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대표 측이 4일 직접 만났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 등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 윤 대통령과 증원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비록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일단 사태 해결의 물꼬를 틀 첫 만남이라 의미가 있다고 본다. 만남은 대통령실이 제의해 서로 한발씩 양보하면서 성사됐다. 대통령실은 지난 2일부터 박 회장 등 대전협 측과 회동을 위한 접촉을 시도했다. 박 회장은 비공개로 진행되길 원했고 대통령실도 협조했다. 대통령은 의료계에서 '을 중의 을'로 불리는 전공의들의 애로를 이해하고 있으며, 그들의 고충과 고뇌를 충분히 듣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대전협은 "총선 전 한번쯤 전공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고 해결을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는데, 바람직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전공의들의 이탈이 7주째를 맞으면서 지금 의료 현장은 혼돈 상태다. 환자들의 불안과 국민의 불편은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아직 상당수 교수들이 의료 현장을 지키며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극한의 피로감으로 진료에 차질이 커지고 있다. 사고도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충북 충주에선 넘어진 전신주에 깔린 70대가 병원 3곳에서 이송을 거부당한 끝에 숨졌다. 심정지 상태였던 생후 33개월 아이가 상급종합병원을 찾지 못해 도중에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전공의 비중이 높은 대형병원은 병원 운영에 극심한 차질을 빚고 있다. 무급휴가, 병동 통폐합 등 비상경영에도 적자 폭이 커져 존폐 위기를 걱정할 정도라고 한다. 전공의 비중이 40% 안팎에 이르는 서울 '빅5' 병원은 지난달부터 하루 10억~3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 2일엔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마저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인턴 임용대상자의 96%는 등록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대로 가면 전공의들의 대규모 면허정지, 의대생 대량 유급 등 최악의 상황도 피할 길이 없다. 누구에게도 득 될 게 없는 의료사태는 하루빨리 봉합돼야 한다. 대통령과 전공의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어떤 식으로든 합의점에 도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증원 규모를 포함해 모든 사안이 재논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2000명 증원계획도 수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의료계는 정부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전공의 처우와 관련한 획기적 아이디어를 의료계가 직접 제시하면 된다. 정부의 필수·지역 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한 개선책도 마찬가지다. 의료계가 원하는 사법 리스크 경감안도 충분히 논의 가능하다. 정부는 지금 연일 낮은 자세로 의료계에 협력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조건과 형식의 구애 없이 소통할 준비가 돼있으니 정부를 믿고 대화의 자리로 나와달라"는 제안을 의료계가 뿌리치지 않길 바란다. 그런데도 여전히 강경투쟁을 고집하는 의료계의 태도는 옳지 않다. 대통령의 대화에 긍정적이었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꿨다. 대화 제안 당사자였던 홍보위원장은 부담감에 전격 사퇴했다. '대화=굴복'이라는 생각으론 사태를 풀 수 없다. 증원 전면 백지화도 대화의 조건이 될 수 없다. 모두 열린 마음으로 손을 맞잡아야 한다.
2024-04-04 18:14:42【 전국 종합】 정부와 의사단체간의 갈등 장기화로 국민적인 피로감이 최고조에 달하자, 그동안 언행을 자제해왔던 전국 시·도지사들이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의사들과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고 나선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시·도지사들도 적지 않다. 의대생 2000명 증원의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사들이 대통령과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의대 신설이 필요한 지역에선 정파와 관계 없이 현 정부의 정책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반면 그동안 정부가 보였던 초강경 정책에 아쉬움을 보내는 단체장도 적지 않다. 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의사단체와 대화 제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의사들의 입장 전환을 촉구하는 시도시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의대 정원 대안 제시와 정부와 협상을 의료계에 촉구를, 홍준표 대구시장은 정부 의료개혁 정책에 허심탄회한 협조를 각각 제시했다. 이 지사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북도는 의사 수 전국 최고 꼴찌로 의료 사각지대인 데다 최근 의료대란으로 시·군 근무 공보의마저 차출돼 고령화된 어르신들에게 무슨 일이 닥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료계 대안을 제시하면 협상하겠다고 했으니, 최고 엘리트 단체인 의료계에서도 대안을 만들어 협상을 통해 난국을 타개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또 "대부분 국민들은 의사 수 확대에 공감하고 제가 만난 의사선생님들께서 증원에 대해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가 다수이지만, 점차 증원이냐 단기간 확대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국립안동대 의대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포스텍 의대 신설도 이 지사는 재차 촉구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의료개혁에 관한 대통령의 담화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들께서 직역 지키기 위한 기득권 카르텔을 고수하기보다는 당국과 대화에 나서 국민들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 주기 바란다"면서 "행복한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면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에 허심탄회한 협조가 오늘을 살아가는 지성인들의 올바른 자세라고 보여진다"고 꼬집었다.특히 "선거를 앞둔 야당이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정보의 의료개혁 정책을 보면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 방향이 맞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면서 "의사단체도 국민의 건강권을 인질로 삼아 너무 나갔다. 정부 역시 유연성을 갖고 상대를 굴복 시키기보다 타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최근 도랑에 빠진 생후 33개월 아이가 상급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한 채 사망한 것을 언급하면서 지역필수응급 의료체계의 열악한 현실과 의대정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난 김 지사는 '꽃보다 귀한 어린 한 생명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것은 우리 모두책임"이라며 "충북의료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개혁의 길로 가야 한다"고 했다. 김 지사는 "치료가능사망률 전국 1위를 기록한 지난 37년 동안 의대정원을 한명도 늘리지 못하다가 최근 정부조치로 확대된 충북의대정원 300명은 우리의 미래"라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정파와 상관 없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한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남도가 야당인 더불어민주장의 텃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광주를 제외한 전남 지역에 의대가 단 한곳도 없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남 지역에 의대 신설을 약속한 것에 대해 김 지사는 여러차례 공개적인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월 말 집단 파업에 나선 전공의들을 한 차례 비판한 이후 별 다른 추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오 시장은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중세 유럽의 수공예 길드들이 기득권을 고수한 끝에 결국 사라졌던 역사를 비유하면서 의사들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서울시는 5대 대형 병원들이 집결한 곳이어서 의정 갈등의 주무대가 되고 있다. 반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정부의 강경한 의대 증원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의대 증원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있지만 진행 방법이나 절차에서 사회적 합의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된 데에 대해 대단히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다"고 말했다. gimju@fnnews.com 김장욱 장충식 이설영 기자
2024-04-03 18:05:29윤석열 대통령이 의대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에게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공백 사태가 두달 가까이 계속되고 갈수록 악화되자 윤 대통령은 1일 '의대 증원·의료 개혁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국민 불편을 조속히 해소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사과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정부 정책은 늘 열려 있다"면서 의료계가 합리적 의견을 내줄 것을 요구했다. 증원 숫자를 350, 500, 1000명 등 근거 없이 내놓고 심지어 500~1000명을 줄여야 한다는 중구난방식 주장을 할 게 아니라 통일된 의견을 내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담화가 극한대립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물꼬가 되길 바란다. 합리적 제안이라면 2000명 증원을 재논의할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다만 원칙은 변한 게 없다. 국민·의료계·정부가 참여하는 새로운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에 주목한다. 지역 의대에 이미 배정된 2000명 정원 조정 가능성도 열어두며 의정갈등의 출구를 열었다는 점에서다. 윤 대통령은 이날 51분간 발표한 장문의 담화에서 '증원 2000명'은 과학적·합리적 근거에 의해 도출된 숫자라는 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2000명은 엉터리, 주먹구구 숫자'라는 의사집단의 주장을 선진국 인구 대비 의사 수, 장기 군의관 부족, 수억원 연봉에도 의사를 못 구한 지방의료 현실, 2026년 초고령화 이후 급증할 의사 수요, 2023년 1월 이후 정부·의료계 19차례 증원 논의 등 여러 데이터를 들면서 "꼼꼼하게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반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들이 아홉번 싸워 아홉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갈수록 더욱 공고해졌다"며 27년간 증원을 포기하고 개혁을 방치한 과거 정부가 지금의 절박한 상황, 민주주의 위기를 가져왔다고까지 했다. 소아외과 전문의 1명도, 소아 전문응급의료센터 1곳도 없는 충북 지역에서 상급병원 이송이 거부돼 33개월 아이가 사망하는 작금의 비극이 잉태됐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에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며 필수·지역 의료 강화, 공정한 보상수가 체계 마련 등 4대 의료개혁 이행을 재차 약속했다. 의사들의 의료사고 법적 리스크를 덜어주는 특례법까지 만들겠다고도 했다. 지금껏 특정 직역에 한해 특혜와 가까운 이 같은 파격적 재정·정책 지원이 있었던가 할 정도다. 그런데도 일부 의사들은 "총선 개입, 정권 퇴진" "장차관 파면" 등을 외치며 오만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지 않은 채 정부와 보건복지부 공직자들을 싸잡아 비판만 하고 있다. 정부가 이토록 하찮게 보이면 국민은 어떻게 보고 있단 말인가. 전공의 1만1000여명은 집단사직, 종합병원 의대 교수들은 사직과 단축진료로 "정부가 2000명 증원 계획부터 포기하라"며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게 정상은 아니다. 의사집단은 의료시장 배타적 기득권을 내세워 국민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는 정부가 내민 손을 잡아야 한다. 그래서 의료개혁에 힘을 보태고, 양보와 협상 속에서 합의에 이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반정부 투쟁시위와 극한대립을 지속한다면 승자 없이 모두가 피해를 볼 뿐이다. 의사들은 집단사직을 철회하고 책임과 소임을 다할 수 있는 현장으로 돌아갈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24-04-01 18:30:04[파이낸셜뉴스] 도랑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생후 33개월 아이가 상급종합병원 이송을 거부당한 끝에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다만 경찰과 유족은 ‘전원 거부’ 논란에 대해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충북 보은경찰서는 생후 33개월 된 A양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경찰은 ‘A양의 사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의사 구두 소견과 유족의 진술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고, 정확한 사인을 규명해 의문을 남기지 않기로 했다. 다만 논란이 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의 전원 거부 문제에 대해서는 법리 검토를 거쳤으나 수사 대상에는 포함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상급병원이 전원 요청을 반드시 수용해야 할 강제 조항이 없는 데다 의대 증원에 따른 집단 사직의 영향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A양의 유족도 경찰 조사에서 상급병원의 전원 거부에 대해 문제 삼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30일 오후 4시30분쯤 충북 보은군 보은읍에서 생후 33개월 된 A양이 주택 옆 1m 깊이 도랑에 빠져 있다는 신고가 119상황실에 접수됐다. 아버지에게 구조된 A양은 심정지 상태로 119구급대에 의해 보은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고, 심폐소생술 등 응급치료를 받고 오후 6시7분쯤 맥박이 돌아왔다. 이후 병원 측은 긴급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충북과 충남권 상급종합병원(3차 의료기관) 9곳에 전원을 요청했으나 모두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아 중환자를 받을 병상이 없다는 이유였다. 수술이 지연된 A양은 오후 7시1분쯤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약 40분 뒤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전원을 요청했던 지역 의료기관 관계자는 “아이의 맥박은 약물 등 응급처치를 통해 (일시적으로) 돌아오게 한 것”이라며 “일반적인 맥박 정상화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부모가 과수원 일을 하러 간 사이 A양이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할머니, 오빠 2명과 놀다 홀로 밖으로 빠져 나와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3-31 19:59:33[파이낸셜뉴스] 경기도 안산의 한 키즈카페에서 전동 기차를 타던 3살 아동이 레일에 발이 끼이는 사고로 숨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4일 경기 안산상록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5시 8분께 안산시 상록구 모 키즈카페에서 운행 중이던 기차를 타고 놀다 기구에서 내리려던 A군(33개월)이 레일에 왼발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키즈카페 직원이 기계 작동을 중지시킨 뒤 119에 신고했고 A군 부모는 즉시 같은 건물에 있던 병원으로 아이를 옮겼다. 큰 병원에서의 치료가 필요했던 A군은 곧이어 고려대 안산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같은 날 저녁 6시 50분께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사고가 난 놀이기구는 총 4량으로 된 14인승 기차로 레일 길이는 17m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A군을 비롯해 여러 명이 탑승한 상태였는데 운행 중이던 기차에서 A군이 내리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키즈카페 업주와 종업원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자세한 사고 원인을 조사중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2-08-15 09:48:08[파이낸셜뉴스] 두 살 배기 입양 딸을 심하게 때려 숨지게 한 '화성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의 30대 양부에게 징역 22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1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중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부 A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는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및 5년간 아동 관련기관 취업제한 명령도 유지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4월부터 5월까지 경기 화성시 자택에서 당시 생후 33개월이던 입양딸 B양이 말을 잘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는 이유로 나무로 된 구둣주걱과 손바닥 등으로 머리를 강하게 내리쳐 뇌출혈로 결국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이들은 아이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음에도 학대 사실이 발각될 것을 두려워 아이를 몇 시간 동안이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혐의도 있다. 양모는 A씨가 B양을 때리는 등 학대 행위를 저지르는 점을 알면서도 방치하고 피해 아동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유기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B양은 2021년 5월 8일 A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환자실 치료 두달 여 만인 같은 해 7월 인천의 한 병원에서 결국 사망했다. 1심은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 A씨에게 징역 22년, B씨에게 징역 6년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A씨의 22년형은 유지한 반면, B씨는 징역 2년 6월로 감형했다. 2심은 "건장한 성인인 A씨가 생후 33개월에 불과한 피해아동의 뺨을 강하게 연속하여 4회나 때렸고, 피해아동이 맞을 때 마다 넘어졌는데도 다시 일으켜 세운 후 계속 때렸는 바, 이는 살해의 고의를 추단하기 충분한 정도의 강한 폭행"이라고 질타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A씨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심이 징역 22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상고기각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2-08-11 10:54:00[파이낸셜뉴스] 경기도 화성에서 양부에게 잔인하게 학대당해 2개월 넘게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던 ‘민영이’가 끝내 숨을 거뒀다. 불과 생후 33개월에 불과한 아기가 뇌 3분의 2가 손상되는 고통을 홀로 견디다 세상을 떴다. 기적을 바라며 제2의 정인이가 나오지 않길 고대했던 시민들은 좌절에 빠졌다. 13일 화성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5시경 민영이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5월 8일 외사성 경막하출혈로 의식불명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진 지 두 달 만이다. 민영이는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아왔지만, 결국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 양부, 아동학대중상해 혐의 기소..살인죄 적용 안 돼 두 살배기 민영이를 학대한 인물은 양부 A씨(38·구속)다. 그는 지난달 3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중상해) 등 혐의로 기소됐다. 살인의 고의성은 인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양모 B씨는 방임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지난 6일 A씨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수원지법 제15형사부(재판장 조휴옥)는 이날 오전 301호 법정에서 민영이 학대 혐의를 받는 A씨와 이를 방임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부인 B씨(37)에 대한 1심 첫 공판을 열었다. 재판에서 검찰 측은 “화성 남양읍에 있는 주거지 아파트 안방에서 피해아동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가) 등긁이 등으로 수차례 신체적 학대를 가했다”며 “결국 생후 33개월에 불과한 피해자를 심각한 뇌손상으로 반혼수상태에 이르게 했다”고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또 “양모인 B씨는 학대 사실을 충분히 예견하고 있었으면서도 A씨로부터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을 비롯해 A·B씨 모두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피해아동 측 변호인은 “두 달째 반혼수상태에서 단 한마디 진술조차 할 수 없었다”며 “아이 목소리를 간접적으로라도 반영하려면 주치의로부터 상처 등을 자세히 듣고 부모의 심정으로 가해자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도 양형에 참작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9월 7일로 예정돼있다. ■ “아이가 넘어질 정도로 뺨 때려” A씨는 지난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까지 화성시 내 한 아파트에서 입양아 민영이가 고집을 부린다는 이유만으로 나무 등긁이와 구둣주걱으로 손·발바닥을 여러 차례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월 6일 오후 10시쯤에는 잠투정을 하며 운다는 이유로 민영이 뺨을 세차게 때리기도 했다. 민영이가 휘청거리며 바닥에 넘어질 강도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틀 뒤인 8일, A씨는 민영이 뺨을 때려 넘어뜨리는 행위를 4차례 반복했다. 역시 그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 폭행으로 민영이는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뇌가 손상되며 반혼수상태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이 같은 학대를 지켜만봤다. 게다가 이들은 민영이가 사건 당일 오전 11시 폭행 끝에 의식을 잃었음에도 학대 사실이 발각될 우려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7시간가량을 방치했다. 오후 5시가 돼서야 병원으로 데려갔고, 당시 진료를 본 의사가 민영이 얼굴과 손 등에 든 멍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앞서 이들 부부는 2019년 5월 봉사활동을 하던 보육원에서 당시 생후 10개월이던 민영이를 알게 됐고, 지난해 8월 입양했다. 부부는 5~10세 친자녀 4명을 슬하에 두고 있기도 하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는 “양부모 A·B씨가 반드시 살인죄와 살인방조죄로 죗값을 받길 바란다”고 분개했다. 해당 협회가 운영하는 카페에도 “작은 몸으로 견뎌야했을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너무 미안하다..어른들이 죄인이다”, “민영아 그곳에서는 마음껏 웃어” 등 눈물을 머금은 댓글이 줄을 이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1-07-13 14:02:35[파이낸셜뉴스]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에겐 실제 태어난 생일이 있다. 2019년 6월 10일이다. 생모는 정인양을 낳고 8일째에 입양기관에 입양을 보냈다. 정인이란 이름도 친모가 지어줬다. 꼬박 열달을 품어 낳고, 제 나름으로 그 삶을 응원했을 것이다. ■살았다면 두 돌··· 정인의 生 정인양은 위탁모 아래서 자랐다. 생후 2개월이던 2019년 7월, 양부모 안모씨와 장모씨가 나타났다. 이들은 몇 달 간 절차를 거쳐 지난해 2월 정인양을 정식으로 입양했다. 그때까지 8개월 간은 위탁모가 맡아 키웠다. 이후의 시간은 끔찍했다. 사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 드러난 폭행 흔적은 성인에게도 발견하기 어려울 만큼 참담한 것이었다. 당시 부검의는 지난 20여년 간 부검한 아동 사체 중 가장 처참했다고 증언했다. 성한 곳이 없었다. 온 몸에 멍이 들었고 늑골과 두개골, 쇄골 등에서 부러졌다 붙은 흔적이 확인됐다. 적절한 치료 없이 자연히 붙은 것이었다. 사망 원인이 된 장기파열도 심각했다. 췌장이 완전히 절단됐고, 절단 전에도 하루 이상 시차를 두고 심각한 손상을 입은 일이 있었다고 입증됐다. 장간막도 길게 찢어져 상당한 출혈을 일으켰다. 법정에 출석한 전문가는 정인양이 가만히 있는 것도 힘들 만큼 큰 고통을 겪었으리라고 추정했다. 폭행은 입양 2개월째인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과 6월, 9월까지 총 3차례 경찰 신고가 이뤄졌다. 어린이집 원장과 이웃 주민 등이 신고한 것으로, 그때마다 경찰은 내사종결 처리했다. 양부모에게 학대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주변인들은 양부모가 충분한 교육을 받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양모 장씨는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해외입양인을 돕는 자원봉사 이력까지 있었다. 양부 안씨 역시 점잖은 성품이었다고 했다. 일각에선 초반 경찰 신고가 이들의 인상 때문에 가볍게 처리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인양이 사망하기까지 3차례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경찰엔 비난이 쇄도했다. 정인양을 둘러싼 상황을 적극 조사하거나 아이를 부모와 분리했다면 사망이란 극단적 결과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인이 사건으로 바뀐 것 경찰은 사건이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뒤에야 서울 양천경찰서장 등 관련자 9명을 징계처분했다. △경찰청에 아동학대 전담 부서 신설 △수사지침에 학대 혐의자의 정신병력 및 알코올 중독, 피해 아동의 과거 진료 기록 확인 의무화 등의 대책도 내놨다. 기존엔 수사인력부족과 법적 권한 미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전문성 부족 등으로 아동학대 범죄에 적극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실제 아동과 부모를 분리조치했다 소송에 직면한 경찰관 사례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인양 사건 뒤 일선 서에선 아동학대 사건 처리가 까다로워졌다며 불만스런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바뀔 게 바뀌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양모 장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검찰의 태도는 일회적이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만 장씨를 기소했던 검찰은 거센 비판에 직면해 1달 만에 입장을 바꿨다. 검찰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주의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1심 법원은 살인 혐의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문제는 검찰이 유아 아동학대 사망사건에서 살인 혐의를 좀처럼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달 8일 경기도 화성에서 생후 33개월 만에 학대로 사망한 입양아 사건에서 검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다. 2살짜리 어린 아이에 대한 지속적 폭행과 아이가 쓰러진 뒤 7시간여 동안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점 등이 논란이 됐으나 검찰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없다고 봤다. 이 아이를 입양한 부모의 경우 이미 4명의 친자가 있어 아파트 다자녀 청약을 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2021-06-09 11: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