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나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물납제가 지난해 1월 2일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으로 도입된 이후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낸 첫 사례가 나왔다. 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미술계에 따르면 물납된 미술품 4점이 8일 국립현대미술관에 수장고에 반입된다. 물납제는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고 상속재산 중 금융재산가액보다 많을 때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납세자가 관할 세무서에 물납을 신청하면 세무서가 문체부에 이를 통보하고, 문체부가 역사·학술·예술적 가치를 따져 물납 필요성을 인정하면 세무서가 납세자에게 허가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술품 상속세에 한해 물납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물납된 미술품은 올해 1월 서울 서초세무서에 물납 신청된 10점 중 한국과 중국의 현대미술 작품 4점이다. 서초세무서가 신청 내역을 통보함에 따라 문체부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를 비롯해 민간 전문가 등 7명으로 구성된 심의위를 거쳐 10점 중 4점을 물납 받기로 결정했다. 물납된 미술품은 중국 작가 쩡판즈의 '초상'(2007) 2점과 한국 작가 이만익(1938∼2012)의 '일출도'(1991), 전광영의 한지 조각 '집합(Aggregation)08-JU072블루'(2008)다. 쩡판즈의 작품은 이번 물납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처음으로 소장하게 됐다. 물납 작품의 가액은 비공개다. 4개 작품 중 가격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쩡판즈의 초상화는 유사한 작품이 지난 2021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685만홍콩달러(수수료 포함, 약 11억9000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문체부는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내는 첫 사례가 나옴에 따라 앞으로 이 제도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납세자가 물납 신청한 미술품 중 학술·예술적 가치와 활용도, 작품 보존 상태 등을 검토해 물납 적정성 여부를 결정했다"며 "물납 작품들은 상태조사 등 절차를 거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 등록될 예정이며, 향후 다양한 전시와 행사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화계에서는 2020년 5월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보물 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놓은 것을 계기로 문화재·미술품 상속세 물납제 도입 주장이 본격화됐다. 또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의 '이건희 컬렉션' 기증을 전후해 물납 허용 요구가 더욱 커졌다. 이후 2021년 말 국회에서 2023년 1월 1일 이후 상속 개시분에 대해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상속세를 미술품이나 문화재로 대신 납부할 수 있는 물납 특례가 포함된 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0-07 19:19:36[파이낸셜뉴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미술품을 각각 경매한다. 14일 미술계에 따르면 서울옥션은 오는 2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총 105점, 63억원 상당 미술품을 경매한다. 조선 후기 문인이었던 연객 허필(1709∼1768)이 금강산 입구의 헐성루에서 바라본 금강산 풍경을 그린 '헐성루망만이천봉'(歇惺樓望萬二千峰)이 추정가 1억8천만∼3억원에 출품됐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때 유명 소장가였던 외과의사 박창훈이 소장하기도 했다. 근현대 미술품으로는 이강소의 400호 크기 '무제-89010' 작품(추정가 2억∼4억원)이 출품됐다. 2007년 오스트리아 쿤스트할레 빈에서 전시됐던 작품이다. 출품작은 15∼25일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케이옥션은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79점, 71억원 상당 미술품을 경매한다. 백합꽃 두 송이를 그린 박수근의 정물화 '백합'은 추정가 2억∼4억원에 출품됐다. 중국 작가 쩡판즈(曾梵志)의 '초상'(Portrait) 연작 2점이 각각 추정가 11억5천만∼15억원에 나왔다. 일본 작가 록카쿠 아야코 작품은 '무제'(Untitled. 추정가 10억∼12억5천만원) 등 5점이 경매된다. 출품작은 15∼26일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04-14 11:56:27펑정지에 '중국 초상'(12월 17일까지 제주현대미술관) 그의 그림 속 여주인공들은 모두 외사시(外斜視)다. 매혹적이지만 두 눈동자가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어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다. 장샤오강, 쩡판즈 등과 함께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급부상한 펑정지에(45)의 '중국 초상'이다. 이른바 '펑정지에 핑크'로 불리는 짙은 분홍색과 암록색의 강렬한 보색 대비도 눈에 띈다. 중국 민화에서 차용한 이 두 색깔의 상호충돌이 강력한 자장(磁場)을 형성하면서 그의 그림은 더욱 강렬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작가는 "방향이 다른 두 눈동자는 중국 사회의 모순성을 대변하는 것"이라면서 "최근 중국 사회가 발전하고 있지만 그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 않나. 그런 점을 작품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19일부터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펑정지에'전에는 그의 대표작인 '중국 초상' 외에도 배경 화면에 당시(唐詩)를 써넣은 신작과 입체, 설치작품 등 40여점이 나온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부장
2013-10-17 17:22:40이우환 '점으로부터' 서울옥션(대표 이학준)이 제10회 홍콩 경매에 내놓을 작품들을 6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호림아트센터에서 전시한다. 오는 26일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이번 경매에는 장샤오강, 쩡판즈 등 중국 현대미술 대표작을 비롯해 이우환, 전광영, 이동기, 정해윤 등 국내 작가들의 작품과 데미안 허스트, 앤디 워홀 등 해외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총망라됐다.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장샤오강의 '대가족'. 혼란스러운 중국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장샤오강의 '대가족' 시리즈는 세계 경매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인기작품으로 '혈연:대가족 1호'가 지난해 홍콩에서 6562만홍콩달러(약 95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중국 현대미술 작품으로는 이 밖에도 쩡판즈의 '남자 초상'과 '두 남자', 자오춘야의 '녹색 개', 천롄칭의 '분노의 청년', 양샤오빈의 '무제' 등이 출품된다. 장샤오강 '대가족' 추정가 20억원에 이르는 이우환의 '점으로부터'(1977년작)는 한국 작가 해외경매 최고가 기록에 도전한다. 한국작가의 해외 경매 최고가 기록은 뉴욕 크리스티가 거래한 박수근의 '나무와 세 여인'으로 지난 9월 198만6500달러(약 22억4000만원)에 팔렸다. 한국작가 작품으로는 이 밖에도 전광영의 '집합', 정해윤의 '무제', 이동기의 '하늘을 나는 아토마우스' 등이 나온다. (02)395-0330 정순민 기자
2012-11-05 18:07:55고영훈 '스톤북'예금보험공사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압류한 91점의 미술품 중 4점이 경매에 부쳐진다. 고영훈의 '스톤북'(경매 시작가 6800만원)과 오치균의 '풍경'(3500만원) 등 4점이 오는 20일 오후 5시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에서 열리는 봄 정기경매에 나오는 것. 또 장샤오강, 쩡판즈, 펑정제 등 중국 작가 작품이 포함된 해외 작품 10점은 오는 4월 3일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홍콩 경매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정기경매에는 이 밖에도 박수근,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 등 한국 근·현대미술의 대표작과 고미술품 등 총 124점이 나온다. 총 추정가액은 65억원 수준. 국내 첫선을 보이는 박수근의 '노상의 여인들'이 추정가 5억~8억원에 나온 것을 비롯해 김환기의 1970년대 작품 '무제'가 4억~5억원, 이우환의 200호 크기 작품 '바람과 함께'가 2억5000만~3억5000만원에 나왔다. 또 해외 작품으로는 구사마 야요이의 '남국'(6000만~8000만원), 이브 클랭의 '파란 테이블'(2500만~3500만원), 줄리언 오피의 'Ruth Smoking 3'(1000만~1500만원) 등이 새 주인을 기다린다. (02)395-0330 K옥션의 봄 경매는 하루 뒤인 21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K옥션 사옥에서 열린다. 총 추정가액이 100억원대에 이르는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일본 현대미술가 구사마 야요이의 1000호 크기 대작 'Infinity Stars'로 경매추정가가 12억~15억원에 책정됐다. 이 밖에도 중국 현대미술의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쩡판즈의 '초상화'(추정가 10억~15억원)를 비롯해 르누아르의 1917년작 '장미꽃다발'(5억~5억5000만원), 미국 팝아티스트 탐 웨슬만의 '뉴 베드룸 블론드 두들'(3억5000만~5억5000만원), 키스 해링의 조각 작품 'Circling Dog'(9000만~1억3000만원) 등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출품됐다. 이번 경매에는 또 김정숙, 윤영자, 최종태, 최만린 등 한국 조각사를 수놓은 작가들의 조각 작품 36점이 특별섹션 형식으로 출품돼 눈길을 끈다. (02)3479-8888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12-03-14 17:57:13▲ 펑정지에의 ‘중국초상’ 위에민준에서 다니엘 리까지 중국 현대미술을 이끌고 있는 16명의 작품을 내건 전시회가 열린다. 오는 7월3일까지 서울 여의도 63스카이아트 미술관에서 계속되는 ‘차이나 더 뉴웨이브’전이다. 전시회는 인(人·사람), 화(華·사회변화), 고(古·전통) 등 3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쩡판즈를 비롯해 장샤오강, 팡리준 등의 작품으로 꾸민 ‘인’에서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중국인들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작가의 분신인 ‘민머리’ 형상의 군중이 부유하는 모습을 포착, 중국인의 생존과 실존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팡리준의 그림이 특히 인상적이다. 또 냉소적 리얼리즘을 보여주는 위에민준을 비롯해 펑정지에·왕광이 등의 작품이 내걸린 ‘화’에선 현대 중국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을, 리진·위치핑·예이용칭 등의 작품을 전시한 ‘고’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행복하게 만나는 순간을 목격할 수 있다. 문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리진의 ‘사람들은 먹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가 대표적이다. 일종의 ‘특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첨(添)’ 코너도 눈길을 끈다. 중국 재외(在外)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이 코너에는 어린시절 중국을 떠나 미국에서 사진을 전공한 다니엘 리, 현재 프랑스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루샤오판 등이 참여했다. (02)789-5663 /jsm64@fnnews.com정순민기자
2011-03-21 13:25:08▲ 펑정제의 ‘중국초상’지난 2002년 장샤오강, 쩡판즈 등 중국 작가들의 작품 가격을 보며 사람들은 버블이라고 투덜댔다. 중국작가 작품이 1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까지 나간다니 너무 비싸다는 얘기였다. 그로부터 5년 뒤 쩡판즈와 장샤오강의 작품들이 10억원 이상에 거래되기 시작했다.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무려 100배에 이르는 어처구니 없는 가격상승이었다. 분명 버블이었지만 점점 더 많은 투기자본이 중국현대미술로 흘러들어가 제2, 제3의 장샤오강을 찾아 달라고 난리였다. 쩡판즈와 장샤오강 등 이미 국제 시장에서 성공한 작가들의 성공신화에 만취한 사람들은 ‘새로운 중국작가를 찾는’ 행렬에 올인했다. 적어도 미술에 있어서 ‘메이드 인 차이나’는 일종의 명품 보증서 역할을 했다. 실제 작가들이 “내가 만약 중국 국적이었으면 더 높은 가격에 팔릴 텐데…”하며 아쉬워했다. 중국작가의 위상은 여러 곳에서 통로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2007년 아트프라이스에 따르면 생존 작가 가운데 가장 잘 팔리는 작가 열 명 중 다섯 명이 중국작가라는 조사가 나왔다. 게르하르트 리히터, 데미안 허스트의 뒤를 이어 장샤오강이 한 해 동안 560억원을 거래한 작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뉴욕의 페이스 갤러리가 장샤오강과 장환을 전속 계약했고, 아쿠아밸라 갤러리가 쩡판즈와, 매리분 갤러리가 아이웨이웨이와 계약하며 중국작가들의 메이저 시장에서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졌다. 여기에 더해져 런던의 찰스 사치는 중국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을 대대적으로 구입해 새로 확장 이전하는 사치 갤러리의 개관전으로 삼았다. 그러나 영광도 잠시 2008년 후반기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중국 현대미술은 버블과 투기 이야기만 나오면 단골로 인용되는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10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중국 현대미술이 걸어온 길은 크고 화려했다. 그 화려함 때문에 미처 보지 못하고 놓쳤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구겐하임미술관과 뉴욕 모마 등에서 개인전을 여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버블논쟁 속에서 추락한 작가가 고개를 들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수도 없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 중국 현대미술의 오늘이다. 이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최소한 두 가지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아시아 작가로서 스타작가로 올라서는 방법과 다른 하나는 버블 논쟁에 휩싸이지 않고 스스로를 관리하며 지속적으로 좋은 작품을 해 낼 수 있는 작가정신의 회복이다. 베이징에 사는 꽤 유명한 한 젊은 작가가 있었다. 중국 현대미술의 선두주자로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언제나 일인자의 대접을 받았고 평단과 시장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국제적인 비엔날레에서 중국을 대표했고 그를 다루는 잡지는 미술에서 패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런 명성 덕분에 점점 더 많은 해외 컬렉터와 중국 내 컬렉터가 생겨났고 미술 이외에 시작한 사업 역시 작가의 명성과 더불어 연이어 히트했다. 결국 작가는 높아진 수요를 반영해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앤디 워홀도 그랬고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도 그러는데 자기는 왜 안 되느냐는 반응을 보이며 팩토리 시스템을 가동했다. 한껏 높아진 위상 덕분에 어떤 평론가나 큐레이터의 쓴소리는 사라지고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달콤한 말만이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렇게 해서 쏟아져 나온 그림 앞에 사람들은 더 이상 그를 중국 현대미술의 선두주자라고 말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그가 그린 그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이즈만 키웠을 뿐 여러 사람이 그린 것이 너무나 티나는 작품이었다. 반면 그의 친구는 작품 가격이나 대중적인 인기, 국제적인 인지도 등 모든 면에서 떨어지는 작가였다. 시장에서 인기도 없을 것 같은 작품을 고집하면서도 다양한 붓질을 실험할 만큼 스타일에 열려 있는 작가였다. 우직하게 혼자 작업하는 걸 좋아했고 그래서 그의 작품은 시장에 많이 풀리지 않았다. 이후 해외에서의 잇따른 호평에 시장의 반응을 얻었지만 결코 여기에 반응해 시장이 요구하는 팔리기 좋은 작품을 생산하지 않았다. 그는 곧 뉴욕 화랑의 전속작가가 되었고 중국 생존 작가로는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영광을 얻었다. ▲ 쩡판즈의 '마스크'. 그는 광조우 트리엔날레를 통해 국제 무대에 소개된 뒤 독일, 프랑스, 미국, 런던, 한국 등에서 '마스크 시리즈'로 돌풍을 일으켰다.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 전시를 개최했으며,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으로 지난 2008년 5월 홍콩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가 100억원을 기록했다. 지금도 그는 이야기한다. “만일 내 작품이 시장에 많이 팔려 나갔더라면 경제가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그 작품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렸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위 두 개의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에피소드다. 시장의 호황에 한 작가는 추락했고 다른 한 작가는 정상에 올랐다. 사람들은 숫자에 쉽게 현혹된다. 객관적인 양과 정보를 담고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점이 맹점이다. 투기에 눈먼 자본이 작품 자체를 바라보지 못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담고 있을 것이라는 착시에 베팅하고 이는 또 다른 베팅을 부른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작품을 고를 때는 3가지 필요충분조건을 확인해 봐야 한다. 첫 번째는 다른 작품으로 교체할 수 없을 것, 다시 말해 동어반복을 하고 있지 않을 것, 두 번째는 미술관 전시에 적합할 만한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있을 것, 세 번째는 적어도 2개의 문화권, 2개의 국가에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량생산은 필연적으로 동어반복을 생산한다. 이렇게 해서 생산된 동어반복은 결국 미술관 등의 기관에서 전시할 명분을 훼손시킨다. 불황과 버블 논쟁 속에 베이징의 많은 화랑들이 문을 닫고 인력을 감원하고 전시를 취소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야심차게 10년 계약으로 베이징에 진출한 페이스 갤러리 역시 1년 동안 전시를 안 한다는 방침이고 해외 화랑들 역시 속속 자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었던 시대가 지나간 것이다. 반면 중국의 화랑과 컬렉터, 작가들이 많을 것을 배웠을 것이다. 보다 신중해야 한다.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한 숫자에 현혹되지 않고 작품 자체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중국상업은행이 꽤 재미있는 아트뱅킹을 시작했다. 중국 현대미술을 감상하면서 동시에 장기 투자도 할 수 있는 상품이다. 중국을 비롯해 유럽, 미국의 미술전문가들이 한 팀이 되어 70여점의 작품을 선정해 20억원 상당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프라이빗 뱅킹 우수고객들에게 작품을 대여해 준다는 개념이다. 정확하게 12개월 뒤 고객이 그 작품이 진정으로 마음에 들면 구입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다시 돈을 돌려 주는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기존의 아트펀드와 자본이 옥션과 결부되어 착시효과 숫자를 만들어 내는데 집중했다면 중국상업은행의 방법은 투기자본이 아닌 실제 작품을 좋아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현대미술에 대한 교육과 감상 그리고 이를 통한 장기 투자의 공식이 금융권에서 시작된 좋은 예다. /milklee@gmail.com 큐레이팅 컴퍼니 Hzone 대표
2009-06-25 16:52:18‘중국 아방가르드 대표작가’로 평가 받는 쩡판즈(曾梵志·40)가 3년만에 서울을 다시 찾아 ‘가면을 벗다’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갖는다. 2001년 ‘5인의 중국아방가르드’전(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쩡판즈는 이번 서울전에서 1994년부터 7년간 지속적으로 그려왔던 ‘마스크시리즈’에서 벗어나,가면을 벗어 던진 인물초상과 풍경을 중심으로 새로운 조형세계를 소개한다. 가면을 쓴 인물들이 인간의 내면과 외부세계 사이의 모순과 결점을 그려 보여주었다면,가면을 벗겨버린 인물들은 정체성을 상실하고 자신과 세계의 경계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가 이번에 선보일 작품은 40여점.10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전시한다.전시 작품들은 가면시리즈 이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가는 가면을 벗긴 인물들의 감정표현이 지나치게 날카로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인물초상을 그린 뒤 화면전체를 연속적인 동그라미나 곡선으로 스크래치 처리하는 기법으로 뚜렷했던 얼굴윤곽을 중화시킨다.때문에 얼굴은 눈, 코, 입 등 최소한의 형상들만 남긴 채 스크래치한 붓 터치속으로 녹아 든다. 스크래치를 이용해 중화된 초상시리즈들은 2003년이후 작가가 처음 선보이는 작품들이다. 독일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은 쩡이 1990년 중국 후베이 아카데미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을 때 당시 파격적인 이미지에 놀란 사람들의 협박으로 전시가 중단된 적도 있다.그후 10여년이 지난 2003년 상하이 미술관 전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역대 세명의 작가중 한사람이며 동시에 최연소작가로 기록되고 있다.(02)725-1020. /장재진기자
2004-11-09 12: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