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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공정 3법, 차라리 국민의힘이 주도하길

김종인 비대위원장 찬성
재계 의견 충실히 담아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6개 경제단체들이 정부의 공정경제 3개 법안에 16일 반대 공동성명을 냈다. 정부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이른바 공정 3법을 올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경영권 위협이 커지고, 투자·일자리 창출에 막대한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진작부터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원안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평소 경제민주화 소신을 갖고 있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의 법 개정에 원칙적인 찬성을 표하면서 법안 처리는 더 탄력을 받게 됐다. 여당은 바로 호응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화답을 환영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재계가 다급히 한목소리로 다시 반대성명을 낸 것은 지금의 법안 논의가 너무나 일방적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법안은 기업 경영활동에 엄청난 제약을 가하면서도 해외 투기자본에 버젓이 멍석을 깔아주는 치명적 조항으로 가득하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을 강제하면서도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해 방어권을 무력화했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에 소송을 걸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는 주식회사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요소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후유증도 불 보듯 뻔하다. 재계가 지금 요구하는 것은 이런 법안의 파급력을 감안한 신중한 처리다. 입법 과정에 경제계 의견을 좀 들어달라는 절박한 호소다.

김종인 위원장이 이 뜨거운 이슈에 아무런 고민 없이 찬성을 표하진 않았을 것이다. 현재 의석수를 보면 민주당은 언제든 맘만 먹으면 원안 처리가 가능하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잡고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에 나서는 것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추경호 의원의 대표발의로 제출된 상법 개정안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할 경우 특정 주주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권리를 부여하는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 도입이 골자다.

야당은 정부의 공정 3법 추진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다. 재계의 문제의식과 비슷하다.
지난 20대 국회에선 입법을 무산시킨 전례도 있다. 하지만 21대 국회는 다르다. 현실적으로 국민의힘이 총대를 메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