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채점기준 미공개 중등임용고시 '깜깜이' 비난
혈세 쓰는 공공기관인데.. 3년동안 관리·감독 없어
중등교원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중등 임용고시)을 위탁받아 시행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관련 시험을 주관하는 전국 시·도교육청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도교육청은 평가원에 임용고시 1차 시험을 위탁하고 있다.
이들 교육청은 '법적 권한이 없다'며 최근 정답 비공개 등으로 '깜깜이 시험' 비난마저 일고 있는 중등 임용고시 불만에 뒷짐을 지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원 속출에도…"법적 근거 없다"
11일 교육당국 등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평가원은 최근 4년 동안 임용고시와 관련해 외부기관으로부터 관리·감독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험과 관련해 수험생들의 이의제기와 민원이 잇따르고 있지만 일선 교육청과 평가원 상급단체인 국무총리실 등은 시험 관련 관리·감독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험을 위탁한 시.도교육청은 법적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협의체인 '중등교사 신규임용전형 공동관리위원회(공관위)'는 "최근 3년간 평가원이 실시하는 중등 임용고시 1차 시험을 관리 감독한 사례가 없다"며 "정부출연기관인 평가원을 감사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공관위 간사인 울산교육청 관계자는 "1차 시험 관련 사무는 전부 평가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며 "(관리·감독) 권한 자체가 없고 계약에 의해 위탁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평가원은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지원.육성하는 26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속해 있다.
그러나 총리실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평가원의 시험출제업무에 대해서는 별도로 관리감독하지 않고 있다.
총리실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업무는 전혀 알 수 없어 건드리지 않는다"며 "수능 같은 경우 법적으로 교육부가 감독권한이 있지만 임용고시는 계약에 의해 위탁된 사업이어서 총리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관계자 역시 "시험은 평가원이 독자적으로 출제한다"며 "그러나 관리·감독을 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수험생 고모씨(30.여)는 "평가원이 정답과 채점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며 "평가원이 편의주의로 시험을 관리해도 교육청은 신경도 안 쓴다는 게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김모씨(29)도 "말로만 믿어달라고 하는 것은 부패한 정치인이 늘 하는 말"이라며 "믿을 수 있는 제도가 갖춰져야 수험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받는 공공기관이라는데…임용고시는?
이에 대해 평가원 관계자는 "교육청은 함께 업무를 진행하는 곳이어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지만 (평가원은) 감사원, 국회 등으로부터 상시적으로 감사받는 공공기관"이라며 "평가원이 전혀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최근 3년간 평가원이 외부기관으로부터 임용고시와 관련, 관리감독 및 감사를 받은 내역을 청구하자 '해당사항 없음'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평가원에 대한 관리·감독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년 정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관리 개선시안'을 발표하면서 '평가원에 대한 이원적 관리.감독체계'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위탁업무에 대한 효율적 지도감독을 위해 평가원 소속기관을 교육부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으나 현재는 흐지부지된 상태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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