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운용자산(AUM) 4조원대 한강에셋자산운용이 1970년대생을 전면에 내세운다. 일종의 세대교체인 셈이다. 1960년생인 오종섭 대표는 2023년 말까지 임기이지만 고문으로 남는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한강에셋자산운용 부동산투자운용 대표를 김광현 부동산투자운용본부장 전무가 맡는다. 오 대표의 후임 인사다. 신임 김 대표는 1973년생인 방희석 인프라운용부문 대표와 함께 한강에셋자산운용을 이끌게 된다. 그는 1972년생으로 국내외 부동산 개발 및 투자 관련 경력만 23년에 달하는 베테랑이다. 현대건설로 직장 생활을 시작해 미국 버지니아와 뉴저지에서 부동산 투자·대출 및 개발회사, KT 해외부동산, 삼성SRA자산운용 해외투자2 사업부장을 지냈다. 김 대표는 삼성SRA자산운용 시절 약 2200억원 규모 미국 덴버 US 뱅크 타워 오피스와 약 6000억원 규모 미국 뉴욕 맨해튼 195 브로드웨이 오피스 매입을 주도했다. 오피스 JV(조인트벤처) 투자, 멀티패밀리(임대주택) 메자닌(중순위) 대출, 글로벌전략대출 블라인드펀드 (GSDF) 설정, 물류 JV 블라인드펀드 설정 등도 그의 손을 거쳤다. 한강에셋자산운용에 와서는 올해 초 캐나다 오타와 소재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fulfillment center)를 5460억원에 매입하는 거래를 주도했다. 캐나다 물류 부동산 투자로는 국내 기관 중 처음으로, 현지 기관과 JV(조인트벤처) 투자 사례다. 음성 CNI 물류센터, 남부권 물류 포트폴리오, 여주 점봉동 물류센터 선매입을 주도했다. 호주 캔버라 정부임차 오피스 매각 등도 수행했다. 한강에셋자산운용은 2021년 12월 30일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츠(REITs) 자산관리회사(AMC) 겸업 본인가를 받았다. 그동안 축적해 온 부동산 투자 및 금융 전문성 및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외 우량 물류센터와 오피스 자산 등 다양한 상품을 리츠에 담을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에셋자산운용의 최대주주는 밸류업 전문 플랫폼 이도의 대표인 최정훈 의장이다. 지분 58.6%를 보유하고 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2022-09-01 05:55:29[파이낸셜뉴스]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 123년 역사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여성작가로는 아시아 최초다. 예상치 못한 수상에 놀랍고 더 반갑기까지 하다. 한국 문화의 쾌거이자 국가적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10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의 작품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했다. 어릴 때부터 책과 함께 자랐고 한국 문학과 함께 성장했다는 한강은 "한국 문학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담담한 수상소감을 밝혔다. 한강은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세계적 문호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소설 '채식주의자(영어판 제목 The Vegetarian, 2007)'로 먼저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을 지난 2016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바 있다. 한국 문학의 세계적 위상을 높인 쾌거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의 디딤돌을 놓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한국은 'K컬처'로 통칭되는 영화·드라마, 노래 등이 세계의 주류가 됐다. 그러나 한글로 쓴 문학은 언어의 장벽이 높아 다른 문화 콘텐츠에 비해 전달의 한계가 존재했다. 이런 불리한 여건에서 한국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야말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 일본문학에 비해 변방 취급을 받았던 한국문학의 풍부한 감성과 가능성을 세계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등과 같이 굴곡진 현대사의 아픔을 담은 우리의 축적된 문학의 힘이 1970년대생 젊은 작가 한강을 길러낸 것이다. 한강의 작품 세계는 독창적이다. 어둡고 아픈 현대사와 교차하며 인간 내면을 깊이 응시하는 힘이 있다. 죽음과 폭력, 인간애를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낸다. '소년이 온다(2014)'는 우리 현대사의 가장 아픈 상처이며 치유하지 못한 광주민주화운동을 담았다. '작별하지 않는다(2021)'는 세 여성의 시선으로 이념에 짓밟힌 민초의 삶,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그렸다. 한강은 제주에서 살면서 4·3 사건의 증언을 모으고 이야기를 연결했다. 한국 문학은 한반도를 넘어 이제 세계인이 공감하고 치유받는 문학으로 승화했다. 한글 작품을 영어, 프랑스어 등으로 옮겨 작가의 정신세계와 감동을 되살리는 번역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묻힐 뻔했던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옮겨 생명력을 되살린 젊은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그 역할을 했다. 이런 한국 문학 번역가는 소수다. 서구권에서는 영화와 K-팝과 달리 한국 문학이 변방인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문학은 세계에 덜 알려진 숨겨진 보고와 같다. 한국문학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양질의 번역을 촉진하기 위한 국가의 체계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우린 스마트폰과 SNS 홍수 속에 청소년들과 기성세대 할 것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 우리 문학도 쇠퇴하고 소멸하고 있다. 이런 문학의 침체 속에 한강의 수상은 우리의 글과 문화에 대한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전환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 한강은 올 봄 삼성호암상을 수상하면서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더 먼길을 우회해 계속 걸어가 보려 한다"고 했다. 영광은 서두르기만 한다고 결코 거머쥘 수 없다. 한곳을 천착하며 차근차근 쌓아올려야 이룰 수 있다. 문화이든 과학과 기술이든, 축적의 힘은 그렇게 나온다. 한국인의 창의성과 우수성이 문학을 넘어 노벨상 불모지인 기초과학 분야로 힘차게 뻗어나가길 기대한다.
2024-10-11 14:07:24【파이낸셜뉴스 김포=강근주 기자】 김포시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적극 소통하고 협력하는 지역공동체 구축을 위해 경기도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2019년부터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추진해왔다. 혁신교육예산 500억원 확보, 학교-마을 교육협력 등을 기반으로 김포는 지금 학생-교사-마을- 학부모 모두가 행복한 교육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하영 김포시장은 19일 ”학교와 마을이 경계를 넘는 협력으로 학생 스스로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돕고 김포시민이란 자긍심을 갖는 미래 인재로 육성돼야 한다”며 “교육청-마을과 지속 협력해 시민 모두가 만족해 하는 행복교육도시 김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3년간 144억 지원…올해 12개사업 51억편성 김포시는 2019년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전담 추진하는 혁신교육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시청 직원과 김포교육지원청 장학사 등이 함께 근무하며 협력하고 있다. 혁신교육지구사업으로 지난 3년간 144억원의 예산을 편성-운영하고 올해는 51억원을 편성하여 3월부터 12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교육지구사업은 크게 학교에 교육경비보조금을 지급해 추진하는 사업과 혁신교육지원센터에서 직접 추진하는 사업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김포시는 3월 관내 96개 학교에 신청사업 검토와 공모사업 심사를 통해 31억원을 지급했다. 학교는 지원된 예산으로 ‘내고장 평화-생태·-화 탐방’, ‘유-초-중 교육과정 특성화’, ‘고교역량 강화 지원’, ‘작은학교, 큰 꿈 프로젝트 지원’ 등 다양한 혁신교육지구사업을 추진한다. 또한 혁신교육지원센터도 8억원 예산으로 ‘한강하구 습지탐방’, ‘학교로 찾아가는 생태교육’, ‘경계없는 마을학교 운영’, ‘이음버스 지원’ 등을 4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유-초-중 교육과정 특성화…고교 역량강화 혁신교육지구 시즌Ⅲ(2021~2025년)은 경계를 넘어 모두의 미래를 여는 평화누리 김포교육이란 비전 아래 ‘지역 특색을 반영한 미래교육 체제 구축’, ‘학교와 마을의 교육협력을 통한 혁신교육 생태계 강화’, ‘지역교육 거버넌스 통한 교육자치 실현’ 등 3가지 목표로 운영된다. 평화-생태 교육, 학생 중심 미래교육, 교육격차 해소, 혁신교육 생태계 확장, 교육 거버넌스 강화, 교육자치 지원이란 6개 추진과제를 바탕으로 12개 사업을 추진한다. 이들 프로젝트는 생태, 평화, 공공, 실천 등 핵심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보편적 교육복지 사업이다. 학생 중심 미래교육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대표적인 사업으로 ‘유-초-중 교육과정 특성화사업’, ‘고교 역량강화 지원 사업’이 있으며 학교에 교육경비보조금을 지원해 추진한다. 유-초-중 교육과정 특성화 사업은 각 학교가 문화예술, 체육, 독서, 진로, 미래교육 등 하나 주제를 정해 추진하며 82개교에 16억원을 지원했다. 고교 역량강화 지원 사업은 고교학점제와 고교평준화를 대비하기 위한 각 고등학교 교육과정 특성화 지원 사업으로 14개교에 11억원이 투입됐다. 혁신교육지원센터는 혁신교육 생태계 확장을 위해 ‘학교로 찾아가는 생태교육’, ‘경계없는 마을학교 운영’, ‘이음버스 운영’을 대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학교로 찾아가는 생태교육은 자연환경 해설사 등 생태교육 전문가가 학교로 찾아가 학교 생태환경을 학생들과 코스별로 돌며 교육하는 활동이다. 교육과정과 연계되는 프로그램 구성으로 학생의 생태감수성을 키우는데 목적이 있다. 오는 11월까지 10개 초등학교 95학급 2600명이 교육받을 예정이다. 학생들이 이음버스를 타고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 하동천, 전호습지를 찾아가 한강하구를 탐방하는 생태교육도 실시한다. 오는 11월까지 8개 초-중학교 66학급 1740명이 교육에 참여한다. 경계 없는 마을학교는 공고를 통해 발굴된 마을학교 강사가 직접 학교로 찾아가거나 학생이 이음버스를 타고 직접 마을학교 체험터를 방문해 교육을 받는 사업으로 올해 49개 단체의 90개 프로그램이 발굴됐다. 평화, 문화, 생태·환경, 역사, 과학, 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마을단체가 참여하는 김포마을학교는 올해 45개 학교에서 46개 단체의 64개 프로그램을 선택-신청해 2만9117명의 학생이 참여한다. 마을학교 프로그램 중 학교에서 선호하는 생태환경, 정보통신, 공예, 예술 분야 ‘찾아가는 텃밭교실’, ‘곤충과 함께하는 생태체험 학습’, ‘반갑다 드론아, 반갑다 코딩아’, ‘학교로 찾아가는 도예체험’, ‘평화가 움트는 연극교실’ 등이 있으며, 교육과정과 연계한 마을교육으로 학생의 배움을 확장시키고 있다. 김포시는 학생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학교와 체험터를 잇는 이음버스도 운영-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혁신교육지구 사업으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인권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학교와 함께하는 김포 평화-통일 교육’, 초등학교 3학년 사회과 교육과정 운영에 따른 현장체험 중심교육인 ‘내고장 평화-생태-탐방’, 읍면 소규모 학교 지원으로 지역격차 해소를 위한 ‘작은 학교, 큰 꿈 프로젝트 지원’ 등 다양한 세부사업도 추진된다. ◇김포혁신교육지원센터 마을학교 역량강화 지원 혁신교육지구 시즌Ⅲ에서 가장 큰 특징은 학습공간을 지역으로 확대해 다양한 지역 인프라를 활용해 궁극적으로 학교와 마을의 교육협력을 통한 혁신교육 생태계 강화다. 이를 위해 혁신교육지원센터는 마을학교 역량강화 활동에 힘쓰고 있다. 올해 2월 마을강사를 대생으로 기본소양 신장과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3일간 진행했으며 49개 단체 126명이 참여했다. 3월부터는 9명의 초-중-고교 교감, 수석교사가 마을교육 질적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발굴된 49개 단체 90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수업설계, 수업현장 모니터링, 맞춤형 코칭 순으로 컨설팅이 추진된다. 컨설턴트는 마을수업을 직접 모니터링하고 마을단체 강사에게 맞춤형 코칭과 피드백을 주는 등 마을수업이 보완-개선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2022-04-19 08:21:00국민의힘 새 당대표 선거 분위기가 심상찮다. 후보 등록 마감이 22일이어서 선거판이 본격적으로 열리진 않았다. 서열, 나이를 중시하는 보수정당에서 1970년대생 초선들이 이례적으로 대거 출마선언을 했다. "판을 바꿔야 한다"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거친' 구호까지 내걸었다. 당대표 여론조사에서 50대 초반 김웅 의원(초선·서울 송파갑), 30대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민심이 바뀌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두드러졌다. 'MZ세대'의 움직임은 바뀐 민심을 알 수 있는 최고의 가늠자로 꼽힌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밀레니얼, Z세대를 지칭하는 MZ세대는 서울, 부산시장 선거에서 야당인 국민의힘을 강하게 밀었다. 20대 남성 70% 이상이 현 정권에 등을 돌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말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다만, 대통령은 국정 전반이 아닌 부동산정책 실패에 한정된 심판이라는 단서는 달았다. 불과 1년 전 총선에서 과반수를 훨씬 넘는 의석으로 현 집권세력을 밀어줬던 MZ세대의 변심은 부동산 가격 급등만이 원인일까.변화가 대세다. 4차 산업혁명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속도가 붙으면서 우리의 삶과 사회 전반을 속속들이 변모시키고 있다. 원격화상회의 플랫폼 '줌' 등을 활용한 비대면 시스템은 기업을 넘어 교육, 종교 영역까지 확산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새로운 흐름도 몰려왔다. 기업도 재무적 성과만을 중시하던 전통적 경영방식에서 ESG 등 비재무적 요소를 중시해야만 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노동운동도 영향권에 들어있다.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중후장대 기업의 생산직 중심이었던 노동운동에 MZ세대가 주축이 된 젊은층 사무직이 '별도 노조' 형태로,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변화의 밑바닥에는 MZ세대가 있다. MZ세대는 불안하다. 청년층은 생애 안에 거주할 집 구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에 절망하고 있다. "내재가치가 없다"는 정부의 경고에도 불안을 떨치기 위해 가상자산 투자에 집중하는 이유다. 오죽하면 "인생은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라는 말이 청년층 사이에 우스갯소리로 회자될까 싶다. 가상자산 투자에 성공하면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아파트에 살고, 실패하면 한강물에 빠져 죽는다는 말이라고 한다. MZ세대는 또 '뉴노멀'에도 직면해 있다. 코로나와 결합한 4차 산업혁명은 이전 위기 때와는 다른 일자리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비대면화·디지털화·자동화라는 구조적 변화는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 심화라는 새로운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대선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결정적 계기다. 한 세대는 통상 30년이다. 1992년 김영삼 대통령의 당선으로 열린 민주를 화두로 내세웠던 시대는 2022년 문 대통령이 퇴임하게 되면 30년을 채운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나온 심상찮은 움직임은 내년 대선에서 MZ세대가 촉발시킨 변화의 흐름을 잡겠다는 선제적 몸부림이다. 세대교체라는 시대 흐름 말이다. MZ세대의 일자리 불안과 공정한 보상체계에 대한 요구에 대한 해답이 필요하다. "다음 세대가 더 낫고 행복할 것"이란 확신을 줄 수 있는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누구든 변화를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콘텐츠기획·부국장
2021-05-19 19:37:18대통령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 시절 탐독했다는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가 대표적이다. 독서광으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 추천도서도 여러 차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지난해 여름휴가철을 앞두곤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김성동 작가의 '국수'가 화제를 낳았고, 올해 초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한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의 '축적의 길'도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문 대통령은 최근에도 청와대 전 직원에게 책을 한 권씩 돌렸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1990년대생의 출현을 알린 '90년생이 온다'다. 문 대통령은 책에 동봉한 카드에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그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경험한 젊은 시절, 그러나 지금 우리는 20대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라는 글도 함께 적었다. 이 책은 현재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2위, 인터파크 3위, 예스24 6위를 기록 중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20대의 현 정부에 대한 지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런 사실은 이달 초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관한 질문에서 20대는 30.4%가 긍정 평가를 한 반면, 이보다 많은 42.7%는 '잘못했다'는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이들의 부정 평가는 50대(57.7%)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바로 위 세대인 30대(37.4%)나 40대(36.8%)에 견주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조 장관의 딸 입시의혹 등으로 분노를 표출했던 20대의 속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90년생이 온다'를 읽다 보면 20대가 이번 사태에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를 헤아려 볼 수 있는 부분이 여럿 나온다. 저자에 따르면 90년대생, 즉 20대는 '9급 공무원을 원하는 세대'다. 9급 공무원은 박봉에 일도 쉽지 않지만 정년이 보장되고, 상대적으로 복지도 좋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들이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만을 위해 9급 공무원을 꿈꾸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취업준비생의 절반 가까이가 공시족인 까닭은 9급 공무원시험이 그나마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채용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90년대생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정직함'을 꼽는다. 여기서 말하는 정직함이란 솔직하거나 순수하다는 의미의 '어니스티(Honesty)'보다는 진실성 혹은 온전함을 뜻하는 '인티그리티(Integrity)'에 가깝다.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에 대해 선배 세대들은 더러워도 꾹 참고 넘어가는 일이 많았지만 이들은 그런 일에 과감히 이슈를 제기하는 편이다. 과거처럼 거대한 이념이나 사회조직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는 것도 아니다. 바로 내 곁에서 일어나는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일에 개인적으로 맞선다. 이들이 조국 사태에 버럭 화를 낸 진짜 이유다. '88만원 세대'의 저자이기도 한 경제학자 우석훈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좋든 싫든 이제 한 시대가 끝이 났다"고 진단했다. 평등과 공정 그리고 정의를 자신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386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세대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 때가 됐다는 얘기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청년이 미래를 선도하는 사회를 전망하며 "이제 청년이 스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당신은 이미 과거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청년들이 외치고 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2019-09-18 17:25:04대학 구조조정에 반발, 시위를 벌이다 퇴학 등 처분을 받은 중앙대생들이 법원 판결을 통해 구제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박경호 부장판사)는 14일 대학 구조조정에 반발해 시위를 벌이다 중징계를 당한 중앙대생 노모씨 등 3명이 학교를 상대로 낸 퇴학처분 등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노씨 등은 중앙대가 18개 단과대와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 및 46개 학과·학부로 통폐합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확정하자 교내 신축공사 현장의 타워크레인과 한강대교에 올라가 시위를 벌였다가 학교 위상을 추락시켰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4∼5월 퇴학과 무기정학 등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8월 “학교측이 든 징계사유가 ‘학생 상벌에 관한 시행세칙’에 해당하지 않고 설령 징계사유가 존재하더라도 재입학이 허가되지 않는 퇴학처분은 징계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art_dawn@fnnews.com손호준기자
2011-01-14 11:24:19“최고의 아이디어는 고객에게서 나옵니다.” 아파트 한 채에 3가구가 각자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주방과 욕실을 배치해 주인집을 제외한 2가구는 임대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한 ‘더블 임대수익형’ 평면을 개발, 제안해 조합원들의 큰 호응을 받으며 서울 동작구 흑석3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한 GS건설 주택사업본부의 원종일 주택기술담당 상무(49·사진)는 “최고의 아이디어는 고객에게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원 상무는 “주거문화와 주택시장 트렌드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현상이 아닌 변동에 대해 관찰을 하고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다 보니 소형 주택에서 실질적인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고객의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소형 아파트 실수요자들의 요구를 유형화시켜 분석하고 소형 주택에 대한 GS건설 고유의 개념을 나름대로 정립해 나갔다. 원 상무는 투자처를 갈망하는 고객들에게는 임대수익을 창출해 주고 실입주자들에게는 기존 거주공간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숨겨진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고민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연장선상에서 흑석3구역의 수주를 위한 설계제안을 진행하게 됐다고 했다. 여러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한 수주활동을 진행하면서 고객들이 값싸고 좋으면서도 빨리 지어달라고 하는 등 겉으로 요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원 상무는 ‘브랜드 좋은 아파트 한 채를 덜렁 분양받아서는 생계 유지가 안된다’는 어느 조합원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 후 세입자로부터 받는 월세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조합원들은 브랜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만들었고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우게 됐다는 것이다. GS건설은 그동안 몇몇 현장에서 부분임대 수익형 평면을 들고 직접 고객들에게 제안해 좋은 호응도 얻은 상황에서 마침 흑석3구역이라는 한강 이남의 금싸라기 같은 재개발 사업 수주가 진행되고 있었다. 원 상무는 그곳에서 세입자로 수년간 살아온 거주자 뿐 아니라 중앙대를 졸업한 회사 직원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은 결과 자취를 하는 중앙대생들이 졸업 후 취직을 해도 상당수가 흑석동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실제 중앙대 신입생들은 자취를 하고 싶어도 집이 없어 흑석동 이외의 지역에서 방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강남과 강북 중심지역에 30분대에 닿을 수 있다는 입지적 우수성이 중앙대 졸업생들의 지속적인 거주를 통해 입증된 것이다. 더불어 대다수 조합원들의 연령대가 높다는 점을 통해 정착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거주하는 정다운 동네라는 것도 알게 됐다. 원 상무는 결국 해답이 고객들의 이야기 속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원과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세입자가 함께 계속 머무를 수 있는 동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고객들의 생각이라고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됐다. 원 상무는 “단순히 회사의 이익뿐 아니라 보다 큰 비전으로 공익과 함께 우리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믿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며 “이를 현실화시켜 고객의수익 창출과 조합원 및 세입자의 재정착률을 높이며 외부 투자자들의 관심도 끌 수 있는 더블 임대수익형 신평면을 개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yccho@fnnews.com조용철기자
2010-10-20 18:56:03한국 초고층 빌딩, 국내 최초 아이맥스 영화관과 수족관 등으로 이름을 날리며 남산타워와 더불의 서울의 명물로 통하던 63빌딩(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0)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90년 중반 이후 서울 곳곳에 즐비하게 들어서기 시작한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들과 각종 부대시설로 무장한 고급 레스토랑에 맥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18일 낮 12시. 63빌딩의 모습은 여름 끝자락 모질게 퍼붓는 빗줄기 탓인지 손님들과 쇼핑고객들로 한참 붐벼야 할 지하 1층의 점포에는 썰렁한 기운이 완연했다.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한 54층 이상에도 평소 자주 드나드는 고객들의 발길이 거의 끊어졌다. 패스트푸드점과 식당, 의류?^잡화점 등 모두 60여개의 점포가 입점해 있는 지하 1층은 63빌딩의 먹거리 장터이자 쇼핑장소이고 만남의 장이다. 귀금속 코너의 한 여점원은 “요즘 장사가 어떠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다른 빌딩보다 제품값이 비싸다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아무리 홍보를 해도 소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녀는 “작년보다 50% 이상 매출이 줄었다”며 “움츠러든 경기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주수익원이었던 관광객이 줄어 타격이 크다”며 울상을 지었다. 아이스크림 가게의 상황은 더욱 심하다. 1층 계단과 바로 연결되는 통로에 위치해 노른자위 코너로 통하는 아이스크림 가게의 점원은 “오전에 10개도 못 팔았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나마 활기를 띠는 곳은 한벌에 1만원하는 저가 의류매장. 주로 인근 여의도 주민들이 사람 만나러 나왔다가 티셔츠며 바지 등을 싼맛에 사가지고 간다는 것이 매장직원의 귀띔이다. 갑자기 1층에서 왁자지껄한 소리를 내며 중학생 수십명이 내려왔다. 경기 평택 세교중학교에서 견학차 온 이 학생들이 방금 수족관을 들러 관광버스로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무리의 한 여학생은 “수족관이 너무 볼품이 없었다”며 “얼마 전 코엑스 아쿠아리움에도 가봤는데 거기에는 상어며 희귀한 어류들이 많았는데 63빌딩은 펭귄 등 TV에서 거의 다 본 동물 뿐”이었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63빌딩 입주업체들도 불만을 털어놓았다. 63빌딩에 10년째 머무르고 있다는 한 입주업체의 관계자는 “건물이 지어진 지 20여년 가까이 돼 환기가 안되고 외벽 등이 낡아 개보수가 시급하다”며 “특히 주차장이 협소해 한강둔치에 차를 세워 놓고 걸어 올라오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입주업체의 관계자는 “올해 63시티측이 임대료를 인상했는데 건물 시설은 그대로”라며 “입지조건만 아니면 63빌딩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관광객과 입점업체, 사무실 입주사들로부터 리모델링의 시급성이 지적되면서 63빌딩의 주인인 대한생명이나 대생의 경영권을 소유하고 있는 한화그룹 모두 개보수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는 이에 대해 “한화컨소시엄이 대생을 인수할 때 ‘조건부 인수’옵션으로 계약해 리모델링 예산을집행하려면 예금보험공사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대생은 “지난 7월 유명 컨설팅 업체의 실사를 받았으며, 오는 10월께 공사 전담조직을 편성해 11월에는 설계 및 시공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수백원이 넘게 소요될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입주 점포업체들의 입장은 다급하다. 경기부진에 관람객 감소로 매출 타격이 심각해 개보수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 입점업체의 점주는 “당초 한화가 대생을 인수한 후 곧바로 공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언제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할 것인지 63빌딩 측에서 언급이 없어 불안하기만 하다”고 난감해했다. 공사가 시작되면 매점을 철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63빌딩 관광수입은 지난해보다 약 20%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게 63시티 측의 예상이다. 이는 캐시카우였던 수족관, 아이맥스 등의 부진이 직접적인 요인이며 총체적으로 빌딩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반증이다. 관광업계 전문가들은 63빌딩이 지리적 이점과 운영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 개발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재도약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코엑스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빌딩문화의 추세가 단순 사무공간이 아니라 전시장 컨벤션 쇼핑몰 등이 어우러진 복합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현재의 63빌딩은 오피스타워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2003-09-18 10:06:15[파이낸셜뉴스] 서울 반포한강공원 근처에서 실종된 지 닷새 만에 숨진채 발견된 의대생 A씨(22)의 사망 경위를 수사 중인 경찰이 A씨가 현장에 체류한 시간대 폐쇄회로(CC)TV 영상과 공원 출입차량 블랙박스 등을 확보해 당시 정황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6일 "현장 상황 파악 및 수색을 위해 한강공원 인근 폐쇄회로(CC)TV 54대를 확보해 정밀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사건 당일 A씨와 B씨가 현장에 체류한 시간대에 한강공원 주차장에 출입한 차량 133대에 대한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차량 133대 중 일부 블랙박스를 확보했고, 나머지 차량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라며 "동시간대 목격자 6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실시했고 목격자 추가 조사 필요시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건 당일 A씨가 소지한 것으로 알려진 친구 B씨의 휴대폰 기종은 "아이폰8 스페이스그레이"라며 "휴대폰 확보를 위해 한강공원과 수중 수색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B씨의 휴대폰 신호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기지국 교신이 한강인 점을 들어 일대를 수색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 경찰 100여명과 소방 구조대원, 민간구조사 등을 투입해 현장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경찰은 "A씨의 죽음에 대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서라면 당시 함께 있었던 친구 B씨도 소환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B씨는 현재 참고인 신분이다. 경찰은 친구 B씨에 대한 법최면 검사를 실시하고, B씨가 소지했던 A씨의 휴대전화도 포렌식에 돌입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께부터 이튿날 새벽 2시께까지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A씨와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가 실종됐다. 경찰은 실종 신고가 접수된 25일부터 서울 서초경찰서를 중심으로 한강경찰대 등과 함께 합동 수색을 벌였다. A씨는 이후 닷새 뒤인 30일 오후 실종 현장 인근 한강 수중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지난 1일 의뢰했다. 국과수는 구두소견으로 A씨 시신 왼쪽 귀 뒷부분에서 발견된 손가락 2마디 크기의 자상이 직접적 사인은 아니라고 전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는 2~3주 후에 나올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두고 보고 있다"며 "경찰은 자식잃은 부모 마음의 질문에 대해 응답해야 할 책무가 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2021-05-06 15:2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