애주기별 기본소득을 공약했다. 기본소득이라고 했지만 한계가 있다. 노인용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청년용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이재명표 기본소득 개념은 이보다 훨씬 넓다. 잘살든 못살든 모든 사람한테 주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한다. 총선이 열린 2020년 기본소득은 정치권으로 깊이 파고 든다. 4·15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전 국민에게 월 60만원을 지급하는 공약을 내놨다가 서둘러 취소하는 소동을 빚었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뒤 드디어 이재명 지사가 본격적으로 기본소득 칼을 빼든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20년 5월26일)을 통해 "이제 K방역에 이은 K경제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며 "K경제의 핵심은 바로 소멸성 지역화폐와 기본소득을 통한 소비역량 강화"라고 강조했다. 7월엔 대법원이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이 지사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덩달아 기본소득 논의도 날개를 달았다. ◇진보 진영 내 장군·멍군 무수한 사람이 이재명표 기본소득을 놓고 시비를 걸었다. 편의상 이낙연, 정세균, 임종석, 홍남기, 최문순 5인으로 압축 정리한다. 말말말을 통해 기본소득을 둘러싼 쟁점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낙연 vs 이재명> 2020년 6월 당시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제 취지를 이해한다. 그에 관한 찬반 논의도 환영한다"고 썼다. 이때만 해도 이낙연 지지율이 이재명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올 들어선 지지율이 저만치 벌어졌다. 자연 이 대표의 말도 거칠어졌다. 그는 2월2일 "(기본소득은) 알래스카 빼고는 그것을 하는 곳이 없고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이재명표 기본소득을 걷어찬 셈이다. 이재명은 곧바로 반격했다. 그는 2월6일 트위터에 "다른 나라가 안 하는데 우리가 감히 할 수 있겠냐는 사대적 열패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열패(劣敗)는 자신이 속한 정당 대표에게 쓸 단어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곧바로 "이 대표는 명색이 우리가 속한 민주당의 대표다. '사대적 열패의식'이라는 반격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으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열패'라는 단어는 두고두고 말썽을 부릴 소지가 크다. 이 지사는 2월7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필요한 정책이라면 외국에 선례가 없다며 지레 겁먹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길을 찾아내는 정치인의 일"이라며 이 대표에 대한 반격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이낙연 대표라면 무지 신경이 거슬릴 것 같다. <정세균 vs 이재명> 정세균 총리는 2월4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지구상에 기본소득제도를 성공적으로 시행한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에 필요한 재원도 없는 데다 이를 실행하려면 기존의 모든 복지를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와 이 지사는 잠재적 경쟁자다. 오고 가는 말이 고울 수가 없다. 이 지사가 "다른 나라가 안 하는데 우리가 감히 할 수 있겠냐는 사대적 열패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한 것은 이 대표와 정 총리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정 총리도 가만 있지 않았다. 그는 2월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왜 쓸데없는 데다가 우리가 전력을 낭비하느냐"며 이재명표 기본소득을 꾸욱 밟았다. '쓸데없는' 소리를 한 이 지사가 어떤 반격을 펼칠지 지켜보자. <임종석 vs 이재명> 임종석 전 실장이 기본소득 전투에 참전한 것은 민주당 주류의 조급함을 반영하는 듯하다. 이재명에 맞설 친문 후보가 영 뜨지 않고 있어서다. 임 전 실장은 2월8일 재원과 불공정성을 물고 늘어졌다. 그는 "이 지사가 중장기 목표로 제시하는 월 50만원을 지급하려면 약 317조의 예산이 소요된다"며 "어마어마한 규모의 증세가 필요하다. 스위스에서 부결된 이유를 쉽게 짐작하게 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본소득이 우리 현실에서 공정하고 정의롭냐는 문제의식을 떨칠 수가 없다"며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쓰는 것이 미래 세대에 고통을 떠넘기지 않으면서 더 공정한 것일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2월9일 "교황께서도 기본소득을 지지한다"며 "기본소득은 더 이상 낯설거나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이제는 구체적인 세부 논의로 들어가야 할 때"라고 반박했다. 임 전 실장이 이튿날 "교황이 제안한 것은 기본임금"이라고 재반박한 것은 참고로 알아두자. <최문순 vs 이재명> 최문순 강원 지사도 이재명과 세게 붙었다. 최 지사는 25일 "기본소득은 우파들의 정책"이라며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속임수"라고 쏘아붙였다. '우파'는 이재명에게 아픈 대목이다. 핀란드 등 해외 사례를 보면 우파들이 기본소득 정책을 주도한 사례가 꽤 보인다. 헤프게 쓰는 기존 복지를 한데 그러모아 기본소득으로 퉁 치자는 게 우파들의 생각이다. 이재명은 역시 그답게 사이다 스타일로 반격했다. 그는 25일 페이스북에서 "민생과 경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좌파면 어떻고 우파면 어떠냐"고 되물었다. "내 주장엔 좌파, 우파 요소가 모두 들어있고 제3의 입장에 가까우니 굳이 따지자면 양파나 무파에 더 가깝겠다"고도 했다. 스스로 실용주의자를 자처한 이 지사는 "이념이나 학문은 그것이 좌파의 소유든 우파의 소유든, 유용성이 있으면 쓰고 없으면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남기 vs 이재명> 사사건건 대립하는 두 사람은 기본소득을 놓고도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섰다. 홍 부총리는 작년 6월 서울 프레스센터 강연에서 "전 세계에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은 복지체계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를 논의할 때"라는 것이다. "의료 등 어려운 사람에 대한 지원을 다 없애고 전 국민 빵값으로 일정한 금액을 주는 것이 더 맞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기본소득 주장은 생뚱맞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지난해 10월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직격탄을 퍼부었다. 이어 12월엔 "전쟁 중 수술비 아낀 것은 자랑이 아니라 수준 낮은 자린고비"라고 홍 부총리를 비꼬았다. 경제부총리와 경기 지사가 이렇게 대놓고 싸우는 건 처음 본다. ◇다른 나라는 어땠나 미국 알래스카부터 보자. 이낙연 대표가 "알래스카 빼고는…"이라고 한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세계에서 기본소득제를 제대로 실시하는 곳은 사실상 알래스카주가 유일하다. 자원이 풍부한 알래스카는 1976년 주헌법에 따라 알래스카영구기금(APF·Alaska Permanent Fund)을 만들어 석유에서 발생한 수익을 조건없이 주민들에게 나눠준다. 만인의 백과사전 위키피디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기금은 640억달러(약 72조원) 규모로, 해마다 평균 1600달러(약 180만원)을 모든 주민에게 공짜로 준다. 하지만 알래스카 사례는 참고용일뿐 우리가 따라할 모델은 아니다. 알래스카는 땅은 넓지만 인구는 71만명 조금 넘는다. 서울 송파구 인구(약 67만명·2021년 1월 기준)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자원 덕에 미국 50개 주 가운데 소득은 8위권이다. 알래스카 모델은 중동의 작은 석유부국한테나 어울린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기본소득 실험을 제대로 한 나라는 핀란드가 있다. 유하 시필레 중도당 대표가 이끄는 우파연합이 2년(2017년 1월~2018년 12월)에 걸쳐 기본소득을 실험했다. 장기 실업자 2000명을 임의로 뽑아 매달 560유로(약 76만원)를 주었다. 560유로는 실업수당과 비슷한 금액이다. 기본소득 실험에선 실직자가 새 직장을 구하든 말든, 빈둥빈둥 놀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결과는 실망스럽다. 가장 바란 게 구직효과인데, 기본소득을 받지 않는 그룹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일자리는 늘지 않았고,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스위스는 2016년 국민투표에서 민의를 물었다. 유권자 77%가 반대했다. 찬성론자들은 기본소득을 헌법에 넣으려 했으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스위스 기본소득안은 핀란드안보다 더 야심만만했다. 기존 복지 혜택을 기본소득 하나로 통합하려고 했다. 자연 금액도 핀란드보다 셌다. 성인은 월 2500스위스프랑(약 320만원), 어린이는 625스위스프랑(약 80만원) 수준이다. 이 돈을 잘살든 못살든 스위스에 거주하는 모든 이에게 주려고 했다. 이렇게 하면 한해 2080억 스위스프랑(약 264조원)이 든다. 기본소득 찬성파는 재원 조달 통로로 크게 두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복지비 통합, 다른 하나는 세금이다. 정부는 복지비를 다 모아도 250억 스위스프랑(약 32조원)이 빌 걸로 봤다. 결국 증세가 불가피하다. 스위스 국민이 기본소득안을 걷어찬 이유다. 기본소득을 노리고 동유럽, 아프리카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입국할 것이란 우려도 작용했다. 당시 스위스 정부가 기본소득 반대 운동을 펼친 것도 흥미롭다. 최근 독일 사례를 자주 이야기한다. 하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독일경제연구소(DIW)와 '나의기본소득' 협회가 공동으로 작년 8월부터 오는 2024년말까지 실험을 진행 중이다. 120명에게 다달이 1200유로(약 164만원)을 준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비용는 협회에서 댄다. 정부 프로젝트가 아니란 얘기다. 기본소득 효과를 학술적으로 알아보는 차원으로 보면 맞다. ◇이재명이 풀어야 할 숙제 <증세 걸림돌> 이재명표 기본소득의 최대 장애물은 증세다. 이 지사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끊임없이 증세 필요성을 강조한다. 당당한 모습은 좋다. 증세라면 벌벌 떠는 다른 정치인들과 다르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목적세 신설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기본소득용 탄소세, 토지불로소득세, 데이터세, 로봇세 등을 말한다.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렵다. 오죽하면 증세를 정치인의 무덤이라고 했을까. 기본소득용 토지불로소득세? 지금도 집을 가진 이들은 재산세, 종부세로 부글부글 끓는다. 집으로 번 돈을 다 세금으로 내라고 하면 "예, 알았습니다"하면서 순순히 응할까? 턱도 없다. 이재명은 "대다수 국민은 내는 세금보다 돌려받는 기본소득이 더많은 기본소득목적세를 이해하기만 하면 증세에 반대하기보다 오히려 찬성할것"(2.7 페이스북)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가 의외로 순진한 구석이 있다. '대다수 국민'이 아니라 '극소수 국민'이라야 맞다. 조세저항은 이재명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설득력 있는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한 기본소득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전례가 없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초 소득주도성장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최저임금을 팍팍 올리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라고 닦달했다. 그래서 지금 저소득층이 더 살기 좋아졌는가. 과연 소득이 성장을 주도했나. 전례없는 소주성 전략을 두고 경제학자들은 부두(Voodoo) 이코노미, 곧 주술 경제학이 될 거라고 우려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소주성은 대실패로 끝났다. 기본소득도 모델이 없다. 이 지사는 '사대적 열패의식'을 버리라고 하지만 소주성 결과를 뻔히 아는데 어떻게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지사는 기본소득이 복지 정책이면서 동시에 경제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소비 진작을 통해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피할 수 없는 복지적 경제정책"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말을 문 정부도 했다. 소주성이 분배를 개선하면서 동시에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주문처럼 외웠다. 소주성 참사는 이 지사가 짊어져야 할 멍에다. <기본소득은 우파 정책> 보수야당 국민의힘은 정강정책 1호로 기본소득을 내세운다. 이 지사는 국힘 기본소득을 짝퉁으로 폄하한다. 물론 차이는 있다. 국힘의 기본소득 정책은 기존 현금 지원제도를 통합하는 데 방점을 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왜 민주당 소속 이재명 지사가 국힘 1호와 같은 이름의 정책을 주창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핀란드·스위스 사례에서 보듯 해외에서도 기본소득은 외려 우파가 선호한다. 독일도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지난해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러다 복지까지 망치면 어쩌나> 이 지사는 기본소득제를 도입함과 동시에 기존 복지를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글쎄다. 한정된 자원을 기본소득에 할당하면 의료 등 기존 복지엔 아무래도 마이너스가 아닐까. 핀란드, 스위스는 세계가 부러워 하는 고부담·고복지 국가다. 두 나라는 복지 수준을 일정한 선에 올려놓은 뒤 더 나은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다 기본소득에 손을 댔으나 결국은 기존 복지 체제로 돌아왔다. 한국은 사회안전망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전형적인 저부담·저복지 국가다. 코로나 사태 때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아우성을 칠 수밖에 없다. 홍남기 부총리가 "지금은 복지체계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를 논의할 때"라고 말한 배경이다. 심지어 노동계 안에서도 '조건없는 기본소득은 복지국가를 파괴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아래 노동권연구소의 제갈현숙 연구위원이 '참세상'(2021년 1월13일)에 기고한 글을 읽어보자. "쾰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이자, 독일 사회정책의 대표학자인 부터베게(C. Butterwegge)는 2015년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복지국가를 파괴한다'라는 글을 통해 기본소득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은 이미 부유한 사람에겐 필요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충분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공정할 수 없어서 하나의 유토피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기본소득은 16세기 영국 철학자 토마스 모어가 명저 '유토피아'에서 "도둑을 줄이려면 교수형 같은 끔직한 형벌 대신 모든 사람에게 약간의 생계수단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효시로 친다. ◇이재명표 좀 더 다듬길 한국 사회에서 기본소득 논의를 활성화시킨 최대 공로자는 이재명 지사다. 과감하게 증세 필요성을 제시한 것도 그가 아니면 어렵다. 하지만 이재명표 기본소득은 아직 다듬어야 할 구석이 여럿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2017년 5월 '주요 선진국의 기본소득 논의 동향' 보고서에서 세가지 어려움을 예상한다. ① 기본소득 재원을 확보하려면 세금 인상, 세출 조정 등이 불가피하나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어려울 가능성 ② 기본소득 지급으로 근로의욕 저하 및 노동력 감소를 야기할 가능성 ③ 재정건전성을 위해 기존 복지제도를 축소 또는 폐지할 경우 복지 수혜 대상의 반발 예상 4년 전 지적이지만 지금도 유효하다. 이재명은 기본소득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 탔다. 호랑이를 잘 길들여야 다치지 않고 내려올 수 있다. 유권자들이 옳거니, 무릎을 칠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2021-02-26 19:23:29어느덧 마지막 칼럼이다. 작년에 칼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원정소송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미국 대선 결과는 불확실성 속에서 표류했다. 시리즈를 마치는 지금 미국은 민주당이 행정부와 하원은 물론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상원마저 장악하며 향후 16년간의 정책 기조에 대한 방향성이 정해졌다. 원정소송이라는 대항해를 앞둔 우리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16년 동안의 풍향이 정해진 셈이다. 그러나 낯선 해외 관할지에서의 원정소송은 여전히 곳곳에 숨은 암초와 소용돌이를 파악하고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극도의 분열에서 치러진 작년 미국 대선은 총만 들지 않았을 뿐 1861년의 남북전쟁과 비슷한 점이 많다. 남북전쟁의 명분은 노예제 폐지였다. 그러나 이 무력 내전(military civil war)의 본질은 북부 주도의 공업국가로 부국강병을 이루려는 북부연합과, 남부 주도의 농업국가로 남는 것을 고집했던 남부연합 간의 국가 미래 방향성 결정을 위한 분쟁이었다. 작년 말 마치 제2차 남북전쟁처럼 치열했던 미국 대선 역시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겉으로 드러난 명분은 트럼프의 분열정치 종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 내전(election civil war)의 본질은 미국 서부와 동부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경제를 재편하려는 세력과, 현상 유지를 고집하며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거부하는 남부와 중부 중심 블루칼라 연대 간의 분쟁이다. 역사적 유사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두 차례에 걸친 역사적 분쟁은 미국 조지아주 혈투로 마무리됐다. 1861년에 시작된 남북전쟁은 남부군의 심장이던 조지아주의 수도 애틀랜타가 함락되면서 실질적인 종결을 맞았다. 이번 선거 내전 역시 트럼프 연대의 아성이던 조지아주가 바이든에게 넘어가고,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를 통해 공화당의 상원 과반이 무너지면서 종결됐다. '원정소송 오디세이' 시리즈는 우리 기업들이 치러야 하는 고비용 원정소송의 원인을 분석하고 정책적 제안을 제시했다. 게임체인저가 된 리걸테크를 말하면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배심원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른 한편 희망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특허청은 지식재산권 강국 코리아를 위해 e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앞장서고 있고, 금융위원회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시대에 부응하도록 공인회계사 시험을 전면 개편했다. 한국디지털포렌식학회는 승소의 핵심인 결정적 증거(일명 스모킹건) 입증 방식의 무게중심이 증인 신뢰도(credibility)에서 증거 진정성(authentication)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간파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고, 한국규제학회는 최첨단 리걸테크로 무장하는 한국 법조계의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되는 불합리한 규제를 연구·분석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전자증거개시제도 도입과 손해배상제도 현실화를 제안했다. 이처럼 국익을 위해 퍼즐을 맞춰 나가는 여러 기관과 학회에 원정소송 오디세이의 희망찬 다음 여정을 맡긴다. 기업분쟁 해결 분석가인 필자가 기대하는 2021년은 제도 개혁을 통해 한국 기업 간 분쟁을 국내에서도 충분히 다룰 수 있도록 그릇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다. 신축년 새해가 '왜 우리 기업들은 다시 한국 법원으로 돌아오는가'를 연구하는 원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심재훈 미국 변호사, 기업분쟁 해결 분석가
2021-01-13 16:54:13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보유세 인상'에 군불을 지폈다. 당 지도부가 나서 주거안정을 이유로 공개적으로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청와대가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고, 당내에서도 당론 채택에는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지만 본격적인 공론화 작업에 시동을 걸고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1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최근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비정상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여당은 재건축 부담금을 포함해 보유세 인상, 분양원가 공개 등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강남 등 일부지역의 집값 급등은 소용돌이처럼 서울과 수도권, 전국으로 뻗어나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정책의 효과도 반감시키고 있다"며 "서울에서의 내 집 마련이 뉴욕보다 무려 3.5년이 더 걸리는 상황인데 이대로 둘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 원내대표는 "경제적 약자의 주거부 담 완화를 위해 공적주택 보급을 확대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모기지도 재설계할 것"이라면서 "부동산 불패 신화에 마침표를 찍고 주택이 투기가 아닌 주거의 대상으로 자리하도록 반드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우 원내대표의 이날 '보유세 인상' 시사는 '지대 개혁'을 주창하고 나선 추미애 당대표와 궤를 같이 한다. 추 대표는 지난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단일토지세를 주장한 19세기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를 인용하며 지대개혁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국회에서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 토론회까지 주최하며 관련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대표에 이어 원내사령탑인 우 원내대표까지 '보유세 인상'을 언급함에 따라 당차원의 공론화 및 법제화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당내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보유세 인상과 관련한 공론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지난 19일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1가구 1주택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종합부동산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정과세 실현TF(태스크포스)' 간사를 맡고 있는 김종민 의원은 지난 29일 '땅보다 땀이 대우받는 사회를 향하여-부동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유세제 개편방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당시 발제자로 나선 대구가톨릭대 전강수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국토보유세 도입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우 원내대표는 여야와 모든 경제주체가 참여하는 '사회적 연대 위원회(가칭)'의 국회내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거센 도전의 파고 속에서 국민의 삶을 지키고 거대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총의를 하나로 모으는 그릇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연대 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나라의 미래를 열 수 있도록 정치권과 경제주체 모두의 대승적 결단을 호소한다"고 부탁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2018-01-31 17:37:13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보유세 인상'에 군불을 지폈다. 당 지도부가 나서 주거안정을 이유로 공개적으로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청와대가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고, 당내에서도 당론 채택에는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지만 본격적인 공론화 작업에 시동을 걸고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1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최근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비정상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여당은 재건축 부담금을 포함해 보유세 인상, 분양원가 공개 등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강남 등 일부지역의 집값 급등은 소용돌이처럼 서울과 수도권, 전국으로 뻗어나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정책의 효과도 반감시키고 있다"며 "서울에서의 내 집 마련이 뉴욕보다 무려 3.5년이 더 걸리는 상황인데 이대로 둘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 원내대표는 "경제적 약자의 주거부 담 완화를 위해 공적주택 보급을 확대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모기지도 재설계할 것"이라면서 "부동산 불패 신화에 마침표를 찍고 주택이 투기가 아닌 주거의 대상으로 자리하도록 반드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우 원내대표의 이날 '보유세 인상' 시사는 '지대 개혁'을 주창하고 나선 추미애 당대표와 궤를 같이 한다. 추 대표는 지난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단일토지세를 주장한 19세기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를 인용하며 지대개혁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국회에서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 토론회까지 주최하며 관련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대표에 이어 원내사령탑인 우 원내대표까지 '보유세 인상'을 언급함에 따라 당차원의 공론화 및 법제화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당내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보유세 인상과 관련한 공론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지난 19일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1가구 1주택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종합부동산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정과세 실현TF(태스크포스)' 간사를 맡고 있는 김종민 의원은 지난 29일 '땅보다 땀이 대우받는 사회를 향하여-부동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유세제 개편방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당시 발제자로 나선 대구가톨릭대 전강수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국토보유세 도입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우 원내대표는 여야와 모든 경제주체가 참여하는 '사회적 연대 위원회(가칭)'의 국회내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거센 도전의 파고 속에서 국민의 삶을 지키고 거대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총의를 하나로 모으는 그릇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연대 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나라의 미래를 열 수 있도록 정치권과 경제주체 모두의 대승적 결단을 호소한다"고 부탁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2018-01-31 16:3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