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남단을 집어삼킨 역대급 태풍은 동틀 무렵이 되자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밤새 공장을 지켰던 당직자들은 그제서야 안도했다. 그리고, 교대를 준비했다. 그때였다. 공장 한쪽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 놀란 근무자들은 부랴부랴 상황 파악에 나섰다. 압연공장 인근 수전변전소였다. 전력이 차단되자 365일 불이 꺼지지 않던 공장은 암흑으로 변했다. 이어 공장 곳곳에 물이 차올랐다. 미처 손쓸 새도 없었다. 인근 냉천이 범람한 것이다. 속수무책이었다. 주요 공장 내부가 삽시간에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출하를 기다리던 막대한 철강제품들도 흙탕물 속으로 사라졌다. 54년간 쇳물을 토해내던 고로마저 멈췄다. 그렇게 한국 철강산업의 심장부는 한순간에 치명타를 입었다. 지난 2022년 9월 6일 새벽 포항제철소는 전쟁터였다. 국가기간산업의 현장이 어처구니없는 수마(水魔)에 삼켜졌다. 포스코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완전한 회복까지는 최소 6개월 이상 걸린다는 예상이 나왔다. 상황에 따라선 1년 이상 포항제철소가 정상가동을 못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퍼졌다. 포스코 임직원들은 너나없이 포항으로 달려갔다. 포스코의 한 임원은 "서울에서 내려가 보니 생각보다 훨씬 참혹했다. 그길로 한 달을 공장에서 지내며 직원들과 진흙과의 전쟁을 치렀다"고 당시를 전했다. 노사는 물론 소방, 경찰, 군, 지역 시민들까지 포항제철소 살리기에 한뜻이 됐다. 기업과 지역경제의 존폐 앞에서 모두가 사투를 벌였다. 그로부터 석달여 뒤 포항제철소는 고로가 정상화되고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왔다. 이른바 포스코의 '힌남노 135일의 기적'이다. 힌남노의 기적은 세계 철강사에서 보기 드문 조기 위기극복 모델이다. 세계가 포스코인들의 단합과 강한 의지에 박수를 보냈다. 그랬던 포스코가 1년 만에 다시 흔들리고 있다. 가공할 재해에도 쓰러지지 않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회장 인선을 둘러싸고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다. 최정우 회장이 연임을 포기했지만 사태는 잠잠해질 기미가 없다. 회장 인선 역할을 맡은 사외이사들까지 위태로운 상황이다. 회장 인선 시기에 해외 호화 이사회 논란이 고구마 줄기마냥 터지는 것도 묘하다. 논란의 진실은 이미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수사가 진행 중이니 향후 진위가 가려지겠지만 이사회에 대한 도덕적 타격은 심각하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외풍이다. 일각에선 "정치권에서 각자가 미는 회장 후보들이 난립해 무차별 제보들이 나오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합리적 의심이 든다. 현재의 외풍은 목적성이 뚜렷해 보인다. 차기 회장을 외부인물로 채우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과거에는 내부인사 중에 지지세력이 달랐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이대로라면 '제2의 KT 사태'는 피할 수 없다.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을 막으려던 일이 6개월간 '대표공백 사태'로 이어졌다. 구 전 대표가 추진하던 디지코(DIGICO) 전략도 차질을 빚었다. 디지코는 통신사업으로 먹고살던 KT를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대변혁이었다. 촌각을 다투는 글로벌 디지털 시장에서 KT는 반년의 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포스코가 KT의 경영공백 전철을 밟는다면 그 파장은 훨씬 더할 수밖에 없다. 포스코는 87조원(2022년 기준) 매출에 4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국내 5대 기업군이다. 글로벌 경기 민감도가 큰 철강산업에서 2차전지 중심의 종합소재 기업으로 대전환도 진행 중이다. 철강사업의 근간을 바꾸는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도 분수령에 와 있다. 대규모 투자 집행 등 빠른 의사결정과 추진력이 절실한 시기다. 포스코 미래를 좌우할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이다. 회장 인선공백이 길어질수록 선장 없는 포스코를 '흔드는 손'은 더 활개칠 게 뻔하다. 철강 경쟁국들에 빌미를 제공할 뼈 아픈 집안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cgapc@fnnews.com
2024-01-28 19:05:42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T 차기 대표 최종 후보가 이번주에 윤곽을 드러낸다. 4개월째 최고경영자(CEO) 공백 사태로 경영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는 KT가 이번에는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주에 KT가 발표한 '숏리스트'(차기 대표 최종 후보군)만 놓고 보면 정치권 인사들이 전원 탈락했다는 점에서 '낙하산' 우려를 어느 정도 잠재웠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앞서 KT가 진행한 차기 대표 후보 공모에 많은 정치권 인사 등 27명이 지원했다. 여기에 0.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부터 1명,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6명, 자격요건을 갖춘 10명가량의 사내 후보군까지 합치면 총 40명에 가까운 후보자가 몰렸다. 특히 공모 지원자격 조건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지식과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를 삭제하면서 ICT 경험이 없는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숏리스트에 정치권 인사들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고 정통 KT맨(박윤영 전 KT 사장), 경쟁사 ICT 전문가(김영섭 전 LG CNS 사장), AI·빅테이터 전문가(차상균 서울대 교수) 등 3명이 이름을 올렸다. 내부 출신을 후보로 내세워 홍역을 치른 아픈 경험과 낙하산 인사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KT 이사회의 고심이 엿보인다. 2만명 넘는 임직원 수에 재계 서열 12위인 KT는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현직 CEO가 검찰 수사를 받거나, 물러나면서 낙하산 인사로 진통을 겪어야 했다. 또한 KT 내부 출신이 잇따라 대표가 되면서 '그들만의 리그' '돌려 막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민영화 이후 대표에 오른 5명 중 3명이 내부 출신이다. 이제 KT는 오랜 CEO 리스크를 끝낼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놓고 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이 돼야 할까. 무엇보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조직 안정과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우선돼야 한다. KT는 지난해 말부터 경영공백으로 임원 인사, 조직개편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악화된 실적과 주가를 되살리기 위한 전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조직과 업계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구현모 전 대표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오는 2025년까지 비통신 매출 비중을 5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략을 이어갈지, 아니면 다른 미래 먹거리를 내놓을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 당장의 실적 때문에 과거 지우기에 매몰되지 않고, 보다 멀리 내다보고 조직 안정과 미래 비전을 함께 제시할 수 있는 새 리더를 기대해 본다. hjkim@fnnews.com 김홍재 정보미디어부장 산업부문장
2023-07-30 18:05:17신용등급 AAA인 KT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2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모집금액(2000억원)보다 10배 이상 많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T가 이날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 2년물(300억원)에 4600억원, 3년물(900억원)에 8500억원, 5년물(800억원)에 8250억원의 주문이 각각 들어왔다. 모두 2조1350억원이 들어온 것이다.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의 수요모집을 기록한 이후 다시 한 번 AAA급 투심을 증명했다는 평가다. 이번 KT 회사채 2년물은 최초 신고금액 기준 개별민평금리 대비 -14bp(-0.14%포인트), 3년물은 -10bp(-0.10%포인트), 5년물은 -12bp(-0.12%포인트)에서 수요 모집이 마감됐다. 이에 KT는 최대 4000억원 이내에서 발행금액 증액을 결정할 예정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수요예측 결과는 KT라서 가능한 상황이라며 KT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보여준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국내 통신시장에서의 확고한 입지와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 유·무선부문의 고른 성장으로 견고한 현금 창출력과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다양한 신사업에 투자하고,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며, 중장기적으로 DIGICO B2B부문의 비중 확대를 목표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이끌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초우량등급인 AAA등급임에도 적극적인 IR을 진행하며 발행금리 인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이번 KT 공모채는 오는 12일 발행된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이 발행을 총괄한다. KT는 조달자금을 채무상환 및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2023-07-04 18:26:04[파이낸셜뉴스] 신용등급 AAA인 KT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2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모집금액(2000억원)보다 10배 이상 많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T가 이날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 2년물(300억원)에 4600억원, 3년물(900억원)에 8500억원, 5년물(800억원)에 8250억원의 주문이 각각 들어왔다. 모두 2조1350억원이 들어온 것이다.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의 수요모집을 기록한 이후 다시 한 번 AAA급 투심을 증명했다는 평가다. 이번 KT 회사채 2년물은 최초 신고금액 기준 개별민평금리 대비 -14bp(-0.14%포인트), 3년물은 -10bp(-0.10%포인트), 5년물은 -12bp(-0.12%포인트)에서 수요 모집이 마감됐다. 이에 KT는 최대 4000억원 이내에서 발행금액 증액을 결정할 예정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수요예측 결과는 KT라서 가능한 상황이라며 KT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보여준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국내 통신시장에서의 확고한 입지와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 유·무선부문의 고른 성장으로 견고한 현금 창출력과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다양한 신사업에 투자하고,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며, 중장기적으로 DIGICO B2B부문의 비중 확대를 목표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이끌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초우량등급인 AAA등급임에도 적극적인 IR을 진행하며 발행금리 인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이번 KT 공모채는 오는 12일 발행된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이 발행을 총괄한다. KT는 조달자금을 채무상환 및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2023-07-04 17:25:53[파이낸셜뉴스] KT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등 기존 예정된 4개 안건을 승인했다. 이번 주총의 최대 관심사였던 사외이사 3인에 대한 재선임안은 주총 직전 이들의 사퇴로 자동 폐기되면서 기본 안건에 대한 승인만 이뤄졌다. KT는 31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41기 정기 주총을 개최했다. 이번 주총에선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수정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 등 4개 안건이 통과됐다. KT는 재무제표 승인에 따라 주당 1960원의 배당금을 오는 4월 27일에 지급할 예정이다. 정관 일부 변경 승인을 통해선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 기업-소비자간(B2C) 고객기반 확대와 렌탈 사업 추진을 위해 시설대여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여기에 더해 주주와 소통 강화 차원에서 자기주식에 대한 보고 의무를 신설, 자기주식을 활용한 상호주 취득 시 주총 승인 의무를 신설했다.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서 주총 의장을 맡은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은 인사말에서 KT가 자기 보유한 자기주식에 대해선 임직원 보상 등의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과 구체적인 처분 및 소각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시장과 소통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외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 안건 모두 원안대로 의결했다. 박 사장은 비상경영위원회를 통한 조기 경영 정상화 의지도 표했다. 그는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이와 동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주총 통과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표현명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외이사에 대한 재선임 안건은 이들 3인이 주총 직전 후보자리에서 사퇴하면서 자동 폐기됐다. 이들 사외이사 3인은 상법에 의거해 신규 사외이사 선임 시까지 임시적으로 이사직을 수행하게 된다. 새로운 이사회가 구성될 때까지 형식적으로 자리만 지키게 되는 셈이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3-03-31 11:11:45초유의 대표 공백 사태로 KT 산하에 있는 50여개 계열사의 경영 프로세스도 사실상 멈췄다. 사장, 임원 인사뿐 아니라 사업방향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KT가 하루빨리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외풍을 차단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이 해결책으로 떠오는 가운데 계열사 거버넌스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권 교체기와 함께 대표가 바뀔 때마다 본사만 바라고 있을 수밖에 없는 불안한 계열사 구조를 개선하고, 정권마다 반복되는 '낙하산' 문제를 해결해 계열사별 독립자율경영권으로 각사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50여개 계열사 경영도 시계제로 30일 업계에 따르면 31일 KT 정기주주총회와 함께 9개 상장계열사도 주총을 개최한다. 김철수 대표 임기만료와 함께 대표이사 선임 건이 없는 KT스카이라이프를 제외하고 나머지 계열사들은 기존 대표이사 재선임안을 추진한다. 나머지 비상장계열사들도 기존 체제 유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지만, KT의 새 대표가 추대될 때까지 직전 프로세스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KT 대표가 바뀔 때마다 계열사 사장을 비롯해 주요 임원진도 함께 대거 교체돼왔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계열사의 경영환경도 시계 제로 상태로, 새 대표이사 선임 때까지 제한적인 경영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KT 계열사 관계자는 "계열사들은 사장과 임원이 최종 확정돼야 그에 따른 핵심성과지표(KPI)도 결정하고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이런 과정들이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라면서 "사업방향을 정하더라도 사장과 임원이 새로 세팅되면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직에 있는 임원들도 함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KT도 당장 해결해야 할 경영 현안들이 쌓여 있지만 대표 공백으로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구현모 대표가 추진해온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 전략의 지속 여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5G(5세대) 이동통신 중간요금제 출시 등이 대표적이다. KT는 상반기 출시를 예고한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믿음', 신규 요금제 등 주요 현안을 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신설한 비상경영위원회 산하 성장지원TF를 중심으로 기존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계열사 독립경영체제 정립 필요 이번 KT 경영공백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신속한 신규 대표 선임, 이사회 등 지배구조 개선이지만 계열사 인사구조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상 대표 교체와 함께 이뤄지는 '내부 회전문 인사'를 타파하고 계열사 내에서 성장한 전문경영인이 각사를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독립경영체제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금처럼 KT 대표 공백이 장기화하는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더욱이 그렇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T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KT 대표가 바뀌면 주요 임원진도 함께 교체되는데, 이 경우 조직개편 이후 KT 내 경영진들이 기존 전문분야와 관련없는 계열사 사장이나 임원으로 내려오는 '낙하산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KT 관계자는 "KT그룹의 계열사가 미디어, 금융 등으로 세분화돼 있고 굵직한 상장사들도 있는 만큼 계열사 내에서 성장한 전문가들에게 자율권을 주고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3-03-30 18:45:21[파이낸셜뉴스] 초유의 대표 공백 사태로 KT 산하에 있는 50여개의 계열사들의 경영 프로세스도 사실상 멈췄다. 사장, 임원 인사뿐 아니라 사업방향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KT가 하루빨리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외풍을 차단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이 해결책으로 떠오는 가운데 계열사 거버넌스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권 교체기와 함께 대표가 바뀔 때마다 본사만 바라고 있을 수밖에 없는 불안한 계열사 구조를 개선하고, 정권마다 반복되는 '낙하산' 문제를 해결해 계열사별 독립자율경영권으로 각사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50여개 계열사 경영도 시계제로 30일 업계에 따르면 31일 KT 정기 주주총회와 함께 9개 상장계열사들도 주총을 개최한다. 김철수 대표 임기 만료와 함께 대표이사 선임 건이 없는 KT스카이라이프를 제외하고 나머지 계열사들은 기존 대표이사 재선임안을 추진한다. 나머지 비상장계열사들도 기존 체제 유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지만, KT의 새 대표가 추대될 때까지 직전 프로세스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KT 대표가 바뀔 때마다 계열사 사장을 비롯 주요 임원진도 함께 대거 교체돼 왔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계열사의 경영 환경도 시계 제로 상태로, 새 대표이사 선임 때까지 제한적인 경영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KT 계열사 관계자는 "계열사들은 사장과 임원이 최종 확정돼야 그에 따른 핵심성과지표(KPI)도 결정하고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이런 과정들이 사실상 멈춰있는 상태다"면서 "사업방향을 정하더라도 사장과 임원이 새로 세팅 되면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직에 있는 임원들도 함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KT도 당장 해결해야 할 경영 현안들이 쌓여 있지만 대표 공백으로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구현모 대표가 추진해 온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 전략의 지속 여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5G(5세대) 이동통신 중간요금제 출시 등이 대표적이다. KT는 상반기 출시를 예고한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믿음', 신규 요금제 등 주요 현안을 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신설한 비상경영위원회 산하 성장지원TF를 중심으로 기존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계열사 독립경영체제 정립 필요 이번 KT 경영공백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신속한 신규 대표 선임, 이사회 등 지배구조 개선이지만, 계열사 인사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상 대표 교체와 함께 이뤄지는 '내부 회전문 인사'를 타파하고 계열사 내에서 성장한 전문경영인이 각사를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독립경영체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금처럼 KT 대표 공백이 장기화하는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더욱이 그렇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T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KT 대표가 바뀌면 주요 임원진도 함께 교체되는데, 이 경우 조직 개편 이후 KT 내 경영진들이 기존 전문 분야와 관련없는 계열사 사장이나 임원으로 내려오는 '낙하산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KT 관계자는 "KT그룹의 계열사가 미디어, 금융 등으로 세분화돼 있고, 굵직한 상장사들도 있는 만큼 계열사 내에서 성장한 전문가들에게 자율권을 주고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3-03-30 13:46:24[파이낸셜뉴스] KT 차기대표 선임 여부를 판가름할 운명의 날이 정해졌다. KT는 오는 31일 주주총회를 열고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선임 여부를 비롯해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3인에 대한 재선임도 함께 추진한다. 이사회 구성 등 KT 지배구조에 대한 정치권의 반대가 있었던 만큼 주총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는 이달 31일 오전 9시에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주총에선 윤 사장의 대표 선임의 건을 비롯해 △재무제표 승인의 건 △목적사업 추가 등을 포함한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사내외 이사 선임의 건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윤 사장의 KT 대표이사 취임 및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는 주총 표 대결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에서 윤 사장의 취임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만큼 국민연금공단은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KT 주요 주주인 신한은행과 현대차 또한 국민연금을 주요 주주로 두고 있는 만큼 찬성표를 던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아울러 KT는 임기가 만료되는 강충구, 표현명, 여은정 등 사외이사 3명에 대한 재선임을 추진한다. 정부와 여당에서 이사회 구성 등 지배구조를 지적한 만큼 향후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이들 중 강충구, 여은정 이사에 대한 감사위원 재선임 여부도 표에 부친다. KT가 새로 선임하려는 사내이사 후보는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 △송경민 KT SAT 대표이사, 사외이사 후보는 임승태 법무법인화우 고문이다. 임승태 신임 사외이사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캠프에서 상임격제특보를 맡은 '윤심'으로 분류된다. 임 신임 사외이사 선임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 KT는 주총에서 사업목적에 시설대여업을 추가하기 위한 정관 변경도 추진한다.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 기업-소비자간(B2C) 고객기반 확대를 위한 렌탈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윤 사장은 이날 KT에 '지배구조개선TF(가칭)' 구성을 요청했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지배구조 문제점을 외부 전문기관 등과 함께 개선하겠다는 취지에서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3-03-08 17:55:04KT가 7일 차기 대표 후보를 확정했음에도 이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를 앞두고 진통이 예상된다. 앞서 전·현직 'KT맨'으로 최종 후보 4인을 확정한 것에 대해 정치권의 반대가 거센 가운데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등의 반대로 낙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리더십 공백 이후 이뤄지는 임원 및 전략 교체 등으로 KT 경영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KT 구현모 대표가 끌어올린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KT 디지코 전략 전면 수정되나 KT 이사회는 이날 차기 대표 후보 심사대상자(가나다순)인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Mass) 총괄(사장)을 대상으로 최종 면접을 진행했다. 이 중 최종 후보로 선정된 윤경림 사장이 KT 정기주총에서 투표를 거쳐 차기 대표로 선임될 예정인데 또 다른 인물과 경합을 벌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전·현직 KT맨에 대한 정부·여당의 불신이 높다는 전언이다. KT 리더십을 둘러싼 잡음이 지속되는 가운데 KT 구현모 대표가 추진해온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 전략' 전면수정과 KT 이사회 구성원 변화 등이 예상된다.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은 지속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KT 30대 주주 및 KT 노동조합으로부터 수렴한 최적의 KT 대표이사상도 이를 방증한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코 전략은 KT가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로서 다양한 성장사업 및 매출을 키우고, 이를 통해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디지털 플랫폼 사업들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차기 대표 및 이사회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 선정에 앞서 여당과 대통령실이 KT 지배구조를 지적한 만큼 차기 대표는 새롭게 꾸려질 이사진과 함께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새로운 사외이사진은 여권 관계자로 채워질 가능성이 언급된다. 지난 1월 사임한 참여정부 출신 이강철 전 이사와 최근 사의를 표명한 벤자민 홍 이사 그리고 이번 주총을 끝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3명(표현명, 강충구, 여은정)을 포함, 총 5명의 사외이사가 교체될 전망이다. ■경영 불확실성…주가에 악영향 증권가에서는 KT를 종목교체 추천대상으로 지목했다. 하나증권은 KT 목표주가를 4만5000원에서 4만원으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과 달리 KT는 올해 영업이익 성장을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KT의 경우 경영진 교체 원년에는 보수적 회계를 적용하고, 취임 2~3년차에 실적 성과를 내서 연임에 도전하는 특징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KT의 취약점인 과다한 고정비용과 잦은 경영정책 변화로 인한 실적신뢰 저하가 멀티플 할인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나증권은 지난달 28일에도 KT의 록보텀으로 2만5000원을 제시했다. 록보텀은 '깊은 바닷속 돌'이라는 뜻으로 주가 최저치를 의미한다. 김 연구원은 "KT는 올 상반기 비중축소 의견을 지속한다"면서 "경영진 교체에 따라 향후 수익성 위주 경영정책과 배당 및 주주이익 환원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임 최고경영자(CEO) 성향 및 경영비전이 투자자들에게 인지되기 전까지는 혼란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김준혁 강구귀 기자
2023-03-07 18:16:50【 바르셀로나(스페인)=김준혁 기자】 3월 퇴임을 앞둔 KT 구현모 대표가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 전략을 전 세계에 강조했다. 아울러 싱가포르 통신사 싱텔과 협력해 오는 9월 현지 운송 최적화 솔루션 출시 계획도 밝혔다. 구 대표는 2월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 중인 MWC 2023 중 '협업을 위한 시간인가'를 주제로 진행된 키노트 세션에 참석해 "(디지코 전략을 통해) 기업·소비자간거래(B2C)에서도 단순 연결 서비스를 넘어 미디어플랫폼 등으로 시장을 확장해 2021년 기업간거래(B2B) 디지털솔루션 사업 매출비중이 40%를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디지코 전략은 ABC(AI·빅데이터·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플랫폼 전환 전략이다. 구 대표가 2020년부터 꾸준히 추진해 왔다. 구 대표는 KT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클라우드 등 AI 인프라, 응용 서비스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AI 풀스택'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구 대표는 "초거대 AI '믿음'은 감성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까지 갖췄으며 다양한 산업에서 유연하게 적용이 가능하다"며 "AI 풀스택이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구 대표는 디지털물류 솔루션 글로벌 진출을 위해 싱가포르 대표통신사 싱텔과의 협력 계획도 밝혔다. KT는 오는 9월 KT의 AI 기술과 싱텔의 지리정보시스템(GIS) 및 정보기술(IT) 솔루션을 결합해 싱가포르 현지에 운송 최적화 솔루션을 상용 출시하고 향후 아시아태평양(APAC) 시장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KT의 글로벌 데이터 전문 자회사 엡실론(Epsilon)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양사는 데이터센터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 협력을 추진,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 진출도 모색할 계획이다. jhyuk@fnnews.com
2023-02-28 21:5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