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예일대 의대 연구진, 기능 멈춘 장기 재생
뇌 세포까지 일부 살렸지만 의식 회복은 안돼
환자 장기 수명연장과 조직손상 치료에 활용
무균돼지.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죽은 돼지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인류의 과학적 진보가 생명 연장을 위한 기술개발에 한걸음 더 다가간 순간이다.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죽은 돼지의 장기와 조직 속 세포를 파괴되지 않고 다시 활동해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돼지의 심폐기능이 작동했으며, 이로인해 온몸으로 피가 흐르면서 여러 장기들이 제 기능을 회복했다. 또한 뇌의 일부 세포들까지 되살렸다. 하지만 돼지가 의식을 회복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환자의 장기 수명을 연장하고, 이식을 위한 기증자의 장기를 더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심장마비나 뇌졸중으로 혈액 공급 부족에 의한 장기나 조직 손상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일대 의대 신경과학과 네나드 세스탄 교수팀은 연구결과를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4일 발표했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들은 심장 박동이 멈추면 몇분 안에 혈류, 산소, 영양소 부족으로 인해 세포와 기관들이 파괴되기 시작한다. 연구진은 이처럼 빨리 세포가 죽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세스탄 교수는 "만약 혈액 공급 부족에 가장 취약한 기관인 죽은 뇌의 특정 세포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다면 다른 주요 장기들의 기능도 회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2019년에 발표된 죽은 돼지의 뇌에서 혈액 순환과 특정 세포 기능을 회복시키는 '브레인Ex(BrainEx)'라 불리는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연구진은 '브레인Ex(BrainEx)'를 변형한 '오간Ex(OrganEx)'를 실험용 돼지에 적용했다.
'오간Ex(OrganEx)'는 수술할때 사용하는 인공심폐기 같은 주입장치와 돼지의 세포 건강을 촉진하고 몸 전체의 염증을 억제할 수 있는 화합물을 함유한 실험용 액체로 이뤄져 있다.
연구진은 마취된 돼지를 심장마비시킨 뒤 1시간 후에 '오간Ex(OrganEx)'로 치료한 뒤 6시간 후 관찰했다. 그결과, 돼지의 특정 핵심 세포 기능이 심장과 간, 신장을 포함해 많은 장기에서 활성화됐으며, 일부는 장기 기능이 회복됐다.
특히 심장의 전기적 활동을 발견했는데, 이는 수축하는 능력이 유지된 것이다. 세스탄 교수는 "돼지 몸 전체로 혈액이 순환됐다"고 말했다.
일반 돼지의 간(왼쪽 위)과 신장(왼쪽 아래) 세포, OrganEx로 처리해 특정 세포기능이 회복된 간과 신장 세포. 예일대 의대 제공
예일대 의대 신경과학과 데이비드 안드리예비치 부연구원은 "모든 세포가 즉시 죽지 않으며, 더 오래 지속됐다"며 "이는 사람이 개입해 일부 세포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즈보니미르 브르셀자 부연구원은 "현미경으로는 건강한 장기와 사망 후 '오간Ex(OrganEx)' 기술로 치료한 장기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뇌의 일부 영역에서 세포활동이 회복됐지만, 의식이 돌아왔다는 뇌신호는 감지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실험하는 동안 마취상태로 있는 돼지의 머리와 목 부위 근육이 움직이는 것을 관찰했다. 이에 대해 세스탄은 "이 움직임은 뇌와 독립적으로 일부 운동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척수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예일대 스티븐 라탐 생명윤리학 학제간센터 소장은 "이 신기술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뇌를 포함한 모든 연구에 대해 신중하게 감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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