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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천천히 합시다" 꼬리내린 1기 신도시들

미분양에 '줍줍'도 멈칫…부동산 '올스톱'

"재건축 천천히 합시다" 꼬리내린 1기 신도시들
부동산 경기 침에로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부동산 빙하기에 전국적으로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며 정비 사업들이 속도 조절에 나섰다.

특히 원자잿값까지 폭등하는 상황에서 미분양으로 분양가까지 낮아지며 조합은 물론 건설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규제 완화 등 비효율적인 제도를 개선해 정비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순위 청약 당첨도 계약파기 잇따라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총 4만1604가구로, 전달 3만2722가구에 비해 27.1% 증가했다.

미분양이 늘면서 올들어 이른바 ‘줍줍’, ‘로또 청약’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하지 않는 사례까지 급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수도권에서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아파트 미계약 물량은 7363가구로 작년 동기(2698가구)와 비교해 2.7배 증가했다.

속출하는 미분양에 조합과 건설사의 분양가 하락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완화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는다 해도 미분양이 급증하는 분위기에선 분양가를 섣불리 높였다간 미분양 리스크만 떠안아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부동산 빙하기엔 재건축을 빨리 진행하려던 조합들도 속도조절에 들어가기 마련”이라며 “섣불리 분양했다가 본전도 못 찾을 수 있고, 규제해제로 분양가를 마음대로 높였다가 미분양만 속출해 가격이 더 폭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재개발을 기대하던 신도시들도 일단은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일산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초창기엔 정부가 1기 신도시들 재개발 한다고해 다들 축제 분위기였는데 요즘에는 분양은 고사하고 급매도 안나가는 상황에서 재건축 시기는 좀 더 지켜보는 게 좋겠단 분위기다"고 전했다.

"제도 개선으로 정비사업 활성화해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합리적인 제도 개선으로 노후주택 개선 및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주택공급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KB경영연구소는 재건축 규제의 합리적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안전진단에 대한 합리적 점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KB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안전진단 항목별 비중의 경우 그동안 정책적인 용도로 조절해왔던 경향이 컸지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위해 단순하게 규제 완화의 차원이 아닌 합리적인 비율 조정이 필요하다”며 “공공기관의 2차 정밀안전진단의 경우 단지가 클수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 평가 요소에 주관이 개입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폐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시장의 요구를 들어주긴 했으나 개편 폭이 더 커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제도개편 방향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부동산 규제 개편 속도와 폭이 제한적"이라며 "안전진단·분양가상한제·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개선, 통합심의 확대 등 현장에서 요구되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다는 점에서 정비사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제도개편 폭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고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