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남해 문제 당사국이 아니다. 최근 한국의 처사는 남해의 평화안정 수호에 이롭지 않고 중한 관계 발전에는 더욱 이롭지 않다. 한국이 언행을 조심할 것을 촉구한다." 최근 필리핀 보급선에 대한 중국의 물대포 공격에 대해 우리 정부가 우려를 표시하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강한 불만을 표하며' 한 말이다. 이 발언의 외교적 결례 문제는 일단 논외로 하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말처럼 한국은 남중국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 말고 조용히 있어야만 하나? 남중국해가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말고 한중 관계만 잘 관리하면 되나? 지난해 8월 이후 필리핀 해경과 보급선의 필리핀 근해 세컨드 토마스 암초에 대한 접근 차단을 위해 중국이 계속 반복해서 물대포 공격, 의도적 선박충돌, 외교적 위협을 하면서 남중국해 정세가 급박해지고 있다. 국제법적으로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지만 힘으로 필리핀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도저히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필리핀 마르코스 대통령은 급기야 이번 주 예정된 워싱턴 미일 정상회담에 긴급 합류, 3국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대응을 모색하기로 했다. 2013년부터 지난 10년간 중국이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남사군도) 암초지역을 매립·군사화한 이후 남중국해 군사적 역학구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남중국해 북쪽 파라셀군도(중국명 서사군도)의 기존 군사기지에 추가해 남쪽에 위치한 스프래틀리군도 3개 인공섬에 대형 군사기지를 새로 만들고 중국 해군, 해경 및 해상 민병대를 상주시켰다. 이에 따라 과거 남중국해 북쪽 일부에만 국한되었던 중국의 활동반경은 대폭 넓어져 이제 남중국해 전 수역과 공역에서 상시적 감시·작전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중국과 무력충돌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이들 군사기지를 무력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중국이 이들 군사기지를 거점으로 최근 필리핀만 콕 집어 강압할 수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미국이 호주에 핵추진잠수함을 제공키로 약속하고, 미국에 이어 일본도 필리핀에 군 병력을 순환 배치하려는 이유도 이러한 중국의 급속한 군사력 팽창 때문이다. 한국은 과거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한발 물러나 방관자처럼 행동했다. 남중국해 관련 국제 논의에도 참여하지 않고 '침묵외교'로 일관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중추외교'를 추진하면서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라는 분명한 입장을 정립했다. 특히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지난해 8월 이후 필리핀에 대한 강압행위가 발생할 때마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SNS에 국제법에 근거한 우려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남중국해 정책은 획기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이제 한국은 국익과 국제법에 근거해 일관된 외교원칙에 따라 대응하고 있고, 그럴 때마다 중국이 반발하는 것이 한중 관계의 '뉴노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물론 대중 관계 관리에 추가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남중국해는 중국을 배려하여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한중 양자관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인태지역 모든 국가의 경제와 안보에 영향을 미치고 이 지역 안정과 평화가 걸려있는 중대사안이자, 국제해양법 질서 유지의 문제이다. 우리와 상관없는 먼 동남아 국가들만의 문제도 결코 아니다. 안정적 해양수송로를 포함해 개방적 통상국가인 한국의 사활적 이해와 '핵심이익'이 걸려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은 여러 해 유지한 신중한 중립 입장을 최근 몇 년 새 바꿔 남해 문제에서 여러 차례 중국을 암시하거나 비난했다. 다시 한국이 스스로 알아서 잘하고, 분위기에 휩싸여 덩달아 떠들지 않으며, 중한 관계에 불필요한 부담을 늘리는 일을 피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중국의 압박 때문에 다시 과거의 '방관자'로 돌아가야 하나. 향후 한국의 남중국해 외교는 한국이 정말 보편규범을 지키는 '글로벌 중추국가'가 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2024-04-07 19:56:31[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유럽 11개국의 현직 관리 800여명이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서방의 정책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2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서방 각국 관리들은 미·유럽 각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책임을 요구하지 않는 '묻지마식' 지지가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군사작전에서 '한계가 없는' 행동을 보였으며, 이는 막을 수 있었던 민간인 수만 명의 사망과 의도적인 원조 차단을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군사작전은 9·11 테러 이후 축적된 중요한 반테러 전문성을 모조리 무시해왔다"며 "이는 하마스 격퇴라는 이스라엘의 목표에 기여하지 않았고 하마스·헤즈볼라와 기타 부정적 행위자들의 설득력을 강화해왔다"고 진단했다. 이를 지지하는 미·유럽 각국 정부의 정책은 심각한 국제법 위반, 전쟁범죄, 심지어 인종청소나 대량학살에 기여하고 있을 위험성이 상당하다는 게 관리들의 주장이다. 관리들은 이어 "모든 영향력을 행사해 휴전이 성사되도록 촉구하고 확실한 팔레스타인 국가(창설)와 이스라엘 안전 보장을 포함한 지속적인 평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BBC는 성명 참가자들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절반 가까이는 소속 국가에서 최소한 10년 이상 공직에 종사한 인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으며 CNN은 미국에서는 약 80여명의 관리와 외교관 등이 성명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이번 성명은 미국, 유럽연합(EU), 네덜란드 관리들이 조율했고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벨기에·덴마크·핀란드·스웨덴·스위스 공무원들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4-02-03 12:43:14[파이낸셜뉴스] 미국이 남북한의 군사정찰 위성 발사에 대해 이중 기준적 행태를 가지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에 "북한의 위성 발사는 불법적이지만 한국의 위성 발사는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남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는 국제 규범 준수 측면에서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며 또 북한이 한반도에서 물리적 전쟁 가능성을 경고한데 대해서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에서의 행동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이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역량 추구는 여러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미사일 시험은 그렇지 않고, 이는 중요한 차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관영 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일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남조선의 위성 발사는 군사적 의도가 없기 때문에 북조선의 위성 발사와 다르다고 역설하던 미국이 군사적 용도가 명백한 대한민국 것들의 정탐 위성 발사에 대해 어떤 황당무계한 궤변으로 변호해 나설지 참으로 궁금하다"고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대변인 담화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한반도에서 물리적 격돌과 전쟁은 가능성 여부가 아닌 시점상의 문제”라고 위협한 것에 대해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지키지 않음으로써 한국의 안보에 감당할 수 없는 도전이 발생했다”며 북한의 최근 긴장 고조 행위를 규탄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9.19 군사합의 폐기 이후 DMZ에서 취하고 있는 행동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과 오판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이 전례 없는 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중에도 미국은 외교에 전념하고 있다”며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의도를 품고 있지 않으며 늘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의 우주 정책 실무 그룹 의장을 역임한 우주법 전문가인 마크 선달 클리블랜드주립대 법학 교수는 "북한은 지난 1967년 작성된 우주조약에 따른 우주 이용에 대한 기본 원칙만 줄곧 주장하고 있다"며 "모든 국가가 자유로운 우주 공간을 이용할 권리가 있음을 우주조약은 명시하고 있지만, 북한의 로켓 기술을 이용한 발사와 개발을 금지한 다른 국제법이 존재한다면 이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위성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가 존재하는 한 북한의 위성 발사는 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캐나다 맥길대학교 항공우주법연구소에서 ‘군사적 우주 사용에 관한 국제법’을 연구하는 데이비드 첸 교수도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 5항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할 수 없으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북한의 주장을 일축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12-06 11:27:06[파이낸셜뉴스] 유엔 인권이사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포위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볼커 투르크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국제 인도주의법은 분명하다. 민간인과 민간인의 물품을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는 공격 전반에 걸쳐 적용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투르크 판무관은 "민간인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품을 빼앗아 민간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포위 공격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금지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포위 공격을 수행하기 위한 사람과 물품의 이동에 대한 모든 제한은 군사적 필요성에 의해 정당화돼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는 집단 처벌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유대교 안식일이자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욤키푸르 전쟁) 50주년 다음 날인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공격했고, 이스라엘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번 분쟁으로 양측에서는 이스라엘 900명, 가자지구 700여명 등 총 16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추산된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전면 봉쇄령을 내리고 전력, 식량, 연료 등을 원천 차단했으며, 약 30만명의 예비군을 소집해 지상군을 투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3-10-10 19:50:54론스타·엘리엇과의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으로 국제분쟁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법무부는 지난달 국제법무를 전담할 국제법무국을 출범하며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로펌에서도 국제분쟁 전문성을 높이는 추세다. 가장 두드러진 곳이 법무법인 태평양이다. 태평양은 최근 '국제규제·분쟁대응연구소'를 출범했다. 로펌 내 국제분쟁 특화 연구소가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규제·분쟁대응연구소는 상사중재, 국제투자중재, 통상분쟁, 국제소송 등의 복합적 제소 동향과 국제통상분쟁, 국제투자중재 절차 대응, 국제분쟁에서의 소송전략 수립, 국제중재 비교법적 분석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 관련 분야 학위를 보유한 3명의 전임 연구원에 이어 연구 인력을 추가 영입해 국제규제와 분쟁대응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법무부서 ‘론스타 소송’ 이끈 한창완 변호사, 연구소장 맡아국제규제·분쟁대응연구소 출범에는 법무부 국제분쟁대응과장 출신인 한창완 변호사(사법연수원 35기)가 연구소장을 맡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09년 태평양에 입사한 한 변호사는 2018~2023년 법무부에서 국제투자분쟁, 국제중재, 투자 및 통상협정, 국제상거래규범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 지난 4월 임기를 마친 뒤 6월 친정인 태평양에 돌아왔다. 한 변호사는 법무부에 근무하던 당시 론스타, 엘리엇, 쉰들러, 메이슨 등 외국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주요 ISDS 실무를 총괄했다. 로펌부터 법무부까지 국제법 전문가로 활동하던 그는 우리나라가 국제법 연구와 전문가 양성 등이 부족하다는 데서 아쉬움을 느꼈다고 한다.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국제규제, 국제분쟁에 대해 연구 결과물이나 참고할 자료가 적은 편"이라며 "그런 부분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결과물을 발표하고, 여러 학술 대회를 진행하는 등 사회에 기여하고자 연구소를 출범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법이나 규제와 달리 국제규제나 분쟁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료가 많지 않아 항상 외국 자료에 의존해야 했다"며 "법무부에 있을 때부터 이러한 점을 느꼈고, 더 연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를 통해 국제법 관련 다양한 자료를 발간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국제법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연구소에서는 통상 분쟁, 상사 중재, 투자 분쟁, 수출 규제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고, 관련 자료를 발간·배포할 예정"이라며 "우리나라는 국제법 전문가가 부족한 편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에게 연구생이나 인턴 등 경험의 기회를 줘서 국제법 전문가를 양성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ISDS… 전문성 강화 필요2000년대 들어 국가 간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ISDS 사례도 급속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제 1990년도 초반에만 해도 ISDS 제기 건수는 매년 1~2건에 불과했지만, 1990년 후반 10건 이상으로 늘어난 뒤 2000년도 중반에 들어 매년 30~40건까지 늘었다. 지난 2018년에는 총 93건의 ISDS가 제기된 바 있다. 한 변호사는 "법무부 재직 당시 엘리엇, 메이슨, 쉰들러와의 분쟁이 줄줄이 이어졌는데, 당시 ISDS뿐만 아니라 다른 국제법무 업무를 함께 해야 했다"며 "이후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별도의 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2020년 8월 국제분쟁대응과가 신설되면서 ISDS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국제법무국을 출범한 것에 대해서도 "국제법무 업무가 다양한 만큼 이를 분리해서 전문성을 키우려는 목적으로 보이는데, 좋은 방향이라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국제법무정책과, 국제법무지원과, 국제투자분쟁과 등 3개과를 둔 국제법무국을 신설한 바 있다. 그는 "아직 우리나라 국제법무 업무에 국내 로펌보다 해외 로펌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보다 많은 관여를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3-09-24 19:15:33[파이낸셜뉴스] 론스타·엘리엇과의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으로 국제분쟁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법무부는 지난달 국제법무를 전담할 국제법무국을 출범하며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로펌에서도 국제분쟁 전문성을 높이는 추세다. 가장 두드러진 곳이 법무법인 태평양이다. 태평양은 최근 '국제규제·분쟁대응연구소'를 출범했다. 로펌 내 국제분쟁 특화 연구소가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규제·분쟁대응연구소는 상사중재, 국제투자중재, 통상분쟁, 국제소송 등의 복합적 제소 동향과 국제통상분쟁, 국제투자중재 절차 대응, 국제분쟁에서의 소송전략 수립, 국제중재 비교법적 분석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 관련 분야 학위를 보유한 3명의 전임 연구원에 이어 연구 인력을 추가 영입해 국제규제와 분쟁대응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법무부서 '론스타 소송' 이끈 한창완 변호사, 연구소장 맡아국제규제·분쟁대응연구소 출범에는 법무부 국제분쟁대응과장 출신인 한창완 변호사(사법연수원 35기)가 연구소장을 맡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09년 태평양에 입사한 한 변호사는 2018~2023년 법무부에서 국제투자분쟁, 국제중재, 투자 및 통상협정, 국제상거래규범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 지난 4월 임기를 마친 뒤 6월 친정인 태평양에 돌아왔다. 한 변호사는 법무부에 근무하던 당시 론스타, 엘리엇, 쉰들러, 메이슨 등 외국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주요 ISDS 실무를 총괄했다. 로펌부터 법무부까지 국제법 전문가로 활동하던 그는 우리나라가 국제법 연구와 전문가 양성 등이 부족하다는 데서 아쉬움을 느꼈다고 한다.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국제규제, 국제분쟁에 대해 연구 결과물이나 참고할 자료가 적은 편"이라며 "그런 부분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결과물을 발표하고, 여러 학술 대회를 진행하는 등 사회에 기여하고자 연구소를 출범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법이나 규제와 달리 국제규제나 분쟁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료가 많지 않아 항상 외국 자료에 의존해야 했다"며 "법무부에 있을 때부터 이러한 점을 느꼈고, 더 연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를 통해 국제법 관련 다양한 자료를 발간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국제법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연구소에서는 통상 분쟁, 상사 중재, 투자 분쟁, 수출 규제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고, 관련 자료를 발간·배포할 예정"이라며 "우리나라는 국제법 전문가가 부족한 편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에게 연구생이나 인턴 등 경험의 기회를 줘서 국제법 전문가를 양성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ISDS…전문성 강화 필요 2000년대 들어 국가 간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ISDS 사례도 급속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제 1990년도 초반에만 해도 ISDS 제기 건수는 매년 1~2건에 불과했지만, 1990년 후반 10건 이상으로 늘어난 뒤 2000년도 중반에 들어 매년 30~40건까지 늘었다. 지난 2018년에는 총 93건의 ISDS가 제기된 바 있다. 한 변호사는 "법무부 재직 당시 엘리엇, 메이슨, 쉰들러와의 분쟁이 줄줄이 이어졌는데, 당시 ISDS뿐만 아니라 다른 국제법무 업무를 함께 해야 했다"며 "이후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별도의 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2020년 8월 국제분쟁대응과가 신설되면서 ISDS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국제법무국을 출범한 것에 대해서도 "국제법무 업무가 다양한 만큼 이를 분리해서 전문성을 키우려는 목적으로 보이는데, 좋은 방향이라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국제법무정책과, 국제법무지원과, 국제투자분쟁과 등 3개과를 둔 국제법무국을 신설한 바 있다. 그는 "아직 우리나라 국제법무 업무에 국내 로펌보다 해외 로펌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보다 많은 관여를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3-09-24 14:00:37【도쿄=김경민 특파원】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비난한다"고 밝혔다. 20일(현지시간) 기시다 총리는 우크라이나 정세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정상급 회의에서 "러시아는 당장 침략을 멈추고 즉시 무조건 군을 퇴각시켜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우크라이나 침공은 무법의 지배에 대한 우려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법의 지배를 바탕으로 한 국제질서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유엔 헌장에 기반해 공정하고 영속적인 우크라이나 평화를 실현해야만 한다. 제2, 제3의 우크라이나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군의 즉시 퇴각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비토권을 행사하고 있는 국가들을 향해 "안보리 결정을 방해하고, 신용을 실추시키는 거부권을 남용하는 것은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단과 대립이 아닌 협조의 세계를 목표로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유엔의 기능 강화가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3-09-21 09:26:57[파이낸셜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을 두고 재차 "과학적 기준에 맞게 처리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과학적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중단을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제법에 따라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난 한 총리는 "일본의 방류 행위가 오염수를 과학적 기준에 맞춰 방류하는 지를 점검하는 모든 절차를 다 갖출 것"이라며 "제일 중요한 2가지 기준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내일인 24일 개시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우선 오염수 약 7800t 가운데 1t을 바닷물 1200t과 혼합한 뒤 대형 수조로 옮겨 방사성 물질 농도를 측정하고 별다른 문제가 확인되지 않으면 17일간 매일 오염수를 약 460t씩 방류할 계획이다. 3월까지 방류되는 오염수는 3만1200t으로 전체 양의 약 3%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총리는 "우선 방류 초기에는 실시간으로 방류 (전, 준비, 이후 등)단계에 따른 측정결과와 3중수소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고, 우리 쪽에서도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위반 시 즉시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단 요청 후에도 일본이 협의를 위반하고 방류를 지속할 경우에 대해서도 "양자 협의를 위반하면 국제법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기준 안맞는 방류 이뤄지면 중단하겠다는 것이 양자 협의였다"고 설명했다. 일본 방류 결정에 따라 한일 관계에 다소 먹구름이 끼었음에도 이번 캠프데이비드에서 진행된 한미일 3자회담에는 높은 평가를 내렸다. 한 총리는 "국제사회가 중요한 하나의 전기를 이룰 때마다 관련자들이 캠프 데이비드에 모여 정책을 만들고 합의를 이뤘던 전통적인 역사가 있다"며 "한미일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모여서 하나의 경제, 안보 협력체를 만들었다는 것은 세계 전체적으로도 하나의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한미일 3국이 중국을 견제하며 미국의 '디리스킹'에 합류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중국을 목표 3국이 힘을 합쳐 (중국 측에서)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중국이 국제적인 규범이나 질서, 보편적 가치에 동의한다면 언제라도 오픈돼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을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서 유지하겠지만 80, 90년대 중국의 고속성장기와는 달라진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향후 관계성에 대해서는 변화를 예고했다. 한 총리는 "과거처럼 중국이 우리의 제품을 받아서 완제품을 미국 등지에 수출하던 체제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로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 이익을 창출하는 성숙한 경제로 변모하는 메세지를 많이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2023-08-23 16:22:33[파이낸셜뉴스] 그린피스와 일본 등 해외 원자력 전문가들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행위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수석 원자력 전문위원은 8일 오후 제주도의회 '소통마당'에서 열린 제주지역 6개 야당 공동 주최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대응 국제토론회'에서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능 핵종이 체내에 축적될 수 있다"라며 "도쿄전력이 삼중수소 영향을 의도적으로 부정확하게 소통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숀 버니 전문위원은 "일본의 과학자, 정치인은 삼중수소(트리튬)가 '약한 방사선원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자주 밝혀왔지만 삼중수소를 섭취할 경우 다른 방사성핵종보다 더 강한 방사능을 방출할 수 있다"라며 "삼중수소가 동물의 체내에 축적된다면 먹이사슬을 통한 최상위 포식자를 공격하는 등 생체 축적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그린피스는 도쿄전력의 방사선 영향 평가에서 많은 결함을 발견했다"라고 밝혔다. 숀 버니 위원은 "도쿄전력은 축적 효과, 먹이사슬을 통한 영향 등 삼중수소와 기타 방사능 핵종이 해양 환경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평가하지 않았고 유기적으로 결합한 삼중수소가 암 발병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평가하지 않았다"라며 "도쿄전력의 방사선 영향 평가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포함한 국제법에서 요구하는 포괄적 환경 영향 평가(EIA)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는 핵연료 잔해가 완전히 차폐되거나 처리된 후에야 종료된다"며 "앞으로 생겨날 수 백만톤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가 무기한 방류될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전망했다. 반 히데유키 일본 반핵정보자료실 공동대표 역시 방사성 물질의 체내 축척에 의한 위험성을 강조했다. 히데유키 대표는 "'희석하면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잘못됐다"라며 "희석하더라도 방출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방사성물질 방출 총량에 의한 환경축적과 피폭 축적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1월 26일 일본 후쿠시마현 소마시 이소베 앞바다 수심 40m에서 잡힌 우럭에서 방사성세슘 1천400㏃/㎏이 검출돼 정부가 출하 제한했다"라며 "방사성 물질 축적은 어패류 방사능 오염으로 이어지고, 어패류 피폭은 곧 인간 피폭으로 이어진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출은 환경과 인간을 지킬 수 없는 방안이며 국제법 위반이다. 방출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때 폭발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선 지하수와 빗물 등의 유입으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이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해 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ALPS로 정화 처리하면 세슘을 비롯한 방사성 물질 대부분이 제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 설비를 이용해도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는다. 삼중수소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다. 이에 따라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과 태평양 섬나라, 원전 주변 어민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3-05-08 21:43:55한일 양국 사이에 관계개선을 위한 해빙 무드가 조성된 가운데서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과학적·객관적 관점에서 안전하고 국제법 및 국제기준에 부합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 7일 외교부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 중인 이도훈 2차관은 6일(현지시간) 오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서 원자력 및 방사선 안전의제 발언을 통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우리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 차관은 IAEA가 일측 해양배출 계획의 안전성을 국제원자력안전기준에 따라 과학적으로 철저하게 검증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검증 결과를 포함한 종합보고서 등의 조속한 발표를 요청했다. 아울러 IAEA 활동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한국 등 이해관계국의 전문가와 연구기관이 앞으로도 검증작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리고,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안전성 평가 관련 요구에 대해 적극 협력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책임 있는 대응을 할 것을 촉구했다. 이 차관은 이사회 참석 계기에 구스타보 카루소 IAEA 모니터링 TF 팀장으로부터 그간의 검증작업 현황을 상세히 보고받고, 향후 IAEA의 검증계획에 대해 협의했다. 이 차관은 이날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을 별도로 면담하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번 전달하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검증 관련 한·IAEA 간 협력 강화방안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한편 이 차관은 ALPS(삼중수소 외 방사성 핵종을 기준치 미만으로 정화하기 위한 장치) 처리된 오염수 성분을 분석하고 있는 IAEA 산하 연구소를 방문해 연구소 관계자로부터 오염수 분석작업에 대해 설명을 듣고 현장을 시찰했다. 이 차관은 오염수 성분 분석작업이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의 안전성 검증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인 점을 고려해 IAEA 측이 분석 결과를 가능한 조속히 발표할 것을 요청했다. 지난 2021년 4월 일본 정부는 오염수 저장탱크가 가득 차는 시기를 고려해 올해 봄부터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 후쿠시마 제1원전 앞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IAEA는 여러 국가와 오염수 교차검증을 진행하고 있으나, 시료 통관절차 등의 문제로 인해 일부 실험실 내 분석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IAEA는 오염수 분석보고서를 늦어도 3·4분기까지는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결정할 당시 IAEA는 국제원자력안전기준에 부합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서영준 기자
2023-03-07 18:1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