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선수별 간담회 통해 국정조사 의견 수렴
중진·재선·초선 대다수 '국조 반대' 속 소수의견도
與野 대치 국면 속 예산·법안 성과 숙제까지 안은
원내 사령탑, 친윤계 거센 입김에 리더십 시험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11.15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2.11.15/뉴스1
[파이낸셜뉴스] 취임 두 달 만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 여야가 강대강으로 대치하는 가운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민생법안과 예산안 처리와 관련 당내 의견을 조율하고 야당과 협상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의 국정조사 추진에 맞서 효과적으로 수비해야 하는 한편 야권과의 협상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을 늦지 않게 처리해야 할 숙제도 안고 있다.
여소야대 국면 원내 사령탑의 역할이 막중한 가운데 일부 친윤계의 반발 극복도 과제다. 지도부간 갈등설까지 불거지자 당내에서는 "집권여당 원내사령탑으로서 하는 일에 전폭적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다"(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당내 기류를 언급한 것이지 갈등은 아니고 늘 소통하고 있다"(장제원 의원)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윤심(尹心)을 반영하지 못할 경우 주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이 재차 흘러나올 수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는 지난 9월 19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약 두 달 만에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 무엇보다 당장 눈 앞에 놓여있는 난제들이 많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원내 지도부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필요성을 강조, 김 의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특히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끝내 국민의힘이 야당과 의장 설득을 반대하면 국회법 절차대로 국정조사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라며 "야3당은 무소속 의원들과 제출한 국정조사 요구서에 기반해서 국정조사 계획안을 실무적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범야권에서 '여당이 빠진' 국정조사 강행을 시사한 가운데 주 원내대표는 선수별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 전날 3선 이상 중진 의원, 재선 의원과 간담회를 진행한 데 이어 이날 초선 의원 모임 운영진과 만나 대다수 의원들이 국정조사에 반대한다는 뜻을 확인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조건부 수용을 하자는 사람도 있었지만, 국정조사에 반대하는 의견이 압도적"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정조사에 단일대오로 반대하면서 야당과의 법안, 예산 협상에는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169석의 압도적 의석을 가진 야당이 경찰국 예산, 대통령실 예산을 전액 삭감한 데 이어 정부가 중점 추진할 법안들에 대해서도 삭감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소득세 뿐 아니라 법인세 인하 등 세제 개편안을 두고도 여야가 물러섬 없는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야당이 협조를 요구하고 있는 국정조사에까지 불참할 경우 대치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12월 2일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넘기고 준예산으로까지 갈 경우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를 뒷받침해야 하는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드는 셈이다.
당장은 가라앉았지만 친윤계 의원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주 원내대표가 지난 8일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으로 논란을 빚은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을 국감장에서 퇴장시킨 데 대해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비판과 불만이 터져나왔다. 윤 대통령은 국정조사 참여 가능성을 열어둔 주 원내대표를 비롯해 야당 공세에 '소극적인' 당 지도부에 친윤계 의원들을 통해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 10일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주호영 원내대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걱정이 된다. 우리가 주 대표에게 원내지도부를 한번 더 준 건 오로지 정기국회를 잘 돌파하고 야당의 정치공세를 막고 자존심을 지키면서 성과를 내자는 것이었다"라며 "그래서 경륜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는데 지금 드러난 걸 보면 조금 걱정이 된다"고 에둘러 비판한 바 있다.
이후 장 의원은 14일 중진 간담회 후 "민주당의 정치 공세에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기류를 표출하지 않으면 원내대표가 협상을 어떻게 추진해나가겠나, 당 내 강한 기류를 레버리지 삼아서 협상을 더 강하게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을 언급한 것이지, 갈등 야기라고 보지는 않는다"라며 내분설을 일축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 또한 "주 원내대표에 전폭적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다"라며 일각에서 불거진 갈등설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윤계'로 꼽히는 한 의원은 통화에서 "친윤 사람들이 '우리들이 만들어준 원내대표'라는 표현을 공공연하게 쓰는 상황에서 어떻게 주 원내대표에게 리더십이 생길 수 있나"라며 "대통령실의 권력과 위세를 믿고, 우리가 만든 원내대표란 오만한 자세를 갖고 있는데 무슨 리더십이 생기겠나"라고 지적했다. 선수별 간담회를 두고도 "의사를 모으기보다는 다시 내부단속을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주 원내대표 리더십에 큰 파동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소수의 미동이지 근본적인 흔들림이 아니다.
어제 중진회의에서도 얘기를 했다"라며 "(주 원내대표가) 당이 더 잘 되도록 하겠다고 했고, 요즘 일에 대해 이해를 바란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한 재선 의원은 "원내대표라는 자리는 위에서 아무리 강한 이야기를 해와도 상대하고 협상을 잘 해야하는 자리다. 원내대표 리더십은 다르다는 걸 사람들이 다 이해하고 있다"라며 "예산안도 통과시켜야 정부가 돌아가는데, 큰 소리 치다가 예산안이 통과 안 되면 어떻게 하겠나. 결과의 리더십이 중요하고, 일부가 얘기하는 것도 분발하자는 뜻"이라고 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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