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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달러 스토어

[fn스트리트] 달러 스토어
인플레이션 압박에 시달린 미국의 달러스토어 '달러 트리'가 지난해 2월 1달러 짜리 제품 중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뉴시스
과거 일본여행길에 '100엔숍'을 즐겨 이용했다. 신문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꽤 가성비 높은 물품도 건지곤 했다. 일본 다이소의 박리다매식 저가판매 전략이 큰 성공을 거두자 후발주자들이 줄줄이 문을 열었다. 한때 일본 전역에 8000개 넘는 100엔숍이 성업했다. 아직도 9조원대 시장 규모를 자랑한다.

최근 100엔숍이 물가상승의 직격탄을 맞아 문을 닫거나 '300엔숍'으로 바뀌고 있다는 소식이다.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에다 20년 만의 엔저까지 겹쳐 가격방어가 쉽지 않기 때문이란다. 일본 다이소는 지난 4월 도쿄 긴자에 상품의 80%가 300엔짜리인 300엔숍을 열었다. 연내 일본 100엔숍의 40%가 300엔숍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의 '미국판 다이소' 달러 트리, 달러 제너럴, 달러라마, 파이브 빌로우 등 주요 달러 스토어들이 대박행진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CNN 등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미국인들이 생활비를 줄이려고 식료품점이나 식당 대신 달러 스토어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쇼핑 트렌드 조사 결과 미국인 가운데 60%가 지난 1년간 1회 이상 달러 스토어에서 쇼핑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4%가 식료품을 구입한 사실이 눈에 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히트를 친 '99센트 스토어'의 재현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들 달러 스토어도 기존 1달러 제품 다수를 1.25달러에 팔기 시작, 값 인상은 시간문제다.

국내엔 '1000원숍'으로 불리는 아성다이소가 있다. 하루 평균 100만명이 이용하는 국민가게이다.
매출 2조원을 훌쩍 넘겼고, 연간 3만개 넘는 품목을 10억개 이상 판다. 매장 수도 1350여개에 이른다. 문을 닫거나 값을 올리는 일본이나 미국과 달리 주력 1000원짜리를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유지한다고 하니 고물가 시대에 그나마 다행이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