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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잭팟’ 이면엔 수입부품 조립… ‘절충교역’도 개선돼야 [K방산 수출의 역설 (上)]

핵심기술 가진 국내 업체 없어 수입
조립·판매 방식으로는 수익성 한계
‘절충교역’ 관행으로 기술 이전 우려
韓기업 부가가치 감소 등 신경써야

‘수출 잭팟’ 이면엔 수입부품 조립… ‘절충교역’도 개선돼야 [K방산 수출의 역설 (上)]
국내 방산업계의 해외수출 호황에도 핵심기술이나 고부가가치 기술 부족에 대한 해법 마련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수주 시 현지 기술이전이나 군수지원 같은 '절충교역' 관행도 K-방산을 세계 일류기술보다 가성비 경쟁력에 가둬두는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 방산기술점수 대부분 하락

5일 국방과학기술진흥연구소에 따르면 국가별 국방과학기술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 8개(지휘통제, 감시정찰, 기동, 함정, 항공우주, 화력, 방호, 기타) 가운데 2018년 대비 2021년 한국의 순위가 올라간 분야는 '기동(8위→7위)'이 유일하다.

같은 기간 나머지 7개 분야 지휘통제(9위), 감시정찰(11위), 함정(8위), 항공우주(10위), 화력(7위), 방호(9위), 기타(9위) 모두 3년 전 순위를 유지했지만 이를 수치화한 기술점수는 대부분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합성개구레이더(SAR), 해양무인, 고정익(무인비행기·무인비행선) 등 차세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방산분야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기술들로 해당 기술이 가장 발전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해당 분야뿐 아니라 잠수함, 유도무기 등 차세대 기술까지 모두 우위에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소프트웨어 분야의 핵심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없다는 점을 기술력 부족의 근본원인으로 뽑았다. 김종하 한남대학교 국방정책부문 교수는 "우리나라 방산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핵심기술을 가진 (중소)업체가 없다는 것"이라며 "핵심기술은 모두 해외에서 수입하고 이를 조립해 팔다 보니 수익성이 낮게 형성된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한국이 수출에 성공한 무기체계 대부분은 K2 전차, FA-50 경공격기, K9 자주포 등 완제기·완제품(하드웨어)으로 핵심부품 대부분을 선진국에서 수입해 조립·판매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수출할 때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에 대한 개발이 더 중요하다"며 "당장은 수출이 잘 되니까 좋아 보이지만 체계중심 안에 핵심부품을 수입해서 파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스라엘이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기술에 특화됐다고 알려진 이스라엘의 무기수출액은 2020년 4억달러(11위)에서 2021년 6억600만달러(8위)로 51.5%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 무기수출액이 7억7800만달러(7위)에서 5억6600만달러(10위)로 27.2% 감소한 것과 반대 양상이다.

유형곤 국방기술학회 센터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4차 산업혁명 관련 무기기술력은 아직 부족한 상태"라며 "재래식 무기는 어느 정도 강점이 있지만 시장환경(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바뀌면 수출금액이 다시 원위치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기술 뺏기는 '절충교역' 관행

절충교역에 따른 핵심기술 이전, 국내 기업 부가가치 감소 등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절충교역은 외국에서 무기를 수입할 경우 일정 비율에 따라 기술이전, 현지생산, 군수지원 등을 하는 조건부 교역을 뜻한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현지생산에 따른 기술이전이다. 현지생산을 할 경우 현지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자연스럽게 기술이전이 된다는 것이다. 아직 첨단무기 기술력이 높지 않은 한국이 다른 나라에 기술이전까지 하게 되면 그나마 지금의 경쟁력마저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지적이 과도하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수출 낭보로 방심하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지금 수출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수출 이면에 있는 내용(문제점)들을 무시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했다.

유 센터장도 "정부가 수출 이후 절충교역 등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며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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