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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춘천 ‘이시우’ 만나보니 "내 소유 상가 없어…평범한 사업가일 뿐”

춘천 스무숲 '이시우 카페'서 만난 이시우 씨
자신을 둘러싼 루머에 "억울하지만 ‘나만 아니면 됐지 뭐’라고 생각"
"이제 걸음마 뗐을 뿐... 내 소유 상가도 없어"

[르포] 춘천 ‘이시우’ 만나보니 "내 소유 상가 없어…평범한 사업가일 뿐”
▲ 춘천 석사동 스무숲 먹자골목 일원에 있는 이시우 씨의 가게들. 석사동에만 7개의 다양한 점포가 있다./사진=정용부 기자

[르포] 춘천 ‘이시우’ 만나보니 "내 소유 상가 없어…평범한 사업가일 뿐”
▲ 이시우 씨의 모습/사진=정용부 기자

“이 나이에 제가 무슨 교주입니까. 허허”
어느 날 자신의 가게가 인터넷에 올라오더니 급기야 언론의 잇따른 연락을 받았다는 이시우 씨의 대답이다. 올해 그의 나이 37세, 멋쩍은 미소를 보였지만 그의 얼굴에는 수심이 비쳤다. 자신을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갑작스러운 유명세에 어리둥절할 법하다.

그의 이름이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일 한 네티즌이 올린 사진 때문이다. 이시우 부대찌개·닭강정, 이시우 생삼겹살, 이시우 설렁탕·왕갈비탕, 이시우 호프, 이시우 닭갈비, 이시우 슈바인학센, 이시우 카페 등 외식 메뉴를 총망라한 가게들의 사진이 삽시간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졌다. 특히 창업주의 이름 ‘이시우’가 들어간 빨간색 간판은 의혹을 증폭시키기 충분했다.

일각에서는 ‘사이비 종교집단'의 교주가 차린 식당들이라던가, 요식업계의 큰 손 백종원 씨나 이태원동 경리단길에서 ‘장진우 거리’를 일군 사업가 장진우 씨와 비견되기도 했다. 또 엄천난 재력가라고 추측하는 등 “도대체 이시우가 누군야”라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 '동네 상권 장악' 사실일까?... "내 소유 상가 하나 없다"
8일 ‘파이낸셜뉴스’는 춘천시 석사동 스무숲 먹자골목에서 이시우(37) 씨를 직접 만났다. 그의 첫인상은 멋부리지 않은 수더분한 모습이었다. 기자를 보곤 멀리서 왔는데 춥지 않았냐며 인사를 건넸다.

그와 함께 일명 ‘이시우 시리즈’를 돌았다. 점심시간임에도 거리는 한산했다. 그의 가게는 사진으로 본 것보다 더 많고 업종도 다양했다. 석사동 7개 매장을 포함해 춘천 전역에 총 11곳이었다. 하지만 석사동 스무숲 일대는 곳곳에 빈 점포가 많고 유동인구도 많지 않아 보였다. 실제로 춘천 시내에서도 좀 떨어졌으며 주변에 아파트가 많은 평범한 주택가였다.

“처음 춘천 시내에 부모님이 카페를 차렸고요. 이후 제가 석사동으로 오면서 카페와 설렁탕·애견카페·닭강정·족발·생삼겹살·부대찌개 순으로 차렸어요. 처음 올 땐 빈 점포가 많았어요. 가게 서너 개를 처리고 나니 건물 주인들이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연이어 차리게 됐습니다.”

[르포] 춘천 ‘이시우’ 만나보니 "내 소유 상가 없어…평범한 사업가일 뿐”
▲ 춘천 석사동 그의 한 식당에서 주문한 부대찌개의 모습. 2인분을 시켰지만 성인 남성 2명이 다 못 먹을만큼 매우 푸짐했다./사진=정용부 기자
갑작스럽게 알려진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굉장히 부담스럽다. 그리고 인터넷이 참 무섭다. 내 이름을 걸고 정직하게 장사하자는 취지로 한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큰 관심이 올 줄 몰랐다.”

이어 자신과 관련된 루머에 대해 입을 뗐다. “간판 때문에 루머가 엄청 많았다. 강렬한 빨간색이다 보니 ‘종교 이단’이나 ‘돈 세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억울하지만 ‘나만 아니면 됐지 뭐’라는 생각에 애써 무시해 버렸다.”

"빨간 간판 디자인은 처음 커피숍을 차리면서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일리커피(Illy Coffee)의 빨간색을 따와 간판을 걸었다. 그러다 통일성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해 이어서 다른 식당들의 배경에서 빨간색을 넣은 것뿐.”

■ "이제 걸음마 뗐을 뿐... '정직한 기업'이라는 소리 듣고파"
사실 그의 사업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춘천의 백종원’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도 손사래를 쳤다. 실제로 석사동 7개 매장에서 본인 소유의 상점이 아닌 모두 임대 점포다.

“20대 초반부터 정육 쪽에서 일했다. 10년 이상 고기를 만졌고 여러 사업을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지금 운영하는 가게들은 다 임대다. 이제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매달 나가는 고정 비용이 만만치 않다. 가게마다 매출이 다른데 흑자 가게에서 적자 가게 운영비를 메꾸는 식이다.”

장사는 목이 절반이라 했던가. 2016년 4월 그가 처음 이 동네에 발을 디딜 때에는 주변의 반대도 많았다. ‘여기다 왜 하냐. 다 죽은 동네에 와서 왜 투자를 하냐’라고 주변에서 핀잔도 들었지만, 그때마다 ‘누군가가 불 켜놓고 장사해서 소문이 나면 하나둘씩 오시지 않겠냐’라고 고집을 굳히지 않았다.

“같이 일하는 동생한테도 자주 말한다. ‘생각이 있으면 와라’ 일을 배워서 네 것으로 만들어서 나갈 때 도와주겠다. 일자리를 많이 늘여서 나 같은 청년들이 함께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는 인터뷰 내내 '내가 더 노력해야 한다'라거나 '정직하게 장사해야 한다'라는 말을 몇 번씩 되뇌었다. 주변의 환경을 탓하기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끊임없이 정진하는 그의 우직한 성격을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평범한 청년 사업가는 너무나 쉽게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고, 급기야 사이비 이단종교집단의 교주로 매도됐다.
억울할 법도 하지만 그를 잡아준 건 자신의 소신이었다.

한편 그는 최종 꿈을 묻는 질문에 "'이시우 푸드'라는 기업을 만들어 정직한 기업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라고 밝혔다.

영상 보기 ▶▶ 춘천 '이시우' 직접 만났다.. '황당 루머' 팩트체크!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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