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대구 북구 삼성창조캠퍼스 내 창조경제혁신센터 2층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당 지지도를 묻는 질문에 낙제점은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꺼내든 ‘통일부 폐지론’에 여야가 진영을 막론하고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대표는 “성과 없는 부처는 없애는 게 맞다. 통일부 둔다고 통일 되겠는가”라는 무용론을 토대로 정부 부처 자체를 해체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통일부 장관이 직접 등판해 “부족한 역사의식”이라고 날을 세우는 등 여권은 거세게 비판했다. 야당 내부에서마저 “통일부는 존치돼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6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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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반통일세력 소리 듣는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는 통일부를 폐지하라는 부족한 역사의식과 사회인식에 대한 과시를 멈추길 바란다”며 “3·8 여성의날에 통일부 여성들과 꽃을 나눈 것이 재미없다는 건지 무의미하다는 건지, 여전히 이 대표 젠더감수성은 이상하다”고 때렸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준석, 과연 해경 해체 박근혜 키즈답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박근혜 정부는 상황 분석과 대책과는 상관 없이 분풀이 식으로 해경을 해체했다. 박근혜 키즈 이 대표는 그 방식을 따라하겠다는 것인가?”라며 “통일은 부단한 노력과 준비를 거쳐 오는 것이다. 독일 통일의 과정을 공부하시라. 이러니 반통일세력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최고위원인 강병원 의원도 “정부 조직이 국민의힘 마음대로 주무르는 밀가루 반죽이냐”라며 “1967년 통일원을 창설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남북관계 특수성을 고려할 때, 외교부 존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짚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슈를 이슈로 덮으려는 수가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진실이 사라지진 않는다”면서 이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한 의혹을 덮기 위한 의도에서 해당 이슈를 띄웠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대령 빈소 조문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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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폐지론 경악”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일부이기는 하지만 항변이 나왔다. 4선의 권영세 의원은 “국정은 수학이 아니다. 쓸데없이 반통일세력의 오명을 뒤집어쓸 필요 없다”며 “통일부는 존치돼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이명박 정부 초기 일부 인사가 통일부 업무를 ‘인수분해’ 해보니 각 부처에 다 나눠줄 수 있고, 따라서 통일부 폐지가 마땅하다고 말해 경악했는데 다시 통일부 무용론이 나오니 당혹스럽다”고 고개를 저었다. 실제 이명박정부 초기 인수위가 ‘통일부 폐지론’을 들고 나왔지만, 실행은 되지 않았다. 권 의원은 “검찰 마음에 안 든다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관 완전 박탈)하는 저들을 따라 해서야 되겠나”라고 덧붙였다.
연일 민주당에 날을 세우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준석이 여성부 폐지 내걸고 뻘짓하다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니, 출구전략으로 애먼 통일부 끌어들여 철 지난 작은 정부 타령 모드로 갈아탄 것”이라며 “공부가 안 돼 있으니 뻘짓은 이미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뜻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는 지난 9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통일부 폐지론’을 꺼내든 이후 이 장관 등이 반발하자 페이스북에 “통일부가 '필요한 부처'라고 생각하신다면 필요한 부처에서 장관이 제대로 일을 안 하고 있는 것이고, 장관을 바꿔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후 논란이 더욱 커졌음에도 그는 10일 페이스북에 “이상한 반론들이 하루 종일 쏟아진다. 이거야말로 봉숭아 학당 아닌가”라고 오히려 맞받았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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