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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소 FTX CEO "토큰 주식이 예금보다 쉽다"

월스트리트저널, 29세 가상자산 억만장자 집중 조명..."증권거래소 혁신해야" 
바이든 대통령 거액 후원자로 이슈 중심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소 FTX 운영
87억달러 재산으로 억만장자 대열
미국 규제 닿지 않는 홍콩에서 거주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경제 미디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소 FTX의 설립자 샘 뱅크맨-프리드(Sam Bankman-Fried) 최고경영자(CEO)를 집중 조명하면서 가상자산 호황기에 파생상품과 파생상품 거래소에 관심을 모았다.

올해 29세인 샘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시절 두번째로 많은 돈을 후원한 젊은 억만장자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대통령 후원으로 관심 대상이 된 뱅크맨-프리드 CEO는 △NBA 구단 마이애미히트 공식 후원 △효과적 이타주의자 △비건 채식주의자 △룸메이트들과 거주하는 억만장자 △스탠포드 교수 부모님 등 여러 배경을 바탕으로 가상자산 시장에서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바이든 후원으로 관심 집중

가상자산 거래소 FTX CEO "토큰 주식이 예금보다 쉽다"
샘 뱅크맨-프리드 FTX CEO는 조 바이든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개인으로 두번째 많은 금액을 후원하면서 관심을 받았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29세의 가상자산 억만장자 샘 뱅크맨-프리드에 대해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하던 지난 해 개인으로서는 두번째로 많은 금액을 후원하면서 관심을 모았다고 소개했다. 그가 후원한 금액은 520만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59억원이다. FTX 또한 수익의 1%를 자산단체에 기부하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로 분류되는 '비건'으로 홍콩의 한 아파트에서 룸메이트들과 거주 중이다. 비건은 유제품과 동물의 알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뱅크맨-프리드는 가상자산 업계에 진출하기 전 수학공식과 계산에 의존하는 기술 투자 전략인 양적거래(quantitative-trading)에 능통한 투자사인 제인스트리트캐피털LLC(Jane Street Capital LLC)에서 금융업 경력을 쌓았다.

샘 뱅크맨-프리드 CEO의 부모는 두 사람 다 스탠포드대학교 로스쿨 교수다. 그는 매세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당시에는 학계에 남으려고 했다. 이후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극대화하는 것을 장려하는 '효과적인 이타주의'에 매료돼 많은 돈을 벌어 자선단체에 기부하기 위해 금융업에 종사하기로 결심했다.

그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후원한 것도 이와 같은 취지다. 미국이 지정학적인 안정을 루기 위해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거액후원자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샘 뱅크맨-프리드 CEO는 "가상자산 규제에 대해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그의 관심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87억달러 재산 억만장자

가상자산 거래소 FTX CEO "토큰 주식이 예금보다 쉽다"
샘 뱅크맨-프리드 CEO가 운영하고 있는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소 FTX는 하루 약 12조원의 거래를 처리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보고 가상자산 시장에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가상자산 유동성 공급회사인 알라메다리서치를 설립한 뒤 동료들과 2019년 5월 FTX를 설립했다. 그가 지원하는 단체로는 인공지능(AI)이 인류의 미래에 이익이 되도록 관련 연구를 하는 오픈AI(OpenAI)와 핵무기와 생화학무기의 위협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핵위협방지구상(Nuclear Threat Initiative) 등이 있다.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처럼 FTX도 거래수수료로 매출을 올린다. 거래량이 많아지면 매출도 증가하는 구조다. 4월 16일(현지시간) 현재 FTX는 하루 평균 107억달러(약 12조원)의 거래를 처리한다. 6개월 전 9억달러(약 1조원)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파생상품이 없는 코인베이스가 하루 평균 26억달러(약 2조9000억원)의 거래를 처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FTX의 거래량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FTX는 설립 2년도 채 되지 않아 전세계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FTX의 성장세에 힘입어 샘 뱅크맨-프리드 CEO의 순자산은 87억달러(약 9조7000억원)로 추정된다. 다만 대부분 FTX 지분 및 각종 토큰에 묶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TX와 알라메다리서치는 서로 이해가 상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별개로 운영된다.

FTX, 파격적 상품으로 시장 주도

가상자산 거래소 FTX CEO "토큰 주식이 예금보다 쉽다"
FTX는 내로라하는 회사의 가치를 추적하는 '토큰주식'을 선보이는 등 가상자산 파생상품 시장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란으로 화제를 모은 '게임스톱' 주식도 토큰주식 상품으로 선보였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비트코인이 올해에만 2배 이상 오르는 등 가상자산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최근 나스닥에 상장까지 했다. 가상자산으로 인해 제도권 금융 시스템이 변화를 맞을 것이라는 예측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금융 시스템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는 코인베이스보다 FTX 같이 규제가 닿지 않는 역외에서 운영되는 거래소가 더 위협적일 것이라고 본다.

FTX는 미국 당국 규제의 손길이 닿지 않은 해외에서 운영되며 가상자산 관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업체인 GSR의 리치 로젠블럼(Rich Rosenblum) 회장은 "FTX는 신속하게 새로운 상품을 출시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FTX는 특히 애플, 테슬라, 아마존, 화이자, 구글, 알리바바 등 내로라 하는 종목의 가치를 추적하는 '토큰주식(Tokenized Stocks)'을 선보여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토큰주식은 독일의 제도권 투자회사인 CM-에쿼티AG(CM-Equity AG)를 통해 실제 주가를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토큰주식은 조건이 까다로운 기존 주식시스템에서 벗어나 세계 어디서든 24시간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도 최근 토큰 주식을 선보였다.

샘 뱅크맨-프리드 CEO는 토큰주식이 은행 예금보다 더 쉽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현재 증권거래소는 혁신의 여지가 많다"며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주5일만 운영되는 것은 주식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FTX는 뿐만 아니라 '프리IPO 계약(pre-IPO contracts)'이라는 상품을 제공해 해외 투자자들이 로빈후드 같은 기업의 기대가치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 프리IPO 계약 상품에 있는 회사가 상장할 경우 이 상품은 자동으로 토큰주식으로 전환된다.

마이애미히트와 19년 후원계약

가상자산 거래소 FTX CEO "토큰 주식이 예금보다 쉽다"
FTX는 최근 NBA 구단 마이애미히트와 후원계야을 체결했다. 마이애미히트의 홈구장은 2021-22시즌에 'FTX 아레나'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게 된다.

가상자산과는 무관한 상품도 내놓는다. 예를 들어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에 예측시장을 운영했다. 투자자들이 선거 결과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어떤 쪽에 더 많은 금액이 투자됐는지에 따라 선거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도구로도 이용됐다. 실제 선거일 직전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30%로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지역에서 우세를 보이며 80%까지 치솟았지만 다른 주의 결과가 나오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는 가상자산 상품이라기보다 영국 등에서 활발히 운영되는 도박사이트와 비슷한 형태다.

FTX의 상품은 대부분 현행 규제가 닿지 않는 것들이다. 만약 이런 상품들이 미국에서 거래된다면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규제하게 된다. FTX는 해외에서 운영하며 미국 투자자들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규제를 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 또한 규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미국 연방검찰은 지난 해 10월 미국 역외에서 운영되는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멕스의 설립자들을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등록하지 않고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서다.


한편 FTX는 최근 전미농구협회(NBA) 구단인 마이애미히트와 1억3500만달러(약 1500억원)에 19년 후원계약을 체결해 다시 한번 이슈의 중심에 섰다. 마이애미히트의 현 홈구장 '아메리카에어라인 아레나'는 2021-22시즌부터 'FTX 아레나'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FTX는 미국 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소형 가상자산 거래소를 홍보하기 위해 계약을 체결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