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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감시위로 기사회생 노렸지만… 법원은 '기준미달' 판단 [이재용 법정구속 판결 배경은]

재상고 여부 안밝힌 이 부회장
대법원 간다해도 뒤집기 힘들어

준법감시위로 기사회생 노렸지만… 법원은 '기준미달' 판단 [이재용 법정구속 판결 배경은]
'클린경영'에 대한 약속도, 재산권 침해에 대한 호소도 통하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마련을 통해 기사회생을 노렸지만 재판부는 '기준미달'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는 주장 역시 법정구속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실패로 돌아간 준법감시위 카드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법정구속됐다.

관심은 역시 삼성 준법감시위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쏠렸다.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환송하면서 이 부회장 측은 실형을 면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를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은 "1년 가까운 수감 기간과 4년간 조사, 재판 과정은 제게 소중한 성찰의 계기가 됐다"며 "재판 과정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생기면서 재판부가 삼성이란 기업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준법문화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나아가 이재용은 어떤 기업인이 돼야 하는지 깊이 고민할 수 있는 화두를 던져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준법감시위가 본연의 역할을 하는 데 충분한 뒷받침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제 아이들이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언급되는 일 자체가 없도록 하고,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더 나오지 않도록 하는 등 삼성이 국민들께 한 약속을 제가 책임지고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를 양형에 반영하기엔 제 기능을 충실히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제도는 일상적인 준법감시 활동과 위법행위 유형에 맞춘 준법감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위험에 대한 위험 예방·감시 활동까지는 이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회장과 삼성의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새로운 삼성 준법감시제도가 그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상 양형조건으로 참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가더라도…험난한 행보 예상

선고 직후 이 부회장 측은 재판부 판단에 대해 유감의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이 부회장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이인재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이 같은 본질을 고려해볼 때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이미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자금을 횡령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전자 명의로 후원을 요구했기 때문인 점, 업무상 횡령 피해액의 전부가 회복된 점,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뇌물을 요구하는 경우 이를 거절하기 매우 어려운 점 등을 참작하면 양형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건 다소 부당하다"며 형량을 정하며 이 같은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당분간 험난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건이 대법원으로 간다고 해도 파기환송심 판결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 측은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이라면서도 재상고 여부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파기환송심의 유무죄 판단이 사실상 대법원의 그것을 그대로 따른 것이기 때문에 대법원의 결정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