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최저가에서 34% 시세 회복
기술주 4분기 실적 예상치 웃돌아
연준 통화정책 변화없어...예측불가
[파이낸셜뉴스] 비트코인(BTC)이 지난 주말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보름만에 30% 이상 시세가 오르며 4만5000달러(약 5400만원)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 긴축에 대한 우려로 급락했던 비트코인은 기관투자자들의 매입 규모가 커지는 데다, 기술주들의 상승으로 덩달아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미국 긴축정책 영향이 연중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속 상승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2주만에 비트코인 34% 상승...가상자산 시총도 2조달러 탈환
올해 들어 3만3000달러 대까지 급락했던 비트코인(BTC)이 서서히 회복하면서 2주만에 약 30% 시세가 올랐다. /사진=뉴스1로이터
8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4만4916.61달러(약 5381만원)까지 올랐다. 비트코인이 4만4000달러(약 5300만원) 대를 탈환한 것은 지난 1월 13일 이후 26일 만이다. 이날 비트코인은 한 때 4만5000달러를 터치하기도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4만5000달러 선에 안착할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은다. 비트코인의 연중 최저가는 지난 1월 24일 기록한 3만3184.06달러(약 3975만원)다. 연중 최저가 이후 보름만에 34% 시세가 올랐다.
가상자산 시가총액 2위의 이더리움(ETH)도 이날 3212.04달러(약 385만원)로 1월 20일 이후 19일만에 3200달러(약 380만원) 대를 탈환했다. 나흘 연속 3000달러를 넘기며 상승 기운을 이어가고 있다. 이더리움은 지난 1월 22일부터 2000달러 대로 떨어진 뒤 2월 5일부터 3000달러 대를 탈환했다. 이더리움의 연중 최저가는 2172.30달러(약 260만원)로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지난 1월 24일 기록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선전으로 알트코인들도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하며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은 지난 1월 24일 1조5131억달러(약 1813조원)에서 이날 2조623억달러(약 2471조원)로 18일만에 2조달러 대를 탈환했다.
기관투자자 지속 매입에 기술주 호실적
최근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시세 상승을 견인 중이다. 회계법인 KBMG캐나다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매수했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또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20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관투자자들이 최근 비트코인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테슬라 또한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안도감을 준 것이다.
실제 코인셰어스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1월 셋째주까지 가상자산을 순매도했으나, 이후부터 3주 연속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1월 넷째주부터 지난 주까지 주간 가상자산 순매수 규모는 1440만달러(약 173억원), 1900만달러(약 228억원), 7100만달러(약 851억원)로 점점 증가했다.
최근 가상자산과 동조화를 보이던 미국 기술주들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것도 시세 상승에 영향을 줬다.
당초 기술주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통화정책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연초부터 강한 조정을 받았다. 최근 들어 기술주와 동조화 움직임을 보이는 가상자산들도 함께 시세가 하락했지만 기술주들의 호실적으로 가상자산 시세가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지난 해 지난 해 4·4분기에 매출이 753억달러(약 90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인 720억달러(약 86조원)를 상회한 것이다. 아마존도 지난 해 4·4분기 실적에서 순이익이 143억달러(약 17조1000억원)로 전년 동기 72억달러(약 8조6000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 해 4·4분기에 매출 517억2800만달러(약 62조원), 순이익 187억6500만달러(약 22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21%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뛰어 넘었다.
美의회, 가상자산 우호법안 잇따라 발의
최근 미국 의회에서도 가상자산 관련 희소식들이 잇따라 들리고 있다. 그 중 하나는 하원에서 200달러(약 24만원) 이하 가상자산 결제에 대해 세금을 면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 '가상자산 조세 공정성 법안(Virtual Currency Tax Fairness Act)'이 발의된 것이다.
현재 미국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가상자산을 구매한 시점부터 소액이라도 차익이 발생할 경우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 이는 가상자산 결제 시장이 발전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데이비드 슈바이커트 하원의원은 "가상자산이 일상을 재편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런 현실을 감안해 가상자산을 공정하게 취급할 필요가 있다"며 "이 법안을 통해 디지털 경제의 성장을 도모하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며 면세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가상자산 소액결제 등 관련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스틴 스미스 미국블록체인협회 이사는 "소매 시장에서 가상자산 결제가 늘면서 국민들이 세금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이 법안은 소액결제에 한해 가상자산 결제 과세를 면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 하원은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 '2022년 미국 경쟁법(America COMPETES Act of 2022)'의 가상자산 관련 규제 강화 조항을 삭제한 뒤 의결했다. 당초 법안에는 재무부가 가상자산 거래소 및 기타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거래를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어 시장의 반발을 샀다.
긴축정책 전망...불확실성은 여전
미국이 긴축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시세를 예측하기는 힘들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연초 가상자산 시장은 각국의 긴축이 잇따르면서 추가하락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연준은 오는 3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올해 4~5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상 인상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산매입규모축소(테이퍼링)도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테이퍼링은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실행한 자산매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시장에 현금 유동성을 높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제 전망이 좋지 않을 경우 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방식을 취한다. 연준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꾸준히 취했던 방식이다. 모두 현금의 가치를 떨어 뜨리고 투자자산에 대한 수요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반대로 테이퍼링을 종료하고, 금리를 인상하면 현금의 가치가 올라간다.
연준은 지난 해 11~12월에 각각 150억달러씩 테이퍼링을 했으며, 올 1월부터는 2배인 300억달러로 늘렸다. 이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될 때 △테이퍼링 규모를 늘릴 경우 또 다시 가상자산 시세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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