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22년부터 2년여 간은 국내 회사채에 있어 암흑기였다. 이 시기를 이끈 선두주자 중 하나가 한국전력채를 비롯한 특수채였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발행사 재무 여건에 크게 영향 받지 않으면서 신용등급은 높게 찍어낼 수 있어 시장 수요를 대거 잡아먹기 때문이다. 이에 공공기관들이 간편히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쓰이지만, 민간부문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있는 만큼 발행과정을 일부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4일 낸 보고서에서 “특수채 발행 확대가 민간부문 채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할 때 실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시장 상황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발행되도록 관리하는 가운데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특수채는 자본시장법상 법률에 의해 직접 설립된 법인이 발행한 채권을 뜻한다. 이 정의대로라면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이나 특수은행채도 이 범주에 들어가지만, 시장에선 일반적으로 이들은 제외한 채 공공기관 이름을 달고 나온 채권들로 인식된다. 자본연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기준 특수채 발행잔액은 40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2023년 455조700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가 올해 4월 기준으로 458조9000억원을 가리키고 있다. 이 기간 공사·공단채 잔액도 240조원→ 267조7000억원→ 269조7000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적자를 메꾸기 위해 발행된 한전채 잔액은 61조2000억원→ 67조7000억원→ 64조7000억원으로 변화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1년 103조9703억원이었던 회사채 발행액은 그 이듬해인 2022년 76조7492억원으로 26.2% 깎였다. 이처럼 대거 발행된 수 있는 배경엔 특수채의 ‘특수성’이 있다. 발행사 재무 여건에 유의한 영향을 받지 않으며 매우 높은 신용등급으로 발행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월 기준 특수채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공사·공단채(무보증·선순위) 잔액 258조4000억원어치는 전부 최고 등급인 ‘AAA’를 받은 상태다.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나 일반회사채는 그 비율이 각각 0.1%, 25.6%에 불과하다. 정 연구위원은 “민간기업이 무보증사채를 공모 발행할 땐 대표주관사 선정, 증권신고서 제출, 수요예측 실시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하지만 특수채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면제하고 있어 수요예측을 실시하거나 일괄신고서를 낼 필요가 없다”고 짚었다. 하지만 이 같은 고신용채가 시장에 제한 없이 풀리면 여타 중·저신용 채권 수요를 흡수해 위축시키는 ‘구축효과’가 발휘될 우려가 있다. 또 한전채 등 발행 물량이 확대돼 수급 여건이 악화됨으로써 고금리가 찍혀 나온다면 그 같은 경향은 더욱 심화된다. 정 연구위원은 “정부의 암묵적 지급보증 효과가 존재하는 한전채 수익률이 빠르게 상승하면 신용등급이 열위에 있는 민간 채권에 대한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022년 당시 민간 채권 발행여건 악화는 기준금리 인상, 신용위헌 확대 등 갖은 요인이 복합 작용한 결과이긴 하지만 기관들의 한전채 순매수 규모가 매우 컸던 만큼 그 발행이 커지지 않았으면 해당 수요가 민간 채권 매수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4-07-26 09:50:25[파이낸셜뉴스] DB자산운용이 국내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에 진출한다. 18일 DB자산운용에 따르면 ‘DB마이티26-09특수채(AAA)액티브’가 오는 2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현재는 ‘마이티 코스피100’, ‘마이티 다이나믹퀀트액이브’, ‘마이티 200커버드콜ATM레버리지’ 등 주식형밖에 없다. 이번에 나오는 상품은 AAA 등급 특수채에 주로 투자해 회사채 대비 낮은 신용위험으로 국고채보다 높은 수익 추구를 목표로 삼는다. 설정과 동시에 만기가 정해져 있는 만기채권형으로 만기는 오는 2026년 9월이다. 기존 채권 ETF와 달리 금리가 상승해도 만기까지 보유하면 최초 투자 시점에 예상된 성과(만기보유수익률)를 얻을 수 있고, 반대로 금리가 하락할 경우 중도매매를 통해 자본차익 추구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연 4.1% 수준 만기보유수익률이 예상되며, 최근 높아진 금리 상황에 따라 정기예금을 초과하는 성과가 기대된다. 총보수는 0.06%다. DB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재 출시된 채권 ETF 중 특수채에 투자하는 첫 만기형이고,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퇴직연금 자산 등을 투자하는 데 적합하다”며 “개인형퇴직연금(IRP), 확정기여(DC)형, 연금저축계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투자한다면 세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DB자산운용은 향후 일반 채권 ETF를 포함해 다양한 상품 출시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3-09-18 14:51:11[파이낸셜뉴스] 회사채 시장이 좀체 살아나지 못 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전월 대비 발행액이 2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반면 금융채, 국채, 통안채, 특수채 등 발행은 모두 대폭 증가하며 시장 자금을 흡수했다. 9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3년 5월 장외채권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채권 발행금액은 97조778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76조7480억원) 대비 27.4%(21조300억원) 증가한 규모다. 금융채 발행이 전월 대비 10조751억원 늘며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어 국채(6조3040억원), 통안증권(5조5500억원), 특수채(1조120억원) 등 순이었다. 발행잔액은 이들 채권을 중심으로 순발행이 37조원가량 증가하면서 269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회사채는 같은 기간 2조170억원 줄어든 7조6620억원어치가 발행됐다. 크레딧 스프레드 변동은 거의 없었다. 5월 회사채 수요예측 금액은 2조5000억원(30건)으로, 전년 동월(2조1950억원) 대비 13.9%(3050억원) 증가했다. 전체 참여금액은 10조2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참여율(참여금액/예측금액)은 400.1%로 전년 동월(261.3%) 대비 138.8%p 상승했다. 전체 미매각율은 1.1%이었다. A등급에서만 1건 미매각이 발생했다. 장외 채권거래량도 금리 상승으로 확대됐다. 전월 대비 18조1000억원 증가한 389조9000억원이었다. 일평균 거래량 역시 같은 기간 9000억원 늘어난 19조5000억원이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3-06-09 14:50:45국내 채권 시장에서 몸집을 줄이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채와 달리 뒤따르던 공기업들의 바람은 여전히 거세다. 은행들이 빚을 갚으면서 은행채 영향력도 줄고 있으나 특수채는 꾸준히 발행되면서 위세를 지키고 있다. 이에 자리를 뺐긴 회사채는 이달 들어 처음 발행이 상환에 역전당했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연초 이후 한전채(10조3500억원)를 비롯해 한국주택금융공사채, 한국토지주택공사채, 한국도로공사채 등 합산 발행금액은 18조7390억원(19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발행액 기준 선두는 단연 한전채다. 지난 16일엔 2년물(2200억원), 3년물(1800억원)을 합쳐 4000억원어치를 쏟아냈다. 발행액 증가 속도는 잦아드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해 같은 기간(11조6400억원) 대비로는 11.1%(1조2900억원)가량 줄었다. 2·4분기부터 전기요금을 5.3% 인상키로 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인상 폭이 업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고질적 문제로 꼽혔던 '역마진' 구조는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만큼 수익성이 개선된다면 한전이 채권발행을 고집할 동기가 사라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임영주 KB증권 연구원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의 전력 판매단가가 상승하고, 천연가스 가격도 하향 안정되면서 가중평균 계통한계가격(SMP) 역시 하락하고 있어 영업손실 폭은 축소될 전망"이라며 "향후 한전채 발행액이 감소세를 보인다면 공사채 시장에서 이로 인한 수급 부담은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회사채가 발디딜 곳을 잡아 먹어왔던 은행채도 상환 기조로 돌아섰다. 이달 은행채 순상환액은 1조원을 기록했다. 올해 전체로 따져도 22조3700억원어치가 순수하게 상환됐다. 문제는 한전채를 제외한 여타 특수채들이다. 주택금융공사채(2조9400억원), 토지주택공사채(2조8490억원), 도로공사채(2조6000억원) 등이 2조원을 넘어섰다. 각각 전년동기 대비 66.1%, 30.4%, 80.6%% 증가했다. 주택금융공사(HF)는 40조원 규모로 운영되는 '특례보금자리론' 사업의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비롯해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토지·도로 등 인프라 수요를 맞추기 위해 토지주택공사나 도로공사 역시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다. 회사채 시장은 발행을 멈추는 분위기다. 지난 1월 4조6969억원에 달했던 발행액이 4월에는 1조3555억원으로 대폭 감소했고, 이달은 686억원 순상환으로 돌아섰다. 미국 지역은행발 금융 리스크,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기도 하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급등했던 하이일드(비우량채권) 스프레드가 현재는 다소 안정됐으나 하반기에도 글로벌 신용 경계감은 상존한다"며 "뱅크런 이후 크레딧물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3-05-22 18:04:54[파이낸셜뉴스] 국내 채권 시장에서 몸집을 줄이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채와 달리 뒤따르던 공기업들의 바람은 여전히 거세다. 은행들이 빚을 갚으면서 은행채 영향력도 줄고 있으나 특수채는 꾸준히 발행되면서 위세를 지키고 있다. 이에 자리를 뺐긴 회사채는 이달 들어 처음 발행이 상환에 역전당했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연초 이후 한전채(10조3500억원)를 비롯해 한국주택금융공사채, 한국토지주택공사채, 한국도로공사채 등 합산 발행금액은 18조7390억원(19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발행액 기준 선두는 단연 한전채다. 지난 16일엔 2년물(2200억원), 3년물(1800억원)을 합쳐 4000억원어치를 쏟아냈다. 발행액 증가 속도는 잦아드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해 같은 기간(11조6400억원) 대비로는 11.1%(1조2900억원)가량 줄었다. 2·4분기부터 전기요금을 5.3% 인상키로 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인상 폭이 업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고질적 문제로 꼽혔던 ‘역마진’ 구조는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만큼 수익성이 개선된다면 한전이 채권발행을 고집할 동기가 사라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임영주 KB증권 연구원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의 전력 판매단가가 상승하고, 천연가스 가격도 하향 안정되면서 가중평균 계통한계가격(SMP) 역시 하락하고 있어 영업손실 폭은 축소될 전망”이라며 “향후 한전채 발행액이 감소세를 보인다면 공사채 시장에서 이로 인한 수급 부담은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회사채가 발디딜 곳을 잡아 먹어왔던 은행채도 상환 기조로 돌아섰다. 이달 은행채 순상환액은 1조원을 기록했다. 올해 전체로 따져도 22조3700억원어치가 순수하게 상환됐다. 문제는 한전채를 제외한 여타 특수채들이다. 주택금융공사채(2조9400억원), 토지주택공사채(2조8490억원), 도로공사채(2조6000억원) 등이 2조원을 넘어섰다. 각각 전년동기 대비 66.1%, 30.4%, 80.6%% 증가했다. 주택금융공사(HF)는 40조원 규모로 운영되는 ‘특례보금자리론’ 사업의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비롯해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토지·도로 등 인프라 수요를 맞추기 위해 토지주택공사나 도로공사 역시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다. 회사채 시장은 발행을 멈추는 분위기다. 지난 1월 4조6969억원에 달했던 발행액이 4월에는 1조3555억원으로 대폭 감소했고, 이달은 686억원 순상환으로 돌아섰다. 미국 지역은행발 금융 리스크,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기도 하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급등했던 하이일드(비우량채권) 스프레드가 현재는 다소 안정됐으나 하반기에도 글로벌 신용 경계감은 상존한다”며 “뱅크런 이후 크레딧물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3-05-22 14:48:13한국전력채를 비롯한 특수채가 채권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시장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것은 물론 회사채 몫까지 끌어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특수채(기타특수채 포함) 발행금액은 총 20조2233억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원도개발공사 같은 지방공사채를 제외한 일반 공사채 발행 합계다. 발행액 기준 1위는 한전채다. 전년(8조9000억원) 대비 7.3%(6500억원) 증가한 9조5500억원어치가 발행됐다. 다른 공기업들도 채권시장의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2조6000억원), 한국도로공사(2조3100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2조733억원), 한국가스공사(1조3000억원) 등이 1조원이 넘는 채권을 찍었다. 신용등급 AAA에 해당하는 특수채들이 시중에 나오면서 자금 수혈이 급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채 1조5400억원어치가 풀린 이달 회사채 발행액은 전년동기(5조8290억원) 대비 약 7.6% 줄어든 5조3873억원에 머물렀다. 한전채 과다 발행은 전력 구입비용이 판매단가를 웃도는 역마진이 지속되면서 재무부담이 커진 때문이다. 채권발행으로 적자를 근근이 메우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여당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미루고 있어 추가 발행 여지도 충분하다. 강승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채권시장 자금경색을 초래했던 한전채 물량 부담이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며 "문제는 내년 총선을 감안할때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 폭의 제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가스공사도 가스요금 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액화천연가스(LNG) 매입을 위해선 채권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말 기준 미수금이 12조원가량 쌓였다. 이달엔 3100억원어치 채권을 표면이율 3.713~3.723%로 발행했다. 회사채가 디딜 곳을 잡아 먹어왔던 은행채도 부담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만기 도래 물량은 18조9200억원어치로 파악된다. 이를 포함한 2·4분기 합산액은 62조6200억원으로, 1·4분기(48조3600억원) 대비 29.5% 많다. 이런 가운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흥행한 종목도 상당수다. 지난 18일 SK이노베이션(AA)은 3000억원어치 모집에서 1조7300억원 주문을 받아냈다. 현대백화점(1조7500억원), HL만도(1조4850억원), 포스코퓨처엠(1조600억원) 등에도 1조원대의 매수세가 몰렸다. 대한항공(BBB+)이나 평택에너지서비스(A)도 각각 5985억원어치, 1940억원어치 주문을 이끌어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 전체가 흔들린 지난해와 달리 영향 범위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성공을 거둔 저신용 종목은 기존에 저명도가 있는 물량으로, 비우량채로 자금이 수혈되기까진 상당 기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3-04-25 18:32:57[파이낸셜뉴스] 한국전력채를 비롯한 특수채가 채권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시장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것은 물론 회사채 몫까지 끌어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특수채(기타특수채 포함) 발행금액은 총 20조2233억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원도개발공사 같은 지방공사채를 제외한 일반 공사채 발행 합계다. 발행액 기준 1위는 한전채다. 전년(8조9000억원) 대비 7.3%(6500억원) 증가한 9조5500억원어치가 발행됐다. 다른 공기업들도 채권시장의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2조6000억원), 한국도로공사(2조3100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2조733억원), 한국가스공사(1조3000억원) 등이 1조원이 넘는 채권을 찍었다. 신용등급 AAA에 해당하는 특수채들이 시중에 나오면서 자금 수혈이 급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채 1조5400억원어치가 풀린 이달 회사채 발행액은 전년동기(5조8290억원) 대비 약 7.6% 줄어든 5조3873억원에 머물렀다. 한전채 과다 발행은 전력 구입비용이 판매단가를 웃도는 역마진이 지속되면서 재무부담이 커진 때문이다. 채권발행으로 적자를 근근이 메우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여당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미루고 있어 추가 발행 여지도 충분하다. 강승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채권시장 자금경색을 초래했던 한전채 물량 부담이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며 “문제는 내년 총선을 감안할때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 폭의 제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가스공사도 가스요금 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액화천연가스(LNG) 매입을 위해선 채권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말 기준 미수금이 12조원가량 쌓였다. 이달엔 3100억원어치 채권을 표면이율 3.713~3.723%로 발행했다. 회사채가 디딜 곳을 잡아 먹어왔던 은행채도 부담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만기 도래 물량은 18조9200억원어치로 파악된다. 이를 포함한 2·4분기 합산액은 62조6200억원으로, 1·4분기(48조3600억원) 대비 29.5% 많다. 이런 가운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흥행한 종목도 상당수다. 지난 18일 SK이노베이션(AA)은 3000억원어치 모집에서 1조7300억원 주문을 받아냈다. 현대백화점(1조7500억원), HL만도(1조4850억원), 포스코퓨처엠(1조600억원) 등에도 1조원대의 매수세가 몰렸다. 대한항공(BBB+)이나 평택에너지서비스(A)도 각각 5985억원어치, 1940억원어치 주문을 이끌어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 전체가 흔들린 지난해와 달리 영향 범위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성공을 거둔 저신용 종목은 기존에 저명도가 있는 물량으로, 비우량채로 자금이 수혈되기까진 상당 기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3-04-25 15:07:11[파이낸셜뉴스] 지난해 자금시장에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돈맥경화'가 심해지면서 채권 발행에도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등은 위축됐지만 한전채 등 특수채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상황이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2년 채권·양도성예금증서(CD) 전자등록발행 규모는 504조1000억원으로 전년(487조6000억원) 대비 약 3.4% 증가했다. 채권 발행 규모는 463조9000억원으로 전년(454조7000억원) 대비 2.0% 증가했고, CD 발행 규모는 40조2000억원으로 전년(32조9000억원) 대비 22.2% 늘었다. 채권 종류별로 확인하면 돈맥경화 현상의 심화가 감지된다. 특수채가 222조6735억원 등록 발행돼 전년(176조3174억원) 대비 26.3% 증가했다. 특수채는 한전채 등 특별법에 의해 설치된 공공기관에서 발행되고 정부의 보증과 규제를 받고 있는 채권을 말한다. 이에 반해, 국민주택채(-23.2%), 지방채(-22.1%), 회사채(-12.4%) 등은 감소했다. 메자닌 증권(주식연계채권)의 경우 전환사채(CB)가 4조3462억원, 교환사채(EB)가 1조2258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5181억원이 발행돼 전년 대비 각각 54.4%, 24.5%, 26.1% 감소했다. 만기 구조별로는 단기채권이 145조4000억원 발행돼 전년(106조1000억) 대비 37.0% 늘었고, 중기채권은 222조8000억원 발행돼 전년(215조2000억원) 대비 3.5% 증가했다. 반면, 장기채권은 95조7000억원 발행돼 전년(133조4000억원) 대비 28.3% 감소했다. 비중은 중기채권(48.0%), 단기채권(31.4%), 장기채권(20.6%) 순으로 높았다. 모집 유형별로는 공모채권이 424조3000억원 발행돼 전년(404조원) 대비 5.0% 증가했고, 사모채권이 39조6000억원 발행돼 전년(50조7000억원) 대비 21.9% 감소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23-01-12 10:18:38공기업 등이 발행하는 회사채(특수채) 차환이 급증한 가운데 수급 기반마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수채의 3분의 1 가량을 사들이는 보험사들이 실적 부진으로 유동성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어서다. 7일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특수채 잔액(MBS 포함)은 399조1709억원(5일 기준)을 가리키고 있다. 특수채는 주택금융공사, 한국전력, 농어촌진흥공사, LH 등 공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로 정부보증을 받는다. 특수채 잔액은 2019년 12월 말 332조원대에서 지금은 400조원에 육박한다. 코로나19 이후 공기업들이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코로나 관련 자금 지원에 적극 나선 때문이다. 공기업의 특수채 잔액은 2년 8개월 만에 약 70조원이 늘었다. 2016년~2018년 3년 사이 특수채 잔액이 336조원대에서 328조원대로 8조원 넘게 줄어든 것과 상반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빚 청구서'다. 향후 3년 동안 해마다 최소 50조~60조원 안팎의 특수채 만기가 돌아온다. 올해 만기 도래하는 특수채 규모는 53조원을 넘는다. 2023년 50조9699억원, 2024년 58조4705억원, 2025년 63조1389억원이 만기를 맞는다. 공기업으로선 현금으로 상환하거나 다시 특수채를 찍어 차환해야 한다. 하지만 공기업들이 특수채를 찍었을 때 이를 받아줄 기관투자자들의 유동성 여력은 줄어들고 있다. 보험사들의 유동성 약화는 특수채 시장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사 '빅3'의 순이익은 639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1% 감소했다. 보험업의 장기성장 지표인 신계약 가입금액도 2014년 회계연도 개편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대호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경기 방향성이 약화되면 하락세가 더해질 것"이라며 "생보사의 보험료 수입액도 줄었다. 보험료 유입액 감소가 투자 유동성 감소로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험사의 주된 채권투자 영역인 만기 30년 이상 국채와 특수채 시장의 상대적 가격 방어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수채는 보험사가 기여하는 비중이 30%를 웃돈다. 국민연금(19.5%)보다 높다. 정 연구원은 "투자 유동성의 감소가 불러온 효과인지 연초 이후 보험사의 특수채 순매수량은 월간 기준으로 최저 수준"이라며 "한전채를 비롯한 일반특수채와 곧 발행될 안심전환대출 주택저당증권(MBS)의 보험권 수요가 예전만 못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수급이 뒷받침되지 못해 채권가격은 더 하락(금리 상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채권금리 상승은 공기업의 이자비용을 늘린다. 수급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 향후 공기업들의 차환 리스크도 불거질 수 있다. 특수채 잔액 가운데 주택금융공사채(MBS 포함)가 152조원대로 가장 많다. 한국전력공사채(50조4000억원), 토지주택채(30조8008억원), 한국도로공사채(27조9600억원), 중소기업진흥공단채(20조9275억원)가 뒤를 잇는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2022-09-07 18:11:40지닌달 국내 채권 발행시장은 전월보다 1000억원 감소했다. 국채 발행은 크게 증가했지만 회사채와 특수채 발행이 주춤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는 '7월 채권시장 동향' 자료를 통해 지난달 국내 채권발행 규모가 55조7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000억원 감소했다고 7일 밝혔다. 국채 발행은 12조4510억원으로 52% 늘었지만 금융채, 회사채, 특수채 발행이 줄었다. 우량등급 위주로 회사채 발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인상 전 선발행이 주춤하면서 회사채 발행액은 전월보다 19.5% 줄어든 5조584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신용등급 A등급 이상이 74.5%를 차지한 반면 BBB등급 이하는 3.5%에 불과했다. 특수채 발행도 전월보다 24% 감소한 3조9490억원에 그쳤다. 채권 금리는 국내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경기둔화 예상,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 우려 등으로 단기물은 상승하고 장기물은 하락하는 단고장저를 보였다. 외국인은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무역분쟁에 따른 안전자산선호와 외환 스왑포인트(선물환율-현물환율) 마이너스로 원화채를 꾸준히 사들였다. 그러나 한미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면서 원화채 매수 규모는 둔화됐다. 지난달 외국인은 국채 2조2000억원, 통안채 1조4000억원 등 총 3조7000억원 순매수했다. 7월말 기준 외국인 국내 채권보유 잔고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112조435억원으로 전월(110조5620억원) 대비 1조5000억원 증가했다. 장외 채권 거래량은 437조1000억원으로 전 월보다 22조원 증가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2018-08-07 14:3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