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이 기업어음(CP) 발행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사업부문 매각으로 수익성이 줄어든 데다 대규모 회사채 차환도 여의치 않아서다. 이에 회사의 자금조달 구조는 단기화되는 모습이 뚜렷하다.지난 2월 1년 11개월만에 채권단 관리체계를 조기 졸업했지만 자본시장에서 조달력을 회복하는 데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이날 100억원 규모 CP를 찍었다. CP 만기는 내년 2월 3일까지로 6개월물이다. 신용등급 BBB급인 두산은 한달이 멀다하고 CP 발행으로 자금을 융통하고 있다. 두산의 CP 잔액은 1360억원 수준이다. CP 잔액 중(1360억원) 1060억원은 석달 내로 현금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하는 물량이다. 단기물 발행 확대로 자금조달 구조가 단기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대규모 회사채 만기 물량도 부담이다. 연내 국내 시장서 도래하는 회사채 만기 물량은 1900억원 수준이다. CP 물량까지 더하면 1년 이내 도래하는 시장성 부채만 3000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올해 1·4분기말 두산의 현금성 자산은 약 2800억원 가량으로 해당 부채를 현금 상환하기에는 빠듯하다. CP 의존도를 키울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두산은 BBB급인 비우량 신용도로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조달을 진행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금 흐름도 악화됐다. 올해 2·4분기 두산은 적자전환했다. 회사의 연결 기준기준 당기순손실(잠정치)은 1349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두산은 모트롤, 산업차량 등 자체사업 부문 매각으로 수익기반이 축소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두산은 올해 상반기 두산에너빌리티 유상증자 참여, 테스나 지분 인수 등으로 대규모 현금유출이 발생했고 법인세 지급부담 등을 고려 시 보유 유동성은 축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확대된 투자부담 대비 사업부문 매각으로 이익창출력은 저하되며 차입금 증가가 전망된다"면서도 "계열 지분 및 유휴자산 매각 등을 통한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 등을 통해 재무 안정성이 보완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달 들어 유안타증권(22만원→18만원)과 NH투자증권(15만5000원→12만원)은 두산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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