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전원회의서 "대화, 대결 모두 준비"
성김 방한 계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
北 대화 테이블 이끌어낼 유인책 주목
백신, 식량 등 인도적 협력 여부도 관건
미국의 북핵 협상을 총괄하는 성 김 대북특별대표가 1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대표 임명 후 첫 방한한 김 대표는 주말에 개인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는 2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한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7일 당 전원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직접 대외 메시지를 발표한 가운데 성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방한이 남·북,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모멘텀이 될지 주목된다. 성김 대표는 오늘(19일)부터 23일까지 4박 5일간 방한해, 한·미,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가지고 통일부 측과 대북정책을 조율할 예정이다.
한미 양국이 "대화에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낼 구체적인 유인책을 제시할지가 이번 협의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등 인도적 협력 여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지난 17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 특히 대결에 빈틈없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기조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가의 전략적 지위와 능동적 역할을 높이고 유리한 외부 환경을 주동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대북정책 검토, 한미 정상회담 이후 메시지에서 '대화와 대결'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전원회의 기간 미국 대북정책을 평가하고, 관련 대응을 논의한 것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미대화에 대해 계속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별도의 조치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양 교수는 "다만 성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방한에서 좀 더 적극적인 대화 유인 메시지를 발신하면 북한이 이를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성김 대표 방한을 계기로 21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낼 구체적 방법론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성김 대표는 1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시 서울에 와 기쁘다"며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만나 생산적인 회의를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는 21일 한미일 3자 협의를 가지고 대북정책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같은 날 노 본부장은 성김 대표, 후나코시 국장과 각각 한미·한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도 진행한다. 외교부는 "노 본부장이 성김 대표와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가지고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이와 관련한 모든 방안들이 협의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성김 대표, 후나코시 국장의 잇따른 방한을 계기로 한미일 3국은 대북정책을 보다 세밀하게 조율하고 3국 협력 의지를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 검토를 끝내고 실용적이고 조정된 '외교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2+2 장관 회의 등 계기로 완전히 조율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일본 또한 북한문제에 대한 한국과의 공조에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성김 대표는 22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예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18일 MBN과의 인터뷰에서 "군사적인 긴장을 통해서 대화와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만들려고 하지 말고 냉면 상을 잘 차리고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 "기회가 된다면 또 북이 의사가 분명하다면 우리가 식량이나 이런 것과 관련해서 협력하는 문제들에 대해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서 직접적으로 '식량난'을 언급할 만큼 북한 식량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번 협의에서 식량, 백신 등 북한에 대한 인도적 협력 방안이 나올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앞서 통일부는 코백스(COVAX) 등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백신 '직접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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