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박물관에는 여느 박물관처럼 왕이나 귀족들이 사용하던 번쩍이는 금붙이는 없습니다. 대신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성장한 '우리 민족의 뿌리'를 발견할 수 있죠. 또 단순한 전시만이 아닌 다양한 교육활동을 통해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사명으로 여기고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부터 10년째 농협 농업박물관을 맡아온 김재균 관장(54·사진)은 농업박물관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서울 새문안로에 위치한 농업박물관은 지난 1987년 개관한 국내 최초의 농업계 박물관으로, 2005년 4월 지금의 모습을 갖춘 이래 줄곧 김 관장이 맡아서 책임지고 있다. 경북대에서 고고인류학을 전공한 그는 1988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홍보업무를 맡아오던 그는 2005년 박물관 리모델링과 함께 사내 박물관장 모집 소식을 듣고 주저없이 지원했다. 전공을 살리는 동시에 농협에 두루 보탬이 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바라던 대로 새 박물관의 초대 관장이 됐다. 김 관장은 농업박물관을 살아 숨쉬는 박물관으로 만들고 싶었다. 자신부터 전문성을 키워야겠다고 결심했다. 2009년 경북대 고고인류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데 이어 지난해 2월에는 한양대 대학원에서 '농업가치 확산을 위한 박물관교육 연구'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도 그래서였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전국의 농업계박물관은 자신이 관장으로 있는 농업박물관을 포함해 등록 박물관이 27개, 미등록 박물관이 30개, 농업기술원 및 농업기술센터 전시시설 57개로 모두 114개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 시설이 열악한 데다 전문인력이 부족해 교육이나 체험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을 찾기 힘들다. '책을 통해서 농업가치를 전달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농경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박물관대학'과 '농촌문화체험교실' '어린이 농업박사' 등이 그의 대표적인 '소출'이다. 덕분에 현재 농업박물관은 학부모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농업박물관 관람객 수는 그의 취임 이후 2배로 늘어났다. 농업박물관은 10년 전인 지난 2004년 말까지만 해도 연간 관람객 수가 15만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 말 기준 연간 관람객은 30만명에 달한다. 외국인 관람객도 적지 않다. 지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것도 이런 공로 덕분이다. 농업박물관은 현재 농기구 및 농업생활용품 4031점, 농기 9점, 화폐 65점, 서화 28점, 고서 90점, 복제 및 모조품 685점으로 총 4908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된 농기 4점을 포함해 유물 4040점은 농민들의 기증으로 이뤄졌다. 말하자면 농업박물관은 농민들과 함께 만든 박물관인 셈이다. 김 관장은 "궁이나 왕실에서 썼던 번쩍이는 유물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 가치로 따진다면 농경문화를 토대로 출발한 우리 민족에겐 실생활에서 사용하던 지게 작대기, 똥장군과 같은 농기구 역시 무척 중요한 유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유물을 기증받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2007년 농기구를 조사하는 학자에게 100년이 넘은 쟁기가 경기도 포천에 있다는 말을 듣고 달려갔더니, 80대의 어르신께서 쟁기를 보관하고 계셨는데 선친이 직접 만든 거라 기증이 어렵다고 했다. 어르신의 자녀들까지 만나 6년 동안 설득해 기증을 받아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요즘 그는 새로운 특별전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오는 12월로 계획하고 있는 이번 특별전시는 '전래동화 속에 등장하는 농기구'를 주제로 잡았다. 김 관장은 "예전엔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고 했지만, 요즘 아이들은 기역 자는 알아도 낫은 모른다"며 "이번 기획전시는 우리 다음 세대가 우리 농업의 가치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2015-11-16 17:36:17식물에 관한 오해 / 이소영 / 위즈덤하우스 '식물에 관한 오해'는 저자가 16년간 식물을 관찰하고 기록해온 시간 동안 맞닥뜨린 크고 작은 오해와 편견을 다뤘다. 식물 세밀화가이자 원예학 연구자인 저자는 "틈 위에서 내려다보면 비좁아 보일지라도 막상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아래에는 흙과 모래가 펼쳐져 있어 식물이 뿌리를 내리기에 무리가 없다"며 "주변에 경쟁 식물도 없으니 햇빛을 받는 양 또한 도시 어느 화단보다 넉넉해 도시살이를 피할 수 없는 식물들엔 최선의 삶의 형태"라고 말한다. 저자는 또한 "식물을 향한 기존의 시선에서 벗어나 식물의 다채로운 모습과 강인한 생존력을 제대로 바라보라"고 권한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5-30 10:15:19[파이낸셜뉴스] 풀무원이 40년 이상 쌓아온 발효 기술과 식물 영양소 연구 노하우를 담은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하고 식물기반 헬스케어 솔루션 사업에 본격 나선다. 풀무원건강생활은 식물 속 생리활성 물질을 쉽고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식물기반 헬스케어 솔루션 브랜드 '풀무원건강식물원'을 신규 론칭하며 제품 라인업 2종을 먼저 선보인다고 27일 밝혔다. '풀무원건강식물원'은 매일 먹는 음식이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것처럼 우리의 몸을 건강이 자라는 정원으로 규정했다. 흙 속의 씨앗이 싹이 움트고 뿌리를 뻗어 자라나며 잎이 무성해지고 꽃이 핀 후 열매를 맺는 것처럼 식물이 가진 영양소를 활용해 건강의 근원이 되는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자는 의도를 담았다. '풀무원건강식물원'은 각자의 몸속의 정원을 건강하게 가꿔가는 단계에 따라 △식물 발효 영양 △식물 기초 영양 △식물 기능 강화 카테고리로 나뉜다. 먼저 식물 발효 영양은 40년 넘게 이어온 풀무원의 발효 기술을 적용해 매 끼니 영양소의 소화를 돕는 제품을 선보이는 카테고리다. 식물 섭취에 대해 기존 국내 건강식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관점이 적용된 제품을 제안한다. 식물 기초 영양은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미네랄 등 5대 영양소를 기반으로 식사의 일부를 식물성 제품으로 치환해 식사 질적 향상을 돕는 제품 카테고리다. 식물 기능 강화는 기능이 규명된 식물 소재를 이용해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건강 고민을 케어하는 제품 라인업을 선보이는 카테고리다. 위, 장, 간 건강 및 혈당, 체지방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풀무원건강생활은 '풀무원건강식물원' 브랜드 론칭과 함께 핵심 제품인 '파이토 에너지 샷'을 함께 선보인다. 이 제품은 40년 전 풀무원의 최초 사업인 건강식품 사업 정신을 이어나감과 동시에 1989년 출시된 풀무원의 야채 발효 제품을 복각해 출시했다. '파이토 엔자임'도 함께 출시했다. 현미와 완두를 발효시킨 식물 효소와 고함량 식물섬유를 함유한 제품으로 편안함을 주는 제품이다. 풀무원건강생활 오경림 대표는 "풀무원이 40년 이상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식물 영양소 데이터를 활용해 쉽고 간편하게 식물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풀무원다운 지속가능 건강식품을 론칭하게 됐다"라며 "앞으로도 일상 속에서 균형 잡힌 식물 영양소 섭취를 도울 수 있는 건강식품 라인업을 꾸준히 선보이며 식물 기반 헬스케어 솔루션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4-05-27 14:56:38[파이낸셜뉴스] 부산의 한 카페에서 기르던 행운목을 지나가던 행인이 무차별 훼손한 사건이 발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부산에서 카페를 운영한다는 A씨는 지난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식물 살해 및 유기범을 찾는다"며 카페 앞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과 함께 자신의 사연을 공개했다. A씨가 공개한 영상에는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을 가린 한 여성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카페 앞에 내놓은 행운목을 향해 다가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는 거침없이 줄기를 꺾기 시작했고, 부러진 나무 윗동을 두 손 가득 챙겨 들더니 빠른 걸음으로 현장을 떠났다. A씨는 "카페 하면서 다양한 일을 겪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오픈할 때 직접 식물원까지 가서 데려온 아이라서 정도 들었는데, 이제 봄이라 밖에 두고 퇴근했다가 출근하니 저 모양이 됐다"며 "제보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행운목은 줄기 등을 꺾어 흙 속에 꽂아 뿌리내리게 하는 '꺾꽂이'가 가능한 식물이다. 행운목 훼손하던 여성도 훔친 줄기로 새롭게 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해당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너무 속상하다. 꼭 잡았으면 한다", "마스크까지 쓰고 온 걸 보니 작정하고 온 듯",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인 건 아니구나", "경찰 신고가 우선인 것 같다", "식물도 피 흘리는 것 같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다", "장난인 줄 알았는데 진짜 식물 살해범이었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해당 범죄는 절도죄와 재물손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 등을 점유자 의사에 반해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경우 죄가 성립되며, 타인의 재물 등을 손상하고 파괴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경우 재물손괴죄가 성립된다. 절도죄의 경우 유죄 인정 시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재물손괴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03-28 07:42:46[파이낸셜뉴스] 미세·나노플라스틱을 흡수한 식물에서 생산된 열매와 그 열매에서 성장한 후세대 식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됐다. 이를 통해 토양환경 내 미세 ·나노플라스틱이 식물의 후세대 및 동물로 전달되어 생태계를 순환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13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건국대 안윤주 교수팀이 완두를 대상으로 미세·나노플라스틱의 이동을 관찰한 결과를 공개했다. 현대 사회에서의 플라스틱 사용이 불가피해지면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환경으로 유입된 플라스틱 폐기물이 다양한 요인에 의해 미세하게 쪼개지면서 다양한 생물에 노출되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생물체 내 미세플라스틱의 거동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식물은 인간과 동물의 식자원이다. 연구진은 앞선 연구를 통해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식물의 뿌리로 흡수돼 줄기와 잎까지 도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엔 식물의 열매를 비롯해 해당 식물의 후세대로의 나노플라스틱 전이에 관해 살펴봤다. 우선 200nm 크기의 형광 폴리스티렌 미세·나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흙에 완두를 약 60일간 키워 완두콩을 수확했다. 완두콩을 살펴본 결과, 완두콩의 배아와 떡잎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이 확인됐다. 또 이 완두콩을 미세·나노플라스틱에 오염되지 않은 흙에 심어 14일간 키운 뒤 관찰한 결과, 표피보다 세포간 및 세포내 공간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이 관찰됐다. 안윤주 교수는 "이는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 아닌 수확한 완두콩 내 배아와 떡잎에 분포했던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식물 전체 세포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즉, 미세·나노플라스틱에 직접 노출되지 않은 후세대 식물도 어미세대 식물을 통해 미세·나노플라스틱에 노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는 식자원으로 사용되는 완두를 통해 나노플라스틱의 후세대 전이를 확인했다. 향후 연구에서는 토양환경으로부터 식물로, 식물에서부터 완두콩으로 전달되는 나노플라스틱을 정량화하는 연구를 통해 상위 생물종 또는 인간에게 이동하는 나노플라스틱의 양을 추정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환경과학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드스 머티리얼스(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4-02-13 12:41:56농촌진흥청은 농경지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일 깊이거름주기(심층시비) 기술을 개발해 시범 보급한다고 16일 밝혔다. 올해 신기술 시범사업으로 밭작물 유해 물질 발생 저감 실천 시범단지를 조성하고 시범 보급할 계획이다. 시범단지는 경기, 충북, 충남, 전북, 대구에 각 1곳, 강원과 전남에 2곳으로 총 9곳에 시범적으로 운용한다. 토양 표면에 비료를 뿌려 흙갈이하면 질소 성분 약 14%가 암모니아로 배출된다. 뿌리와 먼 만큼 작물 흡수율도 낮아 이를 해결할 기술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농진청이 개발한 심층시비 기법은 비료를 땅 속 깊이 묻어 뿌리와의 접촉을 늘리는 대신 대기로의 배출은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작물의 흡수율이 높아지는 만큼 질소비료의 절대적인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 농진청은 해당 기술의 PCT 국제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2024-01-16 18:22:16[파이낸셜뉴스] 농촌진흥청은 농경지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일 깊이거름주기(심층시비) 기술을 개발해 시범 보급한다고 16일 밝혔다. 올해 신기술 시범사업으로 밭작물 유해 물질 발생 저감 실천 시범단지를 조성하고 시범 보급할 계획이다. 시범단지는 경기, 충북, 충남, 전북, 대구에 각 1곳, 강원과 전남에 2곳으로 총 9곳에 시범적으로 운용한다. 토양 표면에 비료를 뿌려 흙갈이하면 질소 성분 약 14%가 암모니아로 배출된다. 뿌리와 먼 만큼 작물 흡수율도 낮아 이를 해결할 기술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농진청이 개발한 심층시비 기법은 비료를 땅 속 깊이 묻어 뿌리와의 접촉을 늘리는 대신 대기로의 배출은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작물의 흡수율이 높아지는 만큼 질소비료의 절대적인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 농진청은 해당 기술의 PCT 국제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정구복 농촌진흥청 기후변화평가과 과장은 “깊이거름주기는 암모니아 배출을 억제해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이 기술을 적용하면 비료 살포 과정이 단순해지고 농작물 생산량도 늘어 농업인 참여가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2024-01-16 11:28:40[파이낸셜뉴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은 2일 "융합과 혁신으로 농업 현장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현안 해결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정보통신, 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농업을 융합하고, 일하는 방식을 과감히 혁신해 우리 농업과 농촌이 마주한 난제를 하나씩 풀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조 청장은 신년사를 통해 중점추진 사항으로 농업인 현장문제해결, 식량안보 강화, 농식품 산업화 연구 강화, 그린바이오 등 투자 확대, 농촌소멸 등을 꼽았다. 농진청은 농업인이 겪는 현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밭작물 기계화, 병해충 관리와 가축 질병 예방,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선다. 조 청장은 "농업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는 마늘과 양파에 집중해 밭작물 기계화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마늘 수확기는 흙 분리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주산지 7곳에서 실증시험을 추진하겠다"며 "양파는 공정육묘 시설을 확대하고, 고추와 배추 정식기 국산화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어 "하반기 스마트폰 사진으로 병해충을 진단하는 인공지능(AI) 병해충 영상진단 앱을 보급하고, 정밀 기상정보를 활용해 병해충 발생 예측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고, 사과 등 9개 작물 주요 병해충에 대해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사과와 배 주산지를 중심으로 과수화상병 확산 방지와 복숭아 탄저병 등 확인된 약제 저항성에 대한 대책 마련과 함께 소 피부사상균 예방·치료 방법과 소독제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가뭄, 집중호우, 폭설 등 이상기후에 대한 조기경보서비스를 전국 110개 시군으로 확대하고, 기상재해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작물별 재배법을 보급한다. 기상재해로 반복되고 있는 농산물 수급 불안에 대응 가능한 배추 품종 등도 개발한다. 가루쌀의 안정적 재배를 지원하고, 밀과 콩 자급률을 높인다. 조 청장은 "가루쌀 종자 생산을 위한 채종포와 원료곡 생산단지에 현장기술팀을 운영하고, 무인기(드론) 영상을 활용해 생육 상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며 "가루쌀 산업화 촉진을 위해 라면, 국수, 고추장 등에 사용되는 밀가루를 대체하는 가루쌀 제품 개발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작물모형과 현장 조사, 드론 영상 등을 종합해 쌀 생산량 예측 시스템을 개선하고, 2025년 농업용 위성 발사에 대비해 '농업위성센터'도 개설하겠다"며 "밀과 콩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우수한 신품종 보급 비중을 높이고, 현장기술지원단을 운영해 안정적 생산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스마트농업 확산을 위해 시설·노지·축산 스마트팜 확산과 데이터 활용, 인력 양성 등 스마트농업 5대 분야에 집중해 관련 산업을 지원한다. 조 청장은 "노지재배까지 스마트농업을 확산하기 위해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지구'를 조성해 기술개발과 현장 실증, 보급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며 "스마트 축산 분야에서는 국산 로봇 착유기 보급을 확대해 고가의 외국산 장비를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도 지원한다. 수입 반려동물 사료의 국산화를 촉진하기 위해 반려동물의 영양과 질병 관리에 필요한 과학적 기준을 마련한다. 반려동물 사료의 원료에 대한 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개와 고양이의 생애주기에 따른 최소 영양 요구량을 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비만과 당뇨, 노령견의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기능성 사료의 개발도 추진한다. 고부가가치 신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는 그린바이오 산업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해 유전 자원 확보, 유전자 편집 기술, 디지털 육종 등 핵심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연구 역량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준공한 농생명 슈퍼컴퓨팅센터를 활용해 작물 유전체분석과 신품종 개발 효율을 크게 높인다는 계획이다. 유용한 농업 미생물을 발굴해 실용화하고병해충 방제 미생물을 개발하여 오이, 콩, 수박, 참외의 전체 생육기에 대한 처리 방법을 체계화한다. 농촌공간 재생과 치유농업, 농업인 안전에도 역량을 집중한다. 조 청장은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 수도권 인구집중이 맞물리며 농촌소멸 위기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농촌 공간 재구조화와 농촌 재생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보건, 의료, 문화, 교육 등 농촌 생활 공간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종합정보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조 청장은 "농진청은 시대 변화에 대응해 혁신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을 바꿔 나가겠다"며 "혁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휘할 수 있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조직과 성과 지향적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2024-01-02 18:48:07[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때는 조선 순조 9년(1809년), 온 나라에 기근이 찾아왔다. 느닷없이 찾아온 가뭄으로 온 나라의 논밭의 작물이 모두 말라버렸다. 가을이 되면 그래도 조금이라도 곡물을 수확해서 겨울을 나야 했으나 수확할 만한 곡물은 말라 비틀어진 깍정이들 뿐이었다. 순조는 하교하기를, “지금은 겨울철이 이미 깊었는데 기근에 허덕이는 저 불쌍한 백성들이 길바닥에 쓰러져 죽는 걱정이 없을 수 있겠는가? 밤낮으로 깊은 걱정 속에서 마음이 놓이지를 않는다. 구휼(救恤)에 사용된 물자나 곡식에 대한 구획에 때를 놓친다면 탄식이 있을 것이다. 더구나 충청도와 전라도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니 양호(兩湖) 지역의 구황(救荒)은 더더욱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서둘러 각도의 물자를 구획하여 공평하게 내려보내도록 하라.”라고 명했다. 그러나 곡식이 조금 남아 있다는 다른 지방에서조차 나눠 줄 식량들이 넉넉하지 않아 곳간 문을 걸어 잠갔다. 백성들에게 식량을 대신할 것들이 필요했다. 조정에서는 솔잎(송엽), 측백나무잎(측백엽), 둥굴레뿌리(황정), 천문동, 삽주뿌리(출), 마(산약), 하수오, 느릅나무의 껍질(유백피), 복령, 도토리(상실), 밤(율), 토란, 연근(우), 잣(해송자), 가시연밥, 개암열매, 검정콩 등의 채취법과 복용법을 정리해서 각도에 내려보내도록 했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 다음 해 봄이 되었으나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겨울을 지나면서 역병까지 번졌다. 굶주려 죽거나 역병에 걸려 죽은 백성들이 길거리에 넘쳐났다. 그런데 오직 남해의 섬인 보길도 백성들만은 무사하다는 소문이 났다. 이 소문이 조정에까지 전해졌다. “전하, 보길도 백성들은 기근을 잘 견디고 있고 역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순조는 “그래도 섬이라고 먹을 것이 남았고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역병이 번지지 않는 모양이오.”하고 물었다. 신하가 순조에게 보길도의 상황을 전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남해 인근의 보길도보다 자잘한 섬까지 기근과 역병이 번졌음에도 불구하고 보길도 백성만이 무탈한 것을 보면 어떤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라고 했다. 보길도의 백성들의 방법을 귀담아 들어 온 나라의 기근과 역병을 이겨내고자 했던 것이다. 순조는 그렇게 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조정에서는 급히 내의원(內醫院)과 활인서(活人署)의 의관들을 몇 명 선발해서 보길도로 시찰을 보냈다. 내의원은 왕실의 진료를 담당하는 기관이고, 활인서는 서민의 의료를 담당하면서 역병과 같은 전염병과 함께 주린 백성에 대한 구휼까지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의관들은 말을 타고 보길도로 향했다. 보길도까지 내려오는 동안 길거리에 멍석에 말려 버려진 이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아마도 역병으로 죽은 이들을 길에 내버린 듯했다.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날씨는 따뜻했고 잔인하게도 들녘의 푸르름은 더욱 짙어만 갔다. 그러나 식량으로 먹을 만한 것들이 아닌 초목의 싹과 잡초들뿐이었다. 먹을 만한 나무의 껍질은 이미 모두 벗겨진지 오래되었다. 드디어 보길도에 도착했다. 보길도는 평온해 보였다. 의관들은 보길도에 있는 약방에 머물면서 진상을 파악해 보고자 했다. 약방의 의원은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면서 도움을 줬다. 때마침 마을 사람들이 산에서 무언가를 캐고 있었다. 의관이 의원에게 물었다. “이 사람들은 산에서 무엇을 캐는 것이요?” 그러나 의원은 “덩굴을 보면 모르것소. 칡을 캐지라. 바로 갈근(葛根)이군만요.”라고 했다. 보길도에는 칡이 많이 났다. 보길도와 가장 가까운 육지인 해남에도 칡이 많았다. 해남에 있는 토말(土末, 땅끝마을)은 칡이 많이 나서 칡머리 혹은 갈두(葛頭) 마을이라고도 불렀다. 그래서 토말에 있는 산의 이름도 갈두산(葛頭山)이다. 보길도 사람들은 간혹 배를 타고 해남의 토말까지 가서 칡을 캐 오기도 했다. 사람들은 마을에 모여서 산에서 캐온 칡뿌리를 물에 씻어서 절구에 찧었다. 의관이 물었다. “이 칡으로 무엇을 할 요량이시요?” 그러자 마을 사람 중 나이가 지긋한 노인 한 분이 “이 칡으로 갈분(葛粉)을 만들거구만. 보길도에서는 이 갈분이 밥이랑께. 원래는 겨울칡이 좋은디 요즘같이 흉년이 들믄 겨울칡 봄칡이 어디 따로 있당가?”라고 했다. 칡뿌리는 땅 속에 있어서 계절을 가리지 않고 구할 수 있어 구황식품으로 안성맞춤이었다. 갈분(葛粉)은 바로 칡전분이다. 칡에는 전분이 많은데, 칡전분은 탄수화물로 영양소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노인이 갈분을 밥이라고 한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리고 갈분을 먹으면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오랫동안 배고픔을 견딜 수 있었다. 전라도에서는 전분이 많은 암칡을 밥칡이라고 불렀다. 숫칡은 갈분이 잘 안 만들어진다. 마을 사람들은 칡을 잘게 잘라서 절구에 넣고 찧었다. 이렇게 찧은 칡을 삼베주머니에 넣고 물속에서 계속 주물럭거렸다. 칡에서는 미숫가루를 풀어 놓은 듯한 뜨물이 나왔다. 더이상 칡에서 아무것도 안 나올 때까지 물을 추가해서 쳐대면서 주물럭거리며 짜냈다. 이렇게 짜낸 칡즙을 그릇에 넣고 하루 정도 놓아두면 바닥에 진흙처럼 앙금이 가라앉았다. 마을 사람들은 위의 맑은 물을 모두 버리고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앙금만 모아서 말렸다. 이것이 바로 갈분(葛粉)이다. 갈분은 뭉쳐 놓으면 찰흙처럼 뭉치기 때문에 덩어리를 만들어 놓을 수 있었다. 이것을 일부 쪼개서 물에 넣고 끓이면 색깔이 투명해지면서 아교처럼 진득해진다. 마치 감자전분처럼 말이다. 칡전분은 꿀과 함께 섞어 마시거나 생강가루를 넣어 마시기도 하고 차에 넣어서 마시기도 했다. 그렇다고 모두들 갈분을 만들어 먹을 수는 없었다. 며칠을 굶어 배고픔으로 생사를 오갈 때는 그냥 생칡을 씹어 먹기도 했고, 칡을 갈아서 칡즙을 내 마시기도 했다. 칡은 성질이 서늘하고 냉하기 때문에 간혹 속이 냉한 체질은 칡을 먹으면 설사를 하기도 했다. 이럴 때는 생칡을 구워서 익혀 먹으면 속이 편했다. 오래되어 마른 칡은 물에 넣고 끓여서 그 물을 마셨다. 갈분(葛粉) 만큼은 못했지만 이렇게라도 먹는 것이 안 먹는 것보다는 나았다. 보길도 사람들에게는 칡이 밥이었다. 며칠 동안 여러 가지 상황을 파악한 의관들은 모여서 논의를 했다. 한 의관이 “알고 보니 보길도 백성들이 기근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섬에 풍성한 칡 때문이었습니다. 구황본초(救荒本草)와 같은 의서에서도 보면 칡은 배고픔을 달래고 쪄서 먹거나 물에 비벼 전분으로 걸러 내어 덩어리로 만들어 익혀서 먹을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의관이 “또한 이 갈근이 역병을 이겨내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보길도 사람들은 이곳 약방 의원이 시키는대로 역병에 걸리면 칡뿌리 4냥과 메주콩으로 만든 약전국 1되를 함께 달여 복용해서 땀을 내게 했다고 합니다. 이것을 보면 장중경이 상한으로 인한 대열을 치료할 때 갈근탕(葛根湯)을 처방해서 피부의 땀구멍을 풀어 발산시키는 치료법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의서에도 온병으로 열독이 치성할 때는 승마갈근탕(升麻葛根湯)나 갈근해기탕(葛根解肌湯)을 처방하라고 하지 않았소이까.”라고 했다. 이때 약방의 의원이 거들었다. “맞습니다요. 보길도에 부잣집이 있는디, 그 집은 곡식이 있어서 갈근이나 갈분(葛粉)을 먹지 않았다고 허네요, 근디 그 가족만은 모두 역병에 걸려 죽었답니다. 이것을 보면 칡뿌리가 역병을 막는데,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아니고 뭐겠습니까?”라고 했다. 약방의 의원은 이어서 “제가 또 소문을 들어보니 육지인 해남 백포(白浦) 마을에는 윤씨 가문이 모여 사는디, 그래도 뭍이라고 곡식이 좀 있어서 곡식으로 양식을 삼을 수 있었답디다. 근디 그 마을에 오직 두 집안만이 찢어지게 가난해서 겨울부터 봄까지 칡만 먹었다고 헌디. 그랑께 곡식을 먹은 마을 사람들은 굵어 죽지는 않았지만 역병에 걸려 죽어나갔다고 허드만, 그래도 이 두 가난한 집안 사람들만은 배는 곯았어도 역병에 걸리지 않고 초연히 면했다고 헙디다.”라고 했다. 의관들은 이러한 내용을 모아 내의원을 통해서 순조에 보고를 했다. 보길도의 실례를 통해서 칡이 배고픔을 이겨내게 하면서 역병에도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온 나라에 퍼져나갔다. 의원들조차도 의서에 있는 내용이 참으로 사실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었다. 이를 믿는 백성들은 고비를 넘겼지만 설마 했던 자들은 생사를 오갔다. 안타깝게도 순조 9년(1809) 기사년(己巳年)부터 갑술년(甲戌年)까지 5년 동안 해마다 온 나라에 흉년이 들었다. 한 고을에 흉년이 들면 이웃 고을의 곡식을 옮겨올 수 있고, 한 도(道)가 흉년이 들면 다른 도의 곡식을 옮겨올 수도 있지만, 이처럼 온 나라가 큰 흉년이 들면 어찌하랴. 온 나라에 있는 칡이 거덜 날 지경이었다. ** 제목의 〇〇〇은 ‘칡뿌리’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목민심서> 嘉慶己巳之飢. 瘟疫大熾. 海中諸島. 亦皆不免. 唯甫吉島之民. 安然無事. 蓋此島多葛. 民皆作葛粉. 自冬及春. 以此爲糧也. 葛粉不但救荒. 亦能辟瘟. 其島中惟一民有糧. 不食葛粉. 獨自遘癘. 全家皆死. 白浦尹氏之村. 有二氓特貧. 自冬及春. 以葛粉爲糧. 一村皆溝癘. (가경 기사년 1809년 순조9년, 기근에 온역이 크게 번져서 바다 안의 여러 섬까지도 모두 면하지 못하였다. 오직 보길도 백성들만이 안연히 무사했는데, 이 섬에는 칡이 많아서 백성들이 모두 칡가루를 만들어 겨울부터 봄까지 이것으로 양식을 한 때문이었다. 칡가루는 구황을 할 뿐만 아니라 온역도 물리칠 수 있다. 그 섬 안에서 오직 한 백성만이 양식이 있어서 칡가루를 먹지 않았더니 홀로 전염병에 걸려 온 집안이 몰사하였다. 백포 윤씨 마을에 두 백성이 특별히 가난해서 겨울부터 봄까지 칡가루로 양식을 하였다. 온 마을이 모두 전염병에 걸렸으나, 이 두 집만은 초연히 면하였다.) <구황본초(救荒本草)> 葛根. 救饑, 掘取根, 入土深者, 水浸洗淨, 蒸食之, 或以水中揉出粉澄濾成塊, 蒸煮皆可食. 及采花曬乾煠食亦可. (칡뿌리. 배고픔을 달랜다. 뿌리를 파서 취하는데 흙 깊숙이 들어간 것은 물에 담가 깨끗이 씻어 쪄서 먹고, 물에 비벼 전분으로 걸러내어 덩어리로 만들어 익혀서 먹을 수 있다. 또한 꽃을 따서 햇볕에 말려서 먹어도 된다.) <의휘> 〇 癘疫之闔門渾死, 僞謂天行時氣. 葛根四兩, 豆豉一升, 同煎服. (역병으로 집안의 사람들이 모두 죽는 것을 민간에서는 천행시기라 한다. 갈근 4냥, 두시 1되를 함께 달여 복용한다.) 〇 升麻葛根湯, 方見傷寒, 治傷寒及時疫, 增寒壯熱. 水煎, 不拘時稍溫服, 日用二三貼, 以病去身涼爲度. (승마갈근탕은 상한 및 유행성 역병으로 매우 춥고 심하게 열이 나는 것을 치료한다. 물에 달여 수시로 따뜻하게 하여 조금씩 복용하는데, 하루 2~3첩씩 병이 제거되어 몸이 시원해질 때까지 쓴다.) <동의보감> 〇 葛根. 採取作粉餌之, 可斷穀不飢. (칡뿌리. 이것을 채취해서 가루로 만들어 먹으면 곡식을 끊어도 배고프지 않다.) 〇 葛根. 性平一云冷, 味甘, 無毒. 主風寒頭痛. 解肌發表, 出汗開腠理, 解酒毒, 止煩渴, 開胃下食. 治胸膈熱, 通小腸, 療金瘡. (칡뿌리. 성질이 평하고 차다고도 한다. 맛은 달며 독이 없다. 풍한두통에 주로 쓴다. 땀을 약간 내어 사기를 발산시키고, 발한시켜 주리를 연다. 술독을 풀고 답답하고 목마른 것을 멎게 하며, 식욕을 돋우고 소화를 돕는다. 가슴의 열을 없애고, 소장을 잘 통하게 하며, 쇠붙이에 다친 상처를 치료한다.) 〇 生根, 搗取汁飮, 療消渴, 傷寒溫病壯熱. 採生葛根, 搗爛浸水中, 揉出粉, 澄成片, 擘塊, 下沸湯中, 以蜜生拌食之, 解酒客渴, 甚妙. (생 칡뿌리. 생뿌리를 찧어 즙을 내어 마시면 소갈과 상한ㆍ온병으로 몹시 열나는 것을 치료한다. 칡뿌리를 캐어 곱게 짓이겨 물 속에 담그고 주무르면 가루가 나온다. 이 가루가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아 덩어리가 된다. 이것을 끓인 물에 잘 풀고 생 꿀을 타서 먹으면 평소에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의 갈증을 풀어 준다. 효과가 매우 좋다.) 〇 葛根解肌湯. 治春疫, 發熱而渴. (갈근해기탕. 봄에 생긴 온역으로 열이 나고 갈증이 있는 것을 치료한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3-11-22 16:04:37[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옛날 어느 한 마을에 빈대가 극성을 부렸다. 빈대는 밤에 잠을 잘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물었다. 호롱불을 켜면 금세 흩어져서 돗자리 속이나 벽 속, 혹은 탁자나 이불 틈으로 숨어 들어가니 잡을 수도 없었다. 빈대는 몸이 납작하여 쉽게 어느 틈이라도 들어갔다. 옛사람들은 여름철의 다섯 가지 큰 해악으로 파리, 모기, 이, 벼룩, 빈대를 언급하는데, 파리와 모기는 밤낮의 구별이 있고, 파리는 때려잡을 수도 있고 모기는 모기장을 쳐서 막을 수도 있었다. 머리에 사는 이는 목욕을 하면 생기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벼룩은 습한 흙에서 생기는데 여름철에는 땅이 건조하여 그다지 걱정거리가 아니지만, 이 빈대만은 매우 가증스러워서 밤낮의 구별도 없고 계절을 가리지도 않았다. 약방에는 빈대에 물려 피부가려움증으로 찾아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의원은 ‘올 여름에 장마가 심해 습하더니 이렇게 빈대가 기승을 부리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빈대는 야행성이면서도 습하고 눅눅한 환경을 좋아했다. 빈대는 약간 비리고 더러운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마치 고수풀에서 나는 냄새와도 같다. 그래서 냄새가 나는 곤충이라고 해서 민간에서는 취충(臭蟲)이라고 부른다. 벽틈 속에 숨어 살아서 벽슬(壁蝨)이라고 한다. 의서에서는 빈대를 주로 벽슬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사람을 잘 깨물어서 교조(茭蚤), 납작하게 생겨서 편슬(扁蝨)이라고도 한다. 옛날에는 빈대가 거적때기와 같은 옷에 잘 붙어살아서 천비(薦螕)라고도 불렀고, 그 밖에 벽대(壁大)라는 이름도 있다. 빈대는 흡혈 곤충으로 동물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데, 한번 물리면 가려움증이 극심했다. 빈대에 물린 환자들은 이곳저곳을 벅벅하고 긁어댔다. 옷으로 덮이지 않은 손등이나 발 정강이뿐만 아니라 윗옷을 올려보면 등이나 배 할 것 없이 온몸이 붉은 반점으로 뒤덮였다. 긁고 나서는 그 고통을 참지 못했고 잠시 후에는 다시 가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긁었다. 아이들은 살이 더 연해서 물리면 더욱 고통스러워서 번번이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어떤 곳은 작은 좁쌀처럼 올라오기도 했고, 어떤 부위는 팥처럼 올라왔다. 특이하게도 구진처럼 붉게 부어오르는 것이 줄줄이 서너 개의 구슬을 꿴 듯했다. 한 마리의 빈대가 한 줄로 이어서 문 것이다. 빈대에 물린 자국을 보면 언제 물렸는지 알 수도 있었다. 방금 물린 곳은 젖은 종이에 빨간색 잉크를 떨어뜨려 놓은 것 같다. 중심부에서 가장 진한 붉은 색을 띠는 부위나 약간 더 곪은 듯한 곳이 물린 자리다. 긁게 되면 반점에 핏자국이나 검은 딱지가 보인다. 이 정도면 벌써 며칠이 지난 후로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아물기도 한다. 의원은 환자에게 “긁지 마시오!”라고 했다. 그러자 환자는 “이리도 가려운데 어찌 긁지 않고 베긴단 말이요?”하고 따져 물었다. 의원은 “긁게 되면 일시적으로 가려움증이 멈추는 듯하지만 그 자극으로 인해서 더욱 화(火)를 조장하니 염증(炎症)이 악화되고 가려움증은 더욱더 심해집니다. 게다가 심하게 긁어서 창(瘡)이라도 생기면 사기(邪氣)가 몸 안으로 파고 들어가 더 큰 병이 생길 수 있소이다. 그러니 긁으면 안됩니다.”라고 당부했다. 환자는 “그럼 의원 양반이 가려움증을 없애서 긁지 않게 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니요?”라고 했다. 의원은 “지금 피부에 화기(火氣)가 치성한 상태니 피부를 시원하게 하는 것이 좋소. 시원한 물로 자주 씻어주되 문지르면 안될 것이요." 그러면서 용뇌와 박하뇌 가루를 약포지에 싸 주면서 “이것을 물에 넣어 녹였다가 그 물을 발라주면 가려움증을 견딜 수 있을 것이오. 그리고 마치현(馬齒莧, 쇠비름)을 몇 줌을 물에 넣고 끓여서 농축한 후 이것을 물린 곳에 발라 부면 바로 열과 통증이 줄고 가려움증도 사라질 것이요. 또한 부평초를 끓여서 씻어줘도 좋고, 지부자(댑싸리씨)를 다려서 그것을 차로도 마시고 피부를 씻어줘도 좋습니다.”라고 했다. 심지어 어떤 환자들은 빈대를 옷에 달고 왔다. 허름한 옷을 입은 환자일수록 몸에 빈대가 많았다. 먼 길을 떠났을 때도 주막이나 역사에 묵을 때 빈대가 옷에 달라붙으면 집에 돌아오는 즉시 생겨났다. 빈대는 하루에 알을 99개까지 나는 것이 마치 여치와도 같아서 매우 잘 번성했다. 이렇게 빈대를 붙여 오면 약방에도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의원은 낮에 진료를 마치고 나면 방문과 창문을 모두 닫은 후 방안에 부평초와 유황가루, 석웅황가루에 목화씨 기름을 섞어 태워서 연기를 냈다. 이것은 훈연법으로 연기로 빈대를 몰아내는 방법이다. 연기 냄새를 맡은 빈대들이 벽틈이나 이불 사이에서 빠져나와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이렇게 하면 며칠 동안은 방안에 얼씬도 못했다. 부평초(浮萍草)는 연못에 떠 있는 개구리밥이다. 옛날에는 음력 5월에 채취한 개구리밥을 말려 두었다가 태워서 그 연기로 모기를 쫓는데도 사용했다. 여기에 유황(硫黃)이나 계피를 섞으면 그 향이 더 독해서 효과적이다. 또한 분단화(粉團花, 나무수국)에 수룡골(水龍骨, 미역고사리 뿌리), 뇌공등(雷公藤, 미역줄나무)과 함께 섞은 후 태워서 연기를 훈연했다. 장뇌(樟腦)와 같은 약재를 태워 연기를 내는 훈연법은 효과가 좋았지만 머리가 아파서 자주 사용할 수도 없었다. 장뇌는 녹나무에서 얻은 방향성이 강한 수지성분이다. 장외는 용뇌(龍腦)라고도 한다. 녹나무 말린 잎을 태워도 향이 강했다. 향이 독한 약재들로 훈연하면 냄새가 심해서 사람들도 하루 이틀은 그 방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환자들은 약방에는 빈대가 없는 연유를 알고서는 자신들도 할 수 있도록 재료를 부탁했다. 의원은 부평과 함께 말린 모과를 줬다. 또한 창포와 모과 말린 것, 여뀌가루를 벽틈이나 침상, 개어놓은 요와 이불 사이에 놓아두면 빈대가 다가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청염(靑鹽)을 녹인 물을 침상에 고루 뿌려도 곧 없어진다고도 설명해 주었다. 청염은 염소와 암모니아 화합물로 광물질 약재 중 하나다. 사람들은 방안에서 부평초나 모과를 태우다가 초가집에 불이 나기도 했다. 그래서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생겼다. 초가삼간(草家三間)은 방이 세 칸밖에 없는 초가집으로 초가삼간을 태웠으니 빈대 잡으려다 전 재산을 날린 셈이다. 심지어 어느 집은 빈대가 득실거리는 자신의 집에 어쩔 수 없이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이렇게라도 모두 태우지 않으면 방법이 없었다. 누구는 빈대가 득실거리는 집을 버리고 새 초가집을 지어 이사를 가기도 했다. 빈대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훈연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어느 날 스님이 찾아왔다. 스님도 팔다리를 긁고 있었다. 의원은 “스님도 빈대에 물린 것이오?”하고 물었다. 그러나 스님은 “절에는 빈대가 없소이다.”라고 했다. “무슨 비방이 있는 것이요?”라고 의원이 놀라 물었다. 그러자 스님은 “우리 절에는 홍의(紅蟻)라고 하는 붉은 개미가 살고 있소. 그 개미가 빈대를 모두 잡아 먹는다오. 빈대는 개미를 두려워하는 성질이 있고, 산속에 사는 붉은 개미는 빈대를 잘 먹으므로 산과 가까운 곳이나 산사(山寺)의 승려들이 머무는 곳에서는 빈대가 매우 적소이다. 만약 빈대를 몸에 붙여 지니고 절에 들어가는 자가 있으면 번번이 개미가 물고 달아나지요. 그런데 절에는 대신 개미를 없애는 약이 필요하오. 빈대가 아닌 개미가 이렇게 물어대니 좋은 방법이 없겠소?”하고 물었다. 개미는 빈대의 천적으로 이 둘은 서로 상극이다. 그렇다고 해서 집안에 개미를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의원은 스님에게 백굴채(白屈菜, 애기똥풀) 줄기를 꺾어서 나오는 노란 즙을 바르도록 했다. 애기똥풀의 노란즙은 해독작용이 있으면서 가려움증을 바로 멎게 한다. 모기나 빈대, 벼룩에 물린 곳에도 효과적이다. 어느 날부터는 약방에도 빈대가 생겼다. 훈연을 하면 잠잠해지는 것 같다가 다시 나타났다. 환자가 한번 긁으면 의원도 겸연쩍게 한번 긁었다. 빈대는 어느 곳에나 있었고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 제목의 〇〇은 ‘빈대’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본초강목> 〇 壁虱. 時珍曰︰卽臭蟲也. 狀如酸棗仁, 咂人血食, 與蚤皆爲床榻之害. 古人多於席下置麝香, 雄黃, 或菖蒲末, 或蒴藿末, 或楝花末, 或蓼末; 或燒木瓜煙, 黃蘗煙, 牛角煙, 馬蹄煙, 以辟之也. (빈대. 이시진은 “냄새가 나는 곤충이다. 모양은 산조인 같고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데, 벼룩과 더불어 모두 침상에 살면서 해를 끼치는 것들이다. 옛사람들은 대부분 침상 아래에 사향과 웅황을 두거나 혹은 창포 가루를 두거나, 혹은 말오줌나무 가루를 두거나, 고련의 꽃가루, 혹은 여뀌 가루를 두었다. 혹은 목과를 태워 연기를 내거나, 황벽을 태워 연기를 내거나, 쇠뿔을 태워 연기를 내거나, 말굽을 태워 연기를 내어 그것을 물리쳤다.”라고 하였다.) 〇 樟腦. 時珍曰︰樟腦純陽, 與焰消同性, 水中生火, 其焰益熾. 今丹爐及煙火家多用之. 辛熱香竄, 稟龍火之氣, 去濕殺蟲, 此其所長. 故燒煙熏衣筐席簟, 能辟壁虱, 蟲蛀. (장뇌. 이시진은 “장뇌는 순수한 양으로, 염초와 성질이 같고, 수 가운데서 화가 나므로 그 불꽃이 더욱 치성하다. 지금 단약을 제련하는 화로 및 불을 다루는 사람들이 많이 쓴다. 맛이 맵고 성질이 뜨거우며 향이 퍼지니, 용화의 기를 품고서 습을 제거하고 벌레를 죽이는 데 장점이 있다. 그러므로 이것을 태워 옷상자나 대자리를 훈증하면 빈대와 좀벌레를 물리칠 수 있다.) <본초강목습유> 〇 壁蝨. 昔人謂暑時有五大害, 乃蠅ㆍ蛟ㆍ蝨ㆍ蚤ㆍ臭蟲也, 然蠅ㆍ蚊迭爲晝夜, 蠅可揮拂, 蚊可設帳. 蝨則暑時裸浴, 生者絶少, 蚤則因土濕而生, 夏時土乾, 亦不甚患, 惟此最可憎, 無分晝夜, 潛身牀蓐及几闥間, 善識人氣, 伺人一徙倚, 卽噆其膏血, 腫塊纍纍, 如貫珠然, 愈爬搔則愈大, 痛癢難禁. 小兒肉嫩, 尤遭其苦, 輒叫號不已. 중략. 性畏蟻, 山中有一種紅蟻, 喜食之, 故近山及山寺僧舍此物甚少. 有帶入者, 輒爲山蟻啣去. (빈대. 옛사람들은 여름철의 다섯 가지 큰 해악으로 파리, 모기, 이, 벼룩, 취충을 언급하는데, 파리와 모기는 밤낮의 구별이 있고, 파리는 때려잡을 수도 있고 모기는 모기장을 설치할 수 도 있다. 이는 더울 때 목욕을 하면 생기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벼룩은 습한 흙에서 생기는데 여름철에는 땅이 건조하여 그다지 걱정거리가 아니지만, 이 빈대만은 매우 가증스러워서 밤낮의 구별도 없고 몸, 침상, 이불, 책상 틈에 숨어 있고, 사람의 기운을 잘 인식하므로 사람이 의자에 한 번 앉는 것을 엿보다가 깨물어 고혈을 빨아먹으면 부어오르는 것이 줄줄이 구슬을 꿴 듯하고, 그 부위를 긁을수록 더욱 커지고 통증과 가려움을 견디기 힘들다. 어린아이의 살은 더 연하여 물리면 더욱 고통스러워서 번번이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중략. 개미를 두려워하는 성질이고, 산속에 사는 어떤 종의 붉은개미는 빈대를 잘 먹으므로 산과 가까운 곳이나 산사의 승려들이 머무는 곳에서는 빈대가 매우 적다. 빈대를 지니고 들어가는 자가 있으면 번번이 개미가 물고 달아난다.) 〇 粉團花. 性寒. 熏臭蟲, 同水龍骨, 雷公藤和燒熏之, 立除. (분단화는 성질은 차다. 빈대에 훈연할 때 수룡골, 뇌공등과 함께 섞은 후 태워서 연기를 쏘이면 즉시 제거된다.) <동의보감> 〇 痒得爬而解者, 爬爲火化. 微則亦能痒, 甚則痒去者, 謂令皮膚辛辢而屬金化, 辛能散火, 故金化見則火化解矣. 人近火氣者, 微熱則痒, 熱甚則痛, 附近則灼而爲瘡, 皆火之用也. (가려울 때 긁으면 시원한 것은 긁는 것은 화의 작용이기 때문이다. 약하게 긁으면 간지럽지만 심하게 긁으면 가려움증이 사라지는 것은 피부가 얼얼하게 되는 것은 금의 작용에 속하는데 얼얼한 것은 화를 흩기 때문에 금이 작용하면 화가 풀어지는 것이다. 사람이 불기운에 가까이 갈 때 약간 뜨거운 경우에는 가렵고, 심하게 뜨거우면 아프며, 더 가까이 가면 살을 데인다. 이것은 모두 화의 작용이다.) 〇 辟蚤虱. 菖蒲甚去蟲殺蚤虱, 可辟去之. 壁虱蜈蚣, 萍燒烟熏之卽去. 又靑鹽水遍灑床席上卽絶. (벼룩이나 이를 쫓는 법. 창포는 벌레를 잘 죽이고 벼룩과 이를 잘 죽인다. 그래서 이것들을 제거할 수 있다. 빈대나 지네는 부평초 태운 연기로 훈증하면 곧 없어진다. 청염 녹인 물을 침상에 고루 뿌려도 곧 없어진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3-11-10 17:4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