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라쓰
[파이낸셜뉴스] ‘이태원 클라쓰’ 유재명이 ‘악의 신기원’을 새로 썼다.
지난 1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장대희로 분한 유재명은 잔혹한 부성애부터 숨멎 카리스마까지 극 전체를 휘어잡는 역대급 악인 연기로 안방을 뒤흔들었다. 치밀한 캐릭터 분석으로 작품마다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유재명이 또 하나의 강렬한 인생캐 탄생을 알렸다.
이날 장대희는 살인미수로 구치소에 수감된 박새로이(박서준 분)를 찾아가 다시금 냉혈한 면모를 드러내며 긴장감을 팽팽히 당겼다. 꿋꿋한 박새로이의 태도에 심기가 불편한 장대희가 장근원(안보현 분)에게 무릎 꿇고 사과한다면 구치소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제안을 했고, 박새로이가 이를 거절하자 장대희의 분노가 끓어올랐다.
장대희는 박새로이에게 “소신, 패기, 없는 것들이 자존심 지키자고 쓰는 단어 이득이 없다면 고집이고, 객기일 뿐이야”라며 살기 띤 눈빛을 드리우며 다크 아우라를 폭발시켰다. 특히, 박새로이의 단단함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폭풍전야를 예고했다.
그런가 하면, 아들 장근원의 나약함에 분노한 장대희가 잔혹한 부성애를 보이며 숨 막히는 전개를 이어갔다. 박새로이의 아버지를 뺑소니고 죽게 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장근원에게 양심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비정함을 가르친 장대희는 이어 장근원을 축사로 데려가 “회사 직원들, 돈으로 움직이는 밑 사람들 개라고 생각해라”며 일갈했다.
여전히 괴로워하는 장근원에게 “박새로이는 너와 달리 그릇이 크다. 하지만 놈은 가축 너는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가르치며 닭의 목을 비틀 것을 명령했다. 이윽고 죄책감을 떨치고 닭 목을 비튼 장근원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광기 어리게 웃어보인 장대희의 모습은 안방에 짙은 충격을 안겼다.
유재명은 지금껏 본 적 없는 ‘갑중의 갑’으로 극악무도한 악인을 그리며 격이 다른 명품 연기를 펼쳤다. 그의 연기 내공이 더해진 장대희는 한 층 더 잔혹하고 섬뜩했다. 박새로이와의 대면에서는 숨 막히는 카리스마로 거대 악의 포스와 여유를 표현해내는가 하면, 아들 장근원을 가르칠 때는 잔혹한 면모까지 더해 공포감을 조성했다.
유재명은 시시각각 돌변하는 표정과 눈빛, 미세한 감정 변화까지 장대희의 악랄함을 녹여내며 생동감 있는 열연을 펼쳤다. 특히, 섬뜩한 대사들을 정확한 딕션과 묵직한 발성으로 뱉어내며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대사 사이사이에 내뱉는 숨소리마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단, 2회 만에 역대급 악역을 탄생시키며 악인 캐릭터의 신기원을 연 유재명이 써 내려갈 장대희에 이목이 쏠린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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