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앞으로 고객은 이동전화가 아니라 메타버스를 통해 상호소통하게 될 것이며, 가상자산은 플랫폼의 기본 통화가 될 것이다."(허석준 SK스퀘어 MD). "꾸준히 해외 진출 계획이 있었지만 (법률적으로) 해외 송금이 안 돼 답답하다. 지금이라도 직접 해외에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열렸으면 좋겠다."(이석우 두나무 대표).
두 인터뷰를 보면서 생각이 복잡하다.
메타버스라는 말을 처음 들은게 2년 전 쯤이다. 잠깐 스쳐갈 유행성 기술이겠거니하고 뒷등으로 흘렸다. 가상세계를 노리는 기술과 서비스가 수시로 나오고 사라지기를 반복했으니, 메타버스도 그런 부류 중 하나려니 했다. 2년 뒤 "역시 나는 보는 눈이 모자란다"고 자책하고 있다. 메타버스를 가르쳐주며 취재와 투자를 권유한 그 분은 이미 메타버스 안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는 세상을 못알아보는 내가 얼마나 답답했을까 죄송한 마음이 든다. 또 가상과 현실에도 장벽이 없어졌는데 가상자산 기업에는 왜 아직도 높은 장벽이 여전할까 싶어 답답한 마음도 들어 생각이 복잡하다.
페이스북이 회사명을 아예 '메타'로 바꾸고, 루이비통, 구찌, 나이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공략하겠다며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투자 전문회사로 분사한 SK스퀘어는 첫 투자 기업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을 찍었다. 메타버스의 기본 통화가 될 가상자산을 거래하려면 코빗의 사업 모델이 필수적이라는게 첫 투자기업 선정에 대한 허석준 MD의 설명인 셈이다.
그런데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가상세계에서는 사업을 해도, 정작 현실의 국경은 못 넘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몇년째 두나무의 해외법인에 합법적으로 사업자금을 송금할 수 없어 글로벌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가상자산 사업에 국경 장벽은 이 뿐이 아니다. 정부에 공식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한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외국인을 회원으로 모집할 수 없다. 국내 이동통신회사의 신원확인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해외 거래소와 거래 협력도 사실상 장벽이 있다. 해외 직접사업도 안되고, 외국인 회원도 못받고 협력도 막혀 있으니 그저 좁은 한국 울타리 안에서만 사업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 가상자산 업체 임원이 "이러다 메타버스 사업에서도 대한민국의 국경을 넘지 말라고 규제할 판"이라고 헛웃음을 짓는다.
정부가 일부러 구한말적 정책을 고집하고 있지는 않을게다.
미처 산업 발전 속도에 맞춰 정책을 바꾸지 못한 탓일게다. 정책이 산업을 앞서가며 정책을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눈돌아갈 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산업과 시장에 정책이 걸림돌이 된다는 뭇매를 면하려면 지금보다는 한참 더 부지런하게 정책을 바꿔줘야 한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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