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총, 1년 6개월만 1조달러 무너져
S&P500, 2년 3개월만 약세장 진입
코스피, 외국인 8거래일 연속 '팔자'
[파이낸셜뉴스]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약 1년 6개월만에 1조달러(약 1290조원) 선을 반납했다.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자이언트 스텝'으로 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가상자산, 주식 등 위험자산의 약세가 깊어진 것이다.
가상자산 시총 1년반만에 1조달러 무너져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가상자산,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매도 행렬이 이어졌다.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이날 1년 6개월만에 1조달러 이하로 떨어졌고 S&P500 지수는 2년 3개월만에 약세장에 진입했다. 14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가상자산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14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은 약 8900억달러(약 1145조원)로, 지난 해 1월 말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선지 1년 6개월여 만에 1조달러 밑으로 뒷걸음질쳤다.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테라·루나사태가 터지면서부터다. 루나사태 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1조1000억~1조3000억달러(약 1400조~1700조원) 선까지 줄었으며, 미국의 금리인상이 빅스텝 수준 이상일 것이란 예측이 나오며 이날 1조달러 대마저 무너진 것이다. 비트코인 시세는 이날 2만950.82달러(약 2695만원)로 2만달러(약 2570만원)에 간신히 턱걸이 할 정도까지 떨어졌다. 전날 고점(2만6795.59달러·약 3447만원) 대비 하루만에 약 22%가 급락한 것이다. 지난 해 11월 사상 최고가 대비로는 약 7개월만에 70%가 빠졌다. 이더리움은 1000달러(약 129만원) 선을 위협받고 있다. 전날 고점 1448.84달러(약 186만원)에서 1094.70달러(약 141만원)로 하루만에 24% 이상 폭락했다.
이날 가상자산 시장이 급락한 직접적 원인은 오는 14~15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이른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데다, 가상자산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셀시우스가 유동성 문제로 인출 중단에 나섰기 때문이다.
S&P500도 약세장 진입
증시도 대폭락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13(현지시간) 일 뉴욕증시는 폭락세로 마감했다. 뉴욕연방은행의 소비자 기대 조사에서 1년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6.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다우존스지수는 2.79% 떨어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88%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68%나 폭락했고 러셀2000지수도 4.76% 급락하는 등 모든 지수가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월가 공포지수'는 20% 넘게 폭등하며 단박에 30p를 돌파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6.27p(22.59%) 폭등한 34.02로 치솟았다.
특히 시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S&P500 지수는 약세장에 진입했다. S&P500 지수는 약 3주전 장중 약세장에 일시적으로 진입한 적은 있지만 그동안 마감가 기준으로는 약세장을 피해왔다. 그러나 이날은 마감 직전 낙폭이 더 확대돼 결국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약세장에 진입한 상태에서 장을 마쳤다.
비스포크인베스트먼트그룹에 따르면 2차대전 이후 종가를 기준으로 S&P500 지수가 약세장에 들어선 것은 모두 14번이다. 약세장 낙폭 중앙값은 30%, 하락장 기간 중앙값은 359일이었다. 이전 경험에 비춰볼 때 낙폭이 지금보다 10%p 더 확대되고 약세장은 약 1년 더 간다는 것을 뜻한다.
S&P500 지수가 급격한 매도세 끝에 3400p로 곧바로 추락할 수 있다는 이른바 '6월 졸도설'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BTIG의 기술분석 담당 조너선 크린스키 연구원은 "6월 졸도설이 현실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시장 모멘텀이 역전 기대와 달리 하강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1년7개월만에 2500 밑으로 추락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1.54p(0.46%) 하락한 2492.97에 거래됐다. 전날 91.36p(3.52%) 급락하며 '검은 월요일'을 연출했던 코스피는 이틀째 약세를 보이며 이 기간 102p가 넘는 급락세를 보였다.
외국인은 지난 2일부터 8거래일 연속 유가증권 시장에서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지난 9일에는 하루 1조원 가까운 순매도 대금을 기록하는 등 이달 들어서만 약 3조원에 달하는 대량 이탈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증시가 여전히 높은 물가에 따른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정책 이슈를 이유로 크게 하락한 점이 한국 증시의 추가적인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의 둔화와 미국 장단기 금리차 축소로 경기 침체 이슈가 부각돼 외국인 수급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 위축 요인이다"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결국 오는 15일 발표되는 FOMC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며 "파월 연준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예상보다 더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발표할 수 있다는 부담이 지속된 점도 주식 시장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코스피가 하반기 지수 하단이 더 열려 연말 2400까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 침체가 심해지면 2150까지 떨어질 가능성까지도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역대 경기 둔화 및 연준의 긴축 국면에서 미국 증시가 23~25% 정도 하락했다. 이를 코스피에 적용하면 2450~2550 정도"라며 "경기 침체까지 변수로 더한다면 최소 35% 이상 하락해 215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최두선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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