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의 장재성 교수팀이 정전기를 이용해 공기 중 바이러스 입자를 채집하는 장치를 개발했다(왼쪽부터 홍성결 연구원, 장재성 교수, 한창호 연구원)
공기 중의 바이러스를 똑똑하게 잡는 기술이 개발돼 메르스(MERS)처럼 위험한 바이러스 입자를 신속히 감지할 수 있어 의료안전에 기여할 전망이다.
21일 UNIST(총장 정무영)에 따르면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의 장재성 교수팀이 ‘정전기력’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채집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바이러스 입자가 전하를 띠게 만들어 전기적으로 끌어당기는 ‘전기식 바이러스 농축기’로 1㎛(미크론, 1㎛는 100만 분의 1m) 미만의 작은 입자도 효과적으로 채집하며, 채집한 바이러스를 손상시키지 않는다.
장재성 교수는 “새로운 장치는 전기적인 힘으로 부드럽게 끌어당기므로 부서지기 쉽고 민감한 바이러스의 채집에도 유리하다”며 “공기를 통한 전염병 예방과 역학조사 등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공기 중에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이 섞인 바이오에어로졸(bioaerosols)은 입자의 ‘관성충돌’을 이용해 채집한다.
강한 압력차로 공기를 빨아들일 때 큰 운동량을 얻게 된 입자들을 고체나 액체 표면에 충돌시켜 채집하는 원리로 채집된 바이러스 입자는 후속 분석을 거쳐 종류와 농도를 파악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지름 1㎛ 미만의 입자부터 채집효율이 떨어지며, 0.3㎛가 되면 채집효율이 50%에 이르고 0.03~0.1㎛의 미세한 입자는 10%도 잡지 못한다.
또 바이러스 입자가 용액과 충돌할 때 손상될 위험도 있다.
장 교수팀이 개발한 농축기는 전기적인 힘으로 잡아당기기 때문에 0.1㎛ 미만의 입자라도 높은 전기이동도를 가져 효율적인 채집이 가능하다.
또 채집속도가 낮으므로 바이러스 입자가 용액에 부딪치는 충격도 줄일 수 있다. 이 덕분에 활성(live) 바이러스 농도가 높아져 추후 분석에도 유리하다.
제1저자인 홍성결 UNIST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 석박통합과정 연구원은 “농축기 안에 들어가기 전 바이러스 입자들에 전하를 띠게 만들기 위해 간단한 바늘(needle)형 코로나 방전기를 사용했다”며 “원판형 전극의 직경은 2㎝로 후속 작업을 위한 여러 분석용 기판이나 바이오센서 칩을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농축기로 0.05~2μm 크기의 폴리스티렌(polystyrene)입자를 채집하자 효율이 99.3~99.8%로 나타났다(-10kV 전압, 1.2L/min 유량). 바이러스를 채집할 경우 활성 바이러스 농도도 월등히 많았다.
흔히 사용되는 미국 SKC사의 바이오샘플러(BioSampler)와 비교한 결과 활성 바이러스의 농도가 적게는 7.2배, 많게는 1680배까지 높았다.
장재성 교수는 “고유량.고속의 채집 방법들과 달리, 이번 농축기는 입구에서 농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고 전력소모도 적어 휴대용으로 제작하기 쉬운 장점도 있다”며 “현재 국내 특허 등록이 완료됐으며, 채집된 입자를 신속히 감지할 센서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환경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저널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11월호에 게재됐다.
kky060@fnnews.com 김기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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