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최초로 뇌 신경세포들을 잇는 시냅스의 불균형을 일으키는 현상을 밝혀냈다. 또한 시냅스 불균형이 발작과 같은 다양한 뇌 신경질환의 원인과 연결되는 것을 발견해 향후 뇌 질환 치료에 활용될 것이라고 연구진은 전망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정원석 교수팀이 뇌 속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미세아교세포가 흥분을 억제하는 시냅스를 없애는 현상을 처음으로 밝혀냈다고 2일 발표했다. 또한 연구진은 흥분 억제 스냅스가 과도하게 제거되면 신경세포가 흥분돼 발작 같은 뇌 질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정원석 교수는 "비정상적인 억제성 시냅스 수 변화는 발작, 자폐 스펙트럼 장애, 조현병, 치매 등과 같은 다양한 뇌 질환의 유병률과 연관성이 높다"며 "뇌에서의 흥분-억제 균형이 깨져서 일어나는 다양한 뇌 신경질환에서 미세아교세포가 억제성 시냅스를 먹는 현상을 조절하는 것이 이들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포스파티딜세린이라는 세포막에 존재하는 인지질 중의 하나가 죽어가는 세포 표면에 선택적으로 표지돼 면역세포에 의해 세포를 잡아먹도록 유도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죽어가는 세포가 제거되는 현상이 시냅스만 선택적으로 제거되는 현상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미세아교세포가 포식 수용체를 통해 신경세포체 표면에 붙은 포스파티딜세린를 인식해 제거한다. 이 현상이 과도하게 일어날 때 신경세포의 흥분-억제 간의 균형이 깨져서 발작 증세가 일어난다. KAIST 제공
연구진은 이 가정을 증명하기 위해 포스파티딜세린을 신경세포 표면에 인위적으로 노출한 후, 특정 시냅스가 교세포에 의해 잡아먹힐 수 있는지 실험쥐를 이용해 연구했다.
그 결과 신경세포의 세포체 표면에서만 선택적으로 포스파티딜세린이 붙는 것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세포막이나 흥분성 시냅스의 손상 없이 억제성 시냅스만이 선택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실험쥐는 청각을 담당하는 뇌 지역에서 흥분-억제 균형이 깨져 소리로 인해 촉발되는 특이한 발작 증세가 일어났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미세아교세포를 인위적으로 제거하거나 미세아교세포에 존재하는 특정 포식 수용체를 제거했을 때, 신경세포의 표면에 포스파티딜세린이 붙어있을지라도 과도한 억제성 시냅스 감소와 발작 증세가 방지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로써 신경세포체 주변 세포막에 포스파티딜세린이 표지되는 것이 미세아교세포가 포식 수용체를 통해 억제성 시냅스만을 선택적으로 먹는 현상으로 쓰일 수 있음을 최초로 규명한 것이다.
연구진의 이 같은 발견은 흥분성 및 억제성 시냅스가 서로 다른 현상을 통해 미세아교세포에 의해 제거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다. 또한 미세아교세포에 의한 과도한 억제성 시냅스 제거 현상이 뇌 신경세포의 흥분-억제 불균형 발생의 새로운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KAIST 생명과학과 박정주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하고, 정원석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엠보저널(EMBO Journal)'에 지난 5월 20일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