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박물관에는 여느 박물관처럼 왕이나 귀족들이 사용하던 번쩍이는 금붙이는 없습니다. 대신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성장한 '우리 민족의 뿌리'를 발견할 수 있죠. 또 단순한 전시만이 아닌 다양한 교육활동을 통해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사명으로 여기고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부터 10년째 농협 농업박물관을 맡아온 김재균 관장(54·사진)은 농업박물관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서울 새문안로에 위치한 농업박물관은 지난 1987년 개관한 국내 최초의 농업계 박물관으로, 2005년 4월 지금의 모습을 갖춘 이래 줄곧 김 관장이 맡아서 책임지고 있다. 경북대에서 고고인류학을 전공한 그는 1988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홍보업무를 맡아오던 그는 2005년 박물관 리모델링과 함께 사내 박물관장 모집 소식을 듣고 주저없이 지원했다. 전공을 살리는 동시에 농협에 두루 보탬이 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바라던 대로 새 박물관의 초대 관장이 됐다. 김 관장은 농업박물관을 살아 숨쉬는 박물관으로 만들고 싶었다. 자신부터 전문성을 키워야겠다고 결심했다. 2009년 경북대 고고인류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데 이어 지난해 2월에는 한양대 대학원에서 '농업가치 확산을 위한 박물관교육 연구'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도 그래서였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전국의 농업계박물관은 자신이 관장으로 있는 농업박물관을 포함해 등록 박물관이 27개, 미등록 박물관이 30개, 농업기술원 및 농업기술센터 전시시설 57개로 모두 114개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 시설이 열악한 데다 전문인력이 부족해 교육이나 체험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을 찾기 힘들다. '책을 통해서 농업가치를 전달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농경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박물관대학'과 '농촌문화체험교실' '어린이 농업박사' 등이 그의 대표적인 '소출'이다. 덕분에 현재 농업박물관은 학부모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농업박물관 관람객 수는 그의 취임 이후 2배로 늘어났다. 농업박물관은 10년 전인 지난 2004년 말까지만 해도 연간 관람객 수가 15만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 말 기준 연간 관람객은 30만명에 달한다. 외국인 관람객도 적지 않다. 지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것도 이런 공로 덕분이다. 농업박물관은 현재 농기구 및 농업생활용품 4031점, 농기 9점, 화폐 65점, 서화 28점, 고서 90점, 복제 및 모조품 685점으로 총 4908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된 농기 4점을 포함해 유물 4040점은 농민들의 기증으로 이뤄졌다. 말하자면 농업박물관은 농민들과 함께 만든 박물관인 셈이다. 김 관장은 "궁이나 왕실에서 썼던 번쩍이는 유물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 가치로 따진다면 농경문화를 토대로 출발한 우리 민족에겐 실생활에서 사용하던 지게 작대기, 똥장군과 같은 농기구 역시 무척 중요한 유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유물을 기증받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2007년 농기구를 조사하는 학자에게 100년이 넘은 쟁기가 경기도 포천에 있다는 말을 듣고 달려갔더니, 80대의 어르신께서 쟁기를 보관하고 계셨는데 선친이 직접 만든 거라 기증이 어렵다고 했다. 어르신의 자녀들까지 만나 6년 동안 설득해 기증을 받아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요즘 그는 새로운 특별전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오는 12월로 계획하고 있는 이번 특별전시는 '전래동화 속에 등장하는 농기구'를 주제로 잡았다. 김 관장은 "예전엔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고 했지만, 요즘 아이들은 기역 자는 알아도 낫은 모른다"며 "이번 기획전시는 우리 다음 세대가 우리 농업의 가치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2015-11-16 17:36:17[파이낸셜뉴스] 인도에서 음식물에 침을 뱉고 심지어 소변까지 넣은 사건이 잇따르자 2개의 인도 주 정부가 이를 금지하고 나섰다. 또 강력하게 처벌하는 입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9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州)는 음식물에 침, 소변, 흙 등 이물질을 넣을 경우 최대 10만 루피(약 164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인근 주인 우타르프라데시주도 엄격한 법률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인터넷상에서 가판대에서 음식을 파는 상인들이 음식에 침을 뱉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대거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 여성이 음식에 소변을 섞는 동영상이 나돌아 인도인들이 경악하고 있다. 이 여성이 무슬림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종교 간 갈등으로까지 비화하는 양상이다.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문제의 여성은 무슬림이 아니라 힌두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동영상은 인도인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면서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2개의 주 정부가 이를 방지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는 비위생적인 관행을 막기 위해 위반자에게 최대 10만 루피(약 164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에 더해 일정 규모 이상의 음식점 주방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특히 음식에 침 등과 같은 이물질을 넣은 것이 적발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야당과 법률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관련 입법이 타 종교를 포함한 특정 공동체를 비방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지 매체인 인디언 익스프레스 또한 이번 추진에 대해 “이미 불안정한 위치에 있는 소수자들을 표적으로 삼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음식과 식습관은 카스트 제도와 깊이 연관돼 있어 인도에서는 매우 민감한 주제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낮은 카스트의 불결한 손으로 요리된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는 믿음에서 비롯돼 높은 카스트는 낮은 카스트의 음식을 받아먹지 않는다. 이에 따라 식품 안전 역시 인도 내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인도 식품표준안전청(FSSAI)에 따르면 안전을 준수하지 않은 식품으로 인해 매년 6억건의 감염자와 40만명의 사망자가 인도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BBC는 이러한 인도 내 식품에 대한 규범과 금기가 종종 종교 간 충돌로도 이어지는 등 사회의 뿌리 깊은 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10-29 10:13:18라틴아메리카를 구성하는 인류문화의 두 생태 축은 안데스산맥과 아마존강이다. 두 축으로 엮어진 인간사가 라틴아메리카 이해의 근간이다. 종축으로 남행하는 안데스산맥은 볼리비아의 고원으로 연장되면서, '알티플라노'(고원이란 뜻)라고 불리는 해발 4000m 내외의 독특한 산악문화를 형성한다. 사용되는 주류 언어는 두 가지다. 종축에서 사용되는 케추아(Quechua)와 볼리비아로 연장된 횡축에서 사용되는 아이마라(Aymara), 두 언어의 접촉지대가 위치한 곳이 티티카카 호수다. '티티카카'는 아이마라어로 '퓨마의 바위'란 뜻이다. 이 호수는 잉카의 신 비라코차(Viracocha)가 탄생한 곳이자 태양이 탄생한 곳이란다. 그래서 잉카의 태양숭배 종교를 지탱한다. 해발 3800m인 이 호수의 바닥에서 최근 신전 유구들이 발견됐다. 1998년 람사르협약 등록지가 된 곳이 티티카카 호수다. 박사과정에서 라틴아메리카를 전공하면서 수강한 과목의 내용에 '우로스=물에 뜬 섬마을'(Uros=a floating island village)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담당교수에게 질문을 했더니, 자신도 모르니 날더러 가보라고 했다. 나도 모르는 채로 학생들에게 우로스의 이야기를 했고, 10년 동안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1986년 12월에 찾아갔다. 가장 가까운 공항은 페루의 훌리아카이며, 두 줄 철조망으로 둘러친 운동장뿐이었으며, 곳곳에 검은색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상황이 안중에 들어왔다. 화물도 모두 내 손으로 꺼내고 들고 나와야 하는 그야말로 시골 공항이었다. 나는 훌리아카로부터 푸노(Puno)까지 완행버스를 탔다. 훌리아카의 시장을 보고 골짝의 집으로 돌아가는 주민들이 염소와 닭과 함께 타고 가는 버스다. 훌리아카부터 푸노까지는 양 옆으로 야마(라마가 아님)들이 풀을 뜯는 내리막길이고, 서서히 짙푸른 티타카카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푸노항에서 작은 보트를 타고 들어가는 곳이며, 여러 개의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섬은 모두 물에 뜬 상태다. 무수한 세월 동안에 얽히고설킨 채로 자라는 풀들이 하나의 덩어리를 이룬 섬! '도토라'(dotora)라고 불리는 갈대 비슷한 풀의 원뿌리는 호수의 바닥으로부터 올라온 것이고, 매년 여름(12월부터 2월 사이)이면 불어나는 물에 떠내려온 흙들이 조금씩 조금씩 쌓여서 풀뿌리들과 조합된 섬이다. 여름에 호수의 수위가 상승하면 섬이 같이 뜬다. 섬 위에는 집도 있고, 손바닥만 한 채전에 퀴노아콩과 감자꽃도 피었고, 오리집도 있고, 개집도 있다. 밭의 흙은 새까맣다. 집은 바닥과 벽 그리고 지붕이 모두 도토라로 엮은 거적때기를 이용했다고나 할까. 가장 큰 섬에는 학교도 있다. 우로스 공동체인 것이다. 모든 것이 풀로 되어 있다. 우거진 도토라 사이에 조금씩 지붕이 보이는 정도의 낮은 집들이다. 이곳의 가장 강력한 금기는 당연히 불을 다루는 것이며, 가장 이외에는 아무도 불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케추아 말이 전혀 통하지 않은 채 손짓발짓으로 섬을 둘러보는데, 나를 따라다니던 카란사 영감님은 한사코 날더러 나가라는 시늉을 한다. 영감님의 손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야마의 털실로 항상 뜨개질을 한다. 귀밑까지 가릴 수 있는 모자를 짠다. 하룻밤이라도 지낼 욕심으로 못 알아들은 것처럼 버텼다. 해가 지면서 배들이 모여든다. 배도 도토라로 만들었다. 도토라는 취사를 위한 연료이기도 하고, 하얀 색의 어린 줄기는 샐러드로 일품이다. 집 옆에는 도토라를 잘라서 말리는 건조장이 있다. 건물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나, 도토라로 용마루를 이은 정도이고, 그 아래에 도토라를 차곡차곡 쌓아 두고 있다. 고기 잡으러 나갔던 아들 내외도 돌아오고, 푸노에 나갔던 딸들과 부인도 돌아오고, 방은 금세 삼대가 이룬 가족원으로 가득 찼다. 방 안의 한쪽 구석에서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기대는 결코 수용될 수 없었다. 그제서야 카란사 영감님이 한사코 나가라는 시늉을 했던 의도를 알았다. 더 이상 다니는 배도 없다. 방 안에 별다른 가구는 없다. 화덕을 가운데로 두고 여성들(할머니부터 아이들까지)은 모두 모자를 쓴 채로 앉아서 잔다. 주변으로 남자들이 누웠는데, 손바닥만 한 빈틈도 없다. 해가 지면서 어두워진 호수 위로 후두둑 후두둑 찬비가 흩뿌린다. 카란사 영감님이 저녁을 먹으라고 접시를 내민다. 작은 동물 다리 한 개와 감자 세 알이 올려졌는데, 다리도 감자도 왜소하다. 손가락으로 집어서 먹고 밖으로 나가서 호수의 물에 손을 씻으면 된다. 감자는 작은 덩어리들이 약간 쫄깃한 듯한 맛이 있다. 수확한 감자를 그대로 보관하면 모두 썩어버리기 때문에, 그것들을 밭 위에 널어둔다. 가끔 주둥이에 멍에를 씌운 야마를 그 위로 걷게 한다. 야마의 발굽이 감자의 껍질을 벗기는 효과를 내면서 낮에는 마르고 밤에는 어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렇게 마련된 감자는 장기간 보관되며, 이것이 '추뇨'라고 불리는 주식이다. 우로스에는 야마가 없다. 가능한 한 무게가 덜 나가는 삶을 사는 곳이기 때문에 가축들이 들어올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좀 떨어진 타켈레 섬에는 야마를 많이 기른다. 나그네는 도토라 건조장을 하룻밤 숙소로 택했다. 도토라는 묶음으로 재여 있었다. 한 묶음을 빼니 공간이 생겼다. 영하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티티카카 호수의 여름 밤을 앞뒤가 트인 도토라 덤불 속에서 보내게 되었다. 카란사 영감님이 야마 털실로 짠 폰초를 갖다 준다. 잠이 올 리는 없고 호수 쪽을 보는데 물속에서 무엇인가가 상하로 왕복운동을 한다. 달빛에 어렴풋하게 비치는 실루엣은 두 마리의 쥐가 장난치는 모습이었다. 저녁으로 얻어먹었던 것! 아침에 일어나니 학교에서 종 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이 작은 배를 저어서 등교한다. 수년 전에 그곳을 다녀온 아내의 말을 들으니, 이제 그곳에도 호텔이 생겼다고 했다. 푸노국립대학에 근무하는 이영미의 건안을 빌어본다. 푸노의 광산에서 독점하는 물 때문에 티티카카의 일부는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인간이란 종은 '제 눈에 못 박기'를 하는 줄도 모르고 '나만 잘살기'에 몰입하고 있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2024-10-07 18:12:53라틴아메리카를 구성하는 인류문화의 두 생태축은 안데스산맥과 아마존강이다. 두 축으로 엮어진 인간사가 라틴아메리카 이해의 근간이다. 종축으로 남행하는 안데스산맥은 볼리비아의 고원으로 연장되면서, ‘알티플라노’(고원이란 뜻)라고 불리는 해발 4000m 내외의 독특한 산악문화를 형성한다. 사용되는 주류 언어는 두 가지다. 종축에서 사용되는 꿰추아(Quechua)와 볼리비아로 연장된 횡축에서 사용되는 아이마라(Aymara), 두 언어의 접촉 지대가 위치한 곳이 티티카카 호수다. ‘티티카카’는 아이마라어로 ‘퓨마의 바위’란 뜻이다. 이 호수는 잉카의 신 비라코차(Viracocha)가 탄생한 곳이자 태양이 탄생한 곳이란다. 그래서 잉카의 태양숭배 종교를 지탱한다. 해발 3800m의 이 호수의 바닥에서 최근에는 신전 유구들이 발견됐다. 1998년에는 람사조약으로 지정된 곳이 티티카카 호수다. 박사과정에서 라틴아메리카를 전공하면서 수강한 과목의 내용에 '우로스=물에 뜬 섬마을'(Uros= a floating island village)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담당교수에게 질문을 했더니, 자신도 모르니 날더러 가보라고 했다. 나도 모르는 채로 학생들에게 우로스의 이야기를 했고, 10년 동안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1986년 12월에 찾아갔다. 가장 가까운 공항은 페루의 훌리아카이며, 두 줄 철조망으로 둘러친 운동장뿐이었으며, 곳곳에 검정색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상황이 안중에 들어왔다. 화물도 모두 내손으로 꺼내고 들고 나와야 하는 그야말로 시골 공항이었다. 나는 훌리아카로부터 뿌노(Puno)까지 완행 버스를 탔다. 훌리아카의 시장을 보고 골짝의 집으로 돌아가는 주민들이 염소와 닭과 함께 타고 가는 버스다. 훌리아카부터 뿌노까지는 양 옆으로 야마(라마가 아님)들이 풀을 뜯는 내리막길이고, 서서히 짙푸른 티타카카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뿌노항에서 작은 보트를 타고 들어가는 곳이며, 여러 개의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섬은 모두 물에 뜬 상태다. 무수한 세월 동안에 얽히고 설킨 채로 자라는 풀들이 하나의 덩어리를 이룬 섬! ‘도또라'(dotora)라고 불리는 갈대 비슷한 풀의 원뿌리는 호수의 바닥으로부터 올라온 것이고, 매년 여름(12월부터 2월 사이)이면 불어나는 물에 떠 내려온 흙들이 조금씩 조금씩 쌓여서 풀뿌리들과 조합된 섬이다. 여름에 호수의 수위가 상승하면 섬이 같이 뜬다. 섬 위에는 집도 있고, 손바닥만한 채전에 뀌노아콩과 감자꽃도 피었고, 오리집도 있고, 개집도 있다. 밭의 흙은 새까맣다. 집은 바닥과 벽 그리고 지붕이 모두 도또라로 엮은 거적대기를 이용했다고나 할까. 가장 큰 섬에는 학교도 있다. 우로스 공동체인 것이다. 모든 것이 풀로 되어 있다. 우거진 도토라 사이에 조금씩 지붕이 보이는 정도의 낮은 집들이다. 이곳의 가장 강력한 금기는 당연히 불을 다루는 것이며, 가장 이외에는 아무도 불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꿰추아 말이 전혀 통하지 않은 채 손짓발짓으로 섬을 둘러보는데, 나를 따라다니던 까란사 영감님은 한사코 날더러 나가라는 시늉을 한다. 영감님의 손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야마의 털실로 항상 뜨개질을 한다. 귀밑까지 가릴 수 있는 모자를 짠다. 하룻밤이라도 지낼 욕심으로 못 알아들은 것처럼 버텼다. 해가 지면서 배들이 모여든다. 배도 도또라로 만들었다. 도또라가 취사를 위한 연료이기도 하고, 하얀 색의 어린 줄기는 샐러드로 일품이다. 집 옆에는 도또라를 잘라서 말리는 건조장이 있다. 건물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나, 도또라로 용마루를 이은 정도이고, 그 아래에 도또라를 차곡차곡 쌓아 두고 있다. 고기 잡으러 나갔던 아들 내외도 돌아오고, 뿌노에 나갔던 딸들과 부인도 돌아오고, 방안에는 금새 삼대가 이룬 가족원으로 가득 찼다. 방안의 한쪽 구석에서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기대는 결코 수용될 수 없었다. 그제서야 까란사 영감님이 한사코 나가라는 시늉을 했던 의도를 알았다. 더 이상 다니는 배도 없다. 방안에 별 다른 가구는 없다. 화덕을 가운데로 두고 여성들(할머니부터 아이들까지)은 모두 모자를 쓴 채로 앉아서 잔다. 주변으로 남자들이 누었는데, 손바닥만한 빈틈도 없다. 해가 지면서 어두어진 호수 위로 후두둑 후두둑 찬비가 흩뿌린다. 까란사 영감님이 저녁을 먹으라고 접시를 내민다. 작은 동물 다리 한 개와 감자 세 알이 올려졌는데, 다리도 감자도 왜소하다. 손가락으로 집어서 먹고 밖으로 나가서 호수의 물에 손을 씻으면 된다. 감자는 작은 덩어리들이 약간 쫄깃한 듯한 맛이 있다. 수확한 감자를 그대로 보관하면 모두 썩어버리기 때문에, 그것들을 밭 위에 널어둔다. 가끔 주둥이에 멍에를 씌운 야마를 그 위로 걷게 한다. 야마의 발굽이 감자의 껍질을 벗기는 효과를 내면서 낮에는 마르고 밤에는 어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렇게 마련된 감자는 장기간 보관되며, 이것이 ‘츄뇨’라고 불리는 주식이다. 우로스에는 야마가 없다. 가능한 한 무게가 덜 나가는 삶을 사는 곳이기 때문에, 가축들이 들어올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좀 떨어진 타켈레 섬에는 야마를 많이 기른다. 나그네는 도또라 건조장을 하룻밤 숙소로 택했다. 도또라는 묶음으로 재여 있었다. 한 묶음을 빼니 공간이 생겼다. 영하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티티카카 호수의 여름 밤을 앞 뒤가 트인 도또라 덤불 속에서 보내게 되었다. 까란사 영감님이 야마 털실로 짠 폰쵸를 갖다 준다. 잠이 올리는 없고, 호수 쪽을 보는데, 물 속에서 무엇인가가 상하로 왕복 운동을 한다. 달빛에 어렴풋하게 비치는 실루엣은 두 마리의 쥐가 장난치는 모습이었다. 저녁으로 얻어먹었던 것! 아침에 일어나니 학교에서 종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이 작은 배를 저어서 등교한다. 수년 전에 그곳을 다녀온 아내의 말을 들으니, 이제 그곳에도 호텔이 생겼다고 했다. 푸노국립대학에 근무하는 이영미의 건안을 빌어본다. 푸노의 광산에서 독점하는 물 때문에 티티카카의 일부는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인간이란 종은 ‘제 눈에 못박기’를 하는 줄도 모르고 ‘나만 잘살기’에 몰입하고 있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09-30 14:04:42【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올여름 전례 없는 폭염이 10월을 앞두고도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 울산HD 홈구장인 문수경기장의 잔디가 말라죽으면서 말썽이다.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경기마저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잔디 복구에 울산시설공단이 진땀을 흘리고 있지만 영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7일 울산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AFC는 이메일을 통해 지난 19일 울산HD FC와 울산시설공단에 문수축구경기장의 잔디 상태와 관련된 경고문을 보내왔다. 현재 잔디 상태로는 더 이상 문수경기장에서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전날 문수축구경기장에서 2024~2025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조별 리그 스테이지 1차전 울산과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가 열렸다. 그런데 잔디구장 곳곳이 흙바닥을 드러냈다. 선수들이 경기 내내 어려움을 겪었고 부상까지도 우려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 상태라면 오는 10월 23일 예정인 스테이지 3차전 울산과 비셀 고베 경기를 치를 수 없게 된다. 당시 경기장 찾았다가 잔디가 사라져 횅한 모습을 본 일부 팬은 "모래밭에 잔디가 자라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잔디 반 흙 반 아니냐"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울산 문수경기장의 잔디 상태는 지난 7월 폭염이 시작되면서 조짐이 보였다. 울산 문수경기장 잔디는 지난 2019년 한국 기후에 적합하다는 '켄터키 블루그래스'로 전면 교체되었다. 이 잔디는 3~6월에 생장하다가 7~9월에 뿌리가 땅에 단단히 고착된다. 이후 다시 가을로 접어들어 기온이 낮아지면 다시 생장하는 품종이다. 다만 이 잔디는 32도가 넘어가면 잎부터 말라가다가 뿌리마저 힘을 잃어버린다. 울산시설공단 관계자는 "뿌리가 열상을 입고 말라죽으면 땅에서 쉽게 떨어져 나간다"라며 "올해 여름 34~36도에 이르는 폭염이 7~8월에 이어 9월 중순까지 이어져 잔디가 견디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폭염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잔디가 추석 연휴에 치러진 ACLE 경기 때 결국 최악의 상태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울산시설공단은 울산HD 홈경기를 대비해 여름철 내내 말라죽은 잔디를 걷어내고 묘포장에서 키운 잔디를 계속해 보식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폭염을 견디지 못했고 보식용 잔디도 고갈된 상태다. 현재는 상태가 양호한 보조구장 잔디를 뜯어다가 메꾸는 중이라고 시설공단은 밝혔다. 다행히 9월 중순 이후 예전 기온을 되찾고 있어 울산시설공단은 다음 달 6일 K리그 1 33라운드 김천 상무와의 홈경기 전까지 잔디 상태를 최대한 복구한다는 입장이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보식용 잔디가 빠르게 자라면 10월 23일 ACLE 울산 대 비셀 고베 전도 충분히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가파르게 진행 중인 기후변화와 이상 기후 등으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앞으로도 문수경기장 잔디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역 체육계 한 관계자는 "폭염과 냉해를 견딜 수 있는 잔디 품종을 발굴하거나 아니면 여름철 경기장 기온을 낮출 수 있는 시설을 보강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4-09-27 09:44:41[파이낸셜뉴스] 인도 일부 지역에서 시멘트로 만든 ‘가짜 마늘’이 등장했다. 18일(현지시간) 인도 매체인 인디아 투데이는 “마하라슈트라 아콜라에서 시멘트로 만든 가짜 마늘이 판매됐다”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멘트 마늘’은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아콜라 지역에 사는 한 여성이 피해를 당한 뒤 자신의 SNS에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됐다. 퇴직 경찰관의 아내인 이 여성은 노점상에서 사온 마늘 250g을 손질하려다 마늘의 정체를 깨달았다. 마늘의 껍질이 벗겨지지 않아 이상하게 여겨 살펴보던 중, 마늘 안쪽이 딱딱한 시멘트로 만들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것. 가짜 마늘을 판매한 이들은 표면을 흰색 페인트로 칠하고 굴곡을 만든 뒤, 마늘 아랫부분에 흙이 묻은 것 같은 가짜 뿌리까지 붙였다. 또한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진짜 마늘과 가짜 마늘을 섞어서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인도 매체인 인디아 익스프레스는 이번 ‘시멘트 마늘’ 사태의 원인으로 최근 폭등한 마늘 가격을 거론했다. 인디아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인도의 마늘 가격은 1㎏ 당 300루피(약 4700원)에서 350루피(5500원)로 급등했다. 인디아 익스프레스는 “최근 가짜 ORS(전해질 음료), 가짜 파니르(치즈), 가짜 버터 등에 이어 가짜 마늘이 등장했다. 인도 시장에 가짜 품목들이 계속해서 침투하고 있다”라고 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08-21 14:44:03식물에 관한 오해 / 이소영 / 위즈덤하우스 '식물에 관한 오해'는 저자가 16년간 식물을 관찰하고 기록해온 시간 동안 맞닥뜨린 크고 작은 오해와 편견을 다뤘다. 식물 세밀화가이자 원예학 연구자인 저자는 "틈 위에서 내려다보면 비좁아 보일지라도 막상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아래에는 흙과 모래가 펼쳐져 있어 식물이 뿌리를 내리기에 무리가 없다"며 "주변에 경쟁 식물도 없으니 햇빛을 받는 양 또한 도시 어느 화단보다 넉넉해 도시살이를 피할 수 없는 식물들엔 최선의 삶의 형태"라고 말한다. 저자는 또한 "식물을 향한 기존의 시선에서 벗어나 식물의 다채로운 모습과 강인한 생존력을 제대로 바라보라"고 권한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5-30 10:15:19[파이낸셜뉴스] 풀무원이 40년 이상 쌓아온 발효 기술과 식물 영양소 연구 노하우를 담은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하고 식물기반 헬스케어 솔루션 사업에 본격 나선다. 풀무원건강생활은 식물 속 생리활성 물질을 쉽고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식물기반 헬스케어 솔루션 브랜드 '풀무원건강식물원'을 신규 론칭하며 제품 라인업 2종을 먼저 선보인다고 27일 밝혔다. '풀무원건강식물원'은 매일 먹는 음식이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것처럼 우리의 몸을 건강이 자라는 정원으로 규정했다. 흙 속의 씨앗이 싹이 움트고 뿌리를 뻗어 자라나며 잎이 무성해지고 꽃이 핀 후 열매를 맺는 것처럼 식물이 가진 영양소를 활용해 건강의 근원이 되는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자는 의도를 담았다. '풀무원건강식물원'은 각자의 몸속의 정원을 건강하게 가꿔가는 단계에 따라 △식물 발효 영양 △식물 기초 영양 △식물 기능 강화 카테고리로 나뉜다. 먼저 식물 발효 영양은 40년 넘게 이어온 풀무원의 발효 기술을 적용해 매 끼니 영양소의 소화를 돕는 제품을 선보이는 카테고리다. 식물 섭취에 대해 기존 국내 건강식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관점이 적용된 제품을 제안한다. 식물 기초 영양은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미네랄 등 5대 영양소를 기반으로 식사의 일부를 식물성 제품으로 치환해 식사 질적 향상을 돕는 제품 카테고리다. 식물 기능 강화는 기능이 규명된 식물 소재를 이용해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건강 고민을 케어하는 제품 라인업을 선보이는 카테고리다. 위, 장, 간 건강 및 혈당, 체지방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풀무원건강생활은 '풀무원건강식물원' 브랜드 론칭과 함께 핵심 제품인 '파이토 에너지 샷'을 함께 선보인다. 이 제품은 40년 전 풀무원의 최초 사업인 건강식품 사업 정신을 이어나감과 동시에 1989년 출시된 풀무원의 야채 발효 제품을 복각해 출시했다. '파이토 엔자임'도 함께 출시했다. 현미와 완두를 발효시킨 식물 효소와 고함량 식물섬유를 함유한 제품으로 편안함을 주는 제품이다. 풀무원건강생활 오경림 대표는 "풀무원이 40년 이상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식물 영양소 데이터를 활용해 쉽고 간편하게 식물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풀무원다운 지속가능 건강식품을 론칭하게 됐다"라며 "앞으로도 일상 속에서 균형 잡힌 식물 영양소 섭취를 도울 수 있는 건강식품 라인업을 꾸준히 선보이며 식물 기반 헬스케어 솔루션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4-05-27 14:56:38[파이낸셜뉴스] 부산의 한 카페에서 기르던 행운목을 지나가던 행인이 무차별 훼손한 사건이 발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부산에서 카페를 운영한다는 A씨는 지난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식물 살해 및 유기범을 찾는다"며 카페 앞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과 함께 자신의 사연을 공개했다. A씨가 공개한 영상에는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을 가린 한 여성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카페 앞에 내놓은 행운목을 향해 다가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는 거침없이 줄기를 꺾기 시작했고, 부러진 나무 윗동을 두 손 가득 챙겨 들더니 빠른 걸음으로 현장을 떠났다. A씨는 "카페 하면서 다양한 일을 겪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오픈할 때 직접 식물원까지 가서 데려온 아이라서 정도 들었는데, 이제 봄이라 밖에 두고 퇴근했다가 출근하니 저 모양이 됐다"며 "제보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행운목은 줄기 등을 꺾어 흙 속에 꽂아 뿌리내리게 하는 '꺾꽂이'가 가능한 식물이다. 행운목 훼손하던 여성도 훔친 줄기로 새롭게 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해당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너무 속상하다. 꼭 잡았으면 한다", "마스크까지 쓰고 온 걸 보니 작정하고 온 듯",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인 건 아니구나", "경찰 신고가 우선인 것 같다", "식물도 피 흘리는 것 같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다", "장난인 줄 알았는데 진짜 식물 살해범이었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해당 범죄는 절도죄와 재물손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 등을 점유자 의사에 반해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경우 죄가 성립되며, 타인의 재물 등을 손상하고 파괴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경우 재물손괴죄가 성립된다. 절도죄의 경우 유죄 인정 시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재물손괴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03-28 07:42:46[파이낸셜뉴스] 미세·나노플라스틱을 흡수한 식물에서 생산된 열매와 그 열매에서 성장한 후세대 식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됐다. 이를 통해 토양환경 내 미세 ·나노플라스틱이 식물의 후세대 및 동물로 전달되어 생태계를 순환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13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건국대 안윤주 교수팀이 완두를 대상으로 미세·나노플라스틱의 이동을 관찰한 결과를 공개했다. 현대 사회에서의 플라스틱 사용이 불가피해지면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환경으로 유입된 플라스틱 폐기물이 다양한 요인에 의해 미세하게 쪼개지면서 다양한 생물에 노출되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생물체 내 미세플라스틱의 거동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식물은 인간과 동물의 식자원이다. 연구진은 앞선 연구를 통해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식물의 뿌리로 흡수돼 줄기와 잎까지 도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엔 식물의 열매를 비롯해 해당 식물의 후세대로의 나노플라스틱 전이에 관해 살펴봤다. 우선 200nm 크기의 형광 폴리스티렌 미세·나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흙에 완두를 약 60일간 키워 완두콩을 수확했다. 완두콩을 살펴본 결과, 완두콩의 배아와 떡잎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이 확인됐다. 또 이 완두콩을 미세·나노플라스틱에 오염되지 않은 흙에 심어 14일간 키운 뒤 관찰한 결과, 표피보다 세포간 및 세포내 공간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이 관찰됐다. 안윤주 교수는 "이는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 아닌 수확한 완두콩 내 배아와 떡잎에 분포했던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식물 전체 세포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즉, 미세·나노플라스틱에 직접 노출되지 않은 후세대 식물도 어미세대 식물을 통해 미세·나노플라스틱에 노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는 식자원으로 사용되는 완두를 통해 나노플라스틱의 후세대 전이를 확인했다. 향후 연구에서는 토양환경으로부터 식물로, 식물에서부터 완두콩으로 전달되는 나노플라스틱을 정량화하는 연구를 통해 상위 생물종 또는 인간에게 이동하는 나노플라스틱의 양을 추정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환경과학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드스 머티리얼스(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4-02-13 12:4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