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증권 최성환 연구원은 바이오스마트 기업의 성장성보다 계열사의 신시장 진출이 더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최근 들어 스마트 카드 제조사가 카드 제조까지 풀 라인업을 넓히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케이비티 등 스마트 카드 제조사가 카드 제조까지 갖추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이 때문에 바이오스마트의 기존 사업부문인 카드 제조 사업의 성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올해 바이오스마트의 투자포인트로는 자회사의 신시장 진출을 꼽았다. 바이오스마트가 157만9389주(10.2%)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있는 옴니시스템은 디지털 계량기 시장 85%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건설경기 침체로 신규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만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업종이다. 또한 디지탈지노믹스는 DNA칩 및 유전자 분석 전문업체로 신약개발등의 비지니스를 하는 바이오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지난 2006년 10월 25일 주식스와프를 완료해 바이오스마트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최 연구원은 "바이오스마트와 계열사들이 본격적인 신사업 진출과 신주인수권부사채(BW) 물량 등 재무구조가 개선된다면 주가의 반등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kjw@fnnews.com강재웅기자
2011-05-29 17:41:23어떤 경제지표건 한없이 내려가거나 한없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의 국제유가다. 작년 7월 중순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섰을 때는 200달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한번 꺾이고 나더니 불과 4∼5개월 만에 30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50달러대로 올라왔다. 지난주 미국의 주택시장 관련지표들이 예상보다 좋은 것으로 발표됐다. 2월 기존 및 신규 주택 거래 건수와 주택착공 호수가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면서 전월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들 세 지표는 주택시장 동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들인데 지난 1월을 저점으로 2월부터 나란히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미국의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서는 신호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불과 한 달의 결과를 놓고 판단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이 아닐까. 미국의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 거래 건수는 최고치에 비해 각각 30%, 70%씩 줄어들었다. 신규 주택 착공 또한 최고치 대비 70% 이상 감소한 50만호 안팎까지 떨어졌다. 인구 4850만명인 우리나라의 한 해 주택건설이 50만호 정도인데 인구 3억명의 미국이 50만호라면 소득 수준과 주택 수급 등 다른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하게 줄어든 수치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주택지표들의 하락이 멈추면서 주택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때도 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주택 가격의 향방이다. 미국의 주택 가격은 케이스-실러 10대 도시 기준으로 2006년 6월을 고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해 12월까지 28.3% 떨어졌다. 2년 반 만에 30% 가까이 떨어졌으면 그만 떨어질 때도 됐건만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10∼20% 정도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미국의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주된 근거는 고용 및 소득여건의 급속한 악화로 인한 수요 위축과 연체 증가다. 2007년 초반만 해도 4.5% 안팎을 유지하던 미국의 실업률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초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2월에는 8.1%까지 치솟았다. 3월 8.5%에 이어 조만간 9%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불과 2년 사이에 실업률이 2배 가까이 높아지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지난해 1월 이후 사라진 일자리만 504만개에 이른다. 2월 말 현재 1247만명에 이르는 미국의 실업자 10명 중 4명이 최근 1년 내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성장률이 지난해 1.1%에서 올해 -2.6%로 떨어지고 내년에도 0.2%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30년에 걸쳐 매월 분할 상환하는 구조의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에게 이 같은 고용과 소득 불안은 곧바로 연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은 21%를 넘어섰고 프라임모기지(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도 5%를 넘었다. 아무리 비우량이라지만 10건 중 2건이 연체돼 있고 특히 2%대를 벗어나지 않던 프라임모기지 연체율이 5%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대다수 미국인이 어느 정도 코너에 몰리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바람에 이미 금융과 실물이 서로 물고 늘어지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모기지 부실이 은행 부실로 이어지고 은행 부실은 대출 억제 또는 환수를 통해 기업과 개인들의 투자와 소비를 옥죄고 있다. 투자와 소비의 부진은 소득과 고용 감소로 나타나고 그 여파가 기업과 개인의 연쇄파산 또는 부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약발이 잘 먹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일러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 주택시장과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내년 상반기에 가서도 그 회복세는 미약할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미국 경제가 이 같은 모습을 이어간다면 내년 상반기까지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도 미국에 버금가는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 대로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한 때라고 할 수 있다.
2009-03-30 16:59:22우리 경제가 추락하고 있다. 10월 광공업생산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서비스업 생산이 멈춰서는 가운데 11월 수출마저 전년 동월 대비 18.3% 급감했다.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는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하고 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들의 심리를 가늠하는 소비심리지수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다수 경기관련지표들이 급전직하하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 경제가 얼마나 많이 생산했나를 보여주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8%로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일반 국민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3·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하며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4·4분기(-6.1%)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실질 GDP 증가율이 3%대 인데도 실질 GNI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많이 만들어서 내다팔았지만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국민의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원자재 가격은 급등한 반면 우리가 만들어서 수출하는 상품들은 대부분 경쟁이 심한 최종재여서 값을 쉽사리 올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중국 등 신흥시장국 경제도 휘청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우리 경제를 이끄는 단발엔진 역할을 하던 수출 증가율 또한 마이너스를 면치 못할 것이다. 여기에다 소비와 투자마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별로 기대할 것이 없는 상황이어서 우리 경제를 수렁에서 건져낼 동력을 찾을 수가 없다. 게다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돈이 잘 돌지 않는 신용경색 현상이 두어달째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우리 경제 전망의 스펙트럼이 어느 때보다 넓게 펼쳐지고 있다. 정부가 예상하는 4% 안팎에서부터 UBS증권의 -3.0%까지 차이가 무려 7%포인트에 달하고 있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금까지 총 133조원에 달하는 유동성 및 재정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고 이 중 절반 정도를 시중에 풀었다. 한국은행은 10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낮췄다. 그런데도 시중에는 돈이 없다고 아우성이고 이미 몇몇 건설업체를 비롯한 상당수 기업들이 부도에 몰리고 있다. 또 은행의 연체율이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은행의 건전성이 도마에 올라있을 정도로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백약이 무효라는 견해를 내지만 투약이 약한 탓은 아닐까. 미국은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예금보험공사 등이 모두 합쳐서 7조4000억달러에 이르는 유동성 및 재정을 공급키로 했다. 미국 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의 돈이다. 이 중 3조달러 정도를 이미 집행했을 뿐 아니라 집행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FRB는 기준금리를 9차례나 인하했을 뿐 아니라 기업이 발행하는 단기어음을 직접 매입하는 등 다양하면서도 천문학적인 규모의 유동성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조치들이 그나마 추락하는 미국 경제를 진정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유동성 공급(133조원)이 GDP의 15%에 불과할 뿐 아니라 금리 인하도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가운데 금리 수준은 4.0%로 미국의 1.0%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의 주장을 빌리지 않더라도 불을 끄기 위해서는 홍수를 겁내서는 안 된다. 마른 논에 세숫대야로 물을 퍼부어야 별무효과다. 보다 과감하면서도 신속한 경기부양과 유동성 공급은 물론 추가적이면서도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풀린 돈이 시중금리를 낮추고 기업들에 흘러갈 수 있도록 FRB처럼 지금까지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보다 전향적이면서 다양한 방법과 제도적 장치를 구사해야 할 것이다.
2008-12-03 16:35:16태국에서는 가끔 코끼리가 사람을 밟아 죽이는 사고가 발생한다. 우발적인 사고가 대부분이겠지만 일부 동물학자는 코끼리가 자신에게 해코지한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가 앙갚음한 경우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코끼리는 수년 전에 당한 일도 잊어버리지 않을 정도로 기억력이 비상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프린스턴대의 앨런 블라인더 교수는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으로 근무할 때인 1990년대 중반 금융시장의 행태를 다음과 같이 동물들에 비유했다. “금융시장은 가젤의 민감함과 치타의 재빠름과 코끼리의 기억력을 갖고 있다(financial markets have the sensitivity of a gazelle, the speed of a cheetah, and the memory of an elephant).” 금융시장이 위험에 대해 매우 민감할 뿐 아니라 위험이 감지될 경우 재빨리 달아나고 또 위험의 원인을 오랫동안 잊지 않는다는 뜻이다. 코끼리의 비상한 기억력이 우리나라 외환시장을 위기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달러당 930원대였던 환율이 3월 들어 1000원을 넘어설 때까지만 해도 10년 만에 처음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데 따른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8월 중순 ‘9월 위기설’이 흘러나오면서부터 환율이 오름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9월 초에는 달러당 1100원대를 넘어섰다. 게다가 9월 말 미국발 금융위기가 가세하자 환율이 수직상승하기 시작해 10월 초에는 장중 한때 달러당 1500원대를 넘보기도 했다. 지난 10일에는 하루 변동폭이 무려 235원에 달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으로만 봐도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이후 외환당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환율이 급락세로 반전한 데 이어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구제금융 공조로 인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대내외 환경이 급변할 경우 언제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지 모르는 휴화산이라고 할 수 있다. 24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6위의 외환보유액을 지닌 나라에서 달러 부족 사태로 환율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동반적자로 기본적으로 달러가 부족하기는 해도 최근의 환율 급등은 달러 부족 그 자체로 설명하기가 어려운 면이 더 많다. 무엇보다 외환보유액에 대한 의심과 외환당국의 미덥지 않은 대응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나서서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지만 ‘백약이 무효’라고 할 정도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실제로 정부와 국회가 쏟아내는 말마다 반대로 해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들이 외화자산을 팔아야 한다고 정부가 주문하면 그만큼 은행들이 달러가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달러 모으기에 나서자고 하면 외환위기 때의 금 모으기만큼이나 사태가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식이다. 말이 앞선다는 비판도 바로 불신 때문일 것이다. 특히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을 끌어안고 요즘과 같은 비상시에도 찔끔찔끔 사용하거나 말로만 때우려는 것을 보고는 외환보유액이 허수(虛數)가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불신이 도를 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외 투자자는 물론 일반 국민도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외환보유액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300억달러라던 외환보유액이 막상 보따리를 풀어 보니 당장에 쓸 수 있는 달러는 100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FRB 의장 앨런 그린스펀은 지난해 내놓은 회고록에서 외환위기 시 한국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속여 왔다는 점에 대해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표현했다. 필자 또한 외환위기 당시 한국은행 워싱턴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미국 재무부와 FRB 간부들의 당혹함을 넘어 ‘괘씸죄’를 온 몸으로 받은 경험을 갖고 있다. 신뢰가 없는 정책은 캄캄한 밤에 혼자서 손짓과 발짓을 보내는 것과 같다. 신뢰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것도 보다 투명하고 명확한 통계와 행동으로 보여줘야 비로소 생겨나는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NATO(No Actions, Talks Only)’ 정부가 아니라 ‘MALT(More Actions, Less Talks)’ 정부를 원하고 있다.
2008-10-15 17:34:17영국과 네덜란드, 아일랜드는 공통점이 많은 나라다. 무엇보다 잘 산다. 지난해 기준으로 영국과 네덜란드는 1인당 국민소득이 4만6000달러 대로 비슷하고 아일랜드는 6만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세 나라가 지금까지 오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한때 잘 나가던 일류 국가들이었지만 1970∼1980년 대에는 국제사회로부터 병자 취급을 받았다. 영국은 ‘영국병(English disease)’, 네덜란드는 ‘네덜란드병(Dutch disease)’, 아일랜드는 ‘서유럽의 병자(Sick man of Western Europe)’였다. 일류에서 이류로 떨어진 배경도 비슷하다. 2차세계대전 이후 경제 재건에 이은 장기 호황을 누리면서 정치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자만감에 빠져 들었다. 이에 따라 과도한 복지와 과격한 노조 활동 등이 이어지면서 경제 전체가 동맥경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고비용·저효율이 계속되면서 성장률은 떨어지고 실업자가 양산됐다. 또 한 가지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점은 이들 세 나라가 1980년을 전후해 대대적인 개혁에 성공하면서 다시 한번 일류 국가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10여년에 걸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노조문제를 정면돌파(영국)하거나 ‘노사정 대화합(아일랜드와 네덜란드)’으로 해결하는 등 고통스러운 개혁과 구조조정을 거쳤다. 그 결과 병든 사회와 경제를 건강한 글로벌 경제로 돌려놓으면서 세계적인 자국기업을 키워내는 것은 물론 수많은 해외 기업과 금융기관을 국내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이들의 고통스러운 개혁과 구조조정이 글로벌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는 점이다. 경직된 노사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 기업 활동과 관련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거나 폐지함으로써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냈다. 이들 나라에서는 기업의 국적에 관심이 없다. 자국기업이든 외국기업이든 자기 나라에서 생산과 고용을 창출한다면 고마운 기업일 뿐이다. 이들 세 나라 외에도 유럽의 강소국이라 불리는 벨기에, 스위스,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도 대부분 글로벌화를 통해 소득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핀란드의 경우 현재의 노인층들은 대부분 영어를 전혀 모르는 반면에 청소년층은 물론 중장년층들도 자유스럽게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고등학교에 다닐 정도면 영어를 구사하는 데 거의 문제가 없다. 여차하면 일자리를 찾아 다른 유럽 국가는 물론 미국이나 호주까지도 갈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에 뒤늦게 ‘산업화’를 시작, 압축성장에 성공한 데 이어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정보(IT)화’에 앞서면서 1인당 소득 2만달러를 달성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도 ‘글로벌화’에 달려 있다. 최근 우리 경제의 덩치는 세계 12∼13위로 올라왔지만 글로벌화 수준은 30위권(2007년 AT커니 글로벌화지수)에 머물고 있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지만 글로벌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서울은 51위에 불과하다. 런던(1위), 뉴욕(2위), 홍콩(3위), 싱가포르(4위), 취리히(5위)는 물론 도쿄(9위), 상하이(31위), 베이징(46위) 등도 서울보다 저만큼 앞서가고 있다. 산업화와 IT화는 ‘후발자 이익(late-comer advantage)’을 누릴 여지가 많아 잘만 하면 우리가 했던 것처럼 압축성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글로벌화의 경우 뒤로 처질수록 따라가기가 더 어려워진다. 글로벌화는 ‘선발자 이익(first-mover advantage)’이 워낙 크기 때문에 늦으면 늦을수록 더 따라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존 나이스빗과 만나 “한국이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같은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이구동성으로 돌아온 대답은 ‘열린 마음’이었다. 한국도 이제 값싸고 좋은 물건을 잘 만들어내는 제조업과 IT와 같은 하드웨어를 뛰어넘어 열린 마음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한국의 미래는 열린 마음으로 세계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향해 뛰는 한국인들에게 달려 있다.
2008-08-06 17:03:58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막 100일이 지났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해서 찍었더니 도리어 경제를 죽이고 있다고 난리가 났다. 휘발유와 경유 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서민들의 삶이 급속하게 팍팍해지고 있는 가운데 당초 기대와는 달리 영 미덥지 못한 일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급한 한·미 쇠고기 협상이 물꼬를 트고 유가 폭등이 불을 질렀다고 할 수 있다. 100일 만에 경제를 죽이고 살릴 수 있다면 세상에 어느 나라가 못 살겠는가. 1인당 소득이 1만달러를 넘는 60개국중 10억명은 1인당 평균소득이 3만7000달러(2006년 기준)로 여유 있는 삶을 즐기고 있다. 물론 이들 중에도 내일 끼닛거리를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는 않겠지만 큰 그림으로 봐서는 살아가는 행복을 느끼는 국민이다. 반면에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2달러(1인당 연평균 소득 650달러)도 채 안되는 소득으로 근근이 먹고 사는 인구가 50여개국 24억명을 웃돌고 있다. 전 세계 인구 65억 명 중 3분의 1 이상이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오래 전부터 가난을 물려주고 물려받고 있는 나라들이다. 예전에 잘 살았거나 그런대로 살았지만 최근 들어 못 사는 축에 끼는 나라도 찾아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와 이집트, 필리핀, 미얀마, 북한 등이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100여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 5∼6대 부국에 드는 잘 사는 나라였다. 하지만 군부 독재와 인기 영합성 정권이 이어지는 가운데 과도한 복지와 선심성 정책이 남발되면서 지금은 툭 하면 위기를 겪는 ‘위기의 나라’로 불리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2006년 1인당 소득은 5200달러로 전 세계 평균 7400달러에도 못 미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매우 특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1900년대 초반만 해도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이 1960년대 중반부터는 국제사회로부터 ‘영국병(英國病)’이라는 중병에 걸린 환자 취급을 받았다. 1987년 영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2200달러로 선진 7개국(G7) 중 꼴찌로 추락했다. 당시 1, 2위였던 일본(2만달러)과 미국(1만9500 달러)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확하게 20년이 지난 2007년 영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4만5600달러로 미국(4만5800달러)에 불과 200여달러 뒤지는 2위로 올라섰다. 반면 1위였던 일본은 3만4300달러로 20년 만에 G7 국가 중 꼴찌로 밀려났다. 영국이 대반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마거릿 대처라는 걸출한 인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처는 1979∼1990년까지 11년간 총리로 재직하면서 개인적인 지도력과 뚝심으로 과감한 구조조정의 칼을 휘둘렀다. 무엇보다 영국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노동조합을 무력화시켜 나갔다. 1등 국민에서 2등 국민으로 추락한 영국인들의 상한 자존심과 위기감을 역이용함으로써 노동자인 일반 국민이 노조가 아닌 정부의 편을 들면서 노조가 손을 들게 했다. 이후 영국 경제는 극적으로 되살아나 다시 1등 국가로 올라선 것이다. 세계적인 문명 비평가이자 경제학자인 프랑스의 기 소르망이 최근 ‘경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책을 내놓았다. 기 소르망은 책에서 “정책의 선택이 한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면서 “나쁜 경제정책은 전염병보다 더 큰 희생을 치르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와 이집트, 북한을 나쁜 경제정책의 대표적인 예로 들고 있는 반면, 좋은 정책의 예로 일본과 한국(남한), 터키를 들고 있다. 경제가 거짓말을 않는다는 것은 곧 좋은 경제정책이 거짓말을 않는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마찬가지로 국민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국민은 정부가,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서면 좋은 경제정책을 내놓기를 원한다. 좋은 정책이 나오면 찬사를 보내고 나쁜 정책이 나오면 비판과 저항의 신호를 보낼 것이다. 국민에게 인내심을 바라기 전에 보다 좋은 정책을 내놓아야 국민의 신뢰가 실릴 것이다. 신뢰가 있어야 국민들의 인내심도 생겨 국민과 정부가 서로 신뢰하는 선순환(善循環)으로 돌아서게 될 것이다.
2008-06-09 16:57:17지난달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10월의 전망치 4.4%에서 4.1%로 낮춰 잡았다. 이는 지난해 연초 전망치 4.9%에 비해 0.8%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신용불안으로 미국의 올해 성장률이 당초 1.9%에서 1.5%로 낮아지고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국과 인도와 같은 신흥 시장국들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떨어지는 세계 경제를 떠받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IMF는 신용불안의 지속에 따른 선진국의 추가적인 내수 위축과 신흥 시장국으로 전염 효과를 우려하면서 세계경제 성장률이 더 낮아질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부시 행정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격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연초부터 145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의회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했다. 1450억달러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큰 규모다. 뿐만 아니라 경기부양 효과를 신속하면서도 최대화하기 위해 개인에 대한 세금 환급과 기업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감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FRB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주까지 5번에 걸쳐 정책금리를 모두 2.25%포인트나 인하했다. 속도 면에서 20여년 만에 가장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경기 부양책의 효과는 올 하반기에나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부 비관론자들은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1%에도 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만약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1%에도 못 미치게 되면 세계경제 성장률 또한 4%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다. 세계경제 성장률만이 문제가 아니다. ‘서브프라임 노이로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단어만 뜨면 주가가 급락하고 그에 따라 금리와 환율도 춤을 추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한 모습이다. 이 같은 금융시장 불안이 오래 갈수록 주요국의 소비와 투자는 더 위축되면서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수출입과 투자 등에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와 금융이 이 같은 불안한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식시장의 경우 오히려 더 크게 영향을 받아 급등락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성장률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급락할 경우 지난 수년간 우리 경제의 단발 엔진 역할을 해온 수출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올해 성장률은 새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6%는 물론 연구소들의 예측치인 5% 안팎에도 크게 못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수출이 한자릿수 증가율에 그칠 경우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4% 초반대로 떨어지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다 주가 및 집값 하락 등이 겹칠 경우 빚더미에 올라앉은 가계부문의 소비가 위축되면서 4%도 장담하기가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따라서 새 정부와 한국은행은 적극적이면서도 신속한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할 것이다.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를 앞당기는 동시에 미국처럼 개인별 세금을 환급해 주는 방안과 콜금리를 인하하는 등 전방위적이면서도 신속한 경기 부양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뿐아니라 기업, 노조, 국민 모두 위기의식을 가지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올 한 해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한편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서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기가 어렵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행정부와 FRB는 물가 위험을 몰라서 공격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겠는가. 소비자물가 상승률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3%대에 머물고 있는 반면 미국은 이미 4%대로 올라섰다. 물가가 더 오를 위험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침체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 늦었다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추락하는 경기부터 살려놓고 보자는 뜻이다. 경기라는 엔진은 한번 식고 나면 다시 데우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힘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8-02-11 16:27:21최근 우리 경제를 보면 “혹시 레몬(lemon)이 아닐까 그것도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썩어가고 있는 레몬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레몬은 오래돼 거의 썩을 지경이 되어도 겉은 멀쩡하다. 겉은 번드레하면서도 속은 다 썩은 중고차를 레몬이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말의 ‘빛 좋은 개살구’ 또는 ‘속빈 강정’에 해당하는 표현이 레몬인 셈이다. 우리 경제의 최근 성적표는 싱싱하게 보이는 레몬에 못지않게 화려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올해 2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주가는 2000선을 넘나들고 있다. 상품(무역)수지가 수년째 200억∼30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외환보유액은 2600억달러를 웃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까지 2%대에서 안정돼 있고 실업률은 3%대에서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성장률이 4∼5%대로 예전만 못하긴 해도 소득 2만달러 시대를 맞는 선진국이라는 점에 잣대를 맞추면 이만한 성장세를 보인 나라를 찾기도 어렵다. 이 정도의 성적이라면 온 국민이 기뻐하면서 확신에 찬 미래를 내다보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기업이나 국민이나 희망찬 미래보다는 불안한 내일에 전전긍긍하고 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최근 우리 경제가 나름대로 좋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를 하나만 들라면 단연 수출이다. 전 세계적인 고성장과 환율 여건에 힘입어 수출이 호조세를 계속하고 있다. 세계 경제는 2004년부터 시작된 5% 안팎의 높은 성장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환율이 달러당 900원선을 위협하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외환위기 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불과 2∼3년전만 하더라도 환율이 달러당 1000∼1150원대에서 움직였으므로 외환위기 전 750∼850원대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력이 엄청나게 높아진 상황에서 만들기만 하면 수출이 되는 경우였다. 이에 따라 수출이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로 고공비행을 하면서 소비와 투자 부진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수출 호조는 우리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300%를 넘던 부채 비율이 최근 100% 아래로 떨어졌을 뿐아니라 상장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53조원을 넘고 있다. 기업의 성적표가 이처럼 좋아지면 주가도 오름세를 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수출 위주의 성장은 양극화라는 부산물도 가져왔다. 수출 기업과 내수 기업의 양극화는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도시와 지방, 고소득층과 저소득층도 수출에 따라 울고 웃었다. 아울러 개인들은 주택담보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최근에는 집값이 하향 안정세로 돌아선 가운데 대출금리까지 오르면서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냉랭하기 짝이 없다. 이런 와중에 단발 엔진인 수출 전선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그로 인한 신용불안이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미국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과 인도 등 잘 나가는 신흥 시장국들이 미국 시장을 대체할 것이라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의 경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연착륙에 실패할 경우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엄청나게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다 원유와 광물, 곡물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그간 안정세를 보였던 주요국의 소비자물가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 11월 지전년 동월 대비 3.5%로 뛰어 올랐다. 결국 전 세계가 성장은 둔화되고 물가는 오름세를 타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의 변화가 더 두려운 것은 국내 소비와 투자가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들어설 새 정부의 과제와 역량은 어떻게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껏 레몬에 속아온 국민은 이제 복숭아를, 그것도 겉이 멀쩡한 복숭아를 원하고 있다. 겉과 속이 다를 가능성이 높은 레몬과는 달리 복숭아는 겉이 좋으면 속도 좋은 믿을 만한 경우를 뜻하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7-12-05 16:40:30최근 들어 주요국 환율이 요동을 치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달 18일 정책금리를 예상보다 큰 폭인 0.5%포인트 인하하면서 달러화의 글로벌 약세가 시작됐다. 돈의 값인 금리가 낮아지면 그 돈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을 뿐아니라 일본 엔화와 캐나다 달러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화 환율도 달러당 91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달러화 약세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에 따른 신용경색 현상을 수습하겠다고 내놓은 금리 인하 카드가 주요국의 환율 불안이라는 불똥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달러화 약세는 수입물가의 상승을 통해 국내물가 상승 압력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이 있다. 반면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여 무역수지 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기회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달러화 약세를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금리 인하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의 수습에 더해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고 성장률도 부추기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달러화의 약세로 자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나라들이다. 예를 들어 유로지역의 경우 유로화의 강세는 수출 증가율 둔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요즘처럼 성장률이 주춤할 때는 수출이라도 버텨줘야 하는데 거꾸로 수출이 부진하게 되면 기업들의 수익이 떨어지고 그에 따라 투자와 고용도 줄어들면서 성장률은 더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럽중앙은행(ECB)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유로화의 강세를 막는 동시에 주춤거리는 성장을 부양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금리를 올려야 하는 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의 후폭풍이 유럽에 더 거세게 몰아치면서 ECB는 지금까지 2580억유로(330조원)의 유동성을 시중에 풀었다. 그러나 아직도 부실의 여파가 다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1%로 1년 만에 처음으로 목표 상한치인 2.0%를 넘어섰다. 따라서 금리를 인상하면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것이다. ECB는 지난 4일 정기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 위기가 지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금리를 올릴 경우 유로화 강세로 인해 수출이 타격받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ECB가 내년 4월 이후에야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유로화가 한 단계 더 강세를 보이거나 또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여파가 다시 불거질 경우 ECB가 금리 인하라는 칼을 빼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상황이 엇비슷한 영국은 물론 자국통화의 강세를 견디지 못하는 캐나다와 호주, 우리나라 등도 금리 인하 대열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 경제는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이른바 금리 전쟁 또는 환율 전쟁을 맞이할 수도 있다. 와중에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등 높은 수익을 찾아 전세계를 떠돌던 돈들이 움직이면서 주요국 환율의 변동성은 더 커지게 될 것이다. 동시에 달러화는 더욱 약세를 보이면서 원유와 곡물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의 급등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의 FRB가 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사태 때처럼 재빨리 사태를 수습하고 금리를 인상하는 모드로 돌아설 경우 이 같은 시나리오는 없었던 것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8월 비농업부문 고용자 수가 9월 초에 발표됐던 4000명 감소에서 8만9000명 증가로 수정되면서 미국의 추가 금리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가 예상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면 향후 예상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그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위기는 모르는 사이에 찾아오거나 방심하는 사이에 쳐들어오기 때문이다.
2007-10-17 16:23:58노르웨이가 4회, 영국과 뉴질랜드가 각 3회, 유로지역과 대만 등이 각 2회, 한국과 일본 등이 각 1회. 올 들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인상한 횟수다. 미국은 지난해 6월까지 2년에 무려 17차례나 정책금리를 올린데 이어 올 들어서도 추가 인상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7월 11개월 만에 금리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이처럼 미국을 비롯한 13개 선진국(단일통화 유로를 사용하는 유로지역을 13개 국가로 볼 경우 25개국)의 정책금리는 단 한 나라도 빼지 않고 인상 중이다.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는 이유는 높은 성장률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 압력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말 최근 세계 경제를 ‘글로벌 붐(Global Boom)’이라고 부르면서 올해와 내년의 전 세계 성장률을 기존의 각각 4.9%에서 각각 5.2%로 올려 잡았다. 1970년대 초반(1970∼1973년) 연평균 5.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따른 물가 위협은 여전한 가운데 2001년 이후 초저금리가 유지되면서 풀려나간 과잉 유동성이 주식 및 부동산 시장과 원자재 시장 등에서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는 게 중앙은행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나라에 따라 금리의 인상 속도는 물론 수준도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7월 말 현재 주요 선진국 중 정책금리가 가장 낮은 일본(0.5%)과 가장 높은 뉴질랜드(8.0%)는 무려 7.5%포인트의 차가 나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가 낮은 일본을 빠져나와 전 세계를 상대로 떠돌고 있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최고 1조달러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여기다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는 글로벌 유동성 증가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2000년에 4000억달러를 넘어선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이후 해마다 급증해 지난해에는 8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 바람에 전 세계 외환보유액은 2000년 2조달러에서 지난해 5조달러를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오일머니와 원자재머니 또한 공격적으로 전 세계를 향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엄청난 규모의 부동자금이 전 세계 금융 및 부동산 시장 등에 미치는 폭발력이다. 이들 부동자금은 금리와 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 시장 저 시장을 빠른 속도로 넘나들면서 시장을 교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엔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으로 되돌아가는 흐름이 발생할 경우 엔화 가치는 갑자기 강세로 돌아서게 될 것이다. 달러 등을 팔고 엔화를 사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엔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빠져나오는 해당국의 주식, 채권, 부동산 시장은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금융 위기를 겪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6월 국제결제은행(BIS)이 엔 캐리트레이드가 전 세계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엔 캐리트레이드의 경우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에 매우 소극적이어서 당분간 방향성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과잉 유동성과 외환보유액, 오일머니도 점진적으로 양에 변화가 온다면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특성은 여차하면 한 순간에 방향이 달라진다는데 있다. 98년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LTCM이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모라토리엄(외채상환연기) 선언으로 파산 위기에 빠져들었다. 러시아 등 신흥 시장국과 미국 등 선진국간의 금리 차를 노리고 신흥 시장국 채권에 대거 투자했지만 졸지에 휴지조각이 되다시피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었다. 초대형이기는 했지만 헤지펀드의 투자 실패에 중앙은행(FRB)이 구제금융을 주선하는 동시에 금리를 2개월 사이에 세 번이나 인하할 정도의 후폭풍을 가져왔다. 또 주가가 급락하고 엔화 가치는 불과 20여일 사이에 15% 급등하는 등 요동을 쳤다. 최근 들어서는 지난 7월 말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뉴욕 증시에 이어 전 세계 증시가 동반 급락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주요국의 금리 인상 동향은 물론 글로벌 유동성의 움직임에도 눈을 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2007-07-30 16:4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